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東 永川李氏 略史

             “정승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

          -분강촌, 농암선생과 강호가도, 간재선생과 귀갑선도, 농암가문의 경로전통, 농암가문의 국문시조전통        

 **분천리시대- 안동댐 이전

  1. 분강촌

안동시청에서 동북쪽으로 35번 국도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한국국학진흥원과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이란 표시의 웅장한 건물들을 이어서 보게 되고, 이를 벗어나는 지점의 국도에 분천리라는 표지판과 더불어 도산서원 진입로에 이른다.

분천리는 안동 영천이씨의 집성 마을이고, 안동댐 이전에는 100여 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다. 분천은 한자로 ‘汾川’이라 쓰는데, 우리말로 ‘부내’라고도 불렀다. 오천을 ‘외내’라 하고, 월천을 ‘다래’라 하듯이 그렇게 불렀다. 부내 산천은 도산에서도 가장 빼어났다. 지금의 도산서원 진입로 아래 강변 마을인데, 앞으로 흐르는 강을 ‘분강汾江’이라 하여 ‘분강촌’이라고도 했다. 배산임수와 더불어 끝없이 펼쳐진 70여 만 평에 이르는 문전옥답은 살기 좋은 터전으로 더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모재 김안국은 “마치 도원경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으며, 농암선조(농암 이현보)는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영천이씨가 이곳을 차지할 수 있었음은 다른 성씨들에 비해 시차적으로 좀 더 일찍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도산은 강력한 재지 기반을 지녔던 토성土姓 선성김씨와 선성이씨가 마침 이곳을 떠나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정착하면 그대로 터전이 되는 그런 시대였다.

영천이씨는 고려 초기 영천永川출신 평장사 이문한李文漢을 시조로 하여 여러 분파가 있고, 현재 전국 산재한 인원은 10만 명 정도이다. 안동 영천이씨는 영양군 이대영을 중시조로 하며, 그 6세손인 고려 말 종4품 군기시소윤軍器寺少尹을 역임한 영천 출신의 낙은洛隱 이헌李軒깨서 도산 산수의 수려함을 사랑하여 이거하면서 비롯되었다. 이헌의 묘소(안동시 녹전면 서삼리 소재)비석에 “혁명의 시대에 성장하여 벼슬을 좋아하지 않았다(生長革命之時, 不樂仕進)”라 쓰여 있으니, 1380년 전후로 복거卜居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다른 성씨들보다 최소 50여 년은 앞섰다. 퇴계의 조부 이계양이 이웃 온혜에 왔을 때 ‘주민 한 집이 있었다’고 한 것처럼 부내 역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를 개척하며 삶의 터전을 열었다. 여기까지의 계보를 한문 그대로 대략 적어보면,

李氏之貫永川。以平章事公諱文漢爲始祖。 歷五世。又有益陽君諱克仁。而世代玄遠。只 以永陽君爲始焉。

 一世  大榮   高麗進士神虎衛大將軍封永陽君

 二世  得芬   典工判書

 三世  文卿   保勝護軍

 四世  松侶   吏部侍郞

 五世  日忠   司宰監主簿

 六世  軒      奉善大夫軍器寺少尹。自永川。移居禮安。 

낙은은 선성이씨 부인과 혼인하여 3형제를 두었는데, 맏이 종실은 후사가 끊어졌고 둘째 파坡는 문과급제하여  의흥현감을 지냈다. 파의 사위가 김유용金有庸인데 김유용은 퇴계 조부 노송정 이계양李繼陽의 장인이다. 파의 외손녀가 곧 퇴계의 조모다. 이런 관계로 농암과 퇴계는 7촌의 인척이 된다. 공교롭게도 회재 이언적의 증조모와 농암의 조모도 청주양씨 자매여서 또한 7촌 사이가 된다.

회재는 이조판서 김담의 동생 김홍의 외손서가 되는데, 이들은 농암 어머니의 외삼촌이 되고, 김홍은 이계양과 동서이니 역시 파의 외손서가 된다.

세째 오塢 역시 문과급제 하여 예문관직제학으로 공조판서 황유정黃有定의 손서가 되었고, 관찰사 금숙琴淑과 사돈관계였다. 이들 형제의 문과급제는 『국조방목』에는 보이지 않고 『선성지』에 의한 것인데, 필자 역시 사실여부를 몰라 학자들에게 물어보니 “려말선초는 문헌기록이 소략하여 어쩌면 『선성지』같은 지방지의 기록이 더 정확할 수도 있으며, ‘예문관직제학’은 음직蔭職으로는 거의 올라갈 수 없는 직책이라” 한다. 두 분이 '선성파벽宣城破僻 했다'는 오랜 구전이었다.  

이런 사실은 ‘족보族譜'라는 책 때문이다. 족보는 전 국민의 애장서이다. 어느 산촌 조그마한 농가에도 이 책만은 비치되어 있다. 조상들의 역사, 가족, 씨족 신상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지금 계속 적어가고 있으니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 놀라운 민족임이 틀림없다. '한국 문맹율 세계 최소'는 이 족보가 기여함도 없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족보라는 것이 보다보면 흥미로운 점도 있다. 한국 최초 족보로 1476년 발간된 『안동권씨성화보』에는 동성동본 혼인이 적나라하게 쓰여있고, 두 번째 1565년 발간된 『문화유씨가정보』에는 친손, 외손, 사위, 외외손이 모두 등재되어 있다. 우리 집 족보(『永川李氏少尹公波譜』)도 예외가 아니다. 농암 증조부 이파李坡의 사위는 김유용金有庸인데, 이 항목에는 사위 이계양李繼陽과 김홍金洪이 있고 친손, 외손, 사위, 외외손이 적혀 있다. 여기에 이미 회재는 적혀있다. 8촌 이내 친척親戚, 인척姻戚 모두 당내堂內로 집안이다. '집 안에 있으니' 가족이고, 밥을 같이 먹으니(食口) 가족이다. 패밀리라는 개념이다. 계보에 왕후가 있다면 거기까지 쓴다. 이는 친인척 개념보다는 긍지 개념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먼 외외손인 인현왕후도 기록되어 있다. 족보 기록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李坡 -女 金有庸 : 사위가 이계양인데 진보이씨로 진사이며 증직 판서이다. 계양의 아들 식은 찬성이고 아들 우는 참판인데 호는 송재이다. 식의 아들 해는 정민공으로 호는 온계이고 황은 시호가 문순공인데 호는 퇴계이다. 우의 증손은 사위가 정경세인데 이조판서로 시호는 문장공이다. 경세의 사위는 송준길로 호는 동춘인데 사위가 여양부원군 민유중으로 인현왕후를 낳았다.

사위 김홍은 통찬이다. 아들 만일의 사위는 박숭고, 권수익이다. 만일의 외손은 박승임으로 호는 소고이다. 숭고의 사위는 이언적인데 문원공으로 호는 회재이다. 수익의 외손은 조목으로 호는 월천이다.“

2. 농암선생과 강호가도

1506년 중종반정으로 복직되고, 다음해는 사헌부지평으로 승진 발탁되었다. 다음해 자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왔다. 선망하는 청요직에 올랐지만 농암의 선택은 지방이었다. 보장된 영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35년의 기간, 밀양, 충주, 안동, 성주, 대구, 영주, 경주, 경상도관찰사로 이어지는 여덟 고을, 30여년을 근무했다. 전 관료생활을 지방에서 근무한 셈이었다. 가끔 중앙의 청요직 보직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나와버렸다. 특이한 관료이력이라 할 수 있다. 자청하여 30여년 고을살이도 희귀한 일이지만 이런 관리의 청백리 녹선은 더욱 희귀하다. 경직京職을 절대적으로 선호한 당시의 정치풍토로 볼 때, 끊임없는 외직의 자청은 민생에 보다 가깝게 가고자 하는 일관된 신념 때문이었다. 동료들의 신망과 존경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농암의 고을살이는 목민관의 전형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백성에게 관대했으며,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에 절대 개입되지 않도록 했다. 경상도관찰사 시절 친구, 친지의 공관출입금지는 그 대표적인 조치였다. 충주목사 시절 농민들이 고리대로 인해 토지를 빼았기는 일을 척결하고, 세금에 허덕이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대구부사 시절 학생교육을 위해 봉급을 털어 도우는가 하면, 안동부사 시절‘안동양로연(花山養老宴)’에는 80세 이상 남여귀천을 함깨 초청했다. 당시 사회가 삼엄한 신분사회였음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농암은 고을원의 신분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노인들을 즐겁게했다. 농암에게 '경로'는 '박애'와 더불어 지방행정의 중심이며, 전 생애를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덕목이었다.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인도 문벌 집안을 찾지 않았으며, 사람을 대함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았다”는 퇴계의 행장行狀 기록과도 일치한다. 이런 휴머니즘 가득한 공복윤리가 있었기에 성주에서는 "고을 사람들이 전출의 길을 가로막고", 충주에서는 "떠나는 날 쫓아와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길을 메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찰사들의 계속되는 표창상신과 당대에 계층을 초월하고 누렸던 인기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농암은 휴머니즘 가득한 목민관으로, 대시인大詩人이며 대효자大孝子였다. 화산양로연은 고향에서 마련한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로 이어졌고, 여기서도 70세 노구의 몸으로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90세 부모와 노인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모습에 동료,친구들이 축하 시를 보냈고, 지금 그 친필시 40여 편이 종택에 보존되어 있다.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보물 1202호)이 그 책이다. ‘애일당구로회’는 아들 ,손자로 이어졌고, 이후 500여 년을 이어오는 농암가문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1542년, 44년의 봉직생활을 마치고 농암은 정계를 은퇴했다. 어버이가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국왕, 동료들이 만류했지만 뿌리쳤다. 농암을 위한 전별연餞別宴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은퇴식이었다. 국왕은 금포金袍와 금서대金犀帶를 하사했고, 관료들은 일제히 전별 시詩를 지어 선물했다. 대궐에서 한강까지 이어진 동료, 벗들의 전별행차를 보고 도성 사람들이 담장처럼 둘러서서 ‘이런 모습은 고금에 없는 성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퇴계는 “지금 사람들은 이러한 은퇴가 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김중청金中淸은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그 누구도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오직 우리 농암선생깨서 쇠퇴한 풍속에서 분연히 일어나 용퇴했다. 회재晦齋(李彦迪), 충재冲齋(權橃)께서 전송대열에 서고, 모재慕齋(金安國), 퇴계退溪(李滉)께서 시를 지어 전별했으니, 중국의 소광疏廣, 소수疏受가 떠날 때의 1백량의 수레가 줄을 이은 영광에 어찌 비유되겠는가. 이는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 이래 없었던 일로, 우리 농암선생이야말로 천백만 명 가운데 단 한 분뿐이다”라고 했다. 『실록』은 이를 ‘염퇴恬退’라 규정했다.

농암은 돌아오는 한강 뱃머리에서 한 수 시조를 읊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본받았다고 하여‘효빈가效顰歌’라했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뿐이오 간 사람 없어

전원이 황폐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고향으로 돌아온 농암은 귀먹바위 ‘농암聾巖’에 올라 감격적인 시조 한 수를 다시 읊었다. 그 시조가 유명한‘농암가’이다.

농암에 올라보니 노안이 더욱 밝아지는구나

인간사 변한들 산천이야 변할까

바위 앞 저 산, 저 언덕 어제 본 듯 하여라

농암은 은퇴 후 농부로 자임自任하고 일게 서생書生과 다름없는 담백하고 물욕 없는 생활을 하여 유선儒仙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천성적인 시인으로, 분강의 강가를 두건을 비스듬히 쓰고 거닐면서 강과 달과 배와 술과 시가 있는 낭만적 풍경을 연출했다. 이 감흥과 미의식이 그대로 문학과 예술이 되었다. 이런 강호생활은 분강, 강각, 애일당을 예방한 동료, 후배들에 의해 영남가단嶺南歌壇이 형성되는 모태가 되었다.

특히 퇴계는 동향의 후배로써 인간적, 문학적으로 남다른 교류를 했으며, 어부가의 발문에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은 신선과 같았으니, 아! 선생은 이미 강호의 그 진락眞樂을 얻었다”라고 찬양했다. 관료적문학이 성행할 때, ‘강호지락江湖之樂’과 ‘강호지미江湖之美’라는 새로운 문학세계의 지평을 열며, ‘어부장가’, ‘어부단가’를 비롯한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가작품을 남겨, 한국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쳐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았다.

어부단가 5장 가운데 그 2장은 이러하다.

굽어보면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열 길 티끌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어부가’는 이후 퇴계의 ‘도산12곡’에 영향을 주었고, 이한진李漢鎭의 ‘속어부사’, 이형상 李衡祥의 ‘창보사’ 등에 이어지고, 드디어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이어졌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의 서문에서 “어부사를 읊으면 갑자기 강에 바람이 일고 바다에는 비가 와서 사람으로 하여금 표표하여 유세독립의 정서가 일어나게 했다. 이런 까닭으로 농암 선생께서 좋아하셨으며 퇴계 선생께서도 탄상해 마지 않으셨다”고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17세기 김응조金應祖, 18세기 권두경權斗經, 19세기 이휘영李彙寧 등의 문집 기록에 “분강에서 농암의 ‘어부가’를 다 함께 불렀다”고 하여, 학술적 계승이 아닌 현장연출로서 수백 년의 집단적 전승이 있었음을 밝혀놓았다. 그래서 국문학사에 송순宋純-정철鄭澈로 이어지는 ‘호남가단湖南歌壇’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었다고 했다.

만년에 기로소耆老所에 입소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명종으로부터 “경은 진실로 천하대로天下大老요 당세원구當世元龜이다. 염퇴이양恬退頤養이 이미 명철보신明哲保身을 넘었으며 정관선기靜觀先幾 하였노라”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은퇴 후 거듭되는 상경上京 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 않으니, 나라에서 1품인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品階를 내려 예우禮遇했다. 그래서 조선전기 보기 드문 ‘재야정승在野政丞’이 되었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 직책을 띠고 있었다.

1551년 7월 29일, 농암은 85회 생일을 맞이하며 금서대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자제들로부터 수연을 받고, 그 감격을 ‘생일가生日歌’ 한 수로 표현했다. 

공명이 끝이 있을까, 목슴은 하늘에 달린 것

금서띠 굽은 허리, 80 넘어 또 봄 맞음이 그 몇 해인가     

해마다 오는 이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일세  

1555년 6월 13일, 89세에 몰沒하니 나라에서는 효孝와 절개의 정신을 기려 ‘효절孝節’이란 시호를 내렸다. 조선 500년, ‘대로大老’라고 불려 진 인물은 흔하지 않으며, 효절이란 시호 역시 농암이 유일하다. 농암은 전 생애에 걸쳐 명예를 포기하여 더 큰 명예를 얻은 삶을 몸소 보여주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고, 분강서원에 재향되었다. 문화관광부의 ‘2001년도 문화인물’로 선정되어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있었고, 2007년에는 ‘때때옷의 선비-농암 이현보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2014년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 ‘영천이씨 농암 이현보 가족이야기’가 특별 전시되었다.

농암은 8남 1녀를 두었다. 맏이 석량은 무후이며, 그 다음 문량으로부터 희량, 중량, 계량, 윤량, 숙량, 연량 등 7형제가 모두 관직을 지녔고, 1녀의 사위 김부인은 탁청정 김유의 아들로 무과 급제했다.

문량의 사위로 금계 황준량(문과 현감), 창균 김기보(현감)가 있는데 당시 농암 집안에서 ‘두 서방’이라 불렀다. 황준량은 공조판서 황유정의 후손이고, 김기보는 강원감사 삼당 김영의 손자였다. 김영은 농암과 진사시험에 동방 한 친구였고, 김기보의 현손 구재 김계광은 《농암집》을 편찬했다. 엄청난 경비를 감안할 때, 먼 선외조부의 문집간행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손서가 파산 류중엄이다.

희량은 봉화현감을 했으며, 중량은 퇴계와 동방급제하여 동부승지, 강원감사 등을 역임했으며,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 ‘삼벽당三碧堂’을 짓고 복거하여 그 후손들이 대대로 살고 있다. 손서가 이재 조우인인다. 계량은 거창현감을 역임했는데 손서가 충재 권벌의 맏손자 권채이다. 윤량은 내의원판사를 역임한 어의로, 퇴계 제자로 최후의 순간에 진맥했다. 숙량은 ‘선성3필’, ‘계문3처사’로 일컬어졌으며, 최근 《월천집》에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순직한 일기가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 ‘연경서원’에 배향되었다.

종택 마당에는 거목의 ‘홰나무槐木’가 있었는데 이를 ‘구인수九印樹’라 했다. 효성이 지극했던 이들 남매들이 농암의 수연을 하기 위해 모이면 이 나무에 9개의 관인 끈이 걸려 졌기 때문이었다

3. 간재선생과 귀갑선도

농암의 동생 현우는 분가하여 도산의 상류 ‘내살미(천사川沙)’에 살았다. 퇴계 이황의 ‘천사댁川沙宅’이라는 시에는 “그윽한 천사마을 이씨 어른 사시는 곳”이라 했는데, ‘그 어른’은 이현우李賢佑였다. 퇴계가 ‘도산서당’을 지을 때 ‘천사어른의 집 형태를 참고로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흥미롭다. 퇴계는 이때 강 건너에 ‘모옥茅屋’이라는 조그만 ‘띠 집 초가’에 살고 있었다.

현우의 아들 충량(영해교수)이 박승장(부사직)의 사위가 되면서 영주로 이거했다. 손자에 ‘계문고제’로 이름 높은 간재(이덕홍李德弘1541~1596)가 태어났다. 간재의 후손들은 안동시 녹전면 원천리에 계거繼居하여 간재를 불천위로 모신 간재 종택을 중심으로 안동 영천이씨의 또 한 곳의 집성촌을 형성했다. 간재는 도산서원 유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혼천의와 선기옥형’을 퇴계의 명으로 제작했고, 거북선의 원형설계도로 추정되는 ‘귀갑선도’를 제작했다. ‘혼천의와 선기옥형’도 특이한 천문관측 모형이지만 ‘귀갑선도’를 설계함은 매우 의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간재가 ‘천문, 역학에 통달한 학자였다’는 문헌기록은 사실이라 생각된다. 간재는 교분 두터운 동문 서애 류성룡과 임진왜란 극복에 비슷한 대처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기여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그래서 간재-서애-충무공으로 이어지는 거북선의 제작과정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단하는 학자도 있다.

38세 때 나라에서 전국의 명유 9명이 천거되었는데 그 가운데 제4위로 뽑혔고, 사후 ‘원종공신일등’으로 가선대부 이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사에 추증되었다. 퇴계의 사랑을 받아 임종 직전 “서적을 관리하라”는 명을 받기도 했다. ‘오계서원’에 배향되었다.

간재는 맏아들 시蒔를 제외한 입, 강, 점, 모 등 4형제, 손자 영구와 더불어 이른바 ‘5숙질 문과 급제’했고, 3형제가 같은 날 급제하여 오래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들 형제들은 광해군 당시 대북파의 입장을 견지한 까닭에,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활기찬 소장 정치인으로서의 꿈과 이상이 일시에 꺾여버렸다. 이로써 안동 영천이씨도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시蒔는 국문시조 ‘조주후풍가’,오로가’를 지었으며, 아버지의 학풍을 이어 많은 제자를 두었고, 안동지방 학자들을 집단적 교양증진을 위한 모임인 ‘오계서원강회’를 한강 정구와 더불어 주도한 바 있다.

여기까지의 계보를 대략 적어보면,

1.李軒-坡(문과,현감)        - 孝孫- 欽(현감) -賢輔(문과,지중추부사,효절공)

       塢(문과, 예문관직제학) 誠孫  鈞        賢佑(습독)

                              女 金有庸       賢佐(직장)

                                              賢俊(찰방)

2. 李賢輔 -文樑(평릉도찰방)-元承(진사) - 李士純-농암종택 계보

                                         女 柳仲淹

                            女 黃俊良(문과, 현감),

                            女 金箕報(현감)

           希樑(봉화현감),

           仲樑(문과, 강원감사)

           季樑(거창현감)

           閏樑(의과, 내의원판사)

           叔樑(진사, 왕자사부, 의병장)

           衍樑(사복시정)

           女 金富仁(무과, 병사)

3. 李賢佑-忠樑-命弘

               壽弘

               福弘

               德弘 (유일, 증 이조참판)-蒔 -榮久(문과, 학유)-간재종택 계보

                                            榮全

                                        笠(문과, 설서)

                                        茳(문과, 교리)

                                        茂

                                        蒧(문과, 한림)

                                        慕(문과, 수찬)

**파별 분류

이헌-이파(참의 증직)

     이오(한림 직제학)  

참의공파

이문량-벽오공파

이희량-호암공파

이중량-하연공파 

이계량-환암공파

이윤량-행암공파

이숙량-매암공파

이현우-습독공파 

이현좌-부장공파

이현쥰-찰방공파

이성손-진사공파

이균-직장공파

제학공파

이오-제학공파

지금 안동 영천이씨는 소윤공 낙은선조 후손 3만여 명이 전국에 산재해 살고 있다. 5세대까지의 계보를 보면, “이헌(84세)-이파(76세)-이효손(1404~1487)-이흠(1440~1537)-이현보”이니, 역산해보면 안동 영천이씨는 650여 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현재 23세손까지 내려왔다. 그런 세월 속에 불천위 두 분, 대과 급제 열두 분을 배출했다. 그리고 내, 외손으로 서원, 묘우배향 열두 분이고, 유고와 문집을 남긴 분이 80여 명에 이른다. 이로써 안동 굴지의 가문이 되었다.

안동영천이씨가 배출한 불천위는 농암 이현보, 간재 이덕홍이며, 대과급제는 이파, 이오, 이현보, 이중량, 이윤량, 이입, 이강, 이점, 이모, 이영구, 이장태李長泰, 이시헌李時獻이다. 

내, 외손으로 서원, 묘우 배향은 이현보-분강서원, 이덕홍, 이시-오계서원, 이숙량-연경서원, 김유용金有庸-마곡서원磨谷書院, 김부인-낙천사洛川祠, 김언기-용계서원龍溪書院, 황준량-욱양서원郁陽書院, 류중엄-타양서원, 박의장朴毅長-구봉서원九峯書院, 조우인曺友仁-옥동서원玉洞書院, 김중청金中淸-반천서원盤泉書院이다.

4. 경로전통

농암에게 있어 ‘효孝’는 ‘적선積善’과 더불어 일관된 삶의 지향점이 되는 것으로, 이는 ‘효절공孝節公’이란 시호가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효절’이란 시호를 받은 분은 농암이 유일한데, 그 내용은 ‘자혜애친慈惠愛親을 효孝, 호겸자극好廉自克을 절節’이라 했다. '안동양로연'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자와 천민이 함께 초청했다는 점이다. 농암의 이런 측면은 집안에서도 “자제와 비복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혼사도 벌열집안을 희구하지 않았다”는 퇴계의 기록과 일치한다. 당시의 사회가 삼엄한 신분사회였음을 생각할 때 이는 정령 파격적인 일로, 경로와 박애정신에 대한 농암의 가치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농암의 안동양로연을 축하하여 43분의 동료 친구들이 축하시를 보냈다. 여기에는 당대의 명현, 거유들이 거의 망라되어 있는데, 하나의 사건에 이렇게 대규모의 집단 증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 유래를 보기 어려우며, 이들의 친필시가 고스란히 시집으로 남아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 이 그 책이다.

■ 애일당과 애일당구로회

1512년, 농암은 분강 기슭에 부모를 위해 정자를 지었다. 애일당愛日堂이라 했다. 정자도 많고 이름도 많지만 효孝를 실천하고자 지은 집은 드물다. 또 그 이름이 애일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애일은 ‘하루하루의 날을 아낀다’는 뜻이니, 애일당은 곧 ‘부모님이 살아계신 나날들을 아낀다는 집’이다.  농암은 여기서 여러 형제들과 함깨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며 어버이를 즐겁게 해드렸다. 농암은 그 취지를 ‘효도’와 ‘수양’이라 하고, ‘자손들도 대대로 지켜야 하는 규범'이라 했다.  

1533년, 농암은 여기서 94세의 아버지를 포함한 아홉 노인들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역시 춤을 추었다. 농암 자신이 이미 이때 67세 노인으로,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래자의 효도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를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라 했다. 이 모임은  1547년까지 14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날 참석자는 아버지 현감 이흠(縣監 李欽 94세)을 비롯하여, 직장 이균(直長 李鈞 92세,작은 아버지), 사직 김숭의(司直 金崇義 92세), 동지 권수익(同知 權受益 82세,외삼촌), 사정 김집(司正 金緝 82세), 생원 김효로(生員 金孝盧 80세,감사 김연 아버지), 만호 금치소(萬戶 琴致韶 74세), 훈도 김완(訓導 金琬 74세), 봉사 우경현(奉事 禹磬賢 69세)이였다.  

농암의 이러한 효행은 조정으로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눌재 박상(訥齋 朴祥), 용재 이행(容齋 李 荇), 양곡 소세양(陽谷 蘇世讓), 눌헌 이사균(訥軒 李思鈞) 라헌 김극성(蘿軒 金克成), 호음 정사룡(湖陰 鄭士龍), 용재 윤은필(慵齋 尹殷弼), 금헌 이장곤(琴軒 李長坤), 관포 어득강(灌圃 魚得江) 등 당대 무려 43분의 명현들이 대거 축하 시를 보냈으며, 모재 김안국(慕齋 金安國),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위암 신상(韋庵 申鏛), 유연재 김희수(悠然齋 金希壽), 신재 주세붕(愼齋 周世鵬), 퇴계 이황(退溪 李滉), 송강 조사수(松岡 趙士秀), 어은 임내신(漁隱 任鼐臣),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등의 인사들이 끊임없이 예방하였다.

이런 농암의 효행은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라는 대자大字 글씨를 하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농암종택 500여년을 이어오는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이 같은 측면은 첨예한 당시 정계 동향에서 정의로움으로 조화를 잃지 않았던 농암의 인격을 반증하는 것으로, 농암에게는 귀거래의 정서로 귀착되고 있다.

그런데 농암가문의 장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농암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안동 영천이씨 입향시조인 농암의 고조부 이헌李軒 84세, 증조부 이파李坡 76세, 조부 이효손李孝孫(1407-1490)) 84세, 조모 청주양씨(1410-1486)77세, 아버지 이흠李欽 (1440-1537)) 98세, 어머니 안동권씨(1447-1531) 85세, 숙부 이균李鈞(1442-1540)) 99세, 작은 어머니 봉화금씨(1440-1515) 76세였다.

농암 자신은 89세이며, 부인 안동권씨(1473-1537)65세, 부인 순흥이씨 73세, 동생 이현우李賢佑(1470-1560) 91세이다. 아들 이문량 84세, 이희량 65세, 이중량 79세, 이계량 83세, 이윤량 74세, 이숙량 74세이고, 조카 이충량李忠樑 71세, 이수량李遂樑이 89세이니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문량의 증손자 이영운李榮運과 고손자 이양직李養直도 94세, 82세였다. 

참고로 농암의 외가 인척들이 모두 장수여서, 외조부(權謙)93세, 외숙부 두 분(權受益, 權受福)이 93세, 73세, 외사촌(權矩)이 85세였다. 흥미로운 점은 퇴계 조모 영양김씨(노송정 이계양 배위)는 증조부 이파의 외손녀인데, 이 분 역시 93세를 사셨다.

1500년대 평균 년 령 80세, 그것도 7대 200여년에 걸쳐 계속되었으니 정영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암의 효와 경로에 대한 특이한 이력은 이런 가문의 장수와 무관하지 않다. 

농암은 만년에 애일당 난간에 기대 서서 또 다른 시 한편을 지은 바 있데, 이 시는 농암의 성품을 보는 것처럼 깨끗하고 탈속하다. 시 제목이 ‘농암 애일당’이다.

巖聾孰如主翁聾    귀먹바위와 내, 누가 더 귀 먹었는가,

祈父猶嫌亶不聰    기보같은 귀 어두움도 오히려 나에게는 혐의스러운 일이내.

閱世已多餘鶴髮    세월이 흘러 학발만 남았는데,

謀生亦拙任鍾容    살림살이 역시 졸렬하여 팔자에 맡겼다내.

臺前流水銀千頃    대 앞 흐르는 물은 은 천 고랑,

堂後孤峯玉一叢    집 뒤 봉우리는 옥 한 떨기.

夜久倚欄淸不寐    깊은 밤, 난간에 의지하니 잠은 오지 않은데,

倒江山影月明中    달빛에 산 그림자 강에 기울어지고.

■사진 애일당

1960년대 분강 기슭에 날아갈듯이 서 있는 애일당의 모습. 일제시대 만든 농사 수로용 구조물 뒤로 '농암 선생 정대 구장'이라는 바위 음각 글씨가 흐릿하게 보인다. 지금은 안동댐으로 모두 도산면 가송리로  이건되었다.

애일당 편액은 '중국 제2명필이 썼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명필의 글씨로 존재하며, 축하 시를 남긴 명현은 100여명에 이른다. 지금 마루에는 농암의 '애일당중신기'와 모재 김안국, 용재 이행, 금헌 이장곤, 축옹 황효헌, 십청헌 김세필, 관포 어득강, 눌재 박상, 호음 정사룡, 학봉 김성일 등 선현들의 시가 걸려 있다.   

분강, 애일당을 찬양하여 축하 시문을 남긴 당대 명현들은 다음과 같다.

李賢輔, 金縯, 黃필(王+筆), 金瑛, 黃漢忠, 孫洙, 金安老, 李沆, 金克成, 朴祥, 金世弼, 南袞, 蘇世讓, 蘇世良, 金粹潭,沈思遜, 李希輔, 辛熙貞,李偉, 金安國, 李思鈞, 李荇, 魚得江, 玉峯野老, 黃汝獻, 曺伸, 黃孝獻, 魚泳濬, 鄭士龍, 金粹涵,安處明, 兪仲翼, 尹殷弼, 兪瑍, 洪彦國, 李迨 , 金永鈞, 李長坤, 柳希齡, 張玉,(이상『애일당구경첩』상 친필보존), 權應挺, 權應昌, 李文健, 黃俊良(이상 『애일당구경첩』하 친필보존), 申鏛, 權橃, 李文樑, 李彦迪, 李瀣, 周世鵬, 李滉, 金璡, 李仲樑,任鼐臣, 趙士秀, 沈貞, 表憑, 蔡紹權, 任虎臣, 沈通源,

후대 추모 詩文를 남긴 명현

趙穆, 鄭逑, 琴梧, 金玏, 李叔樑, 權好文, 琴輔, 金中淸, 黃汝一, 權東輔, 金富弼, 吳守盈, 柳夢鼎, 全慶昌, 金箕報, 裵三益, 金農, 金克一, 金誠一, 權春蘭, 楊士奇, 金富倫, 申之悌, 李埈, 任屹, 金涌, 吳澐, 宋言愼, 金澤龍, 金得硏, 金坽, 南孝慤, 尹義貞, 李萬敷, 蔡彭胤, 金應祖, 琴聖徽, 金是榲, 李徽逸, 金啓光, 權斗經, 金鏞, 李簠, 南天祜, 李元弼, 李明夏, 尹遇明, 成文夏, 吳峻基, 李聖賚, 李光春, 金玉鉉, 孫雲泰, 李彙寧, 李彙載, 李定淳

■ 애일당구경첩

『애일당구경첩』은 농암이 직접 작첩한 상,하 2권의 책으로, 상권에는 당대 명현 40명의 친필 시가 수록되어 있고, 하권에는 농암관련 명현들의 시문과  <제천정전별연도>, <화산양로연>, <분천헌연도>의 그림 3편이 남아 있다. 『애일당구경별록』은 농암의 손서인 금계 황준량이 작첩한 것으로 여기에는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조 작품과 이문건, 권응정, 권응창의 구로회 찬양 친필 시가 실려 있다. 모두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상권과 별록을『귀중본자료집』으로 발간한 바 있다.

『애일당구경첩』당대 명현들과 더불어 남곤南袞, 김안로金安老, 이항李沆의 시도 실려 있다. 남곤의 글씨는 전국에 유일하다 하며, 김안로의 시 끝에는 “희락당병부와초希樂堂病夫臥草”라 쓰여 있다. 이항 역시 남곤과 더불어 정암 조광조를 처형한 장본인으로 그 글씨는 매우 희귀하다 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없지만 필사본 『농암집』에는 남곤과 쌍벽을 이루는 심정沈貞의 시도 있다. 감정이 틀어진 것은 후일의 일이고, 소장 관료일 때는 모두 시를 주고받을 정도의 친분은 있었던 것 같다. 농암이 시를 받아 직접 작첩했기에 자손들이 감히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둔 것이었다.

월연月淵 이태李迨의 시는 똑같은 시가 두 편 있었다. 선친이 오래전에 그 한 장을 후손인 벽사 이우성 선생께 드렸다. 벽사 선생은 ‘월연 육필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며 진정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애일당구경첩』에서 유일하게 빠진 한 편이 되었다. 벽사 선생은 이 시를 가첩家牒에 작첩하고, 그 아래 “농암종택에서 얻었다”고 하며 그 연유를 적은 글을 보낸 바 있다.

지금 500여년이 지났어도 별로 손상 없이 깨끗하다. 정령 우리 한지韓紙의 우수성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그리고 한 행사에 같은 운韻자로 40여명이 집단적으로 증시贈詩를 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것도 당대 명현들이 총망라된 점은 더욱 그러하다.

■애일당속구로회와 전승

애일당구로회는 1533년부터 1547년까지 했다. 14년을 농암이 아버지를 위해 주관했다. 1547년 농암 81세, 이해부터는 아들 이문량, 이중량 등이 계승했다. '애일당구로회를 잇는다'는 뜻으로 '애일당속구로회'라 하며 11년을 계속했다. 이 모임은 그 후 1569년까지 36년간은 매년 9인 모임으로 이어졌다. 1547년 모임은 영천군수 이중량이 군수 신분으로 주관했는데 그 자리에서 소회와 축하시를 지으니 참석자들 모두 따라 지었다. 다음에 소개한다.

當筵分座使之年    나이차례로 나누어 앉으니,

野服金章混後前    야복, 금장이 전후로 섞여있네.

執酌遨頭五馬客    술잔 잡은 저 고을원들,

連裾鶴髮一行仙    소매 이은 학발, 그대로 신선이네.

壽多已驗潭留菊    나이는 많아 못 국화를 징험했고,

醉遍飜疑酒有泉    두루 취하니 술에 샘이 있는 듯.

十室一家連此會    조그만 고을, 한집에 이런 모임 이어지니,

休誇絳顯古今傳    고금에 전하는 강현을 자랑마라.

애일당구로회는 최근까지 전승되었고 많은 시문을 남겼다. 『애일당구경첩』2권, 『애일당구경별록』, 『애일당구로회첩』등 당대 문헌자료를 비롯하여, 후대에 남겨진 『분양구로회첩』,『애일당속로회첩』,『분양기로회안汾陽耆老會案』,『분천구로회제명록』『 구로회록』,『 분계일고』, 『구로회첩발 』, 『노인회서』, 『백발회속록』, 『세효당집』등이다. 이들 문헌 가운데 한강 정구(寒岡 鄭逑)의 발문 한 부분을 소개한다.

“아아! 농암상공께서는 벼슬이 숭정대부崇政大夫의 품계에 있으면서도 세속의 영리를 던지고 풍류의 아름다운 도량을 지녔으니 거의 고인古人에 비교해도 뒤서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상공께서 양로연을 개최함은 처음 그 부모를 봉양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효도의 지극함은 노래자老萊子도 하기 어려운 것이니, 사람들이 추앙함은 당연한 것이다. 하물며 퇴계선생께서도 참석하셨으니 더욱 그러하다.지금 이 구로회가 어찌 예안 한 지역만의 일이랴! 마땅히 우리 동방 곳곳으로 알려 그 아름다움을 칭송할 일이다!”

관련 문헌들을 좀 더 살펴보면, 1547년 영천군수 이중량이 주관한 '애일당속구로회'에는 퇴계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하고 축하시를 남겼다. 그후 퇴계는 여전히 나이(70세), 회원 정족수(9명), 형(李澄)의 참여 관계로 회원이 될 수 없었으나 1569년 69세, 드디어 회원들의 권유로 참여했다. 그때 퇴계는 “내 나이 70 미만이고 회원도 아홉뿐이니 어찌 참석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자제子弟의 신분으로 참석 하겠습니다. 형님이 계시니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했다. 1585년 대사장大寺場에 모인 것은 회곡 권춘란(晦谷 權春蘭)의 영천군수 송별 때문이라 했고, 1602년 기록에는 “이때 오천의 한 상민이 왔는데 나이가 101세였다”라는 흥미로운 기록도 보인다. 1547년의 교수敎授 남육南稑과 1569년 내금內禁 남응기南應箕, 1612년의 남산곡南山谷은 직계3대였다. 1569년 이영운李榮運은 "구로회가 중도에 중단된 것은 우리 고장의 큰 손실이다. 지금 늦봄 꽃이 만발한데 강산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니 각각 술병을 차고 오기 바란다"고 했다. 1705년 이원필李元弼은 "마땅히 애일당에서 해야 하나 금기하는 일이 있어 분천 아래 면계綿溪 송정松亭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다. 그리고‘속로회’, ‘백발회’등 명칭 변경은 “회원이 점점 많아져 더 이상‘구로’라는 명칭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1902년의 모임에는 회원 수가 37명, 나이 합계 2651세라 했다. 이들 모임에서는 때마다 시문을 지었다.  

고계 이휘영(古溪 李彙寧)의 ‘애일당속구로회’의 서문은 이러하다. 

“아아! 농암 효절공께서 낙동강 상류 분강에 애일당을 지음은 진정 뜻이 있음이다. 전에 글을 보니 구로회, 속구로회, 속로회, 백발회 등의 이름으로 모임이 이어졌는데, 대개 70세 이상 노인 12, 3인이 항상 모였다. 돌아보건대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산수는 의구하고 애일당은 퇴락했다. 그런데 지금 효절공의 후손인 부호군께서 연세가 90세라, 모두 말하기를 ‘이 모임을 잇지 않을 수 없다’ 한다. 안동의 옛 풍속이 나이는 숭상하나 관직은 숭상하지 않은 까닭으로, 수십 인의 ‘촌 노인(布衣老叟)’들과 산에서 나와 탁영담으로 올라가서 작은 배를 타고 흘러 내려가다가 농암 아래에서 배를 묶어두고 술을 한잔씩 돌리고 어부가 3장을 노래했다. 높은 갓과 백발들의 그림자가 산수에 비치고 음식 또한 마른고기, 젓갈, 국수, 밥, 불과 다섯 그릇도 안 되니 그야말로 진솔회라 할 수 있다. 주인도 없고 나그네도 없다. 스스로 술을 먹고 안주를 먹었다. 날이 저물어 해는 떨어지고 달이 마루에 떠오르나 이미 취하고 또 취하여 모두들 돌아감을 잊었더라!”

■ 세효당 가문의 효 전통 

한편 농암 가문의 ‘효’ 전통은 농암 종택의 애일당을 중심으로 한 안동권의 전통이 있는 반면, 대구를 중심으로 한 농암-이중량李仲樑-이영승李令承-이사경李士慶-이휴운李休運-이언직李言直-이형천李亨天-이재춘李載春-이익룡李翼龍-이동간李東幹-이양연李瀁淵 계열의 ‘세효당世孝堂’가문이 매우 돋보인다. 이휴운 당시 대구 동촌 지역에 정착한 이 가문은 농암의 후손 가운데 가장 활기차고 매력 있는 가문으로 이어져왔다. 휴운-언직-형천 3대의 지극한 효행을 기념하여 ‘삼효당三孝堂’이라는 집이 있었는데, 형천의 아들 익룡은 ‘사시私諡’를 받은 인물로 조상들을 뛰어넘는 효도와 덕망이 알려지면서 제자들이 세효당으로 개명토록 했다. 이들 집안의 지극한 효행은 ‘고매개실古梅開實’, ‘호수려측虎守廬側’ 등의 기적을 일으켜 대구 일원의 지식인들은 물론이고, 당대의 정승들인 정태화鄭太和, 김창집金昌集, 조상우趙相遇, 이성원李性源, 이태좌李台佐, 이병모李秉模, 정대용鄭大容, 김희순金羲淳, 홍종무洪鍾茂, 이경일李敬一, 이언순李彦淳 등의 찬양을 받고 있다. 이런 명성으로 인해 임금이 ‘세효당世孝堂’이라는 글씨를 직접 써서 하사하기도 했다. 남인이 몰락한 조선 후기, 대구 지역의 한 집안에 이러한 노론 집권 대신들로부터 지속적인 찬양을 받은 경우는 매우 의례적이다.『세효당실기世孝堂實記』,『요산집樂山集,『침산문집砧山文集』등의 책에 이런 사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5. 국문시조 전통

■ 선반가 - 권씨 부인

안동영천이씨는 농암 어머니 권씨부인, 농암, 아들 이숙량(梅巖 李叔樑), 종증손자 이시(善오堂 李蒔) 등 4대가 우리말의 시조작품을 남겼다.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가사문학의 3대가’로 평가받는 조우인曺友仁은 농암의 증손서이다.

특히 농암 어머니 권씨부인이 지은 ‘선반가(宣飯歌)’는 이 지역에 우리말로 된 노래의 전통이 흘러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 국문학계에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자식이 승진하여 귀향하니 어머니가 아들을 맞이하며 기뻐서 노래한 작품이다. 친구이며 경상도관찰사였던 신상(韋庵 申瑺) 선생이 마침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시를 한 수 읊었다. 기록은 이러하다.

선반가

먹디도 됴샤 승졍원 션반야

노디됴 됴샤 대명뎐 기슬갸

가디됴 됴샤 부모 다힛 길히야

해석

먹기도 좋구나 승정원 선반이여

놀기도 좋구나 대명전 기슭이여

가기도 좋구나 부모 향한 길이여

“1527년 여름 남해지방에 특명을 받아 공무를 수행하던 중 뜻밖에 병조참지에 임명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고향에 들려 이 사실을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기뻐하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마침 서울의 친구가 보낸 ‘옥관자(玉冠子)’가 도착하여 곧 부모님 앞에서 망건을 풀고 옥관자를 달았다. 이에 어머니께서 손으로 만지시며 말씀하시기를 ‘옥관자에 구멍이 많아 뀌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 하시어, 내가 우스개 소리로 말하기를 ‘다는 것이 어렵지 어찌 뀌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하니, 온 집안이 기쁘게 웃었다...다음 해 봄, 또 동부승지에 임명되어 잠시 말미를 얻어 찾아뵈오니, 어머니께서 나의 일정을 듣고 언문으로 노래를 지어 아이계집종에게 말하기를, ‘승지가 오거든 내가 지은 노래로 노래하라’ 했다. 이는 대개 어머니가 어려서 부모를 여의시고 외숙인 문절공(文節公 金淡) 집에서 성장하시어 ‘승지’ 벼슬이 귀한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이다. 내가 과거에 급제하여 경향으로 벼슬길에 다닌 것이 어언 40년, 어버이를 모신지가 이미 여러 해이나 오직 이 두 가지 일이 가장 즐거웠다. 이때 감사監司 신상申鏛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 수연을 배풀고 축하시를 지었다. 즐거웠던 추억과 지은 시詩들을 버릴 수 없어 작은 책을 만들었다. 아울러 동양의 시를 애일당에 감추어 두고 후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도록 했다.”

* 신상 선생의 시

椿萱不老占長年 내외분 함께 건강하시어,

鶴髮雙垂具慶筵 백발로 정정히 자리에 계시네.

膝下萊君新寵渥 아들이 임금의 사랑을 받아,

珥貂來自五雲邊 옥관자가 새로 서울로부터 내려왔네.

신상(申瑺 1480-1530) : 자 대용(大用), 호 위암(韋庵), 이조판서, 시호 문절(文節).

■ 생일가-농암

1551년 7월 29일, 농암은 85회 생일을 맞이하며 금서띠(金犀帶) 두른 굽은 허리로 자제들로부터 수연을 받고, 그 감격을 ‘생일가生日歌’ 한 수로 표현했다. 이후 3년 뒤 설날 아침, 다시 수연을 받았는데, 참석자들은 축하의 시를 썼다. 이 날 참석하여 축하 시를 쓴 사람은 탁청정 김유金綏 퇴계 이황李滉, 금계 황준량黃俊良, 예안현감 이봉수李鳳壽와 농암의 아들 문량文樑, 희량希樑, 중량仲樑, 계량季樑, 숙량叔樑 등이다.

功名이 그지 이실가 壽夭도 天定이라

金犀 구븐 허리예 八十逢春 긔 몃 오

年年에 오 나리 亦君恩이샷다

해석

공명이 끝이 있을까, 수요는 하늘에 달린 것

금서띠 굽은 허리, 여든 넘어 봄 맞음 그 몇 해인가

해마다 오는 날, 이 또한 임금님 은혜일세

“7월 29일 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들과 손자들이 술자리를 베풀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 해에는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는데, 향중의 노인들과 이웃 고을의 원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술잔을 나누다보니 마침내 취해서 춤추고 각자 노래를 불렀다. 늙은이 역시 노래를 지어 여기에 화답하였다.” 『농암집』 ‘귀전록(歸田錄)’

■ 분천강호가 -이숙량

농암종택에서는 매월 초하루, 보름에 예를 행하였다. 행사의 마지막엔 아이들로 하여금 이숙량이 지은 ‘분천강호가 6장(汾川講好歌 6章)’을 합창하게 했다. 주제는 효, 제, 충, 신으로, 자녀교육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

父母님 계실 때 父母인줄 몰랐더니

父母님 여윈 후에 父母인줄 아노라

이 마음 가지고 어디에다 베풀고

功名은 在天하고 富貴는 有命하니

功名富貴는 힘으로 못하나니

내 타고난 孝悌忠信이 또 어느 힘을 빌리리오

.....

이숙량(李叔樑 1519-1592) : 자 대용(大用), 호 매암(梅巖), 선성3필(吳守盈, 琴輔), 안동3처사(金富弼, 權好文)로 일컬어짐. 임란 의병대장으로 진주, 김해에서 전투, 전사.

■ 조주후풍가, 오로가- 이시

이시(李蒔)는 간재선조의 아들로 관직에 나아가기를 원하는 아우들을 경계하기 위하여 ‘조주후풍가 3장(操舟候風歌 三章)’, ‘오로가 1장(烏鷺歌 一章)’을 지었다. 전자는 순풍을 기다려 출항하기를 권유하는 내용이고, 후자는 ‘백로는 까마귀를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인데, 당시 북인이 집권하고 있는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풍계(諷戒)했다. 역시 농암가문의 국문시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조주후풍가

저기 저 사공아 배 잡고 내 말 들어,

順風 만난 후의 가더라 아니 가랴.

於思臥 中流에 遇風波하면 엎어질까 하노라.

보름날 아침 얕다고 들지 마라

海波茫茫한데 颶風이 전혀 부니,

아마도 구태어 건너려 하면 載胥及溺 얻지 할꼬.

朔風이 심하게 불어 大海를 흔드니,

一葉扁舟로 갈 길이 아득하다.

두어라 이 배 한번 기운 휘면 배 댈 곳이 없으리라.

오로가

가마귀 지져귀는 곳에 白鷺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

**가송리시대 -안동댐 이후 

오천, 부포가 그렇듯이 ‘부내’ 역시 사라졌다. 650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적, 유물들은 흩어져 그 존재마저 몰각되어 갔다. 그런 가운데 25여년의 세월이 흐른 98년도, 자손들이 “고향을 다시 만들고 유적을 이건, 복원하자”고 했다. 실향의 실의에 젖어 있을 수만 없었다. 그리하여 청량산 농암묘소 뒤편, 도산면 가송리의 수려한 산천을 그 적지로 보고 부지를 매입하며 준비했다. 그 후 경북북부의 ‘유교문화권개발’에 포함되어 분천의 유적들도 차츰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기본계획도’가 완성되고, 2003년 ‘긍구당’과 ‘사당’이 이건 되고 종택의 정침과 사랑체가 복원되었다. 2004년에는 문간체와 부속체가 지어졌다. 2005년에는 ‘분강서원’ 2006년에는 ‘애일당’, ‘농암각자’, ‘신도비’등의 문화재 건물의 이건과 ‘명농당明農堂’, ‘강각江閣’등의 건물이 복원되고, 2007년에는 ‘유물전시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여러 건물들이 모습을 갖추면 국가문화발전에 일정하게 기여할 것이다. 이미 완성된 농암종택은 안동시의 적극적인 ‘고가옥古家屋’ 개방프로그램에 의해 개방되어 학술단체를 비롯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안동영천이씨는 600년의 전통을 다시 이어갈 가송시대를 열고 있다.               

새로 조성되는 농암선생유적지 「분강촌」은 낙동강 상류 청량산 자락에 위치하는 도산면 가송리는 고요하고 아늑한 山村이며 江村이다. ‘가송리’는 그 이름처럼 ‘佳松-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마을’로 산촌과 강촌의 정경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마을이다. ‘하회마을’과 대비되는 가장 탈안동적인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복원 현장인 올미재는 강과 단애, 그리고 은빛 백사장의 강변이 매우 조화롭게 어울려 옛 ‘부내(汾川)’의 강산과 흡사하고, 앞산을 넘으면 농암묘소가 있어 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청량산은 유교문화의 메카와 같은 곳으로 최근 급속히 주목받고 있다. 농암유적복원지는 이미 조성되고 있는 대대적인 청량산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도산서원 및 도산온천과 바로 연계된다. 또 주변에 퇴계종택, 군자리, 용수사, 육사생가, 왕모산성 등의 문화유적과 단사협, 가송협의 비경이 함께 어우러져 안동의 결정적인 관광명소로 부각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런 연유가 아니더라도 가송리는 공민왕유적과 고산정, 월명담이 있으며 현장인 올미재는 ‘벽력암(霹靂巖: 도산 14곡의 제5곡)’, 학소대(鶴巢臺:천연기념물200호, 먹황새서식지)를 감싸고 있어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찾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 유적, 유물 

1.  유적 

1) 긍구당肯構堂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2호)             편액: 영천자 신잠(靈川子 申潛) 

2) 애일당愛日堂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4호)  

3) 명농당明農堂                 편액 미수 허목 

4) 강각江閣                     '어부가', '농암가' 등이 창작된 집

5).분강서원汾江書院 

6).농암사당聾巖祠堂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1호) 

7).농암종택聾巖宗宅 

8).신도비神道碑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자료 64호)         1566년 건립          비문 :대제학 홍섬(大提學 洪暹), 글씨: 여성군 송인(礪城君 宋寅)          이건고유문: 이유헌李裕憲, 발문: 이만도(響山 李晩燾) 

9).농암각자聾巖刻字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3호) 

10).농암聾巖                     (농암이 자호롤 인취한 바위)     

11).농암가비 1(聾巖歌碑)    소재: 도산서원 진입로 입구      글씨: 모산 심재완, 간사: 권영철 

12).농암가비 2.    소재: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입구 국도변    글씨: 삼여재 김태균, 글: 김호종 안동대교수, 재작 : 김세일 성균관대교수,          건립: 안동청년유도회

2. 유물 

1).영정(一)(影幀)                   (보물 872호) 

2).영정(二 )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63호) 

3).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        (보물 1202호) 

4).애일당구경별록愛日堂具慶別錄    (보물 1202호) 

5).농암집 필사본                   (보물 1202호) 

6).은대계회도銀臺契會圖            (보물 1202호)  승지 시절 함께 한 동료들과의 계모임을 할 때 그린 그림. *계원명단: 도승지 남세건南世楗, 좌승지 정순붕鄭百朋, 우승지 오준吳準, 좌부승지 김광철金光轍, 전우부승지 이현보李賢輔, 우부승지 양연梁淵, 동부승지 조인규趙仁奎, 주서 이몽량李夢亮, 주서 이원손李元孫. 이상 7인.  

7).분천긍호록汾川肯好錄            (보물 1202호) 

8).교지.교첩(敎旨, 敎牒)             (보물 1202호) 

9).농암면례일기 및 영정개모일기    (보물 1202호) 

10).구로회첩九老會帖               (보물 1202호) 

11).내사본(보물 1202호) 

12).금서대金犀帶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63호)   

13).기타 미등록, 미공개 문화재 다수 『농암집』 발행: 농암 현손 同樞 李榮運 편집: 外後孫 鳩齋 金啓光,                   글씨: 농암 6대손 李元弼, 발행년도 1664년

3. 비지정문화재

이 밖에 농암가문에는 추원재追遠齋, 자운재사紫雲齋舍 등의 집의 고가가 있으며, 최근 국학진흥원에 4천여점에 이르는 ‘고문서’ 와 ‘목판’ 등의 종택 보관 유물을 기탁하였다. 이는 그 분량 적인 면에서 도산서원, 퇴계종택 등과 더불어 압도적인 것으로, 국학원은 최근 별도의 목록책자를 만들었다. 유물 가운데는 ‘내사본內賜本’ 책을 비롯한 보물급 문화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조선후기 농암종택에 부처 온 여러 문중과 선현들의 편지들이 대부분 봉투 그대로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후일 공개 되면 향토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창원일기創院日記’, ‘복원일기’를 비롯한 분강서원 관련 고문서들도  가지런히 보존되어 있어 서원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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