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농암의 평가와 모습

1. 卿은 天下大老요 當世元龜이다

- 실록,행장, 영정, 농암 이현보, 생애 8가지 유일한 점, 연보, 시호교지

1. 실록, 행장

"사신은 논한다..이현보는 영달을 좋아하지 않고 자주 부모를 위해 외직을 구했다. 드디어 부모가 돌아가자 직위가 2품이고 건강도 좋았지만, 오히려 조정을 떠나기를 수차래 간청하여 마침내 허락을 받았다. 식자들은 그를 '만족을 아는 지족지지知足之志의 식견이 있다’고 했다."

『중종실록』권96, 36년 8월

"호조참판 이현보가 병으로 사직을 요청하니 체직하여 동지중추부사에 제수했다. 지금 다시 사직서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니 조정 사대부들이 한강 가에 나와 전송하였다. 이제 영원히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신史臣은 논한다. 이현보는 일찍 노부모를 위해 외직을 자청하여 여덟 고을을 다스렸는데 부임하는 곳에서 명성과 치적이 있었다. 부모가 죽자 예를 다했고, 상례을 마치자 다시 조정에 들어와 여러 벼슬을 거쳐 참판에 이르렀다. 하루 아침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사대부들이 다투어 말렸으나 소매를 뿌리치고 하직하고는 배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배 안에는 오직 화분 몇 개와 바둑판 하나뿐이었다.

이현보의 고향 생활은 담박淡泊했다. 한가할 때 이웃사람을 방문할 경우 걸어가서 만났고, 스스로 농부로 자임自任했다. 집 앞에 큰 강이 있어서 배를 띄울 만 했다. 그래서 때로 손님이 오면 더불어 노를 저었다.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소요하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선神仙과 같다고 했다."

『중종실록』권98, 37년 7월

"왕은 말한다..경은 충효가 완전하며 나이와 덕이 고매하여 진실로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이다..영퇴이양恬退頤養이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를 헤아려 보았노라. 나라의 장래에 경국經國의 계책 세움이 허다하였고, 표리塵表에 고결함이 우뚝하였으며, 국외局外의 공명公明함을 독견獨見했도다. 나는 선왕에 이어 그대의 얼굴을 보기를 목말라 하노라..빨리 가마를 타고 올라와 과덕寡德한 사람을 위로해 주기 바란다."

『명종실록』1554년, 명종의 유서

"명종 10년 6월 28일, 지중추부사 이현보가 죽었다. 사관은 논한다 ..중종조와 인종조에 염퇴한 일을 아름답게 여겨 품계를 올려 불렀지만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 금상깨서 불렀지만 또한 간곡히 사양하고 글을 올렸는데 당시의 패단을 정확히 지적했다. 천성이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었으며, 담박하고 욕심이 없어 시골에 있을 때 일찍이 사적인 일로 관청에 청탁하는 일이 없었으며 오직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근년에 지조가 완전한 사람으로 이현보를 으뜸으로 친다.

왕이 정원에 하교하기를, '이현보는 여러 차례 불러도 오지 않더니 이제 죽으니 내 측은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치제와 부의를 각별하게 하라' 했다."

『명종실록』

"선생은 자제子弟와 비복婢僕들을 편애하지 않았으며, 자녀의 혼사에 벌열閥閱 집안을 희구하지 않았다. 성품이 고고하고 간결했으며, 사람을 대우함에 어리석고 천함을 불문하고 표리表裏가 같았다. 간혹 술자리가 마련되어 초청하면 구차하게 사양하지 않았고, 향촌에 있을 때 사적인 것으로 공적인 것을 범한 적이 없었다.

선생은 남을 위하는 데는 부지런하고 자기를 위하는 데는 치졸하였다. 항상 몸을 깨끗이 하며 넘치는 것을 경계했다. 경사가 있으면 문득 근심하며 벼슬이 오르면 두려워하여 기뻐하지 않았다. 욕심이 없어 이익을 탐내지 않았으며, 무릇 입고 쓰는 물건이 간소하여 일개 서생書生과 다름없었다."

『퇴계집』 ‘농암선생행장’

"예로부터 신하로서 높은 지위에 올라 명성을 얻은 후 몸을 거두어 한가하게 퇴로退老하고자 하지만, 대부분 자유롭게 되기가 어렵고 구차苟且하게 잘 보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 덕이 고상하여 다른 사람을 격려하여 분발하게 할 만하고 나이가 국로國老가 되기에 충분하면서 구원丘園에서 깨끗하게 만절晩節을 온전히 보전한 사람을 근세近世에서 찾아보면 오직 효절孝節 이현보 공 한 분이라 하겠다."
'농암선생신도비' 대제학 홍섬洪暹

"농암 이현보는 영천, 밀양,안동,성주,대구,충주,영주의 고을원을 지냈는데, 부임지 마다 인재양성을 급선무로 삼았다. 경주부윤 재직시에는 더욱 그러했다. 경상도관찰사 재직시에는 친지, 친구들이 감히 공관에 출입하지 못했다. 영달을 즐거워하지 않았지만 고향으로 물러난 14년 동안, 품계가 계속 올라 정승반열에 올랐다. 이것은 대게 3대 조정에서 명예에 뜻이 없고, 염퇴함을 아름답게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벼슬이 내닐때마다 사직을 요청했지만 나라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며 포상의 은총이 내려졌다. 그러나 비록 관직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한 번도 녹을 받은 적이 없다. "

『역대 청백리록』

2. 농암선생 영정影幀(보물 872호)

1537년 경상감사 집무모습을 대구 동화사 승려 옥준玉峻이 그렸다. 임란 이전 영정으로는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손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농암종택에는 이 영정 외에 1872년 추사 김정희(秋史金正喜)가 추천한 소당 이재관(小塘李在寬)이 그린 별본 영정(경북 유형문화재 63호)이 있고, 그 제작 과정이 적힌 『영정개모일기影幀改摹日記』(보물 1202호)가 있다.

농암의 모습에 대해 연산군은 “검열檢閱은 얼굴이 검붉고 볼에 털이 난 자였다”고 했고, 사관은 “강직하고 공명정대한 공무수행에 모두들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으니, 이는 외모는 검으나 심성心性이 냉엄冷嚴하다는 뜻”이라 했다. 1997년, 삼성갤러리의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국보전’에 전시된 바 있다.

3. 농암 이현보(聾巖李賢輔, 1467-1555) 약사

1467년 7월 29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분천리에서 아버지 이흠李欽 (1440-1537, 인제현감)과 안동권씨 어머니 사이에서 4형제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자字는 비중棐仲, 호號는 농암聾巖, 본관은 영천永川이다. 20세 때 홍귀달洪貴達 선생께 수학하고, 1498년 32세에 문과 급제했다. 36세, 새내기 사관史官 시절, 대간臺諫보다 더 가까이서 사초史草를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사담당 관리들이 직무를 보는 곳에 사관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연산군은 괘씸히 여겼다. 2년 뒤, 사간원정언으로 언관言官이 되어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였다가 안동으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곧 압송-장형杖刑-하옥下獄-처형이 이어졌다. 사초가 문제가 되어 발발한 무오사화 4년 뒤의 일이었고, 갑자사화 당년이었다. 연산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하니, 친구들은 이런 강직함을 보고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다. 사관史官과 언관言官으로서 사지死地를 벗어난 아주 드문 경우이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복직되고, 다음해는 사헌부지평으로 승진 발탁되었다. 다음해 자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왔다. 선망하는 청요직에 올랐지만 농암의 선택은 지방이었다. 보장된 영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밀양, 충주, 안동, 성주, 대구, 영주, 경주, 경상도관찰사로 이어지는 여덟 고을, 25여년을 근무했다. 전 관료생활을 지방에서 근무한 셈이었다. 가끔 중앙 요직의 임명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와버렸다. 특이한 관료이력이라 할 수 있다. 25여년 고을살이도 희귀한 일이지만 이런 관리의 청백리 녹선은 더욱 희귀하다. 경직京職을 절대적으로 선호한 당시의 정치풍토로 볼 때, 끊임없는 외직의 자청은 민생에 보다 가깝게 가고자 하는 일관된 신념 때문이었다. 동료들의 신망과 존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농암의 고을살이는 목민관의 전형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백성에게 관대했으며,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에 절대 개입되지 않도록 했다. 경상도관찰사 시절 친구, 친지의 공관출입금지는 그 대표적인 조치였다. 충주목사 시절 농민들이 고리대로 인해 토지를 빼았기는 일을 척결하고, 세금에 허덕이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대구부사 시절 학생교육을 위해 봉급을 털어 도우는가 하면, 안동부사 시절‘안동양로연(花山養老宴)’에는 80세 이상 남여귀천을 함깨 초청했다. 당시 사회가 삼엄한 신분사회였음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농암은 고을원의 신분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노인들을 즐겁게했다. 농암에게 '경로'는 '박애'와 더불어 지방행정의 중심이며, 전 생애를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덕목이었다.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인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사람을 대함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는 퇴계 이황의 행장行狀 기록과도 일치한다. 이런 휴머니즘 가득한 공복윤리가 있었기에 성주에서는 "고을 사람들이 전출의 길을 가로막고", 충주에서는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찰사들의 계속되는 표창상신과 당대에 계층을 초월하고 누렸던 인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농암은 대시인大詩人이며 대효자大孝子였다. 1512년 부모를 위해 애일당愛日堂이라는 정자를 짓고, 1533년에는 아홉 노인을 모신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를 개최했다. 여기서도 70세 노구의 몸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래자의 효행을 그대로 실행했다. 이런 모습에 동료,친구들이 대거 축하 시를 보냈고,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란 어필을 내린 계기가 되었다. 지금 종택마루에 선조어필이 판각되어 있고, 선현들의 친필 시 40여편 역시 종택에 보존되는데,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이 그 책이다. 애일당구로회는 아들, 손자로 이어졌고, 이후 500여 년을 이어오는 농암가문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1542년, 농암은 정계를 은퇴했다. 종2품 영감(참판) 신분으로 물러났다. 인기와 여망으로 보면 대감(판서)도 가능하고 정승(좌,우 영의정)도 가능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임금, 동료들의 만류도 뿌리쳤다. 한강 제청정에 마련된 전별연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이었다. 임금은 친히 금서대金犀帶와 금포錦袍를 하사하고, 편안한 귀향이 되도록 호행관리가 인도하라 명령했다. 전 관료들이 참석했고 전별시를 지었다. 이 날 전별연은 궁궐에서 한강까지 동료, 벗들의 전별행차가 이어졌고, 이를 본 도성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이런 일은 고금에 없는 성사”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퇴계는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퇴계는 3일 전 일정을 함께하며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전별시를 지었다. 제목도 '이참판선생가귀李參判先生假歸', '봉전이선생奉餞李先生' 등이다. '선생'은 당시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개념인데, 퇴계가 이때 처음으로 씀으로 말미암아 역사상 부각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계시대의 사림파 집단에서 상용화 된 극존칭은 '공', '상공'이었다.

김중청金中淸은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그 누구도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오직 우리 농암선생깨서 쇠퇴한 풍속에서 분연히 일어나 용퇴했다. 회재晦齋(李彦迪), 충재冲齋(權橃)께서 전송대열에 서고, 모재慕齋(金安國), 퇴계退溪(李滉)께서 시를 지어 전별했으니, 중국의 소광疏廣, 소수疏受가 떠날 때의 1백 량의 수레가 줄을 이은 영광에 어찌 비유되겠는가. 이는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 이래 없었던 일로, 우리 농암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단 한 분뿐이다”라고 했다. 『실록』은 이를 ‘염퇴恬退’라 규정했다.

농암은 돌아오는 한강 뱃머리에서 한 수 시조를 읊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았다고 하여‘효빈가效顰歌’라했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뿐이오 간 사람 없어

전원이 황폐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고향으로 돌아온 농암은 귀먹바위-농암聾巖-에 올라 감격적인 시조 한 수를 다시 읊었다. 그 시조가 유명한‘농암가’이다.

농암에 올라보니 노안이 더욱 밝아지는구나

인간사 변한들 산천이야 변할까

바위 앞 저 산, 저 언덕 어제 본 듯 하여라

농암은 은퇴 후 농부로 자임自任하고 일게 서생書生과 다름없는 담백하고 물욕 없는 생활을 하여 유선儒仙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천성적인 시인으로, 분강의 강가를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거닐면서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낭만적 풍경을 연출했다. 이 감흥과 미의식이 그대로 문학과 예술이 되었다. 이런 강호생활은 분강, 강각, 애일당을 예방한 동료, 후배들에 의해 영남가단嶺南歌壇이 형성되는 모태가 되었다. 특히 퇴계는 동향의 후배로써 인간적, 문학적으로 남다른 교류를 했으며, '어부가'의 발문에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으니, 아! 선생은 이미 강호의 그 진락眞樂을 얻었다”라고 찬양했다. 관료적문학이 성행할 때, ‘강호지락江湖之樂’과 ‘강호지미江湖之美’라는 새로운 문학세계의 지평을 열며, ‘어부장가’, ‘어부단가’를 비롯한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가작품을 남겨, 한국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쳐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았다. 어부단가 5장 가운데 그 2장은 이러하다.

굽어보면 천심녹수千尋綠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열 길 티끌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어부가’는 이후 퇴계의 ‘도산12곡’에 영향을 주었고, 이한진李漢鎭의 ‘속어부사’, 이형상 李衡祥의 ‘창보사’ 등에 이어지고, 드디어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이어졌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의 서문에서 “어부사를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하여 유세독립의 정서가 일어나게 했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고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17세기 김응조金應祖, 18세기 권두경權斗經, 19세기 이휘영李彙寧 등의 문집 기록에 “분강에서 농암의 ‘어부가’를 다 함께 불렀다”고 하여, 학술적 계승이 아닌 현장연출로서 수백 년의 집단적 전승이 있었음을 밝혀놓았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송순宋純-정철鄭澈로 이어지는 ‘호남가단湖南歌壇’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고 했다.

만년에 기로소耆老所에 입소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명종으로부터 “경은 진실로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이다. 염퇴이양恬退頤養이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 하였노라”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은퇴 후 거듭되는 상경上京 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 않으니, 나라에서 1품인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品階를 내려 예우禮遇했다. 숭정대부 품계는 영남 인물 최초이다. 그래서 조선전기 보기 드문 ‘재야재상’이 되었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 직책을 띠고 있었다.

1551년 7월 29일, 농암은 85회 생일을 맞이하며 금서대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자제들로부터 수연을 받고, 그 감격을 ‘생일가生日歌’ 한 수로 표현했다.

공명이 끝이 있을까, 목슴은 하늘에 달린 것

금서띠 굽은 허리, 80 넘어 또 봄 맞음이 그 몇 해인가

해마다 오는 이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일세

1555년 6월 13일, 89세에 몰沒하니 나라에서는 효孝와 절개의 정신을 기려 ‘효절공孝節公'이란 시호를 내렸다. 조선 500년, ‘대로大老’라고 불려 진 인물은 흔하지 않으며, 효절이란 시호 역시 농암이 유일하다. 당대 대신들이 일제히 추모 글을 썼다.

농암은 호 '귀먹바위-농암'처럼, 그 누구의 눈치나 말도 듣지 않은, 오직 자신이 옳다고하는 인생의 길로 갔고 이름을 남겼다. 그 결과 전 생애에 걸쳐 명예를 포기하여 더 큰 명예를 얻은 삶을 몸소 보여주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추모 글 가운데 당시 우참찬 안현安玹이 쓴 만장挽章 일부는 이러하다.

높은 이름 세월과 함께 다하지 아니하여 高名不與年光盡

만고에 길이 우주 사이에 머물러 있으리 萬古長留宇宙間

청백리에 녹선錄選되었고, 분강서원에 재향되었다. 문화관광부의 ‘2001년도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있었고, 2007년에는 ‘때때옷의 선비-농암 이현보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2014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농암 이현보 가족이야기'라는 명칭으로 특별전이 있었다.

남긴 유적은 농암종택, 농암사당(경북 유형문화재), 긍구당肯構堂(경북 유형문화재), 명농당明農堂, 애일당愛日堂(경북 유형문화재), 강각江閣, 묘소墓所, 신도비神道碑(경북 유형문화재) 등 당시 것과, 후대 건립한 분강서원汾江書院, 농암각자聾巖刻字(경북 유형문화재) 등이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농암종택 일대에 소재하고 있다.

유품으로는 영정影幀(보물 872호)과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 애일당구경별록愛日堂具慶別錄, 농암집 필사본, 은대계회도銀臺契會圖, 교지.교첩(敎旨, 敎牒) 구로회첩九老會帖, 내사본 당음비사, 정자동면례일기(보물 1202 일괄지정), 금서대金犀帶 (경북 유형문화재)등이 있는데, 지금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되어 있다.

농암이 80세에 하사받은 내사본 <황화집 1권>과 87세에 받은 갑인자본의 <성리군서 7권> 역시 국학진흥원에 기탁되어 있다.

3. 시호 교지

■농암에게 내린 시호 교지(보물 1202호)

죽은 숭정대부 행 지중추부사 이현보에게 효절공이라 시호를 내린다. 인자하고 은혜로우며 어버이를 사랑한 것을 효라 하고, 청렴을 좋아하고 스스로 극복한 것을 절이라 한다.[敎旨卒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李賢輔贈諡孝節公慈惠愛親好廉自克]

가정36년(1557년)3월 23일

농암 시호는 몰후 2년 뒤 1557년 내려졌다. 의례적 결정이었다. 퇴계 죽음이 1570년 12월 8일인데, 시호는 1576년 11월 10일에 내려졌다. 6년이 걸렸다. 율곡 죽음이 1584년인 시호는 1624년에 내려졌다. 30년이 걸렸다.

시호는 실직 정2품 이상 관료로서, 국가적 공로자로 인정되는 총채적 포상이었다. 인신 최대의 영예였다. 그래서 그 어떤 관직, 공로와 비교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따라서 시호를 받은 분은 존경과 더불어 영원히 추모 받을 이른바‘국불천위 자격’이 합법적으로 부여되는, 엄청난 영광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 다음 영광이 있다면 ‘청백리 녹선’인데 농암은 청백리에도 녹선되었다. 안동의 청백리 녹선은 농암과 허백당 김양진,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이다.

참고로, 시호재도는 조선전기는 엄격하게 집행되었지만, 노론집권이 공고해진 후기는 문란해졌다. 국가에서 시호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시호를 달라'고 저마다 요청을 했다. 조선후기의 문집에 흔히 나타나는 '청시장請諡狀'이라는 글은 시호 요청의 집단상소문이다. 많은 시호가 매관매직으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경술시호'라고 하는 1910년, 한일합방 직전 내려진 무더기 시호는 그 절정의 한 단면이었다. 시장도 교지도 없는 말로만의 시호였다. 110명에게 내려진 이들 시호는 6월 30일, 7월 26일, 8월 19일, 8월 20일 각각 발표했는데,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날은 8월 22일이었다.

참고로, 농암의 관직명인 '숭정대부행지중추부사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에서 '행行'은 실직보다 품계가 높을 때 쓴다. 지중추부사가 정2품인데, 숭정대부는 종1품이기에 그렇게 썼다. 그 반대라면 수守자를 쓴다.이것을 '행수법'이라 한다.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소요하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神仙과 같다고 했다.”

4.생애 8가지 유일한 점

1). 연산군 시대 사관과 언관을 역임한 관료로서 연산군의 실수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인물

-그래서 동료들이 '소주도병'이라 했다.

2). 출세가도 청요직을 버리고 관료생활 대부분을 자청해서 지방직 즉 '고을원'으로 봉직한 점

-9개고을 임명장을 받았고 8개고을에 취임하여 30여년 지방직 봉직했다. 8개 고을의 고을원 봉직자는 거의 없으며, 그런 고을원의 이력으로 '청백리'에 녹선되었다.

3). 조선조에 유일하게 정부 차원의 은퇴식을 갖고 정계를 은퇴한 점

-국왕의 금서대, 금포를 선물하고, 전 관료의 축복속에 재천정, 두모포로 이어지는 전별연과 전별시 받음은 전무후무하다.

4). 조선전기 은퇴하고 물러나서 실재 관직을 지닌 재야재상으로 예우받음.

-은퇴후 몰하는 89세까지 시골 고향에서 '숭정대부'의 품계와 '지중추부사'의 직책 유지했다. 조선전기 재야재상도 유일하며, 생시에 숭정대부 품계를 받은 인물로 영남에서는 최초이다.

5). 한국 역사상 '선생'이란 표현은 퇴계가 거의 최초로 사용한 단어이고, 그 최초 대상 인물이 농암이었음.

-'선생'은 그때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사문화된 용어였는데, 퇴계가 사용함으로써 역사상 부각된 개념이다. 농암은 일관되게 퇴계로부터 선생이라 호칭된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 당시 최고 존칭은 '공'이었다. 35세 연하의 율곡 이이의 퇴계에 대한 호칭도 '공'이었다. '선생'은 이후 일반화 되었다.

6). 사대부 경로잔치에 남여귀천을 함께 초청한 점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인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경로잔치와 사람을 대함에 남여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애일당'이란 정자를 건립하고 노래자의 효를 직접 실천했으며, 조선조에 유일하게 '효절공'으로 시호 받았다.

7). 강호지락江湖之樂과 강호지미江湖之美를 진정 구현하여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음

- 관료적문학이 성행할때 자연미를 추구하여 어부가,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 국문시가를 창작하여 조선전기 국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획기적 성과를 남겼다.

- "우리 농암 선생은 벼슬을 버리고 분수가로 염퇴했다.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기고 회포를 물외物外에 붙였다. 항상 조각배를 타고 물안개 낀 강 위에서 즐겁게 읊조리거나 낚시 바위 위를 배회하며, 물새와 고기를 벗하여 망기지락忘機知樂했으니, 그 강호지락江湖之樂의 진眞을 터득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다. 아! 선생은 이미 그 진락眞樂을 얻은 것이다.”-퇴계의 어부가 발문 가운데-

8). 1500 년대 200여년 농암 가문의 평균나이 80세 이상의 장수 전통

- 농암 89세, 아버지(李欽) 98세, 어머니(안동권씨) 85세, 숙부(李鈞) 99세, 조부(李孝孫) 84세, 조모(청주양씨) 77세, 증조부(李坡) 76세, 고조부(李軒) 84세이며, 동생(李賢佑) 91세 이며, 아들 이문량 84세, 이희량 65세, 이중량 79세, 이계량 83세, 이윤량 74세, 이숙량 74세이고, 조카인 이충량李忠樑과 이수량李遂樑이 71세, 89세, 이문량의 직계 증손자 이영운李榮運과 고손자 이양직李養直도 94세, 82세였다.

- 농암의 특이한 효성와 경로, 그리고 물욕과 명예욕 없음이 이런 장수 가문의 형성 토대가 되고 있다.

5. 농암(聾巖) 이현보(李賢輔, 1467~1555) 주요 연보

세조 13년(1467) 1세

음력 7월 29일 경상도 예안현 분천에서 출생. *아버지 이흠(李欽 : 인제 현감 역임). 어머니 안동권씨.

성종 6년(1475) 9세

서당에 들어가 공부함. 성격이 호탕하여 사냥을 좋아하고 학업에는 힘을 쓰지 않음.

성종 16년91485) 19세

향교 입학. 이후로 학업 분발함.

성종 17년(1486) 20세

허백당(虛白堂) 홍귀달(洪貴達) 선생에게 경전을 배움.

성종 19년(1488) 22세

권효성(權孝誠)의 딸 권재삼權第三과 혼인함.

연산군 1년(1495) 29세

생원시(生員試)에 2등으로 합격함.

연산군 2년(1496) 30세

성균관에 입학함.

연산군 3년(1497) 31세

관시(館試) 장원.

*관시(館試) : 성균관 유생들이 보는 문과(文科)의 초시(初試).

연산군 4년(1498) 32세

문과에 합격함.

연산군 7년(1501) 35세

천거로 예문관 검열 겸 춘추관 기사관에 임명됨.

연산군 8년(1502) 36세

사관(史官)이 대간(臺諫)보다 더 임금 가까이에서 임금의 말을 들을 수 있게 해 줄 것과, 사관(史官)도 정청(政廳)에 참여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연산군의 미움을 삼.

연산군 10년(1504) 38세

사간원 정언으로서 연산군의 뜻을 거슬러 안기역(安奇驛 : 안동 소재)에 정역(定役)됨.

중종 1년(1506) 40세

중종반정으로 복귀, 성균관 전적(典籍)에 임명됨.

중종 2년(1507) 41세

사헌부 지평 임명. 동료들로부터 소주도병(燒酒陶甁)이란 별명 얻음.

중종 3년(1508) 42세

부모 봉양을 위해 외직 자청, 영천 군수 부임. 관향(貫鄕)임에도 사사로운 청탁이 없었고, 향사례 . 향음주례에 힘씀.

중종5년(1510) 44세

명농당(明農堂) 짓고, 그 벽에 귀거래도(歸去來圖) 그림.

경상도 관찰사가 영천 군수 이현보의 포상을 건의함.

중종6년(1511) 45세

노인연(老人宴)을 개최하여 관내 노인들을 위로함. 향사례를 행함.

중종7년(1512) 46세

부모를 위해 애일당(愛日堂)을 건립함.

중종8년(1513) 47세

사간원 시간에 임명됨.

중종9년(1514) 48세

밀양 부사에 부임함. 많이 지체되던 송사(訟事)를 단기간에 정리함.

중종12년(1517) 51세

충주 목사로서 양로회( 養老會) 개최. 향사례 . 향음주례를 행함.

선박과 상인들의 세금 부담을 크게 덜어 줌. 안동 부사로 옮김.

고향 친지들의 사사로운 청탁을 일절 금함.

중종13년(1518) 52세

안동부사로서 향사례 . 향음주례를 행함. 유생들과 함께 학풍을 진작함.

중종14년(1519) 53세

안동 부사로서 안동 내 노인들을 위한 양로연(養老宴)을 개최함.

중종17년(1522) 56세

사헌부 집의에 임명됨. 부모 위해 외직을 자청, 성주 목사에 부임함.

중종19년(1524) 58세

중종(中宗)이 최고 지방관에 뽑힌 성주 목사 이현보에게 향표리(鄕表裏)를 하사함.

*향표리(鄕表裏) : 국내에서 생산된 옷 한 벌을 위한 안팎 감.

중종21년(1526) 60세

성균관 사성, 시강원 보덕 등 역임.

중종22년(1527) 61세

병조 참지, 승정원 동부승지 겸 경연참찬관, 춘추관 수찬관 등 역임.

중종23년(1528) 62세

대구 부사에 부임. 유생들을 덕흥서숙(德興書熟)으로 불러 예(禮)를 강의하고, 자신의 녹봉을 털어 이들의 학업을 도움.

중종24년(1529) 63세

영천(榮川, 지금의 영주) 군수에 부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고을 백성들의 미납 세금을 탕감해 줌.

중종26년(1531) 65세

어머니 상(喪)을 당함. * 정부인(貞夫人)추증.

중종28년(1533) 67세

형조 참의, 홍문관 부제학 지제교 겸 경연참찬관, 춘추관 수찬관 등 역임. 휴가를 내어 귀향, 애일당구로회를 개최함.

승정원 우부승지에 임명됨.

중종29년(1534) 68세

승정원 동료들과 계회(契會)함. 경주 부윤에 부임함. 출장 관리들을 위한 접대비용을 고을 백성들에게 부담시키던 것을 없앰.

경주민들이 이현보의 송덕비를 세움.

중종 30년(1535) 69세

경주 부윤으로서, 양로연(養老宴)을 열어 관내 노인들을 위로함.

중종 31년(1536) 70세

경상도 관찰사에 부임함. 친지들이 많은 이곳에서 사사로운 청탁을 일절 금지하매, 자제 . 친척조차 공관(公館)을 엿보지 못함.

중종 32년(1537) 71세

아버지 상(喪)을 당함. 의정부 좌참찬(議政府左參贊) 추증. 부인 상(喪)을 당함.

중종 34년(1539) 73세

형조 참판에 임명됨. 은퇴를 요청했으나 불허됨.

중종 35년(1540) 74세

호조 참판에 임명됨. 은퇴를 요청했으나 불허됨. <당음비사堂陰比事> 한 권을 하사받음.

중종 36년(1541) 75세

수차례 은퇴를 요청했으나 불허됨.

중종 37년(1542) 76세

은퇴를 요청했으나 불허됨. 동지중추부사에 임명됨. 질병치료를 위한 휴가 요청이 허락되어 은퇴함. 국문시가 '효빈가' 창작, 직함을 내놓으려 하였으나 불허됨. 이천 등지를 거쳐 10월에 고향에 돌아옴. 국문시가 '농암가' 창작

중종 38년(1543) 77세

지중추부사에 임명됨. 여러 번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중종 39년(1544) 78세

지중추부사의 직함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강각을 건립

인종 1년(1545) 79세

지중추부사의 직함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새 임금 인종에게 직접 인사하지 못한 대신, 정치의 요령에 대해 간곡한 상소문을 올림. 임금은 이를 가상히 여기고 이현보의 품계를 자헌대부(資憲大夫 :정2품 하)로 올림. 이현보는 이를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감.

명종 1년(1546) 80세

지중추부사의 직함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황화집(皇華集)> 한 책을 하사받음.

명종 2년(1547) 81세

부역의 균등한 부과를 위해, 8결(結)마다 1인씩의 역부(役夫)를 내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함. 속구로회(續九老會)를 개최함.

명종 4년(1549) 83세

전래의 어부가를 다듬어 새 '어부가漁父歌'를 지음. 정헌대부(正憲大夫 :정2품 상)로 승급되매, 이를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서울로 빨리 올라오라는 왕의 부탁을 사양함. 거듭 직함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되고, 오히려 쌀과 고기를 하사받음. 숭정대부(崇政大夫 ; 종1품 하)의 품계와 음식물을 하사받음. 품계와 음식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명종 6년(1551) 85세

국문시가 '생일가' 창작

명종 8년(1553) 87세

<성리군서구해(性理群書句解)> 한 부를 하사받음.

명종 9년(1554) 88세

명종(明宗)이 높이 칭찬하는 글을 내려 빨리 올라오라고 하였으나 사양하고, 이단을 배척하며 군주의 덕이 중요함을 아룀.

거듭 직함을 사양하였으나 불허됨.

명종 10년(1555) 89세

병으로 음력 6월 13일 긍구당(肯構堂)에서 돌아감.

명종 12년(1557)

효절공(孝節公)이란 시호를 받음. 청백리 녹선(녹선 연도 미상)

1699년 분강서원 건립 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