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漁父歌｣後
    ｢어부가｣ 뒤에 쓰다

世所傳｢漁父詞｣, 集古人漁父之詠, 間綴以俗語而爲之長言者, 凡十二章, 而作者名姓無聞焉. 往者, 安東府有老妓, 能唱此詞. 叔父松齋先生時召此妓, 使歌之以助壽席之歡. 滉時尚少, 心竊喜之, 錄得其㮣, 而猶恨其未爲全調也.
세상에 전하는 ｢어부사｣는 고인들의 어부(漁父) 노래를 모으고 중간에 속어(俗語)를 넣어서 장언(長言)으로 만든 것이며 모두 12장(章)인데 작자의 이름과 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옛적에 안동부에 노기(老妓)가 있었는데 이 노래를 잘 불렀다. 숙부 송재(李堣)선생께서 당시에 이 노기를 불러 노래케 하여 환갑잔치의 즐거움을 돋우게 하였는데 나는 당시 아직 어렸으나 마음으로 은근히 그 노래를 좋아하여 그 대강을 기록하였는데 그것이 완전한 곡조가 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厥後存沒推遷, 舊聲杳不可追, 而身墮紅塵, 益遠於江湖之樂, 則思欲更聞此詞, 以寓興而忘憂也. 在京師, 遊蓮亭, 嘗徧問而歷訪之, 雖老伶韻倡, 莫有能解此詞者, 以是知其知好之者鮮矣. 頃歲, 有密陽朴浚者, 名知衆音, 凡係東方之樂, 或雅或俗, 靡不裒集爲一部書, 刊行于世, 而此詞與｢霜花店｣諸曲, 混載其中.
그 후 그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죽어 옛 노래는 묘연해 찾을 수가 없었고, 내 몸은 홍진(紅塵)에 떨어져 강호(江湖)의 즐거움에서 더욱 멀어졌으니, 이 노래를 다시 듣고 흥을 붙여서 근심을 잊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서울에 있을 때 연정(蓮亭:蓮堂)에 노닐었는데 일찍이 두루 물어서 그곳을 차례차례 방문하였다. 비록 늙은 악공(樂工)이나 배우들이라도 이 노래를 할 줄 아는 자가 없었다. 이로써 이 노래를 알고 좋아하는 자가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밀양(密陽) 박준(朴浚)이라는 자가 여러 소리를 안다고 이름이 나 있었는데, 무릇 동방(東方)에 관계되는 음악으로서 혹 고상하기도 하고 혹 속되기도 한 것을 모두 모아 편집하여 한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간행하였는데 이 가사[어부사]와 쌍화점(霜花店) 모든 곡이 이 가운데 섞여 실려 있다.

*推遷(추천):시간이 경과하면서 달라짐. 변화함. 杳[어두울 묘], 墮[떨어질 타], 京師(경사):경도(京都), *伶[영리할 영]:악관 이름, 영(泠). 裒[모을 부], 裒集(부집):모아서 편집함. 雅俗(아속):우아한 것과 속된 것. 靡[쓰러질 미]:아니다

然人之聽之於彼則手舞足蹈, 於此則倦而思睡者, 何哉? 非其人, 固不知其音, 又焉知其樂乎? 惟我聾巖李先生, 年踰七十, 即投紱高厲, 退閒於汾水之曲, 屢召不起, 等富貴於浮雲, 寄雅懷於物外, 常以小舟短棹, 嘯傲於烟波之裏, 徘徊於釣石之上,
그러나 사람들이 그(박준)에게서 들으면 손과 발로 춤을 추고 다른 이에게서 들으면 권태로워하고 졸려고 하니 왜 그런가? 그 사람이 아니면 실로 그 음을 알 수 없는데 또한 어찌 그 악(樂)을 알겠는가? 생각건대 우리 농암 이현보(李賢輔,1467-555) 선생께서는 연세 70이 넘어 벼슬에서 물러나 고매(高邁)하게 분강(汾江)의 구비에서 지내셨는데 누차 (왕이) 불렀지만 나아가지 않고, 부귀(富貴)를 뜬 구름과 같이 여기고, 세상 바깥에 고상한 뜻을 기탁(寄託)하여, 항상 작은 배와 짧은 노로 안개 낀 물결 가운데에서 마음껏 읊조리고, 낚시 하던 바위 위에서 배회하곤 하셨다.

*紱[인끈 불], 투불(投紱):인끈을 버림. 곧 벼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이른다. 厲[갈 려], 高厲(고려):위로 올라감. 또는 가장 높은 곳에 오름. 숭고함. 고결함. 退閒(퇴한):退閑.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로이 지냄. 雅懷(아회):고상하고 아름다운 생각. 物外(물외):세상의 바깥. 속세에서 벗어남을 이른다. 煙波(연파):안개가 아스라이 낀 수면. 세상을 피하여 숨어살던 시골이나 자연. 강호(江湖). 嘯[휘파람불 소], 傲[거만할 오], 嘯傲(소오):거리낌없이 마음껏 읊조리거나 노래함. 곧 외물(外物)에 구속되지 않고 방일(放逸)함을 형용한다.

狎鷗而忘機, 觀魚而知樂, 則其於江湖之樂, 可謂得其眞矣. 佐郞黃君仲舉, 於先生親且厚, 嘗於朴浚書中取此詞,
갈매기와 친하게 지내면서 기심(機心)을 잊고 물고기를 보면서 즐거움을 알았으니 그 강호의 즐거움은 가히 진취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좌랑 황준량(黃俊良)이 선생(농암)과 친하고 두터운 사이였다. 일찍이 박준(朴浚)의 책 중에서 이 노래를 취하고,

*狎[익숙할 압], 狎鷗(압구):갈매기를 가까이 함. 은일(隱逸)을 이르는 말.

又得短歌之爲漁父作者十闋, 并以爲獻. 先生得而玩之, 喜愜其素尚, 而猶病其未免於冗長也. 於是刪改補撰, 約十二爲九, 約十爲五, 而付之侍兒, 習而歌之. 每遇佳賓好景, 憑水檻而弄烟艇, 必使數兒並喉而唱詠, 聯袂而蹁躚. 傍人望之, 縹緲若神仙人焉.
또한 단가로서 어부를 위하여 지은 것 10결(闋)을 얻어서 함께 드렸다. 선생[농암]께서 얻어 즐기고 질박하고 고상함을 기뻐하였지만 오히려 쓸데없이 장황한 것을 면하지 못함을 병으로 여기셨다. 이에 쓸데없는 것은 삭제하여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여 지어 장가 12장을 9장으로 줄이고, 단가 10장을 5장으로 줄여 시종(侍從) 아이들에게 주어 익혀서 노래하게 하였다. 매번 반가운 손님과 좋은 경치를 만나, 물가의 난간(欄干)에 의지하거나 안개 속의 작은 배를 저을 때는 반드시 몇몇 아이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맞추어 노래하고, 소매를 나란히 하고 빙빙 돌게 하였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니 나부끼는 것이 마치 신선 같았다.

*闋[문 닫을 결]:가곡(歌曲)이나 사(詞)를 세는 단위. 愜[쾌할 협], 喜愜(희협):기뻐함. 흡족함, 素尙(소상):질박하고 고상한 정조(情操). 冗[쓸데없을 용], 冗長(용장):宂長. 쓸데없이 장황하고 지리함. 刪[깎을 산], 刪改補選(산개보선):쓸데없는 것은 삭제하여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총하거나 새로 가려 뽑음. 憑[기댈 빙], 水檻(수함):물가에 있는 난간. 煙艇(연정):煙舟. 안개속의 작은 배. 喉[목구멍 후], 袂[소매 몌], 聯袂(연몌):소매를 나란히 함. 손을 잡고 함께 감을 비유한다. 蹁[비틀거릴 편], 躚[춤출 선], 蹁躚(편선):빙빙 도는 춤의 자세. 또는 너풀거리며 춤추는 모양. 縹[옥색 표], 緲[아득할 묘], 縹緲(표묘):멀어서 희미한 모양. 바람 부는 대로 나부낌. 또는 물 가는 대로 떠돎.

噫. 先生之於此, 旣得其眞樂, 宜好其眞聲, 豈若世俗之人悅鄭衞而增淫, 聞玉樹而蕩志者比耶? 先生嘗手寫此本, 不辱下示, 且責以跋語. 滉身効轅駒, 盟寒沙鳥, 何敢語江湖之樂, 而論漁釣之事乎? 辭之至再, 而命之不置, 不獲已謹書所感於其尾, 以塞勤命之萬一. 東坡所譏“以朝市眷戀之徒, 而出山林獨住”之語者, 滉之謂矣. 

아아, 선생은 이에 대해 이미 진정한 즐거움을 얻었으니 진정한 소리를 좋아하신 것은 당연하다. 어찌 세속의 사람들이 정(鄭)나라와 위(衛)나라의 음악을 기뻐하여 더욱 음란하고, 오성가곡(吳聲歌曲) 옥수(玉樹)를 듣고서 품은 뜻을 한껏 펼치는 것과 같은 것에 비할 수 있겠는가? 선생께서 일찍이 이 책을 손수 베껴서 송구스럽게도 나에게 보이시고 또 발문을 쓰라고 하셨다. 내가 몸소 수레 끌채에 매인 망아지를 본받고, 모래톱 물새와의 약속을 저버렸는데, 어찌 감히 강호(江湖)의 즐거움을 말하며, 고기 잡는 일을 논하겠는가? 사양하기를 두 번이나 하였으나 명령하기를 그만두지 않아, 부득불 느낀 바를 이 책의 말미에 삼가 써서 부지런하신 명령의 만분지일이라도 보답한다. 소동파(蘇東坡)가, “명리(名利)에 연연(戀戀)하는 무리로서 산림에 홀로 사는 것을 말한다”고 기롱(譏弄)한 것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玉樹(옥수):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 악부(樂府) 오성가곡(吳聲歌曲)의 이름. 옥수정화(玉樹庭花). 옥수화(玉樹花). 맨드라미. 蕩志(탕지):근심을 털어내고 품은 뜻을 한껏 펼침. 얽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뜻. 不辱(불욕):욕되게 하지 않음. 跋[밟을 발], 轅[끌채 원], 駒[망아지 구], 轅駒(원구):원하구(轅下駒). 수레 끌채에 매인 망아지. 식견이 얕고 국량이 좁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 또는 겸사로도 쓴다. 盟寒(맹한):맹약(盟約)한 마음이 식음. 곧 배신하거나 약속을 잊어버림. 沙鳥(사조):사주(沙洲)나 모래톱에 서식하는 물새. *塞[변방 새]:보답하다. 朝市(조시):①조정과 저자. 전(轉)하여 ②명리(名利)의 경쟁이 심한 곳. 眷[돌아볼 권], 戀[사모할 연], 권련(眷戀):그리워 함. 사모함.

 是歲臘月旣朢, 豐基守李滉, 拜手敬書于郡齋. <出處 : 退溪先生文集卷之四十三>
  이 해(1549,명종 4) 12월 16일 풍기군수 이모는 군의 서재에서 손을 모으고 삼가 쓰다.

*臘[납향 납]:섣달, 旣望(기망):음력으로 매달 열엿샛날. 拜手(배수):두 손을 맞잡고 절함.