崇政大夫行知中樞府事聾巖李先生行狀

숭정대부 행지중추부사 농암 이선생 행장

 

李氏之先。慶之永川人也。至公高祖軍器少尹諱軒。始移居于禮安縣之汾川里。遂爲縣人。曾祖諱坡。義興縣監。贈通政大夫兵曹參議。祖諱孝孫。通禮門奉禮。贈嘉善大夫吏曹參判。考諱欽。麟蹄縣監。贈資憲大夫議政府左參贊。妣贈貞夫人權氏。護軍謙之女。

이씨(李氏)의 선조는 경주의 영천인(永川人)이다. 공의 고조인 군기감소윤(軍器監少尹) 헌(軒) 때에 처음으로 예안현(禮安縣) 분천리(汾川里)로 이사하여, 마침내 예안현 사람이 되었다. 증조의 이름은 파(坡)인데, 의흥현감(義興縣監)을 지냈고, 통정대부(通政大夫) 병조참의(兵曹參議)에 증직(贈職)되었다. 조부의 이름은 효손(孝孫)인데, 통례문봉례(通禮門奉禮)를 지냈고, 가선대부(嘉善大夫) 이조참판(吏曹參判)에 증직되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흠(欽)인데, 인제현감(麟蹄縣監)을 지냈고, 자헌대부(資憲大夫) 의정부좌참찬(議政府左參贊)에 증직되었다. 어머니는 증직(贈職) 정부인(貞夫人) 권씨(權氏)이니, 호군(護軍)을 지낸 권겸(權謙)의 따님이다.

 

 

公諱賢輔。字棐仲。始參判公嘗遊山寺。夢有神人告曰。積善之家。必有餘慶。旣寤。適聞權氏婦生男。心異之。故公少名有慶。是成化丁亥七月二十有九日也。

공의 이름은 현보(賢輔)요, 자는 비중(棐仲)이다. 처음에 조부인 참판공이 산사(山寺)에서 지낼 때, 꿈에 어떤 신인(神人)이 고하기를, “선행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꿈에서 깨자 마침 권씨부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이(奇異)하게 여겼다. 그래서 공의 어릴 적 이름이 유경(有慶)이니, 이때가 성화(成化) 정해년(1467) 7월 29일[양력 8월 28일]이었다.

*棐[도지개 비]

 

 

公生而穎邁。骨相不凡。爽宕無拘檢。好弋獵。殊不專力於學業。弱冠。遊鄕校。乃始發憤讀書。爲詞章種績。不見其勞苦。而功倍於他人。其爲程文。語輒警拔。爲儕輩所推。

공은 날 때부터 뛰어나게 총명했으며 골상(骨相)이 비범하였다. 성품이 호탕(豪宕)하여 구애됨이 없고 사냥을 좋아하여 학업에는 그다지 힘쓰지 않았다. 20세가 되어 향교에서 노닐다가 비로소 분발(奮發)하여 글을 읽었다. 문장을 짓거나 학문을 닦는 데 있어 그다지 애쓰는 것을 볼 수 없었으나 결과는 다른 사람보다 배나 뛰어났다. 정문(程文)을 지을 때면 어구(語句)가 번번이 월등하게 뛰어나 동문들이 추앙(推仰)하는 대상이 되었다.

*穎[이삭 영], 邁[갈 매], 穎邁(영매):재능이 탁월함. ㅇ爽宕(상탕):방탕(放蕩)함. ㅇ구검(拘檢):단속과 규제. 弋[주살 익], 獵[사냥 렵], 弋獵(익렵):사냥함. ㅇ憤[결낼 분], 發憤(발분):분발(奮發). ㅇ詞章(사장):시가(詩歌)와 문장. ㅇ輒[문득 첩]:번번이. ㅇ警[경계할 경], 拔[뺄 발], 警拔(경발):영민함이 뭇사람 중에서 단연 뛰어남. ㅇ儕[동배 제], 輩[무리 배], 儕輩(제배):동배(同輩). 나이나 신분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사람.

 

 

歲乙卯。中司馬試。丁巳。館試第一。戊午春。釋褐。權知校書館正字。庚申。差永興府訓導。時金公世弼爲郞選曹。深加器賞。辛酉。被薦爲藝文館檢閱。

을묘년(1495, 연산군 1)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정사년(1497) 관시(館試)에서는 수석을 차지하였다. 무오년(1498) 봄에 처음 벼슬에 나아가 권지교서관정자(權知校書館正字)가 되고, 경신년(1500)에 영흥부훈도(永興府訓導)가 되었다. 당시 선조(選曹)의 낭관(郎官)이었던 김세필(金世弼)이 공을 매우 칭찬하였다. 신유년(1501)에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에 선발되었다.

*館試(관시):성균관에서 행하는 시험. ㅇ釋褐(석갈):문과에 급제하여 처음 벼슬하던 일. ㅇ器賞(기상):중하게 여기고 기림.

 

 

壬戌。公以謂史官記人主言動。而俯伏在遠。榻上動靜。有不及聞知者。多於事不便。請稍近榻前。庶記注無疎漏。廢主心咈而且然之。

임술년(1502)에 공이 생각하기를, ‘사관(史官)은 임금의 언행을 기록하는 것인데, 멀리 엎드려 있으므로 임금의 동정을 미처 듣지 못하는 바가 많아 일에 불편함이 많다’라고 하여 임금께 조금 가까이 다가가 기록하는 데 빠지는 것이 없게 할 것을 청하였다. 폐주(廢主)는 내심 거슬렸으나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俯伏(부복):고개를 숙이고 엎드림. ㅇ榻[걸상 탑], ㅇ稍[벼 줄기 끝 초], ㅇ記注(기주):말과 동작을 기록함. ㅇ疏[트일 소], 漏[샐 루], 疏漏(소루):엉성하고 누락됨. 또는 소홀히 하여 빠뜨림. ㅇ咈[어길 불]

 

 

癸亥。歷待敎･奉敎。甲子。陞成均館典籍。尋由侍講院司書。拜司諫院正言。一日。公入閤。論書筵官所失。

계해년(1503, 연산군9)에 대교(待敎)･봉교(奉敎)를 지냈다. 갑자년(1504)에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에 올랐으며, 조금 뒤에 시강원사서(侍講院司書)를 거쳐,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이 되었다. 어느 날 공이 합문(閤門)에 들어가 서연관(書筵官)의 과실(過失)을 논핵(論劾)하였다.

*尋[찾을 심]:보통, 평소, 즉시, 드디어, 마침내. ㅇ閤[쪽문 합]:궁중의 작은 문, 入閤(입합):방에 들어감. 중앙 관서(官署)의 관원으로 들어감.

 

 

廢主方讎視言官。乃因事發怒曰。諫官有聞見。所當卽啓。淹至翌日乃啓。可乎。命下禁獄。推配安東府安奇驛。

폐주가 마침 언관(言官)을 원수처럼 보다가 이내 이 일로 인하여 화를 내어 이르기를, “간관(諫官)은 듣고 본 것이 있으면 즉각 아뢰어야 할 것인데, 지체(遲滯)하다가 이튿날에야 이를 아뢰는 것이 옳은가?” 하고, 의금부 감옥에 가두라고 명하고 나중에 안동부의 안기역(安奇驛)으로 귀양 보냈다.

*讎[짝 수]:讐, 讎視(수시):적대시(敵對視)함. 서로 원수로 대함. ㅇ因事(인사):사실에 근거함. 일을 핑계함.ㅇ發怒(발노):화를 냄. ㅇ淹[담글 엄]:오래, 오래되다, 지연되다. ㅇ禁獄(금옥):옥에 가두어 두던 형벌.

 

 

乙丑。廢主追仇近前之請。而不記公姓名曰。彼時檢閱。鐵面而髯者是也。乃復追下禁府獄。于時貴賤庶枉。縲係滿圄。上荒下慢。不以時考問。

을축년(1505)에 폐주가 ‘임금 앞에 가까이 가게 해 달라’고 청했던 일을 소급(遡及)하여 미워하면서 공의 성명(姓名)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르기를, “그때의 검열(檢閱)은 얼굴이 검붉고, 수염이 난 자였으니 이 사람이다” 하고는 다시 의금부 감옥에 가두었다. 이때에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잡혀와 옥이 만원(滿員)이었는데 윗사람은 부족하고 아랫사람은 태만하여 제때에 고문(考問)하지 못했다.

*仇[원수 구]:원망하다. ㅇ鐵面(철면):쇠 빛깔과 같이 검붉은 얼굴. ㅇ髥[구레나룻 염], ㅇ枉[굽을 왕]:억울하다, ㅇ縲[포승 류], ㅇ圄[옥 어], ㅇ荒[거칠 황], ㅇ慢[게으를 만], ㅇ考問(고문):조사하고 물음.

 

 

在獄凡七十餘日。而一朝忽被放命。人莫知所以然。其實有一衛士不謹執旗者係囚。其於啓單。名在公次。御筆點放於此人。而誤下於公。公旣出獄。則例還元配所。至丙寅靖國。而放還朝。

공이 무려 70여 일이나 옥에 갇혀 있다가 하루아침에 홀연 석방(釋放)하라는 명을 받으니, 사람들이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다. 실은, 기(旗)를 잡는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한 위사(衛士)가 갇혀 있었는데, 장계(狀啓) 명단에 그 이름이 공의 다음에 있어서, 어필(御筆)로 그 사람을 지목(指目)하여 석방한다는 것이 공을 잘못 낙점(落點)한 것이었다. 공은 옥에서 나오자 전례(前例)대로 본래 귀양 갔던 곳으로 돌아갔다. 병인정국(丙寅靖國)에 이르러 조정에 돌아왔다.

*旗[기 기], ㅇ囚[가둘 수], ㅇ點放(점방):조사하여 석방함. ㅇ放還(방환):석방하여 돌려보냄.

 

 

夫公之爲史官也。昏朝亂政。隨事直書者多。加有忤旨之事。而其追獄又出於史禍慘酷之餘。人皆爲公危之。卒之得脫於無妄如此。豈非天耶。丁卯。自典籍改戶曹佐郞。陞司憲府持平。

공이 사관(史官)으로 있을 때 무능한 군주의 어지러운 정사(政事)에 대해 맡은 직무에 따라 바르게 기록한 것이 많은 데다 뜻에 거슬린 일이 있었고, 이전에 있었던 일로 하옥(下獄)된 것이 참혹(慘酷)한 사화(史禍)의 형옥 끝에 나왔으니 사람들이 다 공을 위하여 위태롭게 여겼는데, 결국 뜻밖에 화를 벗어남이 이와 같으니, 어찌 하늘 뜻이 아니겠는가! 정묘년(1507, 중종2)에 전적(典籍)에서 호조좌랑(戶曹佐郞)으로 옮기고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에 승진되었다.

*수사(隨事):맡은 직무를 따름, ㅇ忤旨(오지):임금의 뜻을 거역함. ㅇ慘[참혹할 참], 酷[독할 혹], 慘酷(참혹):비참하고 끔찍함. ㅇ無妄(무망):재난. 변고.

 

 

遇事鯁直不撓。時人號公爲燒酒陶甁。謂外黭然而內淸烈也。戊辰。以親老乞外。由刑曹正郞。出爲永川郡守。

일을 당하면 강직하고 동요되지 않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공을 소주두루미[소주도병(燒酒陶甁)]라고 이름 하니, 외모는 거무스레하나 속은 맑고 냉엄하다는 뜻이었다. 무진년(1508)에 부친이 연로(年老)하다는 이유로 외직을 청하여 형조정랑(刑曹正郎)을 거쳐 영천군수(永川郡守)로 나가게 되었다.

*鯁[생선 뼈 경], 鯁直(경직):강직함. 솔직함. ㅇ撓[어지러울 뇨], ㅇ黭[검을 암]:奄[가릴 엄]과 같다, 黭然(암연):갑자기. 돌연(突然). 엄연(奄然):어두운 모양. 빠른 모양. 갑자기. ㅇ청렬(淸烈):향기가 맑고 강렬함. 소리가 청아하고 또렷함. ㅇ乞外(걸외):중앙에 재직하는 관원이 지방관으로 나가기를 청원함.

 

 

監司宋公千喜語人曰。守令之賢者。吾於上道。得榮川金世勳。下道。得永川李賢輔。

감사(監司) 송천희(宋千喜) 공이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어진 수령으로 내가 상도(上道)에서는 영천(榮川)의 수령 김세훈(金世勲)을 얻었고, 하도(下道)에서는 영천(永川)의 수령 이현보(李賢輔)를 얻었다” 하였다.

 

 

癸酉。入爲軍資僉正。轉司諫院司諫。明年。復出爲密陽府使。密,地廣人夥。强悍健訟。簿牒雲委。

계유년(1513)에 조정에 들어가 군자감첨정(軍資監僉正)이 되었고, 사간원 사간(司諫院司諫)으로 옮겼다. 이듬해에 다시 밀양부사(密陽府使)로 나갔다. 밀양은 땅이 넓고 사람이 많고 습속이 강하고 사나워서 송사(訟事)를 좋아하여 고소장이 구름같이 쌓였다.

*夥[많을 과], ㅇ悍[사나울 한], 强悍(강한):억세고 사나움. ㅇ健訟(건송):망령되이 송사(訟事)를 좋아함. ㅇ簿[장부 부], 簿牒(부첩):관아의 장부와 문서. ㅇ雲委(운위):구름처럼 쌓임. 매우 많음을 이른다.

 

 

公命吏分房懸牌。訟者各以所分,坐其下。因視吏勤慢而嚴治之。刑獄衰息。政聲旁達。至今稱善治。

공이 아전에게 명하여 방(房)을 나누어 패(牌)를 걸게 하고, 소송한 자를 각기 나눈 대로 그 아래에 앉게 하였으며, 아전(衙前)의 근무 태도가 성실한가를 살펴 엄하게 다스리니, 형옥(刑獄)이 차츰 줄어들고 정사(政事)를 잘한다는 명성(名聲)이 주변에 퍼졌고 지금까지 선치(善治)로 칭송되고 있다.

*慢[게으를 만], ㅇ衰息(쇠식):쇠하여 그침. 쇠퇴하여 없어짐. ㅇ政聲(정성):훌륭하고 바른 정치로 소문난 명성. ㅇ旁達(방달):사방으로 미쳐 감.

 

 

乙亥秋。以檢放失實,罷。丙子。授繕工副正。冬。除忠州牧使。明年。爲便養換安東府使。忠州當四方走集。務劇於密。而民惰作業。

을해년(1515) 가을에 재해(災害)를 살펴 진휼(賑恤)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 하여 파면(罷免)되었다. 병자년(1516)에 선공감부정(繕工監副正)에 제수(除授)되고, 겨울에 충주목사(忠州牧使)에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어버이를 봉양하는데 편하도록 안동부사(安東府使)로 바꾸었다. 충주는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어서, 사무가 밀양(密陽)보다 더 번잡하고 백성이 일을 게을리 하였다.

*檢放(검방):재해(災害)의 피해를 조사하여 진휼(賑恤)함. ㅇ失實(실실):사실에 부합되지 않음. ㅇ便養(편양):봉양하기에 편리함. ㅇ走集(주집):변방의 요새. 교통의 요충지. 모임. ㅇ惰[게으를 타]

 

 

公提綱挈領。緩急得宜。勸課農民。舟船商賈之稅。革其煩苛。事治而民悅。去之日。追攀涕泣者塞道。

공은 원칙을 세우고 요령 있게 처리하여 일의 완급(緩急)에 맞게 하였고, 백성의 농사를 권면하였으며, 선박과 상인이 내던 번잡하고 가혹한 세(稅)를 고치니, 일이 다스려지고 백성이 기뻐하여 떠나는 날 붙들고 눈물을 흘리는 자가 길에 가득했다.

*挈[손에 들 설], 제강설령(提綱挈領):벼릿줄을 잡아당기고 옷깃을 들어 올림. 일의 관건을 잡거나 문제의 핵심을 제시함을 이른다. 제강거령(提綱擧領). 제강진령(提綱振領). ㅇ勸課(권과):권장하고 감독함. ㅇ賈[장사 고], 商賈(상고):상인(商人).상고(商估). ㅇ煩苛(번가):번잡하고 가혹함. ㅇ攀[더위잡을 반], 追攀(추반):뒤따르며 부여잡음. ㅇ塞道(새도):변경(邊境)의 중요한 길목. -塞途(색도);도로를 메움. 사람이 많이 붐빔을 이르는 말.

 

 

安東闔境皆親舊。而與禮接近。政多妨礙。而公處之無難焉。不容毫髮偏私於其間。而人亦不敢怨公。到處以育才爲急。至是大會儒士。贍養有方。遠近爭來集。黌舍不容。

안동은 온 지경(地境)이 다 친척과 친구요, 예안(禮安)과 근접하여 정사(政事)에 구애됨이 많았는데, 공은 무난(無難)히 처리하여 그 사이에서 털끝만큼도 개인감정에 치우침을 용납(容納)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감히 원망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인재 기르는 일을 급선무로 삼았는데, 이곳에 이르러 대대적으로 선비를 모아 가르치고 훈도(訓導)함에 적절한 도리가 있었으므로, 원근에서 다투어 와서 모이니, 학사(學舍)에 다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闔[문짝 합], 闔境(합경):변경 안의 모든 지역. ㅇ親舊(친구):친척 및 오래 사귄 벗. 친고(親故). ㅇ妨[거리낄 애], 礙[거리낄 애]:碍와 같다. 妨礙(방애):지장을 줌. 방해함. ㅇ毫[가늘 털 호], 髮[터럭 발], 毫髮(호발):털. 모발. ㅇ偏私(편사):특정인에게만 호의를 보임. ㅇ育才(육재):인재를 기름. 육재(育材). ㅇ贍[넉넉할 섬], 贍養(섬양):가르치고 훈도함을 이르는 말. ㅇ有方(유방):방도가 있음. 적절한 도리가 있음. ㅇ來集(내집):모여듦. ㅇ黌[글방 횡], 黌舍(횡사):교사(校舍). 또는 학교.

 

 

辛巳。以禮賓副正入。轉陞司僕正。壬午。拜司憲府執義。遞爲軍資副正。除星州牧使。以政最。賜表裏褒奬。乙酉。以親老辭歸。

신사년(1521)에 예빈시부정(禮賓寺副正)으로 조정에 들어와서 사복시정(司僕寺正)으로 승진하여 옮겼다. 임오년(1522)에 사헌부집의(司憲府執義)가 되었으며, 체차(遞差)되어 군자감부정(軍資監副正)이 되었다. 성주목사(星州牧使)에 제수되었는데, 제일 잘 다스려서 왕이 겉감과 안감으로 쓸 옷감을 하사(下賜)하여 격려하였다. 을유년(1525)에 어버이가 연로(年老)하다는 이유로 사직하고 돌아왔다.

*遞[갈마들 체], ㅇ表裏(표리):속과 겉. 안팎. ㅇ褒獎(포장):표창하고 장려함. ㅇ辭歸(사귀):작별을 고하고 돌아감.

 

 

丙戌。拜成均司成。改軍資正･侍講院輔德。丁亥。慶尙道有倭船致敗事。公以掌樂正來推覈。未還。特陞通政。爲兵曹參知。尋入政院。爲同副承旨。

병술년(1526)에 성균관사성(成均館司成)이 되고, 군자감정(軍資監正)･시강원보덕(侍講院輔德)으로 옮겼다. 정해년(1527)에 경상도에 왜선(倭船)이 침몰된 일이 있었는데, 공이 장악원정(掌樂院正)으로서 가서 심문하여 조사하였다. 조정에 돌아오기 전에 통정대부(通政大夫)로 특진되어 병조참지(兵曹參知)가 되고, 조금 뒤에 승정원(承政院)에 들어와서 동부승지(同副承旨)가 되었다.

*覈[핵심할 핵], 推覈(추핵):죄인을 심문하여 밝힘. ㅇ尋[찾을 심]:바로. 즉시. 곧.

 

 

戊子春。以事左遷。出爲大丘府使。未幾辭歸。己丑。授平海郡守。換守榮川郡。郡舊多逋欠。公至。善措且節費。逾年而已盈本數。乃取其積久難徵者。悉焚其券。民感悅。

무자년(1528) 봄에 일 때문에 좌천(左遷)되어 대구부사(大丘府使)로 나갔고, 얼마 안 되어 사직(辭職)하고 돌아왔다. 기축년(1529)에 평해군수(平海郡守)에 제수되었다가 영천군수(榮川郡守)로 바뀌었다. 이 고을은 전부터 세금 체납(滯納)이 많았는데 공이 와서 잘 조처(措處)하고 또 비용을 절약하니, 1년 만에 이미 그 본래의 수가 채워졌고, 오래되어 징수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 문권(文券)을 불살라 버리니, 백성이 감동하고 기뻐하였다.

*逋[달아날 포], 逋欠(포흠):포부(逋負). 세금을 체납하거나 빚을 연체함. ㅇ逾[넘을 유], 逾年(유년):유년(踰年):해를 넘김. 월년(越年). ㅇ悉[다 실], ㅇ焚[불사를 분], ㅇ感悅(감열):감격하여 기뻐함.

 

 

辛卯。丁內艱。癸巳。服闋。拜刑曹參議。判書洪公彦弼･參判黃公士祐。皆倚重之。多有咨決。秋。拜弘文館副提學。俄爲右副承旨。甲午春。出爲慶州府尹。剗弊尙簡。治效尤著。

신묘년(1531)에 모친상(母親喪)을 당하여 계사년(1533)에 복을 마치고 형조참의(刑曹參議)가 되었다. 판서인 홍언필(洪彥弼)과 참판인 황사우(黃士祐)가 다 공에게 의지하고 존중하여 물어서 처결하는 일이 많았다. 가을에 홍문관 부제학이 되고, 곧 우부승지(右副承旨)가 되었다. 갑오년(1534) 봄에 경주부윤(慶州府尹)으로 나가 폐단을 제거하고 간결한 것을 숭상하니, 치적이 더욱 드러났다.

*내간(內艱):어머니의 죽음. 내우(內憂). ㅇ闋[문 닫을 결], 服闋(복결):거상(居喪)이 끝나 상복을 벗음. ㅇ咨決(자결):자문하여 결정함. ㅇ俄[갑자기 아], ㅇ剗[깎을 잔]

 

 

丙申夏。以親年益老。解官歸養。冬。拜禮曹參議。未就。擢陞嘉善。爲本道觀察使。公以監司。職兼風憲。而本道親舊所在。一開私謁之門。政法所由以壞。乃峻立其防。子弟親故。無敢伺候於公館者。

병신년(1536) 여름에 부친이 더욱 연로하였으므로,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서 부모를 봉양(奉養)하였다. 겨울에 예조 참의에 제수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가선대부에 발탁되고 경상도관찰사[本道觀察使]가 되었다. 공이 생각하기를, ‘감사(監司)의 직책은 풍헌(風憲)을 겸하는데, 본도는 친척과 친구가 있는 곳이라 한 번 사사로이 만나는 기회를 열어 놓으면 이로 말미암아 정법(政法)이 무너질 것이다’라고 여겨 준엄(峻嚴)하게 예방책을 세우니, 감히 공관(公館)을 기웃거리는 자제나 친구가 없었다.

*解官(해관):관직에서 물러남. ㅇ歸養(귀양):집으로 돌아가 부모를 봉양함. ㅇ擢陞(탁승):뽑아 등용함. 발탁됨. ㅇ私謁(사알):사사로운 일로 알현하여 청탁함. 사사로이 방문함. ㅇ伺[엿볼 사], 候[물을 후], 伺候(사후):적의 동정을 살핌. 기다리면서 관망함.

 

 

丁酉。以事罷。夏。丁外艱。公時年七十有一。尙與諸弟。廬墓三年。己亥夏。服除。冬。拜刑曹參判。公久有退休之志。庚子秋。上章乞骸骨。不允。乃請假浴椒井。辭日。左相洪公知公因而圖退。請留之。上引見。勉諭以速還。由是不果遂志。冬。遷戶曹參判。

정유년(1537)에 일 때문에 파직되었다. 여름에 부친상을 당하였다. 이때 공의 나이 71세였는데도, 오히려 여러 아우들과 함께 3년간 무덤을 지켰고, 기해년(1539) 여름에 복을 벗었다. 겨울에 형조 참판이 되었으나, 공은 오래전부터 벼슬에서 물러날 뜻이 있었으므로 경자년(1540) 가을에 글을 올려서 치사(致仕)할 것을 청하였으나 윤허되지 않았다. 이에 휴가를 청하여 초정(椒井)에서 목욕하려 하자, 떠나는 날에 좌상(左相) 홍공(洪公:洪彦弼)이 이참에 물러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임금께 만류할 것을 청하였다.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속히 돌아오기를 권유하였으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겨울에 호조참판으로 옮겼다.

*罷[방면할 파], ㅇ外艱(외간):아버지의 상사(喪事). ㅇ廬[오두막 집 려], 廬墓(여묘):상제(喪制)가 무덤 옆에 여막(廬幕)을 짓고 거상(居喪)하는 동안에 무덤을 지키는 일. ㅇ服除(복제):거상(居喪) 기간이 참. ㅇ退休(퇴휴):벼슬에서 물러나 쉼. ㅇ上章(상장):임금이나 관부(官府)에 글장을 올림. ㅇ請假(청가):휴가(休假)를 요청함. ㅇ勉諭(면유):깨우쳐 알림. 일깨워 권함. ㅇ遂志(수지):뜻을 이룸. 목표를 달성함.

 

 

壬寅春。病辭。爲同知中樞。秋。又稱病請浴。買舟東歸。一時搢紳。傾都出餞。自都門至濟川亭。車馬騈闐。其名勝賦詩以贈。咸稱盛事,近古未有也。

임인년(1542) 봄에 병으로 사직하여 동지중추부사가 되었다. 가을에 또 병을 빙자해서 목욕하기를 청하여 배를 사서 동(東)으로 돌아왔다. 그때 당대의 사대부들이 모두 도성(都城)을 나와서 전별(餞別)하였는데, 도성문(都城門)에서 제천정(濟川亭)까지 수레와 말이 이어졌고, 이름 난 선비들이 시를 지어서 증별(贈別)하니, 모두들 이렇게 성대한 일은 근래에 없던 일이라고 하였다.

*搢[꽂을 진], 紳[큰 띠 신] 搢紳(진신):벼슬아치의 총칭. ㅇ餞[전별餞別할 전], 出餞(출전):나가서 전별함. ㅇ騈[나란히 할 변], 闐[성할 전], 騈闐(변전):변전(騈田).한곳으로 모임. 또는 죽 이어짐. 수효가 많음을 형용한다. ㅇ賦[구실 부], 賦詩(부시):시를 읊음. 또는 시를 지음. ㅇ贈[보낼 증], ㅇ近古(근고):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

 

 

公性本恬退。不樂榮利。曾於宅邊。構明農堂。壁畫淵明歸去來圖。人固知公志之有在。又於是時。計逾致仕之年已數載。據禮則爲晩。故力求辭退。而公體力康健。聰明不減。故上眷不衰。時議亦以爲不當去。

공의 성품이 본래 조용하고 욕심이 없어 영화와 이익을 즐기지 않았다. 일찍이 집 곁에 명농당(明農堂)을 짓고 벽에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도(歸去來圖)〉를 그려 놓았으니, 사람들이 실로 공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다. 또 이때는 치사(致仕)할 나이가 넘은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으니 예대로 따르자면 늦었다고 생각하여 힘써 사퇴하기를 청했으나, 공의 체력이 건재(健在)하고 총기(聰氣)가 감퇴(減退)하지 않았으므로 임금의 신임을 받고 있었고, 당시의 여론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恬[편안할 념], 恬退(염퇴):명리에 뜻이 없어서 벼슬을 내놓고 물러남. ㅇ榮利(영리):영화와 이록(利祿). ㅇ致仕(치사):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남. ㅇ據[의거할 거], ㅇ眷[돌아볼 권], ㅇ時議(시의):당시의 여론(輿論)

 

 

公謂如是,終無遂志之日。與其因循悶抑。終身而冒處。曷若權宜善處。以求合古者臣子以禮進退之道乎。

공은 ‘이렇게 하다가는 끝내 뜻을 이룰 날이 없겠다. 머뭇거리고 고민하다가 죽게 될 때까지 억지로 있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잘 처신하여 옛날에 신하가 예로써 거취를 결정한 도에 맞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與其(여기):~하기보다는. ~하느니. ㅇ因循(인순):꾸물댐. 이럭저럭 지냄. ㅇ悶抑(민억):황민억색(惶悶抑索). 억색(抑塞)은 ‘억압함. 마음이 우울함.’ ㅇ冒處(모처):공이 없으면서 지위에 있음. ㅇ曷若(갈약):어떠한가. 어찌 ~만 하겠는가. ㅇ權宜(권의):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시행하는 임시 조치.

 

 

故自庚子至是。三歲之間。請假請浴。期於身退而後已。玆非逐例要名者所可同日而語也。自是而家居者十有四年。

이에, 경자년(1540)부터 이때〔임인壬寅,1542〕까지 3년 동안에 휴가를 청하고 목욕하기를 청하여, 기어이 벼슬에서 물러나고서야 그만두었으니 이는 형식적인 규례(規例)를 따라 치사(致仕)함으로써 명예를 구하는 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로부터 집에 있었던 지가 14년이었다.

*期於(기어):기어이. 마지막에 이르러서. ㅇ不可同日而語(불가동일이어):같은 날에 함께 말할 수 없다. 서로 차이가 너무 커서 함께 거론하거나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其間由嘉善。而陞資憲･正憲。以躋于崇政。而職常帶知中樞府事。夫身退而秩進。在野而朝銜。豈公之心哉。殆出於無可柰何者也。蓋癸卯。中廟嘉其恬退。則命守知中樞。

그동안에 가선대부를 거쳐 자헌대부･정헌대부로 승급(陞級)하고, 숭정대부에 올랐으며, 직함(職銜)은 항상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였다. 벼슬에서 물러나왔는데도 품계(品階)가 오르고, 초야(草野)에 있으면서 조정의 직함(職銜)을 갖는 것이 어찌 공의 마음이었겠는가! 아마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계묘년(1543, 중종38)에 중종이 그의 조용하고 욕심 없는 성품을 가상(嘉尙)히 여겨서 수(守)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에 제수하라고 명하였다.

*躋[오를 제], ㅇ銜[재갈 함], ㅇ殆[위태할 태]:거의. ㅇ柰何(내하):내하(奈何).어찌하여. 어찌하겠는가.

 

 

乙巳仁廟訪落之日。因公抗疏而奬忠誠。則擢陞資憲。己酉。貳相金公光準請尙節義。則今上命授公正憲。是年。國擧優老之典。則又授公崇政。

을사년(1545)에 인종이 즉위하여 신하들에게 국사를 물었을 때 공이 직언하는 상소를 올린 것으로 인하여 공의 충성을 장려하고 자헌대부에 발탁하였다. 기유년(1549, 명종4)에 이상(貳相:찬성贊成) 김광준(金光準)이 절의(節義)를 숭상할 것을 청하니, 명종(明宗)이 공에게 정헌대부(正憲大夫)를 제수(除授)하라고 명하였다. 이해에 나라에서 노인을 우대하는 전례(典禮)를 거행할 때 또 공에게 숭정대부(崇政大夫)를 제수하였다.

*訪落(방락):처음 즉위한 임금이 신하들과 국사를 논의하는 것을 이르는 말. ㅇ抗疏(항소):임금에게 상소(上疏)하여 직언(直言)함. ㅇ貳相(이상):조선 때, 삼정승(三政丞) 다음가는 벼슬이란 뜻으로, 좌우찬성(左右贊成)을 일컫던 말.

 

 

每有一命。輒控乞辭免。或箋或狀。披肝瀝血。祈懇甚苦。至于再三。朝廷輒不許。加有賜給褒諭之寵。是雖有知止之心。其道無由。

제수하는 명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사면해 줄 것을 애걸(哀乞)하여서, 전문(箋文)을 올리기도 하고 장계(狀啓)를 올리기도 하여 속마음을 피력(披瀝)하며 간절히 청하기를 두 번 세 번 하였으나, 조정에서는 번번이 허락하지 않고 물품을 내리고 칭찬하는 은총(恩寵)을 더하였으니, 이것은 비록 그만둘 줄 아는 마음은 있으나, 그렇게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一命(일명):처음으로 관직에 임명된 사람. ㅇ輒[문득 첩]:번번이, ㅇ控[당길 공], ㅇ箋[찌지 전], ㅇ狀[형상 상]:문서. ㅇ披[나눌 피], 披肝(피간):披肝膽(피간담)의 줄인 말. 속마음을 남김없이 터놓고 상대함. 진심으로 대함. 瀝[거를 력], 瀝血(역혈):. 피간역혈(披肝瀝血):충성을 다함을 비유하는 말. 피간역담(披肝瀝膽). 피간노담(披肝露膽). ㅇ祈[빌 기], ㅇ懇[정성 간], ㅇ賜給(사급):사여(賜與). 나라나 관청에서 금품을 내려줌. -선사(宣賜):황제의 상사(賞賜). 선석(宣錫). ㅇ褒諭(포유):표창하는 유지(諭旨). ㅇ寵[괼 총], ㅇ知止(지지):자신의 분수에 지나치지 않게 그칠 줄을 앎. ㅇ無由(무유):방법이 없음. ~할 길이 없음.

 

 

恆不自快。歎曰。今之臣子。辭免無時得請。何以措身於義安之地乎。以故。雖常帶職。而一不受祿焉。然而其愛君憂國之誠。至老彌篤。惓惓一念。未嘗不在於是。不以退處而少弛。

그러므로 항상 스스로 불편하게 여기고 탄식하기를, “오늘날의 신하는 사면(辭免)을 청하여도 뜻대로 될 때가 없으니, 어떻게 의리에 맞아 편한 곳에 몸을 둘 수 있겠는가” 하였다. 이 때문에, 항상 관직은 지니고 있었으나 한 번도 녹(祿)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공의 정성은 늙을수록 더욱 돈독해져서 정성을 다하는 일념이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있다고 해서 조금도 풀어지지 않았다.

*辭免(사면):면직(免職)을 청함. ㅇ得請(득청):요청한 일에 허가를 받음. ㅇ措身(조신):처신(處身)함. 몸을 둠. ㅇ彌[두루 미]:널리, ㅇ惓[삼갈 권], 惓惓(권권):몹시 그리워함. 간절한 모양. 충성스러운 모양. ㅇ退處(퇴처):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있음.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로이 지냄. ㅇ弛[늦출 이]

 

 

甲乙之際。二聖繼陟。摧慟哀殞。決欲强起赴臨。以諸子切諫而止。

갑진년(1544)과 을사년(1545) 사이에 두 임금이 잇달아 승하하시니, 너무도 애통해하여 꼭 달려가 임곡(臨哭)하려다가, 여러 아들들이 간절히 만류하여 그만두었다.

*陟[오를 척], ㅇ摧[꺾을 최], ㅇ慟[서럽게 울 통], ㅇ殞[죽을 운], ㅇ切諫(절간):간절히 간함. 직언절간(直言切諫).

 

 

其上仁廟疏曰。書曰。若生子。罔不在厥初生。自貽哲命。今殿下新摠萬機。命哲命吉凶。正在今日。可不勉哉。先儒有言曰。創業易。守成難。周書亦曰。遺大投艱于朕身。

그가 인종(仁宗)에게 올린 상소에,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마치 막 태어난 자식이 처음 태어날 때는 스스로 밝은 명을 품부(稟賦)받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하였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새로이 만사(萬事)를 관장하시니 하늘이 어진 명을 주실지 길흉을 명(命)하실지가 바로 오늘에 달려 있으니,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유(先儒)께서 또 말하기를, ‘왕업(王業)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왕업을 지켜나가는 것은 어렵다’ 하였고,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짐에게 크고 어려운 것을 물려주었다’ 하였습니다.

*貽[끼칠 이], ㅇ哲命(철명):타고난 총명. ㅇ摠[모두 총], ㅇ萬機(만기):임금이 보는 여러 가지 정무(政務). ㅇ投艱(투간):어려움을 안겨 줌. 또는 무거운 책임을 맡김. ㅇ朕[나 짐]

 

 

先王以仁聖之資。乘亂政之餘。憂勤宵旰。多歷四十年之久。號稱治平無事。而致治之效。有未盡焉者多。

선왕(先王:중종中宗)께서는 어질고 성스러운 자품(資品)으로 혼란한 정사의 뒤를 이어서 걱정하고 근심하며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4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재임하시어 태평하고 무사(無事)한 치세(治世)였다고 일컬어지나, 다스림의 공효(功效)는 미진(未盡)한 점이 많았습니다.

*憂勤(우근):걱정하며 근면하게 일함. 왕이나 조정의 대신이 국사(國事)를 위하여 걱정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우무(憂務). ㅇ宵[밤 소], 旰[해 질 간], 宵旰(소간):소의간식(宵衣旰食)의 줄인 말. 날이 새기도 전에 일어나 옷을 입고, 밤이 깊어진 뒤에야 저녁밥을 먹음. 임금이 정사에 부지런함을 이르는 말.

 

 

以此遺之投之於殿下。殿下幸勿以盈成爲恃。而艱大爲念。因先王已盡未盡之政。加今日善繼善述之功。孜孜無怠。不愆不忘。以臻重煕之績。則治化之美。豈不增光于前烈乎。

이를 전하께 물려주셨으니, 전하께서는 행여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자부(自負)하지 마시고 어렵고 큰 것을 생각하여서, 선왕이 이미 이룩하신 정사와 이룩하지 못한 정사를 기반(基盤)으로 하여 잘 계승하여 잘 이어가는 공력(功力)을 오늘에 더하여, 힘써서 게을리 하지 말 것이며, 허물을 저지르지 말고 잊어버리지 않아서, 거듭 빛나는 공적에 이른다면, 치화(治化)의 훌륭함이 어찌 선열(先烈)보다 빛나지 않겠습니까!

*盈成(영성):원만함. 완전무결함. 대개 제업(帝業)을 가리킨다. ㅇ恃[믿을 시], ㅇ艱大(간대): 왕위를 이름인데 나라를 다스리자면 그 일이 간대하다는 것임. ㅇ孜[힘쓸 자], 孜孜(자자):부지런히 힘씀. ㅇ愆[허물 건], ㅇ臻[이를 진], ㅇ重熙(중희):군주가 대대로 성명(聖明)함을 칭송하는 말. ㅇ治化(치화):어진 정치로 백성을 잘 다스려 교화함을 이른다. ㅇ增光(증광):빛을 더함. 한층 밝아짐. ㅇ前烈(전열):전인(前人)이 세운 공업(功業). 선조. 선배. 선현(先賢)

 

 

雖然。爲治之要。在乎得人。得人之本。則又在乎人主之一心。其要不過曰明與信而已。明以辨之於授任之初。信以委之於旣任之後。待之誠而任之專。明揚布列。展其所抱。則向之所云治效之未盡者。何難盡效。

그러나 다스리는 데 중요한 것은 인재를 얻는 데 있고, 인재를 얻는 근본은 오로지 임금의 마음에 달려 있으며, 그 요긴한 것은 밝음[明]과 믿음[信]에 불과(不過)할 뿐입니다. 일을 맡기는 처음에는 밝게 분별하고, 맡기고 난 후에는 믿고 맡겨서, 정성껏 대우하고 오로지 맡겨서, 귀천을 따지지 말고 인재를 발탁하여 조정에 늘어서게 하여 그 포부를 펴게 한다면, 앞에서 이른바 다 이루지 못한 정치의 공효(功效)를 이루는 것이 어찌 어렵겠습니까!

*得人(득인):재덕(才德)을 겸비한 사람을 얻음. 또는 알맞은 사람을 등용함. ㅇ明揚(명양):밝게 드러냄. 등용함. 선발함. ㅇ布列(포열):분포하여 진열함. 널리 퍼짐. ㅇ抱[안을 포]

 

 

先王亦知以此爲重。好賢樂士。無異於古之聖王。而始以堯舜之難。或有明信之未至。不能無賢邪之相混。任用之不終。終不得無悔焉。此殿下耳目之所及也。可不戒哉。

선왕(先王) 역시 이의 중요함을 아시고는, 어진 이를 좋아하고 선비를 좋아함이, 옛 성왕(聖王)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람을 알기란 요순(堯舜)과 같은 성왕도 어렵게 여긴 것이어서, 혹 밝음과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어질고 간사(奸邪)함을 혼동(混同)하여, 임용(任用)을 끝내 잘하지 못해서, 끝내 후회가 없지 않았으니, 이것은 전하께서 듣고 보신 바이니,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是以。古人之陳戒其君也。必曰。疑之勿任。任之勿疑。必曰。其難其愼。惟和惟一。臣亦以此爲殿下初政獻焉。

이러므로 옛사람이 그 임금을 경계할 때면, 반드시 ‘의심하면 맡기지 말고, 맡기면 의심하지 말라’라고 하였고, 또 반드시 말하기를, ‘임용을 어렵게 하며 신중히 하고, 오직 화합하고 오로지 하나가 되게 하라’라고 하였으니, 신(臣)도 전하(殿下)의 처음 정사(政事)를 위하여 이 말을 드립니다” 하였다.

*和一(화일):모두 화합하여 하나가 됨. ㅇ初政(초정):제왕(帝王)이 처음으로 집정(執政)함. ㅇ獻[바칠 헌]

 

 

甲寅正月。大司諫鄭公裕啓曰。李賢輔。國之耆德。今雖退老。體力猶健。苟加諭召。宜可以至。亦必有陳獻之益。上命政院。下書褒美。且令乘驛赴闕。

갑인년(1554) 1월에 대사간(大司諫) 정유(鄭裕)가 아뢰기를, “이현보는 나라의 훌륭한 원로(元老)입니다. 지금 비록 늙어서 물러갔으나 기력이 아직 강건(康健)하니, 진실로 깨우쳐서 부르면, 마땅히 나올 수 있을 것이요, 또한 반드시 의견을 올리는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므로, 임금이 승정원(承政院)에 명하여 글을 내려서 장려하고 찬미(讚美)하게 하고, 또 역마(驛馬)를 타고 조정(朝廷)에 오게 하였다.

*耆[늙은이 기], 耆德(기덕):나이 많고 덕이 높은 사람. ㅇ諭[깨우칠 유], ㅇ陳獻(진헌):바침. 진상(進上)함. ㅇ褒美(포미):장려하고 찬미함. ㅇ赴[나아갈 부], 赴闕(부궐):조정에 나아감. 임금을 알현함을 이른다.

 

 

公惶惕不敢當。乃上箋辭謝。因言曰。殿下聽諫一事。殊歉於如流之美。前日禪科之復。寺院之修。臺諫侍從以至館學儒生。終歲爭之而不得請。新立科條。太似浩繁。亦諫而不見納。

공이 황공하여 감히 감당하지 못하고, 마침내 표문(表文)을 올려 사양하며 말하기를, “전하께서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일이, 물 흐르듯 하는 아름다움에 매우 부족합니다. 전날에 선과(禪科)를 회복하고 사원(寺院)을 수리하는 일에 대해, 대간(臺諫)의 시종(侍從)에서부터 관학(館學)의 유생(儒生)까지, 한 해가 다가도록 간쟁(諫爭)하였는데도 들어주지 않았고, 새로 수립(樹立)한 법령 조문(條文)도 너무나 넓고 번잡하여, 그 또한 간하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惶[두려워할 황], 惕[두려워할 척], 惶惕(황척):두려워하고 경계함. ㅇ箋[찌지 전], 上箋(상전):상표(上表). 임금에게 표문(表文)을 올림. ㅇ辭謝(사사):사양하며 거절함. ㅇ殊[죽일 수]:다르다, 歉[흉년들 겸]:부족하다, ㅇ終歲(종세):한 해를 마침. 종년(終年). ㅇ科條(과조):법령의 조문. ㅇ浩繁(호번):범위나 규모가 크고 많음.

 

 

夫異端之於吾道。相爲消長。貽厥之謀。不可不念。孟子曰。遵先王之法而過者。未之有也。韓愈亦曰。政令之改。利於其舊不什。則不可爲已。臣不知新立之條,利於其舊如何。而亦不知奉行之一一無弊歟。

대개 이단(異端)은 우리 도(道)와 서로 쇠하고 성하게 하는 관계에 있으니, 그 끼치는 계모(計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맹자의 말에, ‘선왕의 법을 따르고서 잘못되는 경우는 있지 않다’ 하였고, 한유(韓愈) 또한 말하기를, ‘정령(政令)을 개정함은 그 전(前)보다 10배가 이롭지 않거든 하지 말 것이다’ 하였습니다. 신은 새로 세운 과조(科條)가 그 전보다 어떻게 이로우며, 받들어 시행하는 때 하나하나가 폐단(弊端)이 없을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貽[끼칠 이], 貽厥(이궐):물려줌. 전하여 줌. 이궐손모(貽厥孫謀):자손의 장래를 위하여 계획함. ㅇ什[열 사람 십], ㅇ弊[해질 폐], 歟[어조사 여]

 

 

臺諫之職。古人以木之從繩。水之鑑貌,比焉。蓋非繩不直。非水難鑑。方今忠言讜論。多有缺望之時。無乃殿下向善之心。有所間斷而然歟。

대간(臺諫)의 직책을, 옛사람은 나무가 먹줄을 따르고, 물이 얼굴을 비추는 것에 비유하였으니, 이는 먹줄이 아니면 곧아지지 않고, 물이 아니면 비추기가 어려워서였습니다. 지금 충언(忠言)과 직언이 기대에 어긋나는 때가 많으니, 이는 전하의 선(善)을 향하는 마음이 꾸준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繩[줄 승], ㅇ鑑[거울 감]:거울에 비추어 보이다. ㅇ方今(방금):금방(今方). 이제 방금. ㅇ讜[곧은 말 당], ㅇ缺[이지러질 결], 缺望(결망):실망(失望). ㅇ無乃(무내):~이 아니겠는가. ~하지 않은가. ㅇ間斷(간단):잠시 그치거나 끊어짐.

 

 

程頤曰。人主接賢士大夫之時多。親宦官宮妾之時少。則可以涵養氣質。薰陶德性。孟軻亦曰。一日曝之。十日寒之。吾如有萌焉。何哉。

정이(程頤)가 말하기를, ‘임금이 어진 사대부(士大夫)를 접견할 때가 많고, 환관(宦官)이나 궁첩(宮妾)과 친할 때가 적으면, 기질(氣質)을 함양하고 덕성(德性)을 훈도(薰陶)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고, 맹가(孟軻:孟子) 역시 말하기를, ‘하루 볕을 쪼이고 열흘 차갑게 하면 내가 조금 조금 싹을 틔워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였습니다.

*薰陶(훈도):흙을 다져 질그릇을 굽고 만든다는 뜻으로, 사람의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잘 가르치고 길러서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함을 이르는 말. ㅇ軻[굴대 가], ㅇ曝[쬘 폭], ㅇ萌[싹 맹]

 

 

伏願殿下以高明之學。加緝煕之功。堅定聖志。不爲他論所撓。則忠言不逆。邪正不混。朝綱不紊。庶政修。萬事理。太平之治。可期矣。

삼가 바라건대, 전하(殿下)께서는 고명(高明)하신 학문에 선왕의 빛남을 계승하는 공부를 더하여서, 성지(聖志)를 굳게 정하여 다른 논의에 흔들리지 않게 되면, 충언이 거슬리지 않고, 그릇됨과 올바름이 혼동되지 않으며, 조정의 기강(紀綱)이 문란(紊亂)하지 않아서, 뭇 정사가 닦이고 만사(萬事)가 다스려져서, 태평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伏願(복원):엎드려 원함. 삼가 바람. ㅇ緝[낳을 집]:모으다, ㅇ堅[굳을 견], 堅定(견정):확고하여 흔들리지 않음. ㅇ撓[어지러울 뇨], ㅇ邪正(사정):그릇됨과 올바름. ㅇ紊[어지러울 문]

 

 

初。公方草此疏。令子弟各書所懷而觀之。仍示手草曰。汝輩所言皆切。但吾非布衣上書。亦非臺諫論事。老臣之言。止當如此。後。識者見之。謂疏言簡當。眞得老成告君之體云。

처음에 공이 이 상소를 초안(草案)할 때에 자제들에게 각기 생각한 바를 쓰게 하여 그것을 보고, 이어 자기가 초안한 것을 보이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말한 바가 다 간절하나, 다만 나는 선비로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요, 또한 대간(臺諫)으로서 일을 논하는 것도 아니니, 늙은 신하의 말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하였다. 뒤에 식자(識者)가 보고 이르기를, “상소의 내용이 간결하고 마땅하니, 참으로 노성(老成)한 이가 임금에게 고하는 체통이 섰다” 하였다.

*布衣(포의):베로 지은 옷. 벼슬이 없는 선비. 백의(白衣). ㅇ簡當(간당):간단하고 알맞음. ㅇ老成(노성):나이가 많고 덕이 있음. 또는 그런 사람.

 

 

乙卯五月。公屬疾。滉往候之。時適報湖南倭寇殺將陷城之變。公乃蹶起。執滉手,痛泣哽咽曰。國事至於此乎。久慮及此。今當柰何。

을묘년(1555) 5월에 공이 병들었기에 내가 가서 문후(問候)하였는데, 때마침 호남에서 왜적이 장수를 죽이고 성을 함락시켰다는 변(變)을 알리는 소식이 들어왔다. 공이 이에 벌떡 일어나서 나의 손을 잡고 울며 목이 메어 말하기를, “나랏일이 이에까지 이르렀소.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까 염려하였더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소?” 하였다.

*屬疾(촉질):병을 핑계 삼음. 병이 남. ㅇ候[물을 후], ㅇ陷[빠질 함], ㅇ蹶[넘어질 궐]:갑자기. 급히, ㅇ哽[목멜 경], 咽[목구멍 인], 哽咽(경인/경열):음식물이 목에 걸려 막힘. 슬퍼서 목이 멤. ㅇ慮[생각할 려], ㅇ柰何(내하):어찌하겠는가. 어찌하랴.

 

 

滉見公疾革。恐因是重傷。權辭以解之。公攬涕曰。如爾之言。吾可以少寬矣。至六月十三日。卒于正寢。享年八十有九。

내가 공의 병세가 심해진 것을 보고, 이로 인하여 더욱 위중(危重)해질까 두려워 임시방편으로 마음을 풀어드렸다. 공이 눈물을 훔치며 말하기를, “그대의 말대로 된다면 내가 조금 마음이 놓이오” 하였다. 6월 13일[양력 7월 1일]에 정침(正寢)에서 세상을 떠나니, 향년 89세였다.

*疾革(질극):질극(疾亟).병세가 위독함. 질극(疾棘). ㅇ重傷(중상):이중으로 손상을 입음. ㅇ權辭(권사):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하는 말. ㅇ攬[잡을 람], 攬涕(남체):눈물을 훔침. 눈물을 흘림. ㅇ正寢(정침):제사를 지내는 몸채의 방. 거처하는 곳이 아닌, 주로 일을 보는 곳으로 쓰는 몸채의 방.

 

 

公天性孝友。常爲親乞外。專城七八。奉養備至。具慶在堂。子孫滿前。戲綵怡愉。愛日之誠。終始無慊。

공은 천성이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어, 항상 어버이를 위하여 외직(外職)을 원하여, 7,8차례나 지방관이 되어 봉양을 극진히 하였다. 양친이 집에 계실 때에, 자손이 앞에 가득한데, 채색 옷을 입고 재롱을 피워서 화락하게 하고, 세월이 가는 것을 아까워하며 섬기는 정성에, 시종 서운함이 없었다.

*專城(전성):한 성(城)을 주재하는 주목(州牧)･태수(太守) 등 지방 장관의 지칭. ㅇ備至(비지):지극히 함. 두루 갖추어 빠짐이 없음. ㅇ戱[놀 희], 綵[비단 채], 戱綵(희채):효성을 다하여 부모나 윗사람을 모심. 희채오친(戱綵娛親). ㅇ怡[기쁠 이], 愉[즐거울 유], 怡愉(이유):기뻐함. 유쾌함. 화기애애(和氣靄靄)함. ㅇ愛日(애일):시일을 아낌.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날을 이르는 말. ㅇ慊[찐덥지 않을 겸]

 

 

鄕多老壽之人。嘗爲九老會。以悅親心。其在安東。大設養老燕。奉迎兩親。作內外筵主。公執子弟禮。奉觴上壽。極其驩慶。觀者皆歎息泣下。以爲古今所罕。

예안 고을에는 장수(長壽)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일찍이 구로회(九老會)를 만들어서, 어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고, 그가 안동에 있을 때에는 노인들을 봉양하는 잔치를 크게 베풀고, 양친(兩親)을 모시어 안팎 연회(宴會)의 주인으로 삼아, 공이 자제(子弟)의 예(禮)로 축수(祝壽)하는 잔을 받들어 올려 장수(長壽)를 빌어, 그 화락(和樂)한 경사를 지극히 하니, 보는 자가 다 탄복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고금에 드문 일이라 하였다.

*老壽(노수):장수함. ㅇ觴[잔 상], 奉觴(봉상):술잔을 받들어 술을 권함. ㅇ上壽(상수):웃어른에게 술잔을 올리며 장수(長壽)를 비는 일. ㅇ驩[기뻐할 환], ㅇ罕[그물 한]:드물다.

 

 

從叔仁堅老無子。欲取公子仲樑爲後。公固推與公弟賢俊。以濟其窮。親喪所需。不責諸弟。窮族之不能嫁娶者。給資裝。或主其婚。令無失時。

종숙(從叔) 이인견(李仁堅)이 늙도록 아들이 없자, 공의 아들 중량(仲樑)을 후사(後嗣)로 삼고자 하였는데, 공이 굳이 공의 아우 현준(賢俊)에게 넘겨주어서 그 빈궁(貧窮)함을 구제(救濟)하였다. 친상(親喪)의 비용을 여러 아우에게 부담시키지 않았고, 곤궁한 일가 중에 혼인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비용을 대주거나 그 혼사를 주관하여서, 적령기(適齡期)를 놓치지 않게 하였다.

*推與(퇴여):남에게 넘겨 줌. ㅇ嫁[시집갈 가], 娶[장가들 취], 嫁娶(가취):시집가고 장가듦. 혼인(婚姻). ㅇ資裝(자장):여비와 행장.

 

 

周急鄕黨。不計有無。或至稱貸以自給。得君賜。分諸隣族。或爲酒饌。大召父老以樂之。勤於爲人。拙於謀身。介以持己。盈以爲戒。有一喜慶則憂形于色。陞一爵秩則兢懼靡樂。

고을에 급한 일이 있어 구휼할 때는 있고 없음을 따지지 않았고, 혹 심지어 빌려서 스스로 주는 적도 있었다. 임금이 내리신 것을 받으면 여러 이웃 친척에게 나누어 주었고, 혹은 술과 안주를 차려서 노인들을 불러 모아 크게 잔치를 열고 즐겼다. 남을 위하는 데는 부지런했으나, 자기를 위하는 일은 못 하였으며, 몸가짐을 곧게 하고, 넘치는 것을 경계하여, 한 가지 경사가 있으면 근심이 낯빛에 드러나고, 한 번 작질(爵秩)이 오르면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즐거워하지 않았다.

*周急(주급):급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함. 곤궁에 처한 사람을 도와줌. ㅇ稱貸(칭대):빚을 냄. 빌려줌. 꾸어줌. ㅇ拙[졸할 졸], ㅇ介[끼일 개], ㅇ爵秩(작질):작록(爵祿). 작위와 봉록. ㅇ兢[삼갈 긍], 懼[두려워할 구], 兢懼(긍구):삼가도 두려워함. ㅇ靡[쓰러질 미]:없다.

 

 

恬淡寡欲。凡諸服用。簡素無華。無異書生。平居必晨起。盥漱整衣冠。出居正寢以終日。簾几翛然。雖寒暑猶然。子弟婢僕。恩無所偏。昏嫁未嘗希求於閥閱之家。

담박하고 욕심이 적어서, 제반 입고 쓰는 물품이 간소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서생(書生)이나 다름없었다. 평소에는 반드시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整齊)하였으며, 정침(正寢)에 나가 하루 종일 거처하였는데, 주렴과 책상이 깨끗하였으니, 비록 춥고 더울 때라도 항상 그러하였다. 자제(子弟)와 비복(婢僕)에 대해 편애(偏愛)하지 않았고, 문벌(門閥) 있는 집과 혼사(婚事) 맺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恬[편안할 념], 恬淡(염담):담박하고 화통함. 명리에 담담함. ㅇ寡[적을 과], ㅇ書生(서생):세상일에 서투른 선비의 비유. ㅇ晨[새벽 신], ㅇ盥[대야 관]:씻다. ㅇ漱[양치질 할 수], ㅇ簾[발 렴], ㅇ几[안석 궤], ㅇ翛[날개가 찢어질 소]:얽매임이 없는 모양. 翛然(소연):얽매이지 않는 모양. 초탈한 모양. ㅇ暑[더울 서], 寒暑(한서):추위와 더위. ㅇ希求(희구):바라고 구함. ㅇ閥[공훈 벌], 閱[검열할 열], 閥閱(벌열):나라에 공로가 많고 벼슬 경력이 많음. 또는 그런 집안. 벌족(閥族).

 

 

性雖高簡。待人不間愚賤。表裏如一。或置酒而邀請。亦不苟辭。居鄕。未嘗以私撓公。

성품은 비록 고상하고 간결하나, 사람을 상대할 때는 어리석고 빈천(貧賤)함을 가리지 않았고 겉과 속이 한결같았으며, 혹 술상을 차리고 초청하면 구태여 사양하지 않았다. 고향에서 살 때에는 사정(私情)으로 해서 공사(公事)에 지장을 준 적이 없었다.

*邀[맞을 요], 邀請(요청):초청(招請). ㅇ苟辭(구사):억지로 사양함. ㅇ撓[어지러울 료]

 

 

本縣以十室之殘。從前役法。戶出一夫。單寡受弊。公倡議八結出一夫。由是賦役均一。公私賴之。

본현은 호구(戶口)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종전(從前)의 역법(役法)으로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내게 되어 있었으므로 식구가 적은 집이 폐해를 입었다. 공이 발의(發議)하여 전답 8결(結)에 1명씩을 내라고 하니, 이때부터 부역(賦役)이 균일하여 공(公)과 사(私)에 도움이 되었다.

*十室(십실):열 가구쯤이 사는 작은 마을이라는 말이다. ㅇ殘[해칠 잔], ㅇ役法(역법):부역(賦役)에 관한 법. ㅇ單寡(단과):미미함. 약함. 초라함. ㅇ弊[해질 폐], ㅇ賴[힘입을 뢰]

 

 

料事明審。曲盡纖悉。如有所疑。必虛懷咨問而行之。至已有差失。不少掩匿。輒向人,言而改之。此尤不可及者也。

일을 요량할 때는 명철하게 살펴 곡진(曲盡)하고 세심하게 하여, 만약 의심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겸허하게 마음을 비우고 물어서 행하였고, 이미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덮어서 가리지 않고 번번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고쳤으니, 이것이 더욱 남들이 미치지 못할 점이었다.

*纖[가늘 섬], 悉[다 실], 纖悉(섬실):세밀하고 상세함. ㅇ虛懷(허회):겸허히 마음을 비움, 허심탄회(虛心坦懷). ㅇ咨[물을 자], ㅇ差失(차실):착오. 실수. 과실. ㅇ掩[가릴 엄], 匿[숨을 닉], 掩匿(엄닉):덮어서 가림. 숨김. 輒[문득 첩]:번번이.

 

 

公配安東權氏。忠順衛孝誠之女。生六男一女。男長碩樑。娶訓鍊正任纘女。無後而夭。次文樑。有才學。屢擧不第。爲蔭士。

공의 배위(配位)는 안동권씨니, 충순위(忠順衛) 권효성(權孝誠)의 따님이다. 6남 1녀를 낳았다. 장남은 석량(碩樑)인데 훈련원정(訓鍊院正) 임찬(任纘)의 딸에게 장가들었으나 후사 없이 일찍 죽었다. 차남은 문량(文樑)인데 재학(才學)이 있었으나 여러 번 과거를 보아 급제하지 못하고 음사(蔭士)가 되었다.

*屢[창 루]:여러 번, ㅇ蔭[그늘 음]

 

 

次希樑。奉化縣監。次仲樑。登甲午文科。安東府使。次季樑。義興縣監。次叔樑。進士。

3남은 희량(希樑)인데 봉화현감(奉化縣監)이고, 4남은 중량(仲樑)인데 갑오년(1534)에 문과(文科)에 올라 안동부사(安東府使)가 되었다. 5남은 계량(季樑)인데 의흥현감(義興縣監)이고, 6남은 숙량(叔樑)인데 진사(進士)이다.

*樑[들보 량]

 

 

女適海州判官金富仁。側室二男。曰潤樑，衍樑。

딸은 해주판관(海州判官) 김부인(金富仁)에게 출가하였다. 측실(側室)에 2남이 있으니, 윤량(潤樑)과 연량(衍樑)이다.

*衍[넘칠 련]

 

 

蔭士。娶忠順衛李承孫女。生一男。曰鶴壽。三女。新寧縣監黃俊良。次琴應侁，金箕報。

음사〔蔭士:차남 文樑〕는 충순위(忠順衛) 이승손(李承孫)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3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학수(鶴壽)요, 장녀는 신녕현감(新寧縣監) 황준량(黃俊良)에게, 차녀는 금응신(琴應侁)에게, 셋째는 김기보(金箕報)에게 시집갔다.

*侁[걷는 모양 신], ㅇ箕[키 기]

 

 

奉化娶內禁衛黃珽女。生二男。曰善承，克承。一女。宋福崇。

봉화 현감〔3남 希樑〕은 내금위(內禁衛) 황정(黃珽)의 딸에게 장가들어 2남 1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선승(善承)ㆍ극승(克承)이요, 딸은 송복숭(宋福崇)에게 시집갔다.

 

安東娶習讀潘士炯女。生一男。曰令承。

안동부사〔4남 仲樑〕는 습독(習讀) 반사형(潘士炯)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을 낳았으니, 영승(令承)이다.

*珽[옥홀 정], ㅇ潘[뜨물 반], 炯[빛날 형]

 

 

義興娶忠順衛金玉堅女。生一男。曰光承。二女。楊漢臣，任鈞。進士娶忠義衛李復新女。判官生四男。曰壕，㙉，坦，圻。

의흥현감〔5남 季樑〕은 충순위(忠順衛) 김옥견(金玉堅)의 딸에게 장가들어 1남 2녀를 낳았으니, 아들은 광승(光承)이요, 두 딸은 양한신(楊漢臣)과 임균(任鈞)에게 시집갔다. 진사〔6남 善承〕는 충의위(忠義衛) 이복신(李復新)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해주판관〔사위 金富仁〕은 4남을 낳았으니, 김호(金壕)ㆍ김전(金㙉)ㆍ김탄(金坦)ㆍ김기(金圻)이다.

*鈞[서른 근 균], ㅇ壕[해자 호], ㅇ塼[벽돌 전], ㅇ坦[평평할 탄], ㅇ圻[경기 기]

 

 

公酷愛佳山水。所居汾川。乃洛之上流。山明水麗。林壑深秀。山之東厓有巨石。臨水陡起。高十餘丈。偃蹇奇崛。

공은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매우 사랑하였다. 공이 살았던 분천(汾川)은 낙동강의 상류이어서 산색(山色)이 밝고 물이 맑아 숲과 계곡이 깊고 수려(秀麗)하였다. 산의 동쪽 언덕에는 거대한 바위가 물가에 10장(丈)이나 높이 솟아 있었는데 기괴(奇怪)한 모습이다.

*酷[독할 혹], 酷愛(혹애):몹시 좋아함. ㅇ汾[클 분], ㅇ洛[강 이름 락], ㅇ壑[골 학], ㅇ陡[험할 두], ㅇ偃[쓰러질 언], 蹇[절 건], 偃蹇(언건):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함. ㅇ崛[우뚝 솟을 굴]

 

 

公特愛之。築室其上。以爲奉親游玩之所。卽所謂愛日堂也。因自號爲聾巖。

공은 이를 특히 사랑하여서 그 위에 집을 짓고는 어버이를 모시고 놀며 구경하는 곳으로 삼았으니, 이곳이 바로 애일당(愛日堂)이다. 이로 인해 자호(自號)를 농암(聾巖)으로 삼았다.

*玩[희롱할 완], 游玩(유완):놀며 즐김. 유람하며 감상함. ㅇ聾[귀머거리 롱].

 

 

退閒之後。尤自放於溪山間。每遇興到。輒從游忘返。其出。必以遊山小具自隨。或竹杖芒鞋。穿林陟巘。或籃輿兩奴。傍野巡溪。自田夫牧豎見之。不知其爲宰相也。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해진 후로는 더욱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지내서 흥이 날 때마다 문득 가서 놀면서 돌아올 것을 잊었다. 나갈 때는 반드시 산을 유람할 때 쓰는 소소한 기구를 스스로 준비하여, 혹 대지팡이와 짚신으로 숲을 뚫고 봉우리에 오르기도 하고, 혹은 두 종(從)에게 대바구니 가마를 메게 하여 들녘을 지나고 냇물을 따라다니니, 자연히 농부들과 목동(牧童)이 보고도 그가 재상(宰相)임을 알지 못하였다.

*退閒(퇴한):벼슬에서 물러나 한가로이 지냄. ㅇ自放(자방):예법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낌 없이 행동함. ㅇ從遊(종유):수행하여 유람함. 교제함. 스승을 따라다니며 학문을 익힘. ㅇ芒[까끄라기 망], 鞋[신 혜], 芒鞋(망혜):짚신. 망혜(芒鞋/鞵). ㅇ穿[뚫을 천], ㅇ巘[봉우리 헌], ㅇ籃[바구니 람], 輿[수례 여], 籃輿(남여):대로 만든 가마. ㅇ田夫(전부):농사꾼. 농부. ㅇ豎[더벅머리 수], 牧豎(목수):목동(牧童).

 

 

其遇可人與一水一石稍淸陰處。必班荊而坐。得意欣然。飮酒不過三兩盃。談笑亹亹。終日不倦。風神蕭灑。岸韻森逸。無一點富貴塵埃氣。間出篇章。立意淸新。有非少年盛作所可及也。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물 하나 돌 하나라도 제법 맑고 그늘진 곳을 만나면 반드시 정담(情談)을 나누며 흡족하여 기뻐하되, 술은 불과 두서너 잔만 마시면서 종일토록 싫증을 내지 않고 담소(談笑)로 환락하였다. 풍채가 맑고 깨끗하며 운치가 고상하여 한 점도 부귀진애(富貴塵埃)의 기운이 없었고, 간혹 글을 지어서 청신(淸新)하게 뜻을 세우니 젊은이의 왕성한 작품도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遇[만날 우], ㅇ可人(가인):쓸 만한 사람. 일을 감내할 만한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 稍[벼 줄기 끝 초]:조금. ㅇ淸陰(청음):서늘한 나무 그늘. ㅇ班[나눌 반], 荊[모형나무 형]:가시나무, 班荊(반형):싸리를 깔고 앉음. 친구와 만나 정담을 나눔을 이른다. ㅇ欣然(흔연):기뻐하는 모양. ㅇ亹[힘쓸 미], 亹亹(미미):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끊임없는 모양. 매우 훌륭함. ㅇ風神(풍신):풍채(風采). ㅇ蕭[맑은대쑥 소], 灑[뿌릴 쇄], 蕭灑(소쇄):속되지 않고 고결함. 깨끗하고 고움. 맑고 시원함. 상쾌함. ㅇ岸[언덕 안], ㅇ韻[운 운], ㅇ森[나무 빽빽할 삼], ㅇ逸[달아날 일], 逸韻(일운):고상한 운치. ㅇ塵[티끌 진], 埃[티끌 애], 塵埃(진애):티끌과 먼지. 세속(世俗).

 

 

好遊僧舍。靈芝，屛庵，月瀾，臨江皆其所。而最後常寓於臨江。

산사(山寺)를 유람하기를 좋아하니, 영지사(靈芝寺)ㆍ병암사(屛庵寺)ㆍ월란사(月瀾寺)ㆍ임강사(臨江寺)가 모두 그곳이며, 최후에는 항상 임강사에 우거(寓居)하였다.

*芝[지초 지], ㅇ瀾[물결 란]

 

 

時復輕舟短棹。往來遊賞。令侍兒歌〈漁父詞〉以寄興。飄然有遺世獨立意。時人莫不高仰之。過者必造門候謁爲幸焉。

때로는 혹시 가벼운 배와 짧은 삿대로 왕래하면서 놀고 구경하되, 모시는 아이에게 〈어부사(漁父詞)〉를 노래 부르게 하여 흥을 붙여서, 표연(飄然)히 세상을 떠나서 홀로 있는 것과 같은 뜻이 있었으니, 당시의 사람들이 모두들 높이 우러러보았고, 지나는 자는 반드시 그 집에 가서 뵈옵고 문안드리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棹[노 도], ㅇ侍兒(시아):시중드는 아이. ㅇ寄興(기흥):취미를 붙임. ㅇ飄[회오리바람 표], 飄然(표연):정처 없이 떠도는 모양. 가뿐하고 한적한 모양.

 

 

安東歷典名城。以公所以養親者養公。及奉化･義興。初得遠邑。皆許換近以便養。一時三邑之奉。公所蹙然。而人益以爲榮。

4남 중량〔안동부사〕은 이름 난 고을을 여러 번 맡아서, 공이 어버이를 봉양하였듯이 공을 봉양하였고, 그 후 3남 희량〔봉화현감〕과 5남 계량〔의흥현감〕은 처음에는 먼 고을에 있다가, 양친(養親)하는 데 편리한 곳으로 바꾸는 것이 허락되었으니, 동시에 세 고을로써 봉양되는 것을 공은 편치 않게 여겼으나, 남들은 더욱 영화(榮華)라 여겼다.

*歷典(역전):연이어 맡아 다스림. ㅇ蹙[대지를 축], 蹙然(축연):움츠리고 불안해하는 모양.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

 

 

故近世名卿。福德兼而能全晩節者。以公爲稱首。臨終。諸子環侍摧泣。公顧謂曰。吾年至九十。受國厚恩。汝等皆在。百無餘憾。

그러므로 근세 이름 난 경대부(卿大夫) 중에서 가장 복과 덕이 겸비하여 능히 만년(晩年)을 온전하게 보낸 사람으로는 공을 으뜸으로 꼽는다. 임종(臨終)할 때에 여러 아들들이 둘러 모시고 애통하게 우니 돌아보고 말하기를, “나의 나이가 90에 이르렀고, 나라의 두터운 은택을 받았으며 너희들이 다 있으니, 유감스러운 일은 하나도 없다.

*晩節(만절):늦은 계절. 만년(晩年). ㅇ摧[꺾을 최], ㅇ憾[한할 감]:서운함.

 

 

死亦榮矣。汝等勿爾。又曰。葬勿過期。喪事務簡儉。言訖。了然而逝。公可謂處死生而不亂矣。

죽음도 영화로우니, 너희들은 이같이 하지 말라” 하고, 또 말하기를 “장사는 기일을 초과하지 말고, 상사(喪事)는 간략하고 검소하게 하려고 힘써라” 하고, 말을 마치고 정신이 명료(明瞭)한 채로 세상을 떠났으니, 공은 사생(死生)에 처하여 어지럽지 않았다고 하겠다.

*了然(요연):분명함. 명료(明了)함. ㅇ逝[갈 서]

 

 

滉生長鄕曲。公不以爲無似。每加誨借。扶几從游者不知其幾。今年春。滉歸自京師。兩拜公於臨江寺之蟠桃壇上。極賜歡暢。自今可以永供洒掃之役於門下。而家邦不淑。奄忽至此。嗚呼痛哉。

나는 시골에서 성장하였는데, 공은 그런 나를 보잘것없다 하지 않고 매양 가르치고 좋게 대하였으므로, 모시고 종유(從遊)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금년 봄에, 내가 서울에서 돌아와 공을 임강사 반도단(蟠桃壇)에서 두 번 뵈었는데, 매우 기쁘게 환대해 주셨다. 이제부터는 문하에서 모시고 길이 심부름할 수 있을 줄로 여겼더니, 나라가 불행하여서 갑자기 이 일을 당하니, 아아 애통하도다.

*無似(무사):현인(賢人)을 닮지 못함. 못나고 어리석다는 뜻으로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 견줄 만한 것이 없음. ㅇ誨[가르칠 회], ㅇ扶[도울 부], ㅇ蟠[서릴 반], ㅇ壇[단 단], ㅇ歡暢(환창):즐겁고 후련함. ㅇ洒[물을 뿌릴 쇄]:灑, 掃[쓸 소], 洒掃(쇄소):물을 뿌리고 비로 쓰는 일. ㅇ家邦(가방):국가(國家). ㅇ淑[맑을 숙], ㅇ奄[가릴 엄]:갑자기

 

 

諸孤以是年八月某日。葬于縣北龍頭山南道谷先塋之側。謂滉忝侍最久。見囑以行狀。滉義不得辭。僅掇其一二而撰次如右。豈敢期爲秉筆者所取以傳信於來世。姑以塞諸孤之至意云。

모든 상주가 이해 8월 어느 날에 고을 북편 용두산 남쪽 도곡(道谷) 선영 곁에 장사 지내면서, 내가 외람되어 가장 오래 모셨다 하여 행장을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가 의리상 사양할 수 없어서 겨우 그 몇 가지를 취하여 이상과 같이 서술하니, 어찌 감히 사필(史筆)을 잡은 자에게 채택되어서 뒷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져 믿게 되기를 바라겠는가. 우선 모든 상주(喪主)들의 지극한 뜻에 보답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塋[무덤 영], ㅇ忝[더럽힐 첨], ㅇ囑[부탁할 촉], ㅇ掇[주울 철], ㅇ秉筆(병필):붓을 잡음. 글이나 글씨를 씀을 이르는 말. ㅇ姑[시어머니 고]:우선, ㅇ塞[막힐 색]

 

 

嘉靖三十五年丙辰七月。前通政大夫成均館大司成，知製敎眞城李滉。謹狀。

가정(嘉靖) 35년 병진(1556) 7월에 전통정대부(前通政大夫) 성균관대사성(成均館大司成) 지제교(知製敎) 진성(眞城) 이황(李滉) 삼가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