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하다는 것을 우리 집이 갖췄다고 말하는데 불쌍한 이 내 몸은 어디를 가서 이것을 모르는가? 부모형제가 단란하게 지내는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자신은 공부하느라고 떠나 있어 이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부모구존, 형제무고는 맹자의 '군자삼락' 중에 나오는 말이다. 부모구존(父母俱存) 하며 형제무고(兄弟無故)가 一樂也요,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하며 가 二樂也요, 덕천하영재이교육지(得天下英才而敎育之) 하며 三樂也니라.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보아서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며, 굽어 보아서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둘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니라.

부모님 계신 제는 부몬 줄을 모르더니
부모님 여읜 후엔 부몬 줄 아노라
이제사 이 마음 가지고 어디다가 베푸료

부모의 사랑을 살아생전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돌아가신 후에야 부모인 줄 절감하는 자식의 마음을 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제 사 부모의 사랑을 어디엔가 베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이니 37살 이후에 지었다.

형제 열이라도 처음은 한 몸이라
하나이 열인 줄을 뉘 아니 알리마는
어떻다 욕심에 걸려 한 몸인 줄을 모르느뇨

이현보의 적실 소생은 6남 1녀, 측실 소생은 2남이다. 형제가 많아도 다 부모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몸이니 욕심 때문에 우애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형제우애를 강조하고 있다.

이숙량은 이황의 문하에서 공부했으며,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다. 25살에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출사하지 않고 성리학 연구에만 전념했다. 평생 처사로 지냈으며 후일 왕자사부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선조는 그의 가문에 친히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란 여덟 자를 써서 하사하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격문을 지어 의병을 궐기, 영남우도지역 방어에 큰 공을 세우기도 하였다. 난중에서 죽었으며 대구의 연경서원에 제향되었다.

이숙량의 ‘분천강호가’는 이황의 ‘도산십이곡’, 권호문의 ‘독락팔곡’을 계승했다. 이 작품들은 영남가단을 이끈 아버지 이현보의 ‘농암가’, ‘어부가’로부터 비롯되었다. 송순 정철 윤선도의 호남가단과 더불어 조선후기 한국문단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