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의 정계은퇴
4.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 도성 전별행차, 제천정전별연, 효빈가, 낙엽귀근, 염퇴와 재야재상, 금서대, 은대계회도, 농암이선생행장
1. 도성 전별행차-‘고금에 없는 성스러운 일’
1542년 7월 17일, 농암은 정계를 은퇴했다. 종2품 '영감(참판)' 신분으로 물러났다. 인기와 여망으로 보면 '대감(판서)'도 가능하고 '정승(좌,우, 영의정)'도 가능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임금, 동료들의 만류도 뿌리쳤다. 한강 제천정, 두모포로 이어지는 전별연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이었다. 임금은 인견하고 금서대, 금포를 하사하고 "호행영리에게 그 귀가길을 편안하게 하라"했다. "서울 사대부들이 한때 전 조정을 비우고 전별연에 나왔다"고 했으니, 거국적 행사였고, 이르 '실록은 '엽퇴'라 했다.
이 날 전별연은 "궁궐에서부터 한강 제천정 전별 식장까지 사대부들의 수레가 길을 메웠고, 이를 본 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일은 고금에 없는 성스러운 일'이라" 했다.
『왕조실록』의 기록은 이러하다.
"호조참판 이현보가 병으로 사직을 요청하니 체직하여 동지중추부사에 제수했다. 지금 다시 사직서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니 조정 사대부들이 한강 가에 나와 전송하였다. 이제 영원히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신史臣은 논한다. 이현보는 일찍 노부모를 위해 외직을 자청하여 여덟 고을을 다스렸는데 부임하는 곳에서 명성과 치적이 있었다. 부모가 죽자 예를 다했고, 상례을 마치자 다시 조정에 들어와 여러 벼슬을 거쳐 참판에 이르렀다. 하루 아침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사대부들이 다투어 말렸으나 소매를 뿌리치고 하직하고는 배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배 안에는 오직 화분 몇 개와 바둑판 하나뿐이었다.
이현보의 고향 생활은 담박淡泊했다. 한가할 때 이웃사람을 방문할 경우 걸어가서 만났고, 스스로 농부로 자임自任했다. 집 앞에 큰 강이 있어서 배를 띄울 만 했다. 그래서 때로 손님이 오면 더불어 노를 저었다.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소요하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선神仙과 같다고 했다."
『중종실록』권98, 37년 7월
『퇴계집』의 기록은 이러하다.
"1540년 가을 글을 올려 뼈라도 고향에 묻히기를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휴가를 청하여 초정椒井에서 목욕하려 하였다. 좌의정 홍언필洪彦弼공이 공이 영원히 은퇴하고자함을 알고 임금께 붙잡도록 청하니, 임금이 인견하고 ‘속히 돌아오라’ 하여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겨울에 호조참판으로 옮겼고, 1542년 봄에 병을 말하며 사퇴하고자 하니 동지중추부사를 제수했다. 이에 또 병을 구실로 목욕하기를 청하고 배(舟)를 빌려 떠나니, 그때 서울의 수많은 사대부들이 나와 전별하였다. 궁궐문(都門)에서 제천정濟川亭까지 수레와 말이 일렬로 떼를 지었고 명현, 대신들이 전별시를 지어서 주며 말하기를 '이런 일은 고금에도 없는 성스러운 일'이라 하였다."
『퇴계집』, 농암선생행장
『농암집』의 기록은 이러하다.
"1542년 거듭 은퇴를 간청했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7월에 병을 연유로 온천욕을 요청하니 임금이 '휴가를 주라'하였다. 7월 16일, 고향 사람들이 선생의 둘째 아들 참봉 이희량李希樑의 집에 모였다. 셋째 아들인 경기도사 이중량李仲樑이 자리를 마련했는데, 승지 김연金緣, 승지 이해李瀣, 의정부사인 이황李滉, 성균학정 남숭南崧, 형조정랑 안공신安公信이 참석하여 시 한수씩 지어 올렸다. 퇴계의 시는 이러하다.
吾鄕李參判先生假歸將因以乞身鄕人在朝者會餞於先生仲子寓舍奉呈近體一首(우리 고향 이참판선생께서 휴가를 내고 장차 은퇴하시려고 했다. 고향사람 가운데 재조자들이 선생의 둘째아들 집에 모여 전별할때 근체시 한 수를 지어 드렸다)
引退非緣忘主恩 물러난다고 임금 은혜 잊었으랴
年高自合愛丘園 높은 나이는 전원과 부합 하네
一鄕會餞簪纓簇 한 고을 벼슬아치 모인 전별 자리는
二品辭歸齒德尊 덕치 높은 2품께서 사퇴하는 자리라네
時金子由氏及家兄爲承旨先生仲子袈虛爲參奉公幹爲京畿道事滉添舍人南伯仁爲成均學正又安大寶爲刑郞以豊基鄕人同參(이때 김자유씨 및 가형이 승지가되었고, 선생의 둘째아들 가허께서는 참봉이고 공간은 경기도사이며 황은 의정부사인으로 더렵히고 있었다. 남백인은 성균학정이고 안대보는 형조정랑인데 풍기 사람이나 동향으로 참석했다. 이는 한 시대 드문 일이라 한 마디라도 아름다움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근체시 한 수를 지어 드린다.)
다음날 17일, 임금이 인견하니 하직 인사를 올리고 도성을 나왔다. 임금이 특별히 금서대와 금포를 하사하며 호행영리에게 그 귀햐이 편안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서울 사대부들은 영원히 돌아감을 짐작하고 한때 전 조정을 비우고 전별연에 나왔다. 도성에서부터 한강 제천정 전별 여막까지 수례가 길을 메웠고, 이를 본 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일은 고금에 없는 성스러운 일’이라고 찬탄했다. 이날 종일토록 사대부들과 이별의 정담을 나누고 작별을 했다."
2. 제천정전별연
"제천정전별연는 경기감사 신거관愼居寬, 판돈령 윤임尹任, 동지중추부사 정사룡鄭士龍, 동지중추부사 윤사익尹思翼, 공조참판 윤개尹槪, 첨지중추부사 이희보李希輔, 첨지중추부사 윤계尹漑, 부원군 윤여필尹汝弼, 좌찬성 유관柳灌, 좌참찬 권벌權橃, 우참찬 이언적李彦迪, 이조판서 유인숙柳仁淑, 형조판서 이기李芑, 형조참의 이임李霖, 호조판서 정순명鄭順明, 공조판서 홍경림洪景霖 등이 참석했고, 이들의 전별행차는 다시 북쪽으로 옮겨 두모포전별연으로 이어졌다.
두모포전별연에는 병조참판 정세호鄭世虎, 이조참의 권응정權應梃, 첨지중추부사 김광준金光準이 참석했고, 전별 자리에서 예조판서 김안국金安國, 창령군 조계상曹繼商, 형조판서 성세창成世昌, 예조판서 송인수宋麟壽, 호조참의 장적張籍, 예조참의 조사수趙士秀, 의정부사인 이황李滉이 전별시를 지었다. 당하관 참석자는 너무 많아 기록할 수 없다.
배를 전세내어 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배 안에는 책과 약간의 화분이 있을 뿐이었다. 임금이 호행영리護行營吏를 보내 그 귀향이 편안하도록 명령했다.
삼전도에 도착하여 유숙했다. 비바람이 불어 새벽에 일어나 시 한 수를 짓다. 다음날 저자도楮子島에 도착하여 따라온 정세호, 권응정, 김광준, 이황, 안정安珽, 이중량李仲樑 등에게 이별 시 한 수를 썼다. 이들이 모두 차운했다. 농암의 시는 이러하다."
逐逐來尋別意牽 이별 섭섭해 총총히 따라오는 벗들
筆林村下各分船 숲 속 마을에서 배를 나누었다.
篴聲漸斷人相遠 피리소리 끊어지고 사람들 멀어지는데
日暮滄洲更茫然 날 저문 강가는 아득해지는구나
回看華嶽聳嶙峋 돌아보니 북악산은 높이 솟아
恩重如山祝更新 산 같은 무거운 은혜 새롭구나
我去豈堪稱報了 어찌 나라은혜 다 갚았다 하랴
秋風落葉合歸根 가을바람에 낙엽은 뿌리로 돌아가는 법이네.
퇴계의 시는 이러하다.
昨日江東送季鷹 어제 강동에서 농암을 이별했으니
扁舟何處伴漁燈 돗단배 지금 어느곳에서 어등을 짝하는가
我來獨宿蓬山館 돌아와 봉산관에 와서 홀로 누우니
風雨蕭蕭憾曉興 비바람이 스산하여 새벽에 일어났네
秋風猶作絆鞲鷹 가을바람에 새장의 매와 같은 신세
心事湖堂夜雨燈 호당의 비 오는 밤 심사는 등불처럼
昨日冥鴻和淚送 어제 농암선생을 눈물로 보내니
爲牽歸思向吳興 돌아가고 싶은 생각 고향을 향하네
(奉餞李先生, 是夜獨宿書堂 晩起風雨凄然有感 而作示竹窓 받들어 이 선생을 전별하다. 이날 밤 홀로 서당에서 잠을 잤다. 새벽에 일어나니 비바람이 처연하여 문득 감회에 젖어, 시를 지어 안죽창(안정)에게 보여 주었다.)
『농암집』, 연보, '퇴휴시별첩',『퇴계집』, 농암선생행장
(제천정은 한남동과 보광동 사이 강 언덕에 있었고, 두모포는 옥수동 아래 한강 기슭이었다. 삼전도는 인조의 항복장소로 유명하고 저자도는 옥수동과 압구정동 사이에 있었던 섬이었다.)
3. 효빈가效顰歌
저자도를 떠난 농암은 홀로 배에 올라 천천히 흘러가 여흥驪興에 도착하여 옛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은퇴의 기쁨을 도연명의 귀거래에 비유하고 ‘귀거래사’를 본받아 ‘효빈가’라는 소회의 국문시가를 읊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1542년 가을, 농암 늙은이 비로소 인끈을 벗고 국문을 나와, 한강 기슭에서 친구들과 이별하고 돌아가는 배를 탔다. 술에 취해 배 안에 누우니 달이 동산에 떠오르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문득 도연명의 ‘배는 표표히 바람에 나부끼고’의 구절을 읊조리니, 돌아가는 흥겨움이 더욱 깊어져 스스로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에 노래를 지으니, 이 노래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은 까닦으로 ‘효빈가’라 했다.”
歸去來 歸去來 말뿐이오 가리 업싀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뿐이오 간 사람 없어
田園이 將蕪하니 아니가고 엇뎰고 전원이 황패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草堂애 淸風明月이 나명 들명 기드리나니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효빈效顰이란 ‘추녀가 미인의 웃는 모습을 본뜬다’는 고사에서 나온 성어이니, 효빈가는 바로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아 지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시는 7, 8, 9월이 가을 절기여서, 7월은 초추라 했다.
4. 낙엽귀근落葉歸根
농암의 정계은퇴는 장관이었다. 궁궐에서 임금께 올리는 하직 인사와 더불어 전 관료가 도성에서 마차를 타고와서 참석한 한강 제천정의 공식 전별연과, 이어 이들 행차가 그대로 옮겨간 두모포 2차 전별연이 있었다. 이후 떠나는 배에 동료, 벗들이 동승하여 삼전도까지 따라와 함께 유숙하고, 다음날 저자도의 마지막 이별에 이어지는 1박2일의 유래 없는 일이었다.
모재 김안국, 충재 권벌,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등이 뱃 길까지 동행했고, 풍기군수 신재 주세붕周世鵬은 죽령고개에서 맞이했다. 그때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대신들의 전별시들이 끊임없이 지어졌다.
절친했던 벗 모재는 밤을 함게하며 이별시를 나누었고, 충재에게는 "한숨 쉬며 내 은퇴 부러워하여 한강 배에 까지 와서 이별했다( 吃吃羨我行 來別漢江舟-농암의 충재 만사輓詞)"고 했다. 회재 역시 장문의 전별시를 지었으며, 퇴계는 3일 동안 전 일정을 함께하며 거듭 시를 썼다. 퇴계의 전별시는 14수인데, 같은 운의 시를 4차례나 지었다.
광나루에서 도승지 이해가 쓴 전별시는 이러하다.
終始能全有幾人 시종 온전한 이 몇 사람인가
我公高節更無倫 우리 공의 높은 절개는 다시 비견할 사람 없네
收將廊廟經綸手 조정을 경륜하는 솜씨를 거두어
歸作江湖逸老身 강호로 돌아가 노구를 감추네
京國送行皆故舊 서울에서 전송하는 모두는 옛 친구들
鄕關迎慰盡情親 고향에는 친지들이 맞이하네
君恩賴有汾江在 임금의 은혜 분강에 있으니
榮賜何須羨季眞 그 영광스러움 어찌 하지장賀知章이 부러우랴
농암의 차운 시는 이러하다.
壽過稀三作老人 70넘은 늙은이
亞卿華秩亦殊倫 아경 벼슬 또한 특별한 일
强隨鵷列營何事 억지로 진신 반열에 있지만 무슨 유익 있으랴
合退蝸廬了此身 고향으로 물러감은 당연한 일
門外餞杯將把未 문밖 전별 잔은 아직 받지 않았는데
陛前傳敎已承親 궁궐 앞에서 임금의 전교를 직접 받았다네
歸來多少都中友 돌아가는 길 몇몇 서울 벗들은
應笑前言不是眞 당연히 내 말 거짓이라 비웃으리라
여흥에 도착하여 국문시가 '효빈가'를 지었다. 월계에 도착하여 시 한편을 지었는데, 그 가운데 '白頭歸去作耕夫(돌아가 백두의 농부가 되리라)'의 구절은 앞서 지은 시의 '秋風落葉合歸根(가을바람에 낙엽은 뿌리로 돌아가는 법이네)'의 구절과 함께 농암의 인품 깊이를 반영하고 있다. 기록은 이러하다.
여흥驪興의 벽사甓寺(현 신륵사)를 지나며 시를 지어 중에게 주었다.
驪興巨刹壓滄灣 여흥 큰 사찰 푸른 강을 압도하는데
幾度經過羨汝閒 지날 때마다 너의 한가로움 부러워했다.
我向汾江終老地 나도 이제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엇으니
世間寧獨汝爲安 세상에 어찌 너만 편안하다 하랴
여흥에서 한 편의 시를 써서 강 가운데에서 안정에게 주었다.
扁舟短棹影羈孤 편주 단도에 외로운 그림자
豈此功成范五湖 어찌 공을 이룬 범리范理에 비교할까
負郭從來田二頃 고향에 두 이랑 밭이 있으니
白頭歸去作耕夫 돌아가 백두의 농부가 되리라
"여흥을 지나 월계月溪에 도착하여 흥원역(興原站)에서 유숙하며 호행영리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시를 지었다. 시 제목은 '宿興原站 送護行吏'이다.
舟行六日到興原 뱃길로 엿세 만에 흥원에 도착하니
免使衰羸馬上奔 초췌한 몸 말 위의 어지러움 면했네
歸去慇懃兒輩道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은근히 말하리니
君恩無處不隨云 임금의 은혜 가는 곳마다 넘친다고
뱃길로 10일 밤 낮, 드디어 단양에 와서 육지에 내렸다. 죽령을 넘으니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개마루에서 술을 가지고 와서 따뜻한 영접을 하였다. 이에 시 한 수를 지었다.
草草行裝白首郞 초라한 행장의 한 늙은이
秋風匹馬嶺途長 추풍에 필마로 고개를 넘네
莫言林下稀相見 시골로 간다고 보기 힘들다 마십시요
落葉歸根自是常 낙엽귀근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소백산 아래 우계愚溪에 은거해 살고 있는 진사 황한충黃漢忠을 방문하고 시 한 수를 지어 선물했다. 그 시는 이러하다.
峩峩小白與天齊 높고 높은 소백산, 하늘과 닿아있고
客到桃源路不迷 나그네 도원의 길 무사히 찾아왔네
我亦己成歸去賦 나 또한 이미 귀거래를 이루었으니
莫誇君獨有愚溪 그대 홀로 우계에서 은거한다고 자랑하지 말게나
8월 아들 희량希樑이 살고 있는 이천伊川 별서別墅에 도착했다. 주변에 큰 소나무가 그늘을 지우는 보개정寶蓋亭 원림園林이 있었는데 일찍이 시를 지어 귀전의 흥취를 이루었다. 신재 주세붕이 송이를 보내주어 시를 지어 사례하였다. 그리고 글을 올려 관직에서 해임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10월 집에 돌아와서 바로‘농암가’를 지었다."
5. 염퇴恬退와 재야재상
농암은 1539년부터 은퇴를 요청했다. 98세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임금은 계속해서 허락하지 않았다. 동료들도 떠나지 못하게 했다. 3년만에 이루어진 마지막 은퇴에도 '병으로 온천욕을 하고 싶다'고 했고, 임금은 마지못해 '휴가를 주라'고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대부들은 영원한 휴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은퇴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료, 벗들과 이별모임이 여기저기 있었다.
모재 김안국, 충재 권벌, 회재 이언적, 온계 이해, 퇴계 이황, 호음 정사룡, 우지 서복경, 영천자 신잠, 낙봉 신광한, 숙춘 류진동 등과도 그런 이별이 있었다. 묵재 홍언필은 사퇴때마다 임금께 진언했다. 물러나지 못하도록 했다. 1540년은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묵재의 진언으로 다시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
은퇴 전 4월, 남산 유산에는 병조참판 정세호鄭世虎, 공조참판 윤개尹漑, 이조참의 권응창權應昌, 동부승지 김광준金光準, 홍문관전한 류진동柳辰仝, 의춘령 이항李抗, 조지서별제 하세청河世淸, 진사 경수문慶秀文, 권응인權應仁, 송희빈宋希빈(斌+貝), 주서 안정安珽, 병조정랑 이중량李仲樑 등이 대거 동했했고, 안정이 그 전말을 글로 남겼다.
그때 권응창, 김광준, 안정 등은 시를 남겼는데, 이때 동행한 도승지 온계 이해가 쓴 시는 이런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簡精行具非無意 간정한 행구는 뜻이 있음이니
他日東歸是指南 다른 날 돌아가는 지남으로 삼기 위함이다
농암은 이 무렵 온계와 퇴계 형제에게 '분어행盆魚行'이라는 시를 지어주며 정계를 물러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 시는 당시 관료들을 어항 속의 물고기에 비유한 장문의 특이한 형식의 시로, 정국동향의 구조적 비극성을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다. 농암은 이 시에 "어항 속 물고기들 자유를 즐기지만 그 장소를 얻은 것은 아니다(盆中遊自恣 然非得其所)"라고 했고, 퇴계는 화답시에“깊은 훈계는 저 분어행에 있으니, 지극한 가르침 새겨서 기억하리(深戒在盆魚 至誨當銘記)”했다. 그리고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했다.
이제 막 권부에 들어선 정3품 도승지, 정4품 의정부사인에게 누가 사퇴하라고 할 수 있을까. 권유도 쉽지 않고 수용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퇴계는 다음해 1543년 첫 은퇴를 감행했고, 1546년 또 물러났으며 이후 취임, 퇴임을 거듭했다. 부르면 올라갔지만 '물러남'에 항상 방점이 있는 처신이었다.그야말로 ‘진이모퇴進而謀退’였다.
이런 퇴계에게 고봉 기대승은 한때 ‘선생님의 사퇴는 매우 잘못되었습니다’라고 날카롭게 공격한 바 있는데, 퇴계는 이 공격에 대하여 최후로 농암과 주자의 은퇴를 인증하면서, “고인들에게 노병은퇴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였는데,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고 개탄했다.
농암은 은퇴했고, 퇴계는 전 일정을 함께했다.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시를 지었고, 제목도 '이참판선생가귀李參判先生假歸'이라는 특이한 표현을 했다. '이참판'이면 그대로 극존칭인데 '이참판선생'이라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어휘를 쓰고 있다. 삼전도 마지막 전별시 제목은 '봉전이선생奉餞李先生'이다. 현직 참판에게 거듭 선생이라 쓰고 있다. 그리고 따라가고 싶다고 간절히 피력했다. 존경과 흠모의 마음이 절절하다. 그리고 그 전별시 한 편에는 공교롭게도 '후생後生'이라는 시어가 있고, '후생을 감동시겼다'고 했다. 그 시는 이러하다.
上東門外候功成 소광疏光의 은퇴처럼 공은 이미 이루어졌고,
祖帳如雲感後生 전별인사 구름 같아 후생을 감동시키네.
白日登仙何足道 한 낮 신선이 되어 오르니 어찌 말로 표현하리,
急流空羨此閑行 급류시절, 어떻게 이런 명예로운 은퇴가 있을까.
농암의 은퇴는 한 명 참판 관료의 치사致仕가 아닌 한 분 선생의 역사적 사건의 한 순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저 중국의 전설적인 현인 '소광, 소수와 비견된다'고 했다. 후일 국왕이 내린 제문에도 "소광, 소수처럼 가지런히 빛난다"고 했다. 그 한 대문은 이러하다.
皤皤大老 백발의 대로는
式表朝行 조정의 표준이었다.
挽不可留 만류에도 머물지 않고
退身桑鄕 고향으로 물러났으니
寂寞靑史 적막한 청사에
二疎齊光 소광, 소수처럼 가지런히 빛나네
『농암집』, 국왕사제문
'대로大老'는 극존칭이다. '대로' 호칭은 명종유서에 '경은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라' 한 바 있다. 조선 500년, '대로'라 불려진 인물은 드물다. 참고로 우암 송시열을 그렇게 불렀고, 모신 사당이 '대로사'이다. 정조 임금이 '대로사비'의 글을 직접 짓고 써서 내린 바 있다.
농암을 역사적 현인인 도연명, 하지장, 범리 등과 흔히 비교 하였지만, '소광, 소수와 가지런하다'는 최고의 찬사라 할 수 있다. '양소'라 불리는 이들은 명예의 절정에서 물러나 중국 역사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중국 4대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명시 '불치사不致仕(물러나지 않은 자)'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양소이다. 오랜 중국의 역사에도 자진해서 정계은퇴한 인물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두고두고 찬양받는 인물로 남아있다. 정사룡, 장적, 김중청金中淸, 정응두丁應斗 등도 농암을 양소와 비교했다. 아니 넘어선다고도 했다.
'선생' 표현도 특이하다. 지금 흔한 것이 선생이지만, 당시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퇴계가 씀으로 말미암아 역사상 부각된 용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시대는 '백결선생', '강수선생' 정도 쓰였으며, 고려시대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조선시대는 양촌 권근이 목은 이색에게 '선생'이라 했고, 서거정을 '사가선생'이라 한 것 정도 보인다. 그렇지만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용어는 아니었다. 더우기 퇴계 시대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퇴계가 문득 이때 사용했고, 농암은 그 대상 인물이었다. 퇴계가 그 표현을 일관되게 쓴 유일한 사람이 또한 농암이었다.
가령 다음 시는 제목이 그대로 '농암 이선생께 올림(上聾巖李先生)’이다.
高臺新曲賞深秋 고대 새 구비에서 가을을 감상하고,
手折黃花對白鷗 손으로 국화를 꺾으면서 갈매기를 마주한다.
仰德至今淸夜夢 덕을 우러러 본 지금 맑은 밤 꿈결같이,
月明時復到中洲 밝은 달이 다시금 물속에 떠오른다.
퇴계는 1556년 '농암이선생행장'을 지었다. 농암 일대기이다. 거의 자청해서 썼다. 그 후일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의 일대기를 그 아들들의 요청으로 짓고 '선생'이라 썼다. '정암조선생행장', '회재이선생행장'이 그것이다. 1564년, 1566년 각각 지었다. 농암은 사후 1년, 정암은 45년, 회재는 13년 뒤에 지어졌다.
정암행장은 거의 자청한 것이기에 '선생'이 이미 결론되어 있었는 것 같고, 회재는 가져온 자료를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농암은 생전, 사후 모두 썼고, 정암과 회재는 사후에 쓴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 무렵 사림집단의 사회적인 최고 존칭은 '공'이었다. 35세 연하인 율곡 이이가 퇴계에게 '공'이라 했고, 50세 연하인 금계 황준량이 농암에게 '공'이라 했다. 그 누구도 '선생'은 아니었다.
'선생'은 과연 누구인가? 퇴계는 왜 사문화된 이 단어를 새삼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울까? 그 의도가 어디에 있었을까? 역사상 그 누구도 질문한 사람 없었고, 그 누구도 답변한 사람이 없었다. 퇴계의 '선생'은 우리에게, 아니 우리 민족에게 영원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선생'은 그후 보편화되었다. 퇴계가 '퇴계선생'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제자들이 차츰 그렇게 호칭하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고, 그 자신, 이 땅에서 명실공히 선생이 되어갔다. 아니 되었다.
이로보면 퇴계의 '학교설립운동(서원창건운동)'과 '선생개념확립'은 의도한 바가 있는 것은 아닌가? 도산서당의 건축과 선생 자임, 그리고 교육, 그 후일 도산서원 학교 설입은 퇴계가 그린 미래가 아니었을까? 지금 그 염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퇴계는 이때 또 하나의 용어를 사용했다. '신선神仙'이다. 은퇴하는 농암을 신선이라 했다. 전별시에 "한 낮 신선이 되어 오르니,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했다. 은퇴 후에는 흔히 했다. 가령 농암이 지은 '어부가' 발문에서, “아! 선생은 바라보면 신선같아 진실로 강호江湖의 진락眞樂을 얻었다”고 한 표현들이 그렇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표현이다. 퇴계에게 농암은 선생이며 신선이었다.
그런데 그 논리가 놀랍다. "관직에서 은퇴하는 날이 신선이 되는 날"이라 했다. '연단 수련'만이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금계 황준량에게 보낸 편지 기록이니, 아마 농암을 지칭한 것 같다.
그렇다면 퇴계에게 신선은 어떤 존재인가? 여기 퇴계 차종손 이치억 박사의 견해를 옮겨본다. 논문 제목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즐거운 자족의 삶이어야"이다.
"퇴계는 무엇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재물이나 명예나 권력 등을 '얻는' 것을 기뻐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되어야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던 것이 하나 있다.이외로 그것은 '신선’이다. 신선을 갈망하는 마음은 그의 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상에 스스로 신선이 있으니, 관직을 버리고 은퇴하는 날이 바로 신선되는 날입니다. 어찌 적성산 아래에서 연단을 해야만 신선이라 하겠습니까?’" 蓋地上自有神仙 只投紱歸來之日 是也 何必鍊丹於赤城山下 然後謂之仙耶, 『도산전서』‘答黃仲擧’
'선생'도 생소하고 '신선'은 뜻밖이다. '신선'은 퇴계 최후의 소망이었고, 되고자하는 단 하나의 목표였다. 학식과시, 명예과시, 관직과시, 인품과시에 모두 관심없었지만 신선은 그렇지 않았다. 퇴계 인생의 궁극은 어디였을까?
'중국도가 4대성지'인 적성산과 그 산의 연단은 곧 신선으로 들어가는 문턱이다. 그 '연단의 고행' 보다 '관직 은퇴가 곧 신선이 되는 날'이라 했다. 관직은퇴가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
도교는 '道'의 교다. 적성산은 청성산이라고도 하는데, 지금 그 산에 가면 '道' 한 글자만 크게 새겨 놓았다. 또 '大道無爲'를 새겨 놓았다. 적성산 뿐만아니다. 온 나라에 도교 사원이 있다. 중국은 도교의 나라이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자와 주자를 신봉하는 유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대 공교롭게도 유교의 학자들이 좋아하는 한 글자가 역시 '도'다. '도학'을 부르짖어 '도학자'가 되었고, 그 도학자들이 이른바 '동방오현'이 되었다. 16세기는 문득 도학의 시대가 되었다. 또 도학은 어느덧 정치이데올로기가 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다. 퇴계가 그 중심에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퇴계는 불교를 아주 배척했다. 유교와는 '물과 불과 같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도교는 그렇지 않다. 동전 양면처럼 수용한 측면이 있다. 성인도 되고 신선도 된다면 더욱 완벽하지 않은가! 퇴계는 정말 아무도 오를 수 없는 그 어떤 높은 곳을 소망했고, 지금 신선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는 길이다. 인생의 길이다. 무엇이 진리의 길인가? 퇴계 '자명'에 '산은 높고 높다(有山嶷嶷)'는 구절이 있다. 농암에게 쓴 제문에도 '산이 높고 높다(山之巍峩)'라고 했다. '그 높은 곳'은 어디일까? 신선이 사는 곳일까? 자명, 제문에 왜 이런 구절이 있을까? 이 구절들은 나에게 항상 화두로 남아 있다.
농암 은퇴는 그 자체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3년 뒤(1545년) 발발한 을사사화로 더욱 빛을 발했다. 충재 권벌, 회재 이언적, 온계 이해 등, 전별연에 참석했던 수많은 사림의 불행이 바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런 농암에 대해 예조정랑을 역임한 구전 김중청金中淸은 "농암의 정계은퇴는 소광, 소수를 넘어서는 것"이며, "수 천년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한 분뿐"이라 했다. 그 글은 이러하다.
“ 아! 선생의 선생다운 바는 학문과 현달이 아니오, 벼슬과 나이가 많다는 것도 아니다. 선생이 선생다운 바는 오직 정계를 자진해서 은퇴한 것이라 하겠다. 대개 유사 이래 벼슬한 사람이 용퇴한 경우로는 한나라의 소광疏廣, 소수疏受와 당나라의 양거원楊巨源 외에는 다시 듣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이 수 천년을 내려왔는데, 유독 우리 농암선생께서 쇠퇴한 세사풍속 가운데서 분연히 일어나 소광, 소수, 양거원의 자취를 이어 용퇴했다. 회재晦齋(李彦迪), 충재冲齋(權橃)께서 전송대열에 서고, 모재慕齋(金安國), 퇴계退溪(李滉)께서 시를 지어 전별했으니, 중국의 소광, 소수가 떠날 때의 1백 량의 수레가 줄을 이은 영광에 비유하겠는가… 우리 농암 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단 한 분뿐임을 진정 흠모하게 되었다.”
『구전집』 ‘농암선생퇴휴병발문聾巖先生退休屛跋文’
농암의 은퇴를 『실록』은 '염퇴恬退’로 규정했다. 사관은 "중종조와 인종조에 그 염퇴를 아름답게 여겨 품계를 올려 불렀지만 모두 오지 않았다(中廟、仁廟朝, 嘉其恬退, 陞秩召還, 而皆不至)"고 했다. 대신들도 염퇴라 했다. 위장 은퇴인 도명盜名과 현실도피인 은둔隱遁은 위선의 길이었다.
율곡 이이는 이런 풍토를 지적했고 경계했다. 염퇴는 가장 바람직한 귀거래였으나 당시에는 ‘도명지사’만 있었을 뿐 진정한 ‘염퇴지사’는 없었다. 농암이 바로 그 ‘염퇴지사’였기에 대신들이 한결같이 만류하고 이별을 섭섭해했다. 그래서 은퇴후에도 계속해서 임금깨 진언하고 있다.
정언 민기문閔起文은 “이현보, 송흠은 왕명으로 불러도 오지 않을 것이니 음식이라도 보내야 합니다”했다. 대사간 정공유鄭公裕는 “이현보는 나라의 기덕耆德이니 청컨데 정성으로 유서를 내려보내 불러 올려야 합니다”했다. 우찬성 김광준金光準은 "이현보는 염퇴의 절개를 지킨 신하입니다. 포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했다. 영부사 홍언필洪彦弼은 "조정에 원로가 없어 국가대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지 못하니 송흠, 이현보는 불려올려야 하며, 이일은 임금께서 앞장서서 조치함이 마땅할 줄 아옵니다"했다.
우의정 상진尙震은 명종에게 이렇게 주달했다.
“이현보, 어득강은 명으로 불려 올려야 합니다. 두 사람은 염퇴恬退의 절개를 지킨 사람입니다. 지금 만약 임금께서 부르지 않는다면 누가 격려하겠습니까. 상경하도록 마필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임금이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이현보, 어득강이 상경할 때 말을 보내라’하다.”
농암은 은퇴후 재야재상이 되었다. 조선전기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농암이 유일한 인물이 아닌가 한다. 은퇴 후, 관료들의 요청으로 거의 매년 벼슬이 내려 83세에는 숭정대부지중추부사가 되었다. '숭품(崇政大夫 종1품)'은 조선시대 남인으로는 최초이다.
'숭정대부' 는 정승 반열의 품계로, 89세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유지되었다.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 주십시요'라는 거듭되는 사직서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리 되지 않았다. 심지어 88세 죽음의 직전에도 '빨리 상경하라' 는 국왕유서가 내려졌다. 그래서 종신 재야재상이 되었다.
시호 역시 2년만에 내려졌다. 경로효행과 청렴절개로 '효절공'이라 했다. 효절공은 농암이 유일하다. 역사상 가장 빠른 시호 내림의 하나였다. 예우라 하더라도 매우 의례적 현상이었다. 명예로운 '청백리 녹선'도 물론 있었다.
농암은 전 생애에 걸쳐 명예를 포기하여 더 큰 명예를 얻은 삶을 몸소 보여주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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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적성산(청성산)에 있는 도교사원에 있는 글자
6. 퇴계의 '농암이선생행장'
역사는 이로부터 3년 뒤 1545년, 전별연에 참석했던 허다한 인물들이 사사되거나 귀양 가는 대참변이 일어났다. 을사사화의 발발이다. 농암은 '4대 사화' 기간과 직, 간접으로 겹쳐졌지만 모두 벗어났다. 명종대왕 유서에 "경은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 하였노라"는 구절은 가장 압축된 평가라 하겠다. 3년 뒤의 일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분어행'을 쓴 농암은 예견했고 물러났다.
그 한 구절에 "때를 지어 다니며 의기양양 하지만, 하루저녁 풍파에 몸 둘 곳도 없는 처지(隨行而逐隊 揚揚方得意 風波一夕起 將身無處置)"라 했다. 정국동향의 구조적 모순을 꽤뚫어 보고 있었다. 악의 집단이 선의 집단을 해치며 국정을 전황할 형국이었다. 그래서 떠나야 한다고 했고, 권유받은 퇴계 역시 물러났다.
퇴계는 1543년 최초 사퇴했다. 그래서 영남사림으로 사화를 벗어난 유일한 인물들이 되었다. 피화된 형 온계 이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겠다. 그 퇴계가 '농암행장'을 썼다. 정확하게는 '숭정대부행지중추부사농암이선생행장(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聾巖李先生行狀)'이다.
퇴계는 많은 글씨를 썼다. 월천서당月川書堂, 관물당觀物堂, 후조당後彫堂, 겸암정謙庵亭, 임연재臨淵齋, 설월당雪月堂, 선몽대仙夢臺, 성재惺齋, 경류정慶流亭, 송당松堂 등. 사람들이 요청했고 써 주었다. 별로 사양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글은 매우 신중했다. 가령 비문같은 글은 잘 써 주지도 않았지만, 써 주게 될 때도 사실 하나하나를 점고했고, 글자 하나하나까지 따지고 따졌다. 적확성에 조금도 어긋나면 안 되었다. 조상, 인척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의 일대기, '행장行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서 일생 동안 명종 임금과 조상을 제외하면 단 다섯 편밖에 쓰지 않았다. 농암 이현보(1467-1555), 충재 권벌(1478-1548), 정암 조광조(1482-1519), 회재 이언적(1491-1553), 그리고 촉망 받았지만 요절한 제자 금계 황준량(1517-1563)뿐이다. 수많은 요청이 있었겠지만 승낙한 것은 이 뿐이다. 그 엄격함은 행장 표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38세에 죽은 정암과, 충재보다 13세나 적은 회재는 농암과 더불어 ‘선생’이라 쓰고 충재와 금계는 ‘공公’이라 했다.
'선생'이란 온 국민의 사표가 될 만한 분에 해당하는 극 존칭의 표현이었다. 농암선생, 정암선생, 회재선생, 퇴계 안목에 당대 선생이라 할 만한 사람은 이 세분 정도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같은 사실은 퇴계가 당시 사람들이 꺼린 정암 행장을 거의 자청해서 쓴 것이기에 더욱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
한 번의 상면도 없고, 19세 나이에 '먼 발치서 잠깐 본 것'이 전부인- 38세에 불과한 -정암 일대기를 쓰고 주저없이 선생이라 했다. '정암조선생행장' 저술은 사사 처형된 정암의 명예회복과 복권은 물론이며, 모순시대의 국가적 사표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그 글은 퇴계의 지성과 양심, 그리고 역사적 시각이 함축된 시대정신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귀양지에서 죽은 충재, 회재 행장저술도 그런 측면이 있다.
금계행장은 자청해서 지었다. 명정을 직접 쓰고 의례적으로 두 편의 장문 제문을 지었다. 금계는 아마 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과 동급이거나 넘어서는 인물로 보았음이 틀림없다. 금계에게서 정암의 모습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 그림같은 인물과 선구적, 개혁적 모습이 흡사하다.
그렇다고 모든 행장이 찬양 일변도만이 아니다. 정암 행장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시시비비가 분명하다. '공부가 부족하여 그르쳤다'는 직선적 표현이 그렇다. 이런 입장은 사암 박순에게 보낸 편지에도 "어찌 바둑 두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한 수 잘못에 온 판이 그릇되지 않습니까, 기묘영수(정암 조광조)가 공부가 완성되기도 전에 갑자기 큰 명성을 얻으면서 경세제민을 자임하여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하였다. 정암의 출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농암의 출처와 극명하게 매우 대비되는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거목들인 남명 조식, 율곡 이이로 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회재에게는 "도학적 저술을 남겨 우리나라를 문명국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하며, '오직 한 분 뿐이었다'고 했다. 소신의 평가였다. 중국이 문명국이 되었음은 도학적 저술을 남긴 공자, 맹자, 주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퇴계가 우리나라를 '소중화'라 한 까닦이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엄청한 저술활동 역시 이러한 문명국의 문화의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퇴계가 회재행장’은 지은 당시의 소회가 있다. 그때까지 회재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회재가 찬술한 여러 책을 보고 ‘반복해서 참고하고 검토하고’ 나서야 ‘진정한 도학자임을 알게 되었으며’, “옛 성현의 말씀과 대조해보아도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고 했다. ‘선생’이 여기에 기록되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이러하다.
“몇 년 전 선생의 서자 전인全仁이 와서 선생이 찬술한 여러 책을 보여 주었는데, 근래 전인이 또 그 아들 준浚 편에 수집한 선생의 시문과 지명 및 거쳐 간 관직의 시말, 언행과 사실을 거듭 보내 주었다. 황이 삼가 받아서 읽고 반복해서 참고하고 검토하면서 옛 성현들의 말씀과 대조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선생이 도학에 대해서 이렇게 절실하게 추구하고, 이렇게 힘을 다해서 행하고, 이렇게 바름을 얻어, 선생의 출처의 대절과 충효의 일치가 모두 근본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문: 頃年。先生庶子全仁來示先生所纂修諸書。近全仁又遣其子浚。以其所裒集先生詩文誌銘及歷官首末言行事實重來示。滉謹受而伏讀之。反覆參究。質之以古聖賢之言。於是始知先生之於道學。其求之如此其切也。其行之如此其力也。其得之如此其正也。而凡先生之出處大節。忠孝一致。皆有所本也。
사관으로부터 "생애 한 번도 남의 잘잘못을 말한 적이 없다"고 평가받은 퇴계에게 이 두 사람의 평가는 매우 의래적이다. 퇴계에게 '출처의 바름'과 '도학의 저술'은 문명국의 건설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16세기에 부각된 개념인 ‘도학道學'과 '도학자道學者'의 정의에 대하여 율곡 이이는 이런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상고하건데‘도학’이란 이름이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출처出處에 합당하면 되겠지만, 세상이 쇠퇴하여 성현의 뜻이 전해지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충효의 의義만 알았지‘출처出處의 의’와 ‘성정性情의 뜻’은 알지 못했다. 이로써 출처와 성정을 아는자를 도학자로 지목했다." (『율곡전서』‘경연일기經筵日記’)
이런 견해는 사림집단 개개인의 처신 지침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율곡은 직접 ‘오당吾黨의 사士가 이를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 견해로 보면 퇴계는 가장 도학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사림은 16세기 진보주의자들이였고 정암, 퇴계, 남명, 율곡은 그 정점에 있는 분들이었다. 말하자면 도학은 그 이론지침이었고, 놀랍게도 『소학小學』이란 책이 그 이념서적의 구실을 했다.
그럼에도 아직 도학과 도학자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낫다. 기묘사화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을사사화가 일어났고, 그 중심 희생자가 바로 정암, 충재, 회재였기 때문이다. 두 번의 사화는 정치와 인생, 학문과 진리 등, 그 모든 것을 다시 성찰해야하는 너무도 충격적인 과제를 주었다.
퇴계의 정치여정에서 정암의 사사처형이 비극적인 한 순간이라면, 농암의 은퇴전별은 가장 감동적인 한 장면이었다. 퇴계는 정암의 도학정치, 혹은 개혁정치 실패를 교훈삼으며, 농암의 정계은퇴와 회재의 경전저술을 전 생애의 지남으로 삼았다. 이런 혼돈시대를 이끌 당대의 어른, '선생'이 절실했고, 그 대상으로 농암, 정암, 회재가 아마 그에 해당한 인물로 떠오른 것은 아니었을까? 정암, 회재에게 얼마의 오류가 있더라도 말이다.
그 성찰에서 자신이 진정한 '선생'이 되고자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선생'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세속적 목표였고, 개인적, 철학적으로 좀 더 높은 목표는 '신선'이 아니었을까? 모르긴하나 '성인'이 되고자 했을런지도 모를일이다.
농암은 이 땅에서 목격한 단 한 사람이고, 중국의 주희朱熹는 그 모든 것에 근접한 종합적인 모델로 인식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농암은 44년간의 오랜 봉직에도 불구하고 실록을 비롯한 그 어디에도 부정적 평가가 보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요컨데 퇴계에게 '도학'이란 문명국의 학문이며, 정치적 진퇴거취의 겸양과 도학적 연구저술의 성취는 문명국 건설의 핵심요소였다.
5.5. 55556<<< < 6.66666666 777. 동료 친구들의 전별시
예조판서 김안국(원운)
曾記汾川舊日盃 일찍이 분천의 옛 만남에
披圖相對意悠哉 귀거래도를 펴고 마주할 때 뜻이 있었음이나
祖鞭寧爲君先着 어찌 채찍 잡고 그대 먼저 돌아가는가
明月梨湖夢往來 밝은 달 이천의 꿈만 오락가락
지중추부사 이현보(차운)
卄載重逢此一盃 20년 만에 다시 만나 술 한 잔 나누니
人生聚散豈常哉 인생 만남과 헤어짐이 어찌 이러한가
昨宵枉說歸先後 어제 밤 돌아감의 선후를 말했지만
到曉應嘲我再來 내일 새벽이면 다시 돌아옴을 조롱하리라
(경자년 가을 내가 장차 은퇴하려하니 김국경(김안국)상국께서 술을 가지고 와서 밤이 깊도록 이윽도록 마시고 환담한 후에 전별시를 지어 주기에 차운했다.)
김안국(金安國1478-1543): 자 국경國卿, 호 모재慕齋, 좌참찬, 대제학, 인종묘정 배향, 여주 기천서원 제향, 시호 문경
좌참찬 이언적
軒冕羽輕忠孝重 벼슬은 가볍고 충효는 무거운 것
能知輕重世無人 세상사람 누가 그 경중을 아는가
靑春連佩八州印 청춘에 여덟 고을 역임했으며
華髮猶存百歲親 백발에도 100세 어버이가 계시네
此去戱班心更展 이번 길 진정 색동옷의 효도를 할 것이며
他年投釣道應伸 다른 해 낚시 줄 던지며 도를 펼 것이다.
堂開愛日人咸慕 애일의 집은 누구나 찬양하는 일
駐景椿庭信有因 빛나는 효도마당 진실로 뜻이 있네.
叨陪遊賞今難再 모시고 유상함이 이제 다시 어려우니
一別悠悠隔幾秋 이별 후 언제 다시 뵈울까
浩然歸興挽無由 호연한 귀거래 만류할 수 없으니
魂夢先尋某水邱 꿈속에 모수모구某水某邱가 먼저 보이네
이언적(李彦迪 1491-1553, 자 복고復古, 호 회재晦齋, 좌찬성, 시호 문원文元, 문묘종사, 경주 옥산서원 제향
동지중추부사 정사룡
歸棹搖搖泝晩陰 강을 거슬러 산들산들 돌아가는 돛대
佩壺撝別暮江潯 술병 들고 해 저문 강가에서 이별하네
孔丞請老稱宜擧 공승孔丞이 늙음을 청했으나 천거하는 사람 없었고
疏傳還鄕乏賜金 소광(疏傅)은 하사 받은 금만 탕진했네
聖主豈無求舊意 임금 어찌 옛 정이 없을 수 있으랴
群英應切惜賢心 관료들 역시 그 어짐을 애석해 않겠는가
休官洛下從玆始 관직에서 떠남이 지금부터지만
不負香山結社深 향산결사의 고사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정사룡(鄭士龍 1491-1570)자 운경雲卿, 호 호음湖陰, 대제학, 공조판서, 판중추부사
풍기군수 주세붕
飄飄歸興趁漁郞 나부끼며 돌아가는 어부같이,
直泝麗江玉帶長 바로 긴 한강을 거슬러 왔네
今日竹嶺回首意 오늘 죽령으로 돌아온 뜻은,
乾坤萬古是綱常 천지 만고의 강상綱常이 아니랴!
(愼齋先生以基川守携酒來迎於嶺上 신재 선생이 풍기군수로써 술을 가지고 죽령 고개에서 맞이하시다)
주세붕(周世鵬1495-1554): 자 경유景游, 호 신재愼齋, 소수서원 창건, 동지중추부사, 청백리 녹선, 시호 문민文敏.
의정부사인 이 황
上東門外候功成 소광疏光의 은퇴처럼 공은 이미 이루어졌고,
祖帳如雲感後生 전별인사 구름 같아 후생을 감동시키네.
白日登仙何足道 맑은 날 신선처럼 오르니 어찌 글로 표현하리,
急流空羨此閑行 급류시절, 어떻게 이런 명예로운 은퇴가 있을까.
(濟川亭次昌寧韻送李參判辭還 제천정에서 창령군(조계상)의 시를 따라 지어 이 참판께서 은퇴하는데 드린다.)
靈芝山舍喜初成 영지정사를 지으시고 기뻐하셨고
竹杖芒鞋伴麴生 죽장과 짚신으로 술잔을 벗 하시네
我欲徒公尋蕙路 이 몸 공을 따라 가고 싶지만
紅塵無奈惹雲行 벼슬을 버리지 못하는 내 신세
(再次呈舟中-배 안에서 다시 지어 드린다)
이황(李滉 1501-1570) : 자 경호景浩, 호 퇴계退溪, 우찬성, 대제학, 시호 문순文純, 문묘배향, 도산서원 재향.
예조참의 조사수
冠盖傾都各佩壺 술병 찬 관료들 도성 비우고,
夕陽歸路度平蕪 평원을 건너 석양에 돌아가네.
江樓高會輪蹄簇 강루 전별연 진신들 가득하니,
他日猶堪入畵圖 먼 후일 그림에는 남을 것입니다.
조사수(趙士秀 1502-1558) : 자 계임季任, 호 송강松岡, 지중추부사, 시호 문정文貞, 청백리 녹선
■금서대金犀帶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63호)
1549년 숭정대부지중추부사 교지와 함께 '금서대'(물소뿔과 금으로 만든 관복 띄)와 금포를 받았다.
"우리 농암 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한 분뿐임을 진정 흠모하게 되었다"
■ 동료, 친구들의 전별시 전체 원문
昌寧君 曺繼商
擾擾簪纓競宦成 吹竿無暇樂餘生 世間摠是馮唐老 江上秋風㰌此行
故園山水最淸奇 移入丹靑蹔不離 今日決然歸去意 林泉魚鳥亦應知
左參贊 李彦迪
軒冕羽輕忠孝重 能知輕重世無人 靑春連佩八州印 華髮猶存百歲親
此去戱班心更展 他年投釣道應伸 堂開愛日人咸慕 駐景椿庭信有因
吏散庭空鈴閣靜 時同野客樂尋幽 登山臨水千年恨 戀闕思親兩地愁
*膾每期紅蓼岸 開襟曾上碧松樓 叨陪遊賞今難再 一別悠悠隔幾秋
浩然歸興挽無由 魂夢先尋某水邱 入望白雲猶帶喜 逢春黃葉摠含愁
烟花境外探玄化 功業人間替大猷 會合塵寰那得料 莫辭臨水更淹留
同知中樞府事 鄭士龍
歸棹搖搖泝晩陰 佩壺撝別暮江潯 孔丞請老稱宜擧 疏傳還鄕乏賜金
聖主豈無求舊意 群英應切惜賢心 休官洛下從玆始 不負香山結社深
我引愆尤公引年 乞身歸去孰宜先 秋風一路饒魚稻 扳送征驢羨著鞭
明年春漲賃歸船 不負聾巖訪地仙 款折園蔬炊黍熟 向來精力故依然
同知中樞府事 金光準
强被浮石名久縶 東湖秋日送歸船 紛紛往來迷津客 依舊聾巖獨屹然
撑天太白翠嶙峋 月白蓬窓照客新 泊近淸心樓下宿 己忘風雨過楊根
禮曹判書 金安國
曾記汾川舊日盃 披圖相對意悠哉 祖鞭寧爲君先着 明月梨湖夢往來
卄載重逢此一盃 人生聚散豈常哉 昨宵枉說歸先後 到曉應嘲我再來
童幼歡迎勸引壺 更欣三徑未荒蕪 如今眞箇成歸去 不負龍山滿壁圖
刑曹判書 成世昌
不趂天街漏滴壺 理竿重踏釣臺蕪 一樽共向江樓醉 應有他年畵作圖
禮曹參判 宋麟壽
我因**尤公引年 乞身歸去孰宜先 秋風一路饒魚稻 扳送征驢羨着鞭
明年春漲賃歸船 不負聾巖訪地仙 款折園蔬炊黍熟 向來精力故依然
秋風惜別醉傾壺 却憶吾廬竹逕蕪 林下一人今始見 十年空負輞川圖
戶曹參議 張 籍
出餞江頭酒百壺 故園猶及手鋤蕪 兩疏去後君能繼 試問何人畵是圖
禮曹參議 趙士秀
冠盖傾都各佩壺 夕陽歸路度平蕪 江樓高會輪蹄簇 他日猶堪入畵圖
兵曹參判 鄭世虎
解纜徐徐傍岸牽 盡將花石載歸船 丘園不久徵書下 此別何須各黯然
回看華嶽勢嶙峋 暮泊沙汀月色新 三宿遲遲猶漸遠 計程今已過楊根
豊基郡守 周世鵬
南來逸翮恰似鷹 耿耿丹心萬古燈 供帳須知騰楊尹 雖詩語語使人興
九十灘頭百丈牽 秋風望擬季鷹舡 五雲千里幾回望 行到竹嶺方浩然
飄飄歸興趁漁郞 直泝麗江玉帶長 今日竹嶺回首意 乾坤萬古是綱常
都承旨 李 瀣
終始能全有幾人 我公高節更無倫 收將廊廟經綸手 歸作江湖逸老身
京國送行皆故舊 鄕關迎慰盡情親 君恩賴有汾江在 榮賜何須羨季眞
議政府舍人 李 滉
引退非緣忘主恩 高年自合愛丘園 一鄕會餞簪纓簇 二品辭歸齒德尊
天爲宵歡收積雨 月因離恨照芳樽 憑風寄與詩僧道 林下如今可共論
投冠歸醉故山壺 彭澤千年此路蕪 想得幽居增絶勝 風流應入御前圖
方丈何如食斷壺 甑塵淸節似萊蕪 自緣知足能無累 不必因看范蠡圖
上東門外候功成 祖帳如雲感後生 白日登仙何足道 急流空羨此閑行
流俗滔滔士鮮奇 中鉤魚困不能離 聾巖晩節休官去 自有淸風擧世知
靈芝山舍喜初成 竹杖芒鞋伴麴生 我欲徒公尋蕙路 紅塵無奈惹雲行
汾川一曲最淸奇 赤葉黃花映陸離 歸去莫嫌無二仲 淸歡魚鳥作深知
沂江歸纜想徐牽 鄕月依依照滿舡 自是退閑非悻悻 任敎行李去悠然
種松園裡作嶙峋 歸去黃花節物新 更荷君恩添不老 千年應驗吠雲根
宦遊深覺旅情孤 欲買田園傍小湖 肯許芝山容入社 從公歸去著潛夫
一夜金風露洗空 歸舟掛席國門東 獨留依舊紅塵面 還似雉群啄稻鴻
昨日江東送季鷹 扁舟何處伴漁燈 我來獨宿蓬山館 風雨蕭蕭憾曉興
秋風猶作絆鞲鷹 心事湖堂夜雨燈 昨日冥鴻和淚送 爲牽歸思向吳興
注書 安 珽
人間閑境卽方壺 不自歸休逕草蕪 冠盖送行扶醉去 如今堪畵地仙圖
淸秋客去脫鞲鷹 相送歸來已夕燈 自笑城埃空滯跡 半窓殘月獨宵興
莫言**苦相牽 看取東湖書畵舡 得意行裝知不辱 白鷗帆影更茫然
秋山雨洗更嶙峋 爭似愁人別恨新 擬趂明年尋舊約 靈芝山菜可採根
京畿都事 李仲樑
細纜洪波寸寸牽 興濃何必促歸船 別京三宿猶非遠 翻訝鄒翁出晝然
秋山明媚覺嶙峋 今古歸人發興新 况値時平身已老 始終全節道爲根
『농암집』부록附錄
■은퇴 시 동료 벗들과 함께한 또 다른 한 장면과 시
題畵竹(대나무 그림에 쓴 시)
公南行, 求竹眞于叔春元亮挺然濟甫諸公, 各寫兩幅, 皆自題其上, 濟甫獨不題求申相公, 時晦繼之 공이 남행하려고하며 대나무그림에 숙춘(류진동), 원량(신잠), 정연(안정), 제보 공에게 각각 그림 양 폭으로 시를 쓰도록 했는데, 제보만이 오직 짓지 못해 신상공(신잠)에게 요청했다. 시회(신광한)가 이어 지었다.
(**위 글은 안정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위 선현들 가운데 제보濟甫는 누구인지 확인이 안된다. )
숙춘 류진동
誰將竹*日 更向聾巖移 *與聾得伴 無聽亦無知 榮*西忘之 風霜安得欺
柳叔春(柳辰仝)
영천자 신잠
聞公嶺南宅 鬱鬱多園竹 愛之日相對 吟誦忘昕夕
邇來在都下 悵望心不捨 悠悠無所慰 我爲數叢寫
老竿忽偃蹇 風枝亦瀟洗 於玆寄幽懷 何用論眞假
靈川子 元亮(申潛)
정연 안정
平生愛竹王子猷 一日不能無此君 聾巖相公有是癖 求致寫出寒碧群
高梢老節傲雪霜 斬斬籜龍生仍雲 還如相公年德高 滿室兒孫摠能文
只要意足筆不論 爲送聾巖揖淸芬
挺然(安珽)
낙봉 신광한
塵涴東華染畵衣 故林凉影夢依依 軒窓相對難醫俗 紙上音容看亦非
駱峯 申光漢 時晦
정연 안정
案頭三絶供淸玩 最愛長靑竹一叢 雅量不爲軒冕 好將樗散賞心同
挺然(安珽)
『농암집』필사본(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돌아가는 배 안에는 화분 몇 개와 바둑판이 있을 뿐이었다"
■ 농암의 손서인 금계 황준량의 효빈가 친필
『애일당구경별록』(보물1202호)에 수록
■농암의 친필 글씨- 퇴계에 쓴 편지이다.(봉화 충재박물관 소장)
"田園이 將蕪하니 아니가고 어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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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보,‘귀거래 귀거래하되~’ 해석 및 정리
(2016학년도 EBS 수능특강 A형)
귀거래(歸去來) 귀거래하되 말뿐이오 가는 이 없어
➪관직을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말들은 하는데,
이는 모두 말뿐이오, (실제로) 가는 사람이 없어//
. 당시 관리들의 이중적 속성과 세태를 드러내고 있다.
전원(田園)이 장무(將蕪)하니 아니 가고 엇지 할고
➪(전원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전원이 점점 거칠어지니,
아니 가고 어찌 하겠는가?//
.중장은 도연명의 ‘귀거래사’ 첫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다.
.설의법을 통해 화자가 자연에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와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초당(草堂)에 청풍명월(淸風明月)이 나명 들명 기다리나니
➪초당이 자연이 들락거리며 나를 기다리니
(어찌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의인법을 통해 자연과의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1.갈래: 평시조
2.성격: 의지적
3.표현상의 특징
➊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아 지은 것으로 ‘효빈가’라고도 한다.
➋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➌의인법을 통해 자연과의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➍종장에서는 화자의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주객전도의 발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4.주제: 음풍농월하는 전원생활 지향(志向)
5.중요: 표현상의 특징을 잘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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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致仕 사직하지 않는 자들
- 白居易 백거이 -
七十而致仕 나이 칠십이면 벼슬 사직하라고
禮法有明文 예법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건만
何乃貪榮者 어찌 영화를 탐하는 그대들은
斯言如不聞 이를 알면서도 못 들은 척 하는가
可憐八九十 가련하다 나이 팔구십이 되어서
齒墮雙眸昏 이 빠지고 두 눈동자 흐릿한데
朝露貪名利 아침이슬 처지에 명리를 탐하고
夕陽憂子孫 저녁노을 신세에 자손을 근심하며
쾌冠顧翠유 걸어둔 관 끈 돌아보고
縣車惜朱輪 메어둔 수레바퀴 아까워하네
金章腰不勝 허리에 찬 금장 이기지 못하면서
구루入君門 곱사등이 모습으로 대궐에 드나드네
誰不愛富貴 누가 부귀영화 좋아하지 않으랴
誰不戀君恩 누가 임금 은총 그리위하지 않으랴만
年高須告老 나이 들면 마땅히 늙었음을 고하고
名遂合退身 명성을 얻었으니 물러남이 옳은 것을
少時共嗤초 젊어서는 같이 늙은이들 비웃더니
晩歲多因徇 이제 나이 드니 핑계만 느는구나
賢哉漢二疏 어질구나, 한나라의 소광과 소수여!
彼獨是何人 그 둘만이 올바른 사람이었네
寂寞東門路 적막하구나, 동문로 밖 길이여 !
無人繼去塵 아무도 그 유풍을 따르는 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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