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역당 배용길이 지은 개암 김령의 백부 절도사 산남 김부인(金富仁) 선생 묘표

                                    경상 좌도 절도사 김공의 묘표〔慶尙左道節度使金公墓表〕

고(故) 절충장군(折衝將軍) 경상 좌도 절도사 김(金)공이 만력 갑신년(1584, 선조17) 겨울 12월 계사일에 예안현(禮安縣) 오천리(烏川里)의 집에서 병으로 별세하니, 향년이 73세였다. 이듬해 봄 정월 모갑(某甲)에 안동부(安東府)의 동쪽에 있는 수리곡(修理谷) 곤좌간향(坤坐艮向)의 언덕에 장사지냈다. 20년 뒤 공의 장남 어모공(禦侮公)이 공의 세계(世系)와 관직의 이력을 기록하여 후손들에게 알리려고 사람을 보내와 글을 청하여 푯돌에 새기기를 바랐다. 내가 변변치 못하여 공의 성대한 업적을 진술하는 일은 분수에 맞지 않다고 굳이 사양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술하여 말한다. 공은 어려서 조부 참판공에게서 배웠으며, 향시(鄕試)에 두 차례 합격하였으나 문과에는 번번이 실패하였다. 탄식하여 말하기를 “대장부가 세상에 났으면 응당 이름을 날리고 공을 쌓을 일이거늘, 어찌 악착스레 붓을 잡고만 있으랴.”라고 하고는 드디어 붓을 내던지고 활 쏘고 말 타는 것을 익혔다. 가정 기유년(1549, 명종4)에 무과에 급제하여 훈련원 봉사가 되었는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능통한 것이 알려져 당시의 재상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여 선전관 겸 비변사 낭청으로 선발되었다. 을묘년(1555)에는 해주 판관에 임명되었고, 얼마 안 되어 부친상을 당하였다. 정사년(1557)에 상을 마치고, 강릉 판관(江陵判官)ㆍ낙안 군수(樂安郡守)를 역임하였다. 융경 정묘년(1567)에는 호조 좌랑에 임명되었으며, 무진년(1568)에는 창성 부사(昌城府使)가 되었다. 대궐에서 사은숙배하던 날 주상이 불러 만나 보고서 외적의 침입을 막는 적절한 방법을 묻고, 또 역대의 명장(名將) 중에 누구를 스승 삼아 본받는가를 물었다. 공은 조목대로 대답하고, 곧 아뢰기를 “신이 존경하는 이는 오직 조충국(趙充國)뿐입니다.”라고 하고, 척후병(斥候兵)을 멀리까지 보내며 진영의 방비를 견고히 할 일과 먼저 전략을 세우고 난 뒤에 싸울 것 등의 일을 아뢰었다. 주상은 칭찬하고는 술을 하사하셨다. 창성으로 돌아온 뒤 한 달 남짓하여 병사(兵使) 김수문(金秀文)이 여연(閭延)ㆍ무창(茂昌)에서 허락 없이 농사를 짓는 야인(野人)들을 토벌하면서 공을 복병장(伏兵將)으로 삼았다. 강로(江路)를 끊다가 잠복해 있던 병졸이 말을 탄 채 배에 오르려는 야인들을 보고 나가 싸우려 하였다. 공이 막으며 말하기를 “많은 군사가 현(縣)에 침입했으나 승부가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앞뒤로 적을 만날 것이니 좋은 계책이 아니다. 잠시 조용히 기다려라.”라고 하였다. 마침내 전군(全軍)이 이기고 돌아왔다. 공로를 인정받아 절충장군(折忠將軍)이 되어 인산 첨사(麟山僉使)로 옮겼다. 또 길주 목사(吉州牧使)로 옮겼다가 곧바로 파직되었다. 계유년(1573, 선조6) 정주 목사(定州牧使)에 임명되었다. 정주 고을에 나이가 일흔인 품관(品官)이 있었는데, 그 아우를 송사하였다. 공이 두 사람을 정청(政廳)으로 불러 ‘형제는 한 기운으로 이어진 가지라는 뜻’으로써 깨우쳐 주니, 형제가 감읍하고 물러갔다.

병자년(1576)에 경상 좌도 병마절도사가 되었다. 위엄과 덕망을 함께 드러내어 백성을 어루만지고 적을 방어하는 일에 법도가 있었다. 체직(遞職)되어 오위장(五衛將)이 되었으며, 무인년(1578)에는 첨지중추부사로 옮겼다. 공이 순라군(巡邏軍)을 배치하였는데, 이때 강씨 성을 가진 감군(監軍)이 패(牌)를 받지 않고 지레 진중으로 들어갔다. 공은 그가 약속한 때에 오지 않았음을 아뢰니, 주상은 노하여 말하기를 “옛날에 전양저(田穰苴)는 장고(莊賈)를 참수하였는데, 장수가 된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하며, 의금부에 명하여 사건을 심리하도록 하였는데 이내 풀려났다. 얼마 되지 않아 영해 부사(寧海府使)에 임명되고 임기가 된 뒤에는 집에서 머물렀다. 임오년(1582, 선조15) 겨울에 변방의 오랑캐가 배반하여 경원진(慶源鎭)을 점령하자, 조야(朝野)가 대단히 놀랐다. 공은 ‘이는 신하가 물러나 쉴 때가 아니다’라고 하고 마침내 말을 달려 나아가면서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어디에선들 말가죽에 시체를 쌀 수 없겠는가.”라고 하니, 여론이 그것을 장대하게 여겼다. 부호군에 임명되었는데, 사태가 좀 안정되자 즉시 사직하고 귀향하였다. 조정의 사대부 중에 아쉬워하며 만류하는 이가 많이 있었으니, 곧 계미년(1583) 봄이었다. 이때 이르러 부음이 전해지자 주상은 예관(禮官)을 보내어 사제(賜祭)하고 부물(賻物)을 보냈다.

공은 몸가짐이 청렴하고 조심성이 있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매우 많았는데, 아우 둘, 누이 하나와 나누면서도 이의(異意)가 없었다. 퇴계 선생(退溪先生)도 어려운 일이라고 하였다. 서출인 남동생과 여동생이 어려서 의지할 곳이 없자 집에서 양육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결혼시켰다. 어떤 이가 아무개 정승과 관리를 찾아가 보라고 공에게 권하자, 공은 정색하고 말하기를 “조정은 공기(公器)이거늘 어찌 청탁하여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자경편(自警編)》을 매우 좋아하여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자제에게 하는 말씀은 반드시 충효에 의거하였으니 “선행을 쌓으면 남는 복이 있다는 말씀은 우리 할아버지께서 일찍이 가르쳐 주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에 새겨 낳아 주신 부모를 욕되게 하지 말아라.”라고 하였다. 공이 일찍이 내게 말하기를 “우리 고을의 선배들은 나이를 채우고 벼슬에서 물러난 분이 많은데, 내가 유독 선배가 하신 것을 하지 못하였네.”라고 하였다.

공의 휘는 부인(富仁)이요, 자는 백영(伯榮)이니, 본관은 광주(光州)이다. 고려 때 지문하성사(知門下省事)를 지낸 광존(光存)의 후손이다. 증조의 휘는 회(淮)인데, 음성 현감(陰城縣監)을 지냈고, 병조 참의에 추증되었다. 조부의 휘는 효로(孝盧)인데, 성균 생원이고, 이조 참판에 추증되었다. 선고의 휘는 수(綏)인데, 성균 생원이고, 호조 참판에 추증되었다. 선비(先妣)는 순천 김씨(順天金氏)인데 또한 정부인(貞夫人)에 추증되었다. 아내는 정부인(貞夫人) 영천 이씨(永川李氏)인데, 숭정대부 지중추부사 효절공(孝節公) 현보(賢輔)의 따님이다. 공과 같은 해에 태어났으며, 여자와 어머니로서의 덕과 태도가 세상 사람들의 본이 될 만했다. 공보다 7년 먼저 모년 모월 모일에 죽으니, 묘역(墓域)은 같고 묘혈(墓穴)은 달리 하였다. 아들 넷을 낳았다. 장남은 호(壕)인데 어모장군(禦侮將軍)이고, 둘째는 전(㙉)인데 통사랑(通仕郞)이고, 셋째는 탄(坦)인데 충순위(忠順衛)이고, 막내는 기(圻)인데 순릉 참봉(順陵參奉)이다. 통사랑과 충순위는 공보다 모두 앞서 죽었다. 어모공은 찰방(察訪) 김표(金彪)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3남 5녀를 낳았다. 아들은 광도(光道)ㆍ광찬(光纘)ㆍ광적(光績)이다. 딸 다섯은 예문관 봉교 배용길(裴龍吉), 봉사(奉事) 이일도(李逸道), 유학(幼學) 남흥달(南興達), 유영문(柳榮門), 권상균(權尙均)에게 각각 시집갔다. 통사랑은 전후(前後)로 장가들었으나 자녀가 없어서 광찬을 취하여 후사로 삼았다. 충순위는 통정대부 이령(李苓)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딸 하나를 낳았는데, 생원 박수의(朴守誼)에게 시집갔다. 참봉은 학생 황과(黃鈛)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아들 셋을 낳았는데, 광재(光載)ㆍ광업(光業)ㆍ광운(光運)이다.

慶尙左道節度使金公墓表

故折衝將軍慶尙左道節度使金公。以萬曆甲申冬十有二月癸巳。疾卒于禮安縣烏川里第。享年七十三。越明年春正月某甲。葬于安東府治東修理谷坐坤之原。後二十年。公之適禦侮公。欲識世次官行。以詔來裔。伻來謁辭。願文于石。龍吉辭不腆。薦公盛業非其職。固辭不獲命。敍曰。公少受學于王父參判公。再中鄕試。輒不利于禮部。嘆曰。大丈夫生于世。當種名績功。寧能齷齪事毛錐子乎。遂擲筆業弓馬。登嘉靖己酉武科。爲訓鍊院奉事。以能通左氏學聞。時相交口薦之。選爲宣傳官兼備邊司郞廳。乙卯。除海州判官。俄丁外艱。丁巳服闋。歷江陵判官，樂安郡守。隆慶丁卯。拜戶曹佐郞。戊辰。拜昌城府使。陛謝日。上引見。問以守禦之宜。且問歷代名將誰所師法。公條對訖。卽曰。臣所慕惟趙充國。因陳遠斥堠堅營壁。先計後戰等事。上嘉之。賜之酒。至府月餘。兵使金公秀文伐閭延，茂昌冒耕野人。以公爲伏兵將。截斷江路。伏卒見野人有躍馬整船者。欲出戰。公止之曰。大軍縣入。勝負未判。若吾輩先動。兩處受敵。非得計也。姑安之。遂全軍凱還。敍勞陞折衝。移麟山僉使。又移吉州牧使。旋罷。癸酉。拜定州牧使。州有品官年七十。訟其弟。公兩速之庭。諭以同氣連枝之義。兄弟感泣而退。丙子。擁節慶尙左道。威德竝著。撫禦有法。遞爲五衛將。戊寅。移僉知中樞府事。公部分巡軍。時監軍康姓人。不受牌徑入陣。公稟不及期。上怒曰。昔田穰苴斬莊賈。爲將者不當如是耶。命鞫獄。旋釋之。俄拜寧海府使。任滿。家食。壬午冬。藩胡叛陷慶源鎭。朝野震驚。公以爲此非臣子退臥之秋。遂馳赴曰。雖老且病。何地不可馬革裹尸。物論壯之。除副護軍。事稍定。卽辭歸。朝中士大夫多有惜而留之者。卽癸未春也。至是訃聞。上遣禮官賜祭及賻。公持身廉謹。祖業甚饒。與二弟一妹分異。無間言。退溪先生以爲難。庶弟妹幼無所歸。養于家。嫁娶不失時。或勸公謁某相某官。公正色曰。朝廷公器。其可干謁而得之耶。酷愛自警編。未嘗釋手。語子弟。必依於忠孝曰。積善餘慶。吾王父所嘗戒者。爾輩宜服膺。毋忝所生。公嘗謂余曰。吾鄕先輩。多年滿引退者。吾獨不得爲先輩所爲耶。公諱富仁。字伯榮。光州人。高麗知門下省事光存之後。曾祖諱淮。陰城縣監。贈兵曹參議。祖諱孝盧。成均生員。贈吏曹參判。考諱綏。成均生員。贈户曹參判。妣順天金氏。亦贈貞夫人。配貞夫人永川李氏。崇政大夫知中樞府事孝節公賢輔之女。與公同年生。婦德母儀。皆可法於世。先公七年以某年某月某日歿。實同塋異竁。生四男。長壕。卽禦侮將軍。次㙉。通仕郞。次坦。忠順衛。次圻。順陵參奉。通仕，忠順俱先逝。禦侮娶察訪金彪女。生三男五女。男光道，光纘，光績。五女歸藝文館奉敎裴龍吉，奉事李逸道，幼學南興達，柳榮門，權尙均。通仕前後娶俱無子女。取光纘爲嗣。忠順娶通政李苓女。生一女適生員朴守誼。參奉娶學生黃鈛女。生三男。光載，光業，光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