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이 보덕이 중양절에 어버이 장수를 축원하여 올린 시의 서문

李輔德重陽壽親詩序

우리나라에서 중국 제도를 본떠서 모든 도에 감목관(監牧官)을 두고 때때로 서울 관원을 파견하여 말을 점검하고 그 수효를 기록하게 하였으니 이를 ‘점마(點馬)’라 한다. 금년 가을에 예주(禮州)의 이군(李君) 현보(賢輔) 씨가 이 명을 받고 영남으로 갔다가 고향에 가서 부모를 찾아뵈었다. 도착하니 때가 모자 날리는 계절이어서 울타리에 국화가 향기롭게 피어 양친이 장수하는 즐거움이 좋은 계절과 잘 만났다. 그리고 관찰사가 미리 그 뜻을 알고서 이웃 고을 수령들에게 공문을 보내 축수 잔치를 마련하도록 독려하였다. 마침 사는 곳이 작은 강과 접하였으므로 드디어 물가에 장막을 쳐서 남녀를 구별하여 연회석을 만들었고 노래를 부르는 기녀들도 다 모였다. 부친은 85세이고 모부인은 80세로서 안팎 연회석의 주인이 되어 희디흰 백발의 모습이 신선 세계에 있는 사람과 같아서 혀를 차면서 경건히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에 이군이 술동이 앞에서 술잔을 씻어 삭랑주(索郞酒)를 따르고 남양(南陽)의 국화를 띄워 공손히 아우들과 함께 올려 축수하니 모든 손님들이 손을 들어서 칭하하고 또 차례로 번갈아가며 축수 술잔을 올렸다. <남해(南陔)>와 <백화(白華)>를 번갈아 연주하여 흥을 돋우었고, 또 웃을 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몰래 작은 배에 기녀를 태워 장구를 치고 피리를 불면서 멀리 강물 가운데로 노를 저어 가게 하였으니, 어버이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방도에 대하여 마음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구경하는 자들이 온 성 안에서 다 나와 세상에서 성대한 행사가 있게 된 것을 알았다.

영해 부사(寧海府使) 채소권(蔡紹權)이 맨 먼저 절구 2수를 지어 찬양하여 뒤에 이어서 읊을 장본(張本)으로 삼았다.

이군(李君)이 행사를 마치고 대궐로 복명하여, 이윽고 나에게 들러 그 전말을 말해주었는데, 나는 부모님을 여의 사람이기에 부러워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며칠이 지난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 더욱 간곡히 서문을 부탁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맹자(孟子)가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에 왕이 되는 것은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君子有三樂而王天下不與存焉]”라고 하였다. 대개 왕이 되어 천하를 소유하는 것은 사람의 큰 소망인데 저것을 가지고 이것과 바꾸지 않으니 세 가지 즐거움이 천하보다 큰 점이 어떠하겠는가. 세 가지 중에서 천도(天道)와 관계되는 것이 한 조목이고 인사(人事)에 관계되는 것이 두 조목이니, 천도와 관계되는 것은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바로 그것이고, 인사에 관계되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아래로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과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인사(人事)이고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것은 천도(天道)이니, 인사는 나의 힘을 다하여 충분히 이룰 수 있으나 천도에 이르러서는 공자(孔子)같은 성인이나 증삼(曾參)같은 효자라도 참으로 그 사이에 터럭만큼도 끼어들 수 없다. 지금에 이군은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바를 하여 위로 하늘에서 얻어서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즐거움을 가졌으니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70세도 ‘드문 나이’라고 하는데 15년만 지나면 백세를 바라보고 십년만 지나면 90세를 바라보는 경우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는 성인이고 효자인 자도 할 수 없는 것을 이군만 홀로 하여서 홀로 소유하고 있으니, 한 고을에 그런 이가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한 고을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없다. 한 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천하에도 아예 없거나 겨우 몇이 있거나 할 것이다. 천하에 아예 없거나 겨우 몇이 있거나 한 것이 한 나라 안에 있기에 한 나라 사람들이 다 귀하게 여겨서 노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해 부사의 시가 쉰여섯 글자에 불과하지만 이어 화답하여 장차 몇 천만 수가 될지 알 수 없다. 세상의 선비들이 반드시 나의 말을 듣고서 기꺼이 축시를 지어 왼쪽으로 이어서 쓰게 될 것이다.

황명(皇明) 가정(嘉靖) 병술년(1526, 중종 22) 겨울에 눌재거사(訥齋居士)가 삼가 서문을 쓰다.

경축 연회의 시권에 쓰다

題慶筵詩軸

내 보니 자식 낳아 머리가 마르기 전에吾看生子髮未燥

밤낮으로 쓰다듬으며 입신양명 바라는데日夜撫頂冀立揚

하루아침에 부귀하여 열정에 이르면一朝富貴至列鼎

어느새 풍수의 한에 부질없이 슬퍼하고 말지已矣風樹徒悲傷

두 가지 섬김 다 완전함은 옛날부터 적었으니二事雙全從古少

참으로 덕을 뿌리지 않고서 어찌 그렇게 되랴苟非種德焉能當

누가 지금 이내상에게 비할 수 있으랴誰似今時李內相

구십 세 양친이 아직도 건강한 것처럼九秩耶孃尙强康

일찍 <녹명>을 노래하여 벼슬하니早歌鹿鳴貢帝庭

높은 명성 찬란하게 한 고을을 울렸네超名奕舃殷一鄕

임명장 받들어 영예로 봉양한 지 수십 년捧檄榮養數十載

큰 고을 곳곳에서 공황을 구가하였네列傍鉅郡歌龔黃

특별히 승정원에 성대하게 조서를 내리니特下鸞詔盛銀臺

구경당에 먼저 환성이 울려퍼졌네懽聲先騰具慶堂

바로 비황 내려 귀향하여 어버이 모시니 旋賜飛黃歸洗牏

융숭한 성은에 조야가 감탄하였네 朝野嘖嘖聖恩汪

태수는 쇠뇌를 지고 앞장서서 달리고太守負弩爲前驅

방백은 행차 머물러 길가에서 기다렸네方伯駐節候路傍

문에서 기다리는 눈에 들어오는 찬란한 빛 倚門望中爛生輝

초관과 옥 귀고리 고향에서 빛나네貂冠玉珥暎榟桑

큰 강가에 구름 같은 장막 높게 펼치니高張雲幕大江濱

어룡 잠긴 물속에 산하 그림자 어른거리네山河影動魚龍藏

이 때가 바로 정해년 초겨울이어서是歲丁亥之初冬

매서운 추위에 바람이 거세었는데 寒威料峭風力剛

상제가 염려하여 축융에게 명하여上帝念此勅祝融

온기를 불어넣어 봄 햇살이 돌아왔네呵噓溫氣回春陽

따뜻한 바람과 햇살 너무나 반가우니 風日姸暄大有情

버들 춤추는 듯하고 물새 날아오르네渚柳似舞沙鳥翔

진수성찬이 은쟁반에 쌓여 있고龍胙鳳炙堆銀盤

금 술잔 옥 술병이 수없이 돌았네金樽玉壺紛千行

서왕모가 천년의 선도를 받들어 올리고王母捧進千年桃

옥왕제가 아름다운 글을 내렸네玉皇勅賜雲篆章

신선같은 모습으로 서로 상좌에 앉으니仙姿相對壓上座

얼굴은 봄꽃 귀밑머리는 서리 같았네顔如春紅鬢如霜

춘훤 그림자 속에 화기애애한 정취椿萱影裏情融融

준오 날지 않아 겨울 해가 길었네踆烏不飛冬日長

옛날 무릎에서 떼쓰고 울던 아이가昔時嬌啼膝下兒

오늘은 비단 도포 입고 옥을 찬 분今日玉珮雲錦裳

<목계가> 우렁차고 색동옷 입고 춤추니木鷄歌高舞綵衣

십리에 어로의 향기 피어 올랐네 十里飄拂御爐香

북두로 술 따라 남산의 장수 축원하니手斟北斗祝南山

남극 노인성이 반짝반짝 빛나네南極老星動光芒

한 구역의 풍류가 바로 신선 모임이니一區風流是仙會

요지의 잔치 어찌 자랑할 것이 있으랴瑤池之宴何足張

여러 고을 사람들 발이 부르트면서 왔고數郡人民重趼至

좌우에서 구경하는 이들 담처럼 둘렀네左右觀者如堵墻

그중에 부로들 눈물 흘리며 하는 말이箇中父老垂淚說

고을이 있고부터 이런 영광이 없었다네自有此鄕無此光

뜰 가득한 묵객들 아름다운 일 축송하여滿筵詞客頌勝事

붓을 휘둘러 주옥같은 시를 읊었네爭揮綵筆鳴琳琅

돌아와 조정 관료들 다 참여하니歸來挫盡縉紳中

하루 천 편의 시가 상자에 가득 찼네一日千首盈金箱

여광이 외람되게 동호자에게 미쳤으나餘光叨忝東湖子

이몸 재능이 없으니 어찌 감히 바라랴賤子才薄安敢望

나는 당시에 영가의 백성我是當年永嘉氓

영가의 어진 정사 실컷 맛보았네永嘉德政曾飽嘗

충효가 이와 같이 밝게 드러났으니忠孝昭昭有如此

경사 기름이 남다르지 않을 수 있으랴毓慶能不異尋常

가문에 경사를 쌓음이 두텁기에吾知于門積慶厚

멀리 후손까지 미쳐 끝이 없고遠及雲仍應未央

훗날 이 시권 이어져 수레에 가득하여他年此軸續盈車

청사에 기록되어 더욱 훤히 빛나리傳入靑史增輝煌

내 이름 끝에 끼였으니 얼마나 다행인가何幸姓名厠紙尾

천추만세토록 무궁히 전해지리라千秋萬歲垂無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