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芝山靈芝精舍의 先賢遺躅
2008年 5月 日
成均館儒道會禮安支部
35번국도 陶山書院 入口 駐車場
新臺舊址
修泉 장면
修泉 장면
修泉告由祭 장면
修泉告祝 장면
飮福禮 장면
靈芝精舍舊址 기와
靈芝山 踏尋記(영지산 답심기)
옛 선성지(宣城誌)의 기록에 영지산(靈芝山)은 예안오악(禮安五岳)의 하나요, 현(縣)의 중앙(中央)에 위치(位置)하여 중악(中岳)이라고도 하며 본래 선성현(宣城縣)의 진산(鎭山)으로 그리 크고 높지는 않으나 봉만(峰巒)이 수려(秀麗)하고 조망(眺望)이 좋아 경치 좋은 명산(名山)이라 하였다.
불초(不肖) 이창섭(李昌燮)이 옛 기록과 선현(先賢)들의 문집(文集)을 대략 읽어보니 이 산의 남전(南巓)에 영지정사(靈芝精舍)가 있었고, 북록(北麓)에는 지산와사(芝山蝸舍)가 있었다.
영지정사(靈芝精舍)는 본래 불암(佛庵)이 있던 시기에 퇴계(退溪)선생께서 조년(早年)에 왕래독서(往來讀書)하시었고, 농암(聾巖-李賢輔)선생께서 1543년(癸卯)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故鄕)에 돌아와 이곳 암자의 터에 영지정사(靈芝精舍)를 신축(新築)해서 만년(晩年)에 장구소요(杖屨逍遙)하며 이양(頤養)의 장소로 삼았던 곳이다.
그에 대한 서문(序文)과 아울러 온계(溫溪-李瀣)․퇴계(退溪-李滉)․금계(錦溪-黃俊良) 등 제선생(諸先生)들이 서로 창수화답(唱酬和答)한 시(詩)가 수십편(數十篇)이 있으니, 우리 고장(故庄)의 대현유촉지(大賢遺躅地)를 어찌 그대로 방치(放置)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불초(不肖)가 2008년(戊子) 봄에 정재명(鄭載明)․이동(李東) 등과 함께 수차(數次)에 걸쳐 답심(踏尋)하여보니
산의 팔부능선(八部稜線) 남쪽 꼭대기 옛터에 정사(精舍)의 축대(築臺)가 그대로 있고, 아직도 샘물이 솟아오르니 반천년(半千年)) 세월(歲月)속에 후인(後人)이 찾기를 기다린 듯 하여 감개(感慨)가 무량(無量)하였다.
영지산정상(靈芝山頂上)에서 사방(四方)을 바라보니 동북(東北)으로 청량산(淸凉山)과 남(南)의 와룡산(臥龍山)과 북(北)의 용두산(龍頭山)이 읍(揖)하는 듯 둘러있고, 저멀리 학가산(鶴駕山)이 아득하게 한 눈에 보이며 특히 동남(東南)으로 낙동강(洛東江)이 수십리(數十里)를 굽이쳐 절경(絶景)을 이루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세(俗世)의 잡념(雜念)을 잊고, 자연(自然)으로 돌아가 선인(仙人)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에 농암(聾巖)․퇴계(退溪) 양선생(兩先生)의 종손(宗孫) 분들께 알리고 2008년 4월 30일에 향내(鄕內) 각 기관(機關) 및 유림인사(儒林人士) 20여명이 이곳에 올라가 아래와 같이 산신(山神)께 고축(告祝)하고, 샘을 깨끗하게 손질하였다.
후일에 개발(開發)하기를 기대(期待)하면서 조금이나마 참고자료(參考資料)가 될까하여 위와 같이 기록한다.
산신고축문(山神告祝文)
維歲次戊子三月丙子朔二十五日庚子幼學李性源
敢昭告于
土地之神靈山之巓精舍舊墟寒泉湧出今爲補修
伏願千載淵源無窮, 神其保佑俾無後艱謹以淸酌脯醢祗薦于 神 尙
饗
2008年 5月 日 李昌燮 謹識
문헌에 남아 있는 영지정사와 관련 글과 시
<농암선생 글과 시>
題靈芝精舍 並序 癸卯
靈芝,本龍頭支脉,在家北數里,不甚高大,而峯巒稍峻,延袤亦遠,名存載籍,非他尋常丘垤之比也,舊有佛庵,歲久破亡,中間有僧,鳩材重營,隘陋低微,觀者,惜其地位高爽,而制構不稱,未久而又爲回祿所灾,壬寅秋,余以年老,致仕來家,家饒泉石,非無臺榭遊覽之所而,塵紛世念,不能無惱於其間, 乃募素款僧人稍有幹才,名爲祖澄者,助給資財,營構精舍數間于此,不數月而舍成, 遂因赴京之友,求中原善筆,寫其扁額而來,不曰菴而,曰舍者,懼其緇流多接,雜亂香火, 只令澄僧,往來消遣,作我頤養之地也,舍南百步外,有峯斗起松樹羅生,除地爲臺,是山之洞門也,自下以來者,到此而息,山路危險,或下馬步進,距舍數十步,有坑谷路斷,積石爲補作爲,層階, 但可通人,不得通馬,旁築高臺,亦令坐歇,客至于此則,騶從皆除而,杖屨單行,不使喧鬧於舍門,因名其階曰捨馬,臺曰杜妄,用北山移文語也, 此其大略矣,其他觀覽形勢之勝, 棟楹制作之巧,來者瞻眺而自得,不必覼縷焉, 抑又有一說焉,昔,李德裕,晩構平泉庄耽玩花石, 作記戒之曰,有以一木一石,與人者,非吾子孫也, 余之經營此舍,亦甚勤且勞也,其有年少之徒,呼朋引類,羣遊侶戱,毁瓦畫墁,使同於郵館院舍,是深懼也,吾亦以是,戒吾兒曹,吟詩二絶,令孫壻黃俊良,和之,寄示景明兄弟云.
번역
영지정사에 쓰다. 서문도 함께 계묘년(1543년)에
영지산은 본래 용두산의 지맥이니, 내 집에서 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리 높고 크지는 않으나 봉우리가 우뚝하게 솟아있고, 또한 멀리까지 뻗쳤다. 명칭이 서적에 실려 있으며 다른 평범한 언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옛날에는 불교의 암자(庵子)가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부서져 없어졌고, 중간에 어떤 중(僧)이 재목을 모아서 중건(重建)하였으나 비좁고 낮으며 적어서 구경하는 자 그 지대는 높고 시원하나, 지은 규모는 맞지 않다고 애석히 여기었는데 오래지 않아서 또 화재(火灾)를 당했었다.
임인년(壬寅-1542년) 가을에 나는 늙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오니 집 주위에 천석(泉石)이 좋고, 대(臺)와 정자가 있어 유람(遊覽)할만한 장소가 없지는 않으나 티끌세상 생각을 그간에 없이 할 수 없어서 이에 본래 잘 알고 지내는 중(僧) 재간 있는 이름이 조징(祖澄)이란 자를 불러서 자재(資財)를 주고 정사(精舍) 두어 칸을 여기에 짓도록 하였더니 두어 달이 못되어 정사가 완성되었다.
드디어 북경(明나라 首部)에 가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중국(中國)에서 글씨 잘 쓰는 사람을 찾아 현판을 써 오니 암(菴)이라하지 않고 정사(精舍)라고 한 것은 그 불도(佛徒)들이 많이 접근하여 난잡하게 불공을 드릴까 두려워 다만 조징이란 중으로 하여금 살피게 하고 나의 수양하는 장소로 삼았다.
정사의 남쪽 백 걸음 밖에 봉우리가 우뚝 솟았고, 소나무가 늘어 섰는데 터를 닦아서 대(臺)를 만드니 이 산의 동문(洞門)이다.
아래에서 오는 사람은 여기에 이르러 쉬게 되니, 산길이 위험해서 혹은 말에서 내려 걸어서 오게 된다. 정사에서 수십 보 거리에는 구덩이가 파인 골짜기에 길이 끊어져 있는데 돌을 쌓고 고쳐서 층계를 만드니 다만 사람은 다닐 수 있고, 말은 지나가지 못한다.
곁에 높은 대(臺)를 쌓아서 또한 앉아 쉬게 하니, 손님이 여기에 이이르러서는 추종자들은 다 놓아 두고 나막신에 막대잡고 홀로 오게 하니 정사의 문전으로 하여금 시끄러움을 없게 함이라.
그로 인하여 그 층계를 사마계(捨馬階)라 하고, 대(臺)는 두망대(杜忘臺)라 하니 북산이문(北山移文)의 말을 인용(引用)한 것이다. 이것이 그 대략이며 그 밖의 경치관람과 기둥 서가래 제작의 교묘함은 오는 자가 바라보면 스스로 알 것이니 반듯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문득 또한 한 가지 말해 둘 것이 있으니 옛적에 이덕유(李德裕)란 사람이 만년(晩年)에 평천장(平泉庄)을 짓고, 꽃과 돌 구경하기를 탐하여 기문(記文)을 지어 경계하여 가로되 ‘여기에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이라도 남에게 주는 자 있다면 나의 자손(子孫)이 아니’라 하였다. 이제 내가 이 정사(精舍)를 경영하는데 심히 근로(勤勞)하였으니 그 연소(年少)한 무리들이 벗을 부르고 동류를 끌어들여 여럿이 놀고 짝지어 희롱하여 기와를 허물고 벽에 낙서를 하여 역참이나 객사처럼 되는 것이 심히 두려워 내 또한 이로써 나의 아이들에게 경계하노라.
시 두 절구를 읊어 손서(孫婿) 황준량(黃俊良)으로 하여금 화답(和答)하게 하고 경명(景明 : 溫溪, 李瀣의 字) 형제에게 부치어 보이노라.
生來成廦煙霞趣 살아오면서 연하의 취미 습관되어,
白首膏肓未易攻 흰머리 되도록 고질병 쉽게 다스리지 못했네.
家近聾巖嫌在俗 집은 농암에 가까우나 세속에 있는 것 싫어서,
靈芝新占藥頭峯 영지산 약두봉을 새로이 차지했네.
舍在高峰最上巓 정사(精舍)는 봉우리 꼭대기에 있으니,
前臨衆壑與長川 앞으로는 골짜기와 긴 시냇물 임했네.
筇扶脚力猶堪借 다리 힘을 지팡이에 의지해 견디니,
還恨靑年未着鞭 도리어 청년시절 못 온 것이 한이로다.
右聾巖先生原韻 위는 농암(聾巖-李賢輔)선생의 원운(原韻)이다.
차운
금계 황준량 선생
雲關峀幌幽棲靜 구름집 그윽한 고요속에 머무시며,
利戶名樞俗慮攻 명예와 이익의 세속 생각 멀리하시네.
已賦歸來山與約 이미 귀거래사 읊으시며 산과 더불어 언약했으니,
北山應不竦攢峯 북산도 응답하고 여러 봉우리 비웃지 않으리!
卄載東華白盡巓 스무 해 벼슬살이에 백발이 되어,
笑尋鄕國舊林川 고향 산천 웃으며 찾으시었네.
家北有山尤絶處 집 북쪽 산봉우리 더욱 경치 좋은 곳 있어서,
興來携杖擬吟鞭 흥이 나면 지팡이 짚고 시 읊으며 걸으셨네.
右錦溪次韻 위는 금계(錦溪-黃俊良)의 차운(次韻)이다.
註, 송찬봉(竦攢峯)-찬봉송초(攢峯竦誚)의 준말. 찬봉은 늘어선 봉우리란 뜻이고, 송초는 비웃음 또는 신랄하게 꾸짖음이란 뜻. 북신이문(北山移文)에서 인용함
차운
온계 이혜 선생
幾年蹤跡繫樊籠 몇 년이나 벼슬길에 얽매이셨던고,
擾擾風塵百慮攻 어지러운 풍진세상 온갖 생각 침공하네.
聞築精廬知有處 정사를 지은 곳은 일찍이 알고 있던 곳,
洒然依舊最高峰 최고봉은 옛날같이 쇄연하겠지.
月戶雲扃倚翠巓 달 창문 구름 빗장 푸른 산마루에 의지했는데,
幅巾朝暮俯平川 복건 쓰고 아침 저녁 평천을 굽어보네.
丁寧爲報舊猿鶴 옛 군자님께 정녕히 고하나니,
早晩投簪去執鞭 조만간 벼슬 버리고 채찍 잡고 돌아가리다.
右溫溪次韻 위는 온계(溫溪-李瀣)의 차운(次韻)이다.
차운
퇴계선생
奉酬聾巖李先生 靈芝精舍詩 幷序 癸卯
吾鄕,靈芝山,有佛舍, 滉,舊嘗往來讀書,而山後亦有小築,宦遊思歸而未得,因自號靈芝山人,先生旣歸,愛是庵,就而重新之, 名曰精舍,時,杖屨逍遙其中,詩寄滉,且曰,足下,舊卜山麓,自稱山人,而今我先之,無乃呼賓作主耶,早晩下來,當訟而辨之云,滉,感先生之高義,叨承詩札,以爲笑謔,不勝欣幸之至,謹次詩呈上,惶恐再拜
번역:
농암 이선생의 영지정사 시를 받들어 화답하다.
서문도 함께 계묘년(1543년)
우리고을 영지산에 절이 있었는데 내가 전에 오가면서 글을 읽었다. 그 후 이 산 뒤에 조그마한 집을 지어 벼슬길에 돌아가고자 했으니 여이치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영지산인(靈芝山人)이라 했다.
농암 선생이 이미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 암자를 사랑하며 나아가 거듭수리하여 새롭게 하고서 영지정사라 이름하고 수시로 지팡이와 나막신으로 그 가운데 소요하면서 시를 지어 나에게 부쳐주고 또 이르기를 "그대 옛날에 이산 기슭에 집을 짓고 영지산인이라 자칭하였는데 이제 내가 먼저 와서 살고 있으니 이야말로 손님이 주인이라 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조만간에 내려와 마땅히 송사하여 변론해 보는 것이 어떤가"하였다.
내 일찍 선생의 높은 뜻에 감복했는데 다시 외람되게 시와 편지까지 받아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기쁘고 행복함을 이기지 못해 삼가 그 시를 차운하여 올리고 황공히 재배합니다.
山北蝸廬是假容 산 북쪽 달팽이집 겨우 용납했는데,
久纏繮鎖病仍攻 오래도록 벼슬에 얽매여서 병이 침노하네.
願將美號輸眞隱 원컨대 미호를 진은께 드리오니,
不獨山南第一峯 유독 산 남쪽의 제일봉일 뿐만이 아닙니다.
精廬高架白雲巓 높은 정사 구름에 걸렸으니,
藥竈逍遙葛稚川 약 달이고 소요하는 갈치천 같은 신선입니다.
莫把高臺名杜妄 행여나 높은 대를 두망이라 하지 마십시요 ,
聞風俗駕自回鞭 이 말 들은 속객들은 스스로 말머리를 돌릴 것입니다.
右 退溪 퇴계(退溪-李滉) 先生 次 韻
註, 1)산북와려(山北蝸廬)-영지산 북쪽에 있던 지산와사(芝山蝸舍)를 지칭
2)갈치천(葛稚川)-갈홍(葛洪)의 자(字). 진(晋)의 단양(丹陽) 구용(句容)사람. 호는 포 박자(袍朴子), 고사(高士)로 신선 같다고 함
奉酬靈芝精舍詩
吾鄕禮安,有山曰靈芝,溫溪會其北,汾水抱其東,遠揖淸凉,近對龍頭,盖山之小而,幽勝者也,舊有佛庵在山南,滉,嘗往來讀書於其中而山之後麓,溫溪之上, 亦有小築而未竟也,宦遊多年,疾病侵尋,思歸而未得焉,則因自號曰靈芝山人,所以寓意也,公愛是庵,就而重新之,名曰靈芝精舍,以爲頤神養性之所,公家在芝山東,汾水之西,去精舍纔數里, 時,與鄕閭子姪杖屨逍遙於其中,以詩寄京師,且謂滉曰,足下舊卜于山麓,稱爲主人,而今我先之,無乃回賓作主耶, 早晩下來,當訟而辨之云,公,以耆年宿德,高擧遠引而不辱與後生小子,往復書札,以爲笑謔,其淸眞蕭散樂易之風,又足以使人想味而興起也,滉,不敢不復,謹次來詩如左呈上,惶恐死罪
영지정사 시를 받들어 화답하다.
우리고향 예안(禮安)에 산이 있어 영지산이라 한다. 온계(溫溪)의 물은 그 북쪽으로 모이고 분천의 물은 그 동쪽으로 안고 흐르며 멀리 청량산이 읍하고, 가깝게는 용두산과 마주한다.
대게 산은 적으나 그윽하고 아름답다. 예부터 암자가 산 남쪽에 있었다. 내 일찍이 그 곳에 왕래하며 글을 읽고 산 북쪽 온계의 위 쪽에 조그마한 집을 지었으나 마치지 못했다. 오랜 벼슬살이에 병을 얻어 돌아올 것을 생각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호를 영지산인이라 했으니 뜻 한 바 있음이었다.
공께서 이 암자를 나아가 새롭게 중건하고 이름지어 영지정사라 하고, 심신을 수양하는 장소로 삼았다. 공의 집은 영지산의 동쪽, 분천의 서쪽에 있어서 정사에서 겨우 수리의 거리에 있다.
당시에 공깨서 자질들과 지팡이와 나막신으로 그 가운데 소요하며 시를 써서 서울에 부쳐주고, 황에게 이르기를 "그대는 이 산 북쪽 기슭에 집을 짓고, 일찍이 주인이라 하였는데 지금 내가 먼저 차지했으니 이것은 ‘손이 도리어 주인이 된 격이 아닌가, 조만간에 내려와서 마땅히 송사하여 밝혀 보자"고 하시었다.
공의 높은 나이와 덕망과 학식과 넓으신 아량으로 나와같은 후배들과 함께함이 욕되지 않는다 하시고, 소자에게 서찰을 주고 받으시며 웃음과 해학을 하시니 그 청진하고 쇄려하고 즐겨하시는 풍모는 족히 사람으로 하여금 서로 생각하게 하고 흥취를 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없다. 내 감히 다시 보내지 않을 수 없어 삼가 차운(次韻)을 아래와 같이 하여 올리고, 황공하고 죄송스럽습니다.
雲間精舍聞新構 구름속에 정사를 새로 지으셨다니,
物外禪房憶舊遊 물외의 선방에서 놀던 옛 시절 생각나네.
去國何妨緣老退 나라를 떠나는데 어찌 늙음이 방해되랴
買山聊作爲閑謀 애오라지 산을 사서 한가히 삶을 도모하시내.
携鑱斸藥芝田杳 칼 들어 약초 깎으니 지초 밭 아득하고,
拾桂烹茶竹院幽 계피 주어 차 끓이니 대 밭도 고요해라.
幾日牀前拜鳩杖 어느 날 선생을 찾아가 뵈오리요,
玲瓏窓戶看銀鉤 영롱한 창호에 조각달 보이내.
右退溪詩 위는 퇴계(退溪-李滉)선생의 시(詩)이다.
註, 1)매산(매산)-고사에 우적(于頔)이 대부(戴符)에게 백만 전(百萬錢)을 주고 산을 사들였다
2)구장(鳩杖)-나이가 일흔이 넘은 대신에게 나라에서 안석과 지팡이를 주는데 지팡이 꼭지를 비들기 모양으로 하였다. 즉 농암선생을 지칭한다.
<농암선생 시.
春日芝山精舍獨吟二絶寄仲擧
봄날 지산정사에서 홀로 절구 두 수를 읊어 중거(黃俊良)에게 부치다.
山腰屈曲路欹斜 산허리 구불구불하고 길은 비스듬한데
緣路爲臺眼界遐 길 따라 대를 쌓으니 안계가 멀리 보이네.
遊客尙嫌眺望礙 놀던 손님 멀리 보는데 막힘을 싫어하여
更新高築對文華 다시 높이 쌓아 청량산을 바라보게 하였네.
仲擧,曾臨以不見淸凉,爲恨,請斫東嶺孤松,松不可斫,乃移築高臺,使通望眼冀來再登也 (중거-黃俊良-가 일찍이 여기 와서 청량산이 보이지 않음을 한 스러워하며 동쪽 언덕의 한 소나무를 배어내자고 했다. 그러나 소나무를 벨 수는 없는 일이어서 다시 대를 옮겨 높이 쌓고 중거가 오기를 기다린다.
右新臺 위는 신대(新臺-새로 쌓은 대)이다.
白首鵷行病更仍 흰머리 벼슬길에 병이 다시 들어,
退閒終老欲依僧 물러나 한가로이 늙음을 마치도록 중에게 이지하고 싶네.
名途已厭輪蹄鬧 명예로운 길 수래 소리 어지러운 곳 싫으니,
妄轡休將近石層 망령되게 말고삐 잡아 돌층계에 가까이 오지 말게.
右石橋(所謂杜妄臺) 위는 이른바 석교(두망대)이다.
右聾巖詩 위는 농암(聾巖-李賢輔)선생의 시(詩)이다.
冬至後二日與退溪遊芝山精舍
동지 이틀 뒤에 퇴계와 더불어 영지정사에서 즐기다.
我自退閒專一壑 내 한가로이 물러나 한 구렁을 차지했으나,
君胡早歲亦云乎 그대 어찌 젊은 나이에 그리 한다 하는가!
自知理屈供雖在 스스로 도리가 아님을 알고 바친 글이 여기 있으니,
他日還爭未信無 다른 날 다시 와서 다툴 일을 없으리라.
北麓經營問幾春 북쪽 기슭에 경영한 집 몇 해나 되었는고,
蜂頭作舍肇今辰 봉두(峰頭)에 지은 정사 이때가 처음일세.
此生俱是居停耳 이 인생살이는 마치 거정주인과 같은 것,
莫把虛名較主賓 허명을 잡고 주인이니 손님이니 다투지 말게나.
右聾巖原韻 위는 농암(聾巖-李賢輔)선생의 원운(原韻)이다.
차운
퇴계선생
倍遊靈芝精舍次主人相公韻
영지정사에서 모시고 즐기면서 주인 상공의 시를 차운(次韻)하다.
嫌於仍執爲遷居 편협함이 혐이스러워 거처를 옮겼으니,
豈敢還爭再度乎 어찌 감히 다시 와서 논쟁하겠습니까.
已戒兒孫知我意 이미 자손들에게도 나의 뜻 알렸으니,
煙霞從此斷猜無 연하는 이로부터 단연코 시기함이 없을 것입니다.
右退溪次韻 위는 퇴계선생의 시이다.
註, 1)잉집(仍執)-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차지함
再次呈舟中
재차 배안에서 드리다.
靈芝山舍喜初成 영지정사 처음 이루어서 기뻐하셨고,
竹杖芒鞋伴麴生 짚 신에 지팡이 집고 국화를 벗하시내.
我欲從公尋蕙路 저도 공을 따라 곧 장 따라가고 싶습니다만,
紅塵無奈惹雲行 벼슬살이 메인 몸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右退溪詩 위는 퇴계선생의 시이다.
위는 임인년(壬寅-1542년)에 농암(聾巖)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영원히 은퇴할 때 퇴계선생이 한강의 배 위에까지 따라와 이 시를 지어 바쳤다. 경복궁 전별연에 이어서 한강가 제천정(濟川亭)에서 다시 충재선생을 비롯한 여러 벗들과 다시 회동했는데 이 때도 퇴계선생이 참석하시어 제천정송이참판사환(濟川亭送李參判辭還)이라는 시를 쓰셨다.
註, 혜로(蕙路)-향초(香草)가 자라는 길
서기 2008년 5월 일
成均館儒道會禮安支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