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 영가지.선성지합본

권교리전(權校理傳)

하늘이 인재를 낳음은 많지 않는데 몇 대만에 태어날 수 있는 인재는 더욱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다.

대개 산천은 간기(間氣)를 모아서 그를 태어나게 하니 그의 태어남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세상에서 많이 볼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그를 태어나게 하더라도 혹 그 재주를 다 쓰지 못하기도 하고 또 하늘이 그를 빨리 빼앗아 가서 세상에 오래 있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것은 왜 그러한가.

일찍이 계조(季祖)께 들으니 장원공(掌苑公)이 전배(前配) 권씨 형을 말하였는데, 그의 이름은 운(雲)이요

자는 산룡(山龍)으로 안동인(安東人)이었다. 집은 예안 월천으로 아버지 권수익(權受益)은 성화 병오년(1474)에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직강으로 여러 벼슬을 거쳐 네 군인 인동(仁同), 영산(靈山), 영덕(盈德), 개천군수(价川郡守)에 제수되었다. 나이 90 여세에 수직(壽職)으로 여러 계단을 지나 가선대부에 이르렀다.

母는 禮安金氏로 통찬(通贊) 홍(洪)의 따님이다. 통찬은 두 형이 있으니 증(曾)과 담(淡)인데 모두 문과에 급제하였다. 증은 이조좌랑으로서 금산 군수에 이르렀다. 담은 이조판서로 시호는 문절(文節)인데 모두 명현으로 농암(聾巖) 이숭정(李崇政) 현보(賢輔)의 외사촌 동생이다.

운(雲)은 사람이 간옥과 같이 아름답고 청수하여 당시에 일찍이 한 점의 세속 티끌도 없었으며, 기운이 신선 속에서 나온 듯 하였으며, 총명이 빼어나 한번 보면 얼른 기억하였다. 사서삼경도 역시 한 번 읽으면 곧 암송할 수 있었다. 정덕 계유년(1513)에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병자년(1516)에 회강(會講)에서 16분을 강론하여 등제하였다. 어질면서도 문명이 일대에 중함이 있어서 홍문관에 뽑혀 들어갔고 또 다시 뽑히어 독서당(讀書堂)에서 사가했다. 문과에 급제할 때에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가집들이 다투어 사위로 삼고자 하였으나, 급제하기 전에 혼인을 말한 집에서 구하였는데 종실 조종(朝宗)의 따님으로 자식이 없었다. 홍문관교리로서 25세에 죽었다.

예안현 동쪽 대곡(大谷)에 있는 갈전산(葛田山) 선영 곁에 장사 지냈다. 평생에 털끝만한 사욕도 없어서 단지 의복이 깨끗하고자 하여 누추함에 이르지 않게 할 뿐이었다. 참으로 대대로 태어나지 못할 기이한 재주였다. 형 곤이 있으니 가정 임오년(1522)에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생질은 조목(趙穆)이니 퇴계 선생의 문인으로 지금 공조참의이다. 조목의 생질은 금업(琴澲), 금개(琴愷) 형제로 함께 만력 신축년(1601)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권곤 역시 아들이 없었다. 사위는 채승선으로 가정 갑자년(1564)에 생원시에 일등하고 만력 무인년(1578) 가을에 내가 상주(尙州) 목사를 지낼 때 문과 초시의 시관이 되어서 의성도회(義城都會)
¹⁾에 모였는데 쇄위(鏁闈) 사문(斯文) 윤담휴(尹覃休)도 함께 도회의 시관이 되었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그의 할아버니 의정공 윤개(尹漑)는 매양 권교리의 재주가 아름다움을 칭찬하여서 말하기를 ‘산룡(山龍)은 나와 동년이다. 이미 그가 죽었는데 평생 산룡과 같은 사람을 보고자 하여서 매양 마음에 간직하여 자세히 용모나 재주를 살펴 보았는데 끝내 산룡과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산룡은 참으로 간세(間世)의 선비였도다’라 하였다.

아! 슬프도다. 권교리와 같은 사람은 걸출한 선비로서 실로 우연하게 태어난 것이 아닌데 어디에다써도 가하지 않겠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마땅하지 않았겠는가. 문형(文衡)도 맡을만 하였고 정승(政丞)도 맡을만 하였으며, 또 일세를 교화시킬만 하였고 세상을 태평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으나 불행하게 일찍 죽었으니 하늘은 무슨 이유로 일부로 빼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에 쓰이지 못하게 하였던가.

하늘은 인재에 있어서 어떠하였으며 국가에 있어서 어떠한 존재인가. 애석하도다.

정곤수(鄭崑壽)
²⁾ 서(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