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8년 농암의 아들 이문량, 이중량, 이계량, 이숙량 넷이 모여 '상산사호'의 모임을 이어받아 분천사호(汾川四皓)라 이름하고, 형제의 모임을 가진 뒤 분천사호가를 짓는 등 분강의 풍류를 재현한 기록이 있습니다.
...환암(이계량)형님이 남쪽에서 오고, 하연(이중량)형님이 예천에서 도착하여, 먼저 환암 어른의 지당(止堂)에 들러 균옹(이문량)과 매수(이숙량)가 가서 만났다.
친근한 네 신선이 전과 다름없이 돌아와 만나니, 슬프고 기쁜 마음이 어찌 다함이 있으랴! 그리하여 이곳에서 이틀밤을 묵었다. 이튿날 긍구당肯構堂에서 모였는데, 술과 음식을 마련하였으나 머무르지 않은 것은 마침 바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에 애일당에 올라가 함께 잤다. 이튿날 외종인 권진기가 두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각각 술통을 가지고 따랐다. 때는 봄의 강물이 푸른빛으로 넘실거리고, 바위의 살구꽃이 붉은 빛을 쏟아, 이른바 일년 가운데 가장 좋은 봄날이었다.
그 다음날 하연 형님이 작은 거룻배를 저어 안개 낀 물을 건너 만대정晩對亭에 투숙했는데, 옛날 살던 곳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아침에 도로 강을 건너 농암에 올랐는데, 고을 원과 만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고을 원이 누구냐 하면 호남의 사문 나신국이었다. 또한 술과 안주를 마련하니, 곧 하연 형님을 위해서 차린 것인데, 우리 세 노인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일행의 학발이 아름답게 서로 비추는 것을 나공은 처음 보았을 것이다. 이날 저녁에 긍구당에 다시 모여 잤는데, 이튿날이면 헤어지기 때문이다. 모여 만난 것이 무릇 여드레인데, 비록 거처를 옮겨가며 일정하지 않았으나, 이미 갗추어진 즐거움은 때와 장소가 관계없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상을 잇닿았고, 누워 잘 때에는 베개를 이었으며, 걸을 때에는 푸른 등나무 지팡이가 쟁그랑거리며 뒤섞였고, 말을 타면 낡은 수레와 대로 엮은 가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서거니 앞서거니 했다. 아들, 손자들과 늙은 종이 바뿔때는 누대, 정자에 오르내릴 때요, 산채, 야채의 안주가 차려지며 성성스런 인정이 오고갈때였다.
크게 말하고 크게 웃으며 말할 때는 젊은 시절 일에 미칠 때였다. 일어나고 눞는 것도 때가 때가 없고 배고픔과 배부름을 스스로 임무로 삼아 각각 그 뜻에 맞게 되었다. 술자리를 마련하여 서로 권하지 아니하고, 화평하게 즐기면서 음란함에 이르지 않는 것은 지나친 안락을 하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아는 사람은 신선과 같이 바라보고,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기괴한 형상의 모임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니, 참으로 '분천(汾川)의 천고의 한 풍류'라 할만하다. 한 글 쓰지 않고는 기억할 수 없는 까닭에 이미 노래하고 읊었지만, 다시 한 말씀하여 여러 형님들에게 축하를 하였다.
아 우리고향에 노인이 많았음은 오래였으나, 우리 가문에 80세를 누린 사람은 더욱 많았다.,,
이숙량 『분천사호가병서』 15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