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암선생묘소-안동시 예안면 신남리 정자골(남청량산)
■농암묘소는 원래 안동시 도산면 운곡동에 있었는데 1791년 10월 이장했다. 종택과 문중에 액운이 겹쳡고, 그 원인으로 놈암묘소의 불길함이 계속해서 재기되었기 때문이었다. 농암 몰 후 237년이 지난 일이었다. 묘소의 이장은 경상감사가 7개 군(안동, 예안, 의성, 영양, 예천, 청송, 영주)에서 장정 300명을 징발하도록 지시하고, 안동부와 예안현에서 관리들이 파견되어 이를 관리하는 거도적 토목공사의 성격을 띄게 된다. 도산서원에서는 안동으로 대형 상여喪輿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의 청량산 묘소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광중을 헤치고 관곽을 열어보니 당시의 장례 복식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으며, 당시 대표적인 관료들의 만사輓詞 35점이 고스란히 발견된 점이다. 아래 소개한 만사한 분은 이때 발견된 것이다. 이 부분의 처리과정이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있어 당시의 장례절차 및 예법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묘터는 전라도의 한광지韓光祉라는 士人이 잡았는데, 그 형국에 대해서는 장비길혈藏秘吉穴, 대현길지大賢吉地라는 표현이 보인다. 감영의 관리가 산역을 지키는 가운데 3동의 임시막사가 지어지고 안동부사가 제수를 장만하여 영양군수가 치제致祭하고 수많은 인사들이 치전致奠했다. 이날 참석자는 무려 800여명에 이르러 방명록의 종이가 부족할 정도였다 한다.
면례의 전과정은 이를 주도한 농암 9세손 구완재苟完齋 이만흡李萬흡(1740-1811)이 남긴 일기(『亭子洞緬禮日記』)에 그 시말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하나의 묘소를 옮기는데 다소 무리하게 느껴질 만큼의 규모와 예법 절차를 갖추는 데서 이 일기가 하나의 기록을 넘어서 당시의 유교적 문화와 향토적 정서의 한 단면을 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구완재집苟完齋集』, 『정자동면례일기亭子洞緬禮日記』 참고문헌
■비지문
1. 묘비墓碑전면 : 퇴계 이황
2. 지석誌石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3. 신도비: 대제학 홍섬洪暹 찬, 여성군 송인宋寅 서
4. 이장移葬 후 개갈
. 묘비전면 : 영의정 채제공蔡濟恭
. 묘갈명; 판서判書 한치응韓致應, 묘갈명: 이조판서吏曹判書 이가환李家煥,
. 묘지후면: 설서設書 이가순李家淳,
. 속지續誌: 동지同知 이수정李守貞
. 고유문告由文: 광뢰廣瀨 이야순李野淳
■조사를 쓴 관료 및 후손
*국왕사제문國王賜祭文: 弘文館 直提學 吳祥行
*국왕치제관國王致祭官: 禮曹佐郞 朴仁元
*장례 시 만사輓詞를 하신 분
右贊成 安玹, 大提學 鄭士龍, 礪城尉 宋寅, 吏曹判書 趙士秀, 戶曹判書 任虎臣, 刑曹判書 金明胤, 禮曹判書 洪暹, 右參贊 申瑛,知中樞 柳辰同, 知中樞 尹思翼, 知中樞 鄭世虎, 同知 李夢亮, 同知 權應挺, 吏曹參判 宋麒壽, 吏曹參判 權應昌, 戶曹參判 尹釜, 刑曹參判 趙彦秀, 京畿道觀察使 丁應斗, 副提學 鄭惟吉, 僉知 鄭裕, 僉知 宋希奎, 僉知 任鼐臣, 僉知 李英賢, 僉知 尹鉉, 吏曹參議 金鎧, 兵曹參議 李滉, 兵曹參議 金弘胤, 刑曹參議 朴忠元, 兵曹參知 魚季瑄, 承旨 朴公亮, 承旨 朴永俊, 承旨 李文楗, 大司成 任說, 大司諫 兪絳, 漢城左尹 權纘, 慶州府尹, 柳智善, 弘文典翰 吳祥, 軍器僉正 朴承侃, 府使 宋純, 府使 金希參, 府使 金就文, 郡守 黃汝獻, 郡守 張應旋, 郡守 陳瓘, 郡守 金世良, 縣監 盧禛, 縣監 黃俊良, 吏曹正郞 姜士尙, 刑曹正郞 張文輔, 工曹正郞 金慶元, 進士 琴元貞, 進士 李玠,
*장례 때 제문 하신 분
僉知中樞府事 李滉, 慶尙道觀察使 權轍, 都事 梁應台, 縣監 黃俊良, 豊基郡守 韓琦
■이장 때 만사하신 분
觀察使 鄭大容, 同知 李守貞, 通家後生 李泰淳. 縣監 李世聞, 郡守 李龜星, 進士 趙宜陽, 冲齋後孫 權思浩, 進士 金象九, 通家後孫 金台翼. 後生聞韶 金鎭東, 外裔漢陽 趙運道, 後學鳳城 琴養純, 外裔眞城 李綸, 後學眞城 李學培, 後學眞城 李鎭慶, 外裔寧海 申正義, 後生眞城 李後淳, 後學鳳城 琴宗漢,
*이장 때 제문하신 분
儒生 琴疇錫, 儒生 李龜裕, 儒生 李儒模,儒生 金是瓚,儒生 李龜疇,儒生 金思翼, 儒生 李泰淳, 儒生 李龜蒙, 儒生 李龜澤, 儒生 琴象濩, 儒生 金朝玉, 生員 金台翼, 幼學 李龜容, 幼學 李得淳, 幼學 金瑩, 幼學 金詠儒, 儒生 李儒黙, 儒生 權思黙, 幼學 李學淳, 幼學 金應銓, 幼學 李宅淳, 幼學 沈聖權, 幼學 金是珪, 幼學 李聲駿, 持平安東 金養根, 外裔生員 權思浹, 外裔幼學 權思極, 外裔鳳城 琴讜, 外裔鳳城 琴穬, 契家後生 李弘弼, 外裔後孫 李世伯, 英陽縣監 安東鎭, 節制都尉 李龜雲, 通家後生 李養淳, 禫制人 李志淳, 後學眞城 李綸,後學眞城 李學培, 後學眞城 李제翕, 後學眞城 李鎭慶, 後學眞城 李재龍, 後學眞城 李師瓘, 後學眞城 李學時, 後學眞城 李學靖, 同鄕後學 李龜洙, 同鄕後學 李民淳, 愚谷齋舍 李鎭
*이장 때 제문을 한 후손 명단
傍孫 李東馨, 傍孫 李質穬, 傍孫 李鴻泰, 傍孫 李樟, 傍裔孫 李慶宅, 傍裔孫 李質實, 傍裔孫 李賁, 從八世孫 李錫鳳, 從八世孫 李錫胤, 從八世孫 李春光, 傍裔孫 李震炯, 傍裔孫 李翊駿, 傍裔孫 李聲駿, 從後孫 李穬彙 . 從後孫 李思黙, 從後孫 李指黙, 從後孫 李亮黙, 從後孫 李寅黙, 傍孫 李元林, 傍孫 李龍泰, 九代孫 李潤흡, 九代孫 李慶흡, 九代孫 李萬흡, 九代孫 李宗흡, 九代孫 李寅흡, 九代孫 李始春, 九代孫 李師錫, 九代孫 李鼎錫, 九代孫 李東煥, 九代孫 李東幹, 八代孫 李稀允, 八代孫 李澤龍, 七代孫 李元龍, 七代孫 李應龍, 七代孫 李亨龍
■농암선생 면례일기
9세손 이만흡 씀
신해년 8월 보름,
집안 조카 등 여러 명이 새로 상주가 되어 초상을 겨우 마치고 울면서 한 책을 보이면서 매듭을 지어주기를 부탁하니, 이는 곧 종형이 생전에 고심하고 정성을 다 바친 그 큰일을 경영한 전말인 것이었다. 아 아 슬프다! 어찌 차마 말로 다하랴! 3년을 분주히 다니다가 마음이 타고 몸이 다하여 일을 끝마치지도 못한 체 한을 안고 돌아가셨으니!
이제 주관하는 사람도 없고 문호는 적막해졌다. 돌아 보건데 나는 제주도 노둔하고 국량도 좁으며 몸마저 수 백리 떨어져 있는 나그네로 어찌 이와 같은 중책을 맡아 대사를 끝마칠 수 있으랴! 그러나 임종 시의 두어마디 말씀은 그 부탁이 정령 간곡하여 차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의 경중이 진정 거기 있었으니, 부득불 모기 같은 스스로의 역량을 잊어버리고 외람되게 태산 같은 중책을 졌으니, 위로는 선영의 평안함을 도모하고, 가운데는 돌아가신 종형의 여한을 위로하는 것이며 아래로는 시끄러운 여론을 무마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이 늦고, 빠르고, 원활하고 정체됨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진실도 순리를 따르며 힘을 다하다가 죽으면 그 뿐이다. 그 정성은 비장한 것으로, 지금부터 간략하게 그 여력을 기록하면서 성취됨을 볼 것이다. 붓을 잡으니 눈물이 앞을 가려 쓸 바를 모르겠다.
우리 조선 효절공의 모소는 옛날 도실 참찬공의 묘소 아래 건좌에 있었다. 이것이 1555년 을묘년 8월 28일이다. 그러나 산소를 터 잡은 지 두어 세대가 전하지 못하고, 가문의 문제는 점점 기울어 갔다. 종사가 여러 번 끊어지고, 자손이 사망으로 흩어졌으며 상화가 이어졌다. 그런 상황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극도에 이르렀다. 모두들 선영의 불길함이 원인이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오래 흘렀고 일의 성격이 무거워 여러 세대 근심걱정만 할 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갑진년 봄 일가 어른인 동형씨가 하나의 꿈 이야기를 말하는 데, “마침 도실에 갔는데 농암선조께서 몸에는 흰 도포를 입으시고 머리에는 흰 두건을 쓰시고 친히 삽을 잡으시고 무덤위에 서서 슬픈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혀 말씀하시기를, ‘이 땅을 태가 파서 보일 것이다’ 하고 드디어 세 차례 무덤을 파셨다. 그 좌우에 뫼시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선조께서는 나에게 돌아보고 말씀하시기를 ‘이와 같은 사실을 찰방숙조에게 알려라’하셨다. 내가 명령을 받고 머뭇거릴 즈음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 지금까지 죄송스러울 뿐이다.”라고 하였다.
이해 가을 종가의 형님이 돌아가시고, (갑진년 9.20) 여러 자손들의 상고가 뜻밖에 이어져서야 비로소 이런 사실들이 선영의 흰 두건, 흰 도포의 동형씨의 이야기가 근거 있는 조짐이며, 유택의 불길함을 징험하는 증거임을 알 수 있었다.
종형이 슬프고 미안한 마음으로 여러 해 이일을 위해 사방으로 풍수를 구하고 현장을 답사시킨 결과 모두들 “채백의 불안함이 이와 같이 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손이 오늘까지 이어온 것은 신기한 일이며, 물이 고이고 혈이 차가와 천년이 지나고 시신이 썩지 않으니, 어찌 세월이 오래 흘렀고 일이 중난하다고 해서 그냥 둘 수 있느냐” 고 한다, 전후 십여 명의 풍수들이 한 결 같이 주장하니 자손 된 몸으로 어찌 아픈 심정과 놀라움과 두려움이 없으랴!
이리하여 자손들과 향인들이 대사를 위해 여론을 채집하니, 대게 지중한 일로서 곤란하다는 사람이 과반이며, 겉으로는 허락하나 마음으로는 허락하지 않는 자기 열 가운데 다섯이었다. 그리고 고가의 퇴락을 동정하며 쇠잔한 후예의 혈성을 가련하게 생각하여 한 번쯤 광중을 살펴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십 명에 두 세 명이었다.
이에 분발하여 몸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이봉을 결심하고 산서山書를 모아 스스로 안목을 넓히고 세상을 품안에 얻을 큰 풍수를 구했다. 그래서 그들과 더불어 준비한 것이 또한 여러 해가 흘렀다.
을유년
초가을 호남의 인사 한광지라는 사람이 봉화의 법전에 숙박하고 있었는데, 산천에 정통하기가 범인들을 초월하는 바가 있다하여 정성을 다해 폐백을 보내어 대사를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이해 섣달 그가 산행을 떠나 동남으로 두루 돌아다녀 이른바 ‘용세’를 구하였다. 그가 율동추하로 돌아와서 나와 의논하기를 전해오나, 이때는 마침, 나는 양부친이 작고하여 상신이 된 몸이라 빈소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기별을 듣고 분주히 달아가니 곧장 그와 합류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상사는 가볍고 약속은 무거운 것이며, 눈바람에 해는 추위로 더불어 한 이틀 머물고는 그와 토토히 작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수차례의 왕래와 나날의 세월을 허비하면서 어느덧 경술년 3월이 왔다. 그런데 법전의 주인 강씨가 한광지를 끌어가서 그가 처신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는 죽령 밖으로 가버렸다.
9월에 비로소 그의 행방을 알아내어 종적을 추적하여 간신히 맞이하였다. 그 결과 안동 오리원의 한 혈을 얻을 수 있었다. 대게 이곳은 예로부터 ‘오룡쟁주’라는 유명한 곳인데 확실한 내력은 알 수 없었다.
11월 5일
어두울 무렵 동생이 예천의 시제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분천에 들렸다가 종과 편지를 보냈는데 “바야흐로 9일 새벽에 광중을 열 것이니 급히 올라오라”고한다. 그러나 주위로 차비가 여의치 못해 즉시 불발할 수는 없었다.
11월 7일
차갑다. 조금 늦게 출발하여 창원에서 점심을 먹고 재를 넘어 요원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서리가 쌓여 나무들이 허옇다. 마재에 이르러 말에 꼴을 먹였다. 등자촌에 이르니 날이 저물었다. 밤을 달려 소령을 넘으니 큰 소나무들이 길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깊은 계곡을 위태롭게 걸어서 간신히 부포에 도착하니 검은 구름이 달을 가렷는데 하늘에 눈발이 흩날렸다. 이낙여 형을 찾아 하인 두명을 빌어 분천에 도착하니 밤이 이미 10시경이었다. 여러 종형제들은 이미 산 아래로 떠나 조카들과 아랫마을에서 잤다.
11월 9일
새벽에 눈보라가 치다가 얼마 후 조금 개였다. 말을 채찍질하여 도실에 도착하니 새벽에 이미 묘를 파헤쳤다. 통곡을 하고 절을 하니 온갖 상념이 떠올랐다. 일군들이 광을 헤치니 광의 흔적이 차례로 드러나는데 위. 아래. 사방으로 석회 숯을 사용했는데 조금의 물기를 머금었다. 우측으로는 두어 뼘 거리의 석회는 습기로 견고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이미 돌로 굳어있었다. 도끼로 깨서 열어보니 아래에는 소나무 냄새가 진동했다. 일꾼들을 나오게 하고 자세히 살펴본 즉 내곽의 바깥으로 송진을 두껍게 사용했는데 대게 장례에 사용하는 이른바 기름송진인 ‘역청’이었다. 외곽 아래의 한 면은 완연히 금방 만들 것 같고, 색체 또한 조금도 변색됨이 없으니 236년간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옷과 두건 등이 보존됨이 마치 한 달도 된 것 같지 않았다. 체백의 불안함을 상상해 볼 수는 있으나 그 이치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손들이 곡진하게 애통해하며 사림들이 모두 슬퍼했다. 이리하여 진흙으로 막고 흙으로 굳게 하졌다. 향중의 노소들이 모두 광을 파는 날짜를 내일로 알고 다 모이지 못했다. 회원이 다만 8.9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방손 가운데 멀리 있는 자는 이런 관계로 저녁에 도착하고 혹은 이르지도 못하였다. 회원들은 당일로 돌아가고 봉역이 끝나지 않아 자손들은 모두 제사에서 잤다.
11월 10일
아침에 떠나 온혜의 지동 상가에 조문을 하고, 저녁에는 토계의 사가에서 잤다.
11월 11일
아침을 먹은 후에 분천의 하인이 올라와서 행사를 재촉하는데, 대게 새로 점지한 곳의 매표를 의논하기 위함이었다. 곧 말을 달려 돌아왔다. 오후에 종형부자와, 일가 사석씨와 우리형제가 말을 타고 오리원의 형세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장황하여 그 지형의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없었다. 날이 저물어 표시를 해두고 하산했다. 아랫마을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후 반달을 등지고 외가로 향했다. 거리가 불과 5 리 정도였다. 그런데 매표의 아래, 60보의 거리에 하나의 거친 무덤이 있었는데, 무덤의 주인이 지동의 정중진이라는 사람이었다. 이날 밤에 이 사람이 종형의 숙소에 찾아 왔는데 매우 비통하고 초조하게 말하는데도 조금도 원망을 할 의사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누가 알았으랴! 훗날 이것이 재앙의 싹이 될 줄을.
11월 12일
저녁에 동아오니 분천의 여러 일가들이 밤에 긍구당에 모여 각파별로 출연금을 분담했다.
11월 13일
동생과 늦게 집을 나서 갈전과 도골의 상가에 조문을 하고 갈동의 주막에 투숙했다.
11월 14일
눈을 무릅쓰고 재를 넘으니 모진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다. 죽오의 인척 김상가를 찾아 조문했다. 점심을 먹고 재를 넘어 한내에서 잤다.
11월 15일
바람이 불고 차가왔다. 재를 넘어 창수원에서 말을 먹이고 달빛을 등지고 지에 왔다.
12월 10일
그 사이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정중진이 금지의 소송을 올렸다고 한다. 큰 아이를 분천에 보내어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게 했는데, 강가에 얼음이 얼어 20여일 후에 비로소 간신히 도착했다.
신해년 정월 12일
말을 빌려서 분천의 길을 올라 양구에서 잤다.
1월 13일
해질 무렵 간신히 압실에 도착했다.
1월 14일
오후에 강가에 이르니 강의 두 언덕에 얼음이 얼어 통행할 수가 없었다. 두 줄의 나무로 엮은 다리가 사나운 여울위에 떠 있는데,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나서 건널 수가 없었다. 파리한 말 등에 걸터앉아 하인의 부축을 받으면서 건너는데 얼음 구멍을 우회하면서 간신히 강을 건넜다. 소송이 된 것이 이미 3일 전이었다. 종형형제와 일가들이 안동군청에 머물러 있었다. 동생이 누이의 대상을 보기 위해서 세전에 출발하여 6일에 이미 도착하여 함께 갔다고 한다. 이날 밤에 큰 눈이 왔다.
1월 15일
오후에 종재 인흡과 함께 눈발을 무릅쓰고 나서서 저녁 무렵 장수골에 도착하니 소송한 놈이 머뭇거리며 측량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어려분이 안동으로 왕래하였다. 곤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동생과 함께 일가의 제사에 들어가 일가 여러분이 엎어질 듯 기쁘게 맞이하였다.
1월 16일
눈 굴속과 차가운 날씨, 그리고 모진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다. 날이 저물어 종형이 현장을 답사하는 관리를 대리고 와서 잤다.
1월 17일
날이 더욱 차가왔다. 소송한 놈이 그림자도 안보여 하루 종일 문을 닫고 지냈다. 초저녁에 정가놈이 비로소 관리를 보고 말하기를 “내일 측량을 할 것입니다.” 한다. 붙잡고 대화를 하려고 하니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그 형적이 몹시 불쾌했다.
1월 18일
양쪽이 모여 측량을 하려는데 정씨의 여러 씨족이 많이 모였다. 다투는 말이 어지러웠다. 우리들은 관청에 올린 전후의 글과 여론의 향배 및 현장을 살펴본 관리의 의견에서 하등에 문제점이 없었다. 그래서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모두 끝마치고 재판장에 갔다 고을원이 피차의 실정을 묻지도 아니하고 문득 한 말로서 안 된다는 단안을 내려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사 한용구라는 사람이 본래 겁이 많은 관리로 얼마 전에 내앞과 무실 두가문의 산 소송의 문제를 재판할 때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에 두 과부가 서울로 탄원서를 올렸는데 아직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을원이 이일로 인하여 매우 겁을 먹고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공교롭게도 정가의 집안에 두 과부가 있었는데 그 실상이 앞의 사건과 비슷하여 누군가가 정가를 위하여 이를 알선하고 고을원에게 공갈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을원의 초심이 변해 버린 것이다. 정말 국솥에 손을 데인듯 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돌아 보건데 멀리 타향에 머므르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인품으로 어찌 허다한 기관의 동정을 미리 간파할 수 있으랴! 분하고 분하다! 즉시 소장을 대구 감영으로 다시 올리기로 하고 날이 저물어 외가로 돌아왔다. 다른 여러분은 서간촌으로 갔다.
1월 19일
신기의 일가 집에 모이기로 하고 헤어졌으나 종형이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아 모두 차례로 분천으로 돌아갔다.
1월 21일
종형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다가 왔다. 그래서 산사의 패소 일를 의논했다. 분한 마음이야 오죽하랴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막중한 대사를 타인과 반복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이 또한 선조의 혼령에 미안함이 없지 않으나 어찌 이화 같은 결과가 되어 버렸는가! 하늘을 어기고한 헛된 수고가 두려움뿐이다. 이리하여 드디어 그 결의를 포기하였다. 낮에 토계에 갔는데 밖에는 비가 왔다,
1월 22일
비를 무릅쓰고 분천으로 돌아와서 날마다 여러 일가들과 문밖을 나가지 아니하고 산일을 의논했다. 날이 저물어 순흥의 5종형이 한형을 맞이할 의논을 위하여 왔다.
1월 23일
동생을 영해집으로 보냈다.
1월 24일
종일토록 비가 왔다.
1월 25일
종형은 돌아왔는데 한형은 오지 않았다. 훗날을 기약했으나, 알 수 없었다. 산일은 이로부터 차질이 생겨 그 수심을 말로 할 수가 없었다.
1월 27일. 28일
연일 비가 와서 강물이 넘쳤다.
3월 1일
객지에 초하루를 맞이하니 복인으로서 견디기 어려웠다. 날마다 근심만 할 뿐 비록 다녀오려고 하여도 자유롭지 못한 몸이다. 이때 비와 눈이 20여 일 동안 계속해서 내리고 또 한달이 가까워 왔다. 문을 닫고 적막한 가운데 가기도 어려운데 한형을 기다리나 그는 매번 식언을 할 뿐이다. 돌아보니 여기에 머무름이 무슨 이익이 있으랴! 13일에 마침 송천의 하인과 말이 토계로부터 돌아오는 것을 만나서 나의 사사로운 정을 앞세워 10달 만에 비로소 떠날 기회를 얻었다. 흙고개에서 잤는데 밤에 큰 눈이 왔다.
3월 14일
눈으로 인한 진흙을 헤치고 재를 넘는데 열 걸음을 쉬면서 간신히 걸어가니 피로로 인해 귀밑털이가 희게 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영양읍에서 조금 쉬는데 날이 이미 저물었다. 말을 재촉하여 양구에 이르러 잤다.
3월 15일
새벽에 출발하여 재를 넘어 아침을 창수원에 먹고 오후에 집에 도착했다. 동쪽으로 돌아갈 약속을 3월 그믐으로 결의 했으나 인편마다 속히 돌아와 의논할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믐 무렵은 전염병이 크게 돌았다. 영해와 영양이 더욱 심했다. 10집 가운데 9집이 몸저 누웠다. 시체가 쌓여 도로가 북통이었다. 소식이 끊긴 것도 이미 오래되었다. 또 계속해서 장마와 폭염으로 노쇠한 몸으로 떠날 수도 없었다.
6월 10일경에 큰아이를 그믐 전에 보냈더니 물길을 무릅쓰고 돌아왔는데, 비로소 동서의 양쪽 모두 일이 낭패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종형이 설사의 증세가 있다고 알려온 것이다. 장마가 물러가고 더위가 좀 지남을 괴롭게 기다려 비로소 7월 19일 아침에 출발하여 영양읍에서 잤다.
7월 20일
늦게 출발하여 걸어서 하빙령을 넘으니 더위가 푹푹 쪘다. 천식으로 간신히 내려가니 개울가의 외줄기 길이 물에 의해 끊어지고 기름진 전답들이 유실괸 것이 적지 않았다. 그곳 저곳의 산사태가 일어 산과 계곡을 덮은 것을 보고 산의 동편과는 크게 다금을 볼 수 있었다. 간신히 걸어서 압실재의 밑에 이르니 피로함을 견딜 수 없었다. 잠시 그늘에서 쉬는데 한때의 검은 구름이 산을 넘어 해를 덮으며 비를 뿌리려 했다. 서둘러 길을 찾았으나 재를 넘지 못하고 큰비가 뿌렸다. 급히 산 아래의 촌자에 들어가니 빗줄기가 문득 그치어 옷을 말리고 말에 꼴을 먹여 출발했다. 저녁에 도골 족숙의 집에서 잤다.
7월 21일
걸어서 삽실재을 넘어 말을 채찍질하여 강을 건넜다. 한 낮이 못되어 고향에 도착하였다. 길에서 일가를 만났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종형의 병세가 예사롭지 아니함을 들었다. 드디어 집에 들어가서 문후를 하니 대게 12일부터 황달 증세와 가래가 끓어 앉고 눕기가 불편하여 음식을 먹기가 곤란하였다. 요에 누워 기식이 혼미한데 내가 들어가니 비로소 순을 뜨고 손을 잡고 정신을 차려 말씀하기를, ‘내가 너를 바라기를 아이가 젖을 기다리는 것 같다. 큰 일이 눈앞ㅇ 있는데 어찌하랴’ 하신다. 상상하건데 종형의 병세는 그동안의 피로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번의 일로 극도로 충격을 받아 드디어 몸저 누운 것이다. 다방면으로 위로하고 약재를 복용하였다. 이와 같이 하기를 여러 날, 황달 기운이 점점 가라않고 병세가 차츰 호전되기는 했으나, 그 증세가 때로 나타나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한형이 7일날 오기로 약속했으나 이날도 오지 않았다. 병중에도 그 일념이 더욱 도도하기를 마지않았다. 이에 여러 일가들과 의논하여 하인을 내일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7월 25일
토계에 올라갔다가 다음날 저물어 돌아오니 아직 하인을 보내지 않았다.
7월 27일
새벽에 한 하인을 꾸짖어 보냈다.
7월 28일
종형의 병환이 위독하여 다른 증세가 나타났는데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직 ‘산을 구해야 한다.’라는 일념으로 경각의 목숨에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하나의 산도를 내 보이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청량산 남쪽 한 봉우리에 터가 있다고 하여 큰 아이와 함께 가서 살펴보니 곧 정자골이었다. 간신히 산을 올라 상하를 두루 살피고 용맥과 국세를 살핀 즉 산수가 빙둘러있고 산봉우리가 배어나고 혈처가 안온하였다. 다만 주변에 묵은 묘지가 4기가 있어서 묘 터가 조금 부족한 듯하나 진실로 대인의 장사 길지가 아닐 수가 없었다. 다른 날 산을 구하는 일에 만약 한사가 구하지 못하고 돌아간 즉 단정하여 이곳으로 결정할 일이다. 지금 도형을 그려 보관해 두었으니 자네가 그 사실을 잊지 말게“ 하였다. 그리고 정자골의 산세에 대하여 전후의 답사 경위와 산세의 넓고 좁음 등의 말씀을 덧붙였다. 한형이 말을 타고 집으로 왔는데 대개 보낸 하인과 중간에서 길이 서로 어긋났던 것이다. 지동의 복인인 이정한형이 병을 진맥하기위하여 왔다. 이리하여 함께 잤다.
7월 29일
비가 왔다. 이형이 돌아가고 이때부터 8월 2.3일까지 큰 비가 연일 내렸다. 종형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날마다 근심으로 지내는데 이때는 습기로 설사의 증세가 돌았는데 점염된 사람의 많은 수가 목숨을 잃었다. 다섯째 형이 또한 이 병으로 괴로움을 겪은 것이 이미 10여일이었다. 병세가 심하여 형제간에도 서로 마주할 길이 없으니 인정상 진실로 비통스럽다. 나 또한 수일 전 부터 이 증세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누워있었으나 오래도록 불안하였다. 나그네의 몸으로 우울함을 이길 수 없어 조용히 쉴 곳을 찾아 조리를 하려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일가인 원룡씨 집에 갔다. 그런데 병세를 전해 들으니 천식은 전보다 더한 것 같은데 정신은 여전하다고 한다. 깊이 염려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한형이 한편으로 일가 의원에게 가서 진맥을 요청하였다. 조금 후에 않아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데 조카들이 창황히 큰 비를 무릅쓰고 급히 들어가서 살펴보고 나와서 하는 말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겨우 정신이 있을 뿐” 이라고 한다. 내가 일어서니 한형이 뒤를 따랐다. 얼마 후 여러 가지 병세가 발병하여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일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르기를 “큰일이 오직 너에게 달려있다”고 하시었다. 한형에게는 “이 일을 부탁합니다” 하였다.
내가 목이 매어 손을 잡고 대답하기를 “대사를 완성할 결심은 이제 그만입니다. 저에게 태산 같은 무거운 책임을 지우시고 뜻밖에 이에 이르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평생을 노심초사한 정성이 먼 훗날 저가 임무를 수행할 때 지도를 해주시렵니까!” 하니, 즉시 응답하시기를, “그래”하고 고개를 움직이신다. 그리고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서 마침내 운명하시니 3일 10시경이었다.
종형은 실로 가문의 큰 기둥이었다. 종반들의 존경하는 바였다. 친척들의 모범이었다. 비록 평시에 무사히 돌아가셔도 차마 슬픔을 견딜 수 없을 터인데, 하물며 이와 같은 막중한 면례때에 그 일을 계획하고 수행할 사람이 이제 누구인가! 비바람을 요기로 삼고 이슬에 잠을 자며 무한한 고생 끝에 마침내 운명하시면서도 가정의 일은 한마디도 아니하시니 그 염원은 오직 끝내 하나일 따름이었다.
하늘이 이 사람을 태어나게 하여 뜻한 바 있다면, 그로 하여금 맡에 하나 성취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아! 나 홀로 어찌하랴! 슬프고 슬프다!.
8월 4일. 5일
연일 큰비가 내렸다. 관을 만들 판자가 좀처럼 되지 않았다. 6일 아침에야 비로소 읍에 가서 판자를 사고 목수 3일으로 관을 짜게 했다. 날이 저물어 대렴을 했다. 한형이 의인으로 갔다.
8월 7일
오후에 성복을 겨우 마쳤다. 하인이 와서 알리기를, ‘네째형이 돌아가셨다’ 는 연락을 하니 양쪽의 초상이 겨우 두 어 시간 간격이었다.
형님은 여러 해 홀아비로 나에게 화서 함께 산 것이 이미 3년이었다. 이별할 때 가시에 찔린 환부로 고생하더니 마침내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영결을 보지도 못하게 되니 가화의 혹독함이 어찌 이럴 수 있으랴!. 애통하고 애동하다!.
8월 8일
일가 큰 어른을 모시고 한형을 뱃머리에서 기다리기 위하여 가다보니 도산서원의 입구까지 갔다. 한형이 벌써 강을 건너 왔는데 복인이 구복, 이구익형제등 3.4명이 따라와 상가에 조문했다.
8월 9일
일가 어른들이 모여 산을 구하는 일에 의견을 모았으나 한사가 변색해서 말하기를, “허다하게 산을 찾아 나설 때 마다 주인어른의 지도를 받아 가부를 정했는데, 지금 그 어른이 돌아가셨으니 나 혼자 마음 되로 할 수도 없다. 나는 곧 돌아가겠노라.” 한다. 이에 이르니 그때 종형이 먼저 알아보는 징험이 있었으나, 지금으로는 산을 구하려는 계획 자체가 잘못되었음이 틀림없는 일이었다. 애질들과 눈물을 흘리며 전날에 만든 산도를 살펴보고 한사에게 다시 살펴봐 불 것을 요청하니 이에 그가 허락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상리 정자동으로 가기로 약속했다. 날이 저물어 동생과 종재가 왔다. 서로 마주하여 곡을 하니 한층 더 보기가 민망했다. 대강 집안일을 들리니 네 달 째 집을 옮겨 산다고 한다.
8월 10일. 맑음
장차 출발하려는 한형이 의원인 일가어른을 동행하도록 요구하여 함께 갔다. 일가 노인 동익씨와 둘째 종형이 함께 출발하는데, 병에서 이제 겨우 일어날 때라 모두들 지팡이를 짚고 따라왔다. 말을 남에게 빌려주는 것은 곧 옛사람도 어려운 것인데 하물며 지금에야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닌가? 다만 주객의 두 마리 말을 번갈아 타기를 서로 사양하면서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그 모습은 실로 한 떼의 행군이었다. 곳곳을 경유하게 되니 곧 바로 갈 수가 없었다. 도골을 지나 성황당에 이르니 해가 저물어 촌사에 투숙했다. 저녁을 겨우 시켜 먹고 나니 인척인 김곤중과 하양의 일가들이 차례로 찾아왔다. 이리하여 초정으로 들어가 머물렀다. 닭을 잡고 술을 부르니 그 대접이 심한 후하다. 진실로 감사할 일이다.
8월 11일
여러 집에 아침을 나누어 먹고 식후에는 곧 출발했다. 이 무렵에는 수재가 있었으나 서북의 여러 읍은 별탈이 없었다. 그러나 개울을 따라 이어진 논밭은 태반이 유실되었다. 외줄기의 행로를 찾기 어려웠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말곡에 도착하여 전덕종의 집에 말을 맡기고 점심을 붙여 먹었다. 계곡을 따라 깊은 정자골로 들어가서 산위에 올라 우루 살펴본 즉 보개체로 금성, 토성, 화성이 서북을 진압하고, 아래로는 빙 둘러서 기운이 맺혀 은은히 은병에 술잔을 기울이는 형세였다. 마을은 깊고 그윽하며 석문의 주변을 둘러쳐서 진실로 ‘천장길지’였다. 그런데 주변에 4개의 묵은 무덤이 있어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 하나는 곧 녹균 선조 소실의 묘였고, 왼쪽의 것은 일가 성효의 무덤이었다. 위쪽의 두 무덤은 곧 소실의 사위 남승리의 내외의 무덤이라 한다. 그 신령한 이치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모두들 선조의 슬하에 빙 둘러 뫼시고 있음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진실로 합당한 장소였다. 그러나 막중한 면례의 일을 조금이라도 구애됨이 있어서는 결성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산을 내려와 전덕종의 집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도굴에 도착하니 해가 서산에 기울었다. 제를 넘어 한실주막에 도착하니 한형이 감기로 밤길을 걷기 어려워서 이규녀형씨의 집에 들렸다. 나와 족대부는 말을 타고 가고 동생들이 따랐다. 뱃머리에 도착하니 뱃사공이 아랫마을 관청의 장정들을 가득 싣고 오는데, 달빛을 타고 이끌어 가니 배가 곧 돌아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에 강을 쉽게 건넜다. 말을 달려 오니 이미 초경이 지났다. 이리하여 족대부집에 투숙하여 자세히 제반일을 의논하였다. 동생들은 이미 길을 찾아 돌아갔다.
8월 12일
여러 노소 일가들이 한형을 강 머리에서 맞이하였으나 이미 강 언덕을 건너간 뒤였다. 그래서 다시 긍구당에 모여 산을 구하는 일을 의논했으나 한형이 고개를 흔들며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기를 “수년 동안 수 백리 강산을 헤매어 한 구석도 발로 밟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지금 다른 곳을 구하려면 다른 사람을 구하십시오. 명절이 이미 가까워 오니 나도 내일이면 떠나야 합니다.” 한다.
새로 초상을 만났으며 중책을 걸머졌는데 산사의 희망마저 끊어졌으니 상복을 입고 오래 정체된 일이 기약 없으니, 이야말로 이른바 ‘진퇴유곡’인 것이다. 인정과 일이 서로 어긋나니 차라리 죽어서 잊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밤이 늦도록 고민하였으나 마침내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우울한 마음 말로 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그때 종형의 정자골 산도와 말씀한 바가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지금 상화를 당하여 다시는 산을 구하는 희망이 없어진 형세이니 망형이 3월 달 한 번 정자골을 찾을 때가 어찌 앞날의 운명을 예측한 것이 아니랴. 이것이 지금의 결정을 한정시키는 일이 아닐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8월 13일
한형이 돌아갈 날이 물과 같아서 잡을 수 없었다. 따라서 지성으로 부탁을 했으나 돌아올 것 같지 않아 향인들과 더불어 의논을 하였다. 잠시 후에 말을 얻어 다시 올 약속을 하고 곧ㅇ느재의 북쪽으로 한형을 전송하고 돌아왔다.
원대의 이구동 형이 문상을 하기 위하여 왔다. 그래서 산사의 일을 의논하였는데, “그 땅을 버릴 수 없다.”고 역설하였다. “또 다른 사람이 그 사이 그 산을 사용하여 향인들이 듣게 되면 곳곳에 물의를 일으킬 것이라” 한다. 이로서 분주히 여러 가문에 알리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가서 상세한 의논을 계획하였다.
8월 14일
일가 양천을 단사의 이장에게 보내어 산세를 살펴볼 약속을 했다.
8월 15일
이날은 곧 중추일이다. 객지에서 돌아가지도 못하고 상석과 제사를 오랫동안 올리지 못했으니 ;가슴 속의 정서를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아침 후에 큰 아이가 왔는데, 문상 후에는 곧 안동으로 과거 시험을 치러갔다. 오후에는 토계에 올라가서 여러 곳에 안부를 물었다. 수졸당 주인이 종기병으로 괴로움을 겪은 것이 수일이라 행차에 흥이 나지 않았다.
8월 16일. 구름
아침에 출발하니 말이 절뚝거려 걸어서 갔다. 분강서원 원장 이견여씨와 단사의 강 언덕에 함께 갔다. 단사의 이씨 어른이 따라오고 여러 일가들과 문족 5,6인이 차례로 도착했다. 말을 타고 한사람씩 강을 건넜다. 모두가 지팡이를 짚고 계곡을 들어서서 목싯골에 이르렀다. 소와 말을 맡겨 놓고 재를 넘어 산양바드래에 들어가서 점심을 부쳐 먹고 앞길을 물은 즉, “거리는 대략 10여리로, 그 길은 협곡을 지나고 낭떠러지를 거치는 수없는 가파른 길이다” 한다. 출발하여 간신히 산 아래에 도착하니 다리가 몹시 피곤하여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행랑의 약간의 쌀을 점심을 먹기 위해 주점에 부탁하였다. 그리고 산에 올라 주변을 두루 살펴보니 모두들 말하기를, “기다리기를 고대하였더니 실로 이와 같은 ‘장비길혈’을 찾으려 했기 때문인가!. 여러 산재한 주변의 묘소들이 어찌 방해되랴!. 선조와 자손이 모두 의지되어 백세가 흘러도 황폐해지지 않을 유복한 터전이며, 더구나 위아래가 십 삼보 사이나 되는 지라, 묘역의 터전으로 염려할 바가 아니다. ‘대현길지’라 한들 여기를 버리고 어디에 구할 것인가!” 한다. 이런 말들을 듣고서야 자세히 주위경관을 살펴본 즉, 모든 조건이 합당한듯하여 드디어 여러 일가들과 대사를 결정하였다. 산을 내려와 주점에 들어가니 주점의 주인이 이미 밥과 산나물로 점심을 준비하였다.
8월 17일
쌀을 빌려 아침을 해먹고 출발하려하는데 주인이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골짜기의 인심이 매우 순박한 듯하다. 재를 넘어 계곡으로 내려오니 아침이슬이 마르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서로 붙잡고 간신히 오르던 괴로움에 비교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웠다. 말을 메어놓은 곳에 리르러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려하니 그저께 내린 비로 인해서 물이 진흙탕으로 변해 건너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무서워했으며 소와 말이 빠지기도 했다. 물을 건너는데 익숙하지 못하여 뜻밖의 재난이었으나 곤란 끝에 겨우 건널 수 있었다. 비록 수고로움은 있었으나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였다. 이씨 노인과 더불어 부축해가면서 원촌에 이르렀다.
일찍이 들리는 소리가 이 마을의 노소여러분이 강력히 우리 집의 대사를 주장했는데, 지금 이 순간 이 늙은이의 한마디의 언동은 대단히 긴요한 것이 되었다. 돌아보니 우리집안엔 두루 주선할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스스로 상신의 신분을 무릅쓰고 진흙길을 밟아 이첨지 어른을 찾아갔다. 인사를 올리니 공이 예를 갖추어 대접하는 것이 심히 정성스러웠다. 그의 자제가 영양군수의 신분으로 좌우에 뫼시고 자세하게 면례의 경영에 관한 절차를 말하였다. 그리고 재촉하여 점심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점심은 사양하고 물러나 토계로 내려와 분강서원의 수석인 거기서 당회의 일자를 정하고 이참봉을 본가로 찾아가 안부를 물으니 바야흐로 우리 일행은 고대하던 중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출발할 무렵 다시 안부를 묻고는 곧 함께 사가로 갔다. 여기서 산을 결정한 형상과 일의 개요를 이야기하고 의논하니 모두들 지극히 흔쾌하게 여겼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야기 도중에 종형의 전일을 애석해 여기고 산의 결정을 축하함이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였다. 두가문의 인연으로 보아 그 누가 그렇다고 하지 않으랴!. 이것은 모두 종형의 고결한 인품과 아름다운 행실, 그리고 타인을 복종시키는 힘과 선조를 위한 깊은 정성이 향중의 인사들을 감복시키지 않았다면, 이 각박한 세상에 어찌 반드시 이와 같이 일이 진행되었으랴!. 슬픔이 다시 복받쳐 올랐다. 인사를 하고 절뚝거리는 말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 강을 따라 내려오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
8월 18일
아침 후에 억지로 지체 높은 여러 집을 방문하고 대사의 결정된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다섯째 형의 병세를 살펴보고 저녁에 비를 무릅쓰고 돌아왔다.
8월 19일
의사 족대부와 함께 말을 빌려 타고 도실로 향했다. 대게 한형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함이었으나 날이 저물어도 오지 않았다. 말을 빌린 관계로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저녁에 돌아왔다.
8월 20일
격배견통의 증세가 있어서 밤새도록 괴로웠다. 밤에 큰비가 왔다.
8월 21일
아침에 편지를 써서 순흥으로 사람을 보냈다. 병 증세가 오후에는 조금 덜했다. 어두워서 한형이 하인을 반포에서 만나 돌아왔다.
8월 22일
아침에 면례일을 택일하니 9월 10일이고, 게모는 12일이고 출구와 안장은 곧 10월 초하루 임인 오시였다. 추울때가 이니므로 다행스럽기는 한 막상 실행에 옮길려고 하니 그 산역의 지체됨과 민심의 헤이, 여러 절차의 어려움과 번거로움 등은 실로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한 몸이 대사를 어찌 감당할까 곤혹스럽고 곤혹스럽다.
오후 늦게 향인 노소 수 십 명이 찾아왔는데 이는 대게 감사가 분강서원의 당회에 참석하려고 마을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가 몇 사람이 서원으로 들어가 글을 올리기 위해 유생들과 함께 글을 쓴다고 한다. 날이 저물어 족제 사석과 양친이 시험장으로 부터 돌아왔다. 맏아이도 따라 오고 그 동생과 사촌이 그 쪽에서 지름길로 돌아와서 집안일을 감당하니 이것은 나의 뜻이기도 했다. 조재형 부자가 잠시 들렀다가 곧 떠났다.
8월 23일
초안을 분담하고 곳곳에 통고하는 문안이 손님들의 접대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마치지 못했다. 한형이 단사에 갔다.
8월 24일
문안이 거의 완성되었다. 날이 저물어 감사가 비를 무릅쓰고 도산서원으로 올라갔다. 유생들이 서원의 앞길에서 글을 올리니 감사가 길에서 글을 읽어보더니 길가에서 글을 쓰는데, “감사, 부사의 장례에는 부역 전례가 있으니 그 선례를 잘 고찰하여 부사에게 시행하도록 하라”고 썼다. 향중의 여론이 모두들, “자손들이 글을 올려 협조를 부탁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서둘러 글을 써서 저녁에 도산서원으로 보낸 즉, 의례적인 글로써, “차후에 일은 도와 줄 것이다” 한다. 대체로 이 사람은 이름이 정대용으로 정임당의 자손이었다. 임당은 우리 선조와 친구였으며, 마침 대사를 도모할 즈음에 서원을 예방했기에 모두들 큰 기대를 걸었으나, 그 역시 물색의 관계로 시원스럽게 답변하지 못하니, 그저 세저의 추세만 헤아려 볼 뿐 어쩔 수가 없었다.
8월 25일
양칙이 춘양본집으로 돌아갔다. 오후에는 집 아이들을 토계로 보냈는데, 한형이 갑자기 토계로 부터 돌아왔다. 애질이 양가의 부모를 뵙기 위해 영해로 갔다. 다른 사사로운 볼일도 있었다.
8월 26일
새벽에 시험장소로 젊은 하인을 보내고, 늙은 하인은 여러 곳으로 보내 통문을 공사로 아울러 부치게 했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위문하는 손님이 연일 이어졌다. 슬픈 감정은 깊어지고 근력은 점점 떨어졌다. 집 아이가 토계로 부터 돌아왔는데 가을비가 지루하게 밤으로 이어졌다.
8월 27일
오후에 비로소 날씨가 개었다. 오전에 한형이 토계 옛 주인을 보기 위해 말을 빌려서 비를 맞고 갔다. 과거의 소문에는 우리 문족의 이름이 적적한데, 오직 양칙 한 사람이 참여했다 하니 기특한 일이다.
8월 28일
아침에 종제를 도실로 보내어 곽의 재목을 자르는 일을 감독하게 했다. 일가 양천을 청량에서 만나 재산으로 보내고 소둔과 관재 등을 구하게 했다.
8월 29일
아침에 남도양, 남태양군이 서울로 과거 가는 길에 내방하였다. 동생의 편지를 보니 집안의 노소 할 것 없이 설사의 증세로 중태라 하니, 객지에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쪽 형편이 갈 수도 없으니 어찌하랴. 이때는 마침 분강서원 신무의 일로 도실에 장정들이 재목을 준비하는데 상주가 된 족친 지원을 보내 형편 따라 감독하도록 했다. 한형이 의인 토계를 두루 돌아서 왔다. 오천족인 양묵 이 일을 살피어 왔다가 저녁에 도실로 갔다.
8월 30일
경시관이 도산서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잠시 애일당에 들렀다가 주변 경관을 찬탄해마지 않았다. 저녁에 지원이 돌아와서 이틀간의 빈소의 일을 전했다.
9월 1일
날이 흘러 9월 초하루. 선친 기일이 다가 왔지만, 상주 부자가 오랫동안 외지에 머물러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눈앞의 일들이 요즈음은 전과 달라 부심하다 보니 어리가 쉴 지경이었다. 한형이 돌아간다고 하니 시경이 따라가고, 문족들이 모여 송별해주었다. 아침에 의인인편에 양칙씨 편지를 보았는데, 그 둘째 아들용정이 초시, 진사에 모두 합격하였다는 기별이라 장하고 유쾌하다.
가문의 어른에게 인사를 했다.
9월 2일
오천 족제 세 사람이 당회이후의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왔다가 분강서원으로 들어갔다. 저녁에 팽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 광기를 부리며 어지럽게 소리쳤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달랬으나 끝내 수그러지지 않으니, 이것은 가운과 관계있는 망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이성을 잃은 행동은 이른바, “어쩔 수가 없다.” 는 것으로,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심에 뒤척이다. 보니 오래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9월 3일
집 아이가 제사로 들어가고, 우후에는 오천의 김생과 온혜의 이행이 비를 피하기 위해 찾아들었다. 분강서원의 원장이 제사로 부터 나와서 대사의 절차를 소상하게 설명하였다 이리하여 여러 일가들과 함께...
9월 4일
오천의 족숙과 족제 두 사람이 당회를 보기 위해 왔다. 또 도목의 배 매형이 와서 상가에서 잤다.
9월 5일
배 매형이 아침에 돌아갔다. 곧이어 ( )를 하고 당회를 설치했다. 향인들이 속속 도착하여 멀리 긍구당으로 모여 시경 등의 조카들에게 조문을 하고, 아울러 나와 함께 각각의 일을 의논하였다. 참봉 이귀성씨가 먼저 도착했고, 뒤따라 토계의 여러분이 왓다. 원촌 영감 이세급씨가 도착했고 자제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모란과 녹전 듬버리, 부포 의인 등의 각 동리에서 고루 많이 모였다. 얼마 후 서원에서 종이 내려와 고하기를, “오천의 여러분이 오셨다.”고 하였다. 그래서 모두들 들어가려고 일어났다. 참봉장은 복인이라 나와 함께 참석할 수 없었다. 날이 저물어 늙은 종 추걸이 놀란 모습으로 오서 고하기를, “오천의 여러분이 한 결 같이 지중한 일이라 하며 자손 가운데도 행패를 저지를 조짐이 없지 않습니다, 어찌 합니까”한다. 종형( ), 종질( )이 역시 복인으로 들어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들여보냈다. 그들로 하여 전번의 탐광 때의 재해 상황을 설명하고, 이미 감사, 수재에게 알렸음과, 여러 지방의 사림들에게 통고한 사실, 그리고 이제는 대세가 어쩔 수 없게 되어 신중론이 타당한 의견이 될 수 없음을 개진토록 했다. 잠시 후 족숙 정각 형제가 일가들과 협의하기 위하여 나갔다. 집 아이가 지시상황을 받아서 따라 나갔다가 왔는데 그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한다. 족숙을 다시 보냈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내 말이 부드럽지 못해 다소 불안한 마음 없지 않았으나 이쪽 당중의 반대의견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족인 전룡이 옷을 걷어 올리고 말을 되풀이 하며 신중론을 맹렬히 들고 나와 향중의 의논이 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내가 이에 이치를 다지며 그를 꾸짖으니 그 동안의 산만한 의논이 점점 정돈되어 갔다. 유생들이 도집례의 망기를 받들고 참봉장에게 왔다. 이어서 들으니, “이구숙, 임상정이 공사원에, 김형이 도감에 이구현, 김한유가 도판에 선출되었다.”고 한다. 참봉장은 복인으로서 사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날이 저물어 회의를 중단하고 잠을 자기위해 냇가로 향해 애일당으로 올라갔다. 애일당은 이른바, ‘사도 아니고 공도 아닌 집’으로, 우리들은 여기서 대의를 결정하고 각 항목의 임무를 분재하였다. 동생( )이 자손으로서 도판의 일원에 충원되었다. 각 공소에서는 부조 백량씩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날 회원은 백여 명이었다.
한편 저녁에 오천의 김광수씨가 긍구당으로 나를 찾아 왔는데 하는 말이, “9대 걸쳐 받들던 일이데 그럴 수 있겠는가?” 하였다. 내가 답변하기를, “지난해 동짓달 이전만 해도 자손들까지 뜻이 그대와 같았지만, 묘소의 불길함을 살핀 이후로는 뜻을 함께 했으며, 지금으로는 다른 의견이 있을지라도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단 우리 집안에서도 신중론이 없지 않으나 이제는 그만이다.” 하였다. 그러니 광두씨가 종실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종택은 어찌 하려는가. 지금 종택이 퇴락하고 종손이 혼기가 지나도록 예식도 올리지 못했는데, 이런 사정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저런 일을 하니 안타까운 일이네, 또, 우리들은 외손으로서 이미 돈을 모아놓았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별도로 할 예정이며, 또 씨족 가운데 진사 군저의 무리들과 충분히 의논했는데, 만약 지금이라도 대사를 그만두고 오로지 그 뜻을 종가를 보호하는데 쓰는 일이라면 공사전곡을 거두어 도울 계획이네” 한다. 내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를 ‘이상하구나’
사람과 와서 절실히 손을 잡고 하는 말이, “집안 우환이 혹 더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하다.”고 한다. 그리고 “장례 재수가 많아서 두 명의 종이 무거워서 병이 나서 겨우 도착하였다.”한다. 종질 시범이 감사의 글을 받아 가지고 와서 예안 현감에게 보이니 현감이 매우 놀랐다. 그리고 빈가마니와 땔나무들의 비품은 넉넉하게 보내 주었으며, 아전으로 하여금 즉시 장정을 선발 동원하도록 하였다. 재산으로 판자를 보내라고 하였는데 잘 되지 않아 늙은 족친 영익을 봉화로 보내 판자를 구하도록 하였다.
9월 7일
집아이를 안동에 보내 감사의 글을 안동부사에게 보였다. 그리고 소방상금상을 구해 오도록 했다. 청량사 중이 소둔 두 개를 가지고 왔는데, 재품이 조잡하고 값도 비싸서 실망스럽다. 동생( )을 토계로 보냈다. 김도판이 초상을 당하여 단자가 돌아와서 이사관으로 교체되었다.
9월 8일
의인 이세근 원장 숙질이 방문하여 말하기를, “행상은 지체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실로 옳은 말이다. 다만 신곡이 아직 나지 않아 “근자의 공급이 제대로 되기 어려우니 이것이 염려될 따름이다.”고 한다. 저녁에 달빛을 받으며 원저동생과 함께 절차 등을 의논하고 나오니 임규녀씨가 같이 나오므로 함께 긍구당에 가서 잤다.
9월 9일
비가 왔다. 집아이가 금상...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다.오후에 가묘에 고유하고 절차를 마련하니 비로소 줄기가 잡혀져...
쇠잔한 말을 타고 도실 제사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었다. 몇몇의 중들이 아직 제사에 남아 엎드려 있는데, 마당에는 풀이 무성하여 행사날을 기다릴 형편이 아니었다. 함께 따라온 집안 4,5명과 중들을 시켜 저녁 후에 마당을 청소하게 하였다.
9월 10일
6시경에 고유를 하고 묘를 파헤쳤다. 묘 앞에는 임원들과 향중인사 백여 명이 지켜보았다. 예안읍 관리가 군정을 거느리고 와서 동서로 나누어 한쪽은 광을 열고 한쪽은 빈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오후에 비로소 관곽이 나타났다. 고위는...
들의 의리 좋아함이여! 무릇 길흉사가 있으면 형편에 맞도록 서로 도와주는 것이 예로부터의 인정인데, 종가의 퇴락함은 향중의 사람들이 물자를 보내 부조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향중 풍속이 정녕 이렇다면 그것은 정말 후한 인심이다. 하물며 경중, 완급, 의리도 봐서 우리들의 일은 선영을 수화로 부터 구해내는 시급한 일인데, 타인의 의견은 나와 모순되니 애써 따지고 설명할 필요가 있으랴. 처음 탐광을 할 무렵, 편지를 써서 여러 문중으로 아들 조카들을 보내 탐광을 의논할 때, 그 때는 별도의 말이 없다가 지금에 와서 신중론을 개진하니 그 성의는 정말 고마운 일이나 늦은 것이 한스럽다. 이날 밤 여러 고을과 향교 서원에 통문을 보냈는데, 글은 유생들이 섰다. 그러나 유생들만이 감당할 수 없어서 잡 아이와 오천 젊은이들에게 요청하여 그 수고로움을 나누었다.
9월 11일
첨지 대부에게 가서 인사를 드리고 여러 가지 절차를 의논했다. 아울러 족숙에게 전일의 미안함을 사과하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으니 동생( )과 상주 조카( )가 따라 왔는데, 신을 거꾸로 신고 올 정도로 빨...
지난해 살핀 곳의 진흙과 회칠한 부분이 굳어지지 않았고 습기가 머금어 변색이 되었다. 단 관위에 덮인 석회역시 굳어 않아 물기가 하곽으로 스며들어 면을 따라 모두 변색되어 바래졌다. 작년과 비교하여 다른 점이 있다면 곽판의 색깔이 얼룩져 있다는 점이다. 바위는 천회가 돌로 굳어지지 않고 깨끗하나 역시 탄회가 위쪽으로 들떠있고 외곽은 역시 썩고 상하였다. 왼쪽으로 한 조각이 깨어져 떨어져 나갔는데 손을 들어 밀 수 있는 정도였다. 나머지는 전체가 굳게 덮혀 잇는데 손으로 살펴보니 대관 위쪽은 전체가 잘 짜여 있었다.
그리고 썪고 사앟고 물기를 머금어 옷과 소매가 닿는 순간마다 검게 변하니 화환이 특히 심함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자손 및 외손들이 손으로 만져보니 전혀 형체가 없는지라 놀라 소리쳤다. 향중 내빈들도 이때부터는 놀라서 곳곳에서 소란스럽게 염려했다. 그러나 조금 후 경험이 많은 외손 한 분이 다시 자세하게 살펴 본 이후로는 소란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향중내빈과 본손 가운데 일부에서, ‘신중해야 된다’는 말로 웅성거리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비록 좋은 기운이 광중에 서려있다 하더라도 그런 태도는 망발이 아닐 수 없는데, 하물며 양위의 수화재난이 목격된 지금 자손들이 그렇게 놀라하는 데 신중함이라니, 정말 심하다. 말하기 좋아함이여! 사태가 이런 지경에도 어찌 그런 말로 의의를 제기 할 수 있는 것인지!
날이 저물어 향중인사 백여 명이 용수사에 투숙했는데 방이 부족하여 암자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날 아침 한형이 왔다. 초저녁에 임원들의 숙소로 부터 상의할 일이 있다고 전언이 있어 급히 올라가니, 도집례, 도도감, 두분 도판 의 후등 여러분께서 수고를 당한 곡절을 말씀하시는데 족숙, 정진이 면례 반대로 임원들에게 많은 말로 압박하였고, 전룡 형제가 계속해서 행패를 부려 임원들이 내일 떠나려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놀랍고 분통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임원들에게는 그 자세한 말을 다 할 수가 없었고, “다만 일가 가운데 이상 한 것이 있어서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저가 죽기를 무릅쓰고 끝까지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집사자의 거취 문제는 저와 상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였다. 여러 임원들이 역시 민망스럽게 여기며 말하기를, “만약 자손들과 의논이 순조로와 일을 하게 되면 지금 흩어지더라도 훗날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형상으로는 그 성취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으니 다시 자손들끼리 잘 의논하라.”한다.
과거에 이와 같이 곡절이 있을 때마다 밖으로 감추고 미봉책으로 수습했던 것이, 지금 와서 번번이 공론의 모임에서 문제가 되니, 생각해보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정말 분통함이 가슴에 메여 비록 붓이 있더라도 다 쓸 수 없을 지경이니 어찌 이 조그만 종이에 다 기록 하겠는가!
밤이 깊어 물러나 큰방으로 들어가니 향인들과 방친(傍親)들이 잠이 들었고, 낮에 팔을 걷고 행패를 부리던 자손들도 모두 태평으로 잠들었다. 한 사람도 선조의 광중을 지키려고 하는이 없으니 한스럽다. 지친, 자질 사오명이 광중을 지키는데 모두 앉아서 아침을 기다렸다.
9월 12일
아침에 일가 노인과 족제 양칙이 춘양으로 부터 두 개의 큰 판자를 가지고 왔다. 식전에 가격을 결정하는데 도판 세 사람이 같이 앉아 각각의 비품을 집례에게 품의 하였다. 현훈, 구의 명정은 모두 ‘붉고 검은 비단’으로 하고, 천금, 지요, 대금은 ‘붉은 물결 부의 비단으로 결정했는데, 가격이 33량 6전이라고 한다. 족숙 정각씨가 전날의 사태를 돌아가 노친에게 고하고, 다음날 돌아왔다. 내가 여러 가지 말로 설득을 했다. 잠시 후 도집례가 임원들과 더불어 대청에서 회의를 열고 자손들을 모이게 했으나 불참자도 많았다. 정각씨가 홀로 들어와 앉았다. 반대의 사연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전일에 말한 것은 본인의 망발로서, 어찌 한사람의 자손 된 몸으로 일의 중대함을 모르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 오해를 풀기 위해 오고가고 주선한 여러 곡절을 여기 다 쓸 수는 없다. 아무튼 좌중이 모두 흡족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결행을 결정하고 해산했다. 도판소에서 접빈 네명을 치관도감으로 이재흡, 이사석 두사람을 차출했으니, 대개 비위의 개관 일을 위함이다. 초저녁에 목수 세 놈이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저녁에 일이 거의 끝났다. 그리고 잠시 고위의 외곽을 열어본 즉 관위에 사용된 것이 못질한대로 조금도 변함이 없는데...
9월 12일
아침에 족질 용중이 춘양일가와 함께 왔다. 10시경에 관을 들어내어 관을 열어보니 진신들의 만사 35장이 위에 놓여있고 유의 3점이 그 다음에 깔려 있었다. 그 다음하나는 무명겹옷이었고, 또 하나는 초록방사주였다. 치마의 색깔은 변하여 자주색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후서금주였다. 그 제도는 상의와 아래치마가 연철로 되어 주름이 심히 넓게 되어 있었다. 길이는 상하의가 고르게 반으로 되어 있으나 폭은 치마가 상의에 비해 배가 되어 진실로 노인들의 평상복으로 호품이었다. 홋 보선 한 점이 아래에 있고 현훈은 청홍색으로 목면으로 만든 것이다. 접고 붙이고 한 것은 관의 길이에 따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비단은 계산해 보니 한필반이고 훈은 조금 적었다. 비록 그 치수는 지금 젤 수는 없으나 사실 현은 여섯이고 훈은 넷이었다. 명정은 붉고 넓은 비단을 사용했는데 글씨가 선명한 것이 마치 어제 쓴 것 같았다. 이상의 여러 가지는 물에 젖고 물기가 스며들었지만 끄집어내어 햇빛에 말리니 여전하였다. 지금 그것을 다시 사용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구의는 황색의 단금을 사용했는데 손으로 만든 것이었다. 썩고 떨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자손과 사림들이 관을 부여잡고 애통해 하면서도 이러한 광경을 놀라와했다. 네 삽은 대체로 지금의 의례와 같은데 나누어 상하로 사영하여 그 재도가 심히 크게 되어 있었다. 위로는 삼각이 있는데 기름과 가루분을 판에 칠했는데 붉은 수은을 사용해서 그렸다. 차례대로 걷어내어 겨우 마치고 널을 받들어 꺼내니 수환이 안팎으로 젖어있었다.
이어서 비위의 산소를 헤치니 관곽은 그렇게 손상된 것은 아니었다. 밖은 썩었으나 안은 견고했다. 은정은 없고 철정을 사용했는데 15cm의 거리에 좌우로 각각 3개씩 있었다. 간신히 뽑아냈는데 혹은 우측 남쪽 2면은 외곽에 붙어 있었다. 안팎이 모두 까맣게 타서 먼지가 되었다. 판 밑바닥은 가운데가 깨어져서 솟아올라 있었다. 대개 이런 현상은 풍화가 교대로 침범하여 위로는 습기를 끌어들여 금단과 모발은 비록 오래되어도 썩지 않는다고 하나 지금은 한점의 남은 흔적이 없었다. 정령 재해의 피해가 이보다 심한 것이 있을까? 다만 다행하게도 백골의 보존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버드나무 조각으로 절차대로 서렴의 의식을 치루었다.
우리 부자와 시경 및 용중의 몸소 친히 점검을 했는데 척인이 세익씨와 이구종씨가 이런 관습에 능숙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에 의거하여 수행하는데 조국도 게으르지 않았다. 염습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니 무엇으로 은혜에 보답을 할까?
목수의 일은 널이 아직 안되어 초저녁에야 비로소 대렵을 했다. 대렴 후에는 고위을 살펴보니 천개는 은정을 사용했는데 위아래로 철정도 아울러 사용했다. 향인의 의논에 따라 관을 감히 열수가 없었다. 관의 위아래에 틈이 있어 촛불로 비추어 보니 빈공간이 한치 정도로 남았는데 위 오른쪽은 다른데 보다 조금내려 앉았다. 천금의 위는 물방을 흔적이 있었다. 차례대로 묶어 소둔과 자리 등의 물건으로 운반하여 아래의 여막에 임시로 안치시켰다. 이리하여 상식을 올리니 밤이 이미 깊었다.
한편 이날 낮에는 산 아래서 향인들이 둘러 앉아 각 항목의 담당자를 선출했는데 임원이 무릇 40여명이었다. 도판 두 사람이 진정으로 다시 선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도집례가 허락하지 않았다. 본손들이 또한 만류하니 어쩔 서 없게 되었다. 회원이 150여명인데 본손외에 방손 또한 10여 명이 었다.
예날 면례의 일화로는 주선왕이 문왕의 묘를 옮기는데 305년이 지났는데도 오히려 널을 보았으나 그 이후로는 문헌에 면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3한 이후에는 비록 두루 찾아보지는 못했으나 죽령이 남의 선배들은 오랜 세월 면례를 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류서에, 김백암, 구백담의 면례때 관곽이 의구하고 의관모발이 변치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예부터 전하는 화제거리 였다. 그러나 그때는 매장한지 겨우 100년이 체 못되었다. 그로부터는 세월이 더욱 오래되고 일이 더욱 기이한 것은 오늘 같은 경우가 없었던 것이다. 혹 수환의 침수가 아니더라도 그 해로움이 이와 같을 수가 있으랴!. 또 선조의 심인후복을 생각해 보니, 마침내 흉화를 받을 수 없고, 재앙으로써 경계를 시키고, 꿈으로써 그것을 신빙하게 하여 거의 보잘 것 없는 자손들로 하여금 면례를 하도록 하니 이것은 곳 하늘의 명인 것이다.
전에 괴상한 것들이 사사건건 방해한 것이 어찌 인정에 합당한 일이랴!. 천운이 관계된 것으로, 그것은 곳 천이며 운인 것이다. 그들이 어찌하랴! 오직 237년의 수냉의 환란과 비위 255년의 풍화의 재앙이 선영의 육신에 감기어 있다가 이제 비로소 양계에 나와서 그 괴로움을 벗어났으니 우리들은 이제 죽더라도 무슨 여한이 있으랴! 새로운 슬픔 속에서도 이것은 도리어 마음속에 위안으로 남는다. 다만 종형이 전심전력의 성혈을 기울이다가 몇 해 동안 원통을 머금고 돌아가셨으니 지금 이 회포는 함께 할 수 없음이 통한스럽다.
9월 13일
일꾼들이 흩어지고 각소의 하인들이 장차 사방으로 떠나려 한다. 빈역과 매광을 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가들 가운데 청년들을 성심껏 독려하였으나 한사람도 반응이 없었다. 통탄스럽고 통탄스럽다. 아침후에는 회원들이 모두 돌아가고 도판이 곧이어 출발하여 곳곳으로 향중의 여론을 전해왔다. 임당의 재문이 광중에서 나왔는 까닭으로 감사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예안현감을 시켜서 올리는 것이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을 말하기를 자손이 직접 가지고 가서 올려야 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말들을 들은 이후에는 이미 사사로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집 아이를 보내어 향중의 여론을 다시 들어보고 행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여러 일가들이 모두 돌아가고 다만 8,9인 남았고 향중사람 10여인이 내방하였다.
9월 14일
아침에 지석을 살펴보니 금계의 친필인데 11조각으로 2조각이 유실되었다. 무슨 까닭인지 안ㄹ 수 없었다. 세월이 오래되어 그 연유를 이제 알 길이 없어 막연하게 새로 한조각 간략하게 갖추어 구위서 함께 넣었다. 양칙씨를 봉화지석 굽는데에 보내고 동생을 토계로 보내 지석의 일을 의논하게 하였다. 나는 강정을 오고 가며 동추 이영감에게 지석의 글 수백여자를 부탁했다. 날이 저물어 일가 4,5인이 내일 보름 제사를 위하여 왔다. 집 아이가 내일 새벽 감영으로 간다는 기별을 들었으나 늦도록 고대해도 오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9월 15일
동생과 종질, 일가들과 집 아이가 앞뒤로 와서 보름 제사를 치루었다. 상주 지원이 음식을 모두 맡았다. 제사 후 음식을 나누어 먹고 겨우 끝마쳤다. 집 아이를 감영에 보냈다. 두어 달 분주하게 골몰한 일이라 감회가 새롭다.대구의 족숙 희윤씨가 이미 파묘대 부터 일을 보던터라, 이에 이르러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서춘의 친지에게로 갔다.문종 젊은이를 오천으로 보내 소방상하나를 구하도록 했으나 끝내 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며칠전에 분강서원의 원장이 예안현감을 찾아 갔는데, 그 사이 이미 이쪽의 사정을 듣고서 아전들의 협조 게으름을 역설하여 꾸짖었다 하니 그 은근한 마음씨가 향중사람들과 다름 없었다. 당일 신산 장례식에 참석하리라 한다.이날 아전들이 새미 군정 30여명을 지휘하여 구광을 묻고 아울러 석물도 파묻었다. 향중사람들의 문상이 이어졌다. 척형 세세백이 닭과 과일을 가지고 와서 치전했다.
9월 16일
종일 부슬부슬 배가 왔다. 지난 7. 8일간은 일가가 순조로와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옷을 벗고 지내는데 한 여름과 다름 없었다. 이에 조금 비가 온들 무슨 유감이 있으랴. 운석유사 두삼이 돌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 왔다. 도집례어른이 여러 절차를 의논하기 위햐여 왔다. 기타 향인들이 게속해서 내방하였다. 동생이 저녁에 분강서원으로 같은 유사들과 회의가 있어서 갔다. 고직이 군불을 지피고 쌀을 걸머지고 왔다. 밤에는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환했다.
9월 17일
아침에 구름이 끼었으나 저녁에는 개었다. 여러 일가들이 맡은바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오직 우리 3.4인이 남았을 뿐이다.목수가 돌아간다고 하는데 날짜는 오래 끌었으나 일은 부실하였다. 품삯이 심히 많았다. 모든 것이 골물에 젖어 감독 소홀에 원인이 있으니 어찌하려. 글을 써서 유사에게 보내 그 품삯을 주도록 하였다. 원장이 절차를 의논하기 위해 왔고, 그 밖의 여러 사람들이 와서 물었다. 날이 저물어 족숙희윤씨와 서종조, 시춘 및 양칙이 차례로 들어 왔다. 지석은 훗날로 기약하고 그냥 두었다. 양칙의 둘째 아들 용정이 따라 왔다. 초저녁에 안동의 권생이 와서 조문 하였다. 사사로운 볼일이 있다고 한다.
9월 18일
예안현에서 서리가 왔다. 바람끝이 몹시 차갑다. 호상관리가 그 상관의 고목을 가지고 나타났다. 각 항의 유사 6, 7명이 절차를 의논하기 위하여 왔다. 부포에서 상주가 된 이지순, 이의순 종형제가 왔는데 이지순씨는 퇴계종손이다. 양가의 세의 관계로 별도로 부조를 하고, 또 종이와 향초 등의 물품을 가지고 왔다. 날이 저물어 도판이 도착하고 역동의 하인이 향정자를 걸머지고 와서 기다렸다. 곳곳의 흩어진 일가들이 속속와서 모였다. 밤이 예안현 청사에 들어같다가 한시간쯤 뒤에 나왔다. 예안읍에 서고모가 운구가 나갈 때 며칠을 와서 참관하더니 지금 또 음식을 준비해 왔다. 정말 노고를 아끼지 않은 것이니 그 정성 갸륵하다 찰방공의 후손 여러명이 또 음식을 준비하여 와서 치전했다.
9월 19일
날이 밝아 장차 발인을 할 즈음, 각소의 종들이 빌린 기물들을 운반해오고, 도산서원에서 안동으로 상여를 빌렸는데 3일만에 도착했다. 낮에 도집례가 명정을 대청에서 썼다. 향인 100여명이 모였는데, 오천 사람들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본손과 지손 또한 100여며이고, 상여를 메는 관군 300명이 오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각각 끈을 준비하고 있었다.
9월 20일
날이 밝아 제사를 지내고 발인을 할 무렵, 양산을 든 나장 한 쌍이 장농, 상자, 가마 등의 물건을 모시고 앞길을 선도했다. 신구, 곽판은 세부대로 나누어 어깨로 운반하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자손과 호상이 차례로 따랐다. 옛 유택의 위아래 분묘를 지나니, 떠나고 보내는 정이 어찌 비통하지 않으랴!
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온혜에 이르니 바가 더욱 쏟아져 옷이 모두 졌엇다. 수행자들이 더러 비를 피하기도 했다.
넘티재를 넘어 싸리당목을 지나서는 내려갔다. 나는 곧은재로 바로 내려가 잠시 종형 빈소를 찾아 애곡을 하고 나와 아랫마을로 내려가니 상여가 아직 이르지 않아 고싯바위 아래 느티나무 주변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옛 수락당 앞에서는 모수모구가 옛날의 산천과 의구한데 그 정경이 처량하다. 고향분천의 정경에 부슬비가 길에 흩날리니 그것은 혼령께서 분명 여기에서 방황하심이리라.
이때에 흐느끼는 소리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비를 피한 여러 임원들이 따라오고, 감영으로부터 돌아온 집 아이가 안동에서 자고 새벽에 출발하여 곧장 달려와 막 도착하였다. 그리고 전하는 말이 대략 이러했다. 17일 오후 감영에 도착하여 면회를 요청하니 감사가 전갈을 받자마자 급히 돌아오라고 하였다. 만사를 가지고 관리를 따라 등청각에 들어가니 감사의 예우가 극진하였다. 그런데 만사를 보고서는 이상한 일이라고 거듭 탄식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해가 오래된 면례가 처음에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여간 경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정의 동원은 뜻대로 지원해 줄 것이다.” 하였다. 그리고 관리로 하여금 만사의 글을 베껴 쓰도록 하였다. 아울러 돌아올 때 관리에게 술과 음식 여비를 드리라고 명령하더라는 것이다. 벽오공파의 여러분이 치전을 하는데 집집마다 술항아리를 가지고 와서 군정들에게 먹였다.
출발을 재촉하여 강을 건너 부포에 이르니 사람들이 동어귀에 장막을 치고 기다렸다. 상신 이지순이 글을 지어 치전했다. 갈전에 도착하니 오천 진사 김태익이 따라 왔는데, 대게 분강서원 원장이 호상으로 임명한 까닭이었다. 한실개울가에 장막을 치니 비가 종일 오락가락 했다. 저녁에는 비가 퍼부어 널을 서당의 제사 방으로 모셨다. 향인들이 곳곳으로 흩어졌다. 자손들이 겨우 잠을 잘 방을 얻었는데, 서자 한사람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려 물의를 일으키니 괘씸하고 안타깝다.
한천 유생 이득순등 5, 6인이 치전했다.
9월 21일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가 개었다. 호송관리가 색리 군정 300명을 지위하여 떠났는데, 군정들이 더러 불만을 보이며 몰래 도망치기도 했다.면임과 호송 관리를 매질로 다스리니 비로소 그 숫자가 채워졌다. 다시 발인하여 말곳에 이르러 상여를 멈추니 도감 김형 등 여러분이 속속 모여 들었다. 재산사람 7, 8인이 왔다. 청량산 고림서사에서 중들이 국수를 팔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서, 8량의 값을 치루고 군정들에게 먹였다. 동구에 이르니 석역도감 이민순, 김명옥등 여러분이 영접을 나오고 안동부의 색리들이 출영하였다. 한사가 앞서 이곳 자운춘사에 와 있었다. 산 아래서 잠시 상면하고 산정의 빈소로 올라갔다.
4칸 집이 모두 판자, 흙으로 지어졌고 종이로 도배를 하였다. 막사 2칸은 따로 온돌방으로 꾸며 따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3동의 막사 5, 6칸에는 수많은 군정들이 가득하고 나머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호상 여러분이 산세의 위아래를 살펴보고 모두들 그 득지함은 찬탄하면서 대인의 장지로 합당하다고 하였다. 상여를 편안하게 모신 다음에 대부분 흩어져 산 아래로 내려가 하촌, 말곡 등의 촌사로 투숙했다. 돌일은 2, 3일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아 석수 3인과 야장은 별도 숙소에서 대접했다. 문경, 남생 두 사람이 와서 조문했다. 소문에는 좋지 않게 여긴다고 들렸으나 마주한 즉 여간 반갑게 대했다. 다만 상주만 보고 떠나 버렸다.
날이 저물어 아래 숙소로 내려가니 두 사람이 와서 있었다. 그래서 전일의 시끄럽게 한다는 소문을 물으니 모두가 극구 부인하였다. “왼손의 혈맥으로 처음에는 자세히 몰라서 그랬으나 지금에 어찌 딴 마음이 있겠읍니까, 처음에 비록 허물이 있었으나 마침내 잘못을 고쳤으니 어찌 큰 퇴가 되리오” 한다. 이 말은 또한 속임에 방패...
9월 22일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르니 남생 등이 이미 먼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이었다. 진실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는데 “먼 곳에 있는 처지라 오래 머물 수 없으므로 마땅히 형세를 봐가며 장사 날에 올 것이며, 혹 선영의 묘소에 미안스러운 절목이 있어서 부탁의 말이 없을 수 없으나 이런 사정은 오직 사림과 임원들의 그때를 당해서 처결할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들이 어찌 감히 사사로운 뜻을 밝힐 수 있겠습니까?” 한다.
도집례와 원장이 다른 4, 5노소들과 곧 올라왔다. 이것은 개토가 오늘 오전 진시로 정해진 까닭이었다. 이러하여 산신제를 지내는 때 도집례가 현관이 되고 김시찬이 대축이 되었다. 음식을 나누어 먹고 모두 돌아갔다. 오후에는 진사 김대익이 대출의 소임으로 이 시각에 미치지 못하고 놎게 왔다고 곧 돌아갔다. 치산도감 김시필이 또한 도착하였다가 내일이 자기집 제사인 까닭으로 돌아갔다. 또다른 치산도감인 이구종이 진보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한형과 혈을 측량하기 휘해 의논을 하려고 했으나 나침판을 잊어버려 김도감, 두도판이 모두 돌아갔다. 가소의 하인들도 또한 흩어졌다. 여러 가지 계획된 일들이 차질이 생겼다. 막사가 덥고 습기가 차서 쇠노한 늙은이에게는 병이 ;발생할 것 같아 매일 저녁때는 하산하여 밤을 보냈다.
초저녁에 급히 변소길을 가다가 집구조를 잘몰라 잘못하여 두어길 언덕아래로 떨어져 논가운데 엎어졌다. 벼포기를 거머 잡으니 기운이 빠지고 가슴이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뒤에 길가던 사람이 부축해 일어나 간신히 방안에 들어가니 전신에 상처가 있고 쑤시고 아파 여러 가지 약을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아마 근력이 쇠퇴한데 상처를 입으니 대단히 고질이 된 모양이다. 밤새도록 신음했다.
9월 23일
이씨어른이 고대해도 오지 않았다. 기일은 점점 촉박하여 부득불 이날에 개금을 하지 않은 수 없었다. 그러나 혈을 측량하는데 타인에게 모두 맡겨둘 수는 업는 일이다. 늦게 아픔을 무릅쓰고 산에 올라 혈처를 의논하고 , 나침판을 설치하여 어려자 시험삼아 파들어 가니 서쪽으로 토판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게 앞서 몰래 묘지를 쓰려는 사람들이 철거해 갈 때 남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치워버렸다. 축을 쌓으면서 흙을 파니 광중의 상하사면이 깨끗하고 견고함이 한결같이 오색의 진토로 마르지도 않고 습기차지도 않은 것이 마치 밀납을 깎은 듯했다. 진실로 처음 목격하는 좋은 광중이었다. 광각도감 김만익, 심성권이 와서 군정을 감독하였으나 광각의 재료를 구하던 장정들이 2, 3일전부터 매일 5, 6명씩 나누어 돌 일을 거들었다.
이리하여 돌덩이 가운데 먼저 깎은 것은 위로 저서 나르고 지석을 닦은 상자와 표석도 먼저 운반하였다. 원래 장사날 하려고 했던 것인데 발인할 무렵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지금에도 겨를이 없게 된 것이다. 도판과 의논해서 예안현감에게 사례하고 아울러 관군으로 하여금 돌을 운반하고자 했다. 집 아이를 보내 그들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입원중에 어던 사람이 말을 빌어타고 멀리 온혜로 떠나버려 도보로 고향에 다다르니 피로가 쌓여 병이 날 지경이라 한다. 지극히 염려될 따름이다.
9월 24일
연일토록 날씨가 쌀쌀하다. 쌕리가 현읍의 군정들은 거의 장발했던 까닭으로 사람이 없어 고민하였다. 감사가 보낸 전령의 글에 의하면 “재산은 한 고을에 불과하지만 그 말뜻의 무게와 지극함으로 보면 향상, 담군, 가가, 포진, 병장, 삼물막, 조빈 등의 여러 일들을 명령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묘소를 다듬는 일은 부근의 한실, 말곡 등의 군정으로 하여금 우리집의 지휘에 일정 따르도록 하며 편의껏 부리도록 하여 일을 완전하게 마치도록 하라” 한다. 비록 우리 집에서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잘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만약 감사에게 품부하지 않고 다른 현의 장정들을 2번 3번씩 동원하더라도 못할 것은 아니지만, 품부하기 위하여 이렇게 되어 3, 4일 허비한다면 역군들이 거의 흩어질 것이니 걱정스럽다. 이것은 모두 색리가 똑똑하지 못하고 일에 민첩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이때 부터는 식량 또한 자주 떨어져 제사의 중이 쌀가마니를 운반해 오고 청량산의 중들을 부러서 밥과 반찬과 술을 장만하도록 하였다. 영양의 석수, 우악이라는 사람이 와서 일했다.
9월 25일
적은 숫자의 군정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감당하지 못했고, 식량과 반찬이 또한 제때에 공급하지 못했다. 속수무책의 고민 중에 날이 저물었는데 하인 수돌이 약간의 쌀을 가지고 나타났다. 내가 그의 게으름의 죄를 대략 꾸짖었다. 번회유사가 이미 불을 피워 숯을 묻는데, 유사가 때가되어도 마치지 못할 것 같아 각각의 지점에 나누어서 일을 끝내도록 말을 전했다.
9월 26일
광각이 다 되었다고 알린다. 온혜의 도판과 두촌의 도감이 차례로 왔다. 양칙이 지석의 일이 여의치못해 석점으로부터 헛 걸을 하고 돌아왔다. 집 아이가 고향으로 부터 병든몸을 이끌고 오사ㅓ 수일째 괴로와 하니 나그네의 수심이 한 가지 더할 뿐이다. 대구의 족인 동간과 택용이 따라오고 사방의 문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세숙 형이 본래 돌 일에 능통하였으나 이에 이르러 자청하여 함께하려고 왔는데 도산서원의 노예 한 놈을 데리고 와서 사대를 전담해 말았다. 관으로 부터 빠진 군정을 체위 돌을 운반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에 수일이 되었다. 그러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빠진 군정은 모두 양반집의 노예로 드러나 규합하기가 어렵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여러 번 모았지만 그때마다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에야 비로소 지함을 운반하리라 한다.
9월 27일
사람을 사서 광주을 파니 단사도감이 비로소 도착하여 감독을 했다. 색리와 제산현의 담당관리가 상부에 아뢰고 돌아와 제산현의 군정들을 두 번 동원하리니 내일은 사람이 넉넉하여 일에 지장이 없으리라 한다. 그러나 장사일이 이에 임박하고 매번 속임을 당한지라 어찌 그 말을 믿을 수 있으랴! 글을 써서 각소의 하인과 본손들로 하여금 부근의 동리마다 일제히 오라고 하였다. 한실의 도판은 이 기별을 받고 왔다. 이에 실행을 못한 책임에 용서를 바라니 민망함을 이길 수 없으나 말이 간곡하고 지당하여 마침내 조정을 하고 일을 보도록 했으니 다행한 일이다. 춘양의 늙은 일가 4,5인이 말을 타고 왔다. 집례가 또한 저물어 주점아래에 도착해서 저녁후에 가서 문안하고 돌아왔다.
9월 28일
아침 전에 시면 아이가 왔다. 대구 족속을 도골에서 만나서 같이 자고 길을 안내받아 왔다고 한다. 색리가 100여명의 장정을 인솔하여 오고 본속과 부근의 각소의 하인들 및 날품을 하는 고용한 장정 모두 합하여 수 백 여명이 교대로 회사, 외토, 돌덩이 등을 운반하니 많고 적음이 적절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을 하는데 분주하기만 할 뿐이다. 사대가 저물도록 마무리 되지 않았다. 석임과 석수들은 장작불을 밝히고 밤이 늦어서야 겨우 돌들을 세웠다.
어제부터 여러 분들을 독려하여 송진을 발랐다. 예안현의 서고모가 사위를 데리고 어제, 오늘 와서 제수를 장만하니 진실로 오래전부터 우러나오는 정성이 아니라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으랴! 기이 하고 감동스럽다.! 풍기의 황생, 윤국이 외손을써 10량의 돈을 가지고 전기해서 왔다. 경주의 임씨 또한 외손으로 돈 5량과 종이, 고기 등을 하인을 시켜서 보냈다. 그 성의가 전부터 각별하더니 감사하고 감사하다.
안동부사가 평토의 제수를 그 단자와 더불어 일절 보내고 색리로 하여금 말곡의 일을 감독하라고 하였다. 향중과 도내의 사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구 족형 동환이 고평의 제사하인을 데리고 왔다.
9월 29일
60여명이 와서 일을 했다. 석임이 광중 내곽계단을 정비하는데 동서로 양팔로 여덟팔 정도의 거리였고, 광중은 5척5촌정도이며 윗층의 밑은 돌맥을 만나고 아래는 둥근바위가 드러나 더 이상 깊이 뚫을수 없었다. 흙으로 평평하게 하고 사방의 벽을 갈고 다듬어 지회를 쌓고 아래에는 외곽에 격판을 설히했다.
날이 저물어 회를 쌓을 수 없어 중지하였다. 도내의 향교, 서원 및 각소의 임원 및 여러파의 자손과 방손, 외손들이 차례로 기정제사를 드리니 밤이 이윽해서야 겨우 끝이났다. 이날 권섬이 제물을 가지고 왔고 남경렬형이 향중의 유생으로써 왔다.
10월 1일
일진은 임인으로 맑고 온화했다. 아침전에 양쪽의 석회를 쌓고 판자를 펼쳐놓고 석회를 깔았다. 지평 김양근이 어과로서 치전을 하고 부의가 있었다. 영야의 이구운이 계속해서 치전과 부의가 있었다. 감영의 관리가 감사의 새로지는 만사를 가지고 왔다. 식사후 산위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회원이 약 800여명으로 반정도는 흩어져 않았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시도의 유사가 누구라고 일일이 기록할 수도 없었다.
11시경에 광위에 널을 올려놓고, 12시를 기다려 광주으로 내려놓았다. 구의와 명정을 정리하였다. 구명정은 말아서 상의 앞에 깔어서 두고 구현훈은 그 위로 좌우로 나누어서 두고 새로 폐백을 드렸다. 당시 진신들의 만장은 일찍이 상여가 한실에서 머물려 진사 김태익이 먼저 제안하기를 “옛 관례대로 새 광중에 넣어야 한다고 하는 말은 사실 법이 아니며, 후배들의 증빙이 없는 탄식일뿐이다. 그래서 선현의 구슬같은 유묵이 땅속에 다시 매몰되는 일은 유감된 일로서 마땅히 그 글은 베껴써서 광중에 넣고 유묵은 분강서원에 보관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고 하였다. 모두들 의견이 자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으나 자손들 또한 정견도 없고 결정할 수 없으며 오직 사림의 공론을 따를 것이라 한다. 이에 이르러 도집례가 좌중의 의견을 체집했는데 사림의 의견이 갑론을론이었다. 수백년 동안 광주에 있던 것을 후인들의 손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하여 드이어 전과같이 유의위에 펼쳐서 넣었다. 자손들과 사림들이 곡진이 슬퍼했다. 천개, 석회들을 차례로 밝아 넣었다. 도내 사림들이 광의 4면으로 겹겹이 둘러서서 경건하고 공손하게 지켜보았다. 그와같은 의례와 인사가 어찌 정성스럽고 소중한 일이 아니랴!
돌아보건데 불초한 후손이며 또한 상인의 몸으로 허다한 곤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마음과 육신이 다하여 경황없이 바쁜 가운데 있어서 무릇 예의절차에 있어서 정밀하지 못하고 힘을 다하지 못함이 분명하다. 유유한 감회와 여한이 다만 스스로에 두려울 뿐이다. 도집례 원장 그리고 토계의 여러 노소들이 지친의 신분으로 내일 면례의 일을 위해 머무러 이었고, 그나머지 여러분은 차례로 돌아감을 알리는 자가 과반이었다. 해질 무렵 겨우 평토를 마치고 산신제를 지내는데, 영양군수가 현관이 되고 진사 황 한이 축관이 되었다. 제수는 안동군수가 마련해 보낸것이었다. 떡과 마른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이 지극히 정결하였다. 제사후 음식을 나누어 먹은후 영양군수는 말을 타고 돌아가고 기타 내빈들도 사방으로 떠나가는 자가 많았다. 다만 여러 임원과 장대한 일꾼 60여명이 마무리를 했으나 마치지 못했다. 날이 저물어 남은 사람과 빈소에서 우제를 지냈다. 여러 자손들과 김도감이 외손으로서 참석하였다. 어둠속에 불을 앞세워 하산했다.
10월 2일
아침 전에 몸소 각소의 하인 10여명을 인솔하여 산위에 올라 띄를 입혔다. 날이 저물어 예안읍의 관리가 50여명의 장정들을 이끌고 왔다. 두 도감은 각각 사적인 일로서 먼저 갔다. 석임도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자손들도 차차 떠나가니 마음에 언짢은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모두 임의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종일 감독을 했던 관계로 일력이 부족하여 그만하고 읍리를 불러 그 노고를 감사하였다. 영리가 오전에 다시 와서 간다고 하여 집 아이로 하여 감사에게 편지회답을 보내도록 했다. 양칙을 재산으로 보내어 여러 자질들을 하산시켰다. 두 사람의 도판이 장차 돌아가려고 나를 기다렸다가 날이 저물어 유숙하였다. 관리인 두 놈을 불러 문서를 정리하려고 하니 모두가 지치고 지쳐서 자세히 검사할 뜻이 없고 건성 적으로 하니 거두어서 정리할 수가 없었다.
10월 3일
아침부터 물건의 출납을 대략 글로서 초하였다. 낮이 되어 행구를 챙겨 걸어서 동구에 나와 각각 전날의 함께 나눈 어려움의 소회와 다시 만날 날의 기약을 이야기하며 작별을 하였다. 말곡의 아랫마을에 이르니 구함석이 아직 밭 가운데 놓여 있는데 초 6일에 상리의 동네군정들이 산 아래로 옮겨 놓았다고 했다. 도골의 개울가에 이르러 따르던 여러분과 도판 두형과 차례로 작별하고 두 동생과 세 아들 그리고 조카 동환과 서종 조시춘이 다섯째집의 상가의 일을 보기 위해 동행했다. 장갈의 세집에 나누어 투숙했다.
10월4일
새벽부터 점심때까지 비가 퍼붓듯이 와서 계획을 할 수 없었다. 잠시 빗줄기가 멎는 것을 보아, 겨울비라 지루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출발했는데, 고개를 넘지 못하고 다시 전같이 비가 내렸다. 황급히 말을 달려 압실 주점으로 투숙했다. 날이 저물어도 비가 그치지 않아 간신히 지나온 것이다. 그런데 전날에 입은 상처가 그때는 억지로 하고 혹, 잊어버리기도 해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프고 쑤셔서 호흡마저 곤란하다. 하물며 비를 맞으니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0월 5일
새벽에 출발하여 죽오의 김척상인을 문상하고 말발굽을 바꾸었다. 아침을 먹고 즉시 출발하여 재를 넘어 잠시 영해읍 대천에서 잠시 쉬는데 길가에서 한 친구를 만났는데 향인들이 나의 처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는 대게 귀로의 청량의 모임에서 이미 해가 오래되고 지중한 일에 대한 망령된 일이란 지적이 있었는데, 비방이 여기에도 그치지 않으니 언짢고 분하다. 눈으로 재앙의 혹심함을 목격하고 그것을 피하고자 애쓴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이 같은 대우는 무슨 심사인가? 이미 대사는 마친터라 비록....
10월 6일
빈 행장을 꾸려 새벽에 출발하여 재를 넘어 아침을 창원에서 먹었다. 출발할 무렵 화전의 족대모의 초상 소식을 들었다. 오후에 집에 도착하니 아들, 며느리들이 길머리에 배웅을 나왔다. 먼저 병든 손자의 소식을 물으니 보이고 들리는 이야기가 모두 상심스러워 콧등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뛴다. 빈소를 들이니 감회가 새롭다. 생각해 보건대 지난 5월부터 분주히 먼 길을 떠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상기가 임박하여 빈 장막을 동아와 뵙게되니 불효의 죄를 어찌 씻을 수 있으랴! 아픔과 감회가 더할 뿐이다.
■농암신도비
홍섬 찬
예로부터 신하로서 높은 지위에 올라 명성을 수립한 후 몸을 거두어 한가하게 퇴로(退老)하고자 하지 않은 바 아니지만, 대부분 자유롭게 되기가 어렵고 구차(苟且)하게 잘 보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 덕(德)이 고상하여 다른 사람을 격려하여 분발하게 할 만하고 나이가 국로(國老)가 되기에 충분하면서 구원(丘園)에서 깨끗하게 만절(晩節)을 온전히 보전한 사람을 근세(近世)에서 찾아보면 오직 효절(孝節) 이현보(李賢輔)공 한 분이라 하겠다.
공의 휘(諱)는 현보(賢輔)요 자(字)는 비중(棐仲)이니, 그 선대는 영천인(永川人)이다. 이헌(李軒)이 처음으로 예안현(禮安縣)으로 이사해 살아서 마침내 그 현의 사람이 되어 벼슬이 군기시 소윤(軍器寺少尹)에 이르렀는데, 공의 고조(高祖)가 된다. 소윤이 이파(李坡)를 낳았으니 의흥 현감(義興縣監)이요, 현감이 이효손(李孝孫)을 낳았으니 통례문 봉례(通禮門奉禮)요, 봉례가 이흠(李欽)을 낳았으니 인제 현감(麟蹄縣監)이요, 현감이 호군(護軍) 권겸(權謙)의 딸에게 장가들어 성화(成化) 정해년(丁亥年, 1467년 세조 13년) 7월 29일에 공을 낳았다.
처음 봉례공(奉禮公)이 일찍이 산사(山寺)에 가서 놀았는데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말하기를, “선(善)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느니라[積善之家 必有餘慶]” 하였다. 깨어보니 권씨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여겼으며 그래서 공의 젊어서 이름이 유경(有慶)이었다.
공은 태어나면서부터 빼어나고 골상(骨相)이 비범하였는데, 사냥을 아주 좋아하고 학문에 전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향교(鄕校)를 구경하고 와서 비로소 분발하여 책을 읽고 글을 지으면서 조어(造語)가 민첩하고 뛰어나 동연배(同年輩)들의 중시(重視)를 받았다. 문광공(文匡公) 홍귀달(洪貴達)에게 수업(受業)하였는데, 문광공이 큰 그릇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을묘년(乙卯年, 1495년 연산군 원년)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무오년(戊午年, 1498년 연산군 4년) 과거(科擧)에 급제하여 처음에 교서관 정자(校書館正字)에 보임(補任)되었다. 신유년(辛酉年, 1501년 연산군 7년)에 예문관 검열(藝文館檢閱)에 추천되어 처음으로 사필(史筆)을 잡았는데 글 쓰는 일이 구차하지 않았다.
임술년(壬戌年, 1502년 연산군 8년)에 공이 연산주(燕山主)에게 아뢰기를, “사관(史官)은 임금의 언동(言動)을 기록하는데 탑하(榻下)에서 멀리 떨어져 엎드려 있습니다. 청컨대 탑전(榻前) 가까이 엎드려 기주(記注)에 소루함이 없게 하소서.”라고 하니, 연산주가 마음에 거슬렸지만 그래도 허락하였다. 갑자년(甲子年, 1504년 연산군 10년)에 성균관 전적(成均館典籍)으로 승진하여 시강원(侍講院)에 선입(選入)되어 사서(司書)가 되었다.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이 되어서 서연관(書筵官)의 실수를 논박(論駁)하였는데, 이때 연산주가 바야흐로 언관(言官)을 원수로 여기던 터여서 이를 인해 매우 성을 내어 말하기를, “간관(諫官)이 들은 바가 있으면 마땅히 즉시 아뢰어야지 어찌 하루 동안이나 지체하였는가?”라고 하여, 금부(禁府)에 내려 안동(安東) 안기역(安奇驛)으로 유배(流配)하였다.
병인년(丙寅年, 1506년 연산군 12년) 중종(中宗)이 반정(反正)하자 공은 적적(謫籍)에 있다가 호조 좌랑(戶曹佐郞)에 제수되었다.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으로 승서(陞敍)하여 직언(直言)을 하면서 권귀(權貴)에게 흔들리지 않아 당시 사람들이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하였는데, 이는 대개 겉은 검으나 속은 맑고 시원하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무진년(戊辰年, 1508년 중종 3년)에 어버이가 늙은 것으로 형조 정랑(刑曹正郞)을 거쳐 영천 군수(永川郡守)로 나갔으며, 계유년(癸酉年, 1513년 중종 8년)에 임기가 차서 들어와 군자감 첨정(軍資監僉正)이 되었다가 사간원 사간(司諫院司諫)으로 승진하였다. 갑술년(甲戌年, 1514년 중종 9년)에 밀양 부사(密陽府使)로 나가 잘 다스려 치적(治績)이 최(最)였으며 백성들에게 유애(遺愛)가 있었는데 을해년(乙亥年, 1515년 중종 10년)에 어떤 일로 파직되었다.
병자년(丙子年, 1516년 중종 11년) 겨울에 선공감 부정(繕工監副正)이 되었다가 충주 목사(忠州牧使)로 나갔다. 정축년(丁丑年, 1517년 중종 12년) 조정에서 어버이를 가까이에서 봉양하기 편하도록 안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공은 백성을 교화(敎化)시키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제일 먼저 학교(學校)에 유사(儒士)들을 크게 모아 양성하는 데 방도가 있어 원근에서 몰려들어 교사(校舍)가 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들어와 사복시 정(司僕寺正)이 되고, 사헌부 집의(司憲府執義)로 옮겨 체직하여 군자감 부정(軍資監副正)이 되었다가 오래지 않아 성주 목사(星州牧使)로 나갔다. 임금이 공이 이르는 곳마다 아름다운 정사(政事)가 있다고 하여 표리(表裏, 옷의 겉감과 안찝)를 하사하고 글을 내려 포장(褒獎)하였다.
을유년(乙酉年, 1525년 중종 20년)에 어버이가 늙은 것으로 사직하고 돌아왔다. 병술년(丙戌年, 1526년 중종 21년)에 다시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에 임명되었다. 정해년(丁亥年, 1527년 중종 22년)에 특별히 통정 대부(通政大夫)로 승진하여 병조 참지(兵曹參知)가 되었으며 얼마 후 동부승지(同副承旨)가 되었다. 무자년(戊子年, 1528년 중종 23년)에 일로 인하여 좌천(左遷)되어 대구 부사(大丘府使)로 나갔다가 오래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돌아왔다.
기축년(己丑年, 1529년 중종 24년)에 영천 군수(榮川郡守)로 나가고, 신묘년(辛卯年, 1531년 중종 26년)에 아버지 상(喪)을 당했다. 계사년(癸巳年, 1533년 중종 28년)에 복(服)을 벗고 형조 참의(刑曹參議)를 제수받았다가 홍문관(弘文館)으로 전입(轉入)하여 부제학(副提學)이 되었으며 우부승지(右副承旨)로 옮겼다. 갑오년(甲午年, 1534년 중종 29년) 봄에 경주 부윤(慶州府尹)으로 나가 폐단을 없애고 간결하게 하여 다스리는 효과가 더욱 드러났다. 병신년(丙申年, 1536년 중종 31년)에 어머니가 더욱 노쇠하여 해직(解職)하고 돌아와 봉양하였다. 겨울에 예조 참의(禮曹參議)로 징소(徵召)되었는데 명에 나아가기 전에 가선 대부(嘉善大夫)의 품계로 발탁하여 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에 제수되었다. 공은 ‘본도(本道)는 친구(親舊)가 있는 곳이며 감사(監司)란 직책은 풍헌(風憲)을 겸하는데 만약 사사로이 찾아오는 것을 허락하면 법이 이로부터 무너지게 된다’고 여겨 준엄하게 방지하였다. 그래서 자제와 친구들이 감히 공관(公館)을 엿보지 못하여 한 도내가 숙연(肅然)하였다. 정유년(丁酉年, 1537년 중종 32년)에 어떤 일로 파직되고 어머니 상을 당했다. 공은 이때 나이가 71세였는데도 여러 아우들을 데리고 여묘(廬墓) 3년을 살았다.
기해년(己亥年, 1539년 중종 34년)에 복을 벗고 형조 참판(刑曹參判)에 제수되었다. 공은 평소 물러나 쉴 뜻이 있어 경자년(庚子年, 1540년 중종 35년) 가을에 이르러 글을 올려 치사(致仕)하기를 빌었으나 윤허하지 않자 초정(椒井)에서 목욕(沐浴)하기를 청하였다. 이때 나의 아버지 문희공(文僖公, 홍언필(洪彦弼))께서 정승이 되어 공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고 머물게 하기를 청하여 임금이 공을 인견(引見)하여 빨리 돌아오라고 유시(諭示)하였기 때문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겨울에 호조 참판(戶曹參判)으로 옮겼다.
임인년(壬寅年, 1542년 중종 37년) 봄에 체직하고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제수받았다. 가을에 또다시 병으로 목욕하기를 청하여 배를 사서 동쪽으로 돌아가니, 당시 의정(議政) 이하 진신(搢紳)들이 도성 문 밖에 나가 전송하였는데, 늘어선 장막이 한강가에까지 닿고 수레가 서로 부딪쳐서 보는 자들이 모두 예전에 없던 성대한 일이라고 하였다.
계묘년(癸卯年, 1543년 중종 38년)에 중종(中宗)이 공이 염퇴(恬退)한 것을 아름답게 여겨 특별히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를 제수하여 장려하고, 선세(先世)를 추은(推恩)하여 아버지에게는 의정부 좌참찬(議政府左參贊)을, 어머니에게는 정부인(貞夫人)을, 할아버지에게는 이조 참판(吏曹參判)을, 증조(曾祖)에게는 병조 참의(兵曹參議)를 추증하였다.
을사년(乙巳年, 1545년 인종 원년)에 인종(仁宗)이 사위(嗣位)하였다. 공은 노병(老病)으로 궁궐에 나아가지 못하자 이를 인하여 상소하여 진청(陳請)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정치의 요점은 적합한 사람을 얻는 데 달려 있는데, 일을 맡기는 처음에 분명하게 구별하고 이미 위임(委任)한 후에는 신임해야 합니다. 선왕(先王)께서 어진 선비들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더러 어진 자와 사악한 자가 뒤섞이게 되었으니, 이는 임용(任用)을 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하께서 직접 보고 들으신 바입니다. 간절하고 신중하며 화합하는 것이 신정(新政)의 요체(要諦)입니다.” 하였다. 보는 자들이 노성(老成)한 신하가 임금에게 고하는 체모를 깊이 얻었다고 말하였는데, 임금이 아름답게 여겨 특별히 자헌 대부(資憲大夫)의 품계로 올려 포상하였다. 이해 가을에 인종(仁宗)이 승하(昇遐)하였다. 이때 공은 초야에 있었는데 두 임금이 연달아 승하한 것이다. 상(喪)을 듣고 통곡하면서 가마를 타고 가서 임곡(臨哭)하려 했으나 자제들이 공의 병환이 심하다 하여 힘껏 만류하였다.
금상(今上) 기유년(己酉年, 1549년 명종 4년)에 이르러 찬성(贊成) 김광준(金光準)이 공의 절의(節義)를 포상하라고 청하니, 정헌 대부(正憲大夫)의 품계를 더하라고 명하였다. 이해 나라에서 노인을 우대하는 전례(典禮)를 베풀어 또 공에게 숭정 대부(崇政大夫)의 품계를 제수하였다. 갑인년(甲寅年, 1554년 명종 9년)에 한 간관(諫官)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이모(李某)는 나라의 나이 많은 석덕(碩德)인데 정력이 쇠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불러올 수만 있다면 반드시 행할 만한 것은 바치고 행할 수 없는 것은 버리는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임금이 글을 내려 그 아름다움을 포상하고, 인하여 역마(驛馬)로 부궐(赴闕)하라 명하였다. 공은 포장(褒獎)하는 말이 너무 지나쳐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두려워 글을 올려 사례 사양하고는 인하여 헌언(獻言)하기를, “선과(禪科)를 회복하고 사원(寺院)을 수리하니, 전하께서 선(善)을 향하는 마음에 간단(間斷)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하였다. 말이 매우 간절하여 시골에 있으면서 임금을 잊지 않음이 늙을수록 더욱 돈독하였다.
을묘년(乙卯年, 1555년 명종 10년) 5월에 병환이 나서 6월 13일에 이르러 정침(正寢)에서 졸(卒)하니, 향년 89세였다. 조정에 부음(訃音)이 전해지자 임금이 몹시 슬퍼하여 좌우에게 이르기를, “여러 차례 불렀으나 오지 않더니, 이제 다 끝나 내가 매우 슬프다.” 하고는, 부증(賻贈)을 더 많이 하였다. 이해 8월 28일 현(縣)의 북쪽 용두산(龍頭山) 남쪽 도곡(道谷) 선영(先塋) 옆에 장사하였다.
공은 천성이 효우(孝友)하여 부모 봉양을 급하게 여겨 조정에 서서 임금을 섬겨 은혜와 권우(眷遇)가 쇠하지 않았는데도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빌고 목욕하기를 청하는 글을 계속 올렸다. 조정에서도 그것이 진정임을 알아 모두 그 뜻에 따라 외직에 임명하여 봉양하도록 한 것이 여덟 고을이나 되었다. 분천(汾川)에다 집터를 잡아 그 위에다 집을 지어 ‘애일당(愛日堂)’이라 이름하여 어버이를 모시고 쉬는 장소로 삼고, 또 그곳 바위를 ‘농암(聾巖)’이라 이름하여 뜻을 붙였다. 일찍이 부제학(副提學)으로 와서 근친(覲親)하였는데, 이때 참찬공(參贊公)의 나이 94세였고 숙부(叔父) 이균(李鈞)의 나이도 92세였으며 외숙(外叔)인 첨지(僉知) 권수익(權受益)의 나이도 82세였으며 또 향리에도 나이 많은 자가 여섯이어서 구로회(九老會)를 만들었다. 그 자손들이 앞에 가득하였는데, 공이 친히 때때옷을 입고 장난하는 것으로 즐겁게 해드려 그 영양(榮養)하는 효성이 보는 자들을 용동(聳動)시켰다. 어버이가 돌아갈 때 상장(喪葬)의 여러 밑천을 아우들에게 책임 지우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마련하였다.
집안의 가난한 자를 힘껏 도와서 혼기(婚期)를 잃지 않게 하였으며 때로 임금이 하사한 물품이 있으면 번번이 친척이며 이웃들과 나누었다. 성만(盛滿)한 것을 깊이 경계하여 등급이 하나 오를 때마다 매양 놀라서 오랫동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였다. 일시에 세 아들의 전성(專城) 봉양을 받았으나 도리어 근심하면서 영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의복은 간편 검소하게 입었으며 스스로 경근(敬謹)함을 지녀 비록 평소 때라 하더라도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나와 종일 염각(簾閣, 창문에 대발을 드리운 집)에서 궤안(几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춥고 더울 때라 하여 그만두지 않았다. 남을 위한 일에는 부지런하고 자기 집을 위한 일에는 굼떴다.
성품이 고상하고 개결(介潔)했지만 남을 성의로 접하였는데, 어리석고 천한 자를 빠뜨리지 않았다. 주식(酒食)의 자리에 청하면 억지로 사양하지 않으니, 향리에서 애모(愛慕)하여 부형(父兄)처럼 여겼으며, 향리에 있으면서 사(私)로써 공(公)을 간섭하지 않았다. 본현(本縣)은 백성이 적은 가난한 고장이어서 한 호(戶)에서 1부(夫)씩을 내게 되어 그 폐단이 구제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공이 처음으로 의논을 내어 8결(結)에서 1부씩을 내게 하기를 청하니, 부세(賦稅)가 가벼워지고 역(役)이 고르게 되어 백성들이 거기에 힘입었다. 일을 요리함이 분명하고 자세하여 만일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허심 탄회(虛心坦懷)하게 자문(諮問)을 구하고 이미 잘못되었으면 사람들을 대하여 감추지 않으니, 사람들이 공의 공직(公直)한 도량에 탄복하였다.
공은 담박(澹泊) 과욕(寡慾)하여 명리(名利)를 사모하지 않았다. 집 변두리에 작은 집 하나를 지어 ‘명농당(明農堂)’이라 편액하고 벽에다가 도잠(陶潛)의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려 놓으니, 사람들이 공의 뜻이 있는 바를 알게 되었다. 치사(致仕)할 나이가 넘어서 예(禮)에 의거해 힘껏 사직하였으나 조정에서 공의 근력(筋力)과 이목(耳目)이 쇠하지 않았는데, 이를 이끌어 떠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공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몸이 떠났는데도 품질(品秩)이 오르고 초야에 있는데도 조정의 직함(職銜)을 띠고 있어 우물쭈물 이처럼 민망하게 있으면 끝내 뜻을 이룰 날이 없고 신하로서 진퇴(進退)하는 의리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경자년(庚子年, 1540년 중종 35년) 이래로 물러나기를 끊임없이 청하여 반드시 물러난 연후에야 그만두기를 기약하여 집에서 녹봉 받는 것을 금지하고 집안 것을 먹고 산 것이 14년이었다. 그러나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진퇴에 따라 달리하지 않았다.
몸이 한가해지자 더욱 산천(山川)의 경치를 좋아하여 죽장 망혜(竹杖芒鞋, 대지팡이와 짚신)로 산과 숲을 찾았는데, 농부나 나무꾼을 만나도 그가 재상(宰相)인 줄을 몰랐다. 즐겨 작은 배를 타고 임강사(臨江寺)를 왕래하며 휴식하는 장소로 삼았는데, 그 모습이 시원하여 속세를 벗어난 운치(韻致)가 있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모시는 아이로 하여금 어부사(漁父詞)를 노래하게 하였는데, 그 모습이 초연(超然)하여 세속의 번거로움을 잊고 우뚝하게 서는 뜻이 있었다. 읊조리면 시구(詩句)가 이루어졌는데, 그 뜻이 청신(淸新)하여 젊은 사람들의 뛰어난 작품이 미치지 못할 바였다.
임종(臨終)할 때 여러 아들이 옆에서 울부짖으니, 공이 말하기를, “내 나이 90인데 너희들이 다 살아 있고, 나라의 후한 은혜를 받아 죽어도 유감이 없다. 상(喪)은 힘써 검약(儉約)하게 치르고 장례는 기한을 넘기지 말거라.” 하고, 말을 마치자 절명(絶命)하였다.
공은 안동 권씨(安東權氏) 충순위(忠順衛) 권효성(權孝誠)의 딸에게 장가들어 6남 1녀를 낳았다. 장남 이석량(李碩樑)은 일찍 죽고, 다음 이문량(李文樑)은 평릉도 찰방(平陵道察訪)이며, 다음 이희량(李希樑)은 봉화 현감(奉化縣監)이고, 다음 이중량(李仲樑)은 갑오년(甲午年, 1534년 중종 29년)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승지(承旨)가 되어 바야흐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다음 이계량(李季樑)은 의흥 현감(義興縣監)이고, 다음 이숙량(李叔樑)은 진사이다. 딸은 군수 김부인(金富仁)에게 시집갔다. 측실(側室)에서 아들 둘을 낳았으니, 이윤량(李閏樑)은 태의원(太醫院)에 속하였고, 다음은 이연량(李衍樑)이다.
이문량은 이승손(李承孫)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3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원승(李元承)이고, 장녀는 황준량(黃俊良)에게, 다음은 금응세(琴應洗)에게, 다음은 김기보(金箕報)에게 각각 시집갔다. 이희량은 황정(黃珽)의 딸에게 장가들어 2남 1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선승(李善承)과 이극승(李克承)이고, 딸은 송복숭(宋福崇)에게 시집갔다. 승지 (이중량은) 습독(習讀) 반사형(潘士浻)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영승(李令承)이다. 이계량은 김옥견(金玉堅)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2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이광승(李光承)이고, 장녀는 양한신(楊漢臣)에게 시집가고 다음은 임균(任鈞)에게 시집갔다. 이숙량은 이복신(李復新)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군수 김부인은 아들 넷을 낳았으니, 김호(金壕)ㆍ김전(金
)ㆍ김탄(金坦)ㆍ김기(金圻)이다.
승지공이 탈상(脫喪)하고는 지사(知事)인 퇴계(退溪) 이황(李滉)공이 지은 행장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신도비명(神道碑銘)을 부탁한다. 아! 공과 우리 아버지는 동년(同年) 사마(司馬)요, 공이 옥당(玉堂)의 장(長)일 때 나는 박사(博士)로 가르침을 받은 지 이미 오래여서, 의리로 감히 사양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퇴계가 공의 심사(心事)를 이미 극진히 자세하게 기술하여 그 말이 후세에 충분히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서(序)는 모두 퇴계의 글을 인용하고 명(銘)을 붙인다. 다음과 같이 명을 쓴다.
아름다운 덕이 사람에게 있으니 효(孝)보다 더한 것 없네. 공은 능히 효를 다하여 증민(曾閔, 공자의 제자인 증삼(曾參)과 민손(閔損))을 이었네. 귀한 것은 벼슬이 아니니 벼슬은 나를 속박하네. 몸이 물러나도 품계(品階) 높아져 사람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네. 90세를 모(髦)라 하여 성인(聖人)도 반드시 누리지 못했는데, 공은 누렸으니 타고난 천성 매우 후하였네. 덕(德)과 작위와 나이 이것을 달존(達尊)이라 하는데, 세 가지를 겸한 자 예로부터 드물었네. 명농당(明農堂)에서 농사지으며 즐거워하였고, 농암(聾巖)이라 불렀으니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끊었네. 양조(兩朝)에 상소하여 화훈(華勳,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가리킴)을 기약하였네. 충(忠)은 효(孝)에서 말미암았으니 어찌 우리 임금을 잊으랴? 왕이 노성인(老成人)을 생각하여 예(禮)로써 부르시느라 헛수고하셨네. 창생(蒼生)을 어찌하랴 앞길에 황혼(黃昏)을 고하네. 효성있는 아들 날짜를 아끼고 불효하는 자 발꿈치 들고 기다리네. 명리(名利)를 자신을 더럽힐듯 여기니 진출하기를 좋아하는 자 부끄럽게 여겼네. 고상한 덕 남을 분발시켜 돌아가도 청풍(淸風)이 남아있네. 비석에 사실을 기록하여 무궁토록 알리네.
■永川李氏 紫雲齋舍
1. 유래
영천이씨 자운재사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강호(江湖) 시조작가인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1467～1555) 선생과 그 배위인 안동권씨(安東權氏)의 묘제를 위해 마련된 건물이다. 안동시 예안면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 봉화군과 맞닿아 있는 신남리인데, 재사는 신남리의 작은 마을 가운데 하나인 정자골에 있다. 정자골로 가는 길은 예안면 면소재지인 정산리에서 919번 지방도로 북쪽으로 약 15km를 올라가면 된다. 신남리의 작은 마을인 높은대로 올라가는 길을 경계로 해서 왼편에 베틀골이 위치하며 오른편에 정자골이 있다.
재사는 정자골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재사 바로 뒤편에는 몇 해 전까지 농암신도비(聾巖神道碑)가 있었는데, 현재는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조성한 분강촌(汾江村)으로 이건하였다. 재사의 이름은 정자골 북쪽에 있는 자운마을에서 빌려온 듯한데, 이 마을은 자운재사에서 1.5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로 운중선자형(雲中仙座形)의 명당이 있다고 전한다. 농암선생의 묘소는 재사 뒤쪽의 산 중턱에 위치하는데, 재사와는 400m쯤 떨어져 있으며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한치응(韓致應)이 지은 묘갈명에 따르면 원래 선생의 묘소는 원래 안동시 도산면 운곡리 도곡선영 아래에 있었으나, 종사(宗嗣)가 부진하여 9대손 상흡(祥熻)․만흡(萬熻) 등의 주도로 신해(1791)년 길일(吉日)에 지금의 자리로 이장하였으며, 비(碑)가 있었으나 멀리 옮길 수 없어 분강본원(汾江本院)에 옮겨서 세우고 묘전비를 새로 세웠다고 한다.
자운재사의 역사는 농암의 묘소를 정자동으로 이건할 당시로 소급해 볼 수 있는데, 이때 대규모의 산역에 따라 3동의 임시 막사가 지어졌고 산역이 끝난 후에는 이 건물들이 묘제를 준비하는 재실의 성격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묘소의 이장은 경상감사가 7개 군(안동, 예안, 의성, 영양, 예천, 청송, 영주)에서 장정 300명을 징발하도록 지시하고, 안동부와 예안현에 관리들이 파견되어 이를 관리하였으며, 도산서원에서는 안동으로 대형 상여를 주문하는 등 거도적인 토목공사의 성격을 띠었다. 묘터는 전라도의 한광지(韓光祉)라는 사인(士人)이 잡았는데, 그 형국에 대해서는 ‘장비길혈(藏秘吉穴)’, ‘대현길지(大賢吉地)’ 라고 하였다. 감영의 관리가 산역을 지키는 가운데 3동의 임시막사가 지어지고 안동부사가 제수를 장만하여 영양군수가 치제(致祭)하고 수많은 인사들이 치전(致奠)했다. 이날 참석자는 무려 800여명에 이르러 방명록의 종이가 부족할 정도였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광중을 헤치고 관곽을 열어보니 당시의 장례 복식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으며, 당시의 만사(輓詞) 35점이 고스란히 발견된 점이다.｣
농암 선생의 묘역은 공터를 포함하여 반경 50m 정도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아름드리 적송들이 감싸고 있다. 묘역은 석축을 쌓아 두 개의 단으로 구획하여
봉분과 석물 등을 배치하였는데, 하단의 길이는 19m 정도이고 폭은 약 2m이다. 묘역 상단은 하단보다 약간 좁아져서 길이가 12m 정도이다. 석물은 맨 하단 양가에 문관석 2기를 마주보게 배치하였고, 상단에는 봉분을 중심으로 전면에 상석과 향로석을 설치하고, 좌측에는 묘전비를 세워 두었다. 그리고 상단묘역의 맨 가장자리에 망주석 2기를 배치하였다.
봉분은 방향이 자좌(子坐)향이며 형태는 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원형분으로 앞쪽 하단부에 외벌로 댓돌을 놓은 후 봉토를 쌓았으며, 뒤쪽으로 2m쯤 떨어진 곳에는 자연석을 쌓아 2개의 석축을 만들었는데 토사가 봉분 쪽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묘전비는 1824년(순조 24)에 세웠는데 높이가 230㎝ 정도로 비신받침인 대좌(臺座)와 비문을 새긴 비신(碑身), 비신을 덮는 개석(蓋石)등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좌는 높이 40cm의 방형(方形)대좌로 하단과 상단의 2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아래쪽에 설치된 대좌에 상단의 대좌를 끼워 넣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꽃잎무늬를 새겼다. 비신은 재질이 오석으로 폭 76cm, 높이 125m이며, 번암(樊巖) 채재공(蔡濟恭)의 글씨로 전면에 ‘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贈諡孝節公聾巖李先生之墓 配貞夫人安東權氏祔右(숭정대부행지중추부사 증시효절공농암이선생지묘 배정부인안동권씨부우)’라고 음각하였고, 비음(碑陰)에는 세계와 행적을 새겼다. 개석은 구름무늬를 양각하였으며 높이는 57㎝ 정도이다.
갈장(碣狀) 등에 나타난 이현보 선생의 세계(世系)와 이력을 간략히 더듬어보면 선생은 영천인(永川人)으로 자는 비중(棐仲), 호는 농암 또는 설빈옹(雪鬢翁)이다.
영천이씨의 계보는 고려 평장사인 휘 문한(文漢)에서 나와서 대대로 벼슬이 이어지며 번성하였는데, 고조는 영천이씨 예안입향조이며 소윤공파의 파조인 군기시소윤 휘 헌(軒)이다. 증조의 휘는 파(坡)인데 의흥현감으로 병조참의에 증직되었고, 조부의 휘는 효손(孝孫)으로 통례문 봉례이며 증 이조참판이다. 아버지의 휘는 흠(欽)으로 인제현감을 역임하고 자헌대부 의정부좌참찬에 증직되었다.
현감공은 호군인 권겸(權謙)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선생을 낳았는데, 조부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대대로 선을 베풀어 온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고 하였다. 잠을 깬 뒤에 마침 권씨 며느리가 생남하였는데, 기이한 생각에 손자(이현보)의 어릴 때 이름을 유경(有慶)이라하였다. 선생은 예안현 부내[汾川]에서 생장하였다. 글공부는 9살에 시작하였으나 향교에 유학할 때부터 비로소 분발하였으며, 20세 때 허백당 홍귀달의 문하에서 수업하여 학문이 더욱 깊어졌다. 1495년(연산군 1)에 사마시에 입격하고 32세 때인 1498년(동 4)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올라 예문관검열․춘추관기사․예문관봉교 등을 거쳐 1504년(동 10) 38세 때 사간원 정언이 되었으나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였다가 안동 안기역에 유배되었다. 이 무렵 동료들에게 얻은 별명이 ‘소주도병(燒酒陶甁)’이란 별명인데 이는 선생의 맑고 강직한 내면과 외면을 나타낸 말로서 밖은 소주병과 같이 검으나 안은 맑고 강직하다는 뜻이다.
그 뒤 중종반정으로 지평에 복직되었으며 고향에 계시는 어버이를 가까이에서 모시기 위해 외관직을 자청하여 30여 년에 걸쳐서 여덟 번이나 고을살이를 하였다. 밀양부사․안동부사․충주목사를 지냈고, 1523년(중종 18)에는 성주목사로 선정을 베풀어 표리(表裏)를 하사받았다. 이어서 병조참지․동부승지․부제학을 거쳐 대구부윤․경주부윤․경상도관찰사․형조참판․호조참판을 지냈다.
선생의 생애에서 ‘효(孝)’는 ‘적선(積善)’과 더불어 일관된 지향점이 되는 것으로 지방관으로 있을 때 가는 곳마다 양로연을 베풀었다. 특히, 1519년 안동부사 시절에 부(府) 내의 80세 이상의 노인을 청사마당으로 초청하여 개최한 화산(花山 : 安東) 양로연은 유명하다.
어버이가 돌아가시고 난 후, 1542년(동 37), 선생은 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으나 병을 핑계로 정계를 은퇴하였는데, 중종은 친히 선생을 접견하고 금서띠와 금포를 하사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선생의 은퇴를 가리켜 ‘염퇴(恬退)’로 규정하였으며, 중종대왕은 선생의 염퇴를 가상히 여겨 특별히 지중추부사를 내리고 선세를 추증하여 황고를 의정부좌참찬에, 모부인을 정부인에, 조부를 이조참판에, 증조에게 병조참의를 주었다.
선생은 강호문학(江湖文學)의 창시자로 76세 때 낙향하여 작고할 때 까지 13년간, 분천에서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겼다. 퇴계는 선생의 이러한 삶을 동경하여「어부사(漁父詞)」발문에서는 “농암 선생은 강호지락(江湖之樂)의 참됨을 터득하였으니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이 신선과 같았다.”고 하였다. 조선시대 자연을 노래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국문학사상 강호시조의 작가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러 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농암의 어부사는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함께 한국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룬다.
농암선생은 1555년 향년 89세의 일기로 분천에서 생애를 마쳤으며, 명종은 부음을 듣고 놀라 슬퍼하면서 “이현보는 여러 차례 불러도 오지 않더니, 이제 죽으매 내가 측은한 마음이 든다. 치제와 부의하는 일을 각별히 하라”고 하였다. 또, 퇴계는 선생을 일러 “선생은 남을 위하는 데는 부지런하고 자기를 위하는 데는 치졸하였다. 항상 몸을 깨끗이 하며 넘치는 것을 경계했다. 경사가 있으면 문득 근심하며 벼슬이 오르면 두려워하여 기뻐하지 않았다. 욕심이 없어 이익을 탐내지 않았으며, 무릇 입고 쓰는 물건이 간소하여 일개 서생과 다름없었다.”고 평하였다.
명종 12년인 1557년에 효절(孝節)이란 시호가 내렸으며, 맑은 인품으로 청백리에 녹선(錄選)되고, 또한 안동 도산의 분강서원(汾江書院)에 제향되었다.
배위는 정부인 안동권씨로 충순위 효성(孝誠)의 따님이다. 슬하에 6남1녀를 두었는데, 장자는 석량(碩樑)으로 요수하였다. 차자는 문량(文樑)인데 찰방이고, 희량(希樑)은 현감, 중량(仲樑)은 관찰사, 계량(季樑)은 현감, 숙량(叔樑)은 진사이다. 딸은 군수 김부인(金富仁)에게 출가했고, 다음에 순흥이씨는 2남을 낳으니 윤량(閏樑), 연량(衍樑)이다.
2. 건물의 구성과 배치
자운재사는 본채에 해당하는 강당과 아래채인 관리사로 구분된다. 건물의 규모는 모두 합해 12칸 반의 크기인데 강당인 본채가 6칸이며, 관리사는 6칸 반으로 여기에 측간과 욕실이 가작으로 설치되었다.
강당은 묘사 때 참제원의 숙식과 음복 등을 위한 공간으로 지어졌으며, 관리사는 관리인이 살며 재사와 묘소를 관리하고 묘사 때는 회식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건물은 산자락 경사면을 깎아 터를 고르고 자연석으로 축대를 쌓아 건물을 올렸는데, 축대의 높이는 관리사 쪽이 50㎝ 정도이고, 강당은 130㎝ 정도이다. 관리사와 강당 사이에는 폭이 4m쯤 되는 길쭉한 마당을 조성하였으며, 강당의 전면에는 승강(乘降)의 편의를 위해 4단의 계단을 설치하였다.
강당은 정면 4칸, 측면 1칸 반으로 지붕은 홑처마팔작지붕이다. 공간구성은 앞쪽에 퇴칸을 둔 전면 2칸의 3칸 대청을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1칸 반 크기의 방을 배치한 단출한 구성이다. 재사의 중심공간인 대청의 바닥에는 우물마루를 깔고, 천장은 연등천장으로 마무리하였으며, 뒷벽에는 머름을 드린 문얼굴에 넌출문의 바라지창을 설치하여 집회 시에 조망과 통풍을 고려하였다. 방의 앞쪽에는 군불을 땔 수 있게 아궁이를 설치하였고 전면과 측면의 벽에는 여닫이 띠살문을 달고 천장은 고미반자로 마무리하였다.
관리사는 정면이 5칸이고 측면은 왼쪽이 1칸, 우측면은 1칸 반의 크기이다. 건물의 좌측면과 우측면의 칸 수 차이는 고방과 문간을 이루는 좌측공간에 비해 작은방과 안방, 부엌으로 구성된 우측 공간이 앞쪽으로 반 칸 정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붕의 모양도 관리사의 좌측 공간은 맞배지붕의 형태를 취하였고, 우측 공간을 이루는 부분은 팔작지붕을 이루고 있는데 현재는 지붕 위에 기와모양의 강판을 덮어 놓았다.
3. 기타
1) 關聯儀禮
(1) 聾巖先生墓享 笏記
諸執事先就外位○贊者入就再拜○因就位○祝及諸執事入就再拜○各就位○陳設○執事設蔬果○參神○獻官以下皆再拜○降神○初獻官陞詣盥洗位○盥手○因詣墓位前跪○三上香 ○執事二人一奉酒注○一奉盤盞○斟酒授獻官○獻官灌于地○俛○伏○興○少退再拜○因降復位○進饌○執事奉飯羹餠麵進于俎
行初獻禮
初獻官陞○執事酌酒授獻官○奠爵○俛○伏○興○少退跪○祝進獻官之左○東向跪○讀祝 ○獻官俛○伏○興○少退再拜○因降復位
行亞獻禮
亞獻官陞詣盥洗位○盥手○因詣墓位前跪○奠爵○俛○伏○興○少退再拜○因降復位
行終獻禮
終獻官陞詣盥洗位○盥手○因詣墓位前跪○奠爵○俛○伏○興○少退再拜○因降復位
行侑食禮
祝添酌拜禮○扱匙正箸○獻官以下皆再拜○俯伏○祝三噫歆○進茶○獻官以下皆鞠躬○平身
行飮福禮
初獻官詣香案前○跪○祝取首獻盤盞之酒○授獻官○獻官飮訖○祝復虛盞于尊卓○俛○伏○興○降復位○撤匙箸○撤茶○辭神再拜○焚祝○獻官以下以次出○祝及諸執事皆再拜而出
(2) 聾巖先生墓享 祝式
① 墓祭祝
維歲次云云某親某官某敢昭告于
顯先祖考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贈諡孝節公府君
顯先祖妣貞夫人安東權氏之墓氣序流易霜露旣降膽掃封瑩
不勝感愴謹以淸酌庶羞祗薦歲事 尙
饗
② 山神祝
維歲次云云某官姓名敢昭告于
土地之神某恭修歲事于先祖考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贈諡孝節公府君先祖妣貞夫人安東權氏之墓維時保佑
實賴神休敢以酒饌敬伸奠獻 尙
饗
2) 關聯資料
(1) 聾巖先生墓碣銘
【前面大字】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 贈諡孝節公聾巖李先生之墓
配貞夫人安東權氏祔右
【碑 文】
故孝節公聾巖李先生歷事三朝蔚爲名臣以嘉靖乙卯六月十三日卒訃聞于朝上震悼謂廷臣曰李賢輔屢召不來今則已矣予甚慘恒其賻贈有加以是年八月葬于禮安縣北龍頭山乾坐原厥後宗嗣頗不振人或謂大賢之後宜昌而若此甚非天理九代孫祥熻萬熻等遍議京鄕諸先達積誠經紀乃於正宗辛亥卜地于安東才山縣淸凉南麓始改葬焉距乙卯始葬寶二百三十八年也及啓壙棺柩髹㯃如新旌翣桋幣及挽軸三十四度遺衣三稱宛然俱在卒完襄殆神明佑之也舊有碑碑重不可遠移仍竪于汾江院新阡義不可無碣更議新斲以其文託不佞竊惟先生立朝本末出處大節具在退陶老先生所纂狀及忍齋洪太學士舊碑文不容更贅略述生平踐歷與夫遷奉事實以志其槩焉先生諱賢輔字棐仲永川之李也曾祖諱坡義興縣監贈兵曹參議祖諱孝孫通禮門奉禮贈吏曹參判考諱欽麟蹄縣監贈左參贊妣贈貞夫人安東權氏護軍謙女以惠莊王丁亥七月二十九日生燕山乙卯進士戊午登文科內而校書正字藝文館檢閱待敎奉敎成均館典籍司成司諫院正言司諫司憲府持平執義侍講院司書輔德司僕寺正軍器監正僉正繕工禮賓副正尙衣院判官戶曹佐郞參判刑曹正郞參議參判兵曹參知禮曹參議佐郞承政院同副右副承旨弘文館副提學同知中樞府使知中樞府事外而永川榮川郡守密陽安東大丘府事忠州星州牧使慶州府尹慶尙監司此其履歷也先生雅尙謙退引年乞骸者屢任寅春始辭病東歸上引見特賜金犀帶錦袍以褒寵之命吏護行搢神傾朝出餞自是家居十四年中廟嘉其恬退因本秩守知中樞府使仁廟奬其抗疏忠直陞資憲明廟因大臣請尙節義陞正憲又特擧尊年之典陞崇政知樞常帶如故此盖異數也先生行誼之高德業之盛立朝而聖明恃如蓍龜在野而一代仰若山斗況以退陶之大賢書牘唱酬之際極致尊敬至有登門質業永供灑掃之語卽此而先生之德望可知也已後生何敢一辭贊焉先生娶安東權氏忠順衛孝誠女生六男一女長碩樑夭次文樑察訪次希樑縣監次中樑觀察使次季樑縣監次叔樑進士師傳女適節度使金富仁后娶順興李氏生二男閏樑判事衍樑銘曰史直傳誨萊戱曾養大賢特書列朝寵章余言奚贅仰止彌長浩㤼衣履載遷吉崗玄和如新神佑孔彰幽隧永完福祿無彊曰有雲仍孝思是將奚斲新珉懿德愈光天長地久君子之藏
崇祿大夫前行兵曹判書兼 判義禁府事知經筵春秋館事 韓致應 謹撰
￭ 번역: 농암선생 묘갈명
고 효절공 농암 이 선생이 역사 삼조(三朝)하여 울연히 명신이 되었다. 가정 을묘 6월 13일에 졸하고 부고가 조정에 들리니 임금이 놀라 슬퍼하시고 조신에 말씀하되 “이현보가 여러 번 불러도 오지 아니하더니 지금은 그만이라. 내가 심히 비통하고 놀랍도다. 그 부의를 더 주어라.” 이 해 8월에 예안현 도곡 선영 및 건좌(乾坐)에 장사하였더니 그 뒤에 종사가 자못 부진하게 되니 누가 이르되 대현의 뒤가 당연히 창성할 것인데 이와 같으니 심히 천리가 아닌 것 같다. 9대손 상흡(祥熻) 만흡(萬熻)등이 널리 경향 제 선달에 의론하고 많은 경영을 쌓아 이에 정종 신해 10월 초 길일에 안동 재산현 정자동 자좌로 이장하니 가정 을묘에 처음 장사시대로 말하면 237년이었는데 관곽의 칠이 새롭고 명정 삽 체백 및 만사 34와 유의 세 불이 완연히 있었으며 마침내 완전히 양례하였으니 자못 신명이 도운 듯하다. 비가 있었으나 후중하여 멀리 운치할 수 없어 분강본원에 옮겨서 세우고 신산에 묘갈이 없을 수 없어 다시 의론하여 세우고 그 글을 나에게 부탁하거늘 가만히 생각하매 선생의 입조 본말과 출처 대절이 퇴도 노선생이 지은 행장과 홍 태학사 옛 비문에 갖추어 있으니 다시 쓸데없이 덧붙여 할 수 없고 대략 평생 이력과 면례 사실을 지어 그 대체의 요점이나 기재하노라.
선생의 휘는 현보(賢輔)요 자는 비중(棐仲)이요 호는 농암인데 영천인이라. 증조의 휘는 파(坡)인데 현감 증(贈) 병조참의요, 조의 휘는 효손(孝孫)인데 통례문 봉례에 증 이조참판이요, 고의 휘는 흠(欽)인데 인제현감에 증 좌참찬이요, 비는 정부인 안동권씨 호군 겸(謙)의 따님이다. 혜장왕 정해 7월 29일에 나시다. 연산 을묘에 진사하고 무오에 문과에 올라, 안으로 교서 정자 예문관검열 대교 봉교 성균관전적 사성 사간원정언 사간 사헌부지평 집의 시강원사서 보덕 사복시정 군기감정 첨정 선공 예빈부정 상의원 판관 호조좌랑 참판 형조정랑 참의 참판 병조참지 예조참의 좌랑 승정원 동부 우부승지 홍문관 부제학 동지중추부사 지중추부사이고, 밖으로는 영천(永川)․영천(榮川)군수 밀양․안동․대구부사, 충주․성주목사 경주부윤 경상감사가 그 이력이다. 선생이 본 뜻이 겸허하여 인년(引年) 걸퇴를 여러 번 하다가 임인년 봄에 비로소 병으로 사양하고 동으로 돌아오니 임금이 불러보시고 특히 금서대 금포를 주시어 포총하시고 영이에 명령하여 호행케 하셨고 대신들이 모두 조정을 비우고 나와 전별하였다.
이로부터 집에 14년을 거쳐하셨으며 중종께서 그 편안히 물러가심을 가상하여 지중추부사를 주시고 인종께서 그 소를 올린 충성을 장려하여 자헌대부로 승진시키시고 명종께서 대신의 청으로 절의를 숭상하여 정헌대부로 승진시키셨고 또 존현의 전례로 특별히 숭정대부로 승진시키시고 지중추 직위는 늘 가지게 하시니 대개 특이한 수(數)이시다.
선생의 행의의 높음과 덕업의 성함은 조정에 들어가서는 임금이 시귀와 같이 믿었고 재야에서는 일대가 태산북두와 같이 우러렀다. 하물며 퇴도의 대현으로도 편지와 시의 화답할 때 가지끈 존경하여 등문질업(登門質業) 영공쇄소(永供灑掃)의 말씀이 있게 이르니 곧 여기에 선생의 덕망을 알 수 있다.
후생이 한 말이라도 찬양할 수 있을까? 배위는 안동권씨 충순위 효성(孝誠)의 따님이다. 6남1녀를 낳으니 석량(碩樑)은 요수하고 문량(文樑)은 찰방 다음 희량(希樑)은 현감 다음 중량(仲樑)은 관찰사 다음 계량(季樑)은 현감 다음 숙량(叔樑)은 진사 사부요 여(女)는 절도사 김부인(金富仁) 다음 순흥 이씨는 2남을 낳았으니 윤량(閏樑)은 판사 다음은 연량(衍樑)이다. 명(銘)에 말하기를,
사어(史魚)의 곧음이며 부열의 가르침이요 노래자의 희롱이며 증자의 기름이다. 대현이 특서하셨고 열조(중종 인종 명종)가 사랑의 글이었다.
넓은 겁계를 지내어 의리(衣履)가 이에 좋은 산에 옮김이라. 관구가 새로움과 같으니 신명이 도움이라. 묘소가 길이 완전하리니 복록이 무강하리라. 자손의 효심으 로 이 일을 하였다. 이에 새 비를 세우노니 큰 덕이 더욱 빛나리라. 하늘이 길고 땅 이 오래도록 군자의 무덤이다.
숭록대부 전행병조판서겸 판의금부 지경연춘추관사 한치응은 삼가 짓다.
■비지문
1. 묘비墓碑전면 : 퇴계 이황
2. 지석誌石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3. 신도비: 대제학 홍섬洪暹 찬, 여성군 송인宋寅 서
4. 이장移葬 후 개갈
. 묘비전면 : 영의정 채제공蔡濟恭
. 묘갈명; 판서判書 한치응韓致應, 묘갈명: 이조판서吏曹判書 이가환李家煥,
. 묘지후면: 설서設書 이가순李家淳,
. 속지續誌: 동지同知 이수정李守貞
. 고유문告由文: 광뢰廣瀨 이야순李野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