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선생 유적지_분강촌 ::::::::: 농암종택

<寶白堂金係行 선생 逝世 500週年에 즈음하여>

“우리 집 寶物은 오직 淸白이 있을 뿐!”

1. 오늘의 ‘安東’이 있게 했다

안동시청 부근에‘태사묘太師廟’라는 유적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삼태사묘三太師廟’다. ‘세 분 태사를 모신 사당’인데, 그 세 분은 김선평金宣平, 권행權幸, 장길張吉이다.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왕건을 도와 고려 건국에 큰 공로를 세워 대광大匡, 대상大相이라는 벼슬을 받았고, 부민府民들은 그 공을 잊지 않기 위해 사당을 지었다. 그때 왕건은 조그만 고창군古昌郡을 안동부安東府로 승격시키고 명칭도 ‘동쪽이 안정되었다(安於東)’는 의미로 ‘안동安東’이라 했다.

그래서 오늘의 안동이 있게 했다. 그 후 세분은‘태사太師’에 제수除授되었으며, 각 성씨의 시조가 되었다. 본관 역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신라 경순왕4년, 후백제 견훤 39년, 태조13년, 서기 930년이었다. 『고려사』 기록은 이러하다.

“태조13년, 후백제 견훤과 고창군에서 전투를 하여 패퇴敗退시켰다. 군인郡人 김선평, 권행, 장길이 태조를 도운 공이 있어, 선평은 대광, 행과 길은 각각 대상으로 삼고, 군을 부로 승격시켰다.”

『고려사절요』의 기록은 좀 더 구체적이다.

“왕이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고창군 병산甁山에 진을 치고 견훤은 석산石山에 진을 치니, 거리가 5백 보쯤 되었다. 드디어 서로 싸우자 견훤은 패주하고, 시랑侍郞 김악金渥을 사로잡았으며, 죽은 자가 8천여 명이었다. 고창군에서 아뢰기를, ‘ 훤이 장수를 보내어 순주順州를 쳐서 함락시키고 인호人戶를 약탈하고 갔습니다’하니, 왕이 곧 순주로 가서 그 성을 수축하고 장군 원봉元奉을 죄주었으며, 다시 순주를 하지현下枝縣으로 강등시켰다. 고창 성주 김선평을 대광으로, 권행과 장길을 대상으로 삼고, 그 고을을 안동부로 승격시켰다. 이에 영안永安,하곡河曲, 직명直明, 송생松生 등 30여 군, 현이 차례로 와서 항복하였다.”

이른바‘병산대첩’이라 불리는 안동전투의 승리는 왕건의 후삼국 통일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고, 그 공로로 ‘태사太師’ 벼슬이 제수되었다. ‘태사 제수’는 여러 문헌이 남아있는데, 김선평에 관해서는 『동국여지승람』,『영가지』,『안동부명현록』등에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삼한벽상삼중대광태사아부공신三韓壁上三重大匡太師亞父功臣'이라는 최고 예우의 공신 벼슬이 내려진 것으로 보여 진다. 권행에 대해서는 서애 류성룡柳成龍(문과, 영의정)이 쓴 권행 묘비에 똑같이 쓰여 있고, 1476년 간행한 『안동권씨성화보』에는 ‘三韓壁上功臣三重大匡太師’라 했다. 모두 당시 기록이고, 움직일 수 없는 사료이다.

'태사묘' 관련 문헌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글은 역시 퇴계 이황李滉(문과, 대제학)의 글이다. 그 글이 '안동부삼공신묘증수기安東府三功臣廟增修記’이다. 퇴계는 이 글을 안동부사 권응정權應挺의 부탁으로 썼지만, ‘태사묘’라 하지 않고 ‘공신묘’라 했으며, 김선평과 권행의 업적 또한 구분하여 기술했다. 퇴계는‘태사제수’ 가 『고려사』에 있지 않고 『안동권씨성화보』에만 있음이 의문스럽다고 했다. 최초의 의문이고, 영원한 결론이다. 그래서 ‘공신묘’라 했다. 글자 하나하나까지 점고할 만큼 엄격했던 퇴계의 저술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글이라 할 수 있다. 김선평 관련 부문의 기록은 이러하다.

“삼공 모두 고창군 사람이다. 성주는 김공이고 고려에 항복을 주창한 사람은 권공이다. 장공과 함께 전투를 도운 공로가 있다. 고려왕이 투항에 대한 상으로 성姓을 내려 권공을 총애했고(賞投降則賜姓以寵權公), 전공戰功을 논함의 무거움을 좇아 김공을 으뜸(首)으로 했다(論戰功則從重而首金公). 공신의 칭호를 받은 것은 삼공이 같다.”

권행 관련 부문의 기록은 이러하다.

“저 한 때 일의 기미가 모두 권공의 알선에서 나온 까닭으로, 유민들이 그 덕德을 더욱 잊지 못함이 권공에게 있다(彼一時之事幾盡出於權公之斡旋故遺民之不忘其德尤在於權公). 또 지금까지 제사를 증숭增崇하는 일도 모두 권씨 후손이니, 권씨가 주관하는 것이 무슨 해가 있겠는가? 지금부터 정규定規를 어기지 말고, 영원히 준봉遵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퇴계는 두 분 평가를 공功과 덕德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공을, 후자는 덕이라 했다. 입덕立德, 입공立功, 입언立言을 모두 이루면 ‘삼달존三達尊’이라 한다. 성인 반열에 오른 사람에게 부여하는 극존칭이다. 입언은 학문을 성취한 사람이다. 하나라도 성취한다면 ‘달존’에 오르고 불천위에 옹립될 수 있다.

오늘날 안동 일원의 불천위 인물은 '입언'으로 그 지위를 획득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입언은 안동문화 최고의 가치이다. ‘글의 문화’가 곧 안동문화이다. 능문能文은 필수조건이지만 능리能吏는 충분조건이다. 명문名門의 조건으로 거론되는‘삼불차三不借’에서도 ‘글을 빌리지 않음’을 최고 덕목으로 본다. 따라서 태사묘의 건립과 불천위 추대는 입공, 입덕을 그 내재적 요소로 하고 있다. 나아가 퇴계는 공功과 덕德의 개념을 왕건에게는 ‘왕업의 성취’를, 부민에게는‘지역의 안정’으로 확대 해석하여 마침내‘안동부’라는 행정구역이 성립하는 단초를 제공 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연유로 사당이 지어졌고, 오랜 세월 백세불천百世不遷의 제사를 이어 왔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

“지역이 안전해지고, 왕업이 이루어졌으니, 이는 여씨麗氏(왕건)에게는 큰 공功이, 군민들에게는 큰 덕德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씨가 그 공을 상 주어서 대광과 대상을 제수하고, 군을 부로 승격시켰다. 부민은 그 덕을 생각해서 사당을 세우고 7, 800년을 제사 지내 왔다.”

안동김씨, 안동권씨는 이로써 시작되었고, 이후 이들 후손들은 안동을 넘어 국반國班이 되었다. 권행 후손들은 고려 말, 조선전기를 주름잡았고, 김선평 후손들은 조선후기 한 때를 풍미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사를 보면 안동권씨 문과 급제자는 368명이다. 전주이씨 다음이며, 346명의 파평윤씨, 292명의 남양홍씨, 265명의 광산김씨를 넘어선다. 1467년 간행된 한국최초의 족보인『안동권씨성화보』의 서문에 사가 서거정徐居正(문과, 대제학)은“권씨의 두 파가 드디어 대족이 되어, 지금 관료로 조정에 포진해 있는 이들이 수천 명이다(權氏遂分爲二大族. 今衣冠簪履, 布列朝著, 餘數千指, 皆二族支派也)”라고 했다. 양촌 권근權近(문과, 대제학)으로 이어지는 권부-권근-권제-권람의 가문은 권문의 갑족이고, 당대 최고 명문이었다.

안동김씨 역시‘금관자 서 말’이었다는 표현대로 설명이 필요 없는 씨족이다. 2품 이상 관리의 망건에 꿰는 조그만 금가락지가 금관자인데 그 양이 서 말이었다는 의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오늘날의 장, 차관 이상의 관료들이 이루 셀 수도 없이 많았다는 표현이다. 청음 김상헌金尙憲(문, 좌의정) 형제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상尙-광光-수壽-창昌 항렬의 인물 배출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선악시비를 넘어 ‘60년 집권’이 어떤 권력이며 어떤 광영인가! 그야말로 삼한갑족들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시대, 어느 집단이든 선의의 경쟁은 존재하는 법이고, 권력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태사묘에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가? 헌작獻爵 순서는 예민한 문제였고, 그 순서를 두고 공방한 역사는 그대로 두 씨족의 부침 역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퇴계의 글도 자연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되었다. ‘공의 으뜸(首)’과 ‘덕의 더욱(尤)’은 두 씨족이 논리 우위를 말할 때 인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이 공방은 결국 1767년 동돈령부사 김시교金時敎의 상소에 영조임금이 “아침에는 김씨 상소에 답해야 하고, 저녁에는 권씨 상소에 답해야 하나”하며, 경연經筵에서 삼위병작三位幷爵과 각축各祝을 명령했다. 이로써 종료되었다.

1621년‘권태사 수위 헌작에 문제가 있다’고 한 청음 김상헌이 장곡 권태일權泰一(문과, 형조판서)에게 문제 제기한지 150여 년 만이었고, 사당 건립 800여 년 만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 후도 크고 작은 시비가 한말까지 이어졌다. 무려 300여년을 시비한 셈이었다. 이것이 유명한 ‘위차시비位次是非’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여기서 지금 어느 분이 우위이고, 어느 분이 다음 분인가? 결론이 나는가? 그리고 이 시비가 내재하는 역사적 함의는 무엇인가?

참고로, ‘위차시비’는 ‘안동의 4대 문중시비’ 가운데 하나로,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시비문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글의 전쟁이다. ‘옳고 그름에 대해 끝까지 따져 보자’는 ‘글에 의한 전쟁’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보이지 않은 실로 우리 선조들이 보여준 격조 높은 문화양상이다. 조선후기 안동문화를 견인해간 중요한 콘텐츠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 문화양상의 연장 전후에 임란의병과 한말의병이 강고하게 맞물려 있다. 안동에 독립운동가와 순국자가 가장 많았던 연유 역시 이런 ‘시비문화’는 바로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위차시비의 전개과정’은 안동김씨 부침의 역사의 한 단면이기 전에, 역시 소중한 안동문화의 자산이다.

2. 안동김씨 최초 문과급제 했다.

김선평은 공신에 태사까지 되었다. 향직鄕職 최고인 1품 대광 벼슬도 받았다. 그리하여 안동김씨 시조始祖가 되었다. 조상이 그렇다면 후손들도 당연히 관직에 진출하였을 것 같은데 사태는 전연 그렇지 않다. 15세기까지 이렇다 할 사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1세기부터 출사하는 권행의 후손과 비교해보면 수수께끼 같은 역사의 공백이라 할 수 있다. 사태가 이러했으니 태사묘 운영이 700여년 안동권씨 주도로 흘러갔음도 전연 이상할 것이 없다. 권태사 수위首位 헌작獻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15세기 후반, 안동의 서쪽 조그만 마을에서 안동김씨 한 파가 드디어 오랜 잠을 깨고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하회河回 길목에 있는 ‘소산素山’이었다. 원래‘금산金山’이었지만 청음이 개명했다.

『안동김씨대동보』수편首編에 중시조 김습돈金習敦으로부터 7세로 내려와 김득우金得雨가 나온다. 김득우는 청음의 8대조로, 서애 류성룡의 8대조인 류난옥柳蘭玉의 손서였고, 사위가 놀랍게도 세종조에 우의정을 지낸 권진權軫이었다. 아들 김혁金革은 권진의 아버지 권희정權希正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중첩적인 혼인이 되었고, 고려 말 지사志士 백죽당 배상지裵尙志와 퇴계의 고조부인 이운후李云候와 동서였다. 백죽당의 외조부가 정평공 손홍량孫洪亮이었다. 이들 부자가 오랜 세거지 강정江亭을 떠나 소산 부근 불정佛頂으로 이사했다.

이사移徙 발복發福인가? 김혁의 아들 김삼근金三近(?-1465)이 안동김씨 최초 생원급제 했다. 그 뒤 만년에 소산으로 이사했고, 영예롭게 입향시조入鄕始祖까지 되었다. 김습돈 9세손대의 일이었다. 다만 족보에 ‘世宗己亥生員宣敎郞比安縣監世祖乙酉八月卒’이라 했는데, 이‘己亥( 1419, 세종1년)’가 출생년도라 했다. 문맥상 그렇게 해석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기해’를 뒤로 붙이면 생원합격년도가 된다. 국조방목에 나타나지 않고, 아들들의 생몰 년대와 비정批正하면 그런 가정이 보다 합리적일 수도 있다.

‘진사 한 장에 양반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삼근의 생원 합격은 그 의미가 컸다. 안동김씨 최초 ‘생원댁’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원급제로는 쉽지 않은 비안현감까지 했다. 안동김씨가 ‘비안공’이라 하여 매우 추모하는 분인데 그럴만했다. 소산에 ‘돈소당敦素堂’이라는 옛집까지 남겼다. 이때가지 안동김씨는 향리鄕吏의 재지세력에 불과했다.

비안공은 아들 형제를 낳았는데, 김계권金係權(?-1458)과 김계행金係行(1431-1517)이라 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이들 형제가 안동김씨를 전국적인 명문으로 발 돋음 하게 할 줄을!

계권은 서울로 올라가 ‘장동김씨’의 씨를 뿌렸고, 계행은 안동김씨 최초로 문과급제 했다. 생원합격은 16세 1447년(세종29년)이고, 문과합격은 50세 1480년(성종11)이었다. 이분이 바로 ‘보백당寶白堂’이다. 삼근의 생원급제 이후 60여년만의 일이었고, 안동김씨 득성得性 이후 600여년만의 일이었다. 송재 이우李堣(문과, 관찰사)의 문과급제로 청송군 진보의 향리鄕吏, 진성이씨를 일약 명문으로 도약하는 길을 만들었듯이, 보백당의 문과급제 의미는 비안공의 생원급제와 차원이 다른, 가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생원, 진사가 향반鄕班으로 들어가는 관건關鍵이라면, 문과는 국반國班에 들어서는 등용문이다. 보백당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가문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계보를 대략 도표화해보면,

가. 金宣平(시조)...-金得雨-金革-金三近(생원, 비안현감)

나. 金三近-金係權(음, 한성판관)-金永銖-金瑛(문과, 관찰사)-金箕報(음,군수).......안동소산파

金璠(문과, 서윤)-金尙憲(문과, 좌의정)...서울장동파

金係行(문과, 대사헌, 정헌공)-金中淸(문과, 승지)-金柱宇(문과,지평) ...안동묵계파

‘1480년 안동김씨 최초 문과급제.’이는 사실 재경 안동권씨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안동의 다른 마을 성씨들에 전연 뒤지지 않는다. 아니 좀 더 앞서 있었다. 향토사학자 서주석徐周錫의 조사에 의해 그 대략을 보면, 선안동김씨의 김익정金益精이 1396년(태조5년) 장원으로 급제하여 이조참판을 역임했고, 1399년 의령옥씨 옥고玉沽(장령대구판)가 급제했다. 그 다음으로 검재(金溪) 흥해배씨 배환裵桓(관찰사)이 1401년(태종1년), 권제權踶(찬성) 1414년, 부포浮浦 봉화금씨 금곤琴崑(사간원사간), 금숭琴嵩(사간원대사간) 형제가 1450년 동방으로 좀 빠르다.

법흥法興 고성이씨 낙포 이굉李浤(개성유수)은 보백당과 1480년 식년시式年試 동방同榜이었고, 가일佳日 안동권씨 화산 권주權柱(관찰사) 1481년, 검재 경주이씨 용재 이종준李宗準(사헌부지평) 1485년, 미동美洞 풍산김씨 허백당 김양진金楊震(동지중추부사) 1497년, 부내(汾川) 영천이씨 농암 이현보李賢輔(지중추부사)와 온혜溫惠 진성이씨 송재 이우는 동방으로 1498년이다.

도개촌(道村) 안동권씨 충재 권벌權橃(우찬성) 1507년, 외내(烏川) 광산김씨 운암 김연金緣(관찰사) 1519년, 온혜 진성이씨 온계 이해李瀣 (대사헌)와 예안 예안이씨 동고 이명李蓂(좌의정)이 1528년, 웃토깨(土溪) 진성이씨 퇴계 이황 1534년, 하회河回 풍산류씨 입암 류중영柳仲郢(관찰사)이 1540년이었다.

내앞(川前) 의성김씨 약봉 김극일金克一(사헌부장령) 1546년, 검재 원주변씨 동호 변영청邊永淸이 1549년, 모산茅山 능주구씨 백담 구봉령具鳳齡이 1560년, 도목道木 흥해배씨 임연재 배삼익裵三益(관찰사) 1564년, 하회 풍산류씨 서애 류성룡 1566년, 검재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金誠一(관찰사) 1567년, 우렁골(芋洞) 예안이씨 율원 이공李珙(出仕 않음) 1573년, 말바위(馬巖) 청주정씨 매창 정사신鄭士信(장례원판결사)이 1582년(선조15년)이었다. 1410년 급제한 예안禮安의 예안이씨 불곡 이천李蕆(판중추원사)은 무과급제였다.

이 무렵은 안동역사에서 많은 인물들이 일시에 등장한 기간으로, 대부분 각 성씨의 중시조가 되었고, 불천위가 되었고, 집성촌을 남겼고, 유수의 종택을 남겼다. 오늘의 안동이 있게 한, 참으로 특이한 기간이었다.

이 가운데 이천(翼襄), 김계행(定獻), 이현보(孝節), 권벌(忠定), 이해(貞愍), 이황(文純), 김성일(文忠), 류성룡(文忠)은 시호諡號가 내린 분이고, 김양진, 이현보, 이황, 류성룡은 청백리에 녹선錄選된 인물이었다. 나아가 이천, 이현보, 이황, 류성룡은 ‘한국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를 했다. 전후무후한 일이었다. 이로써 안동은 전 영남의 중심이 되었다.

퇴계학맥의 적전嫡傳 정재 류치명柳致明의 발신으로 더욱 명문이 된 무실(水谷) 전주류씨 등장은 조금 다음 1600년대의 일이었고, ‘소퇴계小退溪’라 불린 소호리(蘇湖) 한산이씨 대산 이상정李象靖의 등장은 1700대의 일이었다.

참고로, 안동김씨는 뿌리가 다른 두 파가 있다. 신라 경순왕의 손자 김숙승金叔承을 시조로 하며, 고려 말 충열공 김방경金方慶을 중시조로 하는‘구 안동김씨’계열과, 태사묘의 김선평을 시조로 하는‘신 안동김씨로’로 구분되는데, 여기서 언급하는 가문은 ‘신 안동김씨’를 지칭한다. 혼인까지 하는 전연 별개의 가문이다.

백범 김구는 전자의 후예이고, 김삿갓으로 알려진 김병연, 김좌진 장군은 후자의 후예이다.

3. 검사 초임에 검찰총장 은퇴했다

성종11년(1480)에서 연산군 10년(1504)까지 25년의 재조기간, 보백당의 관료이력은 화려했다. 50세 문과급제, 초임이 정6품 사헌부 감찰監察이었다. ‘나이 때문이라’ 했지만 파격적이었다. 3품에서 나누어지는 당상관과 당하관이 큰 분수령이라면, 6품과 7품에서 나누어지는 참상관과 참하관 역시 엄청나다. ‘출육出六’이라는 별명만큼 어려웠다. 대부분 여기서 도태되었다. 전자가 국정 마루에 올라가고 못 올라가는 경우라면, 후자는 조회에 참석하고 못하는 차이가 있었다. 현감이 종6품이니 예나 지금이나 원님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찰은 오늘날 검사이고, 그 바로 위가 정5품 정원2명의 지평持平인데, 탄핵기관의 핵이었다. 초임에 권력 언저리로 바로 진입 한 셈이었다. 그런 감격 때문인지 그때 시를 지었다. 동료들과 계를 하며 시첩을 남겼다. ‘총마계驄馬契’라 했는데, ‘총마’ 란 강직한 사헌부 관료를 상징한다. 감찰 정원이 24명인데 전, 후 시첩에 23명의 이름이 남아있다. 검사들의 집단 청렴선언문 같은 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송백처럼 꿋꿋하며 철석같은 엄격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시는 이러하다.

頭上峩峩桂後冠 머리 높이 법관 쓰고

南臺深處共盤桓 사헌부 깊은 곳에 함께 일하노라

直敎松柏風霜老 송백처럼 풍상에도 꿋꿋하며

須信肝腸鐵石寒 철석같은 간장은 더욱 차가우리라

公事有嚴三尺法 공사에는 삼척법을 엄히 적용하고

交情無添一遵懽 우정 더럽히지 말자고 한 잔 술 권하노라

他年榮落蔘商日 후일 서로 헤어지는 날

好把題名指點看 여기 시첩에서 그 이름들 찾아보리라

감찰 이후 벼슬들은 더욱 화려하다. 놀랍고 화려하다함이 정확할 것 같다. 54세에 사간원정언, 55세 홍문관교리, 홍문관응교, 57세 이조전랑, 58세 사간원헌납, 사헌부장령, 홍문관전한, 59세 사간원사간, 60세 사간원헌납이었다. 조선시대 관직편제상 최고의 요직이었다. 이를 거치지 않고 대감, 정승으로 가는 길은 없었다. 정언, 전랑, 헌납, 장령, 사간 등은 나이로 될 수 있는 벼슬이 아니다. 소장관료 가운데 최고가 아니면 추천 될 수 없는, 청직과 요직을 합친 이른바‘청요직淸要職’이었다.

그 다음 이력도 그러했다. 62세 동부승지, 병조참의, 예조참의, 성균관대사성, 사간원대사간, 홍문관부제학, 64세 병조참지였다.

65세부터는 연산군시대로 즉위 원년 도승지, 66세 사간원대사간, 68세에는 무오사화 발발하여 어세겸, 성희증, 조호문 등 10여명과 함께 태형笞刑을 받고 석방되어 다시 사간원대사간에 임명되었다. 69세 성균관대사성, 이조참의, 사헌부대사헌, 70세에는 “의금부에서 심리를 받고 잡혀들어 5달 이상 구금되었다가 용서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왔고”, 74세 갑자사화 발발, 75세 “김계행 등에 장杖을 치기 전에 배소配所로 보내고, 관직에 있는 자는 파출罷黜하라”는 실록기록이 보인다.

사헌부감찰로 시작해서 사헌부대사헌으로 마쳤다. 검사 초임에 검찰총장 은퇴한 셈이었다. 성종 15년, 연산군 10년, 25년 봉직이었다. 생원 신분으로 성주교수 등에 있었지만 의미 있는 기간이 아니었다. 보백당의 봉직기간은 문과급제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52세 때 짧은 좌천기간을 제외하면, 권력의 중추에서 한 번도 벗어난 일이 없다. 그렇다고 승진도 확연한 것이 아닌 특이한 이력을 남겼다. 60세 이후 10여 년 동안 계속 3품 벼슬에 머물렀다. 그것도 대부분이 요직중의 요직이라 할 수 있는 사간원 수장인 대사간 벼슬로 10여년이었다.

그러니까 62세 정3품 대사성, 대사간 등에 오른 뒤, 66세 다시 대사간, 68세 또 대사간, 69세 다시 대사성에 있다가, 한 품계 오른 종2품 대사헌이 전부였다. 7년 만에 한 품계 승진이니 승진이라 할 것도 없다. 이런 화려한 이력으로 아경亞卿(참판), 정경正卿(판서)에 오르지 못한 사람 또한 흔하지 않다.

그러나 참된 인생은 보상받기 마련이다. 보백당은 몰후 생전에 오르지 못한 벼슬을 모두 받았다. 진정한 명예란 사후 추모 받는 것이고, 사후 존경받는 일이다. 1858년(철종9년) ‘아경청원亞卿請願’하여 이조참판, 1859년 ‘정경청원正卿請願’하여 이조판서에 증직되었다. 1863년에는 정헌定獻의 시호諡號가 내렸다. 최후 관작은 ‘贈資憲大夫吏曹判書兼知經筵義禁府春秋館事弘文館大提學藝文館大提學知成均館事五衛都摠府都摠管贈諡定獻公’으로 결정되었다. 1909년(융희3년)2월 25일, ‘보백당의 신주를 영원히 조매祧埋하지말라’는‘부조지전不祧之典’의 칙명勅命이 내려와 국불천위國不遷位가 되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염원 하는 명인이 되었고, 명가가 되었고, 명문이 되었다.

4. 보백당은 강직한 인물이었다

보백당은 강직한 인물이었다. 1490년 7월 25일,『성종실록』에는 60세 정5품 사간원 헌납 김계행이 성종임금과 논박論駁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정치사에 언론자유 논쟁의 초기 그림이 오롯이 남아 있다. 성종을 이은 연산군이 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일으킨 참화가 무오사화(1498년), 갑자사화(1504년)였다. 8년, 14년의 간극이 있었다. 『성종실록』 기록은 이러하다.

“사간원 헌납 김계행이 아뢰기를, ‘전일 대간을 모두 바꾼 것은 침묵하고 말하지 않기(含黙不言)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재임용하면 다음 대간들이 말하기를, 아무개와 아무개는 침묵하고도 재임용되었는데, 내 어찌 홀로 바른 말로 실패를 자초할 일이 있겠는가 라고 할 것이니, 신은 바른 말을 하는 선비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이미 생각하여 임용했다’하였다.”

그 다음 이어지는 대화는, 국왕의 임용은 잘못된 것이니 이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이다. 대간과 국왕, 권력과 견제, 언로와 간섭 등의 문제에 대한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화를 읽어보며 느낀 개념이 있다면, 500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는 언론자유가 확립된‘1등 문명국가’였다는 사실이다. 5급 사무관 정도의 사간원헌납이 절대군주인 국왕과 시쳇말로 ‘맞장’을 뜨고 있다. 그런 배짱과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선조들은 ‘말의 위험성’을 극복하기위해 아예 ‘말하는 직책'이 아닌, ‘말해야 하는 직책‘을 만들었다. 직책은 대간臺諫이고, 책무는 간쟁諫諍, 봉박封駁 규정이었다. ‘언론(言)’을 당시에는 간諫, 간쟁諫諍이라 했는데, 말 그대로 ‘말의 따짐, 말의 다툼’이다. ‘시비是非’가 일반인들의 ‘옳고 그름을 끝가지 가려보자’는 개념이라면, ‘간쟁’, ‘봉박’은 대상이 국왕이라는 차이가 있다. 다 같이 말과 글을 그 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전하 아니되옵니다’하는 대간들의 간쟁과 봉박은 그 개념에서부터 상당한 언로 확보가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조선 초기, 성종 때는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대간들이 눈치를 보며 ‘함묵불언含黙不言’함이 예사였다.

1493년(성종24년), 대간의 간쟁, 봉박에 화가 난 성종이 "지금의 대간들은 털을 불어가며 작은 흠집까지 찾아내려고 한다"며, 잡아들여 국문鞠問하라 한다. 이에 대사간 허계許誡가 나서 ‘국문은 부당하다’며 상소 한다. 그 상소에는 "간하는 것은 정간正諫, 풍간諷諫, 휼간譎諫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다르지만 그 마음은 모두 임금이 허물을 없도록 하려고 하는 것 뿐이옵니다" 한다. 직언, 비유, 풍자 등의 방법인데, 상황마다 다르게 간쟁한다. 성종시대 언론은 이러했고, 보백당은 지금 직언으로 충언과 역린의 교차점에서 논박하고 있다. ‘함묵불언지폐含黙不言之弊가 있다’고 함은 역린에 가깝다. 흥미 있는 기록이라, 전문을 소개한다.

김계행 “옛날 자사子思가 위후衛候에게 말하기를, ‘임금의 국사는 날로 잘못되어 갑니다. 임금이 말을 하며 스스로 옳다고 하면, 경대부卿大夫는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며, 경대부가 말을 하며 스스로 옳다고 하면, 사서인士庶人은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합니다’고 하였습니다. 이로 보면 침묵하고 말하지 않은 폐단(含黙不言之弊)은 적은 일이 아닙니다. 청컨대 재임용하지는 마시옵소서.”

성종 “그대가 자사가 위후를 대하며 한 말을 인용하니, 어떤 일에 비유해서 그렇게 말하는가? 내가 어떤 일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데, 대부가 감히 그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한다는 것인가? 그대가 비록 앞의 대간이 침묵하고 말하지 아니한다고 했으나, 오늘 간諫하는 바를 들으니, 앞 대간의 말하지 아니하는 것보다 도리어 못한 듯하다.”

김계행 “전에 이창신을 재임용하고, 하한문을 집의執義, 정미수를 부정副正에 임명 하였으나, 대간은 모두 한마디 말도 없고 의정부에서만 논의 하였으니, 자못 나라에서 대간을 설치한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대간은 없어도 되며, 반드시 의정부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감히 아뢰는 것이옵니다.”

성종 “대간이 창신 등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은 오래전 일이라 내 능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내가 묻는 것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하는가? 그대가 ‘경대부는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그 경대부는 누구란 말인가?”

김계행 “대간이 머뭇거리고 구차하게 침묵하고 말하지 않으니 국사가 날로 그릇되지 않을까 두려운 까닭에 아뢰는 것이옵니다.”

성종 “이미 그대가 말하는 바를 알았다. 그러나 이미 대신들과 의논하였으니 다시 말하지 말라.”

김계행 “어제 침묵했다고 해임하고 오늘 재임용을 명하셨으니, 이는 오늘 임용은 옳은 일이며 전일 해임은 그릇된 것이므로, 침묵의 폐단이 작지 아니하기 때문에 감히 마음에 품은 바를 아뢰는 것이옵니다.”

성종 “대간이 여러 번 사직하기를 청하고, 대신들도 바꿀만하다는 논의가 있기 때문에 부득이 바꾼 것이지 나의 본의가 아니었다. 그리고 벼슬의 임용, 해임 권한은 나에게 있는데 어찌 그대가 간섭하고자 하는가?”

김계행 “신은 대간 근무가 얼마 되지 아니하였고, 또 견문이 없사옵니다. 다만 마음에 품은 바를 아뢴 것인데, 하교가 이러하시니 청컨대 신에게 죄를 내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성종 “여러 승지들에게 물어보고, 할 말이 있으면 말하고 없으면 물러가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하니 김계행이 말없이 물러갔다.”

발단은 인사 문제였다. “어질지 못하고, 능력 없고, 공로 없는 자의 의정부, 낭관郎官 임용은 헌법(大典)에 없는 일”인데, 정숙지를 임용했으며, 더구나 이 인사를 그 아버지 정문형鄭文炯이 추천했다고 했다. 이때 정문형이 이조판서로 아들을 사재감정司宰監正에 임명하도록 했는데, 대간들은 이를‘상피제相避制를 어긴 것’이라 했다. 상피제는 권력의 집중, 전횡을 막기 위해 인, 친척사이에는 같은 관청이나 소속기관에 근무할 수 없게 했다. 권력기관은 모두 적용되었다. 성종이 지목한 ‘그 경대부'는 삼봉 정도전의 증손자 정문형으로 추측되는데, 보백당이 그 이름은 끝내 말하지 않음은 생원 동방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법은 법이었다.

성종시대는 과도기적 준법시대였다. 1485년, 오랜 세월 다듬어온 『경국대전』이 드디어 발효,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간들은 말하자면 준법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성종이 “벼슬의 임명, 해임 권한은 나에게 있는데 어찌 그대가 간섭하고자 하는가(且廢置在我爾何指揮耶)”하고, 그것도 “부득이 바꾼 것이지 나의 본의는 아니었다(不得已遞之非予本意也)”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간은, “하교가 이러하면 신에게 죄를 내려달라”고까지 한다. 법은 과거동기도 지켜야 하고, 임금도 지켜야 하고, 대간도 대간의 책무를 다해야 했다. 이를 뒤집기 한 임금이 연산군이었다. 연산군은 대간 권력을 물리적으로 빼앗아 ‘전하 지당하옵니다’하는 지당대신들에게 넘겨버렸다. 무오, 갑자사화가 ‘대간의 참화’인 연유가 여기에 있었고, 그 대부분이 지방에서 과거시험을 거처 갓 올라간 신진사류였고, 영남사류였다. 점필재 김종직金宗直(문과, 중추부지사)의 참화는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보백당의 환로 대부분이 대간에 있었다. 말해야 했고 대상은 임금이었다. 언제든지 ‘전하 아니 되옵니다’고 해야 했다. 그래서 논박에서 보듯이, 임금이“그대는 더 이상 말하지 말라” 해도 전연 듣지 않고 있다. 조선 500년은 이 기능의 작동과 함께 부침했다. 아니 흥망을 함께했다. 흥했던 시기는 사화, 당쟁의 시기였고, 망했던 시기는 노론의 시대였고, 세도정치 시대였다. 법이 지켜지지 않았고, 언론은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국법에 의한 언론 보장과 시험에 의한 관료선발은 중세 어느 국가도 시행하지 못한 국가 근간이었지만 이 기능이 무너져버렸다. 최악은 ‘삼정문란三政紊亂’과 ‘매관매직賣官賣職’이었다. 전자는 서민을 류민流民,아사餓死시켰고, 후자는 재야 예비관료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로써 진보 엘리트 사士와 서민은 그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고, 이는 망국을 가속화시켰다.

보백당은 그 맹아기에 소임을 다했다. 밀암 이재李栽의 행장行狀 글에, “알면 말하지 않음이 없었고, 말하면 다하지 않음이 없었다(知無不言言無不盡)”고 했다. 그리하여 “승냥이의 이빨을 찌르고 성난 호랑이를 건드려 죽음의 언덕에 놓였어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그 누구보다도 ‘법불아귀法不阿貴’했고, ‘언불아귀言不阿貴’한 공직자였다.

연산군 시대는 암흑기였다. ‘대간들을 원수같이 여긴’ 연산군과 충돌은 필연이었다. 선비의 숲, 사림士林은 궤멸되었다. 그래서 연산군은 죽어서도 조祖나 종宗으로 묘호廟號 되지 않고 군君이 되었으며, 무덤도 릉陵이라 하지 않고 묘墓라 했다. 남긴 사적도 ‘실록實錄’이라 하지 않고 ‘일기日記’라 했다. 연산군 시대 대간의 수장으로, 생사기로의 보백당은 어떤 대응을 한 것일까? 서애 류성룡의 ‘영모록永慕錄’의 기록은 이러하다.

“연산군 시대 공公은 다시 사간원의 장이 되어, 내폐內嬖들이 왕의 총애를 믿고 끼치는 폐단을 극간極諫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은 시폐時弊를 구하기 어려움을 알고 병을 핑계하고 전원으로 물러났다. 연산군이 앞의 일로 의금부에 가둠이 무릇 세 번이었으나, 마침내 화는 모면하였다.”

눌은 이광정이 지은 묘갈명은 이러하다.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을 찾아가 종유從遊하며, 강론을 매우 즐거워했다. 무오년 옥사가 일어나자 점필재와 종유한 자들이 벗어날 수 없었다. 공이 세 차례 체포되어 고문이 극도에 이르렀으나, 마침 극력으로 도와주는 자가 있어 마침내 석방 되었다. 선생은 이를 다행으로 여기지 않고 슬퍼하며 한스러워했다.”

‘3번의 구금과 고문’은 ‘내폐의 패단 극간’과 바로 연계되고, ‘점필재 김종직과 종유’와 무관하지 않다. ‘내폐’는 장녹수를 비롯한 이른바‘왕의 여인들’을 말하고, 이의 ‘극간’은 짚을 들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형국이었다. 1502년 11월 25일,『연산군실기』의 장녹수 기록은 이러하다.

“남모르는 교사巧詐와 요사스러운 아양은 견줄 사람이 없으므로, 왕이 혹하여 상사賞賜가 거만鉅萬이었다. 부고府庫의 재물을 기울여 모두 그 집으로 보냈고, 금은주옥金銀珠玉을 다 주어 그 마음을 기쁘게 해서, 노비ㆍ전답ㆍ가옥도 또한 이루 다 셀 수가 없었다. 왕을 조롱하기를 마치 어린아이 같이 하였고, 왕에게 욕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하였다. 왕이 비록 몹시 노했더라도 장녹수만 보면 반드시 기뻐하여 웃었으므로, 상을 주고 벌을 주는 일이 모두 그의 입에 달렸다.”

이 처럼 현실은 엄중했고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무오사화는 곧 점필재의 사화였기 때문이었다. 점필재의 제자 탁영 김일손金馹孫(문과, 이조정랑) 은 대간 후임이었고, 사관 때 사초史草인 ‘조의제문弔義帝文’은 빌미를 주었다. 이로써 사림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점필재가 누구인가? 사림의 영수였고, 영남사림파의 선구였다. 점필재와 교유를 살펴보면, 41세 때 『주역』, 『근사록』을 함께 읽었고, 46세, 47 때는 서로의 고향 상주, 안동을 교차 방문했다. 50세 급제 직후 점필재의 서울 자택을 찾아갔고, 51세에는 점필재, 성희안成希顔(문과, 영의정)과 더불어 여러 날을 함께했다.

52세에 시폐를 극간하다 고령현감으로 좌천 되었다. 떠나기 전 점필재를 만나니, 점필재가 1년 전에 꾼 꿈 이야기를 했다. 『점필재집』의 기록을 대략 정리하면 이러하다.

“1481년 11월 8일, 꿈에 친구 취사取斯(보백당 字)가 나타나 ‘이런 연유로 성현도 찰방으로 좌천되었다’고 하기에, 꿈결에 ‘김군 50에 급제했다(金君過五十登第)’는 꿈의 시’ 1수를 지었는데, 지금 현실이 되었다고 하며 크게 한 번 웃고 전별시 2수를 지어 노자路資로 준다”고 했다. 꿈속에서도 친구를 걱정하니, 신교神交에 이르는 우정인지 모르겠다. 그 한 수는 이러하다.

伽倻古藤薜 가야는 예로부터 벽지이나

謫宦勝封留 귀양지의 역관驛官보다는 좋으리라

筍鱖供廚興 죽순, 쏘가리 입맛을 도와주고

溪山與目謀 산천은 눈을 즐겁게 하리니

風淳氓保靜 풍속이 순박하고 백성은 안정되어

官冷屋廬幽 관리가 청렴하니 관아가 조용하다

昔我趨庭處 내 옛날 놀던 고향

絃歌待子遊 자유子遊처럼 어진 고을정치 펴리리라

궁극적으로 사림士林은 ‘국國+가家’에 의한 권력 구조를 이성이 지배하는 ‘국國+사士’의 나라로 바꾸고자 했다. 고려시대는 전형적 국+가의 나라였다. 조선 전기도 그러했다. 권귀權貴, 권간權奸이라 불린 훈구, 외척은 새로운 가家의 등장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사림은 목숨 걸고 투쟁했다. 그것이 나라를 문명국으로 바꾸는 첩경이라 확신했다.

훈구는 악의 집단이며 사림은 선의 집단이다. 훈구는 또한 야만집단이다. 야만집단과 악의 집단은 퇴출되어야하는 한시적 집단이다. 퇴계의 이선기악理善氣惡, 이존기비理尊氣卑, 이귀기천理貴氣賤은 그 단적인 표현이다. 4번의 피로 쟁취 한 사림정부도 잠깐, 조선후기는 또 다른 가家가 등장하여 역사를 저 멀리로 다시 후퇴시켜버렸다. 이들 가家는 국國을 넘어 버렸다. 이로써 나라는 암울한 나락으로 끝도 없이 전락했다. 조선중기 사림은 신진이고 진보였다. 대간은 그 전초였고, 보백당은 그 선구였다.

참고로, 1800년 이후는 노론, 세도정권 수백 명이 대감, 정승을 할 때 남인들은 대감(판서이상)5명이 전부였다. 심지어 지방 수령, 관찰사도 없었다. 관직이란 관직은 그야말로 싹쓸이 해버렸다.

안동 하회의 류상조柳相祚(병조판서,1763-1838), 의성 산운의 이희발李羲發(형조판서,1768-1849), 안동 원촌의 이효순李孝淳(형조판서, 1789~1878), 성주 한계의 이원조李源祚(공조판서,1792-1872), 상주 낙동의 유후조柳厚祚(공조판서, 좌의정 1798-1876) 뿐이다. 실세인 이조판서는 아예 없다. 대감은 남인이 올라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대부분 80대 짧은 기간, 그야말로 구색에 불과했다. 인재의 보고 영남은 사실 인조반정이후부터 망국 때까지 그저 권력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5. 보백당은 청렴한 인물이었다

보백당은 청렴한 인물이었다. ‘청백이 보물’이라 함이 증거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에 없다. 결벽에 가까운 인물이 아니었을까. 정언, 헌납, 장령, 사간 등의 대간 직책이 그러했고, 그 수장인 대사간, 대사헌의 거듭된 임명이 그러했다. 곧은 성품으로 인해 대간에 거듭 임명되었지만, 그만큼 바른말과 바른 처신의 중압감은 바위처럼 가중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끊임없는 사직과 낙향, 그리고 아무도 없는 궁벽한 산촌 ‘묵촌黙村’으로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눌은 이광정李光庭이 쓴 묘갈명의 글은 이러하다.

“언관言官에 있으면서 일을 만나면 반드시 간쟁諫諍했다. 강직하여 절대 아첨하지 않았다(辣辣不阿). 무릇 관직에 임명되면 숙고하며 한 자계資階, 반 자급資級이라도 반드시 사양했다. 사양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때 나아갔으나 오래 있지 않았다.”

‘강직하여 아첨하지 않았고’, ‘관직에 임명되면 반드시 사양했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때 나아갔으나 오래 있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화려한 이력, 승진 없음이 특이하다 했는데, 끝없는 사직 요청도 그러했다. 연보年譜를 보면, 54세 사간원 정언 사퇴에서부터 55세 부교리, 교리 사퇴, 57세 이조정랑, 교리 사퇴, 1492년 62세에는 1년 내내 사퇴하고 있다. 8번 사퇴했고, 5번 임명 되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2월 동부승지에 임명되었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으니 병조참의로 옮겨 임명했다. 4월 예조참의에 임명되었지만 3번 사양하여 교체되었고, 6월에 성균관대사성이 되어 조정에 돌아오니 사간원대사간으로 다시 옮겨 임명하니 4번이나 사양하여 교체되었다.”

그 이후도 그렇다. 64세 병조참지 사퇴, 65세 도승지 힘써 사퇴, 66세 대사간 사퇴, 67세 사퇴, 낙향 등의 기록이 있다. 68세는 무오사화 당년 태형을 받았고, 69세 대사간으로 완전 은퇴 요청했으나 다시 대사성, 대사헌이 되었다. 70세는 구금拘禁 5달, 71세 만휴정을 지으면서 다시 낙향했다. 75세 다시 장형을 받았다고 했다. 거의 매년 사직하고 있다. 붙들면 있었지만 항상 물러남에 방점이 있는 난진이퇴難進易退, 이험불이夷險不二의 처신이었다.

정치적 배경도 전연 없고, 급제도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대부분의 문과급제자가 종9품, 그것도 ‘권지權知’라는 임시직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생각할 때 매우 의례적이라 할 수 있다. 고을원 한 두 곳하고 물러나도 전연 이상할 것이 없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갖추어진 발군이 아니면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선시대는 근본적으로 ‘작은 정부’여서 그 만큼 치열했다. 그러나 보백당은 그렇지 않았다. 요직은 모두 역임했고, 남은 것은 대감, 정승뿐이었다. 그렇지만 선택은 사퇴, 낙향이었다. 65세 연산군 즉위 원년, 도승지에 임명되었지만 사직소를 올렸다. 이 사직소는 보백당의 입조入朝 자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분수를 넘었고, 부끄럽기 짝이 없고,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지금 이런 글 한편 발표하고 물러나는 정객 한명 정도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직소의 글은 이러하다.

“신은 외람되게도 분에 넘치는 은혜를 입어 청현의 자리를 역임하며 조정의 대열에 끼친 누가 이미 한도를 넘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럽게 짝이 없습니다. 신과 같은 천박하고 졸렬한 사람이 어찌 오래도록 요직의 자리에 함부로 머물러 있겠습니까? 새로운 정사에 전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훌륭한 사람의 진로만 방해하고 있습니다. 신은 마땅히 시골 터 밭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죽어야합니다. 굽어 살피시어 신의 직책을 바꾸어 주시기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정치는 환멸을 가져다주었고, 결벽 한 성격은 깨끗한 선향仙鄕을 찾고 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조용하고 외진’ 묵촌이었다. 그 원래 지명은 ‘선항仙巷’, ‘선당仙塘’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니 당시에는 그야말로 이름처럼 ‘고요한 마을’이고, ‘신선이 사는 마을’이었으리라. 가운데 묵계黙溪가 잔잔히 흐르고 있다. 1501년에 지은‘만휴정晩休亭’은 더욱 그런 곳이었다. 송암松巖 우거진 계곡 폭포 가에 있다. 폭포 소리에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자 했음일까? ‘보백당’은 당호이며, 언제부터 호號로 명명되었다. ‘보백선생’이 변칭된듯하다. 그러나 그 결벽에 가까운 성품에 걸 맞는 호가 있다면 ‘묵계黙溪’가 어떨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보 기록은 이러하다.

“그때 국정파행을 상소했으나 답이 없으므로 사직하고 낙향하였다. 일찍이 吾家無寶物寶物惟淸白‘이라는 시를 읊으며, 낙향에 즈음하여 고향에 ’보백당寶白堂‘이라는 편액을 붙인 조그마한 집을 짓고, 날마다 후진을 인도하고 교육했다. 성품이 산수를 좋아하여, 평소에 묵촌默村의 조용하고 외진 곳을 찾았는데, 무오사화 이후 왕래하다가 우거寓居하게 되었다.”

그런데 보백당의 묵촌 정착은 쉽지 않았다. 40여년 세월이 필요했다. 말하자면, 30세에 전원주택 적지를 보아 두었다가 71세에 정착 한 꿈의 실현이었다. 연보를 보면, 묵촌을 처음 찾은 것은 30세였고, 45세에 맏아들을 들어가 살게 했고, 46세에 다시 찾았다. 63세부터는 소산 부근 사제笥堤와 묵촌을 내왕했고, 71세 만휴정을 지으면서 완전 우거寓居했다. 그때까지 사제에 ‘보백당’이 있었으니, 묵촌은 그야말로 별서別墅였다.

조카 학조대사學祖大師(1432-1514)와 일화는 보백당의 청렴한 성품을 시사하고 있다. 조카는 왕사王師로 벼슬알선을 제의했다. 그러나 꾸짖고 매를 때려 물리쳤다. 여론이 이를‘아름답다’고 했고,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1493년 10월 24일,『성종실록』 기록은 이러하다.

“사신이 평하기를, 이때 김계행을 성균관 사성(대사성 오기?)으로 삼았으니, 계행이 학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의 아들 승僧 김학조金學祖가 세조의 총애를 받았다. 일찍이 계행에게 말하기를 ‘숙부께서 만약 벼슬을 얻고자 하시면 제가 이를 도모해보겠습니다’ 하니, 공이 노여워하며 매를 때리니, 이때 여론이 이를 아름답게 여겼다.”

서애 류성룡이 외손으로 쓴 글이 ‘영모록永慕錄’인데, 거기에 이 일화가 좀 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서애 증조모가 보백당의 따님이었으니 당시에는 가족의 범주에 있었다. 선외가先外家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할 가족사였다. 그래서 유사遺事를 쓴 이보李簠는 “서애선생의 이 기록은 류씨가보柳氏家譜로 쓴 것이지, 보백공寶白公을 위해 쓴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글은 이러하다.

“공公이 성주교수 재직 때, 학조가 성주에 와서 찾아오도록 하자, 공이 화를 내며 가지 않았다. 부득이 학조가 찾아오니, ‘너는 중이 되어 세력만 믿고 방자하게 나이 많은 숙부를 찾아오지 않고 도리어 찾아오라하느냐’ 하고, 매를 때리니 피가 흐를 지경이었다. 조카는 불과 한 살적은 나이였다. 얼마 후 학조가 다시 말하기를, ‘숙부께서는 오래도록 과거로 고생 하셨으니 만약 벼슬 뜻이 계시면 힘써보겠습니다’ 하니, 공이 화를 내며, ‘내가 너로 인해 벼슬을 얻는다면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을 보겠는가(我因汝得官何面見人也)’ 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絶不許).’”

학조대사는 왕실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다. 1460년부터 1514년까지 50여년, 국가적 불사는 모두 관여했다. 유점사, 진관사, 해인사, 낙산사 등을 중수했고, 1488년 인수대비 명으로 해인사 대장경 판당을 중창했고, 1500년(연산군 6년) 왕비 신씨의 명으로 해인사 고려대장경 3부를 인행하고 발문을 썼다. 1514년 입적한 해에 세워진 부도탑이 법주사 복천암에 남아 있다.

물론 이 기간은 보백당의 재조기간과 겹쳐진다. 그러나 33살 성주교수(학조대사 32세) 때의 이 일화를 제외하면 환로 어디에도 인과관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보백당이 1489년(성종20년) 59세 사간원사간으로 ‘승니僧尼를 혁파하라’는 상소가 보이고, 탁영 김일손이 사초史草에 대사를 비판하는 글이 있다. 따라서 위 기록은 보백당의 성품과 입장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사관의 평가이니 더욱 그러하고, 서애의 기록이니 더더욱 그러하다.

보백당은 선향을 자적自適하다 87세에 몰하였다. 장수했고 자손 모두 잘되어 더 없는 다복한 생애를 보냈다. 81세 헌수獻壽에는 내, 외손 대소과 합격자가 10여명이었고, 관직에 있는 자가 7인이었다. 모두 부러워했다고 했다. 그래서 “고장 사람들이 나를 복이 많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두려움이 더할 뿐이다, 모두들 더욱 겸손하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며, 사람에게는 정성을 다하며 경솔하여 늙은이를 욕되게 하지 말라”했다.

죽음에 이르러 자질子姪들과 큰집 종손자從孫子 김영에게, ‘유허遺墟에 이름만 남기라’하고, “비석을 세워 생애를 미화하는 글을 절대 남기지 마라”했으며, “선행(善事) 없는 사람의 명성(善名) 얻음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아름다운 유언이었다.

“나는 임금을 지척에서 모신 근신近臣이었다. 그러나 임금을 바로 보좌하지 못했고, 시폐도 구하지 못했다. 내가 죽거든 장례를 간략하게 하라. ‘다만 이름을 써서 유허를 표시하고(但記姓名以表遺墟)’, ‘비석을 세워 생애를 미화하는 글을 절대 남기지 마라(切勿虛辭溢美請人爲碑碣)’. ‘선행 없는 사람의 명성 얻음은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無善事而得善名吾所深恥也)’. 그리고 ‘청백이 보물’이라는 시 구절만을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