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승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

- 분천-

1) 분강촌

부포를 되돌아 나와 다시 35번 국도를 오르면 곧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이란 표시의 웅장한 건물을 보게 되고, 이를 벗어나는 지점의 국도에 분천리라는 표지판과 더불어 도산서원 진입로에 이른다.

분천리는 안동 영천이씨의 집성 마을이고, 안동댐 이전에는 60여 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다. 분천은 한자로 ‘汾川’이라 쓰는데, 우리말로 ‘부내’라고도 불렀다. 오천을 ‘외내’라 하고, 월천을 ‘다래’라 하듯이 그렇게 불렀다. 부내 산천은 도산에서도 가장 빼어났다. 지금의 도산서원 진입로 아래 강변 마을인데, 앞으로 흐르는 강을 ‘분강汾江’이라 하여 ‘분강촌’이라고도 했다. 배산임수와 더불어 끝없이 펼쳐진 이른바 '분천 들 70만 평'에 이르는 문전옥답은 살기 좋은 터전으로 더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모재 김안국은 “마치 도원경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으며, 농암 이현보는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그때 있었던 농암종택과 분강서원, 그리고 유서깊은 애일당은 어디로 갔으며, 원촌댁,닰실댁,풍산댁, 가동댁.두루댁 등의 고기와 집들은 어디로 갔는가! 산 밑으로 올망졸망한 초가집들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남은 것은 가송리로 겨우 이건된 농암유적뿐이다.   

영천이씨가 이곳을 차지할 수 있었음은 다른 성씨들에 비해 시차적으로 좀더 일찍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도산은 강력한 재지 기반을 지녔던 토성土姓 선성김씨와 선성이씨가 마침 이곳을 떠나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정착하면 그대로 터전이 되는 그런 시대였다.

이헌李軒은 고려말 군기시소윤을 지닌 분으로 영천에서 서울로 내왕하던 중 이곳 산수를 사랑하여 문득 복거했다. 그래서 영천이씨 안동 입향조가 되었다. 그때가 1380년 전후이니 다른 성씨보다 최소 50년은 앞서 터전을 잡았다. 퇴계의 조부 이계양이 이웃 온혜리에 왔을 때 ‘주민 한 집이 있었다’고 한 것처럼 부내 역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를 개척하며 삶의 터전을 열었다.

이헌은 3형제를 두었는데, 맏아들은 무후이고, 둘째 파坡는 의흥현감을 지냈다. 파의 외손녀는 노송정 이계양의 배위配位이니, 곧 퇴계의 조모다. 이런 관계로 농암과 퇴계는 7촌의 인척이 된다. 공교롭게도 회재 이언적의 증조모와 농암의 조모도 자매여서 또한 7촌 사이가 된다. 둘째 오塢는 예문관직제학으로 영주 평해황씨 공조판서 황유정의 손서이며, 도산 봉화금씨 입향조인 관찰사 금숙과 사돈 관계였다.  

이런 사실은 ‘족보族譜'라는 책 때문이다. 족보는 전 국민의 애장서이다. 어느 조그마한 산촌 농가에도 이 책만은 비치되어 있다. 조상들의 역사, 가족, 씨족의 신상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지금 계속 적어가고 있으니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 놀라운 민족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족보라는 것이 보다보면 흥미로운 점도 있다. 가령 한국 최초 족보로 1476년 발간된 『안동권씨성화보』에는 동성동본 혼인이 적나라하게 적혀있고, 두 번째 1565년 발간된 『문화유씨가정보』에는 친손, 외손, 사위, 외외손이 모두 등재되어 있어 이후 족보들의 전범이 되었다. 우리 집 족보(『永川李氏少尹公波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미 회재는 다른 갈래로 연결되어 족보안에 올라있다. 그러니까 농암 증조부 이파李坡는 사위가 김유용金有庸인데, 그 항목에는 사위 이계양李繼陽, 김홍金洪이 있고 그 친손, 외손, 외외손이 적혀 있다. 8촌 이내 친척親戚, 인척姻戚 모두가 당내堂內로 집안이다. '한 집 안'이니 가족이다. 밥을 같이 먹으니(食口)' 가족이다. 패밀리라는 개념이다. 계보에 왕후가 있다면 연결하여 쓴다. 그래서 먼 외외손인 인현왕후도 기록되어 있다. 족보 기록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李坡 -女 金有庸 : 사위가 이계양인데 진보이씨로 진사이며 증직 판서이다. 계양의 아들 식은 찬성이고 아들 우는 참판인데 호는 송재이다. 식의 아들 해는 정민공으로 호는 온계이고 황은 시호가 문순공인데 호는 퇴계이다. 우의 증손은 사위가 정경세인데 이조판서로 시호는 문장공이다. 경세의 사위는 송준길로 호는 동춘인데 사위가 여양부원군 민유중으로 인현왕후를 낳았다.

사위 김홍은 통찬이다. 아들 만일의 사위는 박숭고, 권수익이다. 만일의 외손은 박승임으로 호는 소고이다. 숭고의 사위는 이언적인데 문원공으로 호는 회재이다. 수익의 외손은 조목으로 호는 월천이다.“

  .

2) 농암과 강호가도

이현보李賢輔(1467~1555)는 파의 증손자로 안동 영천이씨의 문호를 열었다. 1467년 7월 29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분천리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비중棐仲, 호號는 농암聾巖, 본관은 영천永川이다. 20세 때 홍귀달洪貴達 선생께 수학하고, 32세에 문과 급제했다. 36세, 새내기 사관史官 시절, 대간臺諫보다 더 가까이서 사초史草를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사담당 관리들이 직무를 보는 곳에 사관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연산군은 괘씸히 여겼다. 2년 뒤,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였다가 안동으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곧 압송-장형杖刑-하옥下獄-처형이 이어졌다. 사초가 문제가 되어 발발한 무오사화 4년 뒤의 일이었다. 연산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하니, 친구들은 이런 강직함을 보고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다. 사관史官으로서 사지死地를 벗어난 아주 드문 경우이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복직되고, 다음해는 사헌부지평으로 승진 발탁되었다. 다음해 자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왔다. 선망하는 청요직에 올랐지만 농암의 선택은 지방이었다. 보장된 영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밀양, 충주, 안동, 성주, 대구, 영주, 경주, 경상도관찰사로 이어지는 여덟 고을, 30여년을 근무했다. 전 관료생활을 지방에서 근무한 셈이었다. 가끔 중앙보직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나와버렸다. 특이한 관료이력이라 할 수 있다. 30여년 고을살이도 희귀한 일이지만 이런 관리의 청백리 녹선은 더욱 희귀하다. 경직京職을 절대적으로 선호한 당시의 정치풍토로 볼 때, 끊임없는 외직의 자청은 민생에 보다 가깝게 가고자 하는 일관된 신념 때문이었다. 동료들의 신망과 존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농암의 고을살이는 목민관의 전형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백성에게 관대했으며,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에 절대 개입되지 않도록 했다. 친구, 친지의 공관출입금지는 그 대표적인 조치였다. 그런 한편 안동부사 시절, ‘안동양로연(花山養老宴)’에는 80세 이상이면 여자와 천민까지도 함깨 초청했다. 당시 사회가 삼엄한 신분사회였음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농암은 고을원의 신분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노인들을 즐겁게했다. 농암에게 '경로'는 '박애'와 더불어 지방행정의 중심이며, 전 생애를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덕목이었다.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인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사람을 대함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는 퇴계의 행장行狀 기록과도 일치한다. 이런 휴머니즘 가득한 공복윤리가 있었기에 성주에서는 "고을 사람들이 전출의 길을 가로막고", 충주에서는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찰사들의 계속되는 표창상신과 당대에 계층을 초월하고 누렸던 인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농암은 대시인大詩人이며 대효자大孝子였다. '안동양로연'은 고향에서 마련한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로 이어졌고, 여기서도 70세 노구의 몸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 이런 모습에 동료,친구들이 대거 축하 시를 보냈고,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란 어필을 내린 계기가 되었다. 오랜 지방근무 역시 '효'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지금 종택마루에 선조어필이 판각되어 있고, 선현들의 친필 시 40여편 역시 종택에 보존되는데,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이 그 책이다. ‘애일당구로회’는 아들 ,손자로 이어졌고, 이후 500여 년을 이어오는 농암가문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1542년, 농암은 정계를 은퇴했다. 국왕, 동료들이 만류했지만 뿌리쳤다. 농암을 위한 전별연餞別宴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이었다. 국왕은 친히 금포金袍와 금서대金犀帶를 하사했고, 관료들은 일제히 전별 시詩를 지어 선물했다. 대궐에서 한강까지 이어진 동료, 벗들의 전별행차를 보고 도성 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 눈물을 흘리며‘이런 모습은 고금에 없는 성사’라고 찬탄했다. 퇴계 이황은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김중청金中淸은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그 누구도 구런 사람이 없었는데, 오직 우리 농암선생깨서 쇠퇴한 풍속에서 분연히 일어나 용퇴했다. 회재晦齋(李彦迪), 충재冲齋(權橃)께서 전송대열에 서고, 모재慕齋(金安國), 퇴계退溪(李滉)께서 시를 지어 전별했으니, 중국의 소광疏廣, 소수疏受가 떠날 때의 1백 량의 수레가 줄을 이은 영광에 어찌 비유되겠는가. 이는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 이래 없었던 일로, 우리 농암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단 한 분뿐이다”라고 했다. 『실록』은 이를 ‘염퇴恬退’라 규정했다.

농암은 돌아오는 한강 뱃머리에서 한 수 시조를 읊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았다고 하여‘효빈가效顰歌’라했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뿐이오 간 사람 없어

전원이 황폐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고향으로 돌아온 농암은 귀먹바위 ‘농암聾巖’에 올라 감격적인 시조 한 수를 다시 읊었다. 그 시조가 유명한‘농암가’이다.

농암에 올라보니 노안이 더욱 밝아지는구나

인간사 변한들 산천이야 변할까

바위 앞 저 산, 저 언덕 어제 본 듯 하여라

농암은 은퇴 후 농부로 자임自任하고 일게 서생書生과 다름없는 담백하고 물욕 없는 생활을 하여 유선儒仙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천성적인 시인으로, 분강의 강가를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거닐면서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낭만적 풍경을 연출했다. 이 감흥과 미의식이 그대로 문학과 예술이 되었다. 이런 강호생활은 분강, 강각, 애일당을 예방한 동료, 후배들에 의해 영남가단嶺南歌壇이 형성되는 모태가 되었다. 특히 퇴계는 동향의 후배로써 인간적, 문학적으로 남다른 교류를 했으며, '어부가'의 발문에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으니, 아! 선생은 이미 강호의 그 진락眞樂을 얻었다”라고 찬양했다. 관료적문학이 성행할 때, ‘강호지락江湖之樂’과 ‘강호지미江湖之美’라는 새로운 문학세계의 지평을 열며, ‘어부장가’, ‘어부단가’를 비롯한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가작품을 남겨, 한국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쳐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았다. 어부단가 5장 가운데 그 2장은 이러하다.

굽어보면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열 길 티끌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어부가’는 이후 퇴계의 ‘도산12곡’에 영향을 주었고, 이한진李漢鎭의 ‘속어부사’, 이형상 李衡祥의 ‘창보사’ 등에 이어지고, 드디어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이어졌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의 서문에서 “어부사를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하여 유세독립의 정서가 일어나게 했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고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17세기 김응조金應祖, 18세기 권두경權斗經, 19세기 이휘영李彙寧 등의 문집 기록에 “분강에서 농암의 ‘어부가’를 다 함께 불렀다”고 하여, 학술적 계승이 아닌 현장연출로서 수백 년의 집단적 전승이 있었음을 밝혀놓았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송순宋純-정철鄭澈로 이어지는 ‘호남가단湖南歌壇’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고 했다.

만년에 기로소耆老所에 입소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명종으로부터 “경은 진실로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이다. 염퇴이양恬退頤養이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 하였노라”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은퇴 후 거듭되는 상경上京 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 않으니, 나라에서 1품인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品階를 내려 예우禮遇했다. 그래서 조선전기 보기 드문 ‘재야정승在野政丞’이 되었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 직책을 띠고 있었다.

1555년 6월 13일, 89세에 몰沒하니 나라에서는 효孝와 절개의 정신을 기려 ‘효절孝節’이란 시호를 내렸다. 조선 500년, ‘대로大老’라고 불려 진 인물은 흔하지 않으며, 효절이란 시호 역시 농암이 유일하다. 농암은 전 생애에 걸쳐 명예를 포기하여 더 큰 명예를 얻은 삶을 몸소 보여주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고, 분강서원에 재향되었다. 문화관광부의 ‘2001년도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있었고, 2007년에는 ‘때때옷의 선비-농암 이현보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농암의 아들들은 맏아들 문량으로부터 희량, 중량, 계량, 윤량, 숙량, 연량 등 7형제가 모두 관직을 지녔고, 사위 김부인은 김유의 아들로 무과 급제했다.

문량의 사위로 황준량(문과 현감), 김기보(현감)가 있는데 당시 농암 집안에서 ‘두 서방’이라 불렀다. 황준량은 판서 황유정의 후손이고, 김기보는 강원감사 김영의 손자였다. 김영은 농암과 진사시험에 동방 한 친구였고, 김기보의 현손 김계광은 《농암집》을 편찬했다. 엄청난 경비를 감안할 때, 먼 선외조부의 문집간행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중량은 퇴계와 동방급제하여 동부승지, 강원감사 등을 역임했으며,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 ‘삼벽당三碧堂’을 짓고 복거하여 그 후손들이 대대로 살고 있다. 윤량은 내의원판사를 역임한 어의로, 퇴계 최후의 순간에 진맥했다. 숙량은 ‘선성3필’, ‘계문3처사’로 일컬어졌으며, 최근 《월천집》에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순직한 일기가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 ‘연경서원’에 배향되었다.

종택 마당에는 거목의 ‘홰나무槐木’가 있었는데 이를 ‘구인수九印樹’라 했다. 효성이 지극했던 이들 남매들이 농암의 수연을 하기 위해 모이면 이 나무에 9개의 관인 끈이 걸려 졌기 때문이었다.

사진 :농암 이현보 초상화(보물 872호)

해설 : 1537년 경상감사 집무모습(71세)을 대구 동화사 승려 옥준玉峻이 그렸다. 가늘고 섬세한 손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농암종택에는 이 외에 1872년 추사 김정희가 추천한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이 그린 별본이 있고, 그 제작 과정이 적힌 『영정개모일기影幀改摹日記』가 있다.

농암에 대해 연산군은 “검열檢閱은 얼굴이 검붉고 볼에 털이 난 자였다”고 했고, 사관은 “강직하고 공명정대한 공무수행에 모두들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으니, 이는 외모는 검으나 심성心性이 냉엄冷嚴하다는 뜻”이라 했다. 1997년, 삼성갤러리의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국보전’에 전시된 바 있다.

사진: 1960년대의 농암종택

해설: 가을 바깥마당에 볏단이 보이고 그 가운데로 ‘구인수’가 있다.

3) 간재와 귀갑선도

농암의 동생 현우는 도산의 상류 ‘내살미川沙’에 살다가, 아들 충량(영해교수)이 박승장(부사직)의 사위가 되면서 영주로 이거했다. 손자에 ‘계문고제’로 이름 높은 간재 이덕홍李德弘(1541~1596)이 태어났다. 간재의 후손들은 안동시 녹전면 원천리에 계거繼居하여 간재를 불천위로 모신 간재 종택을 중심으로 안동 영천이씨의 또 한 곳의 집성촌을 형성했다.

간재는 도산서원 유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혼천의와 선기옥형’을 퇴계의 명으로 제작했고, 거북선의 원형설계도로 추정되는 ‘귀갑선도’를 제작했다. ‘혼천의와 선기옥형’도 특이한 천문관측 모형이지만 ‘귀갑선도’를 설계함은 매우 의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간재가 ‘천문, 역학에 통달한 학자였다’는 문헌기록은 사실이라 생각된다. 간재는 교분 두터운 동문 서애 류성룡과 임진왜란 극복에 비슷한 대처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기여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그래서 간재-서애-충무공으로 이어지는 거북선의 제작과정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단하는 학자도 있다.

38세 때 나라에서 전국의 명유 9명이 천거되었는데 그 가운데 제4위로 뽑혔고, 사후 ‘원종공신일등’으로 가선대부 이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사에 추증되었다. 퇴계의 사랑을 받아 임종 직전 “서적을 관리하라”는 명을 받기도 했다. ‘오계서원’에 배향되었다.

간재는 맏아들 시蒔를 제외한 입, 강, 점, 모 등 4형제, 손자 영구와 더불어 이른바 ‘5숙질 문과 급제’했고, 3형제가 같은 날 급제하여 오래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들 형제들은 광해군 당시 대북파의 입장을 견지한 까닭에,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활기찬 소장 정치인으로서의 꿈과 이상이 일시에 꺾여버렸다. 이로써 안동 영천이씨도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시蒔는 국문시조 ‘조주후풍가’,오로가’를 지었으며, 아버지의 학풍을 이어 많은 제자를 두었고, 안동지방 학자들을 집단적 교양증진을 위한 모임인 ‘오계서원강회’를 한강 정구와 더불어 주도한 바 있다.

사진: 선기옥형과 귀갑선도

해설: 선기옥형은 도산서원의 ‘옥진각’에 보관되어 있고, 귀갑선도는 『간재집』에 수록되어 있다.

여기까지의 계보를 대략 적어보면,

1.李軒-坡(문과, 현감)        - 孝孫- 欽(현감) -賢輔(문과,숭정대부지중추부사,효절공) 

       塢(문과, 예문관직제학)  誠孫  鈞        賢佑(습독)

                               女 金有庸(현감) 賢佐(직장)

                                               賢俊(찰방)

2. 李賢輔 -文樑(평릉도찰방)-元承(진사) -농암종택 계보

                            女 黃俊良(문과, 현감),

                            女 金箕報(현감)

           希樑(봉화현감),

           仲樑(문과, 강원감사)

           季樑(거창현감)

           閏樑(의과, 내의원판사)

           叔樑(진사, 왕자사부, 의병장)

           衍樑(사복시정)

           女 金富仁(무과, 병사)

3. 李賢佑-忠樑-命弘

               壽弘

               福弘

               德弘(유일, 증 이조참판)-蒔 -榮久(문과, 학유)-간재종택 계보 

                                           榮全

                                       笠(문과, 설서)

                                       茳(문과, 교리)

                                       茂

                                       蒧(문과, 한림)

                                       慕(문과, 수찬)

지금 안동 영천이씨는 이헌의 후손 3만여 명이 전국에 산재해 살고 있다. 5세대까지의 계보를 보면, “이헌(84세)-이파(76세)-이효손(84세, 1404~1487)-이흠(98세, 1440~1537)-이현보(89세,1467-1555)”이니, 역산해보면 안동 영천이씨는 650여 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현재 23세손까지 내려왔다. 그런 세월 속에 불천위 두 분, 대과 급제 열두 분을 배출했다. 그리고 내, 외손으로 서원, 묘우배향 열두 분이고, 유고와 문집을 남긴 분이 80여 명에 이른다. 이로써 안동 굴지의 가문이 되었다.

사진: 도산면 가송리의 분강서원(부속 농암사당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1호)전경

해설: 1699년 농암의 학덕을 추모하여 사림들이 지었는데, 대원군 시절 사당을 제외하고 모두 훼철되었다가 1967년 복원되었다. 『창원일기』를 비롯한 『복원일기』, 『전장기』『부조기』『임사록』등 많은 자료가 남아 있다.

참고로 안동영천이씨가 배출한 불천위는 이현보, 이덕홍이며, 대과급제는 이파, 이오, 이현보, 이중량, 이윤량, 이입, 이강, 이점, 이모, 이영구, 이장태李長泰, 이시헌李時獻이고, 내, 외손으로 서원, 묘우배향은 이현보-분강서원, 이덕홍, 이시-오계서원, 이숙량-연경서원, 김유용金有庸-마곡서원磨谷書院, 김부인-낙천사洛川祠, 김언기-용계서원龍溪書院, 황준량-욱양서원郁陽書院, 김기보金箕報 역양서원嶧陽書院, 류중엄柳仲淹-타양서원, 박의장朴毅長-구봉서원九峯書院, 조우인曺友仁-옥동서원玉洞書院, 김중청金中淸-반천서원盤泉書院이다.

4) 경로전통

부포를 ‘수향壽鄕’이라 했다. 그런데 농암가문의 장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농암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농암 89세, 아버지(李欽) 98세, 어머니(안동권씨) 85세, 숙부(李鈞) 99세, 조부(李孝孫) 84세, 조모(청주양씨)77세, 증조부(李坡) 76세, 고조부(李軒) 84세이며, 외조부(權謙)93세, 외숙부 두 분(權受益, 權受福)이 93세, 73세, 외사촌(權矩)이 85세였다. 동생 李賢佑 91세이며, 아들 이문량 84세, 이희량 65세, 이중량 79세, 이계량 83세, 이윤량 74세, 이숙량 74세이고, 조카인 이충량李忠樑과 이수량李遂樑이 71세, 89세이니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또한 이문량의 증손자 이영운李榮運과 고손자 이양직李養直도 94세, 82세였다. 흥미로운 점은 퇴계 조모 영양김씨(노송정 이계양 배위)는 증조부 파의 외손녀인데 이 분 역시 93세를 사셨다. 1500년대 평균 년 령 80세, 그것도 7대 200여년에 걸쳐 계속되었으니 정영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암의 효와 경로에 대한 특이한 이력은 이런 가문의 장수와 무관하지 않다.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은 농암으로부터 더욱 확립되었다. 1519년 9월 9일 중구일, 농암은 이날 안동부사의 신분으로 남녀귀천을 막론하고 안동 부내 80세 이상 노인을 한자리에 초청하여 경로잔치를 했다. 이를 ‘화산양로연花山養老宴’이라 했다. 그런데 이 잔치에서 주목되는 것은 여자와 천민을 함께 초청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노비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사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사람을 대접함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는 퇴계가 쓴 농암의 행장 기록과 일치한다. 당시가 엄격한 신분 사회였음을 생각할 때 실로 파격적인 일로, 경로와 박애정신에 대한 농암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농암은 화산양로연에 앞서 1512년, 분강의 기슭 농암바위 위에 부모를 위해 정자를 짓고 ‘애일당愛日堂’이라 했다. 많은 정자가 있지만 효를 실천하고자 지은 집은 드물다. 또 그 이름이 하루하루를 아까워한다는 뜻의 ‘애일’이니 얼마나 멋진가! 애일당은 곧 ‘부모님이 살아 계신 나날을 아낀다’는 뜻이다.

농암은 여기서 아버지를 포함한 아홉 노인들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 농암 자신이 이미 이때 70세가 넘은 노인으로,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래자의 효도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를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라 했다.

농암의 이런 경로 효행은 조정으로 알려져 당대 명현 47명이 축하 시를 보냈으며, 이후 선조 임금이 농암 가문에 ‘적선積善’이라는 대자 글씨를 하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 선조임금이 농암종택에 하사한 ‘積善’ 글씨

해설: 도산면 가송리의 농암종택 사랑마루에는 선조 임금이 농암가문에 내린 ‘적선積善’이란 어필이 걸려있는데 크기가 무려 1m 나 된다. 농암 아들 이숙량李叔樑이 왕자사부王子師傅의 벼슬을 받아 선조 임금에게 나아가 사은숙배하니 임금이 “너의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 하시고, 즉석에서 이 두 글자를 써서 하사했다. 이 글씨는 도산서원에도 판각되어 있다.

농암종택은 33점의 보물을 포함한 5천여 점의 방대한 전적과 고문서 등의 유품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하여 최근 그 목록집이 발간된 바 있다.

애일당구로회는 1902년까지 400여 년 전승되었고, 《애일당구경첩》, 《애일당구경별록》, 《애일당구로회첩》, 《분양구로회첩》 등 관련 문헌들이 남아 있다. 이들 책을 살펴보면, 1569년 봄 퇴계는 나이(70세), 회원 정족수(9명), 형[李澄]의 참여 관계로 사양했으나 회원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여했다. 그때 퇴계는 “내 나이 70세 미만이고 회원도 아홉뿐이니 어찌 감히 참석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자제子弟의 신분으로 참석 하겠습니다. 형님이 자리에 계시니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 했다.

1602년 기록에는 “이때 오천의 한 상민이 왔는데 나이가 101세”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보이며, 1705년 이원필의 기록에는 ‘속로회’, ‘백발회’등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회원이 점점 많아진 까닭에 ‘구로’라는 명칭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1902년의 모임에는 회원 수가 37명, 나이 합계 2,651세라 했다. 이들 모임에서는 때마다 시문을 지었는데, 그 가운데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발문 한 부분을 소개한다.

아아! 농암상공께서는 벼슬이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에 있으면서도 세속의 영리를 던지고 풍류의 아름다운 도량을 지녔으니 거의 고인古人에 비교해도 뒤서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상공께서 양로연을 개최함은 처음 그 부모를 봉양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효도의 지극함은 노래자老萊子도 하기 어려운 것이니, 사람들이 추앙함은 당연한 것이다. 하물며 퇴계선생께서도 참석하셨으니 더욱 그러하다. 지금 이 구로회가 어찌 예안 한 지역만의 일이랴! 마땅히 우리 동방 곳곳으로 알려 그 아름다움을 칭송할 일이다.

그리고 퇴계 10대 종손인 고계古溪 이휘영李彙寧의 서문 한 부분을 소개한다.

아아! 농암 효절공께서 애일당을 지음은 진정 뜻이 있음이다. 전에 내가 문집을 보니 ‘구로회’, ‘속구로회’, ‘속로회’, ‘백발회’ 등의 여러 이름으로 모임이 이어졌는데, 대개 70세 이상 노인 열 두셋 명이 항상 모였다. 안동의 옛 풍속이 나이는 숭상하나 관직은 숭상하지 않은 까닭으로, 수십 인의 노인들과 애일당 산간을 나와 탁영담으로 올라와 작은 배를 타고 흘러 내려가다가 귀먹바위 아래에서 배를 묶어 두고 술을 한 잔씩 돌리고 <어부가> 3장을 노래했다. 높은 갓과 백발들의 그림자가 산수에 비치고 음식은 마른고기, 젓갈, 국수, 밥으로, 불과 다섯 그릇도 안 되니 그야말로 진솔하다 할 수 있다. 주인도 없고 나그네도 없다. 스스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 날이 저물어 해가 떨어지고 달이 마루에 떠오르나 이미 취하고 또 취하여 모두 돌아감을 잊었더라.

사진: 『애일당구로회첩』(보물1202)

해설: 1569년 이문량李文樑이 재작한 것으로, 초기 회원들의 이름, 나이 관직, 모인 회수, 나이합계와 자신의 소회가 적혀 있다. 농암의 아들들이 이 모임을 충실히 계승했지만 맏아들 문량은 더욱 정성스러웠다. 이숙량李叔樑의 기록을 보면 “구로회를 시작한 분은 아버지이나 이웃에 알리고 주창한 사람은 형님이다, 형님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는데, 어느 해는 두 번도 열었다”고 하고, “사람들은 우리 형님의 정성을 알지 못 할 뿐”이라 하여 백형의 노고를 추모했다.

한편 농암 가문의 ‘효’ 전통은 농암 종택의 애일당을 중심으로 한 안동권의 전통이 있는 반면, 대구를 중심으로 한 농암-이중량李仲樑-이영승李令承-이사경李士慶-이휴운李休運-이언직李言直-이형천李亨天-이재춘李載春-이익룡李翼龍-이동간李東幹-이양연李瀁淵 계열의 ‘세효당世孝堂’ 가문이 매우 돋보인다. 이휴운 당시 대구 동촌 지역에 정착한 이 가문은 농암의 후손 가운데 가장 활기차고 매력 있는 가문으로 이어져왔다. 휴운-언직-형천 3대의 지극한 효행을 기념하여 ‘삼효당三孝堂’이라는 집이 있었는데, 형천의 아들 익룡은 ‘사시私諡’를 받은 인물로 조상들을 뛰어넘는 효도와 덕망이 알려지면서 제자들이 세효당으로 개명토록 했다.

이들 집안의 지극한 효행은 ‘고매개실古梅開實’, ‘호수려측虎守廬側’ 등의 기적을 일으켜 대구 일원의 지식인들은 물론이고, 당대의 정승들인 정태화鄭太和, 김창집金昌集, 조상우趙相遇, 이성원李性源, 이태좌李台佐, 이병모李秉模, 정대용鄭大容, 김희순金羲淳, 홍종무洪鍾茂, 이경일李敬一, 이언순李彦淳 등의 찬양을 받고 있다. 남인이 몰락한 조선 후기, 대구 지역의 한 집안에 이러한 노론 집권 대신들로부터 지속적인 찬양을 받은 경우는 매우 의례적이다. 《세효당실기世孝堂實記》, 《요산집樂山集》,《침산문집砧山文集》 등의 책에 이런 사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애일당구로회의전승

**보완: 2011년, 속애일당구로회 명단

2012년 애일당건립500주년기념 기로연 명단 첨부

【참고문헌】『농암집』,『분양기로회안』『긍구당세헌』, 『애일당속로회첩』

사진: 애일당(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4호)

해설: 1512년 농암은 분강汾江 기슭 ‘귀먹바위(耳塞巖)’ 위에 부모를 위해 '애일당'을 지었다.‘애일愛日’은 ‘하루하루를 아까워한다’는 뜻이니, 곧‘부모님이 살아 계신 나날을 아낀다’는 뜻이다. 농암은 여기서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래자의 효도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를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라 했다. 농암의 이런 경로 효행은 조정으로 알려져 당대 명현 54분이 축하 시를 보냈으며, 이후 선조 임금이 농암 가문에 ‘적선積善’이라는 대자 글씨를 하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애일당구로회’의 축하시문을 보낸 당대 명현은 80여 분이다. 이 가운데 43분의 친필 시와 경로잔치의 그림이 농암종택에 보관되어 있다.

애일당 편액’은 ‘중국 제2명필’이 썼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고, 지금 마루에는 10여분의 친필 시가 판각되어 있다.

분강, 애일당을 찬양하여 축하 시문을 남긴 당대 명현들은 다음과 같다.

李賢輔, 金縯, 黃필(王+筆), 金瑛, 黃漢忠, 孫洙, 金安老, 李沆, 金克成, 朴祥, 金世弼, 南袞, 蘇世讓, 蘇世良, 金粹潭,沈思遜, 李希輔, 辛熙貞,李偉, 金安國, 李思鈞, 李荇, 魚得江, 玉峯野老, 黃汝獻, 曺伸, 黃孝獻, 魚泳濬, 鄭士龍, 金粹涵,安處明, 兪仲翼, 尹殷弼, 兪瑍, 洪彦國, 李迨 , 金永鈞, 李長坤, 柳希齡, 張玉,(이상『애일당구경첩』상 친필보존), 權應挺, 權應昌, 李文健, 黃俊良(이상 『애일당구경첩』하 친필보존), 申鏛, 權橃, 李文樑, 李彦迪, 李瀣, 周世鵬, 李滉, 金璡, 李仲樑,任鼐臣, 趙士秀, 沈貞, 表憑, 蔡紹權, 任虎臣, 沈通源,

후대 추모 詩文를 남긴 명현

趙穆, 鄭逑, 琴梧, 金玏, 李叔樑, 權好文, 琴輔, 金中淸, 黃汝一, 權東輔, 金富弼, 吳守盈, 柳夢鼎, 全慶昌, 金箕報, 裵三益, 金農, 金克一, 金誠一, 權春蘭, 楊士奇, 金富倫, 申之悌, 李埈, 任屹, 金涌, 吳澐, 宋言愼, 金澤龍, 金得硏, 金坽, 南孝慤, 尹義貞, 李萬敷, 蔡彭胤, 金應祖, 琴聖徽, 金是榲, 李徽逸, 金啓光, 權斗經, 金鏞, 李簠, 南天祜, 李元弼, 李明夏, 尹遇明, 成文夏, 吳峻基, 李聖賚, 李光春, 金玉鉉, 孫雲泰, 李彙寧, 李彙載, 李定淳 

5) 애일당구경첩

《애일당구경첩》은 농암이 직접 작첩한 것으로, 당대 명현 43명의 친필 시와 <제천정전별연도>, <화산양로연>, <분천헌연도>의 그림이 남아 있다. 금계 황준량이 작첩한 《애일당구경별록》에는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조 작품과 이문건, 권응정, 권응창의 친필 시가 실려 있다.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국학원에서 《귀중본자료집》으로 발간한 바 있다.  

그런데 《애일당구경첩》에는 놀랍게도 남곤, 이항의 시가 있다. 남곤 글씨는 거의 없다. 남곤은 조광조와 대척 관계에 있었다. 기묘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역사상 사림 집단으로부터 가장 기피된 인물이다. 그런 연유인지 남곤은 자신의 글을 생전에 모두 태워 버렸다. 그렇지만 이들의 행적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인간의 생애에 음지가 있다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남곤은 당대 문장가로, ‘문형文衡’을 역임했다. 글의 효용성을 두고 조광조와 첨예하게 대립하여 문학사에 이른바 ‘사장파詞章派’와 ‘도학파道學派’의 담론을 구체화한 인물이기도 했다. 전자는 문장 수사를 중요시했고, 후자는 바른 도덕을 강조했다. 글에 대한 이론 투쟁은 시국을 보는 안목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가령 중국과의 외교에서 전자는 ‘문장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후자는 만연한 부패 관료들에게는 ‘윤리의식이 시급하다’는 것이 문학관의 차이이자 시국관의 차이였다. 결국 이런 상이한 세계관이 기묘년의 참극을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문학사를 풍부하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이항도 그런 측면이 있다. 청량산박물관에는 태자사(안동시 도산면 태자리 소재)의 ‘낭공대사비문’을 김생의 글자로 집자한 비석의 모사품이 있다. 그런데 그 비석 측면에는 이 글씨가 김생의 것이라고 밝힌 글이 새겨져 있는데, 가만히 보니 놀랍게도 이항의 글씨였다. 최근 개관한 청량산박물관에 갔다가 우연히 그 글을 보게 되었는데, 역사상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젊었을 때 《비해당집고첩》에서 김생 필적을 보았는데, 그 모양이 용이 날고 호랑이가 누워 있는 듯해서 몹시 좋아했다. 그러나 세상에 전하는 것이 드물어 매우 한스러웠다. 내가 영주군수로 부임하니 이웃 봉화현의 옛 절터에 비석이 하나 있는데 김생의 글씨라 했다. 나는 세상의 드문 보배가 풀숲에 매몰되어 들판의 소가 비벼 대고 목동들이 모닥불을 피울까 걱정스러워 전 참봉 권현손과 의논하여 비석을 자민루 아래로 옮겨 안치하고, 난간을 둘러 자물쇠로 단단히 잠그고 탁본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이로써 김생의 필적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선비들이 다투어 구경하게 되었다. 아아! 천백 년 동안 골짜기에 버려진 돌덩이가 하루아침에 세상의 보배가 되었으니 대저 사물의 드러나고 묻혀버림도 또한 이런 것인가!”

1509년 가을, 군수 낙서 이항이 기록하고 박눌이 쓰다.

《애일당구경첩》에 남곤의 시를 그대로 실어 놓았음은 놀라운 일이다. 이미 사림 집단으로부터 ‘천벌 받을 악인’으로 지목되고, 영남에서 ‘곤질곤질하다’, ‘곤정거린다’라는 말이 유포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배척받은 인물인지 알고도 남는다. 이런 말은 남곤, 김질, 심정을 지목한 말로 ‘잔인하고, 못된 일을 모의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는 사림 집단에서 기피당한 또 한 명의 거물 정객인 김안로의 시도 실려 있다. 김안로의 시 끝에는 “희락당병부와초希樂堂病夫臥草”라 쓰여 있다. ‘희락당’은 김안로의 호이니 해석하면 ‘병든 김안로가 병석에서 겨우겨우 지었다’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없지만 필사본 《농암집》에는 남곤과 쌍벽을 이루는 심정의 시도 있다. 감정이 틀어진 것은 후일의 일이고, 소장 관료일 때는 모두 농암과 축하 시문도 주고받는 그런 사이였다. 농암이 시를 받아 직접 작첩했기에 자손들이 감히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둔 것이었고, 《애일당구경별록》은 손서인 금계 황준량이 이를 보완해서 만든 책이다.

《애일당구경첩》에는 삽입되고 빠진 시가 각각 한 편씩 있다. 삽입된 것은 퇴계가 농암에게 보낸 <농암선생내림한서聾巖先生來臨寒栖>와 <삼월삼일우중우감三月三日雨中寓感>이라는 시인데, 다른 선현들의 시와는 전연 관련이 없다. ‘연筵’, ‘당堂’자의 운을 따르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빠진 한 편은 월연月淵 이태李迨의 시다. 어찌된 일인지 월연의 시는 똑같은 시가 두 편 있었다. 선친이 오래전에 그 한 장을 후손인 벽사 이우성 선생께 드렸다. 선생은 월연의 육필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며 진정 갖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애일당구경첩》에서 유일하게 빠진 한 편이 되었다. 벽사 선생은 이 시를 가첩家牒에 작첩하고, 그 아래 “농암종택에서 얻었다”고 하며 그 연유를 적은 글을 보낸 바 있다. 언젠가 내가 벽사 선생에게 “왜 똑같은 두 편이 있을까요” 물으니 “아마 보낸 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써서 보낸 것인지 모르겠다” 하셨다.

성균관대에 《근묵槿墨》이라는 책이 있다. 역대 명현의 글씨를 총망라한 책이다. 수록된 분만 1,136명이다. 오세창 선생이 수집한 것을 가족들이 기증했다. ‘진품’이라 했지만 청명 임창순 선생은 정몽주를 비롯한 여말선초의 몇 분 글씨를 “신빙하기에는 너무나 근거가 박약하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필자가 보니 어득강, 이장곤, 박상의 글씨도 왠지 의심이 간다. 어찌된 일인지 《애일당구경첩》에 실린 것과 내용과 글씨가 똑같다. 그렇다면 진품이 두 장인가?

2005년 7월 9일, 문화재전문위원인 이정섭 선생이 집에 와서 학생들에게 ‘초서’를 가르치는데, 마침 《근묵》이 교재여서 《애일당구경첩》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얼핏 보니 똑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그래서 이정섭 선생께 여쭈어보니 “무언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고 하시고, 얼마 후에 다시 “이건 수수께끼로 해두자” 하셨다. ‘수수께끼로 해두자’는 말씀은 ‘단정 유보’라는 뜻이지만 뉘앙스는 매우 부정정인 것으로 느껴졌다.

참고로, 어득강魚得江은 호를 ‘관포灌圃’라 했는데,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이름이라 생각하는 이름이다. “터 밭[圃]에 물을 주고[灌], 고기[魚]를 강[江]에서 잡는다[得]”이니, 이보다 좋은 이름이 어디 있는가!

사진: 『애일당구경첩』과 『애일당구경별록』(보물1202)

해설: 480년이 지났어도 별로 손상 없이 깨끗하니 우리 한지韓紙의 우수성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이런 한지를 요즘에는 생산할 수 없을까? 그리고 한 행사에 같은 ‘운韻’자를 써 40여명이 집단적으로 증시贈詩를 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것도 당대 명현들이 총망라된 점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애일당구경첩』에는 농암을 비롯한 김안국金安國, 이행李荇, 이장곤李長坤, 정사룡鄭士龍, 박상朴祥, 소세량蘇世讓, 어득강魚得江 등 친필 시 40여 편이 실려 있고, 『애일당구경별록』에는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조작품과 황준량黃俊良, 권응정權應挺, 권응창權應昌, 이문건李文健의 친필 시가 있다.

사진: 남곤의 시

해설: 시의 끝에 이름이 지워지고 ‘사화士華’라는 희미한 표시만 있다. ‘사화’는 남곤의 자字다. 이미 작첩되어 있는 것을 도려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이름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고 하니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표시해 둔 것 같다.

6) 고향유정

2005년 6월, 분강을 찾았다. 농암 문학 현장을 찾고자 하는 분이 있어 안내했다. 도산서원 진입로의 ‘농암가비’를 보고 산길을 내려가면 바로 분천마을이고, 농암 종택 집터가 나온다. 내려가는 산길 중턱에 있는 선친의 묘소에 참배했다. 선친은 당대의 학자로 많은 제자를 두었으며, 안동의 마지막 유림장儒林葬을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퇴계학맥도에 최후로 학자로 이름이 등제되었다. 지금 그 학문을 잇고자하는 학계學稧(분상학계汾上學稧)가 결성되어 있다. 묘전비는 분상학계에서 세웠는데, 선친이 직접 쓴‘자명自銘’이 새겨져 있다. 비문을 다시 읽어보고 곧 아래로 내려갔다.

사진: 용헌처사(호는 용헌庸軒, 이름은 이용구李龍九,1908-1998) 모습, 봉정사에서 안동대교수들과 함께

묘소 바로 아래가 종택 터전인데 아직도 담장 터가 완연하다. 담장 길을 따라가며 중얼거렸다. 여기 사랑채가 있었고, 여기 안채가 있었으며, 여기 감나무가 있었고, 여기 맛 좋은 먹 추리나무가 있었다고. 마당에는 사각형의 단아한 옥인석玉印石과 금상석金床石이라는 바위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흙에 묻힌 모양이다.

집터를 나와 둘러보니 넓은 들판에 이름 모를 남색 꽃이 끝없이 피어 있다. 너무 고와 눈이 부실 지경이다. 꽃길 따라 강가로 나아가니 ‘분천바위’에 ‘분천汾川’, ‘감퇴바위’에 ‘쌍암雙巖’이 새겨져있다. 어린 시절 무수히 가서 놀던 바위이다. ‘분천’은 금방 알 수 있는데 ‘쌍암’의 글자는 용트림 같은 초서로 그 누구도 모를 글씨이다. 그림 같은 글씨이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돌아 나와 아래쪽 산기슭으로 풀을 헤치고 나아가니 ‘행암대杏巖臺’의 암각서가 위아래 두 곳에 새겨져 있다. 내 증조부 글씨다. 대자大字 옆에 ‘丙申六月 十三代孫 裕憲 謹書’라고 뚜렷하게 쓰여 있다. 증조부는 겨우 31살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이미 선비가 다 되어 있어 도산 향내가 애석하게 생각했다.

사진: 최근의 분천리 모습

나오는 길에 ‘전평前坪’이란 암각서를 찾고자 했으나 풀 때문에 찾을 수 없었다. 길가의 동구바위에는 ‘영지동천靈芝洞天’과 ‘광현廣峴’의 글씨들이 보였다. 돌이 없어지지 않은 한 남아있을 터이나 누가 다시 와서 찾아볼지 알 수 없다. 지금 부내에는 이외에도 여러 암각서가 있지만 이제는 저 무성한 숲과 더불어 망각의 세월에 묻혀버릴 것 같다.

사진: 분강의 암각화인 분천

해설: 분강에는 조상들이 새겨놓은 ‘분천汾川’을 비롯하여 벽오碧梧, 환암串巖, 행암대杏巖臺, 행암유원杏巖遊園, 강산명월江山明月, 청암靑巖, 전평前坪, 쌍암雙巖, 영지동천靈芝洞天, 광현廣峴 등의 암각서가 있다. 쌍암에는 옆에 ‘임오 6월’이라는 제작 년 월을 써 놓았다. 농암선생정대구장聾巖先生亭臺舊庄은 도산면 가송리로 옮겼다.

암각서를 둘러보고 강변을 따라 상류로 오르니 강가에 우뚝한 바위가 하나 있다. 귀먹바위즉‘농암聾巖’이다. 어린 시절 무수히 놀던 곳이다. 어루만지며 올라가니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농암가>의 한 구절처럼 “모수모구某山某丘가 어제 본 듯”했다. 바위 위에는 날아갈 듯 애일당이 자리하고 있는 듯했고, 그 아래 바위에는 ‘농암聾巖, 선생先生, 정대亭臺, 구장舊庄’이라는 큰 글씨가 음각되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졌고, 다만 눈앞 분강에는 농암바위, 사자바위, 코끼리바위, 자리바위가 어제처럼 그렇게 있다. 언제나 저렇게 있으리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아늑한 시절로 유영해 갔다.

그때 농암이 배를 띄웠다. 흥은 고조되는데 노래가 없었다. 노래는 있지만 도무지 어울리는 노래가 없었다. 새로 노래를 지을 수밖에. 그래서 지은 노래가 <어부가>다. 전래의 어부가는 그 무렵 인기를 잃고 망각되어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농암이 이를 발굴하여 ‘읊을 수 있고[詠]’, ‘노래할 수 있도록[唱]’했다. <어부장가> 9장과 <어부단가> 5장은 그래서 나왔다.

이때 퇴계가 왔다. 함께 배를 타고 분강 가운데의 자라바위로 갔다. 넓은 바위 좌우로 물이 흐르고 있어 저 유명한 유상곡수流觴曲水의 풍류를 즐겼다. 퇴계의 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박준朴浚이 만든 책에 <어부가>와 <쌍화점> 여러 곡이 들어 있는데, 사람들이 저것을 들으면 수무족답手舞足踏하고, 이것을 들으면 권태로움으로 잠이 오는데, 이는 웬 일인가? 진실로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음을 알지 못한다.

수무족답, 즉 손이 춤추고 발이 뛰는 흥겨운 것은 <쌍화점> 여러 곡이고, 권태로워 잠이 오는 것은 <어부가>다. 이 <어부가>는 “진실로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음을 알지 못한다”고 했으니 ‘그 사람’이란 바로 농암이었다. 퇴계는 드디어 “농암은 강호의 진락을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도산 12곡>과 더불어 글씨를 써서 영원히 남기고자 했다. 그런 작품이 농암의 ‘어부가’였다.

농암 종택의 역사는 길다. 1526년에 그린 <분천헌연도>에도 옛 모습이 뚜렷하니 적어도 600년은 확실히 넘었다. 농암도 여기서 태어났고, 조상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 집이었지만 지금은 수풀만이 무성하다. 수몰 이후 30여 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다. 도산서원을 오가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전연 관심 없는 사람처럼 지나갔다. 이상한 일이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고향을 다시 찾은 것은 최근인데, 아마 가송리에 새 터전을 마련한 이후가 아닌가 한다. 그때까지 나에게 고향은 그렇게 남아 있었다.

고향故鄕은 무엇인가? 가령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날 나는 나훈아가 제일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고로 좋다. 집에 온통 나훈아 CD 뿐이다. 이미자도 물론 좋다. 된장도 맛이 좋고, 시래기 국도 좋고, 국수도 점점 입에 맞다. 게으른 내가 지난해에는 도산초등학교총동창회를 제안하여 올해 총동창회체육대회를 열기도 했다. 또 청량산문화연구회를 제안하여 간행물도 만들고 잔치도 한다. 고향의 그리움이 이런 일을 하게 한다. 인생은 그렇게 흐르는 모양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맛이 새로워지는 곳, 세월이 흐를수록 그 멋이 정겨워지는 곳. 우리 영혼의 심원으로 들어가는 곳. 정녕 고향은 그런 곳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 분천리 풍광과 도산전경

해설: 바로 앞 70만평에 이르는 분천들과 도산서원, 청량산이 일직선으로 펼쳐저 있다. 분천리는 안동댐 당시 큰 와가瓦家 7가구, 80여 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 그 한집도 온전하게 보존되지 못했다. 한옥고가에 대한 개념이 없는 당시 집들은 그렇게 물속으로 사라졌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농암선생특별전

해설: 선현들 가운데 우리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인물로 농암을 첫 번째로 선정하여 2007년 11월 20일부터 2008년 1월 27일까지 “때때옷의 선비-농암 이현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