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聾巖李先生行狀

(숭정대부 행 지중추부사 농암 이선생 행장)

이씨의 선조는 경주 영천(永川)사람이다. 공(公)의 고조 군기소윤(軍器小尹) 헌(軒)에 이르러 비로소 예안현(禮安縣) 분천리(汾川里)에 옮겨 살아 드디어 그 고을 사람이 되었다.

증조 휘(諱)는 파(坡)인데 의흥현감(義興縣監)이며 통정대부 병조참의(通政大夫兵曹參議)로 증직되었다. 조부 휘(諱)는 효손(孝孫)인데 통례문봉례(通禮門奉禮)인데, 가선대부 이조 참판( 嘉善大夫吏曹參判)으로 증직되었다. 아버지 휘(諱)는 흠(欽)인데 인제현감(麟蹄縣監)이며 자헌대부 의정부 좌참찬(資憲大夫議政府左參贊)으로 증직되었고, 어머니는 정부인(貞夫人) 권씨(權氏)로 증직되었으니 호군(護軍) 겸(謙)의 따님이었다.

공(公)의 휘(諱)는 현보(賢輔)요 자(字)는 비중(棐仲)이었다. 처음에 참판공(參判公, 祖父)이 일찍이 산사(山寺)에서 노실 때에 꿈에 신인(神人)이 말하기를 '적선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하였는데, 꿈에서 깨자 마침 권씨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으로 이상히 여겼다. 그래서 공은 아명을 유경(有慶)이라 하니, 이때가 정해년(1467년, 丁亥年) 7월 29일이었다.

공은 날 때부터 재주가 뛰어나고 얼굴상(骨相)이 비상하였다. 뜻이 호탕하여 구애됨이 없고 사냥하기를 좋아하며 학문에는 전력하지 않았다. 20세가 되어 향교에 가서 비로소 발분하여 글을 읽고 문장을 짓게 되었는데, 공부에 부지런함은 볼 수 없었으나 성취함은 다른 사람보다 배나 되었고 과거에 응시하니 문득 글이 뛰어나서 동료들의 추앙하는 바가 되었다.

을묘년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정사년 관시(舘試)에서는 일등을 하였다. 무오년 대과에 합격하여 처음 벼슬에 나아가 권지교서관정자(權知校書舘正字)가 되고 경신년에 영흥부훈도(永興府訓導)가 되었다. 그때 김세필(金世弼)이 전랑(銓郞)이 되어 이곳을 순행하다가 공을 보고 조정으로 발탁하여 신유년에 예문관검열(藝文舘檢閱)이 되었다.

임술년 공이 아뢰기를 “사관(史官)은 임금의 언행을 기록하는 것인데 멀리 엎드려 있으므로 임금의 동정을 미처 듣고 알지 못 하는 바가 많아 일에 불편이 많으니 청컨대 임금께 조금 가까이 있게 하셔서 기록함에 거의 소루(疏漏)함이 없게 하소서” 하니, 폐주(廢主)는 마음에 거슬리게 여겼다. 계해년 대교(待敎), 봉교(奉敎)를 지내고, 갑자년에 성균관 전적(成均舘典籍)에 올랐으며, 조금 뒤에 시강원사서(侍講院司書)를 지내고,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이 되었다.

어느 날 공이 편전에 들어가 서연관(書筵官)의 비행을 아뢰니, 폐주가 이무렵 언관(言官)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일로 인하여 화를 내어 이르기를 “간관(諫官)은 보고 들은 것이 있으면 마땅히 곧 아뢰어야 하거늘 늦추어 이튿날에 이를 아뢰는 것이 옳지 않다” 하고 명하여 금부옥에 가두었다. 이어 문초하여 안동부(安東府) 안기역(安奇驛)으로 귀양보냈다.

을축년에 폐주가 ‘임금 가까이 있게 해 달라’고 했던 전일의 일을 소급하여 미워했으나 공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르기를 “그때의 검열(檢閱)은 얼굴이 검고 수염이 많은 자였다” 하고 다시 금부에 하옥시켰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구금 되어 감옥이 넘쳤는데, 위로는 황음하고 아래로는 태만하여 바로 재판하지 않으므로 공이 감옥에 있기를 무려 70여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홀연 석방하라는 명을 받게 되니 사람들이 그 연유를 알지 못하였다. 그 까닭은 깃 발(旗) 잡기를 태만한 한 위병(衛士)이 갇혔는데 죄수 명단에 그 이름이 공의 다음에 있었던 것을 패주가 이 사람을 석방한다는 것을 공에게 잘못 방점(傍點)해버린 것이었다.

공은 옥에서 나오자 전처럼 본래 귀양 간곳으로 돌아갔다가 병인정국(丙寅靖國〓병인년에 연산이 폐출되고 중종이 위에 오른 일)으로 조정에 되돌아왔다. 대게 공이 사관(史官)으로 있을 때 조정이 혼탁하고 정사가 어지러워 사실대로 바르게 기록한 것이 많은 데다 뜻에 거슬린 일이 있었고, 그 뒤 사화(史禍)의 형옥(刑獄)이 참혹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공을 위험하다 여겼더니 뜻밖에 화를 벗어남이 이와 같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리요.

정묘년에 전적(典籍)에서 호조좌랑(戶曹佐郞)에 옮기고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에 승진되어 일을 당하면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강직하여 동요되지 않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공을 ‘소주두루미(燒酒陶甁)’이라고 했으니 이는 얼굴은 검으나 심성은 맑고 냉엄하다는 뜻이었다.

무진년에 부친이 늙었으므로 외직을 청하여 형조정랑(刑曹正郞)을 거쳐 영천군수(永川郡守)로 나가니 감사(監司) 송천희(宋千喜)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어진 수령으로서 내가 상도(上道)에서는 영천(榮川) 김세훈(金世勳)을 얻었고 하도(下道)에서는 영천(永川) 이현보(李賢輔)를 얻었다” 하였다.

계유년에 들어가서 군자첨정(軍資僉正)이 되고 사간원사간(司諫院司諫)에 옮겼으며 이듬해에 다시 나가서 밀양부사(密陽府使)가 되니 밀양은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 강하고 사나워서 송사를 좋아하여 고소장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공이 아전에게 명하여 방(房)을 나누어 패를 걸고 송사를 각기 나눈 대로 그 아래에 앉게 하여 아전(衙前)의 부지런하고 태만함을 보아서 엄하게 다스리니 형옥이 줄어들고 정사의 명성이 높이 드러나 지금까지 선치(善治)로 일컬었다.

을해년 가을에 검열하고 석방함이 사실과 다르다 하여 파면되었으며 병자년에 선공부정(繕工副正)으로 제수되고 겨울에 충주목사(忠州牧使)로 제수되었으며 다음해에 어버이를 봉양하기 위하여 안동부사(安東府使)로 바꾸었다. 충주는 사방에서 모여드는 곳이어서 사무가 밀양보다 번잡하였고 백성이 일을 게을리 하므로 공이 강령을 들어 완급(緩急)한 일이 합당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농민의 과업을 권하며 선박과 상인의 세가 번잡하고 가혹한 것을 고치니 일이 다스려지고 백성이 즐거워하며 떠나는 날 쫓아와 붓 들고 눈물을 흘리는 자가 길에 가득 찼다.

또 안동은 고향으로 사방이 모두 친구요 또한 예안과 접근하여 공무에 구애됨이 적지 않았지만 공은 털끝만큼도 사사로움에 치우침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감히 원망하지 않았다. 공이 이르는 곳마다 인재를 기르는 방법을 취했으므로 원근서 다투어 와서 모이니 향교에 다 수용하지 못하였다.

신사년에 예빈부정(禮賓副正)으로 들어와서 전직되어 사복정(司僕正)에 오르고 임오년에 사헌부집의(司憲府執義)가 되었으며 교체하여 군자부정(軍資副正)이 되었고 성주목사(星州牧使)로 제수되었는데 정사가 우수하여 왕이 표리(表裏)를 포상하고 유서(諭書)를 내려 칭찬하였다.

을유년에 부친이 늙었으므로 사임하고 돌아왔으며 병술년에 성균사성(成均司成)이 되고 주자정(軍資正) 시강원보덕(侍講院輔德)으로 옮겼다. 정해년에 경상도(慶尙道)에 왜선(倭船)의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는데 공이 장악정(掌樂正)으로 가서 추핵(推覈〓죄인을 심리하는 일)하고 돌아오기도 전에 통정(通政)으로 특진되어 병조참지(兵曹參知)가 되었고 조금 뒤에 정원(政院)에 들어와서 동부승지(同副承旨)가 되었으며, 무자년 봄에 어떤 일 때문에 좌천되어 나가 대구부사(大丘府使)가 되고 얼마 안 되어 사임하고 돌아왔다.

기축년에 평해군수(平海郡守)로 제수되었다가 바뀌어 영천군수(榮川郡守)가 되었는데 이 고을은 전부터 탈세하는 일이 많았으나 공이 와서 잘 조처하고 또 비용을 절약하니 일년 만에 그 본래의 수가 채워졌으므로 오래 징수하기 어려운 것은 골라 그 문권을 불살라 버리니 백성이 감동하고 즐거워하였다.

신묘년에 모친상을 당하여 계사년에 복을 마치고 형조참의(刑曹參議)가 되니 판서인 홍언필(洪彦弼)과 참판(參判)인 황사우(黃士祐)가 다 공에게 의지하고 존중하고 물어서 처결하는 일이 많았다 가을에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이 되고 곧 우부승지(右副承旨)가 되었다.

갑오년 봄에 나가서 경주부윤(慶州府尹)이 되어 폐해가 되는 것을 버리고 간결한 것을 숭상하니 다스리는 공적이 더욱 드러났다. 병신년 여름에 부친의 나이가 더욱 늙었으므로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서 봉양하였다. 겨울에 예조참의(禮曹參議)로 제배(擠排)되고도 취임하지 않았다. 가선(嘉善)에 발탁 승급되어 경상도관찰사(慶尙道觀察使)로 삼았다. 공이 말하기를 감사(監司)의 직책은 풍헌(風憲)을 겸하는데 본도는 친구가 있는 곳이라 한 번 사사로 만나는 문을 열어 놓으면 다스리는 법이 이로 말미암아 무너질 것이라 하고 준엄하게 예방책을 세우니 감히 공관을 엿보고 기다리는 자제와 친구가 없었다.

정유년에 어떤 일 때문에 파면되고 여름에 부친상을 당하니 그 때에 공의 나이 71세였는데도 여러 아우와 함께 3년간을 여묘(廬墓〓상주가 무덤 옆에 여막을 짓고 살며 무덤을 지키는 일)살이를 하였고 기해년 여름에 복을 벗었다. 겨울에 형조참판(刑曹參判)이 되었으나 공이 오래 물러나 쉴 뜻이 있었다.

경자년 가을 글을 올려 뼈라도 고향에 묻히기를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휴가를 청하여 초정(椒井)에서 목욕하려 하였다. 떠나는 날 좌의정(左相) 홍공(洪公)이 공이 영원히 은퇴하고자함을 알고 임금께 공을 붙잡도록 청하니 임금이 인견하고 ‘속히 돌아오라’ 하여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겨울에 호조참판(戶曹參判)으로 옮겼고, 임인년 봄에 병이 들어 사퇴하자 동지중추(同知中樞)로 삼았으므로, 또 병을 구실로 목욕하기를 청하였다. 배(舟)를 사서 동쪽으로 돌아오니 그때 서울의 수많은 사대부들이 나와 전별하였다. 궁궐문(都門)에서 제천정(濟川亭)까지 수레와 말이 일렬로 떼를 지었고 명현, 대신들이 전별시를 지어서 주며 모두 말하기를 “이런 성스러운 일은 고금에도 없었다” 하였다.

공의 성품이 담백하여 명예와 부귀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찍이 집 주변에 명농당(明農堂)을 짓고 벽에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렸으나 사람들이 공의 뜻을 몰랐다. 또 이때 공이 헤아려보니 벼슬을 그만 둘 나이가 이미 두 해가 넘었는지라 예(禮)에 따르면 늦었으므로 힘써 사퇴하기를 구하였다. 그러나 공의 체력이 건강하고 총명이 전연 감퇴하지 않았고 더욱이 임금의 신임을 받고 있었으므로 당시의 여론도 ‘물러남이 옳지 못하다’ 하였다. 공이 말씀하시기를 “이와 같으면 끝내 뜻을 이룰 날이 없다, 머뭇거리고 고민하면서 억지로 있기보다는 때에 따라 알맞게 잘 처신하여 옛 신하가 예로써 진퇴하는 도에 맞게 하는 것이 바른 일이다” 하였다. 경자년부터 3년 동안 계속해서 휴가를 청하고 목욕하기를 청하여 기어이 물러가려고 하였으니, 명예를 바라는 자와 가히 비하여 말할 바가 아니었다.

이로부터 집에 살기를 40년 동안에 가선대부를 거쳐 자헌대부, 정헌대부로 승급되어 숭정대부(崇政)에 올랐으며 직함은 항상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를 띠었다. 몸은 떠나 물러 나왔으나 벼슬은 올라갔으니 물러나 있는 공이 조정의 직함을 어찌 감당하고 바랐겠는가. 아마 어찌 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리라. 계묘년에 중종(中宗)이 그 염퇴함을 가상히 여겨서 지중추부사(守知中樞)에 명하였다.

을사년 인종이 즉위하는 첫날 공이 올린 소로 인해 그 충절을 장려하여 자헌(資憲)에 발탁, 승급하였다. 기유년 이상(貳相) 김광준(金光準)이 절의를 숭상할 것을 청하니 왕이 공에게 정헌(正憲)을 제수하였으며, 이 해에 나라에서 노인을 우대하는 법을 들어서 또 공에게 숭정(崇政)을 제수하였다. 벼슬이 내릴 때마다 사면하기를 애걸하였다. 혹은 전(箋)으로 혹은 장계(狀啓)로 정성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기를 이삼차에 이르렀으니 조정에서 번번이 허락하지 않고 물품을 내리고 칭찬하는 은총을 더하였으니 비록 그만둘 줄 아는 마음은 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불편한 마음으로 탄식하기를 “지금 신하된 사람이 사면을 청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어찌 의리에 맞아 편한 곳에 몸을 두겠는가” 하였다. 이리하여 항상 벼슬은 지녔으나 한 번도 녹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정성은 늙을수록 더욱 더하여 물러나 있으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일념이 조금도 흐트려 지지 않았다.

갑진년, 을사년 사이에 두 임금이 잇달아 흉(薨)하매 애통하여 기어이 전력을 다하여 일어나서 임곡(臨哭)하려 하였지만 여러 아들들이 간절히 간하므로 그쳤다.

공이 인종에게 올린 소에 아뢰기를 “서경에 이르기를 아들을 낳은 것과 같아 처음 낳을 때에 스스로 훌륭한 가르침을 끼쳐야 한다 하였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새로이 만사를 맡아서 가르침의 훌륭함이나 길흉이 바로 오늘에 있음이니 가히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유(先儒)들이 말하기를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고 하였고,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나의 몸에 큰 시련을 주었다’ 하였습니다. 선왕(中宗大王))은 어질고 성스러운 자품으로 혼란한 정사의 뒤를 이어 침식을 잊고 근심하며 근면하여 40년의 오랜 세월을 역임하였으므로 모두들 태평하고 무사하다 일컬었습니다. 그러나 다스림의 공효(功效)는 다 이룩하지 못한 것이 많았는데 이를 전하께 끼쳐 주셨으니 전하는 행여 충분히 완성되었다 하지 마시고 어렵고 큰 것을 생각하여 선왕이 미처 다하지 못한 정사를 오늘날 힘써 게을리 하지 말 것이며, 허물을 저지르지 말고 잊어버리지 않아서 광명을 쌓는 공적을 다하시면 정치 교화의 훌륭함이 어찌 선열(先列)보다 빛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정치의 요체는 사람을 얻는데 있고 사람을 얻는 근본은 오로지 임금의 한 마음에 있습니다. 가장 요긴한 것은 밝음과 믿음이니 일을 맡기는 처음에는 밝게 분별하고 이미 맡긴 후에는 임금으로써 위임하며 정성껏 대우하고 오로지 맡겨서 어진 이가 많이 들어앉아 그 포부를 펴게 되면 앞에서 이른바 다 이루지 못한 정치의 공효를 이루는 것이 어찌 어렵겠습니까.

선왕(先王)께서 역시 이의 중요함을 알으시고 어진 이를 좋아하고 선비를 좋아함이 옛 성왕(聖王)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요순(堯舜) 정치 어려움으로 혹 밝음과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현사(賢邪)가 뒤섞이고 임용(任用)이 혼란하여 마침네 후회가 없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전하께서도 듣고 보신 바이니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옛 사람들이 임금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반드시 의심하면 맡기지 말고 맡기면 의심하지 말라’ 하였고, 또 말하기를 ‘반드시 임용을 어렵게 하되 맡기면 삼가 화합하고 오로지 맡겨라’ 하였으니, 신도 또한 전하의 처음 정사를 위하여 이 말씀을 올리나이다” 하였다.

갑인년 정월에 대사간(大司諫) 정유(鄭裕)가 아뢰기를 “이현보는 나라의 기덕(耆德)이라 지금 비록 늙어서 물러갔으나 기력이 아직 강건하니 정성을 다해 부르면 마땅히 따를 것이며, 반드시 좋은 의견을 올리는 유익함도 있을 것입니다” 하므로, 임금이 정원(政院)에 명하여 글을 내려 포상하고 또 말을 보내 올라오라 하였다. 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함을 황공하게 여겨서 사양하고 사례하는 글을 올려 말씀하시기를 “전하께서 간함을 듣는 한 가지 일이 특히 물이 흘러내림과 같은 미덕에 결점이 됩니다. 앞날에 선과(禪科)를 회복하고 사원(寺院)을 수리하는 일에 대간과 시종(侍從)에서 관학(舘學)의 유생(儒生)까지 일년이 되도록 논쟁하여도 들어주지 아니했고 새로 세운 과조(科條)도 너무나 넓고 번잡하므로 또한 간하여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대저 이단(異端)은 우리 도(道)와 서로 쇠하고 성하게 하는 관계에 있으니 그 끼치는 규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맹자의 말씀에 선왕의 법을 따르면 과오가 없다 하였고, 한유(韓愈) 또한 말하기를 정령(政令)을 개정함은 그 전보다 십 배 이롭지가 않거든 가히 하지 말 것이다 하였는데 신은 새로 세운 과조(科條)가 그 전보다 어떻게 이로우며 받들어 시행하는 데에 일일이 폐단이 없을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개간의 직책은 옛 사람이 나무는 먹줄을 따르고 물은 얼굴을 비추는데 비유하였으니 대저 먹줄이 아니면 곧아지지 않고 물이 아니면 비추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충언(忠言)과 직언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으니 이는 전하의 착하게 되고자 하는 마음이 꾸준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정이(程頤)는 말하기를 임금이 어진 사대부를 교접(交接)할 때가 많고 환관(宦官) 궁여(宮女)와 친할 때가 적으면 가히 기질이 함양되고 덕성이 감화될 것이라고 하였고, 맹자(孟子)가 또한 말하기를 하루 볕이 나고 열흘 동안 추우면 싹이 텄다 한들 내가 어찌 하겠는가 하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는 고명(高明)하신 학문으로 선왕의 빛남을 계승하는 공부를 더하여 뜻을 굳게 정하여 다른 의논에 흔들리지 않게 되면 충언(忠言)이 거슬리지 않고 사정(邪正)이 혼돈되지 않으며 조정의 기강이 무난하지 않아서 뭇 정사가 닦아지고 만사가 다스려져서 가히 태평의 다스림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처음에 공이 이 소를 초할 때에 자제들에게 각기 생각한 바를 쓰라 하여 그것을 보고 손수 초한 것을 보이면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말한 바가 다 간절하나 다만 나는 포의(布衣)로서 상서함이 아니고 또한 대간으로 논함도 아니니 늙은 신하의 말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하였다. 뒤에 식자(識者)가 보고 말하기를 “소의 말이 간절하고 마땅하니 참으로 노성(老成)한 이가 임금에게 말하는 체통이셨다” 하였다.

을묘년 5월에 공이 병들었기에 황(滉)이 가서 문후하였는데 때마침 호남(湖南)에서 왜적(倭賊)이 장수를 죽이고 성을 함락한 변을 알리는 소식이 들어오니 공이 이에 벌떡 일어나서 황(滉)의 손을 잡고 몹시 울며 목이 메어 말씀하시기를 “나라 일이 이에까지 이르렀는가. 오래 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까 염려하였더니 이제 이를 어찌하랴” 하므로, 황(滉)이 공의 병이 심함을 보고 이로 인하여 더욱 중하게 될까 염려 되어 말을 꾸며서 설명하니 공이 눈물을 닦고 말씀하시기를, “너의 말과 같으면 내가 조금은 위안이 된다” 하였다. 6월 23일에 정침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향년(享年)이 89세였다.

공은 천성이 효성과 우애를 중히 여기었으므로 항상 부친을 위하여서 외직을 원하여 칠팔 차례나 지방관이 되어 봉양을 극진히 하였고 양친(具慶)이 집에 계시고 자손이 앞에 가득하여 채색옷으로 재롱을 피워서 화락하게 하고 해를 아끼는 정성이 시종 변함이 없었다.

예안(禮安) 고을에는 늙고 장수(長壽)하는 사람이 많은지라 일찍이 구로회(九老會)를 만들어 어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고 그가 안동(安東)에 있을 때에는 크게 늙은이를 봉양하는 잔치를 베풀어서 양친을 모시고 안팎 연회(宴會)의 주인으로 삼아 공이 자제의 예로 축수하는 잔을 받들어 올려 그 화락한 경사를 지극히 하니 보는 자가 다 탄복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고금(古今)에 드문 일이라 하였다. 종숙(從叔) 인견(仁堅)이 늙고 아들이 없었는데 공의 아들 중량(仲樑)을 후사(後嗣)로 삼고자 하므로 공이 굳이 아우 현준(賢俊)에게 미루어 주어서 그 빈궁을 구제하였고 친상(親喪)의 비용은 아우에게 부담시키지 않았다.

궁한 백성으로서 능히 혼인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자장(資裝=혼수)을 주고 혹은 혼사를 주장하여서 때를 잃지 않게 하였으며 고을 사람의 급함을 구휼함에는 있고 없음을 헤아리지 않아 혹 자기가 꾸어서 살았고 임금이 내리신 것을 받으면 여러 이웃에 나누어 주거나 혹은 술과 안주를 차려서 노인들을 불러 모아놓고 크게 연락(宴樂)하였다. 남을 위하는 데는 부지런하고 자기를 위하는 데는 둔하며 몸을 맑게 가지고 넘치는 것을 경계하여 한 가지 경사가 있으면 근심이 낯빛에 드러나고 한 번 벼슬에 오르면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즐거워하지 아니 하였다. 염담(恬淡=이익을 탐내지 않음)하고 욕심이 적어서 무릇 입고 쓰는 물품이 간소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서생이나 다름 없었다. 평소에는 반드시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고 나아가 정침(正寢)에 거쳐 하였는데, 종일토록 주렴과 책상이 깨끗하였으니 비록 춥고 더울 때라도 그러하였다. 자제와 비복에게는 치우치게 은애함이 없었고 혼인에는 문벌 있는 집을 희구하지 않았다.

성품은 비록 고상하고 간결하나 사람을 대우함에는 어리석고 빈천함을 가리지 않고 표리가 한결 같아서 혹 술상을 차리고 초청하면 구태여 사양하지 않았다. 고향에서 살 때에는 일찍이 사(私)로서 공(公)이 흔들리지 않게 하였다. 본현(本縣)은 호구(戶口)가 얼마 되지 않는데 전날의 역사(役事)시키는 법이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내게 되어 있으므로 외로운 이가 폐해를 입었다. 공이 발의하여 전답 팔결(八結)에 인부 한 사람씩을 내기로 하니 이로 말미암아 부역이 균일하여 공과 사에 도움이 되었다. 일을 잘 살려서 세밀한 것도 빠짐이 없고 만약 의심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허심탄회하게 자문하여서 행하고 이미 착오된 것은 조금도 가리거나 숨기지 않고 반드시 사람들에게 말하고 고쳤으니 이것이 더욱 다른 사람이 미치지 못할 점이었다.

공의 부인은 안동권씨 충순위(忠順衛) 효성(孝誠)의 따님이었다. 6남 1녀를 낳았다. 장남은 석양(碩樑)인데 훈련정(訓練正) 임찬(任纘)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아들 없이 일찍 죽었다. 차남 문량(文樑)은 재학(才學)이 있어 여러 번 과거를 보았으나 급제하지 못하였고 음사(陰士)가 되었다. 3남 희량(希樑)은 봉화현감이요, 4남 중량(仲樑)은 갑오년에 문과급제 하여 안동부사(安東府使)가 되었다. 5남은 계량(季樑)인데 의흥현감(義興縣監)이었고, 6남은 숙양(叔樑)인데 진사(進士)였다. 딸은 해주판관(海州判官) 김부인(金富仁)에게 출가하였다. 측실에 2남이 있었으니 윤량(閏樑)과 연량(衍樑)이었다.

음사 문량은 충순위(忠順衛) 이승손(李承孫)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1남 3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학수(鶴壽)요, 장녀는 신령현감(新寧縣監) 황준량(黃俊良)에게 차녀는 금응선(琴應先), 김기보(金箕報)에게 각각 시집갔다. 봉화현감은 내금위(內禁衛) 황정(黃珽)의 딸에게 장가들어 2남 1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선승(善承), 극승(克承)이요 딸은 송복숭(宋福崇)에게 시집갔다. 안동부사는 습독(習讀) 반사형(潘士炯)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1남을 낳았으니 영승(令承)이다. 의흥현감은 충순위(忠順衛) 김옥견(金玉堅)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1남 2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광승(光承)이요, 2녀는 양한신(楊漢臣)과 임균(任鈞)에게 시집갔다. 진사는 충의위(忠義衛) 이복신(李復新)의 따님에게 장가들었다. 해주판관 김부인은 4남을 낳았으니 호(壕), 전(㙉), 탄(坦), 기(圻)였다.

공은 산수를 매우 사랑하였다. 살고 있는 분천(汾川)은 낙동강 상류이어서 산색이 밝고 물이 맑았으며 숲과 계곡이 깊고 수려하였다. 산의 동쪽 언덕에는 큰 돌이 물가에 있어서 열 길이나 높으며 험하고 기이하게 불끈 솟았는데 공이 특히 사랑하여서 그 위에 집을 짓고는 어버이를 모시고 놀며 구경하는 곳으로 삼았으니 이른 바 애일당(愛日堂)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농암(聾巖)이라 호를 삼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해진 후로는 더욱 계산(溪山) 사이에 스스로 유유자적하여 흥이 날 때마다 문득 가서 놀면서 돌아오기를 잊었다. 나갈 때는 반드시 산에서 노는 작은 기구를 스스로 가지며 혹 대(竹) 지팡이와 짚신으로 숲을 뚫고 언덕에 오르고 혹은 두 종(奴)에게 가마를 매게 하며 냇물을 따라 순행하니 전부(田夫)와 목동(牧童)이 바라보고도 그가 재상임을 알지 못하였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물과 돌이 제법 맑고 그늘진 곳에서 반드시 자리를 나누어 같이 앉자 흡족하여 기뻐하되 술은 불과 두서 너 잔만 마시면서 종일토록 싫증을 내지 않고 담소로 즐거워하였다. 인품이 맑아서 한 점 부귀진애(富貴塵埃)의 기미가 없고 간혹 글을 지어서 청신(淸新)하게 뜻을 세우니 젊은이가 기세 있는 작품도 미칠 바가 아니었다. 절에서 놀기를 좋아하니 영지사(靈芝), 병암사(屛巖), 월란사(月瀾), 임강사(臨江)가 그곳인데, 최후에는 임강사에 우거(寓居)하였다. 때로 가벼운 배와 짧은 삿대로 왕래하면서 놀고 구경하되 모시는 아이에게 어부사(漁父詞)를 노래 부르게 하였다. 흥을 붙여서 표연(飄然)하게 세상을 떠나 홀로 있는 것과 같은 뜻이 있었으니 당시의 사람들이 높이 우러러보아 지나는 자가 반드시 그 집에 가서 뵈옵고 문안드리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4남 중량(仲樑)은 이름난 고을을 여러 번 맡아서 공이 양친(養親)하였듯이 공을 봉양하였다. 그 후 3남 희량(希樑)과 5남 계량(季樑)은 처음에는 먼 고을에 있다가 양친(養親)하는데 편리한 곳으로 바꾸는 것이 허락되었으니 당시에 세 고을로써 봉양하게 되니 공이 이를 미안하게 여겼고 남들은 더욱 영화라 하였다. 그러므로 근세 이름난 경대부(卿大夫) 중에서 공을 가장 복과 덕이 겸비하여 능히 만년(晩年)을 온전하게 보낸 사람으로 꼽았다. 임종할 때에 여러 아들이 둘러 모시고 애통하게 우니 돌아보고 말씀하시기를 “나의 나이가 90세에 이르렀고 나라의 두터운 은택(恩澤)을 받았으며 너희들이 다 있으니 유감스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죽음도 또한 영화로우니 너희들은 이같이 하지 말라” 했다. 또 말씀하시기를 “장사는 시기를 넘기지 말고 상사(喪事)는 간략하고 검소하려고 힘써라” 하고 말이 끝나자 정신을 똑똑하게 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공은 가히 사생(死生)에 처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겠다.

황(滉)은 향리에서 생장하였는데 공이 보잘 것 없다 하지 아니하고 매양 가르치므로 부축해 모시고 놀기를 여러 번 하였다. 금년 봄에 황이 서울에서 돌아와 공을 임강사(臨江寺) 반도단(蟠桃壇) 위에서 두 번 뵈옵자 지극히 기뻐하고 상쾌하게 여기는지라, 이제부터는 가히 문하에서 모시고 길이 쇄소(灑掃)의 심부름을 할 수 있을 줄로 여겼더니, 집과 나라가 불행하여서 갑자기 이 일을 당하니 아아 애통하도다.

모든 상주가 이해 8월 어느 날 공을 북편 용두산 남쪽 도곡(道谷) 선영(先塋) 곁에 장사지내고 황이 외람되이 모시기를 가장 오래 하였다 하여 행장(行狀)을 부탁하니 황은 의리상 사양할 수 없어서 겨우 그 몇 가지를 취하여 이상과 같이 서술하니 어찌 감히 사필(史筆)을 잡은 자에게 채택되어서 뒷세상 사람들이 믿게 되리요마는 우선 모든 상주의 지극한 뜻을 보답하기 위함이다.

가정 35년 병진 7월에 전 통정대부 성균관 대사성 지제교 진성(眞城) 이황(李滉)은 삼가 적음.

崇政大夫行中樞府事聾巖李先生行狀

李氏之先慶之永川人也至公高祖軍器少尹諱軒始移居于禮安縣之汾川里遂爲縣人曾祖諱坡義興縣監贈通政大夫兵曹參議祖諱孝孫通禮門奉禮贈嘉善大夫吏曹參判考諱欽麟蹄縣監贈資憲大夫議政府左參贊妣贈貞夫人權氏護軍謙之女公諱賢輔字棐仲始參判公嘗遊山寺夢有神人告曰積善之家必有餘慶旣寤適聞權氏婦生男心異之故公少名有慶是成化丁亥七月二十有九日也公生而穎邁骨相不凡爽宕無拘檢好弋獵殊不專力於學業弱冠遊鄕校乃始發憤讀書爲詞章種績不見其勞苦而功倍於他人其爲程文語輒警拔爲儕輩所推歲乙卯中司馬試丁巳館試第一戊午春釋褐權知校書館正字庚申差永興訓導導時金公世弼爲卽選曹深加器賞辛酉被薦爲藝文館檢閱壬戌公以謂史官記人主言動而俯伏在遠榻上動靜有不及聞知者多於事不便請稍近榻前庶記注無疎漏廢主心咈而且然之癸亥歷待敎奉敎甲子陞成均館典籍尋由侍講院司書拜司諫院正言一日公入閤論書筵官所失廢主方讎視言官乃因事發怒曰諫官有聞見所當卽啓淹至翌日乃啓可乎命下禁獄推配安東府安奇驛乙丑廢主追仇近前之請而不記公姓名曰彼時檢閱鐵面而髥者是也乃復追下禁府獄于時貴賤庶枉縲繫滿圄上荒下慢不以時考問在獄凡七十餘日而一朝忽被放命人莫知所以然其實有一衛士不謹執旗者係囚其於啓單名在公次御筆點放於比人而誤下於公公旣出獄則例還元配所至丙寅靖國而放還朝夫公之爲史官也昏朝亂政隨事直書者多加有忤旨之事而其追獄又出於史禍慘酷之餘人皆爲公危之卒之得脫於無妄如此豈非天耶丁卯自典籍改戶曹佐郞陞司憲府持平遇事鯁直不撓時人號公爲燒酒陶甁謂外黭然而內淸烈也戊辰以親老乞外由刑曹正郞出爲永川郡守監司宋公千喜語人曰守令之賢者吾於上道得榮川金世勳下道得永川李賢輔癸酉入爲軍資僉正轉司諫院司諫明年復出爲密陽府使密地廣人夥强悍健訟簿牒雲委公命吏分房懸牌訟者各以所分坐其下因視吏勤慢而嚴治之刑獄衰息政聲旁達至今稱善治乙亥秋以檢放失實罷丙子授繕工副正冬除忠州牧使明年爲便養換安東府使忠州當四方走集務劇於密而民惰作業公提綱挈領緩急得宜勤課農民舟船商賈之稅革其煩苛事治而民悅去之日追攀涕泣者塞道安東闔境皆親舊而與禮接近政多妨礙而公處之無難焉不容毫髮偏私於其間而人亦不敢怨公到處以育才爲急至是大會儒士贍養有方遠近爭來集黌舍不容辛巳以禮賓副正入轉陞司僕正壬午拜司憲府執義遞爲軍資副正除星州牧使以政最賜表裏褒獎乙酉以親老辭歸丙戌拜成均司成改軍資正侍講院輔德丁亥慶尙道有倭船致敗事公以掌樂正來推覈未還特陞通政爲兵曹參知尋入政院爲同副承旨戊子春以事左遷出爲大丘府使未幾辭歸己丑授平海郡守換守榮州郡郡舊多逋欠公至善措且節費逾年而己盈本數乃取其積久難徵者悉焚其券民感悅辛卯丁內艱癸巳服闋拜刑曹參議判書洪公彦弼參判黃公士祐皆倚重之多有咨決秋拜弘文館副提學俄拜右副承旨甲午春出爲慶州府尹剗弊尙簡治效尤著丙申夏以親年益老解官歸養冬拜禮曹參議未就擢陞嘉善爲本道觀察使公以監司職兼風憲而本道親舊所在一開私謁之門政法所由以壞乃峻立其防子弟親故無敢伺侯於公館者丁酉以事罷夏丁外艱公時年七十有一尙與諸弟廬墓三年己亥夏服除冬拜刑曹參判公久有退休之志庚子秋上章乞骸骨不允乃請假浴椒井辭日左相洪公知公因而圖退請留之上引見勉諭以速還由是不果遂志冬遷戶曹參判壬寅春病辭爲同知中樞秋又稱病請浴買舟東歸一時搢紳傾都出餞自都門至濟川亭車馬騈𨶑其名勝賦詩以贈咸稱盛事近古未有也公性本恬退不樂榮利曾於宅邊構明農堂壁畫淵明歸去來圖人固知公知志之有在又於是時計逾致仕之年己數載據禮則爲晩故力求辭退而公體力康健聰明不減故上眷不衰時議亦以爲不當去公謂如是終無遂志之日與其因循悶抑終身退而冒處曷若權宜善處以求合古者臣子以禮進退之道乎故自庚子至是三歲之間請假請浴期於身退而後已玆非逐例要名者所可同日而語也自是而家居者十有四年其間由嘉善而陞資憲正憲以躋于崇政而職常帶知中樞府事夫身退而秩進在野而朝銜豈公之心哉殆出於無可奈何者也蓋癸卯中廟嘉其恬退則命守知中樞乙巳仁廟訪落之日因公抗䟽而獎忠誠則擢陞資憲已西貳相金公光準請尙節義則今上命授公正憲是年國擧優老之典則又授公崇政每有一命輒控乞辭免或箋或狀披肝瀝血祈墾甚苦至于再三朝廷輒不許加有賜給褒諭之寵是雖有知止之心其道無由恒不自快歎曰今之臣子辭免無時得請何以措身於義安之地乎以故雖常帶職而一不受祿焉然而其愛君憂國之誠至老彌篤惓惓一念未嘗不在於是不以退處而少弛甲乙際二聖繼陟摧慟哀殞決欲强起赴臨以諸子切諫而止其上仁廟䟽曰書曰若生子罔不在厥初生自貽哲命今殿下新摠萬機命哲吉凶正在今日可不勉哉先儒有言曰創業易守成難周書亦曰遺大投艱于朕身先王以仁聖之資乘亂政之餘憂勤宵旰多歷四十年之久號稱治平無事而致治之效有未盡焉者多以此遺之投之於殿下殿下幸勿以盈成爲恃而艱大爲念因先王已盡未盡之政加今日善繼善述之功孜孜無怠不愆不忘以臻重熙之績則治化之美豈不增光于前烈乎雖然爲治之要在乎得人得人之本則又在乎人主之一心其要不過曰明與信而已明以辨之於授任之初信以委之於旣任之後待之誠而任之專明揚布列展其所抱則向之所云治效之未盡者何難盡效先王亦知以此爲重好賢樂士無異於古之聖王而始以堯舜之難或有明信之未至不能無賢邪之相混任用之不終終不得無悔焉此殿下耳目之所及也可不戒哉是以古人之陳戒其君也必曰疑之勿任任之勿疑必曰其難其愼惟和惟一臣亦以此爲殿下初政獻焉甲寅正月大司諫鄭公裕啓曰李賢輔國之耆德今雖退老體力猶健苟加諭召宜可以至亦必有陳獻之益上命政院下書褒美且令乘驛赴闕公惶惕不敢當乃上箋辭謝因言曰殿下聽諫一事殊歉於如流之美前日禪科之復寺院之修臺諫侍從以至舘學儒生終歲爭之而不得請新立科條太似浩繁亦諫不見納夫異端之於吾道相爲消長貽厥之謀不可不念孟子曰遵先生之法而過者未之有也韓愈亦曰政令之改利於其舊不什則不可爲已臣不知新立之條利於其舊如何而亦不知奉行之一一無弊歟臺諫之職古人以木之從繩水之鑑貌比焉蓋非繩不直非水難鑑方今忠言讜論多有缺望之時無乃殿下向善之心有所間斷而然歟程頤曰人主接賢士大夫之時多親宦官宮妾之時少則可以涵養氣質薰陶德性孟軻亦曰一日曝之十日寒之吾如有萌焉何哉伏願殿下以高明之學加緝熙之功堅定聖志不爲他論所撓則忠言不逆邪正不混朝綱不紊庶政修萬事理太平之治可期矣初公方草此疏令子弟各書所懷而觀之仍示手草曰汝輩所言皆切但吾非布衣上書亦非臺諫論事老臣之言止當如此後識者見之謂䟽言簡當眞得老成告君之體云乙卯五月公屬疾滉往候之時適報湖南倭寇殺將陷城之變公乃蹶起執滉手痛泣哽咽曰國事至於此乎久慮及此今當奈何滉見公疾革恐因是重陽權辭以解之公攬涕曰如爾之言吾可以少寬矣至六月十三日卒于正寢享年八十有九公天性孝友常爲親乞外專城七八奉養備至具慶在堂子孫滿前戱綵怡愉愛日之誠終始無慊鄕多老壽之人嘗爲九老會以悅親心其在安東大設養老宴奉迎兩親作內外筵主公執子弟禮奉觴上壽極其驩慶觀者皆嘆息泣下以爲古今所罕從叔仁堅老無子欲取公子仲樑爲後公固推與公弟賢俊以濟其窮親喪所需不責諸弟窮族之不能嫁娶者給資裝或主其婚令無失時周急鄕黨不計有無或至稱貸以自給得君賜分諸隣族或爲酒饌大召父老以樂之勤於爲人拙於謀身介以持己盈以爲戒有一喜慶則憂形于色陞一爵秩則兢懼靡樂恬淡寡欲凡諸服用簡素無華無異書生平居必晨起盥漱整衣冠出居正寢以終日簾几翛然雖寒暑猶然子弟婢僕恩無所偏昏嫁未嘗希求於閥閱之家性雖高簡待人不間愚賤表裏如一或置酒而邀請亦不苟辭居鄕未嘗以私撓公本縣以十室之殘從前役法戶出一夫單寡受弊公倡議八結出一夫由是賦役均一公私賴之料事明審曲盡纖悉如有所疑必虛懷咨問而行之至己有差失不少掩匿輒向人言而改之此尤不可及者也公配安東權氏忠順衛孝誠之女生六男一女男長碩樑娶訓鍊正任纘女無後而夭次文樑有才學屢擧不第爲蔭士次希樑奉化縣監次仲樑登甲午文科安東府使次季樑義興縣監次叔樑進士女適海州判官金富仁側室二男曰潤樑衍樑蔭士娶忠順衛李承孫女生一男曰鶴壽三女新寧縣監黃俊良次琴應侁金箕報奉化娶內禁衛黃珽女生二男曰善承克承一女宋福崇安東娶習讀潘士泂女生一男曰令承義興娶忠順衛金玉堅女生一男曰光承二女揚漢臣任鈞進士娶忠義衛李復新女判官生四男曰壕㙉坦圻公酷愛佳山水所居汾川乃洛之上流山明水麗林壑深秀山之東崖有巨石臨水陡起高十餘丈偃蹇奇崛公特愛之築室其上以爲奉親游玩之所卽所謂愛日堂也因自號爲聾巖退閒之後尤自放於溪山間每遇興到輒從游忘返其出必以游山小具自隨或竹杖芒鞋穿林陟巘或籃輿兩奴傍野巡溪自田夫牧竪見之不知其爲宰相也其遇可人與一水一石稍淸陰處必班荊而坐得意欣然飮酒不過三兩盃談笑亹亹終日不倦風神蕭灑岸韻森逸無一點富貴塵埃氣間出篇章立意淸新有非少年盛作所可及也好游僧舍靈芝屛庵月瀾臨江皆其所而最後常寓於臨江時復輕舟短槕往來遊賞令侍兒歌漁父詞以寄興飄然有遺世獨立意時人莫不高仰之過者必造門候謁爲幸焉安東歷典名城以公所以養親者養公及奉化義興初得遠色皆許換近以便養一時三邑之奉公所蹙然而人益以爲榮故近世名卿福德兼而能全晩節者以公爲稱首臨終諸子環侍摧泣公顧謂曰吾年至九十受國厚恩汝等皆在百無餘憾死亦榮矣汝等勿爾又曰葬勿過期喪事務簡儉言訖了然而逝公可謂處死生而不亂矣滉生長鄕曲公不以爲無似每加誨借扶几從遊者不知其幾今年春滉歸自京師兩拜公於臨江寺之蟠桃壇上極賜歡暢自今可以永供灑掃之役於門下而家邦不淑奄忽至此嗚呼痛哉諸孤以是年八月某日葬于縣北龍頭山南道谷先塋之側謂滉忝侍最久見囑以行狀滉義不得辭僅掇其一二而撰次如右豈敢期爲秉筆者所取以傳信於來世姑以塞諸孤之至意云

嘉靖三十五年丙辰七月前通政大夫成均館大司成知製敎眞城李滉謹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