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종택 숙박 주요 유적 소개

 

  

 

  

차례

1. 농암종택

2. 긍구당

3. 명농당

4. 분강서원

5. 애일당

6. 강각

 

 

                                                                 

 1.농암종택

 

         농암종택(1370년-현재)

         부속 긍구당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2호 

 

 

 

 

 ■ 1960년대 농암종택 모습

 

  바같마당의 볏단뒤로 대문채와 구인수, 그리고 안채 동편과 그 뒤로 사당이 보인다. 농암종택의 모습은 1526년의 '분천헌연도', 1710년 무렵 월탄 김창석의 '분강촌도' 그림 등에 그 옛 모습들이 보인다.   

 

 

  

  농암종택은 농암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이며, 직계자손들이 650여년을 대代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집이다. 최초 이 집을 지은 분은 영천이씨 안동입향시조 이헌李軒으로, 선생의 고조부高祖父이다. 군기시소윤 벼슬을 했다. 고려말 영천에서 서울로 내왕하다가 이곳 산수를 사랑하시어 그대로 복거卜居하였다. 자손들은 이분으로부터는 23세손, 선생으로부터는 18세손까지 내려왔다. 농암선생이 ‘불천위不遷位’로 모셔졌기에 ‘농암종택’으로 부른다.

  종택은 2,000여 평의 대지 위에 사당, 안채, 사랑채, 별채, 문간채로 구성된 본채와 긍구당, 명농당 등의 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긍구당肯構堂’은 1370년 전후, 이헌이 지은 건물이며, ‘명농당明農堂’은 1501년 선생 나이 44세 때 귀거래歸去來의 의지를 표방하고 지은 집으로, 벽 위에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렸다. 

  종택과 ‘분강촌汾江村’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은 여러 종류인데, 특히 1526년에 그린 ‘분천헌연도汾川獻燕圖(보물 1202)’는 선생 당시의 풍광이 잘 나타나 있다. 바깥마당에 거목의 ‘홰나무(槐木)’가 있어 이를 ‘구인수九印樹’라 불렀다. 그 연유는 선생 당시 아들, 사위 등 9남매가 벼슬을 하여 수연壽宴을 하기 위해 모이면 이 나무에 그 인끈 9개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또 마당에는 ‘옥인석玉印石’, ‘금상석金床石’이라는 우아한 4각형의 단아한 바위가 있었고, 명농당 앞에는 ‘영금당影襟塘’이라는 아담한 연못도 있다. 그러니까 종택 건물 역시 ‘긍구당’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니, 600년의 역사는 넘는 건물이라 할 수 있다.  
  1544년, 신재(愼齊 周世鵬)선생이 청량산을 가던 도중에 선생을 예방했는데, 그때 선생과 농암종택을 묘사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농암을 분강汾江가로 찾아뵈오니, 공이 문밖까지 나와 맞이했다. 방에 들어가 바둑을 두니 곧 술상이 나왔다. 큰 여종은 거문고를 켜고, 작은 여종이 비파를 불면서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농암의 ‘귀전부’, 이하李賀의 ‘장진주사’와 소설당蘇雪堂의 ‘행화비렴산여춘’ 등을 노래했다.  공의 아들 문량文樑은 자字가 대성大成인데 모시고 있다가 ‘축수의 노래(壽曲)’를 불렀다. 나와 대성이 일어나 춤을 추니 공이 또한 일어나 춤을 추었다. 이때 공의 춘추 78 세로 내 아버지의 연세여서 더욱 감회가 깊었다.
  공의 거처는 비록 협소했으나 좌우로 서책이 차 있으며, 마루 끝에는 화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담 아래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마당의 모래는 눈처럼 깨끗하여 그 쇄락함이 마치 신선의 집과 같았다.”
원문 “公所居殊隘 然左右圖書 堂前列置花盆 墻下植花草 庭沙如雪 灑然若入神仙宅也”

 

  
  지금 종택 사랑마루에는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내린 ‘적선積善’이란 어필이 걸려있다. 크기가 무려 1m나 되는데, 선생 아들 매암梅巖 이숙량李叔樑이 왕자사부王子師傅의 벼슬을 받아 선조 임금께 나아가 사은숙배하니 임금이 “너의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 하시고, 즉석에서 써서 하사했다. 선생의 '효와 경로정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씀이었다. 

그 밖에도 종택은 33점의 보물과 2점의 지방문화재를 포함한 5천여 점의 전적과 고문서 등의 유품을 최근 국학진흥원에 기탁하여 그 목록집이 발간된 바 있다.종택은 지금 안동시의 ‘고가옥활용 프로그램’에 의해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숙박체험을 하고, 퇴계친필의 농암선생 ‘어부가’와 퇴계선생의 ‘도산12곡’의 탁본도 한다.
  종택 주변의 여러 유적들은 ‘분강서원汾江書院’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암 당시에 지어진 집이며, 앞산 너머 청량산 남록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가을날 운무에 감싸인 현재의 농암종택

 

 

#####농암종택 관련 더보기 

 

  농암종택과 관련해서 농암선생의 어머니 권씨부인의 선반가를 소개한다.

 

 

권씨부인과 선반가宣飯歌

 

 

 

  농암가문의 시가문학은 전승되어 농암의 어머니 권씨부인, 농암 자신, 아들 이숙량李叔樑, 종증손자 이시李蒔 등 4대가 우리말의 시조작품을 남겼다.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가사문학의 3대가’로 평가받는 조우인曺友仁은 농암의 증손서이다.

특히 권씨부인이 지은 ‘선반가宣飯歌’는 이 지역에 우리말로 된 노래의 전통이 흘러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 국문학계에 주목받고 있다. 내용은 자식이 승진하여 귀향하니 어머니가 기뻐서 노래한 매우 소박한 작품이다.

 

 

먹기도 좋구나 승정원 선반이여

놀기도 좋구나 대명전 기슭이여

가기도 좋구나 부모 향한 길이여

 

 

  이 노래가 지어진 연유를 농암은 이렇게 기록했다. 아름다운 내용이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1526년 여름 진해지방 관원들의 비리가 있음을 조사하라는 특명을 받고 달이 넘도록 분주히 다녔으나 끝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서諭書가 내려와 보니 뜻밖에 당상관 병조참지에 임명되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어버이가 계신 고향 예안에 잠시 들려 이 사실을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기뻐하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마침 서울 친구가 보낸 ‘옥관자玉冠子’가 도착하여 곧 부모님 앞에서 망건을 풀고 옥관자를 달았다. 이에 어머니께서 손으로 만지시며 말씀하시기를 ‘옥관자에 구멍이 많아 뀌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 하시어, 내가 우스개로 답변하기를 ‘다는 것이 어렵지 어찌 뀌는 것이 어렵겠습니까’하니, 온 집안이 기쁘게 웃었다.

  다음 해 봄, 동부승지에 임명되어 여가를 얻어 찾아뵈오니, 어머니께서 미리 소식을 듣고 언문노래를 지어 아이계집종에게, ‘승지가 오거든 내가 지은 노래로 노래하라’ 했다. 그 노래가 ‘선반가’였다. 이는 대개 어머니가 어려서 부모를 여의시고 외삼촌인 문절공(文節公 金淡) 댁에서 성장하시어 ‘승지’ 벼슬이 귀한 것을 알았던 까닭이다. 내가 과거에 급제하여 경향으로 벼슬길에 다닌 것이 어언 40년, 어버이를 모신지가 이미 여러 해이나 오직 이 두 가지 일이 가장 즐거웠다. 이때 감사監司 신상申鏛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 수연을 배풀고 축하시를 지었다. 즐거웠던 추억과 지은 시詩들을 버릴 수 없어 작은 책을 만들었다. 아울러 동양의 시를 애일당에 감추어 두고 후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도록 했다.”

 

 

 

2. 긍구당

  

긍구당 肯構堂(1370년-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2호)

 

 

  

 

■사진 긍구당肯構堂

 

 긍구당肯構堂은 1370년경 건립된 건물로, 농암의 고조부인 이헌李軒이 지었다. 농암 당시 퇴락하여 1553년 중수하고 긍구당이란 편액을 붙였다. 긍구는 '조상의 유업遺業을 길이 이어가라'는 뜻이다. 농암은 이 집에서 태어났고 또한 이집에서 돌아가셨으며, 농암 사후 농암종택의 중심 건물이 되어 모든 문사門事가 여기서 결정되었다. 편액글씨는 영천자 신잠(靈川子 申潛)이 썼다.

 

1551년 7월 29일, 농암 85세 생일날 친지들의 축하 시를 받아들고 그 감격을 '생일가' 한 수로 표현했다. 1554년 3년 뒤, 새해를 맞이하여 동안학발童顔鶴髮에 종1품 숭정대부崇政大夫의 직책을 지닌 재야 재상으로 ‘금서띠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사돈 탁청정 김유金綏, 족질族姪 퇴계 이황李滉, 손서孫壻 금계 황준량黃俊良, 예안현감 이봉수李鳳壽 등 이웃 친지들과 아들 문량文樑, 희량希樑, 중량仲樑, 계량季樑, 숙량叔樑의 축하의 시와 수연壽宴을 받고 그 소회를 글과 시로 남겼다. 농암의 이날 소회에는 "퇴락한 집을 문량이 주장하여 중수하고, 마침 이 날 이집에서 신년을 맞이하여 내가 '긍구당'이라 이름하니 중량이 시를 지어 좌중에 올렸다"고 했다.   

지금 긍구당 마루에는 농암을 비롯한 위 참석 명현과 다섯 아들들의 시와 생일가가 벽에 판각되어 있다. 봉화 구전종택(苟全 金中淸)에는 당시 구전깨서 이 시편들을 큰 글씨로 써서 목판으로 남겼는데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다. 생일가는 이러하다.

 

 

공명이 끝이 있을까, 수요壽夭는 하늘에 달린 것

금서띠 굽은 허리, 여든 넘어 봄 맞음 그 몇 해인가

해마다 오는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 일세

  

   

 

 

3. 명농당

  

명농당 明農堂(1501년-현재)

 

  

 1501년 농암 44세, 고향에 ‘명농당’이라는 조그만 집을 짓고 벽 위에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렸다. 그리고 4년 뒤 49세에 잠시 휴가를 얻어 명농당에 들러 시를 써서 붙이고 다시 한 번 귀거래의 의지를 다졌다. 그 시는 이러하다.

 

 

龍壽山前汾水隅        용수산 앞 분강 구비에,

菟裘新築計非無        초가 한 칸 지음은 뜻한 바 있음이다.

東華十載霜侵鬢        벼슬길 10년 하얀 귀밑 털이,

滿壁虛成歸去圖        벽에는 헛되이 ‘귀거래도’만 그렸네.

 

  

  1542년 아버지가 돌아가지자, 농암은 임금과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은퇴했다. 농암을 위한 전별면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으로 모든 대신이 참석했다. 제천정전별연는 경기감사 신거관愼居寬, 판돈령 윤임尹任, 동지중추부사 정사룡鄭士龍, 동지중추부사 윤사익尹思翼, 공조참판 윤개尹槪, 첨지중추부사 이희보李希輔, 첨지중추부사 윤계尹溪, 부원군 윤여필尹汝弼, 좌찬성 유관柳灌, 좌참찬 권벌權橃, 이조판서 유인숙柳仁淑, 형조판서 이기李芑, 형조참의 이임李霖, 호조판서 정순명鄭順明, 공조판서 홍경림洪景霖 등이 참석했고, 이들의 전별행차는 다시 북쪽으로 옮겨 두모포전별연으로 이어졌다. 이때 전별시를 쓴 명현은 창령군 曺繼商, 좌참찬 李彦迪, 동지 鄭士龍, 첨지 金光準, 예조판서 金安國, 형조판서 成世昌, 예조판서 宋麟壽, 호조참의 張籍, 예조참의 趙士秀, 병조참판 鄭世虎, 풍기군수 周世鵬, 도승지 李瀣, 의정부사인 李滉 등이다. 농암은 은퇴의 기쁨을 도연명의 ‘귀거래’에 비유하고 그의 ‘귀거래사’를 본받아 ‘효빈가效顰歌’라는 감격적 소회의 시조를 읊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1542년 가을, 농암 늙은이 비로소 인끈을 벗고 국문國門을 나와, 한강 기슭에서 친구들과 이별하고 돌아가는 배를 탔다. 술에 취해 배 안에 누우니 달이 동산에 떠오르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문득 도연명의 ‘배는 표표히 바람에 나부끼고’의 구절을 읊조리니, 돌아가는 흥겨움이 더욱 깊어져 스스로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에 노래를 지으니, 이 노래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은 까닭으로 ‘효빈가’라 했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 뿐이오 간사람 없어,

전원이 황폐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명농당’증시자는 慕齋 金安國, 思齋 金正國, 松齋 李堣, 愼齋 周世鵬, 雲巖 金緣, 溫溪 李瀣, 退溪 李滉 등이며, 현판 글씨는 眉叟 許穆의 글씨로 원본은 국학진흥원에 보존되어 있다.

 

 

 

<더 읽어보기.>

 

■명농당, 귀거래도에 대한 동료, 친구들의 시

 

 

* 김안국 선생의 시

 

彭澤高風颯座隅    팽택 높은 바람 자리구석 나부끼니 , ,

千秋意契未能無    천추의 뜻한 바 없지 않으리.

他年報了君恩後    훗날 임금의 은혜를 갚은 후, ,

壁上何妨續作圖    돌아가 귀거래도를 그림이 어떨까.

 

(八月金慕齋先生以道伯來訪于明農堂先生契好甚至升堂壽雙親因次壁上韻 1517년 8월, 모재 선생이 명농당으로 내방하셨다. 선생과는 심히 친하셨기에 안 마루로 올라 양친에게 잔을 올리고 벽 위의 시를 보고 지으셨다.)

『농암집』‘제명농당題明農堂’

 

김안국(金安國 1478-1543) : 자 국경國卿, 호 모재慕齋, 대제학, 판중추부사, 시호 문경文敬,여주 기천서원 재향.

 

 

이우 선생의 시

 

病人宜退故山隅    병든 사람 마땅히 고향으로 가야하나

君亦言歸信有無    그대 또한 간다고 말하는가

何日紋枰亭上對    어느 날 정자에서 바둑을 마주하며

從君一賭壁中圖    그대 따라 귀거래를 시도할까

 

이우(李堣1469-1517): 자 명중明仲,호 송재松齋, 경상도관찰사, 이조참판, 안동 청계서원 제향

 

 

 

■‘명농당’, ‘귀거래도’에 대한 관료, 친지들의 증시로, 모두 농암의 隅, 無, 圖 자의 운을 따라 지었다.

 

 

농 암

龍壽山前汾水隅 菟裘新築計非無 東華十載霜侵鬢 滿壁虛成歸去圖

 

 

慕齋 金安國

彭澤高風颯座隅 千秋意契未能無 他年報了君恩後 壁上何妨續作圖

 

 

思齋 金正國

嶺外行行地一隅 山川明媚見曾無 此中宜着投簪老 須倩龍眠上畵圖

 

 

松齋 李 堣

病人宜退故山隅 君亦言歸信有無 何日紋枰亭上對 從君一賭壁中圖

 

 

愼齋 周世鵬

天上聲名溢海隅 人間福德似公無 歸來却對明農壁 始覺南行是畵圖

 

 

雲巖 金 緣

小堂臨水架南隅 疊嶂長林隱有無 今日始償投老計 歸歟欣副壁間圖

 

 

溫溪 李 瀣

百年形役行休耳 於我浮名豈有無 獨有小堂幽賞足 喜今心事愜前圖

 

 

退溪 李 滉

朝市山林豈一隅 行藏隨處兩難無 孤雲出峀有時返 恰似明農堂裏圖

 

  

 

"5두의 봉급으로 허리를 꺾음이 어찌 부끄러움이 없으랴"

 

  

 

4. 분강서원

  

분강서원 汾江書院(1699년-현재)

 (부속 농암사당 -경상북도 유형문화재31호)

 

 

 

  분강서원汾江書院은 1699년 후손과 사림士林이 농암선생의 학덕學德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말하자면 조선시대 사립대학이라 할 수 있다. 강당 흥교당은 교실이며, 흥교당에 딸린 방 성정재는 교장실이며, 동재는 학생 기숙사, 서재는 교무실 겸 선생님 방, 한속정사 건물은 행정실이라 보면 된다.

  지금 분강서원은 『창원일기創院日記』,『복원일기復元日記』,『분강영당영건소계첩汾江影堂營建所稧帖』,『영정개모일기影幀改摹日記』,『임사록任司錄』,『전장기傳掌記』,『부조기扶助記』,청선액소請宣額疏, 진설도陳設圖, 홀기笏記 등 많은 자료가 남아 있어 서원창건과 운영 사항을 잘 알 수 있다.구조는 위패를 모신 숭덕사崇德祠를 비롯하여 강당 흥교당興敎堂과 성정재誠正齋, 동재 극복재克復齋, 서재 경서재敬恕齋, 그리고 고직사庫直舍로 되어있다. 편액은 성세정成世珽, 상량문은 옥천玉川 조덕린趙德隣, 봉안문奉安文은 동리東里 김화金璍, 분강서원기汾江書院記는 장진張璶이 썼다.

단산 김종구金鍾九의 ‘향사참석소감문(汾江書院享禮後志感)’을 소개한다.

 

 

  "아! 우리 효절공 농암 이 선생은 국가의 동량이었다. 3조정을 거치면서 왕실을 보좌하여 태평세월을 이루었다. 벼슬은 정승에 올랐다. 시골로 은퇴했지만 벼슬이 내려와 재야재상이 되었지만 강호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뿐이었다. 당시 퇴계 이 선생이 도산에서 강학하며, 선생을 선진장덕先進長德으로 존경하여 많은 왕복 시문을 남겼다. 퇴계선생이 애일당에 올라 시를 지은 것이 있으니,

 

高臺新曲賞深秋 고대 새 구비에서 가을을 감상하고,

手折黃花對白鷗 손으로 국화를 꺾으면서 갈매기를 마주한다.

仰德至今淸夜夢 덕을 우러러 본 지금 맑은 밤 꿈결같이,

月明時復到中洲 밝은 달이 다시금 물속에 떠오른다.

 

  외우고 감상하니 완연히 농암선생의 도학풍절이 백세사표가 되고, 하늘이 강호의 뜻으로 기르려고 함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전에는 효절공의 분강서원이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무진년에 국법으로 훼철되어 잡초 우거진 황폐한 터전이 된지 이미 100여 년이 되었다. 지난봄에 선생의 종손 용구龍九씨가 이를 탄식하며 향중에 발의하여 사림이 이에 새로 서원과 사당을 복원했다.

 

  서원은 넓고 아름다워 선생의 초상화를 봉안하고 해마다 향사를 치르니 자손이 그 근본에 보답하는 정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선생의 도를 잇고 그 찬연함을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밝히게 되었다. 종구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감회가 없지 않아, 삼가 시 한 수를 지어 백세의 고경한 사상에 붙여두고자 한다."

 

 

 

5. 애일당

 

애일당愛日堂(1512년-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34호)

 

  

   관포 어득강 선생의 애일당 증시 친필

  

 

 

  

6. 강각

  

강각江閣(1544년-현재)

 

                                                  

 

 

 

 

                   

                                                         강각江閣

                                                              -신선들의 높은 모임 전설이 되리니

                                       

 

 

 

 

“술잔에 술을 부어 뗏목에 올려 띄우니 퇴계가 아래에서 웃으면서 받아 마시기를 왕복 서너 차례,”

-분강의 유상곡수, 신선들의 높은 모임 전설이 되려니, 강각, 퇴계의 농암, 금계행장 저술

 

 

 

사진: 분강촌도

 

 

 

1. 분강의 유상곡수流觴曲水-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풍경

 

분강에 유상곡수의 풍류가 있었다. 1547년 7월, 농암 이현보, 퇴계 이황, 금계 황준량 등이 함께한 분강 뱃놀이 풍류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유상곡수였고, 그 요소는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풍경이었다. 명작 '농암 어부가'가 이 모임에서 잉태되고 있었다. 농암은 그 풍광을 이렇게 묘사했다.

 

“‘분강 자리바위(簟石)’의 유상遊賞을 퇴계와 금계와 아들, 동생들이 함께 했다. 조그만 배를 타고 ‘귀먹바위(聾巖)’ 아래로부터 배 줄을 풀어 천천히 흘러가서, ‘사자바위’를 지나 ‘코키리바위’에 이르러 배를 바위에 의지해 묶어 놓고, 주변을 두루 구경하고 나서 다함께 올라가서 만져보고 놀기를 오래하였다.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구름이 달빛을 가리어 물빛이 흐릿하여 촛불을 켜 밝히니 바위는 분강 한가운데 드리워 있고, 강물은 여기에서 좌우로 나누어져서 흘렀다. 한 줄기는 내가 앉은자리 곁으로 흐르고 그 아래는 퇴계가 앉아 있었다. 내가 취하여 희극을 하는데 술잔에 술을 부어 조그만 나무 뗏목에 올려 띄우니 퇴계가 아래에서 웃으면서 받아 마시기를 왕복 서너 차래, 금계의 무리들이 이 정경을 보고 부러워했다.”

 

농암의 시는 이러하다(次韻).

 

 

蘸水奇巖有舊名 물속 기이한 바위 옛 이름 있었는데,

遊人探勝自篷瀛 유인遊人이 사랑해 스스로 신선이 되었다네.

雨餘江漲波光碧 비 온 뒤 물빛 푸른데,

夜久烟沈燭影明 밤 물안개에 촛불 그림자 선연하다.

 

坐石四隅隨地勢 바위모양 따라 네 구석에 앉아,

流觴兩處剩歡情 술잔을 양쪽으로 띄우니 기쁨이 넘친다.

醉來還泛中流棹 취하여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흘러가니,

飛沫西風洒面淸 휘날리는 서풍에 낯이 씻기어 상쾌하다.

 

(雨餘泛舟遊簟石次退溪 비온 뒤 배를 띄우고 점석에서 유상하며 퇴계의 시를 따라 짓는다.)

『농암집』

 

 

*퇴계의 시는 이러하다(原韻)

 

 

投老歸田豈爲名 벼슬을 던짐이 어찌 명성을 위함인가

陪遊泉石似登瀛 모시고 천석泉石에서 노니 신선이 된 듯.

賜書屢賁楊三逕 여러 번 책을 하사 받은 양억楊憶과

欶水寧論賀四明 삭수欶水의 하사명賀四明을 어찌 비유하리!

 

雨送雙鳧雖絶勝 비속에 신선을 보내니 경치 더욱 빛나고,

風吹一葉更多情 바람이 불어오니 더욱 다정하다.

林間小閣通宵夢 숲 속 소각에 밤새도록 꿈인데,

陡覺神魂分外淸 문득 깨어나니 정신이 분수밖에 깨끗해진다.

 

(聾巖相公邀城主及滉遊賞泉石, 其日雨城主來而滉不往, 後數日再招, 滉與仲擧諸人泛舟 爲簟石之遊, 仍留宿江閣, 相公令詩以寄其事 농암 상공께서 성주(예안현감)와 황을 맞이하여 천석에서 유상하고자 했다. 그날 비가 와서 성주는 왔으나 황은 가지 못했다. 며칠 뒤 다시 부르셨다. 황과 금계 및 여러 분이 배를 띄워 ‘자리바위’의 놀음을 만들었다. 이리하여 이날 강각에 유숙했는데, 상공께서 시로써 그 사실을 기록하셨다.)

『도산전서』3, 시詩

 

 

*금계의 시는 이러하다(次韻)

 

 

題品亭臺盡命名 정자, 누대 품평하고 이름 붙였으니,

一區形勝幻壺瀛 한 구역 명승지, 바로 신선세계일세.

蘭舟劈浪魚驚躍 목란배 물결 가르니 물고기 놀라 뛰고,

雪客翹沙眼轉明 백로 모래에 내려앉자 눈 더욱 밝아오네.

 

觴泛會稽飛醉興 술잔 띄우니 곡수曲水인양 감흥 일어나고,

雨催工部動詩情 비 재촉하니 두보杜甫처럼 시심 움직이네.

眞仙高會應傳說 신선들의 높은 모임 전설이 되리니!

留取金聲滿耳淸 머물러 듣는 금옥소리 귓전 가득 맑아오네.

 

“자리바위에서 퇴계와 임상(예안현감 임내신)의 시를 따라 지었는데, 바위 위에 유상곡수가 있었다( 簟巖次退溪任相韻 巖有流觴曲水)"

『금계집』, 簟巖次退溪任相

 

 

 

분강 뱃놀이 모임 다음날 농암과 퇴계는 다시 시를 주고받았다. 농암의 시는 이러하다.

 

脚疾難將御李舟 각질로 이응李膺의 배를 몰기 어려운데

危欄獨倚送中流 가파른 뱃전에 기대어 중류로 흘러가네.

日斜江面波紋靜 날은 저물어 수면 잔잔한데,

霜後林梢落葉稠 서리 후 나무는 앙상한 낙엽만이.

 

堂上蹁跣嫌獨樂 마루 위 춤추는 독락이 싫어,

蘺邊採擷揷誰頭 울타리 국화 따서 누구머리에 꽂아줄까.

繁絃急管兼花酒 노래 소리에 꽃술을 더했으니,

輪興全般作勝遊 흥을 실어 모두가 경치를 즐기네.

 

(簟石遊次李應敎韻錄呈行軒, 자리바위에서 퇴계의 시를 따라 짖고 그의 가는 길에 보낸다.

前日畏風未諧簟石之遊懈謝之餘獲覩寄豚兒長律詩雖寄兒意主於翁故不敢虛辱奉賡耳 전일 바람이 두려워 자리바위 유상을 함께 못함이 유감스러웠는데, 지금 시를 보내온 것이 비록 아이들에게로 되어 있으나 뜻이 나에게 주로 한 것이므로 감히 욕되게 할 수 없어 화답하고자 한다.)

『농암집』‘취시가醉時歌 소서小序’

 

 

퇴계의 시는 이러하다.

 

罇酒相携許入舟 배에서 술 마시고 노는 것 허락 받아,

仍於高座笑臨流 높은 자리에서 웃으며 흘러가네.

玲瓏玉界窓瓏靜 영롱한 옥계의 창문은 고요하고,

縹紗仙娥鼓笛稠 아리따운 신선 계집아이 피리소리 조밀하다.

 

世路向時眞失脚 세상 길 나아감이 진실로 잘못되었는데,

菊花今日滿簪頭 국화는 오늘따라 갓 위에 가득하다.

何因得脫浮名繫 어찌 뜬 명예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면서,

日日來從物外遊 날마다 모시고 쫓아다니는 물외物外의 유상.

 

(昨拜聾巖先生退而感作詩二首 어제 농암선생을 뵙고 물러나면서 느끼는 바가 있어 2수를 짖는다.)

『도산전서』3, 시詩.

 

 

 

 

2. 신선들의 높은 모임 전설이 되리니

 

분강은 신선세계이다. 산천은 아름다워, 모재 김안국은 “산수가 맑고 아름다워 황홀하기가 마치 도원에 들어가 신선을 만난 듯하다(山水淸麗 恍然 若入桃源而値仙老)”고 했으며, 농암도 어부가에서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 (三公不換此江山)”고 했다.

농암의 영정影幀(보물 872호)을 보면 그 풍도가 신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관의 평가도.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소요하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선과 같다"고 했다. 정승반열의 1품 숭정대부의 품계와 지중추부사의 직함을 지닌 재야재상에게 다른 표현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시적 이미지는 신선세계의 신선모임이다. 퇴계가 농암에게 '빗속에 신선을 보낸다' 고 하고, 농암도 고무되어, '스스로 신선이 되었다'고 했다. 퇴계도 ‘신선이 된 듯하다’고 했다. 이를 본 금계는 두 분 모두 신선이라 했다. 그래서 이 날의 모임을 "신선들의 세계이며, 신선들의 높은 모임은 전설이 될 것"이라 했다.

농암은 모두 신선이라 했다. 퇴계는 금계가 신선이라 했다. 그렇지만 금계는 자신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나이와 관록 등을 보아서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퇴계가 “금계는 세속을 벗어난, 미목이 그림 같은 인물이라” 했으니, 이미 포함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퇴계의 평가는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 어느 제자에게도 이런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퇴계에게 금계는 제자를 넘어서는 존재였고, 그 외모에 대해서는 "아전의 처가 상사병으로 죽었고, 그 원한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정말 '그림같은 외모'를 지녔던 모양이었다.

풍기의 ‘금계錦溪’ 계곡과 ‘금선대錦仙臺’ 명명도 예사롭지 않다. '그림 같은 얼굴’에 '비단 같은 개울', 그리고 '비단 신선이 노는 대'이다. 신선대는 있지만 금선대는 없다. 금계의 시, ‘유금선대遊錦仙臺’ 는 바로 신선유람神仙遊覽이다.

 

 

小白雲霞誰第一 소백산 경치 어디가 제일인가

仙臺風月自無雙 금선대 바람과 달, 짝할 데가 있으랴

爲披春服尋芳去 봄 옷 지어 걸치고 꽃 찾아 떠나

倦倚松陰倒玉釭 소나무 그늘에 기대어 술잔을 기울이네

 

 

단양 구담에서 ‘구담신선(龜仙)’이라 불린 이지번李之蕃과 의기투합했고, 그 아들 이산해의 8살에 쓴 글을 보고 격찬하며(屛見李山海八歲所書), 이후 친구처럼 시문을 주고받았다. 풍류 문필의 달인, 신재 주세붕과도 친밀했다. 주세붕이 22세 많고, 이산해가 22세 연하였으며, 농암이 50세 연상이니 그 교유 폭이 70세를 넘나들고 있다.

퇴계도 농암은 34세 연상이고, 금계는 16세 연하이며, 율곡 이이는 35세 연하이니 역시 그러하다. 농암 역시 신재, 퇴계, 금계와 망년지교를 했다. 학문과 대화가 통하면 나이를 넘어서는 교유가 선현들의 대인관이었다.

여기서 잠시, 금계가 신재를 그리워하며 쓴 시가 있어 소개한다. 제목이 “꿈에 주 경유를 만나 감회가 일어(夢周景遊有感)”이다. 여기서 신재를 신선이라 했다.

 

 

死別呑聲動五年 사별하여 목이 멘 지 5년이 흘렀건만

夢中風彩尙依然 꿈속에도 풍채는 오히려 의연 하여라

山陽已愴隣吹笛 산양에서 이웃 피리소리에 이미 슬퍼졌는데

遼海還驚鶴幻仙 요해에서 학으로 환생한 신선에 다시 놀랐네

 

墓左靑蒭違漬酒 묘소 왼쪽 푸른 풀이 적시는 술을 저버려

琴中白雪斷哀絃 거문고 속, ‘백설가’는 애절한 현을 끊었네

分明表我長相憶 분명 내게 길이 생각하자는 뜻 표하셨음에

不信詩魂隔九泉 시혼이 구천을 격해 있다는 것 믿지 못 하겠네

 

 

농암 역시 신재와 친밀했다. 신재와 분강, 점석, 용수사, 청량사로 이어지는 회동은 신선 모임을 방불 하게 한다. 신재는 청량산 최고의 명문 ‘유청량산록遊淸凉山錄’을 짓고, 발문을 농암, 퇴계에게 동시에 요청했고, 모두 지었다.

'유청량산록'에는 농암이 신재의 산행을 위로하여 신곡 노래를 지어 보냈는데, 그 노래를 연주하니 또한 '산중의 기이한 흥취(山中奇興)'라 한바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취시가醉時歌'라는 장편 시에 차운次韻을 부탁했다. 이 시는 어부가 창작의 전 단계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신재는 물론 퇴계, 금계 모두 차운했다. 퇴계가 농암과 금계의 일대기, 즉 행장行狀의 글을 씀은 이런 만남에서 이미 쓰여 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다시 위의 시를 보면, 금계는 자부하고 있다. 시는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신선들의 모임에 자신도 그 한명이 될 수 있다고. 시적 품격에 밀리지 않으니 양보할 생각도 별로 없다. 신선을 모르는 자, 신선을 말할 수 없는 법이다. 결국 세 분 모두 자신들은 신선의 경지에 올랐고, ‘분강 점석의 유상(汾江簟石之遊)’은 전설의 ‘유상곡수의 모임(流觴曲水之會)’을 구현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래의 망각되어 가던 어부가가 농암, 퇴계, 금계에 의해 다시 창작되었으니, 분강 점석의 유상은 정영 신선들의 향연이었다. 이 날 농암은 81세, 퇴계 47세, 금계 31세였다.

 

 

사진: 분천헌연도

 

 

 

3. 강각

 

강각은 신선들의 집이다. 신선들이 신선주를 마신 집이다. 유상곡수가 끝난 밤, 강각에 유숙한 신선들이 신선주를 마시며 노래를 창작했다. 그 노래가 '농암 어부가'이다. 그래서 전설이 되었다.

1549년 농암 83세, 분강 유상곡수 2년 후 농암이 어부가를 창작했다. 세 분의 합작이다. 금계가 이때 어부가 원본을 결정적으로 구해 왔고, 퇴계 역시 자료 수집하며 비상한 관심을 기우렸다. 어부단가 5장, 어부장가 9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농암이 서문을 쓰고, 퇴계가 발문을 썼다. 그 글에 “아! 선생은 바라보면 신선 같아 진실로 강호江湖의 진락眞樂을 얻었다”고 했다. 후일, 자신은 ‘그 진락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강호’는 아름다운 자연이며, ‘진락’은 지극한 자연사랑이다. 그 사랑의 함축이 류상곡수의 풍류이다. ‘류상곡수’는 지난날 최고품격의 풍류모형이었고 자연사랑이었다. 그리하여 농암은 관료적 문학이 성행할 때 ‘강호지미江湖之美’와 ‘강호지락江湖之樂’의 새로운 문학지평을 열었다.

 

‘강각江閣’은 1544년, 분강 강가에 농암이 지은 집으로, ‘영남가단’의 모태가 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이곳에는 퇴계뿐 아니라 김안국金安國, 이언적李彦迪, 주세붕周世鵬, 이해李瀣, 황준량黃俊良, 조사수趙士秀, 임내신任鼐臣 등의 많은 명현들이 함께했다. 그런 분위기의 풍류에서 나온 작품이 ‘농암 어부가’였다. 어부단가 2장은 이러하다.

 

 

구버는 千尋綠水 도라보니 萬疊靑山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면 겹겹 푸른 산

十丈紅塵이 언매나 가롓는고 열 길 티끌 세상에 얼마나 가렸던가

江湖애 月白하거든 더옥 無心하얘라 강호에 달 밝아 오니 더욱 무심하여라

 

 

어부장가 4장은 이러하다.

 

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江山라 만사 무심히 낚싯대에 뜻을 두니

돗 디여라 돗 디여라 山雨溪風捲釣絲라 정승도 이 강산과는 바꿀 수 없네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一生蹤迹在滄浪라 돛 내려라 돛 내려! 산야에 비바람 치니 낚싯줄 거두리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평생 자취가 푸른 물결에 있도다

 

 

‘어부가’는 이후 퇴계의 ‘도산12곡’에 영향을 주었고, 이한진李漢鎭의 ‘속어부사’, 이형상 李衡祥의 ‘창보사’ 등에 이어지고, 드디어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이어졌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의 서문에서 “어부사를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하여 유세독립의 정서가 일어나게 했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고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17세기 김응조金應祖, 18세기 권두경權斗經, 19세기 이휘영李彙寧 등의 문집 기록에 “분강에서 농암의 ‘어부가’를 다 함께 불렀다”고 하여, 학술적 계승이 아닌 현장연출로서 수백 년의 집단적 전승이 있었음을 밝혀놓았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송순宋純-정철鄭澈로 이어지는 ‘호남가단湖南歌壇’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고 했다.

 

농암은 명예를 버려 명예를 얻었다. 농암은 조선500년 유일한 정계은퇴식을 가지고 은퇴한 인물이며, 조선전기 유일한 재야제상이 되었다. 80세의 재야제상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곧 인생의 행복이었고 그런 생애가 문학을 낳았다. 문학은 ‘강호지미’로 나타났고, 거기 ‘인간지락人間之樂’이 있었다.

퇴계는 농암이 거니는 경관은 ‘진경眞境’이며, 농암의 강호유상은 ‘진락眞樂’이며, 농암은 진정 강호를 이해한 ‘진은眞隱’이라 했다. 국문학사에서 농암을 ‘강호가도의 창도자’라는 도남 조윤재 박사의 언급은 우연이 아니며, 퇴계의 문학은 여기서 다시 이기철학이 스며들어 철학적 사유가 곧 시적 변용이 되는 피안의 ‘경敬’의 세계에 도달하고 있다. ‘강호지락’의 낭만적 미의식과 이기理氣철학의 학문적 사색이 깊이를 더해갔으니, 거기 우리고유의 진정한 문화의 도, ‘풍류’가 있었다.

지금 강각 마루에는 ‘농암가’와 농암, 회재, 퇴계의 시가 게판 되어 있다. 1544년 회재(이언적)가 도백으로 예방하여 지은 시는 강호자연의 시적 흥취가 고양되어 있다. 원운의 어려운 린鱗, 빈頻 운자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빼어난 차운 시를 쓰고 있다. 시는 이러하다.

 

농암의 시는 이러하다(차운)

 

聾巖地僻誰能到 농암 벽지에 누가 찾아왔나,

玉節驚臨訪老人 감사가 놀랍게도 노인을 찾아왔네.

話古論今修宿約 약속을 지켜 고금을 담론하니,

山肴野蔌示淸眞 청정한 가운데 나물 안주가 고작.

 

風和岸柳將開眼 온화한 바람에 버들은 눈트고,

氷泮潛魚欲動鱗 얼음 속 물고기 비늘이 움직이네.

日暮江頭增別恨 날이 저물어 이별이 서운한데,

諮詢知不此行頻 순행은 짐작컨대 자주 있지 않으리.

 

 

회재의 시는 이러하다.(원운)

 

疊石構亭烟水曲 바위 쌓아 정자 지은 분강 구비에,

天成佳勝付幽人 천작의 아름다운 경치 유인을 붙였네.

聾巖境界超塵土 농암의 경계는 진실로 세속을 넘었으니,

愛日情懷見性眞 애일의 정회에서 진성을 본다.

 

景景郊頭靑羃羃 햇살 빛나는 교외 언덕은 푸름이 깔리고,

風生江面碧鱗鱗 바람 이는 수면에는 푸른 물결 넘실넘실.

陪歡半日聞淸詠 한나절 모시니 맑은 소리 즐거워,

款款心盃不厭頻 각별한 술잔 자주 와도 싫지 않네.

 

 

*퇴계의 시는 이러하다.(차운)

 

奇巖已得專佳境 기이한 바위, 가경을 얻었으며,

至道應歡喩俗人 지극한 도는 이미 속인을 넘었다네.

歷屋靜深堪讀易 정자는 고요하여 주역을 읽을 만하고,

崖臺寥朗可延眞 대는 명랑하여 진성眞性을 이을 수 있네.

 

窓前綠水寒開鏡 창 앞 푸른 물, 거울 같이 맑고,

石上蒼松老蹙鱗 바위 위 노송, 굴피가 더덕더덕.

幸我淨庄容地近 다행히 나는 가까이 살아,

陪遊三徑往來頻 모시고 산야를 왕래함이 잦다네.

 

 

그리고 당시 채소권, 심통원, 황준량, 임호신 등과 후대 여러분이 추모 시를 남겼다.

 

 

졸옹 채소권(차운)

 

軒冕三朝享八旬 3조정에 벼슬하고 8순을 누리면서

急流勇退世無人 급류의 용퇴는 세상에 다시 없네

山林高趣陶弘景 산림의 고취는 도홍경같고

巖壑幽棲鄭子眞 암학의 정서는 정자진같네

 

君似冥鴻搏逸翮 그대는 큰 기러기 같이 날개 펼치지만

我如凅鮒曝枯鱗 나 같은 사람은 마른 붕어처럼 비늘만 헐떡거린다네

亭高翠壁聾爲號 푸른 절벽 높은 정자 농암이라 호하였으나

却怕塵囂入耳頻 문득 시끄러운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우리라

 

채소권(蔡紹權생몰미상): 자 효중孝仲. 호 졸옹拙翁. 경기도관찰사, 대사헌, 형조판서 역임

 

 

욱재 심통원(차운)

 

爭言歸去何曾去 다투어 돌아간다 하나 누가 돌아갔는가

早退如公有幾人 공과 같은 분은 일찍이 없었네

物外烟霞占地勝 세상 밖 아름다운 경치를 사랑하여

閒中風月任天眞 한가한 바람, 달 속에 천진天眞을 맡겼네

 

傾筐北嶂挑銀蕨 뒷산에서 소쿠리에 고사리 캐고

擧網南灘掛玉鱗 앞강에서 그물로 고기 잡네

憂樂後先思更切 근심과 즐거움 가운데 다시 간절한 마음은

楓宸千里入夢頻 임금계신 천리 길 꿈속에나 잦으리라

 

심통원(沈通源1499-?) 자 사용士容,호 욱재勗齋, 우의정, 좌의정, 기로소입소

 

 

금계 황준량(차운)

 

駐景高堂九十春 고당의 90춘추

晩年還着退休人 만년에 은퇴하여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潯陽歸去陶元亮 심양으로 돌아간 도연명이고

鑑水風流賀季眞 감수의 풍류객 하지장일세

 

日煖芝山挑玉甲 따뜻한 날 영지산에서 버섯 캐시고

煙開汾曲網銀鱗 안개 갠 분강에서 물고기 잡으시네

江湖不管憂時責 강호에서 시국을 관여할 수 없지만

猶向彤闈入夢頻 나라 향하는 마음이야 꿈속엔들 잊을 날 있을까

 

황준량(黃俊良 1517-1563) 자 중거, 호 금계, 문과급제, 호조좌랑, 사헌부지평, 단양군수, 성주목사 역임

 

 

■농암, 회재의 人, 鱗, 眞, 頻 자의 운을 따라 지은 시

 

 

武伯 任虎臣

他擬桃源淸不俗 山如巫陜少行人 門無車馬安推分 室滿圖書樂任眞

春雨足時肥紫蕨 蓼花深處戱纖鱗 未聞世路崎嶇態 慣把金龜換酒頻

 

후대 추모 시

 

敬謨堂 李祥흡(火+翕)

一曲汾川天作址 堂高愛日仰先人 樽前舞彩推誠孝 月下歌謳養性眞

巖疊鳳翻丹穴羽 石紋龍□碧波鱗 仙區物色皆依舊 千載遊觀不厭頻

 

古溪 李彙寧

愛日堂成續老會 一堂千九百年人 淸洛古今同地勝 元豊生長盡仙眞

潭空客影呈鬢髮 臺靜天機見羽鱗 醉筆爲題仁壽頌 年年此會此堂頻

 

雲山 李彙載

千九百齡十九老 吾鄕共作太平人 蓬仙再降恩暉永 洛社重遊會事眞

村靜* 麻依古木 舟行楡柳玩新鱗 放歌漁父仍歸酌 兩到江亭不厭頻

 

洛厓 李裕憲

巖亭蕭洒出塵表 吾祖遺風起後人 丹雘門楣傳世範 斑衣勺水自天眞

山含落照峰峰畵 江映飛霞片片鱗 懦立廉頑惟有地 孱孫慕仰此中頻

 

檀汕 金鍾九

高臺一曲畵屛裏 天放名區養德人 廊廟優榮非不赫 江湖晩餉亦云眞

縱目低瞻雲際翼 憑欄直頫鏡中鱗 登臨朗誦黃花句 方識陶翁景慕頻

 

 

 

4. 퇴계의 농암, 금계 행장 저술

 

'2017년 금계탄신 500주년 기념비' 제막이 있었다. 농암17대 종손 이성원李性源은 강연을 했고, 도산서원 김병일金炳日 원장은 비문을 지었다. 전일의 인연들이 이렇게 이어졌다. 금선정 부근에 세워진 이 빗돌에는 '곡진한 학문적 동지'라는 표현이 유난히 눈이 들어온다. 그 한 대문은 이러하다.

 

“퇴계선생은 그의 銘旌에 先生이라고 쓸 정도로 예우했을 뿐 아니라,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하여 조금이나마 애통함을 덜고자 직접 行狀을 쓰고, 두 차례의 祭文을 지어 그의 일생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증언하고 亡友라 칭하며 위로했다. 그리고 그의 학문과 문학이 뛰어나고 소중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손수 詩文을 교열하고 문집의 편차를 정하여 간행을 서둘렀다. 또한 제자가 만년에 못다 이룬 錦陽精舍를 관리할 승려의 부역을 면제해주고, 精舍를 안전하게 수호케 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제 간의 사랑이요 곡진한 학문적 동지가 아닌가.”

 

퇴계는 일생 동안 7편의 행장行狀을 지었는데, 명종임금과 아버지를 제외하면 다섯 편에 불과하다. 농암 이현보(1467-1555)와 충재 권벌(冲齋 權橃, 1478-1548),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 1482-1519),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과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1517-1563)이다.

당대 인물 다섯 분이다. 더는 없었을까? 네 분은 수긍이 간다. 농암, 충재, 정암, 회재는 대감의 품계에 올랐고, 시호가 내린 분들이다. 국가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행장을 못 쓸 분들이 아니다. 그런데 금계는 그렇지 않다. 대감에 오른 것도, 시호가 내린 것도 아니다. 재야 산림山林도 아니다. 고을원 정도를 지낸 그저 그런 관료이고 학자이다. 제자의 행장을 쓴 경우 또한 전무후무하다. 외관상 그렇다. 금계행장 저술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이었다.

행장 자체도 흥미롭다. 농암, 정암, 회재는 ‘先生’이라 하고, 충재, 금계는 ‘公’이라 했다. '선생'은 퇴계가 사용함으로서 부각된 개념이고, 당시 극존칭은 '공'이었다. 오늘날 흔한 것이 선생이지만, 그때까지 '선생'은 매우 드물었다. 율곡 이이가 퇴계 제문에 ‘공’이라 했고, 금계가 회재를 ‘공’이라 표현함도 그런 사회상의 반영이었다.

이런 시대에 퇴계가 금계의 관상명정棺上銘旌에 ‘선생’이라 썼고, 이 표현 또한 인구에 오래 회자되었다. 그렇다면 퇴계에게 '선생'과 '공'의 구분은 무엇 때문일까? 금계 행장은 왜 지었고, 왜 그런 표현을 했을까?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답변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그 누구의 언급도 없었다. 오랜 세월 왜 이런 일이 있었을까? 과거에도 수수깨끼이고, 지금도 수수깨끼이다. ‘선생’은 이후 일반화 되었고, 퇴계는 정말로 '퇴계선생'이 되었다.

 

퇴계는 농암행장 저술에 금계와 깊이 의논했고, 많은 초고를 제공받았다. 어느 부분 합작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금계가 쓴 ‘농암선생묘지명聾巖先生墓誌銘’은 행장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별본 행장이라 할 만큼 역작이다.

금계는 농암과 시문을 주고받았으며, ‘상소문’ 세 편을 대신해서 썼다. 임금의 마음을 격동시킨 금계의 ‘단양진폐소’ 처럼 명문이다. 생일에 지어 올린 장편 “龍山高效歐陽永叔廬山高壽聾巖李相公生辰”의 시는 최고의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금계가 농암이 은거하던 용수산龍壽山(현 용두산)을 구양수가 절찬한 중국의 명산 여산廬山을 찬양하여 지은 천하 명시, '여산고廬山高'를 따라 지어 농암의 생일 선물로 올렸다. 농암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전편에 절절이 담겨있다. 1551년 7월 29일, 생일 축수에 지었다. 금계 나이 34세였다.

16세 차이의 금계와 퇴계의 뜨거운 관계처럼, 34세 차이의 퇴계와 농암도 그러했고, 50세 차이의 금계와 농암도 다르지 않았다. 세 분은 더불어 지기知己가 되었고, 지음知音이 되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추모하고, 추억했다. 그것도 영원에 이르도록 했다.

금계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농암과는 38세, 퇴계와는 48세 이전의 일이었다. ’망년지우忘年之友‘를 넘어서는, 저 피안의 만남을 현실로 이루었다. 그래서 금계의 예언처럼 전설이 되었다. 지금 누구도 이런 만남을 이룰 수 없다.

퇴계의 농암행장은 물론이며, 금계행장 저술은 사건이 아니었으며, 금계가 농암을 모신 분강서원汾江書院에 배향되었음도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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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위 자리바위에서 농암, 퇴계가 주고 받은 시는 다음과 같다.

 

 

농암선생 시(1)

 

蘸水奇巖有舊名       물속 기이한 바위 옛 이름 있었는데,

遊人探勝自篷瀛       유인遊人이 사랑해 스스로 신선이 되었다네.

雨餘江漲波光碧       비 온 뒤 물빛 푸른데,

夜久烟沈燭影明       밤 물안개에 촛불 그림자 선연하다.

 

坐石四隅隨地勢       바위모양 따라 네 구석에 앉아,

流觴兩處剩歡情       술잔을 양쪽으로 띄우니 기쁨이 넘친다.

醉來還泛中流棹       취하여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흘러가니,

飛沫西風洒面淸       휘날리는 서풍에 낯이 씻기어 상쾌하다.

 

 

*퇴계선생 시(1)

 

投老歸田豈爲名       벼슬을 던짐이 어찌 명성을 위함인가

陪遊泉石似登瀛       모시고 천석泉石에서 노니 선경에 오른 듯.

賜書屢賁楊三逕       여러 번 책을 하사 받은 양억楊憶과

欶水寧論賀四明       삭수欶水의 하사명賀四明을 어찌 비유하리!

 

雨送雙鳧雖絶勝       비속에 신선을 보내니 경치 더욱 빛나고,

風吹一葉更多情       바람이 불어오니 더욱 다정하다.

林間小閣通宵夢       숲 속 소각에 밤새도록 꿈인데,

陡覺神魂分外淸      문득 깨어나니 정신이 분수밖에 깨끗해진다.

 

 

*농암선생 시(2)

 

脚疾難將御李舟       각질로 이응李膺의 배를 몰기 어려운데

危欄獨倚送中流       가파른 뱃전에 기대어 중류로 흘러가네.

日斜江面波紋靜       날은 저물어 수면 잔잔한데,

霜後林梢落葉稠       서리 후 나무는 앙상한 낙엽만이.

 

堂上蹁跣嫌獨樂       마루 위 춤추는 독락이 싫어,

蘺邊採擷揷誰頭       울타리 국화 따서 누구머리에 꽂아줄까.

繁絃急管兼花酒       노래 소리에 꽃술을 더했으니,

輪興全般作勝遊       흥을 실어 모두가 경치를 즐기네.

 

 

*퇴계선생 시(2)

 

罇酒相携許入舟       배에서 술 마시고 노는 것 허락 받아,

仍於高座笑臨流       높은 자리에서 웃으며 흘러가네.

玲瓏玉界窓瓏靜       영롱한 옥계의 창문은 고요하고,

縹紗仙娥鼓笛稠       아리따운 신선 계집아이 피리소리 조밀하다.

 

世路向時眞失脚      세상 길 나아감이 진실로 잘못되었는데,

菊花今日滿簪頭      국화는 오늘따라 갓 위에 가득하다.

何因得脫浮名繫      어찌 뜬 명예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면서,

日日來從物外遊      날마다 모시고 쫓아다니는 물외物外의 유상.

                                                            

 

 

   강각에 걸려있는 현판 시

  (1544년 회재 이언적 선생이 도백의 신분으로 농암을 예방했는데 이때 지어진 시이다.  린鱗, 빈頻의 어려운 운자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시를 쓰고 있다) 

                      

* 농암 선생 시

 

聾巖地僻誰能到       농암 벽지에 누가 찾아왔나,

玉節驚臨訪老人       감사가 놀랍게도 노인을 찾아왔네.

話古論今修宿約       약속을 지켜 고금을 담론하니,

山肴野蔌示淸眞       청정한 가운데 나물 안주가 고작.

風和岸柳將開眼       온화한 바람에 버들은 눈트고,

氷泮潛魚欲動鱗       얼음 속 물고기 비늘이 움직이네.

日暮江頭增別恨       날이 저물어 이별이 서운한데,

諮詢知不此行頻       순행은 짐작컨대 자주 있지 않으리.

 

 

* 회재 이언적 선생의 시

 

疊石構亭烟水曲       바위 쌓아 정자 지은 분강 구비에,                          

天成佳勝付幽人       천작의 아름다운 경치 유인을 붙였네.               

聾巖境界超塵土       농암의 경계는 진실로 세속을 넘었으니,                     

愛日情懷見性眞       애일의 정회에서 진성을 본다.                              

                                                            

景景郊頭靑羃羃       햇살 빛나는 교외 언덕 푸름이 깔리고,                   

風生江面碧鱗鱗       바람 이는 수면에는 푸른 물결 넘실넘실.                  

陪歡半日聞淸詠       한나절 모시니 맑은 소리 즐거워,                          

款款心盃不厭頻       각별한 술잔 자주 와도 싫지 않네.                          

 

*퇴계 이황 선생의 시

 

奇巖已得專佳境       기이한 바위, 가경을 얻었으며, 

至道應歡喩俗人       지극한 도는 이미 속인을 넘었다네.

歷屋靜深堪讀易       정자는 고요하여 주역을 읽을 만하고,

崖臺寥朗可延眞       대는 명랑하여 眞性을 이을 수 있네.

窓前綠水寒開鏡       창 앞 푸른 물, 거울 같이 맑고,

石上蒼松老蹙鱗       바위 위 노송, 굴피가 더덕더덕.

幸我淨庄容地近       다행히 나는 가까이 살아,

陪遊三徑往來頻       모시고 산야를 왕래함이 잦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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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각과 어부가

-아! 선생은 이미 그 진락眞樂을 얻었습니다-

 

 

 

 

  농암은 ‘어부가’의 창작 현장인 분강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북쪽은 높은 산에 의지해 있고, 구름에 닿을 듯한 서쪽은 긴 숲이 무성하게 감싸 안았다. 동쪽은 긴 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멀리 청량산으로부터 만학천봉 사이를 구비 돌아 반나절 정도 흘러와 ‘관어전官魚箭’에 이른다. 그 빼어난 모습은 긴 성과 같고, 그 앞에서는 충격으로 아래에 깊은 소沼를 이루는데, 이 소를 ‘별하연別下淵’이라 한다. 소는 절벽을 베개로 하는데, 절벽 위에는 ‘병풍암屛風庵’이라는 옛 암자가 있다. 좌우로 기암괴석이 뾰족한데 그 그림자가 소에 떨어져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이곳으로부터 물결은 점점 완만해져서 그 모습이 징․ 홍․ 청․ 격(澄泓淸激)의 경계를 이룬다. 이 물굽이가 농암 아래에 이르면 넓고 가득하게 퍼지고 쌓여 조그만 배를 띄우고 노를 저을 수 있게 되는데, 이를 ‘분강汾江’이라 한다. 강 가운데는 반석이 있어 마치 비단자리와 같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점석(簟巖)’이라 한다.”

 

 

■ 어부가 漁父歌

 

  분강의 ‘귀먹바위(聾巖)’, ‘사자바위(獅子石)’, ‘코끼리바위(象巖)’, ‘자리바위(簟石)’로 이어지는 농암의 강호풍류는 이 무렵 인기를 잃고 망각되어가던 전래의 ‘어부가’를 드디어 ‘영詠’, ‘창唱’할 수 있도록 새롭게 창작하는 문학적 성과를 이루게 하였다.

 

 

● 어부단가 5장 漁父短歌 五章

 

 

① 이 듕에 시름 업스니 漁父의 生涯이로다

一葉扁舟를 萬頃波애 띄워 두고

人世를 다 니젯거니 날 가는 주를 알랴

 

해석

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작은 조각배를 만경창파에 띄워 두고

인간세상을 다 잊었으니 세월 가는 줄 알리오

 

 

② 구버는 千尋綠水 도라보니 萬疊靑山

十丈紅塵이 언매나 가롓는고

江湖애 月白하거든 더옥 無心하얘라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열 길 티끌 세상에 얼마나 가려 있었던가

강호에 달 밝아 오니 더욱 무심하여라

 

 

③ 靑荷애 밥을 싸고 綠柳에 고기 뀌여

蘆荻 花叢에 배 매야 두고

一般淸意味를 어느 부니 아르실고

 

연잎에 밥을 싸고 버들가지에 고기 꿰어

갈대 꽃 덤불에 배를 매어 두었으니

한결같이 맑은 뜻을 어느 분이 아실까

 

 

④ 山頭에 閑雲이 起하고 水中에 白鷗이 飛이라

無心코 多情하니 이 두 거시로다

一生애 시르믈 닛고 너를 조차 노로리라

 

산등성이 구름 일고 물가엔 헤오라기 나는구나

무심코 다정한 것 이 두 가지 뿐이로다

일생에 시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⑤ 長安을 도라보니 北闕이 千里로다

漁舟에 누어신 니즌 스치 이시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濟世賢이 업스랴

 

서울을 돌아보니 대궐이 천리로다

낚싯배에 누워있다 한들 잊은 때가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할 일 아니니 세상 구제할 현인이 없으랴

 

『농암집』 어부가漁父歌

 

 

 

 

● 어부장가 9장漁父長歌 九章

 

① 雪鬢漁翁이 住浦間 自言居水ㅣ 勝居山이라 하노라

 배 띄라 배 띄라 早潮纔落晩潮來 하는구나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倚船漁夫이 一肩이 高로다

 

해석

갯가에 사는 백발 어부 스스로 말하기를 물가에 사는 것이 산속에 사는 것보다 낫고 말고

배 띄워라 배 띄워! 아침 밀물 다 빠지면 저녁 밀물 밀려온다

찌그덩 찌그덩 엇-샤! 배에 기댄 어부의 한쪽 어깨가 올라 가누나

  

 

② 靑菰葉上애 凉風起 紅蓼花邊白鷺閒이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洞庭湖裏駕歸風호리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帆急前山 忽後山이로다

 

푸른 줄 잎 위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고 붉은 여귀 꽃잎 가엔 해오라기 한가롭다

닻 올려라, 닻 올려! 산들바람 타고 아름다운 호수로 들어가자

찌그덩 찌그덩 엇-샤! 돛대가 앞산을 빠르게 지나니 벌써 뒷산이로구나

  

 

③ 盡日泛舟烟裡去 有時搖棹月中還이라

이어라 이어라 我心隨處自忘機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鼓枻乘流無定期라

 

종일토록 배를 띄워 물안개 속으로 들어갔다가 때로 삿대 저어 달밤에 돌아 오도다

저어라, 저어! 내 마음은 가는 데 따라 모든 일을 잊었어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돛대를 두들기며 흐름 타고 정처 없이 흘러가노라

  

 

④ 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江山라

돗 디여라 돗 디여라 山雨溪風捲釣絲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一生蹤迹在滄浪라

 

만사 무심히 낚싯대에 뜻을 두니 정승 자리도 이 강산과는 바꿀 수 없네

돛 내려라, 돛 내려! 산야에 비바람 치니 낚시 줄 거두리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평생 자취가 푸른 물결에 있도다

 

  

⑤ 東風西日楚江深 一片苔磯萬柳陰이라

이퍼라 이퍼라 綠萍身世白鷗心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隔岸漁村三兩家라

 

봄바람 석양에 남녘 강물 깊은데 이끼 낀 한 조각 낚시터엔 만가지 버들 그늘지었네

읊어라, 읊어! 푸른 부평초 신세 하얀 해오라기 마음이여

찌그덩 찌그덩 엇-샤! 언덕 넘어 어촌엔 두 서너 집만 보이누나

  

 

⑥ 濯纓歌罷汀洲靜 竹逕柴門을 猶未關라

배셔여라 배 셔여라 夜泊秦淮近酒家로다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瓦甌蓬底獨斟時라

 

‘탁영가’ 노랫소리 그치고 모래톱 강변 고요한데 대밭 오솔길엔 아직 사립문이 닫히지 않았구나

배 세워라, 배 세워! 밤에 남쪽 포구에다 배를 대니 주막이 가까워서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배 바닥에서 질그릇 사발로 홀로 술을 마실 때로세

 

  

⑦ 醉來睡著無人喚 流下前灘也不知로다

배 매여라 배매여라 桃花流水鱖魚肥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滿江風月屬漁船라

 

취해서 잠이 들자 불러 주는 이 없어 앞 여울로 떠내려 흘러갔어도 알지 못했어라

배 매어라, 배 매어! 흐르는 물에 복사꽃 떠오면 쏘가리가 살찔 때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강 가득히 풍월이 고깃배에 붙었구나

 

  

⑧ 夜靜水寒魚不食거늘 滿船空載明月歸라

닫 디여라 닫 디여라 罷釣歸來繫短蓬호리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風流未必載西施라

 

밤 고요하고 물결 차가우니 고기가 물리지 않아 부질없이 온 배 가득 밝은 달만 싣고 돌아오네

닻 내려라, 닻 내려! 낚시를 끝내고 돌아와 작은 다북쑥에 배를 매어 두자꾸나

찌그덩 찌그덩 엇-샤! 풍류놀이엔 서시 같은 미인을 태우지 않아도 좋을씨고

 

 

⑨ 一自持竿上釣舟 世間名利盡悠悠라

배 브텨라 배 브텨라 繫舟猶有去年痕이라

至匊怱 至匊怱 於思臥 欸乃一聲山水綠라

 

한번 낚싯대 들고 배에 오르면 세상 명예와 이익은 아득히 멀어지나니

배 붙여라, 배 붙여! 배를 매고 보니 지난 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구나

찌그덩 찌그덩 엇-샤! 어기야 소리에 강산은 더욱 더 푸르러만 가는 것을

 

『농암집』 ‘어부가(漁父歌)’

 

 

 

 

* 농암 선생 ‘어부가’ 서문

 

  “ ‘어부가’ 2편은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늙어서 강호로 물러나 마음이 한가하고 일이 없어 고인의 글을 모아 읊조리던 중, 노래부를 수 있는 시문 몇 수를 비복에게 가르쳐 때로 듣곤 하였다. 아들 손자들이 늦게 이 노래를 얻어 보이기에 살펴보니 노래말(詞語)이 한적하고 의미가 심원하여 읊조리니 사람으로 하여금 공명에 초월하게 함이 있고, 표표하고 아늑한 것이 탈속의 경지가 있었다. 이를 얻은 후에는 전에 감상하던 모든 가사는 버리고 오로지 여기에만 뜻을 두었다. 손으로 필사하여 꽃피는 아침과 달뜨는 저녁에 술잔을 잡고 벗을 불러 분강의 조각배 위에서 ‘영(詠)’하게 하면 흥미가 더욱 참되어 권태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다만 그 가사의 말이 불륜스럽고 중첩됨이 많음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와전됨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개찬하여 일편 12장 가운데 3장을 버리고 9장으로 장가를 만들어 ‘영詠’할 수 있게 하고, 일편 10장은 단가 5장으로 지어 ‘창唱’하도록 하여 합하여 ‘새로운 곡(新曲)’을 이루게 했다.

『농암집』 어부가서漁父歌序

 

*퇴계 선생 ‘어부가’ 발문

 

  “세상에 전하는 어부사는 옛 사람들이 어부의 노래를 모아 속어로서 만든 것으로 장가12장인데 작자는 알 수 없었다. 전에 안동부의 늙은 기생이 어부가의 노래에 능통하여 숙부 송재 선생이 이 노기로 하여금 노래하게 하여 수연을 돕게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때에 아직 젊어서 마음속으로 모름지기 기뻐하여 그 대개는 기록해 두었으나 전조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 후 서울에서 이 곡을 두루 찾았으나 비록 늙은 ‘창기娼妓’라도 이 곡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으로 이 곡을 알고 좋아하는 자가 없음을 알았다.

 

  이 사이 밀양의 박준朴浚이란 자가 이런 음악에 이름이 있어 ‘속아俗雅’의 구분 없이 모아 책으로 엮었는데, 그 속에 이 ‘어부가’와 ‘쌍화점’ 여러 곡이 함께 실려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것(쌍화점 여러 곡)을 들으면 ‘수무족답手舞足踏’하고, 이것(어부가)을 들으면 권태로와 잠이 오는데 이는 웬 일인가? 진실로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어찌 그 즐거움을 알 수 있으리오.

 

  우리 농암 선생은 벼슬을 버리고 분수가로 염퇴했다.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기고 회포를 ‘물외物外’에 붙였다. 항상 조각배를 타고 물안개 낀 강 위에서 즐겁게 읊조리거나 낚시 바위 위를 배회하며, 물새와 고기를 벗하여 ‘망기지락忘機知樂’했으니, 그 ‘강호지락江湖之樂’의 ‘진眞’을 터득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다. 아! 선생은 이미 그 ‘진락眞樂’을 얻은 것이다.”

『도산전서』 서어부가후書漁父歌後

 

 

 

* 윤선도 선생 ‘어부사시사’ 서문

  “우리 나라에는 예로부터 ‘어부사’가 있었는데 누구의 작품인지 몰랐다. 어부사는 옛 시의 구절들을 모아 이루어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飄飄’하여 ‘유세독립遺世獨立’의 정서가 일어났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

 

『고산유고』 어부사시사발漁父四時詞跋

 

 

  농암의 ‘어부가’는 농암의 서문과 퇴계의 발문을 통해서 그 창작배경을 알 수 있는데, 당시 인기를 잃고 망각되어 가는 ‘어부가’가 농암의 안목에 의해 다시 음미, 창작된 것이다. 이 과정에는 퇴계와 금계 황준량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농암의 ‘어부가’는 이후 경산 이한진李漢鎭의 ‘속어부사續漁父詞’, 병와 이형상李衡祥의 ‘창부사傖父詞’등의 허다한 작품에 전승되었고, 드디어 ‘어부가’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고산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탄생하게 하였다.

 

 

■ 사진 : 어부가 목판

․글씨 :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

․소장 : 농암종택

 

․ 어부가 목판 글씨는 퇴계의 친필이다. 퇴계는 농암의 어부가와 자신의 ‘도산12곡’에 발문을 각각 써서 남겼다. 도산서원에서는 이를 합하여 『도산가사陶山歌詞』라는 책을 간행한 바 있는데, 영남의 강호문학은 이와 같은 농암과 퇴계의 상호관련을 배경으로 형성되었다. 위의 글씨는 퇴계가 남긴 유일한 국문글씨로 그 필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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