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농암선생 청량산 산행 기록

<농암집>에 청량산 글은 산견되고, 사랑 또한 대단했다. 가령 영지산 영지정사에서 청량산을 항상 볼 수 있도록 단을 쌓은 일은 대표적 사례였다. 특기할 일은 이때 손서孫壻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이 청량산이 잘 보이도록 소나무 한 그루를 베어버리자고 하니, 농암께서 '나무를 베지 말고 그 옆에 단을 쌓도록 하라'는 기록이다. 선인들의 자연 사랑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퇴계와 함깨 가자고 약속을 하고도 가지 못한 일도 있다. 가까이 있고 무척 좋아한 산이라 가 보지 않았을리 없다. 그렇지만 문집에 '산행을 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소수서원박물관에 보관중인 필사본 <문촌세고文村世稿>를 보니, 거기 농암의 산행 기록이 있었다. 저자는 농수聾叟 금원정琴元貞 선생이다. <농암집>에도 그 이름이 보이는데, 당시 농암과 막역한 친구였다. <문촌세고>에는 농암 관련 시가 여러 편이 있는데, 그 가운데 ‘차비중화동산이시운’이라는 제목의 시의 소서小序에 이런 기록이 있다.

“내가 조금 앞서 신사에 도착하니 공(농암)이 나분들 여울을 건너 연대사에 이미 묶고 계셨다. 다음날 아침 가마를 타고 신사에 와서 만났던 까닭에 그 다섯째 싯구는 ‘심우현현망’이라 했다.”

이 시의 전문은 이러하다.

次棐仲和東山二詩韻

(농암의 동산 두 시의 운을 따라 짓는다)

何處難忘酒遊山久未回

禪心知始촬(艸+出) 塵念已成灰

廣渡纓斯濯蓮坊眼忽開

一身浮翠巘雙足惹靑苔

心友懸懸望肩輿得得來

淸談殊綣繾新寺任低佪

玄鸞喧樑棟紅花暎砌臺

圍棋消永日酬詠絶纖埃

逐鹿登山頂窺龍到水隈

此時無一盞喉渴潤何哉

小序

僕前期到新寺公則渡廣石灘宿蓮臺翼朝乘肩輿來會新寺故五句云心友懸懸望

금원정(琴元貞, 1472∼1557)

자는 정숙(正叔), 호는 농수(聾叟)이며, 본관은 봉화(奉化)이다. 문곡(文谷) 금휘(琴徽)의 아들이다. 그는 연산군 때 진사가 되었고, 1515년(중종 9) 장사랑 영해 훈도(訓導)를 역임하고 현량(賢良)이 되었다. 그러나 1519년(중종 13) 훈구세력에 의해 조광조 등의 신진세력이 화를 당했던 ‘기묘사화’가 발생하자 벼슬을 버리고 자연에 묻혀 학문을 연구하고 후진을 기르는 데에만 힘쓰며 살았다. 그는 당시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들의 모임인 ‘사마회(司馬會)’를 조직하여 이를 주관하였다고 한다. 글씨에도 매우 뛰어나서 자필 현판이 전해온다고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다.

금원정은 당시 농암 이현보, 충재 권벌 등 당대의 명사들과 교유하였다. 이현보의 『연보』에 “1538년(중종 32) 10월 조에 금원정, 권희익과 함께 회노암(會老菴)에서 노닐다.”라는 구절이 있다. 『농암선생문집 속집 2권(聾巖先生文集續集卷之二)』에 금원정의 시를 차운하여 지은 ｢회노암(會老菴)｣이란 시가 있다.

충재 권벌이 양재역 벽서 사건으로 무고를 받아 삭탈관직 당하고 귀양을 떠나게 될 때, 금원정이 공의 손을 잡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권벌은 웃으며, “나는 그대를 대장부로 알았는데 어찌 이렇게 하느냐. 죽음과 삶과 화와 복은 천명이니 천명을 어떻게 할 것이냐.”하였다는 내용이 퇴계 이황이 쓴 ｢권벌 행장｣에 실려 있다. 이는 그가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것과 달리 당시 이 지역에서 활발한 학문과 교유활동을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원정에 대한 정보가 넉넉하지 않고, 또 달리 전해오는 이야기도 없지만, 그는 매우 효성스럽고 우애가 가득한 사람이었던 듯하다.

이정형(李廷馨, 1549∼160)의 『지퇴당집(知退堂集)』에는 금원정이 효로써 그 어머니를 섬기고, 형제간에 우애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김육(金堉, 1580∼1658)이 기묘사화에 관련된 인물들의 전기를 정리한 『기묘록 속집(己卯錄續集)』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