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선생실기> 발문

      얼마 전에 이성원 농암 종손이 국역한 <지산선생실기>를 나에게 가지고 와서 서문을 부탁했다. 그러나 서문은 이미 공의 실기에 있기에 사양하고 삼가 발문을 적기로 했다.

     나는 공의 실기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4백여 년 전에 도산서원이 창건된 이래 지금의 모습을 갖기에는 그동안 공과 같은 정성어린 수호의 공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사적에 새삼 깊이 느끼는 바가 있다.

    공은 농암선생 증손으로 휘는 운(芸)이다. 탁월한 기질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호방한 기개와 영특한 재주를 지니고 영원한 효도의 마음이 지극하였다. 공은 안으로 자신을 성찰하여 본성을 함양하고 밖으로 의리를 여행(勵行)하는 지사(志士)의 전형이었다. 나의 육대조 고계공께서는 묘갈명을 지으셨고 우리 문중 선조인 광뢰공은 그 행장을 짓고 나의 조부 춘고공께서는 발문을 지으셨다. 광뢰공이 지은 행장에 보면 공의 도산서원에 대한 공적이 자세히 적혀있다.

     공은 25세의 약관으로 도산서원 관리사무의 소임을 맡아서 서원을 출입하게 되었다. 그 때 섬나라 왜구의 침략으로 강산이 허물어지고 종묘사직이 위기에 봉착하자 공은 무엇보다도 도산서원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다. 공은 퇴계선생을 모신 존귀한 상덕사가 위태롭고 어려운 때를 당하여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하고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서원수호에 전력을 다하였다.  모두들 난을 피해 서원을 비울 때 서원 소장의 서책을 안전하게 갈무리 하는 등 여러 가지 안전 조치를 취하고, 퇴계선생의 위패를 청량산성에 모셨다가 곧 순흥 소수서원으로 옮긴 후 다시도산서원으로 무사히 봉안한 과정의 그 어려웠던 내력이 행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기해년(1599)에 공은 퇴계선생문집 간행에도 크게 공헌했다. 왜란을 겪은 후인지라 비용 마련이 매우 어려웠는데 그 일을 주관하여 끝내 완성함으로서 퇴계문집이 지금 같이 후세에 선미(善美)하게 전해지게 됬다. 그리고 서원의 당우와 토지 및 기물의 불비한 것도 계획을 세워 원만히 처결했다.  이와 같이 공은 도산서원과 사문수호에 일편단심 이였다. 왜적을 막은 황악산 의거에도 하늘을 오를듯한 기개로 충의를 맹세했다. 공의 빛난 공적에 원근의 칭송이 자자했음에도 공은 항상 겸덕(謙德)의 모습이었다.   

      이제 한문으로 된 실기를 한글로 말끔히 번역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읽을 수 있게 했으니 이 또한 매우 기쁜 일이다. 도산서원에 출입하는 유사와 유생들은 실기를 필독하고 선현의 정성을 가슴에 새겨 이를 귀감으로 삼아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신묘년(2011) 7월, 진성 후인 이근필(李根必)은 삼가 쓰다

     * 지산 휘 이운 공의 실기가 2011년 12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국역되어 반질되었습니다. 다같이 공의 행적을 상고하고 삼가 추모하는 마음을 갖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