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type="text/javascript" src="/js/flashObject.js?20130906-1"></script><script type="text/javascript"> var currentPlayer; var wT = document.title; function setCurrentPlayer(_id) { if (currentPlayer != undefined && currentPlayer != _id) { var player = nhn.FlashObject.find(currentPlayer); player.stopSound(); } currentPlayer = _id; document.title = wT; } function flashClick() { document.title = wT; } window.onload = function() { document.title = wT; } </script>

  

 

 

예로부터 신하로서 높은 지위에 올라 명성을 수립한 후 몸을 거두어 한가하게 퇴로(退老)하고자 하지 않은 바 아니지만, 대부분 자유롭게 되기가 어렵고 구차(苟且)하게 잘 보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 덕(德)이 고상하여 다른 사람을 격려하여 분발하게 할 만하고 나이가 국로(國老)가 되기에 충분하면서 구원(丘園)에서 깨끗하게 만절(晩節)을 온전히 보전한 사람을 근세(近世)에서 찾아보면 오직 효절(孝節) 이현보(李賢輔)공 한 분이라 하겠다.

공의 휘(諱)는 현보(賢輔)요 자(字)는 비중(棐仲)이니, 그 선대는 영천인(永川人)이다. 이헌(李軒)이 처음으로 예안현(禮安縣)으로 이사해 살아서 마침내 그 현의 사람이 되어 벼슬이 군기시 소윤(軍器寺少尹)에 이르렀는데, 공의 고조(高祖)가 된다. 소윤이 이파(李坡)를 낳았으니 의흥 현감(義興縣監)이요, 현감이 이효손(李孝孫)을 낳았으니 통례문 봉례(通禮門奉禮)요, 봉례가 이흠(李欽)을 낳았으니 인제 현감(麟蹄縣監)이요, 현감이 호군(護軍) 권겸(權謙)의 딸에게 장가들어 성화(成化) 정해년(丁亥年, 1467년 세조 13년) 7월 29일에 공을 낳았다.

처음 봉례공(奉禮公)이 일찍이 산사(山寺)에 가서 놀았는데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말하기를, “선(善)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느니라[積善之家 必有餘慶]” 하였다. 깨어보니 권씨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여겼으며 그래서 공의 젊어서 이름이 유경(有慶)이었다.

공은 태어나면서부터 빼어나고 골상(骨相)이 비범하였는데, 사냥을 아주 좋아하고 학문에 전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향교(鄕校)를 구경하고 와서 비로소 분발하여 책을 읽고 글을 지으면서 조어(造語)가 민첩하고 뛰어나 동연배(同年輩)들의 중시(重視)를 받았다. 문광공(文匡公) 홍귀달(洪貴達)에게 수업(受業)하였는데, 문광공이 큰 그릇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을묘년(乙卯年, 1495년 연산군 원년)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무오년(戊午年, 1498년 연산군 4년) 과거(科擧)에 급제하여 처음에 교서관 정자(校書館正字)에 보임(補任)되었다. 신유년(辛酉年, 1501년 연산군 7년)에 예문관 검열(藝文館檢閱)에 추천되어 처음으로 사필(史筆)을 잡았는데 글 쓰는 일이 구차하지 않았다.

임술년(壬戌年, 1502년 연산군 8년)에 공이 연산주(燕山主)에게 아뢰기를, “사관(史官)은 임금의 언동(言動)을 기록하는데 탑하(榻下)에서 멀리 떨어져 엎드려 있습니다. 청컨대 탑전(榻前) 가까이 엎드려 기주(記注)에 소루함이 없게 하소서.”라고 하니, 연산주가 마음에 거슬렸지만 그래도 허락하였다. 갑자년(甲子年, 1504년 연산군 10년)에 성균관 전적(成均館典籍)으로 승진하여 시강원(侍講院)에 선입(選入)되어 사서(司書)가 되었다.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이 되어서 서연관(書筵官)의 실수를 논박(論駁)하였는데, 이때 연산주가 바야흐로 언관(言官)을 원수로 여기던 터여서 이를 인해 매우 성을 내어 말하기를, “간관(諫官)이 들은 바가 있으면 마땅히 즉시 아뢰어야지 어찌 하루 동안이나 지체하였는가?”라고 하여, 금부(禁府)에 내려 안동(安東) 안기역(安奇驛)으로 유배(流配)하였다.

병인년(丙寅年, 1506년 연산군 12년) 중종(中宗)이 반정(反正)하자 공은 적적(謫籍)에 있다가 호조 좌랑(戶曹佐郞)에 제수되었다.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으로 승서(陞敍)하여 직언(直言)을 하면서 권귀(權貴)에게 흔들리지 않아 당시 사람들이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하였는데, 이는 대개 겉은 검으나 속은 맑고 시원하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무진년(戊辰年, 1508년 중종 3년)에 어버이가 늙은 것으로 형조 정랑(刑曹正郞)을 거쳐 영천 군수(永川郡守)로 나갔으며, 계유년(癸酉年, 1513년 중종 8년)에 임기가 차서 들어와 군자감 첨정(軍資監僉正)이 되었다가 사간원 사간(司諫院司諫)으로 승진하였다. 갑술년(甲戌年, 1514년 중종 9년)에 밀양 부사(密陽府使)로 나가 잘 다스려 치적(治績)이 최(最)였으며 백성들에게 유애(遺愛)가 있었는데 을해년(乙亥年, 1515년 중종 10년)에 어떤 일로 파직되었다.

병자년(丙子年, 1516년 중종 11년) 겨울에 선공감 부정(繕工監副正)이 되었다가 충주 목사(忠州牧使)로 나갔다. 정축년(丁丑年, 1517년 중종 12년) 조정에서 어버이를 가까이에서 봉양하기 편하도록 안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공은 백성을 교화(敎化)시키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제일 먼저 학교(學校)에 유사(儒士)들을 크게 모아 양성하는 데 방도가 있어 원근에서 몰려들어 교사(校舍)가 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들어와 사복시 정(司僕寺正)이 되고, 사헌부 집의(司憲府執義)로 옮겨 체직하여 군자감 부정(軍資監副正)이 되었다가 오래지 않아 성주 목사(星州牧使)로 나갔다. 임금이 공이 이르는 곳마다 아름다운 정사(政事)가 있다고 하여 표리(表裏, 옷의 겉감과 안찝)를 하사하고 글을 내려 포장(褒獎)하였다.

을유년(乙酉年, 1525년 중종 20년)에 어버이가 늙은 것으로 사직하고 돌아왔다. 병술년(丙戌年, 1526년 중종 21년)에 다시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에 임명되었다. 정해년(丁亥年, 1527년 중종 22년)에 특별히 통정 대부(通政大夫)로 승진하여 병조 참지(兵曹參知)가 되었으며 얼마 후 동부승지(同副承旨)가 되었다. 무자년(戊子年, 1528년 중종 23년)에 일로 인하여 좌천(左遷)되어 대구 부사(大丘府使)로 나갔다가 오래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돌아왔다.

기축년(己丑年, 1529년 중종 24년)에 영천 군수(榮川郡守)로 나가고, 신묘년(辛卯年, 1531년 중종 26년)에 아버지 상(喪)을 당했다. 계사년(癸巳年, 1533년 중종 28년)에 복(服)을 벗고 형조 참의(刑曹參議)를 제수받았다가 홍문관(弘文館)으로 전입(轉入)하여 부제학(副提學)이 되었으며 우부승지(右副承旨)로 옮겼다. 갑오년(甲午年, 1534년 중종 29년) 봄에 경주 부윤(慶州府尹)으로 나가 폐단을 없애고 간결하게 하여 다스리는 효과가 더욱 드러났다. 병신년(丙申年, 1536년 중종 31년)에 어머니가 더욱 노쇠하여 해직(解職)하고 돌아와 봉양하였다. 겨울에 예조 참의(禮曹參議)로 징소(徵召)되었는데 명에 나아가기 전에 가선 대부(嘉善大夫)의 품계로 발탁하여 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에 제수되었다. 공은 ‘본도(本道)는 친구(親舊)가 있는 곳이며 감사(監司)란 직책은 풍헌(風憲)을 겸하는데 만약 사사로이 찾아오는 것을 허락하면 법이 이로부터 무너지게 된다’고 여겨 준엄하게 방지하였다. 그래서 자제와 친구들이 감히 공관(公館)을 엿보지 못하여 한 도내가 숙연(肅然)하였다. 정유년(丁酉年, 1537년 중종 32년)에 어떤 일로 파직되고 어머니 상을 당했다. 공은 이때 나이가 71세였는데도 여러 아우들을 데리고 여묘(廬墓) 3년을 살았다.

기해년(己亥年, 1539년 중종 34년)에 복을 벗고 형조 참판(刑曹參判)에 제수되었다. 공은 평소 물러나 쉴 뜻이 있어 경자년(庚子年, 1540년 중종 35년) 가을에 이르러 글을 올려 치사(致仕)하기를 빌었으나 윤허하지 않자 초정(椒井)에서 목욕(沐浴)하기를 청하였다. 이때 나의 아버지 문희공(文僖公, 홍언필(洪彦弼))께서 정승이 되어 공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고 머물게 하기를 청하여 임금이 공을 인견(引見)하여 빨리 돌아오라고 유시(諭示)하였기 때문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겨울에 호조 참판(戶曹參判)으로 옮겼다.

임인년(壬寅年, 1542년 중종 37년) 봄에 체직하고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제수받았다. 가을에 또다시 병으로 목욕하기를 청하여 배를 사서 동쪽으로 돌아가니, 당시 의정(議政) 이하 진신(搢紳)들이 도성 문 밖에 나가 전송하였는데, 늘어선 장막이 한강가에까지 닿고 수레가 서로 부딪쳐서 보는 자들이 모두 예전에 없던 성대한 일이라고 하였다.

계묘년(癸卯年, 1543년 중종 38년)에 중종(中宗)이 공이 염퇴(恬退)한 것을 아름답게 여겨 특별히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를 제수하여 장려하고, 선세(先世)를 추은(推恩)하여 아버지에게는 의정부 좌참찬(議政府左參贊)을, 어머니에게는 정부인(貞夫人)을, 할아버지에게는 이조 참판(吏曹參判)을, 증조(曾祖)에게는 병조 참의(兵曹參議)를 추증하였다.

을사년(乙巳年, 1545년 인종 원년)에 인종(仁宗)이 사위(嗣位)하였다. 공은 노병(老病)으로 궁궐에 나아가지 못하자 이를 인하여 상소하여 진청(陳請)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정치의 요점은 적합한 사람을 얻는 데 달려 있는데, 일을 맡기는 처음에 분명하게 구별하고 이미 위임(委任)한 후에는 신임해야 합니다. 선왕(先王)께서 어진 선비들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더러 어진 자와 사악한 자가 뒤섞이게 되었으니, 이는 임용(任用)을 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하께서 직접 보고 들으신 바입니다. 간절하고 신중하며 화합하는 것이 신정(新政)의 요체(要諦)입니다.” 하였다. 보는 자들이 노성(老成)한 신하가 임금에게 고하는 체모를 깊이 얻었다고 말하였는데, 임금이 아름답게 여겨 특별히 자헌 대부(資憲大夫)의 품계로 올려 포상하였다. 이해 가을에 인종(仁宗)이 승하(昇遐)하였다. 이때 공은 초야에 있었는데 두 임금이 연달아 승하한 것이다. 상(喪)을 듣고 통곡하면서 가마를 타고 가서 임곡(臨哭)하려 했으나 자제들이 공의 병환이 심하다 하여 힘껏 만류하였다.

금상(今上) 기유년(己酉年, 1549년 명종 4년)에 이르러 찬성(贊成) 김광준(金光準)이 공의 절의(節義)를 포상하라고 청하니, 정헌 대부(正憲大夫)의 품계를 더하라고 명하였다. 이해 나라에서 노인을 우대하는 전례(典禮)를 베풀어 또 공에게 숭정 대부(崇政大夫)의 품계를 제수하였다. 갑인년(甲寅年, 1554년 명종 9년)에 한 간관(諫官)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이모(李某)는 나라의 나이 많은 석덕(碩德)인데 정력이 쇠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불러올 수만 있다면 반드시 행할 만한 것은 바치고 행할 수 없는 것은 버리는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임금이 글을 내려 그 아름다움을 포상하고, 인하여 역마(驛馬)로 부궐(赴闕)하라 명하였다. 공은 포장(褒獎)하는 말이 너무 지나쳐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두려워 글을 올려 사례 사양하고는 인하여 헌언(獻言)하기를, “선과(禪科)를 회복하고 사원(寺院)을 수리하니, 전하께서 선(善)을 향하는 마음에 간단(間斷)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하였다. 말이 매우 간절하여 시골에 있으면서 임금을 잊지 않음이 늙을수록 더욱 돈독하였다.

을묘년(乙卯年, 1555년 명종 10년) 5월에 병환이 나서 6월 13일에 이르러 정침(正寢)에서 졸(卒)하니, 향년 89세였다. 조정에 부음(訃音)이 전해지자 임금이 몹시 슬퍼하여 좌우에게 이르기를, “여러 차례 불렀으나 오지 않더니, 이제 다 끝나 내가 매우 슬프다.” 하고는, 부증(賻贈)을 더 많이 하였다. 이해 8월 28일 현(縣)의 북쪽 용두산(龍頭山) 남쪽 도곡(道谷) 선영(先塋) 옆에 장사하였다.

공은 천성이 효우(孝友)하여 부모 봉양을 급하게 여겨 조정에 서서 임금을 섬겨 은혜와 권우(眷遇)가 쇠하지 않았는데도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빌고 목욕하기를 청하는 글을 계속 올렸다. 조정에서도 그것이 진정임을 알아 모두 그 뜻에 따라 외직에 임명하여 봉양하도록 한 것이 여덟 고을이나 되었다. 분천(汾川)에다 집터를 잡아 그 위에다 집을 지어 ‘애일당(愛日堂)’이라 이름하여 어버이를 모시고 쉬는 장소로 삼고, 또 그곳 바위를 ‘농암(聾巖)’이라 이름하여 뜻을 붙였다. 일찍이 부제학(副提學)으로 와서 근친(覲親)하였는데, 이때 참찬공(參贊公)의 나이 94세였고 숙부(叔父) 이균(李鈞)의 나이도 92세였으며 외숙(外叔)인 첨지(僉知) 권수익(權受益)의 나이도 82세였으며 또 향리에도 나이 많은 자가 여섯이어서 구로회(九老會)를 만들었다. 그 자손들이 앞에 가득하였는데, 공이 친히 때때옷을 입고 장난하는 것으로 즐겁게 해드려 그 영양(榮養)하는 효성이 보는 자들을 용동(聳動)시켰다. 어버이가 돌아갈 때 상장(喪葬)의 여러 밑천을 아우들에게 책임 지우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마련하였다.

집안의 가난한 자를 힘껏 도와서 혼기(婚期)를 잃지 않게 하였으며 때로 임금이 하사한 물품이 있으면 번번이 친척이며 이웃들과 나누었다. 성만(盛滿)한 것을 깊이 경계하여 등급이 하나 오를 때마다 매양 놀라서 오랫동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였다. 일시에 세 아들의 전성(專城) 봉양을 받았으나 도리어 근심하면서 영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의복은 간편 검소하게 입었으며 스스로 경근(敬謹)함을 지녀 비록 평소 때라 하더라도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나와 종일 염각(簾閣, 창문에 대발을 드리운 집)에서 궤안(几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춥고 더울 때라 하여 그만두지 않았다. 남을 위한 일에는 부지런하고 자기 집을 위한 일에는 굼떴다.

성품이 고상하고 개결(介潔)했지만 남을 성의로 접하였는데, 어리석고 천한 자를 빠뜨리지 않았다. 주식(酒食)의 자리에 청하면 억지로 사양하지 않으니, 향리에서 애모(愛慕)하여 부형(父兄)처럼 여겼으며, 향리에 있으면서 사(私)로써 공(公)을 간섭하지 않았다. 본현(本縣)은 백성이 적은 가난한 고장이어서 한 호(戶)에서 1부(夫)씩을 내게 되어 그 폐단이 구제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공이 처음으로 의논을 내어 8결(結)에서 1부씩을 내게 하기를 청하니, 부세(賦稅)가 가벼워지고 역(役)이 고르게 되어 백성들이 거기에 힘입었다. 일을 요리함이 분명하고 자세하여 만일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허심 탄회(虛心坦懷)하게 자문(諮問)을 구하고 이미 잘못되었으면 사람들을 대하여 감추지 않으니, 사람들이 공의 공직(公直)한 도량에 탄복하였다.

공은 담박(澹泊) 과욕(寡慾)하여 명리(名利)를 사모하지 않았다. 집 변두리에 작은 집 하나를 지어 ‘명농당(明農堂)’이라 편액하고 벽에다가 도잠(陶潛)의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려 놓으니, 사람들이 공의 뜻이 있는 바를 알게 되었다. 치사(致仕)할 나이가 넘어서 예(禮)에 의거해 힘껏 사직하였으나 조정에서 공의 근력(筋力)과 이목(耳目)이 쇠하지 않았는데, 이를 이끌어 떠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공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몸이 떠났는데도 품질(品秩)이 오르고 초야에 있는데도 조정의 직함(職銜)을 띠고 있어 우물쭈물 이처럼 민망하게 있으면 끝내 뜻을 이룰 날이 없고 신하로서 진퇴(進退)하는 의리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경자년(庚子年, 1540년 중종 35년) 이래로 물러나기를 끊임없이 청하여 반드시 물러난 연후에야 그만두기를 기약하여 집에서 녹봉 받는 것을 금지하고 집안 것을 먹고 산 것이 14년이었다. 그러나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진퇴에 따라 달리하지 않았다.

몸이 한가해지자 더욱 산천(山川)의 경치를 좋아하여 죽장 망혜(竹杖芒鞋, 대지팡이와 짚신)로 산과 숲을 찾았는데, 농부나 나무꾼을 만나도 그가 재상(宰相)인 줄을 몰랐다. 즐겨 작은 배를 타고 임강사(臨江寺)를 왕래하며 휴식하는 장소로 삼았는데, 그 모습이 시원하여 속세를 벗어난 운치(韻致)가 있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모시는 아이로 하여금 어부사(漁父詞)를 노래하게 하였는데, 그 모습이 초연(超然)하여 세속의 번거로움을 잊고 우뚝하게 서는 뜻이 있었다. 읊조리면 시구(詩句)가 이루어졌는데, 그 뜻이 청신(淸新)하여 젊은 사람들의 뛰어난 작품이 미치지 못할 바였다.

임종(臨終)할 때 여러 아들이 옆에서 울부짖으니, 공이 말하기를, “내 나이 90인데 너희들이 다 살아 있고, 나라의 후한 은혜를 받아 죽어도 유감이 없다. 상(喪)은 힘써 검약(儉約)하게 치르고 장례는 기한을 넘기지 말거라.” 하고, 말을 마치자 절명(絶命)하였다.

공은 안동 권씨(安東權氏) 충순위(忠順衛) 권효성(權孝誠)의 딸에게 장가들어 6남 1녀를 낳았다. 장남 이석량(李碩樑)은 일찍 죽고, 다음 이문량(李文樑)은 평릉도 찰방(平陵道察訪)이며, 다음 이희량(李希樑)은 봉화 현감(奉化縣監)이고, 다음 이중량(李仲樑)은 갑오년(甲午年, 1534년 중종 29년)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승지(承旨)가 되어 바야흐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다음 이계량(李季樑)은 의흥 현감(義興縣監)이고, 다음 이숙량(李叔樑)은 진사이다. 딸은 군수 김부인(金富仁)에게 시집갔다. 측실(側室)에서 아들 둘을 낳았으니, 이윤량(李閏樑)은 태의원(太醫院)에 속하였고, 다음은 이연량(李衍樑)이다.

이문량은 이승손(李承孫)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3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원승(李元承)이고, 장녀는 황준량(黃俊良)에게, 다음은 금응세(琴應洗)에게, 다음은 김기보(金箕報)에게 각각 시집갔다. 이희량은 황정(黃珽)의 딸에게 장가들어 2남 1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선승(李善承)과 이극승(李克承)이고, 딸은 송복숭(宋福崇)에게 시집갔다. 승지 (이중량은) 습독(習讀) 반사형(潘士浻)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영승(李令承)이다. 이계량은 김옥견(金玉堅)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2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광승(李光承)이고, 장녀는 양한신(楊漢臣)에게 시집가고 다음은 임균(任鈞)에게 시집갔다. 이숙량은 이복신(李復新)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군수 김부인은 아들 넷을 낳았으니, 김호(金壕)ㆍ김전(金)ㆍ김탄(金坦)ㆍ김기(金圻)이다.

승지공이 탈상(脫喪)하고는 지사(知事)인 퇴계(退溪) 이황(李滉)공이 지은 행장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신도비명(神道碑銘)을 부탁한다. 아! 공과 우리 아버지는 동년(同年) 사마(司馬)요, 공이 옥당(玉堂)의 장(長)일 때 나는 박사(博士)로 가르침을 받은 지 이미 오래여서, 의리로 감히 사양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퇴계가 공의 심사(心事)를 이미 극진히 자세하게 기술하여 그 말이 후세에 충분히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서(序)는 모두 퇴계의 글을 인용하고 명(銘)을 붙인다. 다음과 같이 명을 쓴다.

아름다운 덕이 사람에게 있으니 효(孝)보다 더한 것 없네. 공은 능히 효를 다하여 증민(曾閔, 공자의 제자인 증삼(曾參)과 민손(閔損))을 이었네. 귀한 것은 벼슬이 아니니 벼슬은 나를 속박하네. 몸이 물러나도 품계(品階) 높아져 사람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네. 90세를 모(髦)라 하여 성인(聖人)도 반드시 누리지 못했는데, 공은 누렸으니 타고난 천성 매우 후하였네. 덕(德)과 작위와 나이 이것을 달존(達尊)이라 하는데, 세 가지를 겸한 자 예로부터 드물었네. 명농당(明農堂)에서 농사지으며 즐거워하였고, 농암(聾巖)이라 불렀으니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끊었네. 양조(兩朝)에 상소하여 화훈(華勳,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가리킴)을 기약하였네. 충(忠)은 효(孝)에서 말미암았으니 어찌 우리 임금을 잊으랴? 왕이 노성인(老成人)을 생각하여 예(禮)로써 부르시느라 헛수고하셨네. 창생(蒼生)을 어찌하랴 앞길에 황혼(黃昏)을 고하네. 효성있는 아들 날짜를 아끼고 불효하는 자 발꿈치 들고 기다리네. 명리(名利)를 자신을 더럽힐듯 여기니 진출하기를 좋아하는 자 부끄럽게 여겼네. 고상한 덕 남을 분발시켜 돌아가도 청풍(淸風)이 남아있네. 비석에 사실을 기록하여 무궁토록 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