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곳은
각종 인터넷과 매스컴을 타고 금새 알려져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숨은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행후기란에 거쳐간 많은 사람들에 비해 후기가 너무 적은 것 같아
몇자 남기려고 합니다.

저희가 이곳 농암종택을 찾았던 시간이 어느덧 2년전이네요.
조선일보에 고택체험이라는 제목으로 농암종택이 소개된 사진을 보고
바로 예약하려 했으나 이미 예약이 모두 차있어
아쉽게도 가을의 끝자락인 11월 말에 농암종택을 찾았더랬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예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랑과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를 할까, 남에게 양도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밤늦게 출발, 새벽 3시가 되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깜깜한 밤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볼 여를도 없이
주인어른께서 따끈하게 보일러를 켜두시고 이불을 펴놓으신 긍구당에 들어가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고택의 경험은 그렇게 이미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채4시간도 못잤음에도 불구하고
문틈 사이로 청량한 시골공기가 머리를 맑게 씻어주어 기분좋게 일어났습니다.
땡땡땡땡
주인어른의 아침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주섬주섬 일어나
큰방으로 가니 간밤에 농암종택에서 묵은 모든 손님들이 함께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지만
왠지 오랫만에 만나 아침식사를 하는 친척들인양
정답고 푸근한 분위기, 안주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들과 안동에서 유명하기로
소문난 자반고등어는 또 어떻구요.
새벽 3시에 도착했었다는 말을 들은 안주인께서
"우야노..엄청시리 피곤할긴데..더 자게 해두는긴데..괜히 깨웠네.."
라는 말씀에 큰댁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농암종택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주인어른께서 자연스럽게 다가오시어
편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종택관리뿐 아니라 외진손님 받는게 참 피곤할텐데
안동시청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라고,
그러시면서 하신 말씀 중에
"이곳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려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빈둥(!!)대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번에는 날씨도 좀 덜 춥고 푸른 계절에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작년에는 해를 걸렀네요.
올해는 정말 좋은 계절에, 이제 태어난 아가와 함께
꼭 다시 들르고 싶네요.

그때까지 주인어른 내외분, 항상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