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溪先生宗宅復元記 

 퇴계退溪 선생께서 우리나라 유사有史 이후의 역사를 평가하면서 진정 ‘예의禮儀의 나라’이며 ‘문헌文獻의 나라’라고 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문명국의 나라였다는 의미이다. ‘예의’와 ‘문헌’은 중국을 문명국으로 만든 결정적 조건이기에 우리나라를 ‘소중화小中華’라고 한 연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와 같이 ‘예의’와 ‘문헌’은 우리 인간이 인간다움의 삶을 살아가는 최고의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아! 여기 나라가 야만국의 총칼에 침탈당할 때 예의를 지켜 민족적 자존을 지켰고, 문헌을 남겨 그 사실을 후세에 알게 했으니 ‘온계선생종택복원’이 바로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온계선생종택은 정민공貞愍公 온계溫溪 이해李瀣(1496-1550)선생을 불천위不遷位로 모신 종택으로, 17대 450여년을 이어온 명문 종택이었다.

 온계 선생은 퇴계선생의 중형仲兄으로, 출중한 재주와 국량局量을 지닌 분이었다. 30대에 사간, 정언, 정랑 등의 벼슬을, 40대에는 도승지, 대사헌, 대사간, 예조참판, 황해도관찰사, 충청도관찰사, 한성부우윤 등의 청요직을 역임한 강직한 성품의 문신文臣이었다.

  시장諡狀의 글에 “공은 인품이 너그럽고 도량이 넓었으며, 남들과 말 할 때는 온화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러나 조정에서 시是. 비非. 충忠. 령侫을 논의 할 때는 남달리 강직했다. 이런 까닭으로 군자들은 흠모하고 사랑했으나, 소인들은 원수처럼 미워하였다”라고 했다. 이런 성품은 소인의 시기를 받아 사화士禍에 연루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선생의 바르고 정당한 업적이야 어찌 천추엔들 묻히게 되겠는가! 선생은 복권되었고, 정민공貞愍公의 시호諡號가 내려졌다. 선생의 곧은 나라사랑과 선비정신은 긴 세월 종택과 후손들에게 이어져서 불의不義의 시대에 다시금 되살아나는 지남指南이 되었다.       

 일제日帝의 침략마수가 뻗쳐 오던 1896년 7월 29일, 선생의 종택은 일제와 관군에 의해 방화, 전소되었다. 이는 선생의 종손 이의화李義和의 의병활동과 그 동생 이인화李仁和가 예안禮安의 3대 의병대장을 한 연유 때문이었다. 그 사실이 진성이씨 대종택인 주촌周村종택의 종손인 이긍연李兢淵의 을미의병일기乙未義兵日記에 기적처럼 실려 있었다. 그 글에는,

 “병정들이 마음대로 온혜로 들어가 삼백당三栢堂(온계종택당호)을 불 질렀다. 놀랍고 당황함은 무엇으로 말하랴. 불행 중 다행은 사당祠堂만은 무사한 점이었다.”

 방화는 일제의 만행이며 보복이었다. 이 문헌이 최근 발굴 공개되니 종택복원의 당위성이 논의 되어, 초대 예안 의병대장이며 단식순국하신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선생의 후손인 고故 이동석李東奭 안동도청유치위원장과 공사를 전담하다시피 한 이목李睦 종손에 의해 정열적으로 추진되어 전소된 지 114년만인 오늘 드디어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옛 그대로의 복원’은 가도家圖가 보존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 한 가문의 흥망쇠퇴가 어찌 한 두 사람의 인력으로 결정되는 일이겠는가. 온계선생종택의 복원은 선생의 정의로움과 종택과 후손들의 오랜 적덕積德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겠는가. 이제 다시 천년을 이어갈 새 종택이 완성되었으니 다시금 나라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종택으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길손들이여! 온계선생종택에 와서 역사를 상고하고 사람 사는 이치를 배우기를 바라노라.   

                                                                                                                                                  2011年  5月

                                                                                                                                   文學博士 永川 李 性 源 謹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