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당중건기


무이(武夷)에 있는 열두 골짜기는 천하에 이름이 나 있다. 회암(晦庵) 주자(朱子)가 정사(精舍). 를 읊으면서 ‘나는 천석(泉石)에서 산다’고 하였다.
청량산(淸凉山)의 12봉우리는 동방에서 유명하다. 퇴계 선생이 유산록(遊山錄)에 기록하기를, ‘실로 우리 집안의 산〔吾家山〕이다.’라고 하였다.
아아, 산은 하늘과 땅이 만들어 원기(元氣)가 서려서 오랜 세월 뒤에 오는 이들을 기다린다. 그 의미가 어찌 우연한 것이라 하겠는가? 이에 우리 두 선생이 나와 이 산에 자리 잡아 한가롭게 유람할 때, 어짊〔仁〕과 지혜로움〔智〕의 무궁한 즐거움을 이 산에 붙였으니, 저 이내와 노을 밖으로 뾰쪽한 옥같이 서 있는 저 산 모두는 우리가 책상에서 궁구하는 대상이다.

만세에 전하는 우리의 도를 이 산에 부탁하지 않고 어느 곳에 하겠는가? 무이의 집은 주자가 살던 당대에 지었으나 청량의 집 은 후현(後賢)들이 지었다. 이것은 이른바 ‘시는 이루어졌는데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조 임진년(1832년, 순조 32년)에 한 지역의 선비들이 원근 사림들에게 묻고 도모하여 비로소 삼 칸 집을 자소봉(紫霄峰) 아래 지었다. 선생의 유지를 이루고, 많은 선비들의 여론을 따른 것이다. 이윽고 도를 강론하고 학문을 흥성하는 장소로 삼아 편액을 ‘오산당(吾山堂)’이라 했는데, 유록 가운데 ‘우리 집의 산〔吾家山〕’이란 말에서 따 왔다.
이로부터 염정(濂亭) 의 풍월은 끝이 없고, 녹동(鹿洞) 에서는 거문고 타며 시를 읊는 소리〔絃誦〕가 들리니, 반 묘의 집과 담장이 오롯하게 동방의 무이가 되었다. 이로써 우리 유학의 학생들은 훌륭하신 선현을 존모하는 마음이 향할 곳이 있어서, 학문하는 데 헤매지 않게 되었다.

불행히도 병인년에 변란을 만났으니, 그것은 용한(龍漢)의 겁(劫)과 같다. 아름다운 돌이 다 타버리고 집과 방은 남은 것이 없어 가시나무와 쑥이 넓고 평평한 문가에까지 뒤덮었다. 하늘이 어찌 우리 유학을 다 없애려고 하겠는가? 아니, 기수(氣數)가 마침 그러했을 것이다.

오호라, 정자(程子)의 형인 정호(程顥)가 안락정(顔樂亭)의 명(銘)에서 ‘우물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땅을 차마 묵히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렇다, 정학(正學)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아아, 오늘날 선비들은 모두 선생의 아득한 제자들이다. 기수가 마침 그렇다고 해서, 다시 짓고자 하는 뜻을 하루라도 잊어서야 되겠는가?

근래에 종손인 아무개 등이 고을 유자들과 더불어 슬퍼하며 새로 집을 짓고자 골짜기의 더러운 것을 다 쓸어 내고 예전의 규모를 되찾았다. 전후로 날짜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아름답게 집을 지으니 산천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귀신이 몰래 와서 도와주었는지도 모른다.

당(堂)의 모습은 모두 도산을 따랐다. 그러나 앞에 물린〔退〕 기둥 몇 개는 넓이를 넓혔고, 작은 못을 새로 파서 아름다움을 더했다. 운서(雲棲)와 지숙(止宿)과 오산(吾山)은 모두 옛 이름을 그대로 따랐다. 관선(觀善)과 유정(幽貞)과 정우(淨友)는 모두 새로 편액을 걸었다. 대체로 우물처럼 반듯하고 질서가 있다.

이윽고 본손(本孫)인 이만여(李晩輿)가 《오산지(吾山誌)》를 엮어 당의 고사(故事)를 갖추고, 나 도화(道和)에게 그 일을 기록하는 책임을 맡겼다. 후대에 태어나 아는 게 없는 나를 돌아보니 비록 말을 몇 줄 기록하는 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도화의 어리석음을 생각해 보니 어떻게 이 일을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선생의 가르침을 존모하여 일찍이 도산에 올라가 상덕사(尙德祠)에 배알하고 천연대(天淵臺)를 바라보면서, 기수(沂水)에서 목욕하는 동자가 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니 서글퍼서 탄식할 뿐이다.

오늘 보잘 것 없는 이름을 외람되이 선생의 당(堂)에 기탁했으니 그 영광이 얼마나 큰가? 이에 어리석음을 헤아리지 않고 절하여 영광을 받는다.
이윽고 또 아뢰기를,
“이번 일은 진실로 선생을 높이고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왔다. 그런데 높이고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이에 우리 유학의 군자들이 더욱 선생의 글을 읽고 더욱 선생의 학문을 강(講)하여, 옷깃을 잡고 당에 올라, 선생의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기상을 완연하게 본받으며, 단정한 걸음걸이로 문에 들어가, 밝고 정성스러운 가르침을 듣는 듯하여, 선생의 도가 끊어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 어진 자는 큰 도를 알고 어질지 못한 자라도 작은 가르침을 알면, 한때 거세게 치솟는 거친 기운은 저절로 밝은 태양 아래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당도 천지와 더불어 끝이 없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순경(荀卿)의 말에 ‘제자가 학문을 힘쓰면 하늘이 잊지 않는다. 오랜 역사가 반드시 반복하는 이치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법이다’라고 하였다. 모든 군자들을 위해 이 말을 외우고 기록한다.


갑진년(1904년, 대한제국 광무 8년) 8월 신미일에 후학 문소(聞韶) 김도화(金道和)는 삼가 쓴다.












무이(武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