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유 평천장 李德裕平泉莊

윤기(尹愭) 1741년(영조 17)~1826년(순조 26)

無名子集文稿册十二 / [文] / 井上閒話 五十一○下又有十九條

築墻之誡

古詩云人生不滿百。常懷千歲憂。可謂善形容也。夫人生百年云者。以人壽之極於百也。而能百年者有幾。大壽不過八九十。而或不免於夭折。假使能至於八九十。其間直須臾。達觀之則與朝菌蟪蛄等耳。然而常懷千萬歲之憂。常作千萬歲之備。可哀也。李德裕平泉莊。周回十里。蓄奇花異草珍松怪石。泉水像巫峽十二峯洞庭九派。人題詩曰隴右諸侯供語鳥。日南太守送名花。嘗戒子孫曰。鬻平泉者。非吾子孫。以一樹一石與人者。非佳子弟。有醒酒石。醉卽踞之。五代時有監軍得之。蓮房玉藻。僅有存者。至宋陶學士。徙置梨園別墅。噫。德裕之爲平泉莊也。竆極豪奢。求聚珍奇。以供耳目之玩。觀於一杯羹三萬可知也。乃欲傳之子孫。爲萬世基業。其志可謂遠矣。而曾未幾何。以一樹一石不欲與人者。失於監軍。徙於陶學士。遺墟荒草。蕩然無復昔日之繁華。徒留平泉莊三字於後人之口。豈不可笑。然後之人猶不能鑑於是。不知又有幾平泉於世間。可不謂之愚乎。平恩侯許伯入新第。丞相將軍皆往賀。蓋寬饒仰屋歎曰。富貴無常。忽則易人。此如傳舍閱人多矣。此言可爲富貴家座右箴也。郭汾陽治第。謂工人曰。好築此墻。勿令不牢。築者釋錘而對曰。數十年來。京城達官家牆。皆某所築。今某死某亡。某敗某絶。人自改換。牆固無恙。令公卽日請老。此與圬者王承福之言相類。昌黎所謂賢者也。後世如李沆之不治堂前藥欄。范仲淹之不治洛陽第。亦庶乎能知此義者歟。蓋世途多故。人事易變。雖明日事。尙不可必。况明日以後事乎。况爲子孫計乎。况子孫未必賢乎。余嘗於嶺外。遇金上舍龍翰。謂余曰吾少治擧業。數入京師。其始至也。過康莊見大宅高門。門外車馬雲屯。門內奴卒奔走應對。問之則曰某相公宅也。某判書宅也。後一二年。復過之則乃閴寂荒凉。怪而問之。則或曰死而子孫鬻之也。或曰竄逐也。或曰罪廢下鄕也。又有他處新貴家。而數年後亦然。蓋未有久而能如一者。而吾居巘陽已數世。尙保有舊業。耕鑿歌詠。乃知京師不可居也。余笑曰此豈京師使之然哉。亦在乎其人焉爾。今錄其言於此。以附築者圬者之後。

담장을 쌓는 자의 훈계 (築墻之誡)

고시(古詩)에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에, 늘 천 년의 시름을 품고 있도다.”라고 하였으니, 잘 형용하였다고 하겠다. 인생이 백 년이라는 것은 사람의 수명이 백에서 극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 년을 사는 자가 몇이나 되는가. 장수라고 해야 팔구십에 지나지 않고, 혹은 요절을 면치 못하기도 한다. 가령 팔구십에 이를 수 있더라도 그사이가 단지 잠깐이니, 달관의 눈으로 보면 아침 버섯과 여름 매미와 똑같을 뿐이다. 그런데 늘 천만세의 근심을 품고 늘 천만세의 준비를 하니, 애처롭다 하겠다.

이덕유(李德裕)의 평천장(平泉莊)은 둘레가 10리인데, 기이한 풀과 진귀한 소나무와 돌을 모았고, 샘물은 무협(武峽)의 12봉과 동정호(洞庭湖)의 9줄기를 형상하였다. 사람들이 평천장을 읊은 시에 “농우 땅의 제후가 말하는 새를 바치고, 남방의 태수는 이름난 꽃을 보내네.”라고 하였다.이덕유가 일찍이 자손에게 훈계하기를 “평천장을 파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고, 나무 하나 돌 하나라도 남에게 주는 자는 좋은 자제가 아니다.”라고 하였다.평천장에 술 깨는 돌〔醒酒石〕이 있어서 이덕유는 취할 때마다 번번이 즉시 걸터앉곤 하였는데, 오대(五代) 때에 어떤 감군(監軍)이 얻게 되었고,연방(蓮房)과 옥조(玉藻) 등 겨우 몇 가지만 남아 있더니, 송(宋)나라에 이르자 도학사(陶學士)가 이원별서(梨園別墅)에 옮겨 두었다.

아, 이덕유가 평천장을 만들 때 호화와 사치를 극도로 부려 진기한 물건을 구하여 이목(耳目)의 즐거움에 이바지하였으니, 국 한 그릇에 3만 전을 들였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자손에게 전하여 만세의 기업을 만들고자 하였으니, 그 뜻은 원대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에게 주고 싶지 않던 나무 하나 돌 하나도 감군에게 잃고 도학사에게 옮겨지게 되어서 정원의 터는 풀이 무성하여 옛날의 번화함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한갓 평천장 세 글자만이 사람들의 입에 남았으니, 어찌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후세 사람들이 여기에서 교훈을 삼지 않고, 또 세간에는 몇 개의 평천장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어리석다 하지 않으랴.

평은후(平恩侯) 허백(許伯)이 새집에 들어가자, 승상과 장군들이 모두 가서 축하하였다. 개관요(蓋寬饒)가 지붕을 올려다보며 탄식하기를 “부귀는 일정하지 않아서 잠깐 사이에 주인이 바뀌니, 이런 집은 여관처럼 지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부귀한 집안의 좌우명이 될 만하다. 곽분양(郭汾陽)이 저택을 꾸미면서 목수에게 말하기를 “이 담장을 잘 쌓아서 견고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자, 담 쌓는 자가 저울추를 내려놓고 대답하기를 “수십 년 이래 서울의 유명한 집안 담장을 모두 제가 쌓았는데, 지금 아무아무는 죽거나 망했고 아무아무는 패가하거나 자손이 끊겼으나, 담장만큼은 아무 탈이 없었습니다.”라고 하니, 곽분양은 그날로 늙음을 이유로 벼슬에서 물러났다. 이 이야기는 오자(圬者) 왕승복(王承福)의 말과 비슷하니, 창려(昌黎 한유(韓愈))가 말한 현자(賢者)이다.

후세에 이항(李沆)이 집 앞의 약초 울타리를 수리하지 않았고,범중엄(范仲淹)이 낙양의 저택을 수리하지 않았던 것은 또한 이런 뜻을 안 것이라 하겠다.

세상길에는 일이 많고 사람의 일이란 쉽게 변하는 것이니, 내일의 일도 오히려 기필할 수 없거늘 하물며 내일 이후의 일과 자손을 위한 계책이겠으며, 또한 자손이 반드시 어질지 않음에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내가 일찍이 영남에 있을 때 상사(上舍) 김용한(金龍翰)을 만났는데, 나에게 말하기를 “내가 젊어서 과거 공부를 하여 여러 차례 서울에 드나들었는데, 처음 들어갈 때 큰 거리를 지나면서 큰 집과 높은 대문을 보게 되었소. 문밖에는 수레와 말이 그득하고, 문안에는 종과 하인이 분주히 응대하기에 누구 집인지 물었더니, 아무 정승댁이며 아무 판서댁이라고 하였소. 일이 년이 지나 다시 지나가는데 고요하고 황량하기에 괴이한 생각이 들어 그 까닭을 물어보니, 어떤 집은 주인이 죽자 자손이 팔아 버렸고, 어떤 집은 유배를 갔고, 어떤 집은 벌을 받고 시골로 내려갔다고 대답하였소. 또 다른 곳에 새로 선 고귀한 집들도 수년 후에는 마찬가지여서 한결같이 오래되도 유지된 집이 없었소.그러나 우리 집은 헌양(巘陽 언양(彦陽)의 옛 이름)에 거주한 지 여러 대인데 아직까지 구업(舊業)을 보존하면서 밭을 갈아먹고 샘을 파서 마시며 즐거이 노래하며 살아가니, 서울이 살 수 없음을 알게 되었소.”라고 하였다.

나는 웃으며 “이 어찌 서울이 그렇게 만든 것이겠소. 또한 사람에게 달린 것뿐이오.”라고 하였다. 이제 그 이야기를 여기에 기록하여 담장 쌓고 흙 바르는 자의 뒤에 붙여두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