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의 효도

11. ‘愛日’이란 어버이 살아 계신 날을 아낀다는 뜻이다

-분천헌연도, 애일당과 애일당구로회, 농앙가문의 장수,『애일당구경첩』,연보기록

 

 

 

 

 

 ■분천헌연도汾川獻燕圖(보물 1202호)

 

1526년 농암 60세, 부모를 뵙기 위해 휴가를 얻어 내려왔다. 아버지는 85세, 어머니는 80세였다. 이때 경상도 관찰사 김희수金希壽가 농암의 이러한 정성을 고려하여 수연壽宴을 주관했다. 여러 고을 수령들을 함께 불렀고 음식을 마련하도록 했다.  무희와 악공들과 화공이 왔다. 영해군수 채소권蔡紹權이 먼저 축하시를 썼고, 많은 참석자들이 이어서 축하시를 썼다. 

이후 농암이 서울로 올라가  눌재 박상(訥齋 朴祥)선생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시의 서문을 써 주도록 요청했다.『애일당구경첩 하권』‘이보덕중양수친시서’의 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눌재선생의 서문으로 보면 '많은 시문을 받았을 것'이라 햇지만 지금 그 시문들은 문집에 보이지 않는다.

그림 좌측상단에는 종택, 우측 바위 위에는 애일당愛日堂과 강각江閣이 보이고, 그 아래는 분강汾江의 뱃놀이 풍류風流가 보인다.

이 그림은 ‘분강촌汾江村’의 실경에 가장 근접한 그림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애일당은 부모를 위하여 지은 건물이며, 강각은 어부가, 농암가 등의 작품이 창작된 유서깊은 문학현장이기도 하다.

 

  

 

1. 애일당과 애일당구로회

 

1512년, 농암은 분강 기슭에 부모를 위해 정자를 지었다. 애일당愛日堂이라 했다. 정자도 많고 이름도 많지만 효孝를 실천하고자 지은 집은 드물다. 또 그 이름이 애일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애일은 ‘하루하루의 날을 아낀다’는 뜻이니, 애일당은 곧 ‘부모님이 살아계신 나날들을 아낀다는 집’이다. 

농암은 여기서 여러 형제들과 함깨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며 어버이를 즐겁게 해드렸다. 농암은 그 취지를 ‘효도’와 ‘수양’이라 하고, ‘자손들도 대대로 지켜야 하는 규범'이라 했다. 농암의 소회의 글과 시는 다음과 같다.

 

 

“애일당은 집 동쪽 2리의 거리, 영지산 한 자락 높은 바위 위에 있었다. 1508년 가을, 내가 어버이를 위해 외직을 구걸하여 겨우 영천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영천은 고향과 불과 3일의 거리로, 일상공무로 왕래하면서도 성친하기가 달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유감스러운 것은 고향 경계가 협소하여 어버이를 즐겁게 할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1512년, 드디어 이 바위 위에 집을 짓기로 했다...

매번 가신명절, 양친을 모시고 동생들과 더불어 색동옷을 입고 술잔을 올려 기쁘게 해드리기를 반드시 이 집에서 했다. 그러나 어버이의 연세가 더욱 많아지니 한편은 기쁘고 한편은 두려운 마음의‘희구지정(一喜一懼之情)’이 없을 수 없어 집의 편액을 ‘애일’이라 했다...

당의 편액을 ‘애일’이라 한 것부터 이미 일신의 즐거움을 위함이 아니다. 부모 봉양에 ‘날(日) 부족함’의 뜻이 정녕 거기 있다. 늙은이 자손들이 역시 이 마루에 올라 이름을 돌아보고 그 뜻을 생각하여 ‘어버이가 늙으면 오직 효를 다하록 하고자 함'(親老而惟孝)이다. 그리고 여가에 조용히 가슴을 열고 수양하는 장소로 삼고자하는 것인즉, 애일당은 늙은이의 가문에 ‘대대로 지켜져야 하는 규범으로 삼고자 함'(世守之規範)이다.”

 

 

十室宣城是我鄕    조그만 고을 예안 나의 고향,

祖先餘慶積流長    선조들의 積善餘慶 길이 쌓여 있네.

皤皤雙老年踰耋    백발 어버이 90세가 넘었고,

膝下雲仍已滿堂    슬하 자손들이 마루에 가득하네.

 

親老那堪戀帝鄕    어버이 늙으심에 어찌 나라를 잊을까,

古人猶說事君長    고인들은 임금 섬기는 날은 많다고 한다.

平泉世業汾水曲    아름다운 고향 분강 구비에,

新作巖邊具慶堂    새로 바위 위에 정자를 지었네.

                                                                         『농암집』 농암애일당聾巖愛日堂

  

1533년, 농암은 여기서 94세의 아버지를 포함한 아홉 노인들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역시 춤을 추었다. 농암 자신이 이미 이때 67세 노인으로, 중국의 전설적인 효자 노래자의 효도를 그대로 실행했다. 이를 ‘애일당구로회愛日堂九老會’라 했다. 이 모임은  1547년까지 14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날 참석자는 아버지 현감 이흠(縣監 李欽 94세)을 비롯하여, 직장 이균(直長 李鈞 92세,작은 아버지), 사직 김숭의(司直 金崇義 92세), 동지 권수익(同知 權受益 82세,외삼촌), 사정 김집(司正 金緝 82세), 생원 김효로(生員 金孝盧 80세,감사 김연 아버지), 만호 금치소(萬戶 琴致韶 74세), 훈도 김완(訓導 金琬 74세), 봉사 우경현(奉事 禹磬賢 69세)이였다. 농암의 글은 이러하다.

 

 

“예로부터 우리 고향은 노인이 많았다고 했다. 1533년 가을, 내가 홍문관부제학이 되어 내려와 성친하고 수연을 베푸니 이때 아버지 연세가 94세였다. 전날 부모님이 모두 계실 때 이웃을 초대하여 술잔을 올려 즐겁게 해드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버지만 계시는지라 잡빈雜賓은 제외하고 아버지와 동년배인 80세 전후 고향 노인을 초대하니 무릇 8인이었다.

마침 향산고사에 ‘구로회’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날의 백발노인들이 서로서로 옷깃과 소매가 이어지고, 더러는 구부리고 더러는 앉아있고 편한 대로 하니 진실로 기이한 모임이 되었다. 술잔이 한 순배 돌고 얼마후 생원 김효로 공이 말씀하시기를 '우리 고장이 비록 작지만 좋은 일이 많았다. 공과 같은 천상의 선관이 이렇게 수연을 베풀어 노인을 대접하니 어찌 다른 고을에서 할 수있는 일이겠는가' 했다...이런 연유로 구로회를 열고 자제들에게 이 사실을 기록하게 했다.”

『농암집』‘애일당구로회서愛日堂九老會序’

 

 

농암의 이러한 효행은 조정으로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눌재 박상(訥齋 朴祥), 용재 이행(容齋 李 荇), 양곡 소세양(陽谷 蘇世讓), 눌헌 이사균(訥軒 李思鈞) 라헌 김극성(蘿軒 金克成), 호음 정사룡(湖陰 鄭士龍), 용재 윤은필(慵齋 尹殷弼), 금헌 이장곤(琴軒 李長坤), 관포 어득강(灌圃 魚得江) 등 당대 무려 43분의 명현들이 대거 축하 시를 보냈으며, 모재 김안국(慕齋 金安國),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위암 신상(韋庵 申鏛), 유연재 김희수(悠然齋 金希壽), 신재 주세붕(愼齋 周世鵬), 퇴계 이황(退溪 李滉), 송강 조사수(松岡 趙士秀), 어은 임내신(漁隱 任鼐臣),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등의 인사들이 끊임없이 예방하였다.

이런 농암의 효행은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적선積善’이라는 대자大字 글씨를 하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농암종택 500여년을 이어오는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다. 이 같은 측면은 첨예한 당시 정계 동향에서 정의로움으로 조화를 잃지 않았던 농암의 인격을 반증하는 것으로, 농암에게는 귀거래의 정서로 귀착되고 있다.

 

 

 

 

■선조임금의 하시하신 '적선' 글씨

해설: 향산 이만도 선생  ‘매암선생행장梅巖先生行狀’에, “매암 선생(梅巖 이숙량李叔樑-농암 6째 아들)깨서 초야에 묻혀있는 선비로 추천되어 왕자사부王子師傅에 제수되셨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번 부르시니 할 수 없이 선조 임금께 나아가 사은숙배謝恩肅拜하고 물러나오니, 임금이 친히 '너의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 하시고 즉석에서 써서 하사했다.“

 

 

 

2.농암가문의 장수

 

그런데 농암가문의 장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농암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안동 영천이씨 입향시조인 농암의 고조부 이헌李軒 84세, 증조부 이파李坡 76세, 조부 이효손李孝孫(1407-1490)) 84세, 조모 청주양씨(1410-1486)77세, 아버지 이흠李欽 (1440-1537)) 98세, 어머니 안동권씨(1447-1531) 85세, 숙부 이균李鈞(1442-1540)) 99세, 작은 어머니 봉화금씨(1440-1515) 76세였다.

농암 자신은 89세이며, 부인 안동권씨(1473-1537)65세, 부인 순흥이씨 73세, 동생 이현우李賢佑(1470-1560) 91세이다. 아들 이문량 84세, 이희량 65세, 이중량 79세, 이계량 83세, 이윤량 74세, 이숙량 74세이고, 조카 이충량李忠樑 71세, 이수량李遂樑이 89세이니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문량의 증손자 이영운李榮運과 고손자 이양직李養直도 94세, 82세였다.

『매암집梅巖集』을 보면, 매암 이숙량이 4형제 백발을 자축하며 쓴 노래가 ‘분천사호가汾川四皓歌’이다. 그 글에 분천의 장수는 ‘분천 천고의 한 풍류’라 했다. 기록의 일부는 이러하다.

 

“사호라 함은 4형제가 모두 백발이라는 뜻이다. 이때 녹균 백형이 81세, 셋째 하연 노인은 75세, 넷째 환암 어른은 71세이며, 소제 늙은이는 60세였는데도 백발이라 그 반열에 함께할 수 있었다. ...(분천 장수를)아는 사람은 바라보며 신선처럼 여겼고, 모르는 사람들은 기형의 괴상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하였으니, 진실로 이것은 분천 천고의 한 풍류라 할 수 있다(知之者望之若神仙 不知者以爲何處奇形怪狀來相聚也 眞是汾川千古之一風流也.“

 

참고로 농암의 외가 인척들이 모두 장수여서, 외조부(權謙)93세, 외숙부 두 분(權受益, 權受福)이 93세, 73세, 외사촌(權矩)이 85세였다. 흥미로운 점은 퇴계 조모 영양김씨(노송정 이계양 배위)는 증조부 이파의 외손녀인데, 이 분 역시 93세를 사셨다.

1500년대 평균 년 령 80세, 그것도 7대 200여년에 걸쳐 계속되었으니 정영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암의 효와 경로에 대한 특이한 이력은 이런 가문의 장수와 무관하지 않다.  

                   

농암은 만년에 애일당 난간에 기대 서서 또 다른 시 한편을 지은 바 있데, 이 시는 농암의 성품을 보는 것처럼 깨끗하고 탈속하다. 시 제목이 ‘농암 애일당’이다.

 

 

巖聾孰如主翁聾    귀먹바위와 내, 누가 더 귀 먹었는가,

祈父猶嫌亶不聰    기보같은 귀 어두움도 오히려 나에게는 혐의스러운 일이내.

閱世已多餘鶴髮    세월이 흘러 학발만 남았는데,

謀生亦拙任鍾容    살림살이 역시 졸렬하여 팔자에 맡겼다내.

 

臺前流水銀千頃    대 앞 흐르는 물은 은 천 고랑,

堂後孤峯玉一叢    집 뒤 봉우리는 옥 한 떨기.

夜久倚欄淸不寐    깊은 밤, 난간에 의지하니 잠은 오지 않은데,

倒江山影月明中    달빛에 산 그림자 강에 기울어지고.

 

  

퇴계의 차운 시는 이러하다.

(伏聞重新愛日堂上聾巖先生: 애일당을 중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삼가 농암선생께 올립니다)

 

 

巖帶江聲自作聾       바위는 강물 소리에 스스로 귀가 먹고

巖居仙伯本眞聰       바위에 사는 신선께서는 진실로 총명했네

曾三何不悲三釜       증삼은 어찌 삼부의 효를 슬퍼하지 않았으랴

疏廣元非傲萬鐘       소광은 원래 만종록에 오만하지 않았다네

 

月色想添新水檻       달빛은 상상컨데 새로 지은 정자에 더하고

秋香行發舊霜叢       가을 향기는 국화떨기에 흩어지네

但令日日陪幽賞       날마다 모시고 유상하니

何更題名向此中       하필 다시 시를 지어 이 가운데로 향할까

 

 

 

 

■애일당(경북 유형문화재 34호)-1960년대의 모습

 

1960년대 분강 기슭에 날아갈듯이 서 있는 애일당의 모습. 일제시대 만든 농사 수로용 구조물 뒤로 '농암 선생 정대 구장'이라는 바위 음각 글씨가 흐릿하게 보인다. 지금은 안동댐으로 모두 도산면 가송리로  이건되었다.

애일당 편액은 '중국 제2명필이 썼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명필의 글씨로 존재하며, 축하 시를 남긴 명현은 100여명에 이른다. 지금 마루에는 농암의 '애일당중신기'와 모재 김안국, 용재 이행, 금헌 이장곤, 축옹 황효헌, 십청헌 김세필, 관포 어득강, 눌재 박상, 호음 정사룡, 학봉 김성일 등 선현들의 시가 걸려 있다.   

 

분강, 애일당, 애일당구로회를 찬양하여 축하 시문을 남긴 당대 명현들은 다음과 같다.

 

 

李賢輔, 金縯, 黃필(王+筆), 金瑛, 黃漢忠, 孫洙, 金安老, 李沆, 金克成, 朴祥, 金世弼, 南袞, 蘇世讓, 蘇世良, 金粹潭,沈思遜, 李希輔, 辛熙貞,李偉, 金安國, 李思鈞, 李荇, 魚得江, 玉峯野老, 黃汝獻, 曺伸, 黃孝獻, 魚泳濬, 鄭士龍, 金粹涵,安處明, 兪仲翼, 尹殷弼, 兪瑍, 洪彦國, 李迨 , 金永鈞, 李長坤, 柳希齡, 張玉,(이상『애일당구경첩』상 친필보존), 權應挺, 權應昌, 李文健, 黃俊良(이상 『애일당구경별록』 친필보존), 申鏛, 權橃, 李文樑, 李彦迪, 李瀣, 周世鵬, 李滉, 金璡, 李仲樑,任鼐臣, 趙士秀, 沈貞, 表憑, 蔡紹權, 任虎臣, 沈通源,

 

 

후대 추모 詩文를 남긴 명현

 

趙穆, 鄭逑, 琴梧, 金玏, 李叔樑, 權好文, 琴輔, 金中淸, 黃汝一, 權東輔, 金富弼, 吳守盈, 柳夢鼎, 全慶昌, 金箕報, 裵三益, 金農, 金克一, 金誠一, 權春蘭, 楊士奇, 金富倫, 申之悌, 李埈, 任屹, 金涌, 吳澐, 宋言愼, 金澤龍, 河受一, 金得硏, 金坽, 南孝慤, 尹義貞, 李萬敷, 蔡彭胤, 金應祖, 琴聖徽, 金是榲, 李徽逸, 金啓光, 權斗經, 金鏞, 李簠, 南天祜, 李元弼, 李明夏, 尹遇明, 成文夏, 吳峻基, 李聖賚, 李光春, 金玉鉉, 孫雲泰, 李彙寧, 李彙載, 李定淳

 

 

 

"더러는 구부리고 더러는 앉아있고 편한 대로 하니 진실로 기이한 모임이 되었다."

 

 

 

3.애일당구로회와 축하 시

 

애일당구로회는 당대 인물들의 축하를 받고 시를 받아 책으로 묶었는데 『애일당구경첩』이 그 책이다.  이 책은 농암이 직접 작첩한 상,하 2권으로, 상권에는 당대 명현 40명의 친필 시가 수록되어 있고, 하권에는 농암관련 명현들의 시문과  <제천정전별연도>, <화산양로연>, <분천헌연도>의 그림 3편이 남아 있다. 

『애일당구경별록』은 농암의 손서인 금계 황준량이 직접 쓰고 작첩한 것으로 여기에는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조 작품과 이문건, 권응정, 권응창의 구로회 찬양 친필 시가 실려 있다. 모두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상권과 별록을『귀중본자료집』으로 발간한 바 있다.

『애일당구경첩』당대 명현들과 더불어 남곤南袞, 김안로金安老, 이항李沆의 시도 실려 있다. 남곤의 글씨는 전국에 유일하다 하며, 김안로의 시 끝에는 “희락당병부와초希樂堂病夫臥草”라 쓰여 있다. 이항 역시 남곤과 더불어 정암 조광조를 처형한 장본인으로 그 글씨는 매우 희귀하다 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없지만 필사본 『농암집』에는 남곤과 쌍벽을 이루는 심정沈貞의 시도 있다. 소장 관료일 때는 모두 시를 주고받을 정도의 친분은 있었던 것 같다. 농암이 시를 받아 직접 작첩했기에 자손들이 감히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둔 것이었다.

월연月淵 이태李迨의 시는 내용이 조금 다른 시가 두 편 있었다. 선친이 오래전에 그 한 장을 후손인 벽사 이우성 선생께 드렸다. 벽사 선생은 ‘월연 육필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며 진정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애일당구경첩』에서 유일하게 빠진 한 편이 되었다. 벽사 선생은 이 시를 가첩家牒에 작첩하고, 그 아래 “농암종택에서 얻었다”고 하며 그 연유를 적은 글을 보낸 바 있다. 언제가 선생께 '왜 비슷한 두 편을 보냈을까요' 하니, 말씀이 "아마 보내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써서 보낸 것 같다"하셨다.

하나의 행사에 같은 운韻자로 40여명이 집단적으로 증시贈詩를 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것도 당대 명현들이 총망라된 점은 더욱 그러하다.

 

 

 

 

 

■『애일당구경첩愛日堂九慶帖』(보물1202호) 에 실려있는 관포 어득강 선생의 시

 

 

 

 

아래 『애일당구경첩』에 실려 있는 ‘애일당구로회’의 축하 시를 소개한다. 모두 농암의 원운을 따라서 長, 堂의 운자를 쓰고 있다.

 

 

눌재 박 상 

 

禮城南嶠是君鄕    영남 예안은 그대의 고향,

千丈雙親鶴髮長    양친 백발 천 길이나 길다.

愛日情深酬罔極    애일 깊은 정은 끝이 없어,

萊衣戱處悅高堂    색동옷으로 어버이를 즐겁게 하네.

 

박상(朴祥1474-1530): 자 창세昌世, 호 눌재訥齋, 이조판서 추증, 청백리 녹선, 광주 월봉서원 제향, 시호 문간.

 

 

눌암 홍언국

 

曲曲汾川號勝鄕    구비구비 아름다운 분천에,

堂成此日意何長    애일당 지음은 뜻한 바 있음이다.

滿朝紅紫應無數    묻노니 조정의 관료들 가운데,

爲問當年有是堂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

 

홍언국(洪彦國1475-1540): 자 공좌公佐, 호 눌암訥庵, 문광공 홍귀달洪貴達 아들, 연산군에 의해 유배, 처사로 일관.

 

 

모재 김안국

 

塵蹤曾記訪仙鄕    티끌세상 일찍이 선향을 찾아오니,

溪洞留春化日長    시내의 봄날은 길다.

千歲椿萱交映翠    천세 부모는 푸른색으로 빛나,

壽觴霞液共升堂    잔을 올리려 마루에 오른다.

 

김안국(金安國1478-1543): 자 국경國卿, 호 모재慕齋, 좌참찬, 대제학, 인종묘정 배향, 여주 기천서원 제향, 시호 문경.

 

 

양곡 소세양

 

椿萱俱茂嶠南鄕     부모가 영남에 사는데

勝事人人說更長     좋은 일은 사람마다 전해지네

愛日深情酬罔極     애일 깊은 정은 끝이 없어

故將新扁揭新堂     새로 지은 집에 현판을 건다

 

소세량(蘇世讓1486-1562):자 언겸彦謙, 호 양곡陽谷, 이조판서, 우찬성, 양관대제학, 익산 화암서원 제향, 시호 문정.

 

 

 

"묻노니 조정의 관료들 가운데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   

 

 

■애일당구로회를 찬양하는 동료 친구들의 축하 시

 

 

慕齋 金安國

娛親新構水雲鄕 歌管朝朝樂意長 還似幔亭張會日 曾孫滿眼拜高堂

塵蹤曾記訪仙鄕 溪洞留春化日長 千歲椿萱交映翠 壽觴霞液共升堂

 

 

蘿軒 金克成

一家興孝感諸鄕 曾於南人說話長 千古聾巖知有主 雲仍百世保斯堂

有時鷄酒聚隣鄕 龍竹龍孫樂意長 主勸賓酬旋醉舞 雙親壽考坐中堂

 

 

十淸軒 金世弼

忠信曾聞禮有鄕 分川新築慶還長 世誼不到聾巖上 翠色椿萱蔭北堂

小白山南聚德鄕 掛繩西日意偏長 蟠桃未結三千子 奉水班衣更上堂

 

 

四止堂 金 縯

淸凉山水冠南鄕 浩浩汾川一曲長 卜築聾巖今幾歲 八旬具慶在高堂

高情開墅水雲鄕 綵舞歡餘浩氣長 花竹成林知雅趣 依階繞砌映華堂

 

 

三塘 金 瑛

松柏岡陵擁一鄕 爭輪鶴筭歲年長 蟠桃一獻萱椿笑 天遣義和駐此堂

累累雙塚永嘉鄕 宰樹西風葉韻長 老子爲誰知愛日 不堪哀淚到君堂

 

 

金永鈞

層簷姸緻擅桑鄕 況奉雙親樂日長 孝子百年心計緊 暗祈時序莫堂堂

事實宜稱孝子鄕 日光倒繞畵簷長 年年壽節人爭羨 摠爲椿萱共在堂

 

 

希樂堂 金安老

家世人稱陰德鄕 雙親八十慶能長 人間駐景元無地 惟有君家愛日堂

情深西日苦思鄕 百歲晨昏未信長 日進壽尊娛鶴髮 一春和氣譪高堂

 

 

知足堂 南 袞

分川一曲是仙鄕 駐得春輝特地長 白首兒啼能有幾 祗應喚做老萊堂

仁孝家聲擅一鄕 仍知餘慶自應長 胸中喜懼無人識 只有踆烏照此堂

 

菁川 柳希齡

家世靑氈樹石鄕 松囱竹徑日偏長 陔蘭細擷堪怡養 白髮綦巾共一堂

桑楡翳翳莫知鄕 誰把長繩繫許長 回斡餘輝戈有力 陽烏應駐德星堂

不獨恂恂化一鄕 熊幡到處頌聲長 五州孝理多懷惠 人愛黃堂祝北堂

 

 

訥齋 朴 祥

禮城南嶠是君鄕 千丈雙親鶴髮長 愛日情深酬罔極 萊衣戱處悅高堂

休沐南臺出帝鄕 嘶風驄馬嶺途長 君王孝理今偏重 故許歸寧愛日堂

 

 

慵齋 尹殷弼

星山佳致是仙鄕 竹嶼花齋引興長 倚閭今日須歸養 好把雙旌慰北堂

 

 

陽谷 蘇世讓

椿萱俱茂嶠南鄕 勝事人人說更長 愛日深情酬罔極 故將新扁揭新堂

龍華山前是我鄕 白雲南望不禁長 十年宦況無多子 魂夢空勞孝友堂

 

 

困菴 蘇世良

禮安桑榟是君鄕 門慶同流洛水長 人世已修爲子職 光陰還惜去堂堂

半在京師半在鄕 宦情應短野情長 春風更憶萊衣戱 雙秀峯前孝友堂

 

 

南湖 孫 洙

嶠南皆有禮安鄕 最說分川一帶長 富媼只應慳不得 公今愛日爲構堂

公曾遺愛密陽鄕 復此花山化日長 重是百齡榮養地 幾看綵舞繞高堂

 

 

豊山 沈思遜

聞說宣城魚鳥鄕 聾巖名義意便長 箇中喜懼情思切 白日明明照此堂

擧世悠悠一醉鄕 如公至樂更誰長 白雲望斷天南北 欲解豸冠躋此堂

 

 

灌圃 魚得江

闕下今還憶故鄕 夢魂不憚道途長 繡衣此日歸寧處 依舊聾巖對北堂

 

 

咸從 魚泳濬

宣城聞說是仙鄕 愛日堂前日政長 誠孝從來興感遠 雲仍應不負斯堂

孝行眞堪比一鄕 自家餘慶料應長 不安京洛人休怪 淸夢長歸愛日堂

 

 

愚溪 黃漢忠

君今衣繡晝還鄕 具慶堂深白日長 獻壽筵開和樂處 戱披萊服舞中堂

桑梓陰農是故鄕 爺孃無恙壽延長 年末益覺南柯夢 巖畔重開綠野堂

 

 

容齋 李 荇

具慶筵中聚一鄕 日華苦短意何長 若爲乞得金丹鼎 永世怡愉奉北堂

家居不羨白雲鄕 鶴髮俱存樂自長 甲第紛紛列鼎食 何如溫情此高堂

 

 

安分堂 李希輔

聾巖形勝冠南鄕 物外乾坤日月長 高會朱幡呈彩戱 茅亭眞箇耆英堂

烟雨孤村魚鳥鄕 巖邊流水發源長 天公亦解娛親意 四面雲山擁此堂

 

 

月淵 李 迨

人世紛紛宦作鄕 事親能得幾時長 誰知愛日情如許 千仞岡頭揷畵堂

遙望南頭買公鄕 聾巖別做孝思長 後人請視斯爲範 喜懼添情不在堂

 

 

琴軒 李長坤

菊潭家世水雲鄕 鶴髮萱椿流慶長 早向鯉庭輪義分 他年枉道許升堂

白雲蒼巘是仙鄕 洞裏泉源出派長 一生純孝天應格 榮壽長臨愛日堂

 

 

訥軒 李思鈞

古人衣錦好還鄕 况復雙親壽世長 此去前途猶萬里 歲寒松老棟明堂

聞君家世善居鄕 餘慶于今一倍長 兒說聾巖釘有額 愛親知愛景堂堂

 

 

玉山灘 兪仲翼

世卜嶠南山水鄕 簪纓門地慶何長 紛紛世上人無數 始得君家具慶堂

 

 

  大而 李 偉

白雲飛處是桑鄕 强着征鞭客路長 山館黃花開爛熳 年光背我去堂堂

君家孝發化南鄕 頗覺人人善善長 戱綵當年何地着 聾巖東有數間堂

 

 

靈川 兪 瑍

一區形勝是仙鄕 壺裡乾坤白日長 萱草百年春不老 孝思端合也名堂

 

 

柳亭 張 玉

誠孝平生化一鄕 羲和知愛駐偏長 年年祗願添眉壽 金玉何須更滿堂

藉甚聾岩獨擅鄕 芳名從此更重長 他年若也平如砥 依舊椿萱蔭一堂

 

 

適庵 曺 伸

宣城人比鄭公鄕 際會風雲語合長 報得春輝當愛日 聾巖巖上峙斯堂

士貴生來不去鄕 某丘某水感懷長 幾年卽罷徜徉地 突兀俄看肯構堂

 

 

湖陰 鄭士龍

分符常得近桑鄕 早判君親事短長 爲問前賢誇晝錦 何如愛日扁新堂

安得抽簪返我鄕 庭闈百歲駐春長 半生剛被浮名縛 松菊渾蕪十玩堂

 

 

訥庵 洪彦國

 

淸凉之下有幽鄕 萬壑千巖各自長 積慶向來爭幾許 矧今肯構惜暉堂

曲曲汾川號勝鄕 堂成此日意何長 滿朝紅紫應無數 爲問當年有是堂

淸時宦遂好還鄕 今古人人說口長 如子孝榮眞不得 相州應少晝錦堂

聾巖秀士擧于鄕 一日聲光澈上長 更築亭臺能駐景 親俱八耋倚新堂

傳業詩書擅禮鄕 羨君仁孝獨時長 子生罔極酬恩大 汗面慚登愛慶堂

 

 

柳村 黃汝獻

求官奉養近家鄕 欲托千絲繫日長 每到佳晨呼子姪 板與扶擁上高堂

覿馬高車返故鄕 世間榮幸亦應長 爭如千騎里門下 歲歲稱觴壽北堂

 

 

橡亭 黃필 㻫

家世從前宅是鄕 籠山流水發源長 從今別尋巖邊著 有子如君眞肯堂

遊子終能歸故鄕 還家日月不知長 班衣日日是間戱 擧目雙親在北堂

 

 

玉峯野老

久踏紅塵寄帝鄕 一身偏荷睿恩長 夢回故國松楸鬱 空羨宣城具慶堂

 

 

竹溪 安處明

晨辭魏闕五雲鄕 匹馬南行樂更長 屋上靑山屋下水 君家俱慶在高堂

 

 

秋溪子 辛熙貞

汾川一曲是公鄕 聞說仙關日月長 八十雙親具慶下 彩衣今復戱高堂

征佩搖搖指故鄕 壽尊開處慶筵長 千年罕覿公家事 鶴髮雙親在北堂

 

 

稚 淸 金粹潭,

魚稻今應滿故鄕 送君歸去興何長 江東一棹猶云快 況乃雙親在北堂

 

 

逍遙堂 沈貞

昊天擬報千年短 孝子寧知百歲長 白髮**黃髮下 猶將愛日揚新堂

殘生望斷白雲鄕 風樹悲鳴*恨長 每向春輝看落日 不堪揮淚慰君堂

 

 

 

退憂堂 表憑

淸凉洞府號仙鄕 深鎖霞烟景最長 至樂百年寧有此 童顔相對倚高堂

一家能擅壽爲鄕 隱德終知慶更長 三島十洲人不見 人間快樂只斯堂

 

 

 

 ■『애일당구경첩愛日堂九慶帖』상권 (보물1202호)

 

 

 

4. 『농암집』연보年譜에서 확인되는 농암의 경로, 효행 기록

  

41세 1507년(중종 2) 3월 말미를 얻어 인제현으로 부모를 뵙다.

42세 9월 부모를 위해 외직을 요청하여 영천군수로 나오다

44세 정월 말미를 얻어 부모를 뵙다

45세 3월 양로연을 열다(영천군수- 쌍청당양로연)

 

46세 1512년(중종 7) 말미를 얻어 부모를 뵙다. 애일당을 세우다

48세 말미를 얻어 부모를 뵙다. 명농당 시를 짖다

51세 양로연을 열다. 11월 부모를 편히 모시려고 안동부사로 오다(충주목사- 충주양로연)

53세 1519년(중종14) 9월 9일 (안동부관아에서)부모를 위해 헌수하고 양로연을 열다(안동부사- 화산양로연)

 

56세 4월 말미를 얻어 부모를 뵙다. 8월 또 말미를 얻어 뵙다.10월 부모를 모시려고 외직을 요청하여 성주목사가 되다

59세 1525년 4월 부모가 늙었다고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다

60세 8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뵙다

62세 2월 말미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뵙다.부모가 늙었다고 사직서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다

 

63세 평해군수로 임명되었는데, 부모를 가까이서 모시려고 요청하여 영주군수가 되다

64세 가을, 부모가 늙었다고 사직하고자 감사에게 요청했으나 허락되지 않다

65세 정월 어머니 (안동권씨) 상을 당하다

67세 1533년(중종 28)9월 말미를 얻어 내려와 애일당에서‘구로회’를 열다(애일당구로회)

 

68세 아버지 봉양 요청의 상소문을 올려 허락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뵙다

69세 봄, 양로연을 열다. 여름, 말미를 얻어 돌아와 아버지를 뵙다 (경주부윤- 경주양로연)

70세 봄, 경주,영천 거주 족친들과 초청하여 연회를 열다. 시를 썼는데 회재 선생이 차운하셨다. 여름, 아버지 연세가 더욱 높아져서 벼슬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다

71세 1537년(중종 32) 4월 아버지 상을 당하다

 

 

 

 ■『농암집』

 

 

“더러는 구부리고 더러는 앉아있고 편한 대로 하니 진실로 기이한 모임이 아닐 수 없다”

 

 

 

 

 <더 읽어보기>

눌재 박상 선생의 분천헌연도 서문

 

 

 

                          이 보덕(농암)이 중양절에 어버이 장수를 축원하여 올린 시의 서문

                                            李輔德重陽壽親詩序

 

 

 

우리나라는 중국 제도를 본떠 도마다 감목관監牧官을 두고 때로 서울 관원을 파견하여 말을 점검하고 그 수효를 기록하게 하였으니 이를 점마點馬라 한다. 금년 가을 영남 영덕으로 이군李君 현보賢輔씨가 이 명을 받고 갔다가 잠시 고향에 들려 노부모를 찾아뵈었다. 때가 모자 날리는 계절이라 울타리에 국화꽃이 향기롭고 노부모가 건강하게 장수하여 즐거움이 더했다. 관찰사가 그 뜻을 알고 여러 고을 수령들에게 글을 보내 축수 잔치를 마련하도록 독려하였다. 고향은 작은 강과 접하여 있어으므로 드디어 물가에 장막을 치고 남녀를 구별하여 자리를 만들었으며 노래를 부르는 기녀들도 다 모였다. 부친은 85세이고 모부인은 80세로서 안팎 연회석의 주인이 되어 희디흰 백발의 모습이 신선 세계에 있는 사람과 같아서 모두들 놀라면서 경건히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군이 술동이 앞에서 술잔을 씻어 삭랑주索郞酒를 따르고 남양南陽의 국화를 띄워 공손히 아우들과 함께 올려 축수하니 모든 손님들이 손을 들어서 찬양하고 차례로 번갈아가며 축수 술잔을 올렸다. 남해南陔와 백화白華를 번갈아 연주하여 흥을 돋우었고, 또 웃을 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몰래 작은 배에 기녀를 태워 장구를 치고 피리를 불면서 멀리 강물 가운데로 노를 저어 가게 하였으니, 어버이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방도에 대하여 마음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구경하는 자들이 온 성 안에서 다 나와 세상에서 성대한 행사가 있게 된 것을 알았다.

영해 부사寧海府使 채소권蔡紹權이 맨 먼저 절구 2수를 지어 찬양하여 뒤에 이어서 읊을 장본張本으로 삼았다. 이군李君이 행사를 마치고 대궐로 복명하여 나에게 들러 그 전말을 말해주었는데 나는 부모님을 여의 사람이기에 부러워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며칠 지난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 간곡히 서문을 부탁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맹자가 '인생 세 가지 즐거움'에 "천하에 왕이 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라고 하였으니, 왕이 되어 천하를 소유하는 것은 사람의 큰 소망이지만 저것을 가지고 이것과 바꾸지 않으니 세 가지 즐거움이 천하보다 큰 점이 어떠하겠는가! 세 가지 중에 천도天道와 관계되는 것이 한 조목이고, 인사人事에 관계되는 것이 두 조목이다. 천도와 관계되는 것은 부모 모두 생존하고 형제 무고한 것이고, 인사에 관계되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아래로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과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인사人事이고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것은 천도天道이다. 인사는 힘을 다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지만 천도는 공자같은 성인이나 증삼曾參같은 효자라도 참으로 그 법도 사이에 터럭만큼도 끼어들 수 없다. 지금 이군은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바를 하였다. 위로 하늘이 부모가 모두 생존하게 하고 형제가 무탈하게 하였으니 이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은 70세도 '옛부터 드문 나이’라 하는데, 15년만 지나면 100세를 바라보고 십년만 지나면 90세를 바라보는 경우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는 성인도 할 수 없고 효자도 할 수 없는 것을 오직 이군만이 홀로 하였으니, 한 고을에 그런 이가 몇 사람 있겠는가. 한 고을만이 아니라 한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한 나라에서만 아니라 천하에도 없거나 겨우 몇이 있거나 할 것이다. 천하에도 없거나 겨우 몇이 있을까 한 일을 한 나라 안에 있으니 한 나라 사람들이 다 귀하게 여겨서 노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해 부사의 시가 쉰여섯 글자에 불과하지만 이어 화답하여 장차 몇 천만 수가 될지 알 수 없다. 세상 선비들이 반드시 나의 말을 듣고서 기꺼이 축시를 지어 왼쪽으로 이어서 쓰게 될 것이다.

 

 황명皇明 가정嘉靖 병술년(1526, 중종 22) 겨울에 눌재거사訥齋居士가 삼가 서문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