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농암의 목민행정

3. 충주고을을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웠다

- 은대계회도, 고을살이, 제천정전별연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또, 명농당, 귀거래도

■사진-은대계회도銀臺契會圖(보물 1202호)

1534년(중종29년) 농암이 승정원 동료들과 가진 계회契會를 그린 그림이다. 그림 가운데는 당시 원로인 김안로金安老의 축하시가 있고, 아래 좌목에 우부승지 이현보李賢輔, 도승지 남세건南世健, 좌승지 정백붕鄭百朋, 우승지 오준吳準, 좌부승지 김광철金光轍, 우부승지 양연梁淵, 동부승지 조인규趙仁奎, 주서 이몽량李夢亮, 주서 이원손李元孫 등 계회에 참여한 9명의 이름과 관직이 기록되어 있다.

1. 고을살이

1506년 중종반정이 일어났다. 성균관전적에 복직되고, 다음해 정5품 사헌부지평이 되었다. 다음해 형조정랑이 되니 자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왔다. 선망하는 청요직에 임명되었지만 농암의 선택은 지방이었다. 보장된 영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밀양, 충주, 안동, 성주, 대구, 영주, 경주, 경상도관찰사로 이어지는 여덟 고을, 30여년의 세월을 지방에서 근무했다. 그 사이 사간원사간, 사헌부집의, 성균관사성, 우부승지, 홍문관부제학 등의 요직에 임명되었지만 그때마다 나와버렸다. 연유는 부모봉양 때문이라 했다. 대부분의 공직생활을 지방에서 했다. 퇴임 무렵 받은 차관(형조참판,호조참판)정도의 벼슬이 최고 벼슬이었다. 특이한 관료이력이었다. 30여년 고을살이도 희귀한 일이지만, 이런 관리의 청백리 녹선은 더욱 희귀하다. 경직京職을 절대적으로 선호한 당시의 정치풍토로 볼 때, 끊임없는 외직의 자청은 민생에 보다 가깝게 가고자 하는 일관된 신념 때문이었다. 동료, 후배들의 신망과 존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평持平'은 사헌부의 집의執義, 장령掌令과 함께 통칭 '대관臺官'이라 했다. 장령, 지평은 별칭 '대장臺長'이라 하고, 여기 추천된 사람을 '남대南臺'라 했다. 청렴 강직하며 학행이 뛰어난 인물이어야 했다. 그만큼 직무가 막중하기 때문이었다. 이조 전랑銓郞과 함께 조선시대의 관료사회을 지탱하는 요직중의 요직이었다. 판서, 정승에 이르는 필수 직책이었다.

영천군수로 나가는 한강변 제천정濟川亭의 전별연에는 당대의 인물들이 참석하여 전별시를 지어 주고 었다. 여기에는 예문관검열, 사간원정언, 사헌부지평 등 청요직으로 수직 승진하는 농암의 당시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별시 일부는 이러하다.

음애 이 자

春秋二三策 춘추의 헌책에,

萬象呈姸醜 만상의 미추가 드러났고,

薇垣責逾重 사간의 책임은 더욱 중해,

一身當可否 옳고 그름을 한 몸으로 감당했네.

狂瀾決巨壑 미친 물결 거대한 구렁텅이,

難容隻手救 한 몸 구하기 어려웠네.

死生自有命 생사는 천운에 있는 것,

所學不宜負 바른 일 저버릴 수 없었네.

奮臂探龍鬚 팔을 뻗어 용의 수염 저촉하며,

劇被公冶紐 공야장公冶長의 죄를 입었네.

遠󰜅花山府 멀리 안동부로 귀양가니,

圖書惟左右 좌우 책뿐이네.

輕重有諫列 경중은 오직 간관諫官에게 있는 것,

薦君稱爲首 그대를 모두 첫 번으로 천거했네.

莪冠入烏臺 관을 쓰고 사헌부에 들어가,

獻替冕前黈 옳고 그름을 임금께 간했네.

矯枉不失過 잘못됨을 고치는데 과실이 없었으니,

急病知所炎 급병에 그 처방을 알았음이네.

當時李君名 당시 그대의 명성은

播在萬人口 만인의 입에 전해 졌네.

이 자(李秄 1480-1533) : 자 차야次野, 호 음애陰崖, 우참찬, 시호 문의文懿, 충주 팔봉서원 재향.

십청헌 김세필

宣城有縣卽山南 영남의 예안 고을

正當淸淑來停窮 청숙한 기운 모여있네

異産非金亦非玉 특이한 물산은 금도 옥도 아니며

忠信十室何紛怱 충신만이 작은 고을에 총총하네

吾友棐仲乃其一 나의 벗 비중이 그 한 사람으로

撑天意氣自桑蓬 큰 뜻은 하늘을 찌르고

明光獻賦是靑年 청년시절 빛나는 문장

文名十載稱專工 그 문명 10년을 떨쳤네

年前冠豸坐烏臺 치관을 쓴 사헌부에

凜凜肝膽吹霜風 늠름한 간담은 서릿발같았네

玉堂金馬盡虛坐 옥당 금마는 모두가 헛된 것

雲程萬里誰爭雄 구름 길 만리에 누가 앞설까

日側西岑思偏苦 해 서산에 기울어지니

秋風歸意如驚鴻 가을바람에 돌아갈 뜻이 기러기 같아

朝廷優子借一郡 조정에서 그대를 한 고을로 대접하니

奉親甘旨何其豊 어버이 봉양이 부족하진 않으리라

김세필(金世弼1473-1533)자 공석公碩, 호 십청헌十淸軒, 이조참판, 충주 팔봉서원 제향, 시호 문간文簡

위암 신 상

國士如君有幾人 관리로 그대 같은 이 몇 사람이겠는가

此行偏惠一州民 이번 걸음은 한 고을 백성을 위한 것.

朝廷不是難容子 조정이 그대를 용납하기 어려우나

黑綬銅章屈爲親 어버이 봉양에 굴복했다네

신상(申鏛1480-1530) 자는 대용大用, 호는 위암韋庵, 이조판서, 예조판서, 지중추부사, 시호 문절文節

대관재 심 의

神交百年淡如水 백년의 신교, 물과 같았고,

蓮榜慣染芝蘭臭 동방급제 우정 향기롭네

他年靑史循吏傳 후일 역사 순리전에,

我當直筆君爲首 내가 직필로 그대를 첫머리에 쓰겠네.

심의(沈義1475-?) 자 의지義之, 호 대관재大觀齋,이조좌랑, 벼슬사퇴, 학문전념, 문장이 뛰어남.

정당 유여림

낙엽 지는 가을 산 나뭇잎 날고 黃落秋山葉正飛

고개 너머 구름 낀 곳 어버이 계신 곳 嶺雲橫處是親闈

돌아가는 마음 기러기같아 歸心的的如鴻鵠

며칠 뒤 고향집 뜰에서 색동옷 입으리 不日鯉庭著彩衣

사람들은 영천을 명촌이라 말하니 穎川人共說名郡

조정 대신에 걸맞은 황공을 굽혀 보냈지 爲屈黃公鼎鼐賢

봄 햇살 화사한 곳 有脚春暉偏照處

아이들이 죽마 타고 다투어 맞이하리 兒將竹馬共爭迎

여러달 사헌부에서 옷깃을 여미면서 數月秋官袂接襟

사랑과 위엄으로 사람들을 감복시켰네 寸心唯許恤兼欽

도성 남쪽의 이번 이별 견딜 수 없어 城南此別情無耐

술잔에 가득 채우는 술 사양하지 말게나 尊酒休辭恣意斟

유여림(兪汝霖 1476∼1538). 본관 기계杞溪, 자 계옥啓沃, 호 정당政堂. 전라도 관찰사ㆍ도승지ㆍ대사헌ㆍ형조판서, 예조판서,. 비인 청절사淸節祠 제향.

"후일 역사에 직필로 그대를 첫머리에 쓰겠네."

■제천정 전별연 및 지방 고을원으로 나갈 때 쓴 동료, 벗들의 전별시

(항재 류운의 시는 전채 7련으로 마지막 글자가 송,이,비,중,제,영,천으로 재미있게 지었다.)

陰崖李秄

李君仲氏友, 結髮從遊久.時聞謦欬語, 仰之如山斗.

學問要識理, 抱負自不苟.俛仰拾科第, 衆推醫國手.

聯翩入藝苑, 秉筆書所守.春秋二三策, 萬象呈姸醜.

薇垣責逾重, 一身當可否.狂瀾決巨壑, 難容隻手救.

死生自有命, 所學不宜負.奮臂探龍鬚, 劇被公冶紐.

遠竄花山府, 圖書唯左右白露成蒹葭, 荼蓼去莨莠.

中心苟正直, 外施何能誘風塵三尺劍, 心事一杯酒.

天心自悔禍, 聖人乘陽九.群賢拔茅起, 吾道屬大有.

治絲不用棼, 制亂難雜揉.輕重在諫列, 薦君稱爲首.

峩冠入烏臺, 獻替冕前黈.矯枉不失過, 急病知所灸.

當時李君名, 播在萬人口.宣城有故里, 夢入門前柳.

白雲賦岵陟, 志不在卯酉.爲親屈一郡, 非以榮紫綬.

萊衣舞北堂, 稱獻南山壽.地近偏所養, 懽情及諸舅.

治郡君所餘, 一境稱杜母.仁政不外求, 只在推所厚.

顧我守弊封, 不啻牛馬走.低眉學吏俗, 伎兩還鹵莽.

鶴髮我雙親, 今月歸田畝.此身合歸養, 未決猶抖擻.

僶俛避人謗, 祗以添厥咎.李君聽我言, 知己固不偶.

末俗事多歧, 恩怨在乾糗.衆口終漂山, 薰蕕混丹黝.

擧世盡殉名, 奔走如干掫.爲郡病在此, 此病我所忸.

大道本無形, 至寶含塵垢.吾觀醇吏傳, 實惠在去後.

慕齋金安國

六期那恨隔楓宸五馬堪誇晝錦身堂上稱觴雙白髮門前傾盖幾朱輪

鞭蒲暫試劉公政歌麥從知張守仁百里桑麻深雨露嶺南爭道永川民

訟庭人寂草空深春至村村布穀音明遠樓中無一事使君終日坐鳴琴

繁華寂寞兩非眞謾說袈裟尙掛身百步寧能多五十南宮醉語更諄諄

簾靜黃堂晝政垂使君醉臥更何爲洛中徜記交遊事時和韋娘小壁詩

鷄林崔淑生

大田村中梅雨來溪邊小樓對山開別後主人頭更白黃花何處醉登臺

明遠樓前溪水涯新秋小屋客來移古木鳥啼天欲暝蕭蕭落葉獨吟詩

鳩井村中姓崔人秋來柿子幾番新當時醉臥吾能記月影扶疎雲滿身

鬱鬱幽居雪滿頭登臨懷抱更淸秋當時淚落靑山濕應有黃花帶舊愁

曾被虛名誤半生靑山白首合歸耕萬死南荒猶未悔更從年少入西淸

多君鶴髮有雙親歸去朱輪一笑春十載松阡長入夢可憐奔走九街塵

東陽申鏛

國士如君有幾人此行偏惠一州民朝廷不是難容子黑綬銅章屈爲親

鷄林金世弼

太白之山連小白巍然磅礴雄南東騁靈騖奇自長白元氣近與蓬瀛通.

宣城有縣卽山南正當淸淑來停窮異産非金亦非玉忠信十室何紛怱

吾友棐仲乃其一撑天意氣自桑蓬明光獻賦是靑年文名十載稱專工

年前冠豸坐烏臺凜凜肝膽吹霜風玉堂金馬盡虛坐雲程萬里誰爭雄

日側西岑思偏苦秋風歸意如驚鴻朝廷優子借一郡奉親甘旨何其豊

臨皐古稱山水鄕會稽豈獨留謝公千巖萬壑養性情坱圠至化無爲中.

淳風況自羅代遠牛刀不必煩吾功抱病今朝送君行有懷欲語君應恫.

十年交遊半塵土咄咄向壁還書空南州又哭寓庵人蒿屍何日歸幽宮

知君道出曠如下山陽感舊將吾同營喪且盡十分力感激義類由君衷.

寄語全城二三子亦知我言爲不訌

晉山柳仁貴

伊予怙恃俱已遊風樹悲懷靡所戾離亭今日送君行念此悠悠空雪涕

況今遺民經喪亂環堵蕭然猶未按君須先自務懷桑莫使嗷嗷悲澤鴈

大觀齋沈義

螭頭曉旭玉筍班睡鴨香烟携滿袖亨衢日日散霜蹄金閨玉署紆紫綬

三章乞郡屈爲親一騎出守迎親舊高堂歡宴舞綵餘瑤琴數曲彈淸晝

鈴索不鳴簾幕垂桁楊臥庭苔痕覆神交百年淡如水蓮榜慣染芝蘭臭

他年靑史循吏傳我當直筆君爲首

困菴蘇世良

太守風稜足起予世間餘子但紛如本非斗印誇趨走端爲萱堂問起居

天語肯忘辭闕後政聲還播下車初當年病手應脩史準擬高名不一書

汝霖孫澍

黃落秋山葉正飛嶺雲橫處是親圍歸心的的如鴻鵠不日鯉庭著彩衣

潁川人共說名郡爲屈黃公鼎鼐賢有脚春暉偏照處兒將竹馬共爭迎

伯順南世健

平生自許濟川舟出쉬永陽値暮秋半世功名隨分做專城榮養爲親留

政敏定有蒼生惠弊袪應無田野愁禹稷一身憂底事任將天下以爲憂

達城徐厚

九月江頭菊正黃送君關外束行裝數年鄕信眞面目一笛郵亭幾短長

鴈呌幽天秋浩渺烟收荒野雨凄潦悲秋又起離愁恨獨立無言到夕陽

伯益李希輔

千里雙親白盡頭棘林棲鳳不爲羞紅旗紫盖翻斜日銅虎金章照暮秋

衣錦相如還蜀土看花何遜向楊州他年掛綵長紅日欲倩冠君爲少留

花山金瑛

明月雙溪水上樓少年爲客數年遊欲尋舊跡嫌吾老今日臨分又一秋

蓄翁黃孝獻

趨庭爲郡日五馬亦榮哉捧檄蒼生喜携琴鶴共來

嬌兒迎竹馬壽酒酌金罍製錦知能事摻刀却易裁

佳麗東南郡風流* 更長一樓明遠近萬戶樂耕桑

秋水鱸魚美春盤猫芛香何時一相見把酒對淸潦

祐之徐福慶

曾聞骨鯁臣今作股肱州借冠挽朱紱徵黃尙黑頭

外書移負虎投刃欠全牛安得煩陳榻南州御李舟

五馬潁川路行裝一鶴隨腰間廉范綬身上老萊衣

爲子孝當竭事君忠可移公應全令德不負聖明知

恒齋柳雲

秋風故鄕路五馬靑絲鞚下車過里門父老想驚動

萬井歌五袴閤琴三弄徵徵還應未久佇見百錢送

年來苦思歸不爲篿鱸美鶴髮方倚門奉檄那堪喜

一麾非爲屈名駒試千里莫輕龔遂短氓俗稱“髥李

洛下交遊久晤語常亹亹尋聞乞外郡相見知無幾.

慇懃贈一言爲君書紙尾此去拯民瘼積慶天所棐.

南土歲方熟四野歌飯罋高臥八詠樓喜占三刀夢.

山川殊阻闊憀慄天宇空故人竹下徑無復邀二仲.

昔時遊都下戱著忍辱鎧今日守會稽淸晝輝錢彩.

莫誇蜀人寵要免距心罪河東任毁譽榮辱委眞宰.

冉冉歲云徂摵摵輝短景登臨壯士別慷慨相規警.

瘡痍有未起爲政寬濟猛請君須聽取此言眞雋永.

有妹遠兄弟從人居醴泉骨肉在他鄕不見今數年.

爲報平安字餽遺須頻傳若有北來使寄書問玉川.

平甫曺繼衡

五馬怱怱去南來爲兩親日華明彩服春色正芳椿

父老歡開席兒童喜祝身餘恩推老老惠澤及黎民

永陽曾一過明遠有高樓大野微茫裏長天不盡頭

四山圍面面一水去悠悠却愧身如繫何年得自由

安處明

龜章虎符馬飛騰出守南州氣槪增樓合人高多綠出山隨政簡瑩寒氷

徒爲善譽何言治如未仁民不貴能直待二天歌罷後定看丹陞褒書徵

政堂兪汝霖

黃落秋山葉正飛嶺雲橫處是親闈歸心的的如鴻鵠不日鯉庭著彩衣

穎川人共說名郡爲屈黃公鼎鼐賢有脚春暉偏照處兒將竹馬共爭迎

數月秋官袂接襟寸心唯許恤兼欽城南此別情無耐尊酒休辭恣意斟

『농암집』영양별첩永陽別帖

■제천정전별연도濟川亭餞別燕圖(보물 1202호)

1508년(중종3년) 8월, 농암의 영천군수 부임, 전별연 모습이다. 화공이 그린 사실적 그림으로, 이 자리에는 이자李秄, 김세필金世弼, 신상申鏛, 심의沈義, 김안국金安國, 최숙생崔淑生, 류인귀柳仁貴, 소세량蘇世良, 손주孫澍, 남세건南世健, 서후徐厚, 이희보李希輔, 김영金瑛, 황효헌黃孝獻,황여헌黃汝獻,서복경徐福慶, 류운柳雲, 조계형曺繼衡 ,안처명安處明 ,유여림兪汝霖 등 당대를 이끌어간 소장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고, 시를 지어 전별했다. 막역한 친구 이희보가 전별시 서문을 썼다. 36년이 흐른 1542년 7월, 농암은 은퇴전별연을 이 정자에서 다시 한 번 개최하였다.

제천정은 1456년(세조2년)에 세운 왕실 소유의 정자로, 주변 풍광이 아름다와 왕실과 대신들에게 사랑받은 한강가의 대표적인 정자였다. 한말까지 존재했지만 어느 사이 사라져버렸다. 한강 기슭에 날아갈듯한 멋진 우리의 정자 한채 정도는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없다. 내가 당국자라면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세종로 좌우건물을 철거하고 가칭 '한국광장'을 조성하겠다. 세계문화중심국이 되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은 행정중심도시에서 문화중심도시로 변모시켜나가야 한다.

***영주군수로 떠나는 농암을 위한 전별시 2편

묵재 홍언필

昨朝期話別 어제 아침 예기하고 작별하자던 약속

今日奈相違 오늘 어찌하여 서로 어겼는지

人事如雲雨 사람 일 구름과 비와 같아

浮名有是非 덧없는 명예 시비가 있네

萱堂雙白髮 고향에 계신 백발 어버이께

西日一萊衣 색동옷 재롱떨겠지

卽此平生願 이것이 평생 소원이니

何時更北歸 어느 때 다시 북쪽으로 올라올까

홍언필(洪彦弼, 1476∼1549) 자는 자미子美, 호는 묵재默齋. 영의정, 추성위사홍제보익공신推誠衛社弘濟保翼功臣 1등 책록,, 익성부원군益城府院君에 봉해짐. 인종 묘정 배향,, 시호는 문희文僖.

용재 이 행

금의환향 색동옷 재롱떠나 錦衣去作斑衣戲

부모 연세 높아 기쁨과 두려움 교차하리 具慶年今喜懼幷

보국의 날은 길고 부모 효도 날은 짧기에 報國日長親日短

새로 은총 받아 고을 원이 되었구려 拜章新寵郡爲榮

이행(李荇1478∼1534) 자 택지擇之, 호 용재容齋, 도승지ㆍ예문관 대제학ㆍ이조판서ㆍ홍문관대제학ㆍ우의정, 시호 문헌文獻. 중종 묘정 배향.

2. 보내고 싶지 않은 사또-고을살이 평가

농암의 고을살이는 목민관의 전형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백성에게 관대했으며,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에 절대 개입되지 않도록 했다. 경상도관찰사 시절 친구, 친지의 공관출입금지는 그 대표적인 조치였다. 충주목사 시절에는 농민들이 고리대로 인해 토지를 빼앗기는 일을 척결하고, 세금에 허덕이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대구부사 시절 덕흥서숙에서 학생교육을 위해 봉급을 털어 지원하는가 하면, 안동부사 시절, 안동양로연(花山養老宴)에는 80세 이상의 남녀귀천을 함께 초청했다. 당시가 삼엄한 신분사회임을 생각하면 실로 파격적인 일이였다. 여기서 농암은 고을원의 신분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 경로는 교육과 더불어 지방행정의 중심이었다. 이런 휴머니즘 가득한 공복윤리가 있었기에 성주에서는 "고을 사람들이 전출의 길을 가로막고", 충주에서는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찰사들의 계속되는 표창상신과 당대에 계층을 초월하고 누렸던 인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농암에게 고을살이 30여년은 이상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한 지성적 지식인의 고뇌에 찬 선택이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경상도관찰사가 되었다. 공이 말하기를, '감사의 직책은 풍속 감찰을 겸하는데 본도는 지인들이 있는 곳이라 한 번 사사로 이 만나면 이로 말미암아 법도가 무너질 것'이라 하고 준엄하게 예방책을 세우니, 비록 자제, 친척이라도 공관을 드나들 수 없었다."

-『동각잡기』,『퇴계집』, 농암선생행장

"경상도관찰사 김당金璫이 아뢰기를 “신이 성주고을을 살피러 가니, 고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이현보를 유임시켜 주도록 지성스럽게 간청하였습니다."

-『중종실록』, 권55

"정병 최숙징이 상소하기를 '충주 고을은 피해가 막심합니다. 목사 이현보가 있으메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복종하는데, 지금 부모봉양으로 안동부사로 간다고 합니다. 충주의 백성들이 기운을 차릴 동안에는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해주소서.'”

-『중종실록』, 권31

"경상도관찰사 방유영方有寧이 장계하기를 '성주목사 이현보는 공정하고 청렴하며 맡은 바 그 책임을 다합니다" 했다. 왕이 전교하기를 '이현보에게 향표리鄕表裏를 내라라'하고 '네가 다스리는 고을은 땅은 크고 사람은 많으므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데, 잘 수행하여 그 혜택이 백성에 까지 미친다 하니 내가 매우 아름답게 여기노라.'”

-『중종실록』-

"충주목사에 임명되었다. 배와 장사꾼들의 번거롭고 가혹한 세금을 개선하였다. 모두들 기뻐하였고, 충주고을을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웠다. 또 안동은 고향으로 사방이 모두 친구요 또한 예안과 접근하여 공무에 구애됨이 적지 않았지만 공은 털끝만큼도 사사로움에 치우침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감히 원망하지 않았다."

-『퇴계집』, 농암선생행장-

"경상도관찰사 송천희宋千喜가 말하기를 '고을원 가운데 어진 사람은 북쪽에는 영주의 김세훈이 있고, 남쪽 에는 영천의 이현보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농암집』, 연보-

"사신史臣은 논한다. 이현보는 일찍이 늙은 부모를 위해 외직을 요청하여 여덟고을을 다스렸는데, 가는 곳마다 치적과 명성이 있었다.”

-『중종실록』, 권98

"성주고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이현보를 유임시켜 주도록 간청하였습니다"

3. 명농당明農堂, 귀거래도歸去來圖

외직을 나온 2년 후, 1510년 44세 때, 농암은 고향에 ‘명농당明農堂’이라는 조그만 집을 짓고 벽 위에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렸다. 그리고 4년 뒤 49세에 잠시 휴가를 얻어 명농당에 들러 시를 써서 붙이고 다시 한번 귀거래의 의지를 다졌다. 기록은 이러하다.

“ 우리 선대는 영천의 향족으로 동도東道에 사셨는데, 고조부 소윤공(少尹公, 휘諱:헌軒)께서 서울에서 벼슬을 하다가 소윤으로 치사하고 처음으로 이 곳에 정착하셨다. 그 후 집을 짓고 벼슬을 마치고 늙기를 여기서 했다. 산수의 빼어남과 전원의 아름다움은 천작天作으로 구비되어 있었으나 정자와 대臺 같은 것이 없었다.

1508년 가을, 내가 형조정랑으로 어버이의 연로하심이 염려스러워 외직을 자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왔는데, 그 때 고향 ‘부내(汾川)’와는 공사간에 달마다 왕래가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조그만 빈터를 얻어 연못(영금당影襟塘)을 파고, 그 위에 정자를 지어 도연명의 ‘귀거래도’를 그렸으니 생각한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1514년 겨울, 밀양부사로 임명되어 다시 고향을 찾으니 벽에 ‘귀거래도’는 여전한데 5두의 봉급으로 허리를 꺾음이 어찌 부끄러움이 없으랴만, 이 때는 아직 부모가 계시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만 시를 지어 다른 날 그 성취를 시험해 보고자 한다.“

『농암집』‘제명농당題明農堂’

龍壽山前汾水隅 용수산 앞 분강 구비에,

菟裘新築計非無 초가 한 칸 지음은 뜻한 바 있음이다.

東華十載霜侵鬢 벼슬길 10년 하얀 귀밑 털이,

滿壁虛成歸去圖 벽에는 헛되이 ‘귀거래도’만 그렸네.

■명농당, 귀거래도에 대한 동료, 친구들의 시

모재 김안국

彭澤高風颯座隅 팽택 높은 바람 자리구석 나부끼니 , ,

千秋意契未能無 천추의 뜻한 바 없지 않으리.

他年報了君恩後 훗날 임금의 은혜를 갚은 후, ,

壁上何妨續作圖 돌아가 귀거래도를 그림이 어떨까.

(八月金慕齋先生以道伯來訪于明農堂先生契好甚至升堂壽雙親因次壁上韻 1517년 8월, 모재 선생이 명농당으로 내방하셨다. 선생과는 심히 친하셨기에 안 마루로 올라 양친에게 잔을 올리고 벽 위의 시를 보고 지으셨다.)

김안국(金安國 1478-1543) : 자 국경國卿, 호 모재慕齋, 대제학, 판중추부사, 시호 문경文敬,여주 기천서원 재향.

송재 이 우

病人宜退故山隅 병든 사람 마땅히 고향으로 가야하나

君亦言歸信有無 그대 또한 간다고 말하는가

何日紋枰亭上對 어느 날 정자에서 바둑을 마주하며

從君一賭壁中圖 그대 따라 귀거래를 시도할까

이우(李堣1469-1517): 자 명중明仲,호 송재松齋, 경상도관찰사, 이조참판, 안동 청계서원 제향

운암雲巖 김연金緣

小堂臨水架南隅 남쪽 구석 작을 집을 지었으니

疊嶂長林隱有無 푸른 숲속에 있는 듯 없는 듯

今日始償投老計 금일 비로소 귀거래를 계획했으니

歸歟欣副壁間圖 돌아가리라, 벽의 귀거래도 처럼

김연(1487-1544): 자 자유, 호 운암, 정언, 지평, 강원도관찰사

■‘명농당’, ‘귀거래도’에 대한 관료, 친지들의 증시로, 모두 농암의 隅, 無, 圖 자의 운을 따라 지었다.

농 암

龍壽山前汾水隅菟裘新築計非無東華十載霜侵鬢滿壁虛成歸去圖

慕齋金安國

彭澤高風颯座隅千秋意契未能無他年報了君恩後壁上何妨續作圖

(정축년 감사로서 래방하셨다)

思齋金正國

嶺外行行地一隅山川明媚見曾無此中宜着投簪老須倩龍眠上畵圖

(을해년 감사로서 래방하셨다)

松齋李堣

病人宜退故山隅君亦言歸信有無何日紋枰亭上對從君一賭壁中圖

愼齋周世鵬

天上聲名溢海隅人間福德似公無歸來却對明農壁始覺南行是畵圖

雲巖金緣

小堂臨水架南隅疊嶂長林隱有無今日始償投老計歸歟欣副壁間圖

溫溪李瀣

百年形役行休耳於我浮名豈有無獨有小堂幽賞足喜今心事愜前圖

退溪李滉

朝市山林豈一隅行藏隨處兩難無孤雲出峀有時返恰似明農堂裏圖

"5두의 봉급으로 허리를 꺾음이 어찌 부끄러움이 없으랴"

<더 읽어보기>

영천군수로 떠나는 농암의 전별연의 증시에 대한 친구 이희보의 서문

영천군수로 떠나는 이비중(농암)을 전송하며

送李棐仲歸永川序

내가 일찍이 선비로서 조정에서 벼슬하는 자를 보니, 처음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입신양명하여 부모에게 효도하려 하지 않는 이가 없지만, 높이 출세하기에 이르러서는 벼슬자리가 마음을 유혹하고 봉록이 입을 맛들이며 명예의 굴레와 세상의 그물에 메여 속절없이 조정에서 벼슬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부모는 만리 시골에 있고 몸은 서울에 있어 음식을 마련하여 봉양하고, 아침저녁 문안하는 일을 하지 않고 늙어죽도록 효도를 잘 마치지 못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는 자가 세상에 어김없이 있게 마련이다.

공자孔子가 집이 가난하고 어버이가 늙었는데도 봉급을 받기 위해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은 불효라고 하였다. 무릇 사람이 부귀영달을 구하는 이유는 나라를 위하는 것뿐만이 아니고 그 어버이를 위한 것이니, 어버이는 잘 봉양하고 나라를 돌아보지 않으면 충성이 아니고, 나라에는 몸을 바치고 어버이를 잘 봉양하지 못하면 효도가 아니다. 이군李君 같은 이는 그 두 가지를 다 얻었다고 할 만하다.

이군은 본래 영남 사람으로 나와 함께 태학에서 지낸 지가 7,8년이 되었다. 그 뒤 이군이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었고, 나도 그 뒤를 잇게 되어 다시 서로 더욱 친밀하게 지냈으므로 그 사람 됨됨이에 대하여 깊이 알았다. 평소 생활에 효우孝友가 가정에서 드러났고 행의行義가 고을에서 소문이 났었다. 높이 출세하게 되어서는 사람들의 추중을 받고 화려하고 중요한 관직을 두루 거쳤으니, 명예의 멍에와 세상의 그물에 메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버이가 연로함에 마음을 이기지 못해 외직에 임명해주기를 힘써 요청하였고, 조정에서 그 요청을 받아들여 형조정랑으로서 영천군수로 나가게 되었다. 이것이 어찌 어버이는 만리에 있고 자신은 서울에서 생활하느라 봉양을 잘 마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옛 사람이 부귀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지고 낮에 비단옷을 입고 가는 영예로 여겼으니, 공이 이번에 가는 것은 그 영예가 낮에 비단옷을 입고 가는 정도일 뿐이겠는가. 공이 고을에 도착하는 날, 좀 먹은 정사를 개혁하고 낡은 풍속을 제거하고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고 명령을 간편하게 하여, 온 고을이 일 없이 태평하게 할 것이다. 그런 뒤에 때때로 어버이 계신 곳을 찾아가 오정五鼎을 늘여놓고 삼생三牲을 마련해놓고, 백숙부가 마루에 가득하고 빈객이 문에 가득한 자리에서 술잔을 올려 장수를 축원하고 차례로 일어나 춤을 추게 되면, 너울너울 흩날리는 색동옷 춤사위를 바라보며 백발의 어버이가 기쁨에 겨워할 것이다. 이와 같이 6년 임기 내에 영예로운 봉양을 유감없이 다하게 되면, 공이 나라에 대한 충성과 어버이에 대한 효성을 둘 다 극진히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들으니, 한漢나라 윤옹귀尹翁歸라는 사람이 효성과 청렴으로 고을을 다스리니 이웃 고을이 교화되어 사람마다 효성스럽고 청렴한 행실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공이 돌아가게 되면 영천永川의 사대부가 다 어버이에게 효도하면서 나라에 대한 충성을 잃지 않는 법을 본받게 되고, 이웃 고을도 이와 같이 하고 영남의 사대부도 이와 같이 하게 되면, 공이 이 고을을 다스린 효과가 어찌 한정됨이 있겠는가.

아, 나의 아버지가 호남의 고을 원이 되신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돌아가 봉양하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비록 이군과 같은 마음을 가졌으나 이군과 같은 고을을 얻지 못하고, 이군과 같은 일을 행하고 싶어도 이룰 수 없으니 실로 한탄스럽다. 그가 떠나는 자리에서 이미 아름답게 여기고 또 부러워하였고, 또 인하여 서문을 쓰게 되고, 아울러 시를 읊는다.

천리 멀리 계신 두 어버이 백발이시니 千里雙親白盡頭

가시 숲에 봉황이 깃들어도 부끄럽지 않네 棘林棲鳳不爲羞

붉은 기 자색 일산 석양에 번득이고 紅旗紫蓋翻斜日

동호부와 금장이 저문 가을에 빛나네 銅虎金章照暮秋

상여는 금의환향하여 촉 땅으로 돌아갔고 衣錦相如還蜀土

하손은 꽃을 보러 양주로 향하였지 看花何遜向楊州

훗날 채색 비단 달아 장홍을 설치하는 날 他年掛綵長紅日

구군 빌려서 좀 더 유임하기를 청하리 欲倩寇君爲少留

양주의 멋진 추억 어느덧 십년 落魄楊州已十秋

사람들은 두목의 풍류 최고였다지 人言杜牧最風流

남천 물가에서 쇠 피리 비껴 불고 橫吹鐵篴南川水

명원루 주렴 걷어 반쯤 걸어두었지 半掛珠簾明遠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