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용헌 선생에게 보낸 조부님의 편지 두 편이 인연이 되어 여러 번 가르침을 받으니, 이것도 깊은 인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적하신 글자들은 고쳤습니다. 아울러 조급해하지 말고 문맥에 살펴보라는 말씀대로 다시 한번 제 번역에 대해서는 검토하겠습니다.

 

 

 

아래 표는 선생님이 제시하신 줄기를 바탕으로 다음 자료들과 대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안동권씨중윤공파세보安東權氏中允公派世譜, 권영우權永佑 발행, 보문사譜文社, 1998

 

안동권씨세보安東權氏世譜, 갑인보甲寅譜 권卷3, 1794.

 

진보이씨상계파보眞寶李氏上溪派譜, 이동은李東恩 발행, 도산서원간행, 회상사, 1986

 

영천이씨족보永川李氏族譜, 무오보戊午譜, 목활자본, 1798

 

영천이씨족보永川李氏族譜, 이항림李恒林 발행, 신문활판소, 대구, 1927 (인터넷 전자책)

 

봉성금씨세보鳳城琴氏世譜, 금석창琴錫昌 발행, 안동옥인쇄소, 석판본, 1940 (인터넷 전자책)

 

영유현령김소량묘갈명永柔顯令金小良墓碣銘 (인터넷)

 

 

 

그러나 광산김씨 일문에 대해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일천하여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표는 pdf version과 엑셀 파일로도 첨부합니다. 혹 수정하실 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5.7.23일 권경인 배상.

 

 

 

이시백 용구¹⁾에게 드림 與李施伯龍九

 

여러해 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청범淸範²⁾을 받들어 모시게 되니, 특히 이것은 진세塵世의 한 행운입니다. 그러나 천성川城에서는 너무 소란스러워 살피지 못했고, 명계明溪³⁾에서는 바빠서 갖추지 못했습니다. 인사하는 것이 그저 일없이 늦어져서 한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헤어진 후 아쉬움은 곧 멀리 비추는 한 조각 거울이 되어, 우리 귀한 분의 청수淸粹한 모습으로 나의 눈과 마음에 비추어 옵니다. 그 연앙戀仰하고 사모하는 정은 아직까지 덮어서 물리칠 수 없었습니다. 삼가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요사이 진덕進德이 잘 되고, 정체靜體 만복 하신지 살피지 못했습니다. 집안과 마을의 안부가 모두 편안하고 수세守歲⁴⁾도 잘 하시어 태평경계太平境界 이신지요? 또한 집을 중수重修하는 큰 일 중에 넉넉하지 않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갑절이나 되는 수고에 혹 고달프지는 않으신지요? 우러러 그리움이 평소와 비할 수 없습니다. 호윤鎬胤⁵⁾은 마땅히 한 번 달려가서 도목수都木手가 인도하는 뒤에서 일을 도와야 합니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정례情禮인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거처하는 곳에서 하는 일에 분잡紛雜함이 날로 더 심해져서, 이같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이처럼 그만둬 버리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봄이 되어 해가 길어지면 조용히 찾아뵙고 안부를 여쭈면서 지난번 미흡했던 회포를 두루 토로하고, 제 마음속 생각을 함께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그러나 믿지 못할 사람의 일이라 언제나 말만 앞서는 경우가 많고, 또 그 때가 되어 무슨 마魔에 막힐지 모르겠습니다.

 

積歲阻濶之餘 得承淸範 殊是缺界一倖 然川城則以稠撓不究 明溪則以悤忙未悉 人事之所以愰懩遷澁 不可無怨也 別後茹悵 便作一片遠照之鑑 撮影來 吾執事淸粹樣子 於心目之間 其戀仰自慕之情 縱不可翳而沈祛也 謹不審玆者 歲色如紗 進德有相 靜體萬福 廡致與村節俱安 甘作守歲 太平境界否 且其重葺大事之中 想不贍者不止一二 則或免憊疚於倍人勞勩耶 區區傾仰 不比尋常 鎬胤宜當 一造趨走 而相役於都料責引之後 是所不容已之情禮 而挽近所處 若所爲事 紛雜日甚 至於此等合做底事 廢却如是 愧恧俱極耳 意欲春開日永 從容晉候洽討 向接未洽之懷 兼達區區所衷也 然不信人所事 每多言先 亦未知其時 有何魔障耳

 

1. 이용구李龍九(1908~1998) : 자는 시백施伯, 호는 용헌庸軒, 본은 영천永川으로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16대 종손이다. 한학자로 40대에 경북대, 부산대 등으로부터 교수요원으로 초빙되었으나, 종가를 지키면서 독서와 저술, 교육에 종사하며 학문에 정진했다. 70년대 후반부터 안동 시내에 거주하면서 안동대학교에 출강했으며, 고문헌 표점 작업을 했다. 안동대학교의 교수들 등 전국의 많은 학자와 학생들을 제자로 삼아 가르쳤다. 만년에는 유림의 정신적 좌장으로 존경을 받아 수많은 유림 행사를 감당했다. 서거 후, 서주석徐周錫, 권오봉權五鳳 등 제자들은 분상학계汾上學禊를 창립하여 용헌의 학문을 계승하고 있다. 문집으로 용헌만초庸軒漫草 5권을 남겼고, 농암집聾巖集과 매암집梅巖集을 국역했으며, 긍구당세헌肯構堂世獻을 편찬했다. 국학진흥원에서 작성한 퇴계학맥도에 학자로 등재되어 있고, 돌아가셨을 때 안동에서 7일 유림장儒林葬으로 장례를 치렀다. 현 종손이신 이성원 선생의 부친이다.

2. 청범淸範 : 맑고 고상한 태도, 상대에 대한 존칭.

3. 천성川城은 봉화의 옛 지명이다. 명계明溪는 안동시 와룡면에 있는 마을이다.

4. 수세守歲 : 섣달 그믐날 밤에 등불을 밝히고 밤을 세우는 풍습

5. 권호윤權鎬胤(1913~1972) : 자는 석수錫叟, 호는 경와敬窩, 본은 안동이다. 양오養五의 아들로 어머니는 월성이씨月城李氏이다. 봉화군 재산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후, 1921년 겨울에 안동군 도산면 태자리의 용두산 동쪽 기슭 소정리로 이사하여 이웃 마을의 자포紫圃 금경규琴絅圭 문하에서 글을 배우며 성장했다. 또 약관에 애간愛𧯑 이화성李和聖 문하에서 수업했다. 필법이 정묘하여 일가를 이루었다. 일찍부터 조상을 추모하는 정성이 독실하여 10대조 권시중의 유문을 모아 1936년에 늑정일고櫟亭逸稿를 간행했다. 중년에 봉화군 포저리로 이사하여 내성석판사를 경영하면서 경북 북부지방의 여러 문집을 간행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간재艮齋 이덕홍李德弘의 후손인 영천이씨永川李氏 분남憤男(1912~1947)과 결혼하여 2남 1녀를 두었다. 또 봉화금씨奉化琴氏 창옥昌玉의 딸과 재혼하여 1남 2녀를 낳았다. 간략히 그 조상을 살펴보면, 예안禮安에 처음 입향한 권겸權謙(1413~1505)이 14대조이고, 권수복權受福(1459~1531), 권구權矩(1500~1584, 1569년 이문량李文樑이 주관한 분양속구로회 참석), 권속權涑(1523~1594, 1587년 애일당속로회 참석), 권시중權是中(1572~ 1644)으로 이어진다. 10대조 권시중은 호가 늑정櫟亭이고 예안지방의 역사 지리서인 선성지宣城誌를 편찬했다. 권겸權謙의 호는 수천정簌泉亭이고, 진사로 노산魯山 초년에 벼슬을 버리고 남하하여 선성宣城 부라촌에 시거했다. 세조 때 승문원정자承文院正字,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으로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았고 성종成宗 임자壬子(1492)년에 동추同樞에 올랐다. 가선대부嘉善大夫 호조참판戶曹參判을 증직받았다. 김홍金泓이 찬한 묘갈명이 있다. 영유현령永柔縣令 선성宣城 김소량金小良(1384~1449)의 딸과 결혼하여 2녀를 두었고, 제주濟州 반자정潘自貞의 딸과 결혼하여 3남 1녀를 두었다. 문절공文節公 김담金淡(1416~1464)은 수천정공의 처남이다. 맏아들 권수익權受益(1452~1544)은 문과에 급제했고, 셋째 아들 권수복權受福(1459~1531)은 무과로 북병사를 역임했다. 선성김씨가 낳은 딸은 이성손李誠孫과 이흠李欽에게 시집갔다.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가 외손이다. 권수익은 김소량의 아들인 통례문通禮門 통찬通贊 김홍金洪의 딸과 결혼했다. 권수익의 아들은 진사進士 곤鯤과 문과에 급제한 제월당霽月堂 운雲(1495~1519)이고, 딸은 조대춘趙大椿에게 시집갔다. 그러므로 월천月川 조목趙穆(1524~1606)은 권겸의 손녀사위가 된다. 조대춘의 딸은 성재惺齋 금난수琴蘭秀에게 시집갔다. 그러므로 권겸의 내외자손들은 1500년대 예안의 중심인물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시백에게 드림¹⁾ 與李施伯

 

호윤鎬胤은 두 해에 걸쳐 파도 끝에 서서 사나운 물결을 따라 부침하고 있습니다. 이미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지만, 도리어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소굴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멀고 가까운, 마땅히 따라야 할 곳에 이르러도 아직 한훤寒暄의 예절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 근래 어버이 병환으로 한 달을 지내면서 시탕侍湯하느라, 고향 경개梗槪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방금 모간某刊 신문을 보니, 귀문의 도곡재사道谷齋舍가 화재를 당해 소장하고 있던 귀중한 선조의 유적遺蹟을 모두 소실하여 남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²⁾. 다 읽지도 못한채 놀라 탄식하며 가슴이 막힘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늘이 우리 유가儒家의 본래 영향을 영원히 끊으려고 하는 것인가요? 오당吾黨의 금신衿紳³⁾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호윤鎬胤이겠습니까? 또한 좌하座下께서야 어떠하시겠습니까? 좌하께서 비록 평소 거두어 기른 공이 있다 해도, 지난 해 몸소 막대한 중역을 담당하시면서 거의 다 쓴 심력心力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시고 정원精元이 쇠하여 흩어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이 같은 불의의 변을 당했으니, 혹시 오랜 피로에 따른 괴로움에 더 쇠약해지지는 않으셨는지요? 우러러 이를 천만번 염려하는 바입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것은 환경입니다. 가당치 않은데 당當하는 것은 운수입니다. 그러므로 큰 비가 하늘이 뚫린 듯 쏟아져도 송옥宋屋은 면하지 못했는데, 관가瓘斝를 써서 기도하면 된다는 것을 자산子産은 듣지 않았습니다⁴⁾. 즉, 이는 고금古今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좌하께서는 이미 번영樊英의 물을 내뿜는 술수⁵⁾에 공을 들이지 않았으므로 다행히 허물이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 액회厄會⁶⁾를 하나 감수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혹 스스로 편하게 여기는 도리에 맞겠지요? 이로써 앙망仰望 하나이다. 고헌高軒으로 달려가서 미충微衷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몸을 뺄 여가를 내지 못하고 있고 설화雪花에 계속 막혀서 뜻을 이룰 길이 없습니다. 오직 억지로라도 체력을 도와서 멀리 바깥의 저의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 주시길 축원합니다.

 

鎬胤跨年 立潮頭 浮沈狂瀾 已分所當爲事轉換作 人所不當爲之窠窟 而至於遠邇之合遂處 未嘗修寒暄例禮 且近來以親癠 閱月侍湯 頓不知鄕間梗槪 向見某刊新聞 則道谷貴先齋 以回祿之灾 所藏珍重先蹟 俱失無餘云讀未悉 不禁驚歎臆塞矣 此何事也 天欲永殄 於吾儒家本來影嚮耶 吾黨衿紳 莫不唐荒 況鎬胤乎 又況座下乎 座下雖有平日斂養之功 然去年 身擔莫大重役 幾盡心力則想今不完 銷散精元 而又當此如許不意之變 或不添傷於舊憊之餘惱否 是所仰慮千萬 莫之爲而爲者 環境也 不可當而當者 數運也 故大雨如傾 宋屋不免 瓘斝能禳 子産不悅則此古今所無奈事矣 座下旣不工於樊英之嗽術 則倖不歸咎於人 而堪受其厄會之一度焉 則或不合於自安之道理否 以是仰望耳 意欲趨走高軒 陳達微衷 而不惟不得於抽身之暇連有雪花障阻 末由遂誠 惟祝强護體力 以副遠外區區之望也

 

 

1. 시백施伯은 이용구李龍九(1908~1998)의 자字이다. 이 편지는 국학진흥원에 농암종택간찰 무신戊申(1968) 12월 16일조로 전산화되어 있다. 동일한 내용이다.

2. 안동 도산면 운곡리 도곡道谷에 있는 영천이씨 도곡재사道谷齋舍가 화재로 전소된 사건을 말한다. 이 때 제기류를 포함해 농암선생의 문집 목판과 벽오碧梧 이문량李文樑의 문집 목판 등이 불탔고, 겨우 100여 장 정도가 남아 전해져서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3. 금신衿紳 : 선비와 벼슬아치

4. 관가瓘斝는 옥으로 만든 잔을 말한다. 춘추좌씨전 소공昭公 17년에, 정鄭나라 비조裨竈가 재상 자산子産에게 “송나라, 위나라, 진나라, 정나라에 같은 날 화재가 날 것인데, 내가 관가와 옥찬을 써서 재난을 물리친다면, 우리 정나라에는 불이 나지 않을 것이다. 宋衛陳鄭將同日火若我用瓘斝玉瓚 鄭必不火”라고 하였는데, 자산이 그 말을 듣지 않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5. 번영樊英은 후한後漢 때의 남양南陽 노양魯陽 사람으로, 자는 계제季齊다. 오경五經에 밝았고 호산壺山에 은거했다. 진晉의 역사가 간보干寶가 지은 수신기搜神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번영樊英은 호산에 숨어 살았다. 일찍이 폭풍이 서남쪽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성도成都 거리에 화재가 심하구나”라며 물을 머금에 뿜었다. 이에 그 시일을 셈하라고 명했다. 후에 촉蜀에서 온 사람이 말하기를 “이날 큰 불이 났습니다. 구름이 동쪽에서 일어나더니 수유須臾에 큰 비가 내려 불이 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樊英隱於壺山 嘗有暴風從西南起 英謂學者曰 成都市火甚盛因含水嗽之 乃命計其時日 後有從蜀來者云 是日大火 有雲從東起 須臾大雨火遂滅’

6. 액회厄會 : 재앙이 닥치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