일년에 한번, 길면 열흘,짧게는 닷새 머물게 되는 고국에서의 날들이지만

매번 인사동,북촌,창경궁은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우리 옛것에 대해 한심스럽게도 아는 바가 거의 없으나...

잠깐이라도 그곳에 들러 길을 걷노라면 눈이 씻겨지는 듯하고 마음이 채워지는 듯하고... 그래서였을 것이다.

남동생이 정성으로 준비한 이번 3박4일의 여행,

첫날은 안동으로 간다니..내가 얼마나 설레였겠는가.

여행 첫날 저녁 날이 어둑해져서야 도착해 겨우 하룻밤을 농암종택에서 보내며

종택에서의 단 하룻밤을 잠으로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설레임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마음과는 달리 정말 단잠을 자고, 새 지저귐에 눈을 뜨던 아침.

딸 아이와 함께 살며시 어여쁜 창문을 여니,

예전 학교에서 배웠던 시조의 옛 싯구들과 그림들이 선명히 모습을 드러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조화로이 펼쳐져 있는 산과 물이 고택,집을 바라보고

이마 위로는 선 고운 처마가 드리워져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큰 아이가 중이염 증세를 보여, 아침을 먹고 서둘러 떠날 차비를 해야했으나

내 걱정과 아쉬움,설레임을 다독여주는 듯했던 정성 가득한 아름다운 종부님의 아침상이 정말 감동스러워 오래 마음에 남는다.

종부님의 밥상처럼 눈과 혀와 더불어 마음을 감동시키는 밥상은 정말 흔치 않을 것이다.

종손님과 종부님의 안방에서 아침상을 대접받으며 나누던 덕담...

짧은 만남이었건만 그 아침이 참 그립다. 

다음에 고국을 찾을땐

남편과 꼭 다시 머물고 싶은 곳.

그땐 고택 근처를 많이 거닐고.. 물가에도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