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농암가문의 국문시가 전통

13. 承旨가 오거든 내가 지은 노래로 노래하라

-긍구당, 선반가, 생일가, 분천강호가, 조주후풍가, 농암가문의 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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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긍구당肯構堂

긍구당肯構堂은 650여년(1370년경 건립)의 역사를 지닌 건물로, 농암의 고조부인 이헌李軒이 지었다. 농암 당시 퇴락하여 1553년 이문량이 중수하자 농암이 기뻐하며‘긍구당’이란 편액을 붙였다.‘긍구’는 “조상의 유업遺業을 길이 이어가라”는 뜻이다. 농암은 이 집에서 태어났고 또한 이집에서 돌아가셨으며, 농암 사후 농암종택의 중심 건물이 되어 모든 문사門事가 여기서 결정되었다. 편액글씨는 영천자 신잠(靈川子申潛)이 썼다.

지금 마루에는 농암이 85세에 쓴 국문가사 '생일가'와 88세 새해에 초청받은 사돈 탁청정 김유金綏, 족질 퇴계 이황李滉, 손서 금계 황준량黃俊良, 예안현감 이봉수李鳳壽와 아들 문량文樑, 희량希樑, 중량仲樑, 계량季樑, 숙량叔樑의 축하 시가 게판되어 있다.

봉화 구전종택(苟全金中淸)에는 당시 구전깨서 이 시편들을 큰 글씨로 써서 10장 목판으로 남겼는데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다.

1. 선반가 - 권씨 부인

농암가문은 농암 어머니 권씨부인, 농암, 아들 매암 이숙량(梅巖李叔樑), 종증손자 선오당 이시(善오堂李蒔) 등 4대가 우리말의 시조작품을 남겼다.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가사문학의 3대가’로 평가받는 조우인曺友仁은 농암의 증손서이다.

특히 농암 어머니 권씨부인이 지은 선반가宣飯歌는 이 지역에 우리말로 된 노래의 전통이 흘러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 국문학계에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자식이 승진하여 귀향하니 어머니가 아들을 맞이하며 기뻐서 노래한 작품이다. 친구이며 경상도관찰사였던 위암 신상(韋庵申瑺) 선생이 마침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시를 한 수 읊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선반가

먹디도 됴흘샤 승졍원 션반야 먹기도 좋구나 승정원 선반이여

노디됴 됴흘샤 대명뎐 기슬갸 놀기도 좋구나 대명전 기슭이여

가디됴 됴흘샤 부모 다힛 길히야 가기도 좋구나 부모 향한 길이여

“1527년 여름 남해지방에 특명을 받아 공무를 수행하던 중 뜻밖에 병조참지에 임명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고향에 들려 이 사실을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기뻐하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마침 서울의 친구가 보낸 옥관자玉冠子가 도착하여 곧 부모님 앞에서 망건을 풀고 옥관자를 달았다. 이에 어머니께서 손으로 만지시며 말씀하시기를 ‘옥관자에 구멍이 많아 뀌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 하시어, 내가 우스개 소리로 말하기를 ‘다는 것이 어렵지 어찌 뀌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하니, 온 집안이 기쁘게 웃었다....

다음 해 봄, 또 동부승지에 임명되어 잠시 말미를 얻어 찾아뵈오니, 어머니께서 나의 일정을 듣고 언문으로 노래를 지어 아이계집종에게 말하기를, ‘승지가 오거든 내가 지은 노래로 노래하라’ 했다. 이는 대개 어머니가 어려서 부모를 여의시고 외숙인 문절공文節公(김담金淡) 집에서 성장하시어 ‘승지’ 벼슬이 귀한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이다.

내가 과거에 급제하여 경향으로 벼슬길에 다닌 것이 어언 40년, 어버이를 모신지가 이미 여러 해이나 오직 이 두 가지 일이 가장 즐거웠다. 이때 감사監司 신상申鏛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 수연을 배풀고 축하시를 지었다. 즐거웠던 추억과 지은 시詩들을 버릴 수 없어 작은 책을 만들었다. 아울러 동양의 시를 애일당에 감추어 두고 후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도록 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위암 신상의 시는 이러하다.

椿萱不老占長年 내외분 함께 건강하시어,

鶴髮雙垂具慶筵 백발로 정정히 자리에 계시네.

膝下萊君新寵渥 아들이 임금의 사랑을 받아,

珥貂來自五雲邊 옥관자가 새로 서울로부터 내려왔네.

『농암집』 애일당희환록愛日堂戱歡錄

신상(申瑺 1480-1530) : 자 대용大用, 호 위암韋庵, 이조판서, 시호 문절文節.

2. 생일가-농암

1551년 7월 29일, 농암은 85회 생일을 맞이하며 금서대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자제들로부터 수연을 받고, 그 감격을 ‘생일가生日歌’ 한 수로 표현했다. 이후 3년 뒤 설날 아침, 다시 수연을 받았는데, 참석자들은 축하의 시를 썼다. 이 날 참석하여 축하 시를 쓴 사람은 탁청정 김유金綏, 퇴계 이황李滉, 금계 황준량黃俊良, 예안현감 이봉수李鳳壽와 농암의 아들 문량文樑, 희량希樑, 중량仲樑, 계량季樑, 숙량叔樑 등이다.

생일가

功名이 그지 이실가 壽夭도 天定이라 공명이 끝이 있을까, 목슴은 하늘에 달린 것

金犀띄 구븐 허리예 八十逢春 긔 몃 해오 금서띠 굽은 허리, 80 넘어 또 봄 맞음이 그 몇 해인가

年年에 오는 나리 亦君恩이샷다 해마다 오는 이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일세

“7월 29일 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들과 손자들이 술자리를 베풀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 해에는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는데, 향중의 노인들과 이웃 고을의 원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술잔을 나누다보니 마침내 취해서 춤추고 각자 노래를 불렀다. 늙은이 역시 노래를 지어 여기에 화답하였다.”

『농암집』 귀전록歸田錄

이날 참석한 친지들의 축하 시를 썼다. 그 후일 구전 김중청은 축하 글을 쓰고, 아들 김주우는 이들 시를 크게 써서 판각했다. 이 판각은 구전종택의 보물이다. 농암종택에서는 이를 탁본하여 제사 병풍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8년보백당김계행선생 서세500주년 기념'에 이 병풍 30개를 제작하여 양가 후손들이 나누어 가진 바 있다. 시는 이러하다.

농 암

八十逢春更謝天海東耆老著詩篇聾巖樗散尤堪謝壽到今辰又八年

身老休官臥故鄕三兒奉檄各遐方連章乞換曾爲濫治邑先思願勿忘

姻戚金綏

德星當日應于天千載佳名耀古篇太史如今知有否汾川群彦賀椿年

齒德何徒冠一鄕聾巖高致聞遐方汚庸幸得參奇會醉飽歸來不蹔忘

族姪李滉

獨谷欣逢八十天聾巖元夕有賡篇八旬又八何須謝行謝巖春五百年

三子恩除近壽鄕專城歡奉各無方寵書又自天門下深覺君民兩不忘

孫壻黃俊良

木公高會入壺天餘興驚看白玉篇己把千齡爲一日休將喜懼筭親年

投簪升載臥江鄕峻節淸風聳四方郭相兒孫多止頷莊生魚鳥樂相忘

縣監李鳳壽

壽福由來在彼天聾巖自謝轉成篇五郞君會三城守今日歡榮倍昔年

歸來閒臥水雲鄕騰口高聲動一方蠢蠢如吾朝夕謁京城他日詎能妄

碧梧李文樑

吾門福慶定膺天況是長吟棲萼篇霜鬢滿堂圍鶴髮椒觴競進萬斯年

傳家世業壽爲鄕却老何煩五利方肯構菲才知不敢奉將胎訓戒慾忘

虎巖李希樑

滿堂高會爲椿年迭獻霞觴作賀篇把筆相賡非好事流傳盛美自今年

解紱歸來山水鄕亭臺隨處樂多方江廻石礙人來少是是非非摠付忘

賀淵李仲樑

文章壽考得之天今古風流載一篇況此三元偕至樂不知誰値太平年

天許寧親煥近鄕晨昏無替養無方臨民縱縱織毫補向闕那容一飯忘

串巖李季樑

同氣連枝歲暮天鋪張盛會各成篇君親恩愛如山重共祝從今又百年

水曲山廻作別鄕年高位極動南方重新肯構題嘉訓永使雲仍慕不忘

梅巖李叔樑

棣護靈椿破臘天一家歡慶溢新篇高堂此會知無盡自甲寅年至萬年

三城鼎峙擁桑鄕遊子何煩必有方莫恨布衣虧祿養尹家慈訓矢無忘

『농암집』, 원석헌연시차운元夕獻筵詩次韻

3. 분천강호가 -이숙량

농암종택에서는 매월 초하루, 보름에 예를 행하였다. 행사의 마지막엔 아이들로 하여금 이숙량이 지은 ‘분천강호가 6장汾川講好歌 6章을 합창하게 했다. 주제는 효, 제, 충, 신으로, 자녀교육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분천강호가의 일부는 이러하다.

父母님 계실 때 父母인줄 몰랐더니

父母님 여윈 후에 父母인줄 아노라

이 마음 가지고 어디에다 베풀고

功名은 在天하고 富貴는 有命하니

功名富貴는 힘으로 못하나니

내 타고난 孝悌忠信이 또 어느 힘을 빌리리오

『매암집』, 『분천강호록』

이숙량(李叔樑 1519-1592) : 자 대용大用, 호 매암梅巖, 선성3필(吳守盈, 琴輔), 안동3처사(金富弼, 權好文)로 일컬어짐. 임란 의병대장으로 진주, 김해에서 전투, 전사.

4. 조주후풍가, 오로가- 이시

이시李蒔는 농암의 종증손으로 관직에 나아가기를 원하는 아우들을 경계하기 위하여 ‘조주후풍가 3장操舟候風歌三章’, '오로가 1장烏鷺歌一章'을 지었다. 전자는 순풍을 기다려 출항하기를 권유하는 내용이고, 후자는 ‘백로는 까마귀를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인데, 당시 북인이 집권하고 있는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풍계諷戒했다. 역시 농암가문의 국문시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조주후풍가는 이러하다.

저기 저 사공아 배 잡고 내 말 들어,

順風 만난 후의 가더라 아니 가랴.

於思臥中流에 遇風波하면 엎어질까 하노라.

보름날 아침 얕다고 들지 마라

海波茫茫한데 颶風이 전혀 부니,

아마도 구태어 건너려 하면 載胥及溺 얻지 할꼬.

朔風이 심하게 불어 大海를 흔드니,

一葉扁舟로 갈 길이 아득하다.

두어라 이 배 한번 기운 휘면 배 댈 곳이 없으리라.

'오로가'는 이러하다.

가마귀 지져귀는 곳에 白鷺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

『선오당집』

이시(李蒔 1569-1636) : 자 중립中立, 호 선오당善오堂, 처사로 일관하며, 많은 제자 양성

6. 농암가문의 가훈

愛日積善

(가정과 친지들에서는 애일하고 이웃과 사회 공동체에는 적선하라)

■ 2012년 겨울 눈 속의 농암종택

"옥관자에 구멍이 많아 뀌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 다는 것이 어렵지 어찌 뀌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아래 긍구당 원석허연시 관련 글과 번역은

2017년 '보백당 김계행 선생 서세 500주년 기념'으로, 농암선생퇴휴병 시를 농암종택 소장 병풍을 다시 판각하여, 30질을 만들어 보백당 종택과 농암종택 직인을 찍어 보백당문중 20질, 농암문중10질을 나누어 가졌다.

이때 이 일을 농암종손 이성원과 보백당 차종손 김정기 구전후손 김세현이 함께 했다. 아래 글은 이때 김세현이 병풍 해설 글로 쓰고 번역한 글이다.

원석헌연시(元夕獻筵詩)

농암(聾巖)선생 퇴휴병(退休屛) 시(詩) 신해(辛亥:1551년: 明宗6)년 7월 29일, 농암(聾巖) 이현보(李賢輔: 1467(丁亥: 世祖13)~1555(甲寅: 明宗9)) 선생은 85회 생일을 맞아 금서대(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자제들로부터 수연(壽筵)을 받고, 그 감격을 ‘생일가(生日歌)’한 수로 표현했다. 이후 3년 뒤 설날 아침, 다시 수연을 받았는데, 참석자들은 축하의 미수연(米壽宴)시를 썼다.

이 날 참석하여 축시(祝詩)를 쓴 사람은 탁청정 김유(金綏), 퇴계 이황(李滉), 금계 황준량(黃俊良), 예안현감 이봉수(李鳳壽)와 농암의 아들인 문량(文樑), 희량(希樑), 중량(仲樑), 계량(季樑), 숙량(叔樑)등이다.
농암(聾巖) 이현보(李賢輔) 선생의 시호(諡號)는 효절(孝節: 慈惠愛親曰孝, 好廉自克曰節)공이다.

생일가(生日歌)

공명(功名)이 그지 이실가? 수요(壽夭)도 정(定)이라,
(공명이 끝이 있을까? 목숨은 하늘에서 정한 것.)

금서(金犀)띄 구븐 허리예 팔십봉춘(八十逢春) 긔 몃 해오?
(금서 띠 굽은 허리, 80 넘어 또 봄 맞음이 그 몇 해인가?)

년년(年年)에 오는 나리 역군은(亦君恩)이샷다.
(해마다 오는 이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일세.)

“7월 29일 내 생일을 맞아, 아들과 손자들이 술자리를 베풀어 날 위로해 주었다.
이 해에는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는데, 향중(鄕中)의 노인들과 이웃 고을의 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술잔을 나누다보니 마침내 취해서 춤추고 각자 노래를 불렀다. 늙은이 역시 노래를 지어 여기에 화답했다.”
이날 참석한 친지들의 축시(祝詩)는 독곡(獨谷) 성석린(成石麟)의 팔십봉춘갱사천(八十逢春更謝天)을 따라 선운(先韻: 天, 年) 과 양운(陽韻: 鄕, 忘)으로 지었다.

(이들 시에 구전(苟全) 김중청(金中淸)공이 신안(星州)군수로 재직 시 기미(己未: 1619)년 성주 경사당(敬事堂)에서 발문(跋文)을 짓고, 명필인 그의 아들 주우(柱宇)공에게 쓰게 해서 판각해 인출(印出)한 병풍을 농암(聾巖)종택에서는 제병(祭屛)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판각된 목판은 구전(苟全)종택인 구미당(九未堂)에서 보관하다가 유실되고 남은 6판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했으며, 출전(出典)은 농암(聾巖)선생문집 및 그 아들들의 문집과 구전(苟全)선생문집에 실려 있다. 이제 농암종택의 병풍을 복각(復刻)하여 병풍 30질을 복원했다.)

< 농암(聾巖)선생 퇴휴병(退休屛) 해석(解釋) 및 국역(國譯) : 백천(白川) 김세현(金世顯)>

聾巖李賢輔 1 1. 농암 이현보

八十逢春更謝天 80세 봄을 만나 다시 하늘에 감사하여
海東耆老著詩篇 우리나라 덕 높은 노인이 시편을 짓네.
聾巖樗散尤堪謝 쓸모없는 늙은이 더욱 감사함은
八十逢春又八年 80세 봄을 맞고 또 8년을 맞음이네.

年老休官返故鄕 나이 많아 관직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오니
三兒奉檄各遐方 세 아들이 각각 먼지방에서 봉양하네.
連章乞換宸恩重 글을 올려 체직을 바라니임금님 은혜 무겁고
治邑常思愼勿忘 고을 다스림을 항상 잊지 말라.

族姪退溪李滉 2 2. 족질 퇴계 이황(7촌 조카)

獨谷欣逢八十天 독곡 성석린처럼 80세을 넘었으니(八十逢春更謝天)
聾巖元夕有賡篇 농암 정월 보름이란 시에 이어서 화답한 시가 있네.
八旬又八何須謝 80세에 또 8년이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시랴
行謝巖春五百年 은거 선비로 산 5백년 세월에 사례 행하네.

三子恩除近壽鄕 세 아들이 고향 가까운 고을로 임명되어
耆城懽奉各無方 기뻐하여 받드는 기로성엔 각기 한량이 없네.
寵書又自天門下 총애하는 글은 또 궁궐 문 밑에서 부터라
深覺君民兩不忘 임금과 백성 둘 다 잊지 못함을 깊이 깨닫네.

碧梧李文樑 3 3. 벽오 이문량(2子)

吾門福慶定膺天 우리 집안의 경사스런 복은 정말 하늘같은데
況是長吟棣萼篇 하물며 시경(詩經)의 체악편을 길게 읊조림에랴?!
霜鬢滿堂圍鶴髮 흰 수염 날리며 마루 가득 모여 학발 노친을 모시고
椒觴競進萬斯年 향기로운 술잔 앞 다퉈 드리며 만년을 축수하네.

傳家世業壽爲鄕 대대로 전한 세업으로 장수 마을 됐으니
却老何煩五利方 늙음 물리치는 오리(五利)방법 있는데 무슨 근심하나?
肯構非才知不敢 아버지 사업 계승해 이룸은 재능이 없어 감히 알 수 없으나
奉將貽訓戒愆忘 앞으론 잘못 잊음 경계하라 주신 훈계 봉행하리.

虎巖李希樑 4 4. 호암 이희량(3子)

滿堂高會爲椿天 마루에 가득한 성대한 모임은 춘부장을 위한 날
迭獻霞觴作賀篇 번갈아 술잔 올리며 축하시를 짓네.
把筆相賡非好事 붓을 잡고 서로 화답함이 호사(好事)가 아니라
流傳盛美自今年 세상 널리 전한 썩 아름다움이 금년부터라네.

解紱歸來山水鄕 벼슬을 그만 두고 산수 고향에 돌아와
亭臺隨處樂多方 정자와 누대를 따라 많은 곳을 즐기셨네.
江廻石礙人踐少 강물이 둘렀고 돌이 막아 사람 다님 적으니
是是非非摠付忘 시시비비를 다 잊어버림을 청하심이라네.

賀淵李仲樑 5 5. 하연 이중량(4子)

文章壽耈得之天 문장과 수구(壽耈)는 하늘에서 얻어
今古風流載一篇 고금의 풍류(風流)를 한 편에 실었다네.
況此三元偕至樂 하물며 설날에 다 같이 즐기니
不知誰値太平年 뉘라서 태평세월 만난 줄을 모르랴?

天許寧親換近鄕 임금이 근친 허락하여 가까운 곳으로 바꿔 주시니
晨昏無替養無方 아침저녁 쉼 없는 봉양 한량이 없네.
臨民縱乏纖毫補 백성 대하여 털끝만한 보탬도 없지만
向闕那容一飯忘 궐문을 향하여 어찌 조그만 은혜라도 잊을 수 있으리?

串巖李季樑 6 6. 환암 이계량(5子)

同氣趨庭歲暮天 형제들이 아버지 가르침 받는 섣달 금 날에
鋪張勝會各成篇 성대한 연회 크게 펼쳐서 각기 글을 짓네.
君親恩愛如山海 임금님 은혜와 어버이 사랑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큰데
共祝從今又百年 이제부터 또 백년을 같이 축수하세나.

水曲山廻別作鄕 물이 굽이 치고 산으로 둘러싸인 특별한 마을에
年高位極動南方 연세 많고 지위도 높아 남방의 노인성 움직이셨네.
重新肯構題嘉訓 긍구당(肯構堂) 새로 고쳐 좋은 훈계 붙이시니
永使雲仍慕不忘 길이길이 자손들로 하여금 잊지 못하게 하네.

梅巖李叔樑 7 7. 매암 이숙량(6子)

棣護靈椿破臘天 형제가 어버이 보호하여 섣달 금날 지났으니
一家歡慶溢新篇 한집의 기쁜 경사가 신편(新篇)에 넘치네.
高堂此會知無盡 고당(高堂)의 이 모임 다 함 없음을 아니
自甲寅年至萬年 갑인(甲寅)년부터 만년까지 이르리라.

三城鼎峙擁桑鄕 세 고을이 솥발처럼 고향을 끌어안으니
遊子何須必有方 노는 아이들 어찌 꼭 노는 곳이 따로 있으리?
莫恨布衣虧祿養 녹봉으로 부양 못하는 포의(布衣)라 한탄 마오.
尹家慈訓失無忘 관리의 집 모친 훈계 없음을 잊지 못하겠네.

孫壻錦溪黃俊良 8 8. 손서 금계 황준량(文樑婿)

木公高會入壺天 성대한 연회에 소나무도 선경(仙境)으로 들어가고
餘興驚看白玉篇 여흥으로 지은 백옥 같은 시편들 놀랍게 보네.
己把千齡爲一日 이미 쥔 천년이 하루가 됐으니
休將喜懼筭親年 기쁘고도 두려운 어버이 연세 헤아리지 말게나.

投簪世載臥江鄕 벼슬을 던진지 30년, 강촌에 누웠어도
峻節淸風聳四方 높은 절개, 맑은 풍류 사방으로 알려지네.
郭相兒孫多止* 효자 곽거의 아들 손자라고 끄덕거림이 많고
莊生魚鳥樂相忘 장자의 물고기와 새들처럼 서로 잊음 즐기네.

禮安縣監李鳳壽 9 9. 예안현감 이봉수

壽福由來在彼天 수명과 복록은 저 하늘에 달려 있으며
聾巖自謝轉成篇 농암은 사양해도 시편으로 바뀌었네.
五郞君會三城守 다섯 아들 모였는데 세 고을의 수령이네
今日懽榮倍昔年 금일의 영화는 옛날 농암때보다 배는 더하네.

歸來閒臥水雲鄕 물안개 피는 고향에 돌아와 한가하게 누웠어도
騰口高聲動一方 높은 명성 한 지방을 움직이네.
蠢蠢如吾朝夕謁 나같은 못난 사람 아침저녁으로 뵈우니
京城他日詎能忘 후일 서울 가서 어찌 잊을 수 있으리?

姻戚生員濯淸亭金綏 10 10. 생원 탁청정 김유(인척: 사돈)

德星當日應于天 덕성 당일 하늘이 감응하여
千載嘉名耀古篇 천년 훌륭한 이름 시 속에도 빛나네.
太史如今知有否 역사도 지금이 있음을 알까 모를까
汾陽群彦賀椿年 분천의 아름다운 아들들 어버이 축수하네.

齒德何徒冠一鄕 나이와 덕행이 한 고을에 으뜸으로
聾巖高致聞遐方 농암의 고취 먼 곳까지 알려졌네.
迂庸幸得參奇會 용렬한 사람이 다행히 모임에 참석하여
醉飽歸來不蹔忘 마시고 먹고 돌아오니 잠시라도 잊지 못하겠네.

< 國譯 : 2016. 1. 10. 海軒古宅에서 白川金世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