永川李氏 聾巖宗宅 冠禮
日時: 2009年(己丑年) 5月 16日(陰 4月 22日) 11:30
場所: 慶北 安東市 陶山面 佳松里 농암종택
**표지사진: 聾 巖 宗 宅
**뒷면사진: 종택 사랑대청마루에 걸려있는 ‘積善’의 현판.
(선조임금 글씨)
해설：농암의 6째 아들인 매암 이숙량이 왕자사부의 벼슬을 제수 받아 임금 앞에 나아가 사은숙배하고 나오니, 선조임금이 접견하고 말씀하시기를 “너의 집은 적선지가가 아니냐” 하시고, 즉석에서 무려 1m에 가까운 크기의 글씨를 써서 하사했다. 이 글씨는 도산서원에도 그대로 판각되어 있다.
농암선생과 농암종택
1)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 1467-1555)
자字는 비중 棐仲, 호號는 농암聾巖, 본관은 영천永川으로, 안동시 도산면 분천리에서 태어났다. 20세 때 홍귀달洪貴達 선생께 수학하고, 32세에 문과 급제했다. 36세에 사관으로 사초史草를 바르게 쓸 수 있도록 직언하여 연산군의 미움을 얻었고, 38세 때는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였다가 안동으로 유배되었다. 연산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하니, 친구들은 선생의 이런 강직함을 보고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다. 사관史官으로서 유일하게 사지死地를 벗어난 경우이다.
중종반정으로 복직되어 형조참판, 호조참판, 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했으나, 그때마다 외직을 자청하여 영천, 안동, 경주, 대구, 경상도관찰사 등의 8개 고을살이도 했다. 경직京職을 절대적으로 선호한 당시의 정치풍토로 볼 때, 외직의 자청은 남다른 효심孝心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생에 보다 가깝게 가고자 하는 일관된 신념이었다. 동료들의 신망과 존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동부사 시절 ‘화산양로연花山養老宴’에는 80세 이상의 남녀귀천을 한자리에 함께 초청하는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인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사람을 대함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는 퇴계선생의 행장行狀 기록과 일치한다. 주민이 전출의 길을 가로막는 사건들에서, 선생이 당대에 계층을 초월하고 누렸던 인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선생은 휴머니즘이 가득한 목민관으로, 대시인大詩人이며 대효자大孝子였다. 화산양로연은 고향에서 마련한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로 이어졌고, 여기서도 선생은 70세 노구의 몸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90세 부모와 노인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경로모습에 동료친구들이 일제히 축하시를 보냈고, 지금 그 친필시 40편이 그대로 종택에 보존되어 있으니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보물 1202호)이 바로 그 책이다. ‘애일당구로회’는 아들, 손자로 이어졌고, 이후 400여 년을 이어오는 농암가문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부모가 돌아가시자 선생은 국왕과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표연히 귀거래했다. 선생을 위한 전별연餞別宴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으로, 국왕은 금포金袍와 금서대金犀帶를 하사했고, 관료들은 일제히 전별 시詩를 지어 선물했다. 한강까지 이어진 행차를 보고 도성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 ‘이런 모습은 고금에 없는 성사’라고 했고, 퇴계는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김중청金中淸은 이 은퇴에 대해 “회재晦齋(李彦迪), 충재冲齋(權橃)께서 전송대열에 서고, 모재慕齋(金安國), 퇴계退溪(李滉)께서 시를 지어 전별했으니, 중국의 소광疏廣, 소수疏受의 은퇴에 어찌 비교되겠는가. 이는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 이래 없었던 일로, 우리 농암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단 한 분뿐이다”라고 찬양했다. 실록은 이를 ‘염퇴恬退’라 규정했다.
은퇴 후 선생은 농부로 자임自任하고 일게 서생書生과 다름없는 담백하고 물욕 없는 생활을 하여 ‘유선儒仙’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천성적인 시인으로, 분강의 강가를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거닐면서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낭만적 풍경’을 연출했다. 이 감흥과 미의식이 그대로 문학과 예술이 되었다. 이런 강호생활은 분강, 애일당을 예방한 동료, 후배들에 의해 ‘영남가단嶺南歌壇’이 형성되는 모태가 되었다.
특히 퇴계는 동향의 후배로써 인간적, 문학적으로 남다른 교류를 했으며, ‘어부가’의 발문에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으니, 아! 선생은 이미 강호의 그 진락眞樂을 얻었다”라고 찬양했다. 관료적문학이 성행할 때, ‘강호지락江湖之樂’과 ‘강호지미江湖之美’라는 새로운 문학세계의 지평을 열며, ‘어부장가’, ‘어부단가’를 비롯한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가작품을 남겨, 한국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쳐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았다.
‘어부단가’ 5장 가운데 그 2장’은 이러하다.
굽어보면 千尋綠水, 돌아보니 萬疊靑山,
열 길 티끌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가.
江湖에 月白하거든 더욱 無心하여라.
‘어부가’는 이후 퇴계의 ‘도산12곡’에 영향을 주었고, 이한진李漢鎭의 ‘속어부사’, 이형상李衡祥의 ‘창보사’ 등에 이어지고, 드디어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이어졌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의 서문에서 “어부사를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하여 유세독립의 정서가 일어나게 했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고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17세기 김응조金應祖, 18세기 권두경權斗經, 19세기 이휘영李彙寧 등의 문집 기록에 “분강에서 농암의 ‘어부가’를 다 함께 불렀다”고 하여, 학술적 계승이 아닌 현장연출로서 수백 년의 집단적 전승이 있었음을 밝혀놓았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송순宋純-정철鄭澈로 이어지는 ‘호남가단湖南歌壇’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고 했다.
만년에 기로소耆老所에 입소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명종으로부터 “경은 진실로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라. 염퇴이양恬退頤養이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했다”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은퇴 후 거듭되는 상경上京 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 않으니, 나라에서 1품인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品階를 내려 예우禮遇했다. 그래서 조선전기에 보기 드문 ‘재야정승在野政丞’이 되었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 직책을 띠고 있었다.
89세에 몰沒하니 나라에서는 ‘孝’와 ‘절개’의 정신을 기려 ‘효절孝節’이란 시호를 내렸다. 조선 500년, ‘대로大老’라고 불려 진 인물은 흔하지 않으며, ‘효절’이란 시호 역시 선생이 유일하다. 선생은 전 생애에 걸쳐 명예를 포기하여 더 큰 명예를 얻은 삶을 몸소 보여주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고, ‘분강서원’에 재향되었다. 문화관광부의 ‘2001년도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있었고, 2007년에는 ‘때때옷의 선비-농암 이현보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2) 농암종택聾巖宗宅(1370-현재)
농암종택은 농암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이며, 직계자손들이 650여년을 대代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집이다. 최초 이 집을 지은 분은 영천이씨 안동입향시조 이헌李軒으로, 선생의 고조부高祖父이다. 자손들은 지금 이분으로부터는 23세손, 선생으로부터는 18세손까지 내려왔다. 농암선생이 ‘불천위不遷位’로 모셔졌기에 ‘농암종택’으로 부른다.
종택은 2,000여 평의 대지 위에 사당, 안채, 사랑채, 별체, 문간채로 구성된 본채와 긍구당, 명농당 등의 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긍구당肯構堂’은 1350년 이헌이 지은 건물이며, ‘명농당明農堂’은 1501년 선생 나이 44세 때 귀거래歸去來의 의지를 표방하고 지은 집으로, 벽 위에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렸다.
종택과 ‘분강촌汾江村’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은 여러 종류인데, 특히 1526년에 그린 ‘분천헌연도汾川獻燕圖’는 선생 당시의 풍광이 잘 나타나 있다. 바깥마당에 거목의 ‘홰나무(槐木)’가 있어 이를 ‘구인수九印樹’라 불렀다. 그 연유는 선생 당시 아들, 사위 등 9남매가 벼슬을 하여 수연壽宴을 하기 위해 모이면 이 나무에 그 인끈 9개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또 마당에는 ‘옥인석玉印石’, ‘금상석金床石’이라는 우아한 4각형의 단아한 바위가 있었고, 명농당 앞에는 ‘영금당影襟塘’이라는 아담한 연못도 있다. 그러니까 종택 건물 역시 ‘긍구당’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니, 600년의 역사는 넘는 건물이라 할 수 있다.
1544년, 신재(愼齊 周世鵬)선생이 청량산을 가던 도중에 선생을 예방했는데, 그때 선생과 농암종택을 묘사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농암을 분강汾江가로 찾아뵈오니, 공이 문밖까지 나와 맞이했다. 방에 들어가 바둑을 두니 곧 술상이 나왔다. 큰 여종은 거문고를 켜고, 작은 여종이 비파를 불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농암의 ‘귀전부’, 이하李賀의 ‘장진주사’와 소설당蘇雪堂의 ‘행화비렴산여춘’ 등을 노래했다.
공의 아들 문량文樑은 자字가 대성大成인데 모시고 있다가 ‘축수의 노래(壽曲)’를 불렀다. 나와 대성이 일어나 춤을 추니 공이 또한 일어나 춤을 추었다. 이때 공의 춘추 78 세로 내 아버지의 연세여서 더욱 감회가 깊었다.
공의 거처는 비록 협소했으나 좌우로 서책이 차 있으며, 마루 끝에는 화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담 아래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마당의 모래는 눈처럼 깨끗하여 그 쇄락함이 마치 신선의 집과 같았다.”
원문 “公所居殊隘 然左右圖書 堂前列置花盆 墻下植花草 庭沙如雪 灑然若入神仙宅也”
지금 종택 사랑마루에는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내린 ‘적선積善’이란 어필이 걸려있다. 크기가 무려 1m나 되는데, 선생 아들 매암梅巖 이숙량李叔樑이 왕자사부王子師傅의 벼슬을 받아 선조 임금께 나아가 사은숙배하니 임금이 “너의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 하시고, 즉석에서 써서 하사했다. 그 밖에도 종택은 33점의 보물을 포함한 6천여 점의 방대한 전적과 고문서 등의 유품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하여 최근 그 목록집이 발간된 바 있다.
가송리에 이건 복원된 농암종택은 안동시의 ‘고가옥활용 프로그램’에 의해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숙박체험을 하고, 퇴계친필의 농암선생 ‘어부가’와 퇴계선생의 ‘도산12곡’의 탁본도 한다.
종택 주변의 여러 유적들은 ‘분강서원汾江書院’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암 당시에 지어진 집이며, 앞산 너머 청량산 남록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 관자冠者
-성명：李秉覺(농암선생 18대 주손冑孫)
-생년월일：1983년생(癸亥年), 27세
-자字：中甫
-학력：경안중학교 졸업
거창고등학교 졸업
현재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3학년 재학
▣ 주인主人
-父：李性源(농암선생 17대 종손宗孫)
-母：李原定(농암선생 17대 종부 晦齋先生 後孫)
▣ 집사執事
-都執禮: 李有昌(전 예안향교 전교)
-主 賓: 李根必(퇴계선생 16대 종손)
-執 禮: 李東秀(성균관청년유도회 차기중앙회장)
-贊 者: 李衡洙, 林鍾述, 南勝燮, 姜一鎬, 禹柄湜, 林基栢
-解 說: 權石煥(전 경상북도청년유도회장)
-進 行: 姜完植(안동청년유도회 관계례위원장)
*** 당일 주빈의 집안에 상고가 계시어 김창회 의성향교 전교께서 주빈의 역활을 하셨습니다.
-參禮者: 任大植(안동청년유도회 22대회장)
朴寬雨, 金元烈, 鄭益壽, 邊東杰, 千成龍, 孫晋洛, 金台顯, 李在業, 金熙喆, 金壽源, 嚴鐵鎔, 金潤輝, 朴東烈, 朴載雄, 姜求官, 李在煜, 孫好永, 金明東, 申正湜, 曺漢雄, 孫基燮, 張石奎, 金炳相(안동청년유도회원)
▣ 홀기笏記
○ 主人以下序立 迎賓
주인이하서립 영빈
○ 주인이하 늘어서서 손님을 맞이한다.
○ 主人阼階下西向立
주인조계하서향립
○ 주인은 동쪽 계단 밑에 서향해서 서고 자제와 친척은 그 뒤에 선다.
○ 儐者立于門外西向
빈자립우문외서향
○ 인도하는 사람은 대문 밖에 서향해서 선다.
○ 將冠者在房中南向立
장관자재방중남향립
○ 장차 갓 쓸 사람은 방 가운데서 남면 하여 선다.
○ 賓與贊至門外東向立
빈여찬지문외동향립
○ 빈과 찬자는 대문 밖에 와서 동향해서 서되 찬자는 빈의 오른쪽 조금 뒤로 물러나서 선다.
○ 儐者入主人前揖唱賓至
빈자입주인전읍창빈지
○ 인도하는 자가 주인 앞에 들어가서 읍을 하고 “빈이 오셨습니다”하며 고한다.
○ 主人出門左西向再拜
주인출문좌서향재배
○ 주인이 문 밖에 나가 왼쪽에서 서향하여 재배한다.
○ 賓答拜
빈답배
○ 빈이 답배를 한다.
○ 主人揖贊者
주인읍찬자
○ 주인이 찬자에게 읍을 한다.
○ 贊者報揖
찬자보읍
○ 찬자는 읍으로 답한다.
○ 主人揖而行
주인읍이행
○ 주인이 읍을 하며 빈에게 들어가기를 권하고 먼저 들어가면
○ 賓贊從之分庭而行揖讓至階
빈찬종지분정이행읍양지계
○ 빈과 찬자는 주인을 따라 가고 뜰에서 동서로 나누어 가며 읍하고 사양하며 계단까지 간다.
○ 主人至阼階下西向立
주인지조계하서향립
○ 주인은 동계 아래서 서향으로 서고
○ 賓至西階下東向立
빈지서계하동향립
○ 빈은 서계 아래서 동향으로 선다.
○ 賓主揖讓
빈주읍양
○ 빈과 주인은 서로 읍하며 사양하며 먼저 오르기를 권한다.
○ 主人由阼階先升西向
주인유조계선승서향
○ 주인이 동계로 먼저 올라 자리에 서향하여 앉는다.
○ 賓由西階升東向
빈유서계승동향
○ 빈은 서계로 올라 동향하여 앉는다.
○ 贊者盥洗升立房中西向
찬자관세승립방중서향
○ 찬자는 관세하고 세계로 올라가 방안에서 서향하고 선다.
○ 儐者入房中引將冠者出
빈자입방중인장관자출
○ 인도하는 자가 방안에 들어가서 관자를 인도해서
○ 立於席右端南向
입어석우단남향
○ 관례할 자리의 자리 북단에서 남면하고 선다.
○ 贊者取櫛紒簟跪奠于席左
찬자취즐점계점궤우석좌
○ 찬자가 빗과 망건을 소반에 받쳐 들고
○ 興立於將冠者之左
흥립어장관자지좌
○ 자리왼쪽에 꿇어 앉아 놓고 일어나서 장관자의 왼 편에 선다.
[ 初 加 ]
초 가
○ 賓揖將冠者卽席西向跪
빈읍장관자즉석서향궤
○ 빈이 장관자에게 읍을 하면 장관자는 읍으로 답하고 자리에 나아가 서향하여 꿇어앉는다.
○ 贊者卽席跪 爲之櫛合紒 施網巾
찬자즉석궤 위지즐합계 시망건
○ 찬자도 관자의 뒤에 꿇어앉고 빗질을 하고 머리에 상투를 만들고 망건을 씌운다.
○ 賓降盥 主人隋降立阼階下
빈강관 주인수강립조계하
○ 빈이 손을 씻으러 내려가면 주인도 따라 내려가서 동쪽 계단 밑에 선다.
○ 賓盥畢 主人揖升 賓亦升
빈관필 주인읍승 빈역승
○ 빈이 관세를 마치면 주인이 읍을 하며 올라가기를 청하고 올라가면 빈도 같이 올라간다.
○ 執事以冠巾盤進
집사이관건반진
○ 집사자가 관건을 반에 받들고 온다.
○ 賓西階降一等受之
빈서계강일등수지
○ 빈이 서계로 한 계단 내려가서 관건을 받는다.
○ 詣將冠者前 讀祝辭
예장관자전 독축사
○ 장관자 앞에 나아가 축사를 읽는다.
○ 跪加冠 贊者代簪之
궤가관 찬자대잠지
○ 꿇어 앉아 갓을 씌우면 찬자가 거든다.
○ 賓興復位揖冠者適房
빈흥복위읍관자적방
○ 빈이 일어나 자리로 돌아와 관자에게 읍하면
○ 服深衣 加大帶 納屨
복심의 가대대 납구
○ 관자는 방에 가서 심의를 입고 띠를 매고 신을 신고
○ 冠者出房南面席右
관자출방남면석우
○ 방을 나와 남향하여 자리의 오른쪽에 선다.
[ 再 加 ]
재 가
○ 賓揖冠者卽席跪
빈읍관자즉석궤
○ 빈이 관자에게 읍을 하면 관자는 자리에 나아가 꿇어앉는다.
○ 賓降盥
빈강관
○ 빈이 손을 씻으러 내려가면
○ 主人隨降立阼階下
주인수강립조계하
○ 주인도 따라 내려가서 동계 아래에 서 있다가
○ 賓盥畢 主人揖升 賓亦升
빈관필 주인읍승 빈역승
○ 빈이 관세를 마치면 주인은 읍하며 올라가기를 청하고 올라가면 빈도 또한 올라간다.
○ 執事以笠子盤進
집사이립자반진
○ 집사가 갓을 반에 받쳐 들고 오면
○ 賓西階降二等受之
빈서계강이등수지
○ 빈이 두 계단 내려가서 갓을 받아들고
○ 詣冠者前 讀祝辭
예관자전 독축사
○ 관자 앞에 나아가 축사를 읽는다.
○ 贊者撤冠 賓跪加帽笠
찬자철관 빈궤가모립
○ 찬자가 관을 벗기면 빈이 꿇어 앉아 탕건과 갓을 씌우고
○ 興復位揖冠者適房
흥복위읍관자적방
○ 일어나 자리로 돌아와 관자에게 읍을 하면
○ 釋深衣
석심의
○ 관자는 방으로 들어가 심의를 벗고
○ 服靑道袍 絛帶 唐鞋
복청도포 조대 당혜
○ 청도포를 입고 실 띠를 매고 당혜를 신고
○ 冠者出房南面立于席右
관자출방남면립우석우
○ 관자는 방을 나와서 자리 오른쪽에 남면해서 선다.
[ 三 加 ]
삼 가
○ 賓揖冠者卽席跪
빈읍관자즉석궤
○ 빈이 관자에게 읍하면 자리에 나아가서 꿇어앉는다.
○ 賓降盥
빈강관
○ 빈이 손을 씻으러 내려가면
○ 主人隨降立于阼階下
주인수강립우조계하
○ 주인도 따라 내려가 동쪽 계단아래 서서
○ 賓盥畢 主人揖升 賓亦升
빈관필 주인읍승 빈역승
○ 빈이 관세를 마치면 주인이 읍을 하고 올라가면 빈도 또한 올라간다.
○ 執事以㡤頭盤進
집사이복두반진
○ 집사가 복두를 반에 받쳐 들고 오면
○ 賓降沒階受之
빈강몰계수지
○ 빈이 계단을 다 내려서 받아서
○ 詣冠者前 讀祝辭
예관자전 독축사
○ 관자의 앞에 나아가 빈이 축사를 읽는다.
○ 贊者撤笠子
찬자철립자
○ 찬자가 갓을 벗기면
○ 賓跪加㡤頭
빈궤가복두
○ 빈이 꿇어 앉아 복두를 씌우고
○ 興復位揖冠者適房
흥복위읍관자적방
○ 일어나 자리로 돌아와 읍하면
○ 釋靑道袍
석청도포
○ 관자는 읍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청도포를 벗고
○ 服襴衫 鈴帶 靴
복란삼 영대 화
○ 난삼을 입히고 방울달린 띠를 매고 가죽신을 신는다.
○ 執事收去梳子入于房
집사수거소자입우방
○ 집사는 벗을 거두어 방으로 가져간다.
○ 冠者出房南面立
관자출방남면립
○ 관자가 방을 나와서 남면해서 선다.
[ 乃 醮 ]
내 초
○ 儐者改席于堂中少西南向
빈자개석우당중소서남향
○ 인도자는 당의 중간에서 조금 서쪽에 남향하여 자리를 고쳐 만든다.
○ 贊者入房中酌酒
찬자입방중작주
○ 찬자가 방에 들어가서 잔에 술을 따루어 가지고
○ 出立于冠者之左
출립우관자지좌
○ 나와서 관자 좌측에 선다.
○ 贊者奉酌授賓
찬자봉작수빈
○ 빈이 관자에게 읍하면 관자는 자리에 앉고 빈은 술을 들고 마주 앉는다.
○ 讀祝辭
독축사
○ 축사를 읽는다.
○ 冠者再拜受盞
관자재배수잔
○ 관자가 재배하고 술잔을 받으면
○ 賓復位東向答拜
빈복위동향답배
○ 빈은 자리로 돌아 와서 동향해서 답배를 한다.
○ 冠者進席前跪 祭酒
관자진석전궤 좨주
○ 관자가 앞으로 나아가 꿇어 앉아 술을 약간 따르고
○ 興就席西端跪 啐酒
흥취석서단궤 쵀주
○ 일어나서 자리의 서쪽 끝에 꿇어 앉아 술잔을 들어 맛을 보고
○ 興降席授贊者盞
흥강석수찬자잔
○ 일어나서 내려와 찬자에게 잔을 준다.
○ 南向再拜
남향재배
○ 남향하여 두 번 절하면
○ 賓東向答拜
빈동향답배
○ 빈은 동향해서 답배를 한다.
○ 冠者拜贊者
관자배찬자
○ 관자가 찬자에게도 절을 한다.
○ 贊者賓左東向少退答拜
찬자빈좌동향소퇴답배
○ 찬자는 빈의 왼쪽에서 동향하여 조금 물러나서 답배한다.
[ 賓字冠者 ]
빈자관자
[ 빈이 관자의 자를 지어 주며 ]
○ 賓降階東向
빈강계동향
○ 빈은 계단을 내려와 동향하여 서고
○ 主人降階西向
주인강계서향
○ 주인은 내려와서 서향해서 서고
○ 冠者降自西階少東南面
관자강자서계소동남면
○ 관자는 서계로 내려와 조금 동쪽에서 남쪽을 보고 선다.
○ 賓字之云云 讀祝辭
빈자지운운 독축사
○ 빈이 그의 자를 아모 아모라고 읽어 주고 축사를 읽는다.
○ 冠者對曰云云 鞠躬再拜
관자대왈운운 국궁재배
○ 관자가 대답하기를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국궁을 했다가 재배를 한다.
○ 賓不答拜
빈불답배
○ 빈은 답배를 하지 않는다.
○ 禮畢
예필
○ 예를 마친다.
※ 향산 이만도 선생의 친필 관례홀기(농암종택 소장)
<冠禮祝辭>
1) 사당고축祠堂告祝
維歲次 己丑 四月 庚子 朔 二十二日 辛酉 孝後孫 性源 敢
昭告于
顯先祖考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贈諡孝節公府君
顯先祖妣貞夫人安東權氏 伏以
性源之子 秉覺 年旣長成 今日 加冠於首 謹以
酒果用伸 虔告謹告
성원의 아들 병각이 나이가 이미 성년이 되어 금일 관례를 하게 되어 술과 과일을 올리며 삼가 고하나이다.
2) 시가 축始加祝
令月吉日 加爾元服 棄爾幼志 順爾成德 壽考維祺 介爾景福
좋은 달 좋은 날 처음으로 성인의 의복을 주노니 이제는 어린 뜻을 버리고 너의 덕성에 순종하여 오래도록 지켜간다면 빛나는 복이 가득하리라
3) 재가 축再加祝
吉月令辰 乃申爾服 敬爾威儀 淑愼爾德 眉壽萬年 永受胡福
좋은 달 좋은 때 너는 어른의 옷을 입었으니, 너는 이제 어른으로서의 행동을 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너의 덕을 닦아 오래도록 살아 큰 복을 받으리라.
4) 삼가축三加 祝
以歲之正 以月之令 咸加爾服 兄弟俱在 以成厥德 黃耈無彊 受天之慶
좋은 해 좋은 달 너는 옷을 다 입었다. 형제간에 우애하고 세상에 덕을 이루어 오랜 세월 하늘이 내린 복을 받으리라.
5) 초례 축醮禮 祝
旨酒旣淸 嘉薦令芳 拜受祭之 以定爾祥 承天之休 壽考不忘
술은 맛이 있고 맑아 의식에 드리니 향기롭도다. 절하고 받아 좨주하고 마시되 분수에 맞도록 하여라. 오래살며 하늘에 복을 받을지어다.
6) 자사 축字辭 祝
禮儀旣備 令月吉日 昭告爾字 爰字孔嘉 髦士攸宜 宜之于嘏 永受保轉
예의 절차가 모두 갖추어 졌으므로 좋은 달 좋은 날에 너의 자를 밝혀 알린다. 그 자는 뜻이 깊고 아름다워 선비에게 마땅하며 복에도 마땅하도다. 축하할 만하니 받아서 길이 보존하여라.
자사子辭
孔子(공자) 말씀에 ‘君子中庸(군자중용)’이라 하셨고, 中庸에 ‘惟精惟一 允執厥中(유정유일 윤집궐중)’이라 했으니, 秉覺이 너는 이런 말뜻을 가만히 생각하여, 인생에 있어서 ‘中의 진리’, ‘中의 원칙’, ‘中의 지혜’를 견지하여 나라와 민족과 이웃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 관례를 주관하시는 김창회 빈과 관자
▣ 安東의 관례전통
‘관례’는 유교적 인생관이 내포된 전통의 성인식이었다. 유교문화가 온존한 안동에서는 최근까지도 이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안동에서 전통관례는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안동청년유도회’에서 매년 재현하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행사진행문서인 ‘관례홀기冠禮笏記’는 일제침략에 항거하며 단식순국하신 향산 이만도(響山 李晩燾)선생의 친필인데 농암종택에 보관되어 있다. 위에 소개한 홀기笏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홀기가 농암종택에 보존되어 있는 연유는 선생께서 그 아들 기암 이중업李中業의 관례 때에 농암종손 이희조李羲肇(농암 13대 종손)를 주빈主賓으로 모셨기 때문이었다.
빈에게 전일 홀기를 적어 보내는 것도 하나의 예법인 모양이었고, 홀기 끝에 향산선생이 그 연유를 쓴 기별寄別이 있어 더욱 이채롭다. 기별의 글 전문을 소개하면,
원문
진城 李晩燾 再拜 奉啓李生員執事
晩燾有子中業 年及成人 將以今月初九日 加冠於其首 求所以敎之者 僉曰 以德以齒咸莫吾子 宜至日不棄寵臨 以惠敎之則 晩燾之父子 感荷無極矣 未及躬詣門下 尙祈照亮 不宣
庚辰 二月初七日 眞城 李晩燾 再拜
진성 이만도 드림,
만도의 자식 중업이 이제 성인이 되어 장차 이 달 9일 그 머리에 관을 올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 가르쳐주실 분을 구하니, 모두 말하기를 “덕으로나 나이로나 모두 귀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날 외면하지 마시고 오셔서 가르쳐주시면 만도의 부자에게는 그런 고마움이 없겠습니다. 그리해주시기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1880년 2월 7일 진성 이만도 재배
나는 1981년 5월, ‘관례冠禮’를 했는데, 어느 덧 세월이 흘러 결혼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하여 다시 나처럼 ‘나도 이제 성인입니다’하는 관례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관례는 혼인이 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농암선생 17대 종손 이성원 관례모습
오랜 기간, 수 십 차례의 맛 선을 본 끝에 어느 눈 먼 여인이 선택해 준 덕택이었다. 결혼이 어렵게 이루어진 까닭은 나의 너그럽지 못한 성격이 주요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이 좀 특이한 까닭이었다. 장모, 처형 등 주로 여자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불천위不遷位 종부宗婦의 인생’에 대한 선택에 무척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명백한 거부의 의사가 전해진지 3개월 여 뒤, 5월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느닷없이 기차를 타고 경주를 가서 처녀의 집을 방문했고 일주일 만에 승낙을 받아냈다. 그리고 한 달여 뒤에 예식을 올렸다. 우리는 그 사이 보문단지에서 단 한 번의 데이트를 했다. 결혼의사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기간으로는 7년, 맛 선의 횟수로는 공식, 비공식 합쳐 30여 차례,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정말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였다. 친지, 어른들이 오셨고 술, 음식이 방, 마루로 분주히 오고갔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예에서 ‘관冠의 예’와 ‘혼婚의 예’가 조금의 시차를 두고 동시에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그런데 안동에서 이런 전통적인 ‘관례’를 치른 사람은 필자가 마지막이려니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내앞(川前) 의성김씨 큰 종가의 종손이며 친구인 ‘김창균金昌鈞이 관례를 했다’는 사실을 후에 알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2007, 6월 김창균의 아들이 다시 성장하여 전통적인 관례를 했는데, 마침 나를 초청하여 참관하게 되었다. 이날 류영하柳寧夏 서애종손이 주빈主賓이었고, 나와 이방수李芳洙 대산종손, 류창해柳昌海 서애차종손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많은 사람이 이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나 역시 이제 아들의 관례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를 아울러 초청하려 한다. 30여년이란 한 세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혼인과 더불어 관례를 올리게 된 경우는 나뿐만이 아니다. 최근 퇴계 차차종손次次宗孫인 이치억李致億이 지난해 발표한 글 가운데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이러하듯이 안동의 유가에서 관례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관례의식에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절차가 있었다. 하나는 ‘갓(冠)을 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字를 받는 일’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그 성격이 혼례경사를 앞 둔 예비경사인 만큼 그 분위기는 온종일 웃음과 음식과 환담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도포를 입고 사랑방으로 나가니 방안에는 십 여분의 단아한 노인들이 둘러앉아 계셨다. 노인들 사이에서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간 뒤, 이윽고 그 가운데 한 분이 일어나서 나에게 갓을 쓰여 주시고 갓끈을 묶어 주셨다. 그리고 조금 후, 조그만 쪽지를 나에게 보여 주셨다. 거기에는 한자 두자가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繼 道
그리고 천천히 한 말씀 하셨다.
“자네 자를 계도라고 지었네....이을 계, 법도 도,.. 도를 이으라고....지금은 사문斯文의 도道가 쇠퇴하니 자네는 공부도 그러하고 해서 우리들이 그렇게 지었네.”
노인은 그 때 다짐하듯 다시 한 번 말씀하셨다.
“계도라고.”
나는 신음하듯 되뇌었다.
“계도라?”
그 후, 나는 ‘자字’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지어주는 것이려니 여겼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잊어버리려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런데 몇 해 전인가? 집안에 족보를 했다고 하여 들쳐보니 거기 내 이름 밑에 이 字가 쓰여 있어 여간 놀란
농암 17대 종손 이성원의 관례모습(사진: 임세권 안동대교수)
것이 아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형제, 사촌들이 모두 자가 쓰여 있었다. 나 자신, 혹은 우리 세대에서 어떻게 여기든 상관없이 쓰여 지는 곳이 있었던 것이다. 또 얼마 전 아버지 대신 어느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기 참석자 명단 아래에 예의 나의 자가 인쇄되어 있어서 마치 옛 문헌 속의 인물을 보는 것 같은 야릇한 심정이었다.
자는 지어지는 것만 아니라 글로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 글을 ‘자사字辭’라 했다. 그래서 ‘자사’의 글은 문집에도 많이 남아 있다.
나의 조부의 휘諱는 재명在明이고, 자는 ‘학초學初’인데 역시 자사가 있다. 친구인 류광호柳廣鎬 선생이 지으셨는데 ‘初’ 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나의 조부께서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지은 것인데 이를 보면 자를 친구가 지어 주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내용은
“내 친구 재명은 농암선생의 종손으로 인물과 덕행이 뛰어났다. 나에게 자를 지어 달라 하니 생각하건데 학문과 인생의 요체가 그 처음의 마음가짐, 즉 초심初心을 잃지 않음이 중요하여 ‘학초’라 했으나 자네는 이를 힘쓰라”는 요지였다. 자사의 원문은 이러하다.
字辭
李友在明 聾爺玄冑 冠而表德 字曰學初 請我爲辭 思與共勉 我視前轍 敢陳蕘言 昔賢有云 蕘言必擇 苟求其義 顧名在玆 凡此厥初 無有不善 氣拘於始 欲蔽於終 擴而充之 匪學曷獲 盖聞曾訓 明德爲綱 格致正誠 極處可到 如玉旣琢 如鏡重磨 初未嘗無 終鮮克有 展爾驥步 萬里初程 充爾河量 一勺初飮 習之又習 乃復其初 本始末終 爲學要訣 入道積德 曰有門基 匪余能言 質之古昔 在蒙初六 養正有功 勉哉學初 其由此始
契弟 柳廣鎬 撰
사진: 류광호 선생이 쓴 자사
이렇듯 자의 작명문화는 관례와 더불어 바로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상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문화는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다. 마치 내가 어릴 때 즐기던 굴렁쇠놀이, 자치기, 공기, 제기차기, 꿘 등의 천년을 이어온 민속놀이가 지금 급속히 소멸되는 것과 같이.
그러면 지난 시대, 왜 이 자를 작명했는가?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옛 글을 보면 사람을 소개할 때에는 하나의 양식이 있었다. 성명, 본관, 자, 호로 이어지는 순서를 지켰다.
예를 들면 서경덕은 어디 사람인데 자는 무엇이고 호는 무엇이다. 이런 식이다.
* “徐敬德 唐城人, 字可久, 號花潭.....” 大東奇聞
* “崔北 字七七, 字亦奇矣, 自號毫生館....” 壺山外記
* “千壽慶 字君善 家貧好讀書 自號松石道人...” 熙朝逸事
자, 호는 필수적이다. 순서는 자가 앞선다. 호는 없어도 자는 있다. 자는 호가 지어지기까지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태어나 이름(名)이 있기까지 아명兒名이 있고, 그 이름은 자가 지어지면 종식된다. 그 다음, 호가 지어지면 자는 그 기능이 감소하게 된다. 호가 있기까지 자를 호칭했다고 보면 된다. 자, 호의 계속되는 작명은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존귀하게 생각하는 것, 즉 ‘경명敬名’의 전통적 가치관으로 인해 이제 성인이 되어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게 되니 대신 자를 지었다.
이런 전통은 동양의 고전인 예기禮記에 “남자 20에 관례를 행하고 자를 짓는 것(男子二十 冠而字)”라 하여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고, 그 해설에 “자를 짓는 것은 그 이름을 공경해서이다”라 하여, 자의 작명은 곧 이름을 휘諱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자는 본명을 대신했기에 대부분 본명과 관련해서 지어졌다. 예를 들면, 상호 보완적 의미로는 권근權近의 가원可遠, 강은姜隱의 지현之顯, 한유韓愈의 퇴지退之가 그렇고, 의미확대로는 정사룡鄭士龍은 운경雲卿, 주세붕周世鵬의 경유景游, 금란수琴蘭秀의 문원聞遠, 장옥張玉의 자강子剛 등이 그러하며, 자에 흔히 보이는 甫, 夫, 父, 子, 彦 등의 글자는 단순한 남자의 경칭을 의미하고, 之자는 뜻이 없는 접미어에 불과하다. 김영金瑛의 영지瑛之, 심의沈義의 의지義之 등은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어느 자나 본인의 이름과 연관성의 사회적 책무의 차원에서 지어졌다. 그러나 자 역시 호號가 지어지기까지의 한시적 이름에 불과했고, 호가 지어지면 자는 이름처럼 금기 영역으로 들어갔다.
어릴 때 우연히 ‘경희대학교’라 했더니, 선친은 그때 “그 말은 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증조부의 자가 ‘경희敬熙’였기 때문이었다. 호는 이와 다르게 풍류, 해학 등의 개인적인 기호의 차원에서 지어졌고, 개인이 최후로 선호한 이름이기에 일반적 호칭으로는 적격이었다.
이렇게 보면, 지난날의 이름들은 성장에 따라 계속해서 부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5세까지의 아명, 10세 전후의 본명, 20세의 자, 50세 이후의 호-개인적으로 얼마의 차이가 있지만은-로 연차적 호칭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이름 다음에도 또 하나의 이름이 남아있다. ‘시호諡號’가 그것이다. 충무공, 정헌공, 문정공, 문민공, 위양공 등등. ‘시諡란 행동의 자취(‘諡行之迹也’, 說文解字)’이니 시호는 곧 나라에서 지어주는 최후의 총체적 이름이다. 문관에는 文, 무관에게는 武자가 들어감을 더욱 영광으로 여긴다. 이로써 한 사람의 생애에 부여되는 이름은 마무리된다.
참고로 극히 드문 경우지만 ‘사시私諡’를 받은 사람도 있다. 당대에 존경받는 훌륭한 분이었으나 벼슬이 없는 처사處士인 경우, 지역의 식자識者들이 모여 의논하여 시호를 지어 드리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사시이다. 매우 영광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이런 이름들이 지어질 때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 작명주체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대체로 이름은 부모가, 자는 인근 어른들이, 호는 친구 혹은 자신이, 시호는 나라에서 지어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이들 이름들이 갖는 내재적 성격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도표로 그려보면,
명칭
작명주체
연령
성격
비고
아명(兒名)
부
출생 후
한시 편의적 명칭
소멸
이름(名)
부 혹은 조
10세 전
부모의 기대 반영
호적
자(字)
친지, 이웃
20세 전
친지, 이웃의 기대 반영
족보
호(號)
자신, 친구
50세 후
자신의 인생관 반영
통용
시호(諡號)
국가
사 후
생애의 업적 고려
위패
물론 시호까지 남긴 사람은 발신한 몇 사람에 국한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름과는 사뭇 다른 양상에서 조상들의 작명에 대한 다양성과 사회성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字를 보면 자는 그의 인생에서 청춘의 한 때를 감당하는 이름으로 구실을 했던 것이다.
李 性 源
사진: 가송리 앞산에서 본 농암종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