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한국의 5대 명산-청량산

1544년, 신재 주세붕(愼齋周世鵬1495-1554)선생이 청량산을 등산하고 한편의 기행문을 남겼다. 그 제목이 ‘유청량산록’이다. 한자로는 ‘遊淸凉山錄’이라고 했다. 청량산 최초의 산행기록이다. 그런데 그 글에는 놀랍게도 청량산을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 박연폭포 등과 비견되는 ‘5대 명산이나 명소’의 하나로 보고 거듭거듭 찬양했다.

“우리나라 산중에 웅장함은 지리산이요, 청절한 것은 금강산이며, 기이하고 빼어난 것은 박연폭포와 가야산 계곡이다. 그러나 단정하고 엄숙하며 상쾌하고 경개한 산으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산이 청량산 이다.”

“우리나라의 명산을 묻는다면 반드시 저 다섯 산을 이를 것이니, 북은 묘향산, 서는 구월산, 동은 금강산, 가운데는 삼각산, 남은 지리산이다. 그러나 적으면서 仙境의 산을 묻는다면 반드시 청량산을 꼽을 것이다.”

‘규모는 작으나 선경의 명산’이 신재가 본 청량산이다. 그때, 신재는 일주일 동안의 산행에서 19개의 절과 암자를 직접 만났다. 이 무렵 청량산에는 27개의 절과 암자가 있었으니 산의 규모와 절, 암자와의 배치를 연상해보면 전체가 법당인 ‘불가佛家의 산’이고, 사찰, 암자의 바다였다. 그런 불교적 요소와 육육봉의 아름다운 산세는 신재를 매료시켰다. 그래서 신재는 장문의 기행문을 쓰고, 그 속에 청량산이 ‘천하의 명산’에 손색이 없다 했다.

신재의 ‘유청량산록’은 ‘청량산기행문’으로는 전무후무한 최고의 명문이다. 발문을 쓴 퇴계는 청량산의 신재의 만남을 ‘산의 일대 만남’이라 했고, 그 표현을 ‘山之一大遇’라 했다. 청량산이 임자를 만나 ‘그 진가를 비로소 얻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글의 빼어난 문장력과 심미안을 극찬하며 ‘위대하시다(偉哉)’라고 했다. 퇴계는 나아가 자신의 소백산 산행 ‘기행문(遊小白山錄)’을 직접 쓰고 그 효용을 역설했다.

“내가 그 ‘시문(신재의 유청량산록)’의 뛰어남을 감상하니 곳곳에서 읊은 것이 마치 홍안의 백발노인과 더불어 말하고 서로 수창酬唱하는 듯했다. 이에 힘입어 감흥을 일으키고 정취를 얻은 것이 진실로 많았다. 진실로 ‘유산遊山’을 하는 자는 ‘유록遊錄’을 남겨야 한다. 왜냐하면 기행문은 등산에 유익함을 주기 때문이다.”

‘유산遊山’은 등산이며 ‘유록遊錄’은 기행문이다. “유산하는 자 유록을 써야한다”는 퇴계의 언급은 하나의 등산지침이 되었다. 그래서 신재의 기행문은 이 후 수많은 선비들의 청량산기행문 저술의 전형이 되었다. 이미 발견된 기행문만 100여 편에 이르고 시는 1000 여 수에 이르니, 전체 650여 편의 조선시대 산행기로 보면 금강산, 지리산에 이어 최고로 많은 산행기를 남긴 산이 되었다.

이후 청량산은 퇴계退溪의 영향과 함께 영남유교의 메카와 같은 성지로 인식되어, 선비들의 유산과 유산기작성은 일종의 성지순례와 순례보고서제출의 의미마저 지니게 되었다. 이로써 신재 당시에 이미 ‘명산’이 되어 있었던 청량산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더더욱 ‘명산’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말하자면 청량산은 ‘불가의 명산’이고 한편으로는 ‘유가의 명산’이 되었다.

이번에 청량산박물관에서 번역하고 편집하여 펴내는 ‘유청량산록’은 그 동안 고문헌에서 잠자고 있던 이런 청량산유산기를 일반들에게 소개하는 일로 실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벅찬 일을 청량산박물관의 정민호 학예사가 거의 혼자 감당하여 이런 훌륭한 책을 만들어 냄은 지역사회의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크나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책이 다 되어 갈 무렵 필자에게 그 ‘서문’을 쓰도록 하니, 식견이 부족한 사람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나, 거듭 권유하니 책이 나오도록 조력한 한 사람으로서 그저 이런 두어 자 글을 써서 서문에 대신하고자 한다.

2006년 12월

청량산문화연구회 회장 李性源謹撰

**2006년 봉화군 발행 <청량산유람록>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