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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지정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58호
주소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118

이 건물은 용암고택을 지나 마을 뒷산 아래에 널찍한 주변의 밭 가운데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다. ‘ㅁ’자형 평면에 사랑채를 정침의 서쪽 모서리에 누마루 형식의 팔작지붕으로 두고, 그 옆으로 별도의 담장을 만들어 사당을 두고 있다. 인량마을에서는 이 삼벽당이나 충효당 같은 반가들은 마을 뒤 산 아래쪽에 주로 위치하는데, 특히 삼벽당과 충효당은 마을 좌측과 우측의 중심축 위치로 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점과, 다른 집과의 연계 없이 별도의 한적한 위치에 있으면서 주변은 밭으로 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인량마을의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 좋은 자리다. 삼벽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하연공파(賀淵公派) 이중량(李仲樑, 1504~1582)이 건립한 것으로 전하는 주택으로, 주요 구조부의 치목수법이 정교하여 건축학적 자료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집을 지은 이중량은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1467~1555)의 넷째 아들로, 중종 23년(1528)에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중중 29년(1534) 식년시에서 병과(丙科)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선조 3년(1570)에 강원도관찰사에 임명된 인물이다.

이 가옥은 동쪽으로 진입하는 동선을 갖고 있으며 누마루의 사랑채 옆으로 중문이 있고 아래채는 정침에서 동쪽으로 길게 돌출된 형태다. 전체적인 건물의 평면은 ‘ㅁ’자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쪽에 별도의 담장을 꾸며 사당을 모시고 있다. 산 아래 위치한 이 가옥은 뒤편으로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인 대나무 숲이 있고 그 뒤로는 소나무 숲이 있어 항상 4계절이 푸르고 기운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사랑측간이 집의 초입에 한적하니 자리 잡고, 그 뒤로 외벌대 축대를 만들고 화단을 꾸며 놓았으며, 다시 장대석을 장방형으로 비교적 잘 다듬은 납작돌 수평줄눈쌓기 공법으로 만든 4겹쌓기의 4벌대 기단 위에 정침이 놓여 있다. 사랑 누마루 앞으로는 2단의 장대석 쌓기에 누하주를 둔 누마루 사랑채가 팔작지붕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이 집은 아래채를 안채보다 동쪽으로 돌출시키고, 한쪽으로는 사랑채를 누마루 형식으로 놓고 이어서 서쪽으로 사당을 배치하여 마을 초입에서 보면 매우 웅장하고 큰 규모의 가옥 형태를 취하고 있다.

송림 아래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삼벽당 원경

중문 좌측 사랑채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규모로 정면 한 칸의 온돌방과 정면 두 칸 측면 두 칸의 사랑마루가 설치되어 있다. 사랑누마루 전면과 온돌방 앞으로는 추녀 아래로 쪽마루를 달고 마루널과 간단하고 낮은 청판 위에 조각 없이 동자주와 머름대만을 장식한 난간을 설치하여 매우 소박한 느낌으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중문 옆으로 나무 계단을 만들어 마루로 올라가도록 만들고 전면에는 누마루로 올라가는 계단을 생략한 것이 흥미롭다. 더욱이 사랑마루 아래 토벽으로 만들어진 굴뚝 위에 통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굴뚝은 나무가 지천인 산간지방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향토색이 짙게 묻어나 조형미를 더해준다.

사랑의 대청마루 전면 아래에는 청판을 꾸민 띠살무늬 4분합 들어열개문을 두 칸에 걸쳐 달고, 서편 벽체 한 칸에는 전면과 같이 창방 아래까지 판벽을 두고 2분합문을 꾸며 놓았다. 그 옆으로는 중인방을 조금 낮추어 판벽과 2분합 바라지창문을 대청마루 후면까지 둘러 꾸미고, 널판을 고정하는 두 줄의 배목을 중간에 달아 고정하고 있다. 사랑의 온돌방 후벽에는 반침과 벽감을 꾸며 놓았는데, 띠살무늬 창문을 옆으로 뉘어 열게 하는 들창처럼 만들어 놓았다. 고미반자의 천장에 하얀 도배지가 깔끔한 사랑방에 벽감과 미닫이문만 방 쪽으로 창살을 노출시켜 벽감의 위치를 강조하면서 특별한 공간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삼벽당의 사랑채는 이와 같이 제사를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랑으로써의 기능을 함께 하는 전통적인 사랑채의 모습이다. 특히 대청마루의 4분합문을 천장에 매달고 바라지창문을 열면 사방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마을 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도 일품이다. 멀리는 동해안의 수평선이 보이는 위치이다.

삼벽당 사랑채

 

산촌의 풍경이 느껴지는 사랑채 통나무 굴뚝

 

삼벽당 사랑 내부와 들창을 매단 모습의 벽감

 

사랑대청의 가구기법은 5량 집으로, 가운데 대들보는 둥글게 깎은 금강송을 이용하여 기둥 위에 조립하고 보를 받치는 보아지는 외부로는 보와 맞추어 직절하고 내부로는 초각을 두어 아름답게 꾸몄다. 마루대공과 종보를 받치는 수직 부재는 조각 없이 판재를 이어 댄 사다리꼴 판대공으로 대고 중보에도 판재를 이용하여 소박한 느낌을 주는데, 충량 부재나 대들보와 같은 주재마다 집 주인의 염원을 담은 묵서로 하트 모양을 그려 놓아 행복과 평안을 기리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삼벽당은 또 조선 중기에 건립한 것으로 전하여 오고 있는 건물로 주요 구조부의 치목수법이 정교한데, 귀기둥에서 부채살처럼 펼쳐진 선자연 서까래와 충량 위에 조립된 반자틀은 목조 가옥의 대표적인 모서리 가구 수법으로 전통 한옥의 아름다운 기법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또한 목재 사이의 하얀 천방과 나무의 브라운 색의 조화는 색의 대비가 아름답고 가구 방법이 세밀하여 옛 치목수법과 함께 고풍스러움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대청마루 반자와 충량

 

대청 합보와 마루대공의 가구

 

우물천장 대청마루의 서까래 의장(삼벽당)

 

안채는 사랑과 아래채의 사이에 대문을 달고 있으며, 대문 아래는 문지방을 높이고 건너다니면서 옷이 걸리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월방을 두어 아래쪽으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은 안쪽으로 열리는 분합문을 달았다. 중문의 동쪽으로는 마구간을 두어 밖으로 분합 판문을 꾸미고, 그 옆으로는 판벽을 사람 눈높이에서 일정하게 뚫어 광창을 만들었다. 이는 간혹 부엌에서 일을 하던 여인들이 밖의 인기척을 느끼면 여기로 내다보면서 바깥 동정을 살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 전통 한옥의 부엌에서는 하트형, 태극형, 선형, 삼각형, 반달형 등 다양한 문양의 광창을 두는데, 이러한 광창은 경상북도 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지역적 특색이다. 한편 중부와 남부지방에서는 벽의 중간 부분에 살창의 두툼한 틀을 달아 살대를 조작하여 의장적인 멋을 내고 광창과 통풍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안채 동북쪽 모서리에는 높은 토석 담장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는 여기서 활동하는 여인들이 겨울의 찬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만든 방한벽이다. 이 담장 외에도 이 가옥에서는 추운 겨울을 위하여 방한에 대한 대책들이 건물 곳곳에 나타난다. 예컨대 안채 마당에 커다랗게 벽난로처럼 만들어진 토벽으로 된 굴뚝도 그 중 하나이다. 건넌방의 후면 북쪽 벽을 흙으로 만든 토석 방화벽 역시 방한벽의 역할을 하는 벽으로 아름다움과 함께 이 가옥에서만 볼 수 있는 조형적인 벽의 모습이다.

안채에는 가운데 안마당을 두고 전면에 대청마루가 있으며 좌우로 날개채를 이은 ‘ㅁ’자형 평면구조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높게 쌓은 기단으로, 마치 성곽을 쌓은 듯이 납작한 장방형 돌로 납작돌 수평줄눈쌓기로 6벌대의 기단을 쌓았다. 이 인상적인 기단 위에 잘 다듬은 네모기둥을 날렵하게 세우고 그 위에 보를 걸치는 5량 구조로 충효당과 비교하여 나무의 두께가 얇고 길면서 대청의 폭이 넓어 듬직하다는 느낌보다 가볍고 날렵한 멋을 느끼게 한다. 전면 세 칸의 대청에서는 이 마을의 특징 중 하나는 고방으로 대청 한 끝을 막아 돌출시키는 배치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인량마을에서 볼 수 있는 건축기법이다. 또 서쪽에 한 칸의 모서리방을 두고 그 앞으로 툇마루를 놓아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의 구실을 하게 했으며, 판문을 달아 문을 열어 개방적인 안대청을 표현하든지, 아니면 드나드는 출입문으로 안방에서 사용하도록 하였다. 인근의 용암고택도 이와 같은 안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대청 쪽으로는 문을 만들지 않고 툇마루 통로로 2분합 띠살무늬문을 달아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대청의 돌출된 방인 고방은 하단에 음식이나 안채의 가사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튼튼한 판문을 분합문으로 두고 있으며, 상부는 건넌방에서 사용하는 다락으로 꾸며져 다락에서 밖으로 여는 판문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이 방과 건넌방 뒤편의 후벽은 화방벽으로 흙과 돌로 두텁게 만들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만든 지혜가 돋보인다. 안대청 바라지창은 머름판 없이 머름대를 두텁게 대고 좌우 여백의 판벽도 한 장짜리 판재로 만들어 겨울에 웃풍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바라지창은 윗틀에 단환의 문고리를 걸고 문과 문 사이는 조그맣고 가느다란 문고리를 걸도록 하였는데, 용암고택이 빗장둔테로 마감한 것과는 느낌의 차이가 크다. 문고리가 작은 이유는 문이 작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모듈의 장식이 이상적이라고 판단한 도편수의 경험에서 나온 장식일 것이다.

동쪽 날개채는 추녀 아래로 대청으로 다니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데 기단이 높고 안마당이 작은 이 집의 특성상 전면에 계단을 만들면 공간효율이 떨어지고 날이 궂은 날에 다니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한 생각이 기발하다.

안채의 날개채인 서편, 즉 모서리방 앞으로는 바닥이 마루널로 되어 있는 도장방을 만들고 벽은 판벽으로 만들어 통풍이 필요한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 옆으로 난 작은 방에는 작은 외닫이문이 꾸며져 있는데, 전면의 모양이 매우 조형적이고 흙으로 만든 굴뚝 또한 독창적인 예술 감각에서 나온 걸작이다. 돌과 흙으로 쌓은 디딤과 아궁이, 그리고 벽을 따라 만들어진 흙으로 만든 굴뚝을 추녀 밑에 두어 비나 눈과 같이 자연 풍화로 굴뚝이 상할 리가 없게 만든 것도 중요하지만, 추위에 대비해 아궁이에서 땐 불의 열에너지를 최대한 실내에 저장하려는 매우 공학적인 기술이 집약된 이 집만의 명물 가운데 하나다. 사랑채와 날개채 사이로 서쪽에 있는 사당으로 가는 출입문을 만들고 상부는 다락을 두어 사용하고 있다.

높은 축대가 인상적인 삼벽당 안채

 

저녁 햇살이 비치는 안마당 풍경

 

늘씬한 기둥이 받치는 안방 앞 천장의 5량 가구

 

안채 안방이 있는 서쪽 벽의 예술적인 조형미

안채 앞 날개채 방의 흥미로운 아궁이와 굴뚝의 조형미

 

 

 

건넌방이 있는 동쪽에는 세 칸의 방을 이어 놓고 출입문으로 띠살무늬 덧문을 두고 있는데, 그 앞의 디딤돌을 대신하여 납작한 돌과 흙으로 정성들여 쌓은 신발 놓는 자리는 경사진 통로에 맞추지 않고 하인방선과 맞추어 방에서 내려서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고려한 지혜가 인상적이다. 아래채 쪽으로는 건넌방과의 사이에 부엌을 두고 문을 두었으며, 아랫방으로도 연결되는 문을 만들어 음식을 나르거나 추운 날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하였다. 이 가옥은 또 집에서 충분히 떨어진 위치에 별도의 배수로를 만들어 두고 있는데, 이는 산 아래에 위치한 이 집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즉 산에서 내려오는 많은 빗물이 직접 집으로 들이닥치지 않도록 방재 시설을 해둔 것이다. 이 또한 삶의 지혜이다.

사당은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별도의 기와 담장에 사주문을 달고 그 안에 전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사당은 대부분 동쪽이나 그 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인데 비하여 삼벽당에서는 서쪽으로 정침보다 낮게 되어 있다. 안채 뒤는 바로 산 아래로 사당이 놓일 만한 장소가 아니고, 동쪽 역시 산에 오르는 등선으로 사당의 입지로는 맞지 않기에 지금의 자리가 최적의 자리였던 것 같다. 또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삼벽당의 위치는 정침을 산아래 붙여 놓고 옆으로 사당을 놓아야 집안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형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당문은 사주문 뒤편으로 문을 달고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사당은 자연석을 납작돌 수평줄눈 쌓기로 4벌대의 기단을 만들고 전면 세 칸 측면 한 칸에 퇴칸 없이 네모난 기둥을 세우고 홑처마 맞배지붕 형식을 하고 있다. 좌우로 지붕을 길게 빼고 방풍판을 달아 놓았는데, 전면이 개방적인 이유로 바람이 세서 지붕이나 방풍판이 떨어질 염려가 있었는지 이를 받치는 보조기둥을 방풍판에 대어놓았다. 협문이 채광을 위한 창살 없이 판문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일반적인 사대부집 사당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폐쇄적인 모습의 공간이나 벽 구성은 이 가옥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